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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2화

작가: 유애
시만자는 그들을 훑어보았는데 두 사람은 비록 키가 크지 않았지만 팔뚝이 유난히 굵어 보였고 목까지 힘줄이 튀어나와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세 사람도 키가 큰 편이었는데 숨소리를 들어서는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어 보였는데, 신발을 내려다보니 먼지 하나 묻지 않은 것으로 보아 심법을 연마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

심법을 깊게 수련하면 할수록 호흡을 스스로 통제할 수가 있는데 그들의 호흡으로 봐서는 수련이 얕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공을 할 줄 아느냐?”

시만자의 물음에 그들이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시만자는 다시 그들을 훑어보더니 갑자기 키가 작은 사람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키가 작은 사람을 눈을 반짝이더니 이내 놀란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시만자는 손을 거두었고 무술을 익힌 자의 본능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그는 스스로 제어할 수 있어서 방어하는 자세를 취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행위는 오히려 자신을 폭로한 셈이 되었다. 무술을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누군가 얼굴에 주먹을 날리면 손으로 막게 되어 있는데 그는 막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만자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고, 몇 몇 사람은 차가운 눈빛으로 서로를 쳐다보곤 천천히 물러났다.

머리를 받치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고청영의 표정은 기대인지 두려움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전처럼 담담해 보이진 않았다.

그들은 모두 노 휘왕의 옥경원 옆에 배치되었다.

그곳은 장미가 가득한 마당이었는데 이름은 장미원이라고 했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둔 방이기 때문에 옥경원에서 큰 소리로 말을 하면 모두 들을 수 있었다.

고청영도 옥경원에 거주하지만 같은 방에 있지는 않았다.

원래는 장공주가 그녀를 노 휘왕에게 첩으로 보냈는데 노 휘왕은 첩이 필요 없다며 진심으로 그녀를 대하고 친구로 삼았다. 그녀에게도 따로 거처가 있었지만 요즘 들어서는 줄곧 옥경원에 거주하고 있다고 했다.

원래는 몰랐는데 옥경원에 거주하고부터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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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청제와 평무종의 조사 결과는 같았는데 영군왕은 봉지를 떠난 적이 없었고 거의 매일같이 처자를 데리고 연극을 보러 다녔다. 영주에 있는 자유원이 몇 곳도 모두 그가 설립한 것이었다. 그곳은 그가 고아들과 의지할 곳이 없는 노약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설립한 곳이었는데 그는 대부분 곡을 들은 후엔 자유원에 가곤 했다. 하지만 평무종은 숙청제가 찾지 못한 한 가지 정보를 찾아냈다. 바로 영군왕이 시 씨 가문의 생명의 은인이라는 것이었다. 그건 7~8년 전의 일이었다. 시만자의 아버지가 가주가 되기 전에 목장에 순찰하러 갔다가 습격을 당했는데 마침 영군왕이 사람을 데리고 지나가다 그를 구해준 것이었다. 영군왕은 사람이 겸손한 데다 시 씨 가문과 왕래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시 씨 가주에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던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에겐 아주 쉬운 일이었고 보답을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시 함께 습격을 당한 사람들은 거의 다 죽고 시 씨 가문의 가주와 심복인 마삼만이 목숨을 건졌다. 평무종도 마침 마삼이 화물을 호송하다가 도적떼의 습격을 당했을 때 그를 도와준 적이 있었기에 그가 알려준 것이었다. 평무종의 편지가 전해온 후 송석석이 시만자에게 묻자 시만자는 오히려 아연실색했다. “그런 일이 있었어?! 난 몰랐는데.” 7~8년 전이면 시만자가 매산에 있을 때였기에 가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시만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걱정이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아버지한테 편지라도 쓸까…?” ‘아버지께 그가 생명의 은인이니깐 만약 그가 황작이라면 아버지께서 도와주시지 않을까?’ 전에도 여러 번 시 씨 가문에 연루되었지만 시만자는 아버지가 조정에 충성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았다.황궁의 상인으로서 조정을 위해 군마를 키우고 병부의 무기를 주조하는 장사를 하고 있으니 역적을 도울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대방이 생명의 은인이라면 장담하기 어려웠다. 나라에 충성하는 사람도 은혜를 보답해야 한다는 도리는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323화

    시만자는 웃으면서 재미없다고 말하더니 만두와 신신을 만나 정보를 교류한 후 황실을 나왔다. 그녀는 황실에서 나오자마자 경위부로 가서 송석석을 찾았다. 송석석은 그녀를 보자마자 관아로 끌고 가서 조용히 물었다. “어때? 뭐 좀 알아냈어?” 그러자 시만자가 휘황실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모두 말해주었다. “밤에 사람들이 돌아다니며 순찰하는 것 같았는데 날만 밝으면 그 사람들이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어져. 내가 황실의 많은 정원을 관찰해 보았는데 확실히 거주하는 사람은 없었어. 하인들의 침대 수량도 고청영이 말한 하인 숫자와 일치하고.” 송석석이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혹시 땅굴이나 암실 같은 게 있는 건 아닐까? 지금은 야간 통행금지가 있어 밤이 되면 사람들이 다닐 수가 없어. 게다가 밤이 되었다고 해서 바로 잘 수는 없으니 네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그 사람들은 휘황실에 거주하고 있을 거야.” 그러자 시만자가 말했다. “하지만 만약 땅굴이나 암실이 있다면 조사하기 더욱 어려워질 거야.” 그녀는 순간 만두가 주방 상황을 말했던 게 생각이 났다. “만두가 주방에도 수백 명이 먹을 수 있는 식재료가 준비되어 있다고 하더군.” 송석석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럼 이 음식들을 어디로 보내는지 눈여겨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러네.” 시만자는 송석석에게 소식을 전하는 것이 급해서 그 점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건 만두가 지켜보고 있을 거야. 만두가 지금 얼마나 믿음직한지 넌 모를 거야.”친구들이 모두 성장한 것 같자 송석석은 정말로 기뻤다. “노휘왕과 고청영에게는 다른 문제 없었어?” “없는 것 같았어. 어제 우리가 정원을 구경할 때 다섯 명의 남자가 나무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모두 무공을 익힌 사람들 같아 보였어. 그래서 고청영에게 물어보니 왕야님이 우릴 보호해 주려고 파견해 온 사람들이라고 하더군.” “그 다섯 사람들은 뒷 채에 거주하던가?” “맞아. 하인들과 함께 살고 있었지. 그 다섯 명 외에는 이상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322화

    시만자는 그들을 훑어보았는데 두 사람은 비록 키가 크지 않았지만 팔뚝이 유난히 굵어 보였고 목까지 힘줄이 튀어나와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세 사람도 키가 큰 편이었는데 숨소리를 들어서는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어 보였는데, 신발을 내려다보니 먼지 하나 묻지 않은 것으로 보아 심법을 연마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 심법을 깊게 수련하면 할수록 호흡을 스스로 통제할 수가 있는데 그들의 호흡으로 봐서는 수련이 얕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공을 할 줄 아느냐?” 시만자의 물음에 그들이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시만자는 다시 그들을 훑어보더니 갑자기 키가 작은 사람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키가 작은 사람을 눈을 반짝이더니 이내 놀란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시만자는 손을 거두었고 무술을 익힌 자의 본능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그는 스스로 제어할 수 있어서 방어하는 자세를 취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행위는 오히려 자신을 폭로한 셈이 되었다. 무술을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누군가 얼굴에 주먹을 날리면 손으로 막게 되어 있는데 그는 막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만자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고, 몇 몇 사람은 차가운 눈빛으로 서로를 쳐다보곤 천천히 물러났다. 머리를 받치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고청영의 표정은 기대인지 두려움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전처럼 담담해 보이진 않았다. 그들은 모두 노 휘왕의 옥경원 옆에 배치되었다. 그곳은 장미가 가득한 마당이었는데 이름은 장미원이라고 했다.벽 하나를 사이에 둔 방이기 때문에 옥경원에서 큰 소리로 말을 하면 모두 들을 수 있었다. 고청영도 옥경원에 거주하지만 같은 방에 있지는 않았다. 원래는 장공주가 그녀를 노 휘왕에게 첩으로 보냈는데 노 휘왕은 첩이 필요 없다며 진심으로 그녀를 대하고 친구로 삼았다. 그녀에게도 따로 거처가 있었지만 요즘 들어서는 줄곧 옥경원에 거주하고 있다고 했다. 원래는 몰랐는데 옥경원에 거주하고부터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321화

    염 선생이 휘황실을 조사한 결과, 요 몇 달 사이에 휘황실의 하인 몇 명이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염 선생은 진성의 모든 중매업에게 물어서 그들이 중매업에서 사들인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떠난 사람들에겐 다른 출처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관청에 달려가 노예 제도 문서를 조사했지만 여전히 찾지 못했다. 논의 끝에 시만자가 스스로 휘황실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시만자가 송석석에게 말했다. “우리가 노 휘왕과 오랫동안 왕래했으니 나는 그를 믿어. 만약 그가 정말 황작이라면 난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송석석은 시만자를 혼자 보내지 않고 만두와 신신을 함께 보냈다. 만약 노 휘왕이 정말로 위협을 느꼈다고 하면,만두와 신신까진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그를 도와주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테니까. 하지만 만약 그런 게 아니라면 그가 시만자를 부른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는 뜻일 것이다. 송석석이 직접 그들을 휘황실까지 데려다줬는데 노 휘왕이 반갑게 마중 나오더니 친구 두 명을 더 데려왔다는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 “어서 와, 나는 시끌벅적한 것을 가장 좋아한단다.” 그러자 시만자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저도 내 집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그래준다면 나야 좋지.” 노 휘왕은 즉시 주방에 오늘 밤 요리를 더 준비하라고 분부했다. 그러자 송석석도 웃으며 함께 들어갔다. 그녀는 이전에도 노 휘왕을 몇 번 보았었는데 특히 오늘 정말 기뻐하는 것 같았다. 다만 그 기쁨이 진심인지 거짓인지는 알 수 없었다. 송석석은 점심을 먹고 다시 경위부로 돌아갔다. 시만자는 고청영에게 정원을 구경시켜 달라고 했다. 휘황실의 꽃은 아주 잘 피었다. 매산과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이곳의 꽃도 아주 우아하고 아름다웠다.고청영은 느릿느릿하게 걸어가며 시만자에게 황실의 곳곳을 소개해주었는데 원래는 그녀와 노 휘왕 두 명의 주인 뿐이었고, 관백이라는 집사가 한 명 있었는데 반쯤 주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시만자가 놀라며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320화

    사여묵처럼 태어났을 때부터 전쟁 체질인 사람이 있다. 전장에서의 사여묵은 진성에서보다 훨씬 과감했는데, 심리적으로 속박을 받지 않으니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3일동안 소문을 퍼뜨린 사람들 모두 체포했다. 그들을 연병장으로 끌고 가서 곤장으로 20대 때리자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묻는 대로 대답했다. 그들은 누가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고 단지 돈을 받고 소식을 퍼뜨리라는 명령을 받았을 뿐이라고 했다. 그들은 명령에 따랐을 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까지는 상관하지 않았다고 했다. 사국의 80만 대군이 국경까지 쳐들어왔다는 소문과, 북명왕이 바로 이 자리에 있으니 숙청제가 북명왕을 죽였다는 소문도 역시 사실이 아니게 되었다. 왕 원수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도망갔다는 소문도 사실이 아니었다. 그는 단지 죽음이 두려워서 도망간 것이었다. 헛소문이 하나둘씩 밝혀지자 병사들은 격분해서 그들을 죽여야 한다고 소리쳤다. 헛소문을 퍼뜨려 군심을 흔들었으니 당연히 때려죽여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여묵은 차가운 눈빛으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보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애초에 헛소문을 믿었던 사람들은 모두 반성하거라. 반성한 후엔 남은 전투에 최선을 다하고.” 군심을 흔드는 자는 적군이니, 적군의 피는 첫 전투의 패배로 인한 좌절을 씻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욱 큰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소문을 퍼뜨린 자를 곤장으로 때려죽인 후 사여묵은 제린에게 북명왕이 남강에 왔다는 급보를 진성으로 보내라고 했다. 그리고 황제의 지시가 없어도 자신의 명령에 따를 것인지 물었다. 하지만 급보를 보낸 지 사흘 만에 황제의 지시가 도착했다. 사여묵은 조금 의외였지만 송석석이 한 것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 왕표가 도망쳤다는 소식이 진성으로 전해지마자 송석석이 반드시 성지를 청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제린에게 진성으로 급보를 보내라고 한 이유는 황제에게 남강군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319화

    이때 칼국수 한 그릇을 내왔는데 사여묵의 배를 채우기엔 부족해 보였다. 그러자 제린이 사람들에게 양고기를 구우라고 시켰다. 지금의 군영은 예전과 달리 식량이 많이 있어 백성들도 마음껏 고기를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사여묵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그릇을 들고 국물을 다 비워냈다. 국물이 짜고 맛이 강해서 그는 물 한 주전자를 마시고 나서야 체력이 서서히 돌아오는 것을 느끼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아직도 말 위에서 흔들리고 있어, 눈앞의 사람들이 다 뒤로 물러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그들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오군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왕야께서도 많이 지치셨지요?” 사여묵이 자신의 얼굴을 비비며 말했다. “군의를 불러와 내 얼굴에 침을 놓으라고 하거라. 하도 바람을 맞아 얼굴이 돌아간 것 같아.” 눈을 똑바로 떠 보니 사여묵의 얼굴은 확실히 약간 삐뚤어져 있었다. 그때 제린이 물었다. “원수께서 여기까지 오는데 조금도 휴식하지 않으셨지요?” “어떻게 쉬겠어?” 이어서 사여묵이 중대한 소식을 전해주었다. “내가 꾀병을 부려서 몰래 전장으로 온 것이야.” 그는 허약한 손으로 한 무더기의 약을 꺼내더니 몸을 움츠리며 말했다. “사실 꾀병을 부린 게 아니라 진짜 아팠지. 여기로 오는 길에 이 약들을 먹어야 하는데 가끔은 잊어서 먹지를 못했어. 지금이라도 먹지 않으면 송 장군이 날 때려죽일 것이다.” 그의 말에 사람들은 서로 마주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사람을 보내 군의를 불러와 왕야의 몸을 진단한 후에 다시 얘기하기로 했다. 군의가 먼저 맥을 짚더니 말했다. “어찌 이렇게… 허약하십니까?” 그러자 방천허가 다급하게 물었다. “심각합니까?”군의가 말을 하지 않자 사여묵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천천히 회복하면 되니까 다들 긴장하지 말거라.”그러자 군의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미 원기를 상했으니 아마 단기간엔 회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318화

    사람들은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보니 말 한 마리가 쏜살같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 뒤에는 연기와 먼지가 자욱하게 나 있었는데 말을 탄 사람은 따스한 햇볕에 싸여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제린과 방천허는 고개를 돌려 보더니 순간 눈 밑이 붉어지고 울컥해서 소리를 낼 수 없었다.사여묵은 갑옷을 입지 않고 평범한 백성의 옷을 입고 있어 멀리서 보면 특별한 점은 없었다.그가 말을 멈추고 사람들 앞에 서자 군사들은 그제야 그의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그렇게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현장에서 열광적이고 기쁜 외침소리가 터져 나왔다.“사 원수야, 사 원수께서 오셨어!”“사 원수께서 아직 죽지 않았다니!”“사 원수께서 계시니 우린 반드시 승리할 것이야.”“필승!군사들은 지난 전쟁의 억울함과 왕표에 대한 분노를 모두 외치려는 것 같았다.장군들은 눈 앞의 상황을 보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왕표가 도망친 후로 그들도 이렇게 높은 사기를 본 적이 없었다.어떤 사람들은 그저 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사람들에게 큰 힘과 자신감을 줄 수 있었다.동시에 북명왕이 여기에 서 있다는 건 소문들에 대한 가장 좋은 비판이었다.하나의 소문이 헛소문으로 되자, 병사들은 다른 소문도 거짓일 거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여묵은 손에 있는 장검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고작 이십만의 적군일 뿐이고 우리에게 패배한 군대인데, 우리 남강군이 그들을 두려워하기라도 한다는 것이냐? 크게 외쳐보거라. 그들이 두렵느냐?” 그러자 병사들이 큰 소리로 외쳤다. “두렵지 않습니다.” “두렵지 않습니다.” 사여묵은 말을 타고 행렬 사이를 거닐며 목소리를 높였다. “큰 소리로 말해보거라. 사국을 이길 수 있겠느냐?” 그러자 병사들이 천지가 진동할 것 같은 소리로 외쳤다. “할 수 있습니다.” “어디 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 있느냐? 있으면 나와보거라!” “없습니다.” 사여묵의 목소리는 쩌렁쩌렁하고 의심할 여지가 없는 굳건함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햇빛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317화

    오 교위가 와서 사망인수는 356명이고 부상인수는 1732명이라는 전투 사상의 상황을 보고했는데, 모두 그 소식을 듣자마자 기분이 다시 바닥으로 떨어진 것 같았다. 궁수들은 현재 성을 지키는 입장이라 모두 성벽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기에, 사국인들이 사닥다리를 치고 돌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을 죽이고 다치게 했다. 게다가 그들은 아직 대규모로 성을 공격하지 않았고, 그저 병력과 군심의 응집력을 시험하고 있을 뿐이었다. 사국인들의 속셈은 따로 있었다. 그들은 상대방의 심리를 잘 알아서 바로 대군이 쳐들어오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남강군의 투지가 아무리 약해도 생사를 겨루게 되면 반드시 최강의 실력을 가지고 대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런 탐색을 몇 차례 반복해서 사상자 수가 계속 늘어나게 된다면 남강군의 의지와 심리적 방선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투지가 없는 상태라다시 싸워봐야 헛수고일 것이었기에 작전을 말해도 소용없었다. 군사는 담배 반 대를 다 피울정도로 고민했지만 다른 방법이 차마 생각나지 않았다. 조정에서 사람을 보낸다고 해도 누구를 보낼 지 모르니 지금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내일 군사들을 모아놓고 연설을 해서 사기를 북돋아줘야겠소.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되겠소.” 방천허는 두 손으로 얼굴을 비비더니 먼지와 피딱지를 문질러냈는데 그건 그의 피가 아니라 오늘 그의 곁에 서 있던 병사들이 투석기에 머리를 맞아 그의 얼굴에 튄 피였다.그의 기분은 아주 나빠진 상태였다. “지금은 아무리 해도 소용없소. 원수도 사라진 마당에 아직 누구를 임시 원수자리에 앉힐 명령도 내려오지 않았지 않소? 게다가 모두가 왕야님께서 죽었다고 생각을 하고 있으니 왕야께서 남강 전장에 나타나지 않는 한 전사들이 전투에 대한 사기는 계속 저조할 것이며 조정에 대한 원한은 날로 고조될 것입니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왕표가 탈출한 후 마음이 무너졌으니, 이길 수 없다고 믿어 전쟁터에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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