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비록 상조하는 날은 아니었지만 황실 서재에서는 밤새 잠을 자지 못한 숙청제가 관리를 소집해서 남강전사에 대해 계속 논의하는데 바빴다. 하지만 사람들은 황제가 직접 군대를 거느리고 전장으로 가는 것 말고는 해 줄 조언이 없었고 추천할 사람도 마땅치 않았다. 그러자 숙청제가 걱정으로 가득 찬 얼굴로 그들에게 한바탕 화를 냈다. “문무백관 중에 중요한 때에 쓸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니. 임금의 은혜는 받으면서 임금의 근심은 덜어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내가 당신들을 남겨둬서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서재의 문무백관들 중 아무도 감히 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들에겐 아무 방법도 없었다. 황제는 항상 젊은 무장을 발탁해야 한다고 하면서 북명군과 송가군 중에서 선택하지는 않았다. 또한, 전쟁터에 오래 나가지 않는 왕표를 발탁할지 언정 제린 등 사람들은 선택하지 않겠다며 말했다. 숙청제는 냉정하게 한 번 훑어보더니 왕표가 자신이 발탁한 사람이라는 것이 생각나면서 분노와 분통이 더욱 치밀어 올랐다. “공양, 너는 사람을 데리고 평서백부를 조사해. 왕표의 식솔들은 감옥에 가두어 놓고 처분을 기다리게 하고.” 경조부윤의 공양은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예,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은 후 그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눈빛 속에서 물러났다. 공양이 떠난 후 백관들이 침묵하는 것을 본 숙청제가 다시 화를 내려고 할 때 오대반이 헐레벌떡 달려오며 말했다. “황제폐하, 송대인께서 폐하를 뵙기를 청합니다.” 숙청제는 입가에까지 나온 욕설을 순식간에 삼키며 흔들리는 눈빛으로 말했다. “먼저 무슨 일인지 물어보고 내가 조정의 문무와 군무를 상의하고 있다고 말해.” 그는 오대반에게 송석석이 그에게 단독으로 말을 하려는 건지 아니면 조정의 문무에게 알릴 수 있는 말인지 묻게 한 것이었다. 그러자 오대반이 걸음을 멈춰서서 말했다. “송대인께서도 바로 이 일을 듣고 오셔서 어르신들과 함께 의논하고자 하십니다.”숙청제는 그녀가 사여묵의 행방을 알리러 온 것
그녀가 손으로 성지를 받들며 말했다.“황제폐하, 왕야껜 사실 마음의 질병이 없습니다. 임태의와 오대반을 속이고 바로 매산에 가지 않고 남강으로 향한 것입니다.”“너희는 남강의 상황을 미리 알고 있었단 말인가?”이 문제는 숙청제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다.“아뇨, 왕야께서 남강에 갔을 땐 왕표가 도망간 줄 몰랐고 그저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간 것이라 저희도 몰랐습니다.”송석석이 숙청제 앞으로 다가가며 말을 이었다.“왕야께서 안심하지 못했던 이유는 그와 함께 사국인을 시몬에서 몰아낸 전우 때문입니다. 그들은 생사를 함께하며 목숨까지 버리고 오직 하나의 공통적인 목표만을 바라보며 싸웠습니다. 결국엔 남강을 수복하고 병권을 넘겨주었는데 사국인이 다시 들이닥친 데다 내부 인원과 결탁한 혐의까지 받고 있는 와중에 어떻게 오랫동안 전쟁터에 나간 적이 없고 쾌락에만 빠진 사람을 원수로 삼을 수 있겠습니까? 왕야는 남강의 백성들이 더 이상 전선을 확장하는 전쟁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속전속결해야 한다고 했고, 왕표는 작전 경험이 부족해 잘못된 결정으로 많은 병사들의 목숨을 잃게 만들 것이라고 했습니다.”그러자 숙청제의 눈빛이 점점 흔들리더니, 순간 자신이 사람을 잘못 썼다는 후회가 들었다. 송석석은 그의 표정을 놓치지 않고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왕표는 정말로 쓸모없는 놈일 뿐만 아니라 아주 악랄한 놈입니다. 그리고 그의 탈출로 인해 군심이 흔들리고 있으니 황제폐하께서도 책임이 있습니다.”숙청제의 표정은 순간 파리 한 마리를 삼킨 것 같았다.“그리고 그가 출정 요청을 올리지 않은 건 황제폐하께서 허락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황제폐하께서 그를 시기하고 의심하는 건 그가 욕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가 군대를 통솔할 수 있고 민망이 있다는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지요.”송석석이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말했다.“황제폐하께서는 제가 망언을 한다고 해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는 황제폐하께서 그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마음을 꺼내서 폐하
밖에 있던 오 대반은 둘의 대화를 듣고 놀라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며 다리에 힘이 다 빠찐듯한 기분을 느꼈다. 심지어 송석석이 걸어 나올 때까지도 아직 가슴이 허공에 매달려 있는 것 같았다. 황제가 진노하지 않은 것도 그의 예상 밖이었다. 그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배웅하자, 송석석이 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오 공공, 걱정 마십시오.” 오 대반은 가슴이 찡해서 말했다. “송 대인, 그럼 조심히 가시지요.” 송석석이 떠난 후, 오 대반은 궁으로 들어가 시중을 들며 황제를 흘끔 보았는데, 그의 안색이 환희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보고 다시 깜짝 놀랐다. ‘오늘 아침 대황자를 지안궁으로 보낼 때까지만 해도 북명왕이 남강으로 가면 다른 꿍꿍이가 있다고 했는데 왜 지금은 기뻐하는 것이지? 정말 군주의 마음은 헤아리기 어렵군.’ 숙청제가 그를 쳐다보더니 분부를 내렸다. “식사를 내오너라.” 왕표가 탈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부터 황제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기에, 오 대반은 서둘러 사람을 시켜 식사를 내오고 차를 따랐다. 숙청제는 입이 마르고 쓴 맛이 나 괴로웠었는데, 차를 한 모금 마시니 나아져 기분이 좋아졌다. “모르겠느냐?” 또한 그의 어조가 매우 가벼운 것으로 보아 기분이 좋아진 것이 확실해졌다. 그가 웃는 것을 보고 오 대반도 덩달아 웃으며 말했다. “저는 몰라도 괜찮습니다. 폐하께서 기뻐하시면 소인도 기쁘니깐요!” 그러자 숙청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말로 기쁘구나. 송석석이 오늘 한 말들이 북명왕의 속마음이라면 기쁜 일이고, 만약 반대라면 북명왕이 송석석까지 속이는 것이니 부부가 한마음 한 뜻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느냐? 그럼 송석석은 여전히 날 위해 충성을 다 하겠지.”오 대반이 대답했다.“폐하의 말씀에 일리가 있습니다.”“북명왕과 아무 다툼도 없었던 시절을 생각하니 내심 그땐 정말 기뻤다는 후회가 든단다.”숙청제는 기침을 몇 번 하더니 찻잔을 들고 차를 한 모금 더 마셨다. 하지만 물을 삼키
하지만 란주는 결국 대황자를 만나지 못하고, 자안궁 사람들에게 대황자가 천자문을 베끼고 있다는 말만 들었다. 태후가 아무도 대황자를 방해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란주는 대황자가 책 베끼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가 어떻게 순순히 말을 듣는지 궁금했지만, 자안궁의 소식은 알아내기 쉽지 않았고 돈으로도 소용없었다. 하도 규칙이 많은 곳이라 그녀는 한참 끈질기게 조르고 나서야 겨우 한 마디 얻었다. 태후께서 명령을 내린 것이라며 오늘 다 베껴야 밥을 먹을 수 있다고 했다.그러자 란주가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대황자께서 자안궁에 들어간 후 줄곧 식사를 하지 않으셨다는 말입니까?”‘대황자께서는 날이 밝기도 전에 일어나 아침도 먹지 않고 바로 금화전으로 가셨는데,지금까지도 아직 밥을 드시지 않았다니…’하지만 란주의 말에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그녀는 밖에서 한참 서 있다가 결국 장춘궁으로 돌아가 이 사실을 보고하기로 했다.황후는 자안궁에서 대황자에게 밥도 주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파 주먹을 꽉 쥐고 토로했다.“아무리 그래도 친손자인데 어찌 이리도 모질 수 있단 말인가? 안 되겠어. 내가 자안궁으로 가서 그를 데려와야겠다! 그가 언제 이런 고생을 한 적 있겠느냐.”그러자 란주는 급히 가로막았다.“마마께서는 아직 근신 중이시니 가실 수 없습니다. 다시 황제폐하의 화를 돋우시면 근신 기간이 언제 끝날지도 모릅니다.”황후는 결국 눈물을 흘리며 분통을 터뜨렸다.“나보고 대황자가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을 보고만 있으란 말이냐?”란주가 황후에게 말했다.“마마께서도 이전에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대황자는 태후의 친손자이니 태후께서도 분명 마음이 아프실 겁니다. 제가 보기엔 태후께서 대황자를 진보하게 하기 위해서 그러시는 것 같습니다. 누가 알겠습니까? 태후의 가르침으로 인해 대황자께서 환골탈태하게 될 수도 있다는걸.”황후의 표정이 살짝 풀린 것을 본 란주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황제폐하께
한편, 평서백부에서 왕준은 경조부에 찾아가기 전에 가족들을 전부 모아 최악의 결과를 알렸다. 큰 적을 앞두고 원수가 도망을 쳐 군심을 흔들어 온갖 소문이 돌았다는 것이다. 이번 전투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평서백부를 기다리는 건 가문을 멸족당하는 죄가 될 것이다. 설령 승리를 한다고 해도 작위와 가문을 빼앗기고 유배를 당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하마터면 놀라 정신을 읽을 뻔한 노부인은 결국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담담한 눈빛으로 최 씨를 바라보며 그녀가 다시 입을 열기만을 기다렸다. 예전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가 먼저 바쁘게 움직였기에, 최 씨에게 희망을 걸기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최 씨는 침묵했다. 게다가 그녀의 표정엔 의아함이 하나도 없었고 마치 예상했던 일이란 듯 덤덤한 모습이었다. 그렂 노부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방법이 없다는 것이냐? 너 북명왕비와 친하지 않느냐? 그러니 어서 가서 그녀에게 도움을 청해보거라. 아직 희망이 있을지 모르지 않느냐?” 그러자 최 씨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번엔 누구에게 부탁해도 소용없어요. 우린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어요.” “왜 방법이 없다는 것이냐?” 노부인은 놀라서 심장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어찌 계속 방법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냐? 어서 가서 물어보거라!” 이때 왕준이 울적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머니, 형수님 말씀이 다 맞습니다. 지금은 누구에게 부탁해도 소용이 없어요. 우리 가문은 이제 끝입니다…” “말도 안 된다…!” 노부인의 숨결은 점점 흐려졌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가슴을 움켜쥐며 말했다. “왕표가 남강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지키며 고생을 했는데 어찌 공이 조금도 없단 말이냐?” “정말… 없습니다.” 최 씨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지만, 자신의 시어머니가 충격을 금치 못하는 모습을 보자, 자신의 아들딸을 생각나 목구멍이 점점 쓰라렸다. “그는 남강에 살면서 한 번도 고생한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진성에 있을 때보다 더 잘 살았지요.
감옥이 대리사에 위치했긴 하지만 대리사에서 관리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감옥에 갇힌 죄인들 대다수가 중죄범자거나 황제의 친인척, 혹은 조정의 중요 대신들인데, 감옥에 가둔다는 건 그만큼 죄명이 무겁다는 뜻이기 때문에 감옥에서 멀쩡하게 살아나갈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유배되어 버린 최씨는 이제 목숨만을 부지할 수 있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전에 아들 현이를 몽둥이에게 보내 무술을 배우게 한 것도 이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몸이 건강하고 튼튼해야 최소한 유배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고, 대사령이 반포될 때까지 버티다가 진성으로 돌아갈 수 있다.최씨는 이후의 계획을 다 짜놨기에 살아남기만 하면 되었다.한편, 왕청여는 자신의 처소에서 잘 살고 있다가 갑자기 경조부 사람에게 잡혀와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왕청여는 감옥에 갇혀서도 여전히 멍한 표정이었으며, 평서백부 노부인이 한걸음에 달려가 왕청여를 품에 안고 엉엉 울자 그제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우리가 왜 이곳에 잡혀온 거죠?”하지만 노부인은 그저 눈물만 흘릴 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고 왕청여는 갇혀 있는 가족들을 쓱 훑어보다가 점점 불안해지는 마음을 부여잡은 채 목청 높여 말을 이어갔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냔 말입니까?! 저 사람들은 나를 이곳에 잡아오면서 내가 대체 무슨 죄를 지었는지도 얘기해주지 않았습니다. 둘째 오라버니와 조카는 어디에 있죠?”최씨가 왕지아를 품에 안은 채 구석에 앉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아가씨, 둘째 오라버니와 현이는 반대편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남녀를 따로 가두거든요.”“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왕청여는 자신의 가족 전체가 감옥에 갇힌 사실을 알고는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그럼 이제 아무도 구해줄 사람이 없다는 뜻이잖아…?’바로 그대 너무 울어서 눈이 퉁퉁 부은 남희가 훌쩍거리며 말했다.“아가씨, 큰 오라버니께서 전쟁을 치르기 전에 야반 도주하신 탓에 폐하께서 저희 가족 모두
한편, 황실로 돌아온 송석석은 평서백부 일가족 모두 감옥에 갇혔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는데, 사실 그녀는 방금 전 궁에 있을 때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혹은 조금 더 일찍, 왕표가 야반 도주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훗날 이런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황제가 평서백부 사람들을 감옥에 가둔 이유는 아마 두 가지일 것이다. 첫 번째는, 왕표의 죄가 이미 일가족 전부에게 연대 책임이 생길 정도로 크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왕표가 스스로 나타나 죄를 인정하고 벌을 받길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니 작위를 없애고 가문 전체를 몰수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이렇게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높은 작위로 계속 부귀영화를 누리며 안일한 삶을 살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송석석도 황제가 앞으로 이 일을 어떻게 처치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한편, 왕이장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여기저기 돌아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모두 권위가 높은 세가들이 아닌 평민 백성들 뿐이었다.선견지명이 있는 최씨는 큰돈을 들여 성 외에 죽을 파는 점포를 차려 상황이 어려운 백성들을 도와줬을 뿐만 아니라 중병에 걸린 사람들을 최선을 다해 치료해주까지 했었다.하지만 노부인과 왕청여는 최씨가 하는 일에 극성으로 반대했으며 최씨가 큰돈을 낭비해가면서 자신의 명예를 쌓고 있는 거라고 비판했다.그렇기에 지금, 최씨를 도울 수 있는 건 딱 두 가지 방법 뿐이었다. 남강이 전쟁에서 대승을 거두거나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일어나 최씨를 위해 황제에게 선처를 부탁하면 된다. 최씨와 왕표는 엄연히 다른 사람이기에 최씨를 위하는 것과 왕표를 위한 것도 엄연히 다른 것이다.왕이장은 이내 사람을 시켜 왕표가 정실을 버리고 첩과 첩이 낳은 딸만 데리고 야반 도주한 사실을 널리 퍼트렸으며, 그가 나라를 버린 죄인으로 황제 폐하께 죄를 지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부인과 아이들에게도 큰 죄를 지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또한, 백성들에게 최씨가 부군에게 버림받은 불쌍한 여
다음날 조정에서 허 어사는 어제 자신이 조사한 사실을 황제 폐하에게 전달했고, 곁에 서있던 목 승상도 고개를 끄덕이며 최씨를 칭찬했다.“최씨가 성 외에 점포를 차려 선행을 하고 있다는 건 저도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혼인을 한 여인이 저택 안에 갇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어 있지만 최씨는 초심을 잃지 않고 선행으로 덕을 쌓고 있었습니다. 이는 충분히 널리 선양할 일이고 백성들의 본보기가 될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렇게 선하고 박애한 여인이 자신의 부군이 저지른 죄 때문에 감옥에서 어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제 상서도 말을 보탰다.“요 며칠동안 백성들도 전부 이 일에 대해서만 수군거리고 있습니다. 다들 최씨는 억울하다고 자발적으로 외치고 있습니다. 폐하, 조심스럽게 소인의 생각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왕표 그자가 죽을 죄를 지은 건 사실이고 그 죄가 일가족에게 연대 책임이 생길만큼 중한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작위도 폐위했고 가문 전부를 몰수했으니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폐하께서 자비를 베풀어 그 가문 일가족들에게 약한 벌을 내리시길 부탁드립니다.”숙청제는 왕표의 가족들을 이용하여 왕표가 스스로 나타나 죄를 인정하길 바라기에 일가족들을 절대 풀어줄 수도, 약하게 처벌할 수도 없었다.“그건 짐이 알아서 할 것이오. 공문서를 보내 왕표를 체포하고, 만약 스스로 나타나 죄를 인정한다면 일가족들은 엄하게 벌하지 않겠다는 방문을 붙이게.”최씨의 선행은 백성들에게 본보기가 될만한 행동이었기에 숙청제도 인정하는 부분이었다.“어명을 받들겠습니다!”공양이 나서서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한편, 송석석은 아직 관직을 회복하지 못했기에 여전히 휴가를 보내고 있는 상태였는데, 이는 되레 그녀에게 여기저기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편리를 주었다.그리고 황제의 어명은 이내 남강에 전해졌다. 남강군들이 이미 그에 대한 믿음이 강한 상태에 어명이 내려왔으니 더욱 자신감 있는 태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병부에서는 새로 양산한 육안통을 남강
복소의의 태는 안정적이었기에, 태의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겨울이 지나면서 태가 점점 불안정해져, 두 번의 출혈을 경험했다. 금태의는 그녀의 태를 지키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그 덕분에 그녀는 겨우 안정을 찾을 수 있었지만 계속해서 침상에 누워 있어야 했기에 바닥에 내려갈 수가 없었다.갑자기 이런 상황이 발생하자, 태의는 신중히 식단과 궁에서 사용하는 모든 것들을 점검했다. 하지만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아마 황제가 장기간 약을 복용한 탓에 태아가 불안정해진 것일 가능성이 있었다. 숙청제는 그녀의 태에 매우 긴장하고 있었다. 숙청제는 그녀가 침상에서 요양을 시작한 후 거의 이틀에 한 번씩 그녀를 보러 갔으며, 가끔은 같이 식사를 하기도 했다.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는 수빈의 궁에 자주 가지 않았고, 삼황자를 어서방에 불러 들이지도 않았다.덕비는 후궁을 관리하는 일을 맡고 있었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이황자와 함께 복소의를 보러 갔고, 이로 인해 황제와 함께 몇 번의 식사를 함께했다.복소의는 첩여 시절 후궁에서 자신이 의지할 사람을 찾으려 했고, 비밀리에 수빈과 덕비에게 아첨하며 양쪽을 오갔다. 하지만 수빈은 늘 거만하게 행동했으며, 그녀가 한때 황제의 총애를 얻었기도 했기에, 복소의는 수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반면 덕비는 후궁에서 유명한 온화하고 자애로운 인물로,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며 위치가 낮은 여인들까지 보살펴 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복소의는 점차 덕비에게 더 접근했지만 지금은 조금 고심했다. 황제가 그녀에게 올 때, 덕비가 여러 번 이황자를 데리고 왔고, 그 목적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수빈의 성격에 이런 일을 할 리가 없었기에, 그녀는 오히려 수빈의 도도함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결국 불만을 마음속으로에만 토로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덕비는 후궁을 관리하는 권한이 있기에 그녀를 적대할 수도 없었다. 이러한 날들이 지속되자, 그녀는 덕비가 오지 않
후궁에서는 황제의 병에 대해 추측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지금 복소의가 임신을 했다고는 하지만, 단신의가 궁에 들어와 치료하고 있다는 사실은 황제의 몸이 단순히 요양을 하면 괜찮아질 상태가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황제의 편애가 계속될수록 몇몇 사람들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특히 황후는 더욱 불안해했다. 그녀는 황제의 병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지금 단신의가 궁에 들어와 치료하고 있지만 치료의 효과는 확실하지 않다고 생각해, 그녀는 황제가 심각한 상태라고 여겼다. 황후는 복소의의 임신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아이의 성별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을 뿐더러, 설령 황자가 태어난다고 해도 그에게 까지 순서가 올 리 없었다. 그러나 삼황자에게 집중된 황제의 편애는 그녀에게 위기의식을 가져다 주었던 것이다.황제는 그녀에게 선택권을 주었을 때 그녀는 황후 자리를 선택하며 생명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며칠의 시간을 보내자, 황후는 황제가 대황자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요즘 대황자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며, 태부와 황숙도 그를 칭찬하고 있었다. 황제도 대황자의 그러한 모습에 매우 만족해 한다고 전해 들었다.이황자와 삼황자는 그녀에게 모두 위협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황후는 황제가 이황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여겼다.최근 몇 달 동안 그녀는 거의 이황자를 본 적이 없었고, 또한 이황자가 이제는 예전처럼 열정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후는 강력한 뒷배경이 없는 덕비가 여전히 유력하지 않다고 여겼지만 수빈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수빈의 아버지는 형부상서이며, 사여묵과 같은 공문이었다. 공무의 일이든 사적인 일이든 접촉이 분명 많았을 것이고, 수빈의 어머니인 이씨 부인은 송석석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공방에 많은 돈을 기부했다. 어쩌면 이미 그녀를 손에 넣었을지도 모른다.“마마, 오늘 대황자께서 또 왕야의 칭찬을 받으셨습니다.”란주 상궁이 들어오며 웃으며 말했다.황후는 별다른 감정을 보이
숙청제는 신하들을 어서방에 불러들였고, 그들은 밤늦게까지 논의했다. 논의는 결국 단신의가 들어가서 시간이 많이 늦었음을 알리며 중단을 요청할 때까지 지속되었다. 숙청제는 팔을 뻗고 웃으면서 말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다니. 그럼 궁문도 이제 잠가야겠으니 다들 돌아가시게.”그는 여전히 기운이 넘쳤고, 특히 지금은 얼굴에 혈색이 돌아 병든 사람 같지 않아 보였다.송석석은 논의 중이던 사여묵을 기다렸다. 그들은 함께 궁을 떠나 황실로 돌아갔다. 매우 피곤했던 그녀는 사여묵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마차가 황실 문 앞에 도착하자 사여묵은 그녀를 안아 들었다. 송석석은 그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내려오기 귀찮았기에 그대로 안겨 있었다. 그의 넓고 따뜻한 품은 정말 편안했다.그와 떨어져 있던 세 달 동안 그녀는 성릉관에서만 편히 잠을 청할 수 있었으며, 그 외의 곳에서는 늘 경계하며 지냈다. 이제 집에 돌아오니 자연스럽게 긴장이 풀렸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불안함을 느꼈다. 무언가 뜨겁고 큰 손이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단 백부 말씀을 잊으셨나요?”귓가에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 백부가 이제 괜찮다고 말씀하셨소.”송석석은 감고있던 눈을 떠, 뜨겁고 열정적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마주하며 물었다.“정말인가요?”“틀림 없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입술이 덮였다.불꽃이 강렬하게 타올왔다. 침실의 온도마저 높아진 듯 했다.두 사람은 뜨겁게 사랑했다.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기에 마치 새롭게 결혼한 듯한 기분이었다!한 달 후, 상국은 시박사를 설립할 예정이었다. 이는 상국과 해외 북당과의 화물 교류를 담당할 기관이었다.원래의 시역업도 시박사의 운영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며, 상국에서 다른 국가에 판매할 수 있는 화물 목록을 정리하여 서경으로 사신을 파견해 화물 교환 협정을 체결할 것이다.이 한 달 동안 단신의는 약을
10월 15일, 사절단은 드디어 진성에 도착했다.현갑군은 그 자리에서 먼저 해산했고, 이덕회와 홍려사경은 궁에 들어가 황제를 뵈러 갔다. 그동안 몸이 약해져 혼자서는 거동할 수 없었던 진왕은 이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자신도 궁에 가겠다고 말했다.송석석은 이미 성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여묵에게 인도되어 황실로 돌아갔다.그동안 사여묵은 매일같이 성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렸고, 때로는 낮잠시간에 직접 가서 기다리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이 되어서야, 드디어 기다리던 그녀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이덕회와 그들이 궁에서 황제에게 보고할 때, 송석석은 이미 태비께 인사를 드린 후였다.혜 태비는 송석석이 피곤해 보이자, 가서 씻고 옷을 갈아입으라고 말했다.송석석은 사여묵과 함께 나와서 매화원으로 돌아갔다.목욕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을 때, 송석석의 입술이 어쩐지 조금 부풀어 있었다. 서주는 깜짝 놀라 왕야를 바라보았다. 왕비가 목욕하는데 왕야께서 꼭 직접 모셔야 한다며 들어가더니, 보아하니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것이 틀림없었다.서방에서는 염선생과 심청화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송석석은 그들에게 서경에서의 일들을 말해주었다. 협상 결과는 그들이 이미 알고 있었기에, 송석석은 길에서 일어난 암살 시도, 원신제의 곤경, 그리고 북당의 안풍친왕이 말한 3년과 5년의 기한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다.사여묵은 두려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었는데, 서경이 그렇게 혼란스러웠음에도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았음에 안도하며 다행이라 여겼다.안풍친왕이 성릉관을 자유롭게 오고 간 것과 그가 말한 3년, 5년 기한에 대해서, 심청화는 사부에게 편지를 보내면 알 수 있을 거라 말했다. 사부는 그들을 잘 알기 때문에 그 말의 숨은 의미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었다.이야기를 마친 후, 사여묵은 송석석이 휴식을 취하게 하기 위해, 송석석에게 더 이상 질문하지 못하게 그들을 막았다. 그는 오후에 휴가를 내어 일을 쉬려고 했지만, 황제가 사람을 보내 궁에 오라고 일렀다.송석석
성릉관에서 다섯 날을 지낸 진왕은 어느 정도 몸이 회복이 되었다.그가 회복되었다는 것은 이제 다시 진성으로 향해야 함을 의미했다.이별은 너무나 아쉬웠지만, 송석석은 눈물을 삼키며 그저 작별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소 대장군 앞에서 여러 번 절을 했는데, 그로 인해 소 대장군도 눈물이 거의 터져 나올 뻔했다.이덕회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바로 소 대장군이었다. 소 대장군은 상국을 위해 수십 년 동안 성릉관을 지킨 노장이었기 때문이다.송석석은 눈물을 삼켰지만, 그는 얼굴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 평생 다시는 그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이미 노령에 접어든 듯, 이전에 만났을 때보다 훨씬 더 노쇠해 보였다. 설령 황제가 그를 진성으로 돌아가게 허락한다 할지라도, 긴 여정과 고된 일정을 고려했을 때 소씨 가문 사람들이 그를 돌아가지 못하게 할 수도 있었다.소 대장군은 이덕회와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그러자 이덕회는 더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외숙모 남씨는 회 왕비에 관한 질문을 하지 않았었다가 이별을 앞두고서야 송석석을 옆으로 데려와 그녀의 상황을 물었다.송석석은 회 왕비가 지금 감옥에 있다는 사실과 란이가 그녀를 위해 손을 써주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힘든 상황은 아닐 거라며, 혹시 태자가 세워지면 대사면이 내려져 그녀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남씨는 살짝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외조부께서 말씀하시지는 않으셨지만, 엄청 신경 쓰고 계실 거다. 세상에 정말로 모진 부모는 드무니까. 네 외조부는 모진 분이 아니시다. 그때 그녀가 란이에게 그렇게 까지 모질게 대했던 게 안타깝다. 란이가 여전히 그녀를 돌보아야 하다니."송석석이 말했다. "걱정 마세요. 란이는 지금 편안하고 자유롭게 지내고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더 잘 지낼 거예요.""그렇지. 분명히 잘 지낼 거야." 남씨는 아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송석석을 바라보다가, 이내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귀환길에 오를 무렵, 이미 9월 초가 되어, 날씨는 더 이상 뜨겁지 않았으며, 오히려 약간 선선했다.수란키는 직접 군대를 이끌고 나와 그들을 녹분성까지 배웅했다.이번 귀향길에서는 암살 시도가 없었기에 매우 순조로웠다.이들은 끝없이 이어지는 산을 넘어가 상국의 경계에 들어섰다.소 대장군에게 사전에 도착 예정일을 알리지 않았기에 아무도 마중을 나오지 않을 줄 알았지만, 상국의 경계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전북망이 이끄는 소씨 가문 군대와 마주했다.무사히 돌아온 그들을 보자, 전북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없이 말을 몰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는 말에서 내려 진왕과 이덕회를 비롯한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왕야와 이상서, 그리고 여러 대감님들, 소 대장군께서 저를 시켜 이곳에서 여러분을 맞이하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성릉관까지 호위하겠습니다."그러자 이덕회가 호기심에 차서 물었다. "대장군께서는 우리가 오늘 돌아올 것을 어떻게 아신 것입니까?"전북망이 대답했다. "대장군께서는 모르셨습니다. 매일 여기서 기다리라고 명하셔서 계속 기다린 것입니다.""그렇군요." 이덕회는 소 대장군의 매우 신중함에 감탄했다. 진왕은 오는 동안 몸이 좋지 않았다. 그는 마차의 발을 올리고 한 번 쓱 둘러보았다. 자신이 상국에 돌아온 것을 확인하자, 그는 그제서야 기운을 조금 차리며 말했다. "빨리 출발하게.""예!" 전북망은 재빨리 대답하고 말에 올라 선두를 이끌었다.시만자는 그가 한 손으로 능숙하게 말을 다루는 모습을 보며, 그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말의 고삐를 잡고 송석석에게 말했다. "이 사람 나쁘지 않네. 어머니께서 그 당시 사람을 잘못 본 것이 아니었나봐. 마음을 예측하기 어렵긴 하지만..."송석석은 시만자가 전북망을 칭찬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사실 시만자는 여전히 전북망에 대한 모친의 기대를 저버린 것을 항상 마음에 두고 있었기에, 이 말을 함으로써 모두 안심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송석석은 아무 말도 하
안풍친왕이 말했다."이번 여정은 서경과 상국을 위한 것이지만, 북당을 위한 것이기도 하니 감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국가 간의 교류는 언제나 이익을 우선으로 하니까요. 개인적인 인연이 있을 때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죠."송석석은 깨달음을 얻은 동시에 궁금한 점이 있어 물었다."혹시 제 사부 임양운을 아십니까?"안풍친왕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알지요. 그는 북당에 와서 제 채성루에서 잠시 머문 적이 있습니다. 제 호위 지휘사인 흑영위가 당신의 사부와 매우 친한 사이입니다. 그들은 자주 함께 술을 마셨죠.""그렇군요." 송석석은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 중 어떤 사람이 흑영위 선배인지는 모르겠지만, 만날 수 없다면 정말 아쉬운 일이었다.안풍친왕은 이내 그녀의 마음을 눈치 챘는지 웃으며 말했다.“우리 북당은 3년 혹은 5년 후에 상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그때 흑영위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송석석이 막 감사의 말을 하려는데, 시만자가 말했다."왜 3년 혹은 5년 후인가요? 좀 더 일찍 갈 수 없나요? 왕야와 왕비께서 가시는 걸 기대하고 있습니다."안풍친왕은 미소를 지으며 깊은 뜻이 담긴 말을 했다."지금은 아직 그때가 아닙니다."그들이 말하지 않으니 더 이상 물어보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옆에서 조용히 앉아 있던 안풍왕비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으며, 그저 눈앞의 간식들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아무것도 특별할 것 없는 설탕절임과 육포였지만, 그녀는 그것을 매우 맛있게 먹었다.송석석은 탁자 아래에서 그들이 손을 서로 맞잡고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의 사랑이 누구보다 깊다는 것을 느꼈다.두 나라 간의 교류에 대해 더 얘기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들은 잠시 가볍게 잡담만 나눈 뒤 그들을 보내주었다. 떠나기 전에 안풍친왕비가 먼저 입을 열었다.“송대감, 시 소저, 4년 후에 상국에서 뵙겠습니다."송석석은 급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네. 왕야와 왕비께서는 반드시 오셔야 합니다."그들이 떠난 후, 별관 문이 닫혔다.송석석과 시만자
이틀 동안 돌아본 후, 수란키가 송석석에게 말했다. "귀국에 단신의라는 신의가 계십니다. 그분이 만든 단설환의 한 가지 재료인 설연화가 귀국에서 생산량이 매우 적다고 알고있습니다. 남강에 있기는 하지만, 설산 정상에 자생하고 있어 채집하기 매우 어려우며, 또한 드뭅니다. 하지만 저희 쪽에서는 설연화가 그리 희귀한 것이 아닙니다. 고산지대 어디에서나 볼 수 있지요. 그가 사용하는 설연화는 모두 서경 약장수에게 몰래 사서 쓰는 것으로, 가격이 매우 비쌉니다. 그 가격으로 단설환을 팔면, 한 알을 팔아서 한 알을 잃는 셈입니다."송석석은 단설환이 부족한 이유가 일부 약재를 구할 수 없기 때문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단 백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약재가 부족하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서경과 상국은 그동안 무역을 하지 않았고, 특히 약재는 더 조심스럽게 다뤄졌기 때문에 그가 서경 사람에게 약재를 산 것을 비밀로 한 이유가 이해가 됐다.수란키와 원신제는 한 마음으로 이렇게 세세하게 조사를 진행했으며, 두 나라 간에 상호 교역을 이루려는 계획이 이미 있었을 것이다. 안풍친왕을 불러들인 것도 이 일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단설환은 생명 구제용 약이라, 만약 약재만 부족하지 않다면 평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어 실로 민생에 큰 이익이 된다. 송석석은 그들이 지나쳤던 약재 시장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럼 왜 약재 시장에서는 설연화를 본 적이 없죠?" 수란키가 웃으며 답했다. "그건 당연합니다. 우리 서경에서 설연화가 많이 자생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희귀한 재료입니다.고산지대를 올라가야만 채집할 수 있기에 위험하기도 하지요. 게다가 약효가 뛰어나지 않습니까. 심장을 강하게 하고 통증을 멈추는 효과가 있어, 시장에서 거래되는 법이 없습니다. 송대감께서 믿지 못하신다면, 제가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서 설연화 한 바구니를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그것을 상국으로 가져가서 단신의께 검증받으시면 됩니다."그는 말을 마친 후 시 사람을 시켜 설연화 한 바구니를 가
그가 앉은 자리는 북당이 이번 협상에서 취한 입장을 대표했다.그는 중립의 위치에 있었다. 송석석은 다시 한 번 국가가 강성한 것이 정말 좋다며 감탄했다. 협상의 처음 부분은 조금 지루했다. 양쪽 모두 똑같은 말을 반복하며 강조하였고, 양쪽의 역관들이 그것을 전달하며, 모두 역사적 문제를 강조했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처음부터 양보를 한다면 계속해서 양보하게 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따라서 첫 번째 협상에서는 아무런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서로의 한계를 시험하는 데 그쳤다. 다음 날, 바로 두 번째 협상이 시작되었다. 역시 초반에는 전날처럼 양쪽에서 강조하는 말들이 오갔다.그러다가 잠시 후, 안풍친왕이 먼저 말을 꺼냈다. "이렇게 계속해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두 나라의 국경 문제는 이미 수십 년간 지속되어 왔고, 이것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우선 국경 문제는 잠시 제쳐두고, 본왕은 두 나라가 서로 친선을 맺고, 서로 침범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의 말에, 모두 두 나라가 더 이상 분쟁을 일으키지 않기를 바란다며 긍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안풍친왕은 한 장의 목록을 꺼냈다. 그 목록에는 양국의 상품들이 나열되어 있었고, 그 중에는 곡물, 가축, 비단, 직물, 수공예품, 찻잎, 모피, 도자기, 종이, 벼루, 각자의 나라에서만 자생하는 약초, 향료, 청염, 철광, 옥석 광물 등이 있었다. 양쪽은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처음의 긴장감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막대한 이익 앞에서, 어떤 일들은 협상이 가능했다. 협상이 되지 않으면 잠시 미룰 수도 있었다. 수년간의 전쟁은 두 국가의 국고를 이미 소진시켰기에 양쪽 모두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었다. 북당의 발전 경험에 따르면, 농업을 중시하고 상업을 억제하는 것은 뒤처진 생각이며, 농업과 상업을 동시에 중시하는 것이 살길이었다. 상업세 또한 매우 높았다. 안풍친왕의 이 목록 덕분에 두 나라는 국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