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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4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5-01-08 20:00:00
사여묵은 원래 누군가가 연왕의 배후에서 조종을 한다고 여겼지만 목종욱이 함부로 추측할까 봐 말을 하지 않았다.

“처음엔 실증도 없었으니 연왕을 죽였다면 황제는 황숙을 이유 없이 죽인 혼군이라는 말을 들을 것이 아닌가? 그럼 그들이 반란을 일으킬 구실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지. 반란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니 그의 세력이 이 정도까지 확장되었으니 누군가 깃발을 들것이다. 그를 연주로 보낸 이유는 그가 애초에 사온이 접촉했던 인맥과 다시 연루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야.”

그러자 목종욱이 말했다.

“그런 것이군요.”

“내 추측이 맞다면 그들이 거사를 일으키려 한다면 분명 각지에서 트집을 찾아 봉기를 일으킬 것이니 조심해야 하네. 특히 강남은 우리 상국의 공창과 상회의 땅이니 그곳을 빼앗긴다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사여묵이 재차 당부하자 목종욱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목숨을 걸고라도 그들이 강남을 차지하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모두 인계한 후 사여묵도 진성으로 떠나는 길에 올랐다. 그는 지금 조금도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사청엽이 진성으로 압송되었다. 그는 평생 체면에 신경을 썼는데 이젠 호위가 앞뒤 좌우에서 호송하는 건 흔치 않으니 이번 생에 소원을 이룬 셈이었다.

중간에 휴식할 때 송석석은 강철 바늘을 팔찌에 넣었다. 사병을 소탕할 때 팔찌의 강철 바늘을 다 썼는데 정말 사용하기 편리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이런 산악전에서는 적이 분산되어 있어서 일단 발견하면 강철 바늘이 멀리까지 쏠 수 있어서 경공을 펼치지 않아도 되었다.

다만 그녀가 산에서 몇 번 넘어져서 팔찌가 약간 변형해서 사여묵이 역관에게 공구를 빌려 수리해 주었다.

복구하지 않으면 각도에 문제가 생겨 정확하게 발사할 수 없을 것이었다.

그들이 진성으로 돌아갈 때 남강에 있던 전북망도 마침내 성릉관에 도착했다.

왕표가 특별히 그들 몇 명을 성릉관으로 보내 소대장군에게 생신 선물을 주겠다고 했다.

전북망을 따라갔던 세 사람은 모두 전북망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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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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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화

    전북망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왜 어려운 길을 자처하시오? 이 혼인은 폐하의 어명이오. 더군다나 이방이 들어온다고 한들, 서로 다른 별채에 머물 텐데, 뭐가 걱정이오? 이방은 안살림에 관심이 없소. 또한 그대의 권한을 빼앗는 일도 없을 것이오. 그대가 중요시 여기는 것들, 이방에겐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걸 모르겠소?”“권한이요? 제가 겨우 그런 것 때문에 이러시는 줄 아십니까?”송석석이 반문했다. 장군부(將軍府: 장군의 집) 살림이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노부인한테 들어가는 약값만 해도 매달 수십 냥(两: 화폐 단위)이었고, 그 외 사람들한테 들어가는 생활비도 만만치 않았다. 만약 그녀가 들고 온 지참금이 아니었다면, 이 집안은 진작에 파산했을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헌신한 대가가 겨우 이거라니, 정말 황당했다.반면, 전북망도 점점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었다.“됐소. 더 말하지 않겠소. 본래 통보만 하면 되는 일이었고, 그대가 허락하든 하지 않든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오.”그 말을 끝으로 전북망은 소매를 털며 자리를 떠났다. 송석석은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아가씨.”보주(寶珠)가 옆에서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장군님도 참 너무하세요.”“됐어, 이렇게 된 이상 움직이자.”송석석이 차갑게 눈빛을 굳히며 보주를 쳐다보았다.“첫날밤도 치르지 못했는데,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다고 볼 수도 없지. 일단 가서 내가 이 집안에 들어올 때 들고 온 지참금 목록을 가지고 와 봐.”“지참금 목록은 왜요?”보주가 물었다. 그러자 송석석이 그녀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툭 치며 답했다.“바보야. 계속 이 집에 머물 거야?”그러자 보주가 이마를 감싸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이 혼사는 부인께서 아가씨를 위해 직접 예비하신 거잖아요. 어르신도 살아계실 때, 얼마나 아가씨가 잘 살길 바라셨는데요.”부모님의 얘기가 나오자 송석석의 눈가가 촉촉해졌다.송석석의 부모님은 참 금슬이 좋았다. 그녀를 포함해 자식이 여섯이나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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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화

    보주가 지참금 목록을 가져오며 말했다.“근 1년 동안, 아가씨께서 이 집안 살림에 보탠다고 사용한 화폐만 해도 6천 냥이 넘어요. 그래도 다행히 상점과 주택, 장원은 그대로예요. 또한 부인께서 남겨주신 예금 증서와 집문서, 땅문서도 그대로 상자에 담겨 있어요.”“알겠어.”송석석은 목록을 보며 전에 어머니가 준 지참금을 떠올렸다. 그녀의 어머니는 혹시라도 딸이 시집에서 고생할까 봐 참 많은 지참금을 챙겨줬었다. 정말 그리움이 사무쳤다. 옆에 있던 보주도 그녀의 기분에 공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이곳을 나간다면 저희는 어디로 갑니까? 진북후부, 아니면 매산입니까?”송석석은 아직도 그 처참했던 진북후부의 현장이 생생했다. 참을 수 없는 슬픔이 가슴속에서 밀려 나왔다.“어디로 가든 여기 있는 것보다는 낫겠지.”“아가씨, 이대로 떠나면 진짜 후회 안 하시겠어요?”송석석이 담담히 답했다.“후회할 게 뭐 있어. 내가 떠나지 않으면 평생 이들 사이에 괴롭게 살아야 할 텐데. 보주, 우리 집엔 이제 나밖에 없어. 내가 잘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 우리 가족들도 저승에서 마음 편히 쉬지.”“아가씨!”보주가 기어이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녀는 송석석과 마찬가지로 진북후부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었다. 송석석의 가족들이 몰살당할 때, 보주의 가족들도 함께 희생되었다.장군부를 떠나게 되더라도, 진북후부로 돌아가는 건 편치 않았다. 그곳은 두 사람 모두에게 큰 아픔이었다.“아가씨, 정말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송석석이 한층 깊어진 눈동자로 답했다.“있기는 하지. 폐하께 아뢰어 그동안 아버지와 오라버니들이 이룬 공로를 명목으로 교지를 철회해 달라고 요청해 봐야지. 통하지 않는다면, 금란전(金鑾殿: 황제의 궁) 벽에 확 머리 박고 죽어버리겠다고 협박도 해보고.”보주가 놀라 송석석의 다리를 부여잡았다.“아가씨, 그건 절대로 아니될 말입니다!”송석석이 냉철히 눈을 빛내며 나지막이 웃었다.“농담이야. 설마 내가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할까? 교지를 철회해주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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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4화

    노부인이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이제 겨우 한 번 만나봤을 뿐인데, 함부로 판단하고 싶지는 않구나. 그리고 어차피 폐하께서 정하신 혼사, 무를 수는 없잖니. 앞으로 두 사람은 밖에서 나랏일을 하고, 너는 내실 관리하면서 함께 영광을 누리는 것도 나쁘지 않잖니.”“나쁘지 않죠.”송석석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다만 명색이 장군님이신데, 첩으로 들어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옵니다.”노부인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그게 무슨 말이니? 폐하께서 하사하신 혼인인데, 어떻게 첩으로 들어오게 할 수가 있겠어. 게다가 그녀는 조정(朝廷)의 대신, 나랏일 하는 관리(官員)다. 그런 분을 어떻게 첩으로 앉힐 수가 있겠니? 당연히 평처로, 본부인과 다를 바가 없는 대우를 받아야지.”송석석이 대답했다.“당연히 본부인과 다를 바가 없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요? 조정에 그런 규칙도 있었습니까?”노부인이 다소 냉담해진 표정으로 다시 말을 꺼냈다.“석석아, 너 마음이 넓은 아이였잖아. 장군부에 시집왔으면, 장군부의 며느리 답게 굴어야지. 병부(兵部: 군사 업무를 담당하는 나라 부서) 심사에서도 이방 장군이 북망보다 더 큰 공을 세웠다는 것이 발표됐어. 너는 그들 부부와 한 마음이 되어 앞으로도 쭉 내실 관리를 해주면 돼. 그럼 언젠가 너에게도 좋은 일이 생기게 될 거야.”송석석이 냉담하게 말했다.“그들 부부와 한 마음이 되라고요? 전 사양하겠습니다.”노부인이 불쾌한 표정으로 물었다.“사양하겠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처음부터 내실 담당은 너였잖니?”송석석이 말했다.“아니죠. 내실 담당은 원래 큰형수님의 소관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큰형수님이 몸이 안 좋으셔서 제가 잠시 돌봤지만, 이젠 괜찮아졌으니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게 맞죠. 내일 장부 맞춰서 인수인계 하도록 하겠습니다.”그러자 큰형수라 불린 여인, 민씨가 다급히 끼어들었다.“나 아직 다 회복 못 했어. 지난 일 년 동안 네가 잘해왔으니, 앞으로 내실 관리는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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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5화

    그녀가 나가고 나자 서로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는 사람들. 그 누구도 송석석이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은 예상치 못했다. 심지어 노부인의 말조차 무시할 줄은 더더욱 몰랐다.“내버려둬. 지까짓게 말을 듣지 않으면 어쩔 테야? 어차피 다른 선택지는 없어.”맞는 말이었다. 그녀는 의지할 친정도 없었으며 장군부 외에 머물 곳도 없었다. 게다가 그들은 송석석을 억압하지도 않았다. 이방이 들어온다고 해도 그녀는 여전히 정실 부인이었다.다음 날 아침, 송석석은 보주를 데리고 진북후부로 돌아갔다. 진북후부는 반년이나 방치되어 있어 곳곳에 먼지가 가득 쌓여 있었다. 심지어 정원은 낙엽이 쌓이다 못해 잡초가 무성히 자라 있었다. 그런 진북후부를 바라보며 송석석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차갑게 식은 할머니와 어머니의 시신, 사방에 뿌려진 피, 도륙된 하인들, 모든 것이 그저 악몽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제 이곳에 돌아와도 그 누구도 그녀를 반겨주지 않았다. 송석석은 보주와 함께 제사 음식을 준비해 가족들의 위패가 놓여 있는 사당(祠堂)으로 향했다. 그런 다음 무릎을 꿇고 고인들을 향해 절을 올렸다. 다시 몸을 일으킨 그녀의 눈빛엔 결연한 결심이 담겨 있었다. “아버지, 어머니, 만약 하늘에서 저를 지켜보고 계신다면, 부디 앞으로 제가 내리게 될 결정을 용서해 주세요. 두 분의 소원대로 시집가 자식도 낳으면서 평온한 삶을 살고 싶었지만, 전북망은 좋은 지아비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보주도 옆에 있고, 꼭 행복하게 살아 갈게요.”옆에 있던 보주도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인사를 마치고, 그녀들은 다시 마차를 타고 황성으로 향했다.정오(正午: 낮 12시), 가을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는 가운데, 송석석과 보주는 궁문 앞에서 미동도 없이 황제의 허락을 기다렸다. 하지만 한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도 두 사람을 불러주지 않았다.보주가 구슬픈 목소리로 말했다.“폐하께서 아가씨의 의도를 알아차리셔서 만나주지 않으시려나 봐요. 어젯밤 저녁도 안 하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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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6화

    송석석은 방에 들어오자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조아렸다. 숙청제는 전북후부를 떠올리며 혼자 남게 된 그녀를 안쓰럽게 바라봤다.“됐다. 고개를 들거라.”하지만 송석석은 더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폐하, 이렇게 갑작스레 찾아오는 것이 무례인 것은 아오나, 달리 선택지가 없어 만남을 청하게 되었사옵니다.”숙청제가 답했다.“교지가 내려진 이상, 번복할 수는 없다.”송석석이 살며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한 번 내려진 교지, 번복하기 어렵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대신 새 교지를 내려주실 것을 간청드리옵니다. 부디 저와 전 장군님의 이혼을 허락해 주시옵소서.”황제가 놀란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이혼? 지금 이혼하길 원한단 말이냐?”황제는 그녀가 혼사 취소가 아닌 이혼을 요구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송석석이 눈물을 억누르며 말을 이었다.“폐하, 이번 혼인이 군공으로 하사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은 제 아비와 오라버니들의 기일입니다. 신녀(臣女)도 저희 가문이 세운 군공을 빌어 이혼 교지를 청하옵니다. 부디 저에게도 은혜를 베풀어 주시옵소서!”숙청제가 머리를 짚으며 말했다.“석석아, 여인이 이혼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느냐?”정말 오랜만에 들어본 친근한 호칭이었다. 황제가 아직 태자였을 적, 매번 진북후부를 방문할 때마다 그녀를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해오곤 했다. 그러나 매산에 올라가게 되면서 다시는 그를 보지 못하게 되었다.“알고 있사옵니다!”송석석이 단호하지만 씁쓸함이 느껴지는 표정으로 답했다.“군자는 다른 사람을 위해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저는 비록 군자는 아니지만, 두 사람이 사랑하는데 방해물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석석아, 전북후부엔 이제 아무도 없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냐? 생각해둔 바가 있느냐?”송석석이 말했다.“안 그래도 오늘 본가에 돌아가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오는 길입니다. 비록 지금은 비어 있지만, 전북후부에 돌아간다면 아들을 입양해 대가 끊기지 않도록 할 생각이옵니다.”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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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7화

    송석석이 떠난 후, 오 대반이 급히 들어오며 말했다.“폐하, 태후마마께서 만남을 요청하셨습니다.”숙청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석석의 일 때문에 걱정되셨나 보구나. 알겠다. 가자.”수강궁(壽康宮: 태후의 궁전) 정원에는 모란꽃이 가득 피어 있었으며, 궁전 외벽은 화려한 장미로 둘러싸여 있었다. 하지만 화사한 궁의 분위기와 달리, 태후는 원형 등받이 의자에 앉아 초췌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태후마마, 절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숙청제가 방으로 들어가며 가볍게 절을 올렸다. 그러자 태후가 주변인들을 물리며 한숨을 내쉬었다.“주상, 어쩌자고 혼사 교지를 허락하셨습니까? 그 결정으로 인해 돌아가신 송 후(侯: 후작 작위)만 우습게 되었습니다. 다른 이들에게도 안 좋은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태후의 목소리가 점점 심각해졌다.“또한 상국(帝國)의 법률에도 어긋나는 일입니다. 조정 관리들은 혼례 후 5년 이내엔 첩을 들이지 못한다고 되어 있지 않습니까? 사실상 5년도 짧습니다. 개인적으로는 40세가 넘어도 자식이 없을 때만 첩을 들이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폐하께서 결혼한 지 1년밖에 안 되는 전북망 장군에게 평처를 들이게 하셨다니, 앞으로 또 같은 사례가 나올까 두렵습니다.”“게다가 전북망 장군은 혼인 당일 첫날밤도 치르지 않고 출정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돌아오자마자 이방 장군과 혼례를 올리려 하다니, 석석이의 처지가 얼마나 우스워질지 생각해 보셨습니까?”태후는 감정이 북받쳐 올랐는지 눈가가 촉촉해졌다.“진북후부에 남은 핏줄이라고는 석석이 밖에 없는데, 왜 이런 취급을 당해야 합니까?”태후와 송석석의 어머니는 어린 시절 친구였다. 그래서 더 송석석의 상황이 안타까웠다.태후의 눈물을 본 숙청제는 죄송스러운 마음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태후마마,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당시 저도 이 교지가 적절치 않다는 걸 느꼈지만, 적군을 물리친 공로가 컸기에 거절하기 어려웠습니다. 전북망은 작정하고 왔는지 모든 것을 사양하고 오직 혼인만을 바랐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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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부인이 바로 그날의 고청우였다. 산후조리를 마친 그녀는 얼굴에 빛이 났고 몸집은 붓기가 하나도 없었으며 여전히 소녀처럼 아름다웠다. 남강에는 모래바람 때문에 겨울엔 아주 추웠지만 그녀의 피부는 기름을 바른 것처럼 부드러워 보였다. 저택의 좋은 물건은 모두 그녀가 사용했다. 매일 낙타젖으로 제비집을 삶고 양젖으로 목욕을 했는데 진성에서 돈이 들어오지 않아도 그녀는 조금도 절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보양을 하니 적어도 왕표의 눈에는 지극히 고귀한 존재로 보였고 그녀의 연약하고 부드러운 손을 잡으면 그의 마음도 나른해지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번 생에 국색천향의 미인, 매력이 있는 미인, 온유한 미인 등 많이 만나보았지만 그중에서도 하필이면 여우 같은 고청우가 그의 마음에 들었다. 방천허마저도 그녀의 신분이 의심스러우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왕표는 그런 말을 듣고 오히려 욕을 하려고 했다. 왜냐하면 고청우는 진작에 자신의 신분을 말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처음엔 이곳에 와서 살 길을 찾고 싶었을 뿐 그에게 몸을 맡기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왕표에게 엄격한 부인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고청우가 왕표를 유혹한 게 아니라 왕표가 끝까지 쫓아가서 같이 살게 된 것이었다. 왕표는 그녀를 갖기 위해 많은 방법을 썼는데 처음엔 그녀를 수양딸로 삼겠다고까지 했었다. 그래서 나중에 그들이 부부가 된 후에도 고청우는 밤에 가끔씩 그를 아버지라고 불렀다. 왕표는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찌릿한 것 같았다.그는 아들이 생긴 데다 아름다운 부인을 보면서 심지어 여생을 남강에서 보내는 것도 행복한 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결코 최 씨에게 부당하게 대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요 몇 년 동안 그녀가 중책을 맡아 집안의 재산을 처리하도록 내버려두었고, 그가 밖에서 군사를 이끌 기에 백작 부인인 그녀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앞으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74화

    사여묵은 원래 누군가가 연왕의 배후에서 조종을 한다고 여겼지만 목종욱이 함부로 추측할까 봐 말을 하지 않았다. “처음엔 실증도 없었으니 연왕을 죽였다면 황제는 황숙을 이유 없이 죽인 혼군이라는 말을 들을 것이 아닌가? 그럼 그들이 반란을 일으킬 구실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지. 반란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니 그의 세력이 이 정도까지 확장되었으니 누군가 깃발을 들것이다. 그를 연주로 보낸 이유는 그가 애초에 사온이 접촉했던 인맥과 다시 연루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야.” 그러자 목종욱이 말했다. “그런 것이군요.” “내 추측이 맞다면 그들이 거사를 일으키려 한다면 분명 각지에서 트집을 찾아 봉기를 일으킬 것이니 조심해야 하네. 특히 강남은 우리 상국의 공창과 상회의 땅이니 그곳을 빼앗긴다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사여묵이 재차 당부하자 목종욱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목숨을 걸고라도 그들이 강남을 차지하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모두 인계한 후 사여묵도 진성으로 떠나는 길에 올랐다. 그는 지금 조금도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사청엽이 진성으로 압송되었다. 그는 평생 체면에 신경을 썼는데 이젠 호위가 앞뒤 좌우에서 호송하는 건 흔치 않으니 이번 생에 소원을 이룬 셈이었다. 중간에 휴식할 때 송석석은 강철 바늘을 팔찌에 넣었다. 사병을 소탕할 때 팔찌의 강철 바늘을 다 썼는데 정말 사용하기 편리하다고 생각했다.특히 이런 산악전에서는 적이 분산되어 있어서 일단 발견하면 강철 바늘이 멀리까지 쏠 수 있어서 경공을 펼치지 않아도 되었다. 다만 그녀가 산에서 몇 번 넘어져서 팔찌가 약간 변형해서 사여묵이 역관에게 공구를 빌려 수리해 주었다. 복구하지 않으면 각도에 문제가 생겨 정확하게 발사할 수 없을 것이었다. 그들이 진성으로 돌아갈 때 남강에 있던 전북망도 마침내 성릉관에 도착했다. 왕표가 특별히 그들 몇 명을 성릉관으로 보내 소대장군에게 생신 선물을 주겠다고 했다. 전북망을 따라갔던 세 사람은 모두 전북망과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73화

    이튿날, 연황실의 사람들은 더욱 많아졌는데, 그중에는 강남에 사는 훈작 가문도 적지 않았다. 원래는 이 훈작 가문들은 태평성대만이 영화를 누릴 수 있기에 정세가 흔들리는 것을 가장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어야 했다. 그러나 한 가문이 수십 년이 지나도록 작위가 공작에서 백작으로 하락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더 이상 작위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여 마음속으로 아주 초조했다. 왜냐하면 그들도 전성기를 누렸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든 가문이 연왕의 진영에 들어온 건 아니었다. 왜냐하면 조용한 나날을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도 연왕의 계략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의 미움도 받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처세술이라고 생각했다. 오늘도 사람들이 모두 오지 않았기 때문에 연왕은 모든 사람이 온 후에 결정을 내리겠다고 일을 다시 뒤로 미루었다. 그러자 더욱 무상의 말이 입증된 셈이었다. 사람들은 연왕이 움직일지, 아니면 투항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노주에서 사여묵은 강남도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들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포로들을 모두 인계했다. 강남 위영의 총병은 목종욱이었는데 예전에 소 대장군의 휘하였다. 소대장군은 하마터면 그를 의자로 삼을 뻔했다. 전공을 세운 후, 소 대장군의 천거로 강남에 가서 수비를 하고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 그의 목적은 도적 때를 소탕해서 소란을 피우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사여묵은 그와 왕래가 많지 않았지만 그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소대장군의 영향을 받아 충성심이 강하고 담력이 커서 절대로 연왕의 진영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연왕이 이리저리 병력을 동원할 필요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 목종욱은 직접 포로를 데리로 왔다.그가 사여묵과 송석석에게 인사를 하자 두 사람도 후배의 신분으로 그에게 인사를 했다. 왜냐하면 소대장군의 관계가 있으니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온 후에 다른 것은 묻지 않고 소대장군께서 진성에 계셨던 상황만 물었다. 처음에 그는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72화

    연황실의 서재는 밤새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다. 연왕은 모든 참모들을 불러놓고 논의를 했다. 그는 자신을 인정해 주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는 지금이 적합한 시기가 아니라 죽음만 초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사청엽만 죽이면 그가 역모를 계획한 일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더 이상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모든 참사들과 연주에서 그와 함께 일을 도모했던 관리들은 모두 사청엽을 죽이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사병 오천 명을 섬멸한 부대가 사청엽을 진성으로 호송하는데 어떻게 죽일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은 최선을 다해서 사청엽을 죽이느니 차라리 움직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연주지부 하상지가 말했다. “왕야님, 이미 가장 좋은 시기를 놓쳤으니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은 병력을 기르는데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진성에서 제공하던 은자도 끊겼으니 더 이상 소모하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하상지는 전 호부시랑으로 있다가 작은 잘못을 저질러 선제에게 경주로 파견된 후 연왕을 따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게다가 사온이 은전으로 사람을 매수해서 그를 연주지부 자리에 앉게 한 것이었다. 하지만 내년이면 임기가 다가오는데 이부 제상서가 그에게 불만이 많았다. 옛날 진성에 있을 때부터 두 사람은 사이가 좋지 않아 임기가 차면 아마 다른 곳으로 갈 것 같았다. 그가 자리를 옮기면 숙청제가 반드시 사람을 들여보낼 것이고 그때가 되면 왕야님이 연주를 장악할 수 없게 될 것이었다. 모두들 번갈아 가며 설득했다. 숙청제가 군대를 보내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먼저 곳곳에 불을 지피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고 모두의 분석이 일리가 있었고 현재의 형세에도 부합했다. 그러나 연왕은 여전히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내일까지 기다렸다가 모든 사람이 도착한 후에 다시 의논해 보지. 다들 먼저 돌아가거라.” 서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가족의 생명을 그에게 맡겼고, 입이 마르도록 설득을 했는데 여전히 우유부단을 하니 사람들은 실망하기 그지없었다. 무상은 눈앞의 상황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71화

    소식이 연주에 전해지자 연황실이 발칵 뒤집혔다. 연왕은 격노하여 방에 있는 도자기란 도자기들을 모두 깨뜨렸다. “병신들 같으니라고. 오천 명의 사병들이 모두 당하고도 보고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니. 사청엽은 대체 뭐 하는 인간이냐? 그렇게 많은 사람이 노주로 갔는데 경계심이 조금도 없다니, 심지어 사람을 보내 소식을 전하지도 않았다니.” 그의 얼굴은 흉악하고 무서워 회왕조차도 한쪽에서 서서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 그들은 이 일로 인해 당황하기 그지없었다. 그들의 관심은 온통 옹현에서 옮겨간 사병들에게 있어 노주에 문제가 생길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노주 대석촌 같은 숨겨져 있는 곳이 대체 어떻게 들킨 것이지? 노주는 원래 그들의 눈에 들 수 없는 곳이었다. 그곳의 지형은 정말 좋았는데 빽빽한 땅굴 외에도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는 역모를 실패하더라도 대석촌으로 가면 몇 년 동안은 평안할 수 있어 다시 계획을 짜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발견하기 어려운 지역인데 이렇게 쉽게 공격을 당하다니. 무상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왕야님, 지금 화를 내도 소용이 없습니다. 일찍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들이 노주를 노리는 것은 사청엽에게서 실수가 생긴 것입니다. 그가 체포되어 진성으로 이송되기만 한다면 반드시 왕야님이 시켰다고 자백할 것입니다. 그의 말을 들은 연왕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들은 비적을 토벌한다는 명분으로 의심만 했을 뿐 사병들이 본왕 것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없었지. 지금 유일하게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은 사청엽이니 기회를 봐서 그를 제거한다면?”그러자 무상이 말했다. “왕야께서는 그를 제거하실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들은 모두 무림 출신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사가 죽어 나가야 하는지 아십니까? 아마 몰래 들어가서 한 번 보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입니다.” 연왕은 초조해서 일어났는데 동작이 너무 커 아물지 않은 상처가 당겨 아파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70화

    그들은 신속히 준비를 해 1군은 대석촌 북로로 진격했는데 그건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물론 1군이 움직이기 전에 이미 다른 분대가 먼저 입산해서 전후좌우로 협공을 했다. 적은 인원에도 불구하고 포진이 합리적이어서 그야말로 빈틈없는 포위망을 마련해 준 셈이었다. 하지만 결국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워낙 공격할 곳이 많고 적들이 산세 지형에 익숙해 있어서 무소위가 미리 사람을 데려가 대석촌으로 향하는 밀도 입구를 막지 않았다면 싸움을 계속 진행할 수 없었을 것이었다. 장대성은 겸사겸사 두 명의 인부도 구해내 그 사람들에게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을 데리고 대석촌을 떠나라고 했다. 두 사람은 마침내 구출이 되어 춥고 배가 고픈 데다 밖에 싸움이 났다는 것을 알고 황급히 산 부근에 사는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에게 철수하라고 했다. 하지만 노동을 하던 사람들도 소수였고 이곳에는 오천 명이라는 사병이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싸우기 어려웠다. 몇 시진 후, 2군은 대석촌을 점령하고 그들의 공급을 차단해서 산으로 몰아넣었다. 식량을 지키기만 하면 그들이 산에서 약탈을 할 수밖에 없기에 쉽게 노출될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의 상대는 무림의 고수들이니 조금의 기척이 있어도 쉽게 들킬 수 있었다. 노주 지부 서계경은 북쪽 길목에서 탈출하는 일꾼들을 기다리고 있다가 그들이 소식을 퍼뜨리지 못하도록 모두 체포했다.사실 이렇게 큰 움직임이 있는 이상 노주에서 분명 누군가가 소식을 전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계경은 많은 것을 알지 못했지만 이 전투가 아주 위험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절대로 산적과 토비들에게 외부에게 지원을 요청할 기회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왜냐하면 그도 이 사람들은 진정한 산적과 토비가 아니라 역모를 꾸미는 사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사여묵 등 인은 통쾌한 몸싸움을 겪은 뒤 각 팀이 돌아가며 휴식을 취하고 유연한 산악전을 시작했다.송석석과 사여묵은 같은 팀이 아니었다. 무소위가 강력하게 그들이 나누어서 팀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69화

    이번 작전은 비적을 토벌한다는 명분이 붙었다. 작전 전날 밤, 그들은 함께 앉아서 토론을 했는데 이번 행동은 위험하지도 않고 임무가 어렵지도 않았다. 다만 노주 대석촌의 사람이 예전 옹현의 사병은 아니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럼 연왕이 사람들을 어디로 옮겨갔을까? 전에 사여령은 여러 주와 현에 이런 거점이 있다고 말했었다. 그래서 사여묵은 모두 대석촌 같은 규모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몇 천 명은 많지도 적지도 않은 수자였다. 위소가 없는 곳은 현지 관부만으로 오천 명을 섬멸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반격에 점령당할 수 있었다.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면 백성들에게 큰 피해를 입힐 것이고 대군이 쳐들어왔을 때 이미 얼마나 많은 곳을 점령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이번에 노주의 사병을 토벌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큰 문제는 뒤에 있었다. 요 몇 년 동안 남강에서의 전쟁으로 인해 연왕이 계속 발전하고 있는데도 조정에서는 그에 대해 조금도 방비를 하지 않았다. 남강에서 승리한 후 조금의 억제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어느 정도 실력을 쌓았고 지금은 뒤에서 전략을 짜주는 사람까지 있었다. 비록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몰랐지만 사여묵은 지금 자신들이 피동적이라고 생각했다. 노주로 온 후 그는 줄곧 그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했다. 원래 염 선생과 분석할 때는 많은 사람을 배제했지만, 단 한 사람이 그들의 시야에서 배제되었다가 다시 주목받게 되었고, 그 인물이 염 선생의 머릿속에서 결코 잊히지 않았다.그 사람이 가장 큰 혐의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 왜냐하면 전에 사람을 파견해 그 사람을 조사해 보았지만 그는 부유하지 않았지만 아주 평화로웠다. 그의 집에도 부병을 많이 기르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이상이 없었다.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제외되었을 사람인데 사여묵이 그를 배제한 뒤 다시 이름을 올린 이유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은 분명히 연왕의 뒤에 서서 모의를 한 사람일 것이었다. 다시 말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68화

    노주에는 영락루라는 곳이 있었는데 기세가 웅장하고 규모가 컸다. 영락루에 소비하러 가는 사람들은 부자가 아니면 귀족이었다. 하지만 영락루의 왼쪽 모퉁이에는 난잡하고 텅 빈 곳이 있었는데 장사꾼은 매일 그곳에서 장사를 했다. 밥을 파는 사람, 떡을 파는 사람, 완탕을 파는 사람 등이 있었는데 이곳은 품질이 좋고 가격이 저렴하여 음식을 구하러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서민들과 부두의 노동자들이었다. 장사하는 자리 밖에는 몇 개의 낮은 탁자와 걸상이 놓여 있었는데 손님들은 거기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곳은 시끌벅적했고, 어떤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다 있었지만 유독 국사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만 없었다. 왜냐하면 백성들에겐 너무 먼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그중 완탕을 파는 노점 앞에 두 사람이 앉아 있었는데 그들의 옷차림도 수수하고 평범했다. 한 사람은 회색 솜저고리를 입고 흰 모자를 쓰고 있었고 나이는 대략 30살 좌우로 보였다. 다른 한 명은 대략 40살 좌우로 보였는데 청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 다만 아무리 봄이라고 해도 아직 날씨가 쌀쌀한데 옷차림이 다소 얇아 보였다. 하지만 완탕 한 그릇을 먹고 나니 그의 이마에는 작은 땀방울이 맺혔다. 다 먹은 후에 그릇을 내려놓고 회색 저고리를 입은 남자가 말했다. “그럼 그냥 놔준단 말입니까?” 그러자 청색 옷을 입은 남자가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그들이 준비를 단단히 하고 왔으니 그만둘 수밖에 없지.” 그러자 회색 옷을 입은 남자가 말했다. “거 참 아쉽군요.” 청색 옷을 입은 남자는 그릇에 남은 국물을 바라보며 말했다. “연왕에게도 초조한 맛을 보게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움직이지를 않으니 날이 갈수록 남의 자리가 안정되어 승산만 줄어드는 것 아니냐?” “나는 진성에서 왜 연왕을 돌려보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회색 옷을 입은 남자는 진성에서 연왕이 역모하려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연왕을 풀어준 건 호랑이를 풀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67화

    마을은 이미 그들의 사람들로 가득 차 뜨거운 물이며 옷이며 없는 게 없었다. 다만 옷들이 상대적으로 짧아 무소위는 다른 사람을 시켜 그의 몸에 맞는 옷으로 한 벌 구해오라고 했다. 사여묵은 욕조에 몸을 담그고 송석석은 그의 몸에 묻은 흙을 닦아준 후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씻어주었다. 사청엽은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 머리를 감는 비누도 좋아서 잠깐 문질렀더니 머리카락이 금세 부드러워졌다. 다만 사여묵의 머리카락이 너무 더러워 물을 세 번이나 갈아서야 깨끗해졌다. 그리고 송석석은 천천히 그의 수염을 깎아주어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주었다. 사여묵은 홀쭉해진 송석석의 얼굴을 보고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이 아팠다. 아마 그동안 잠도 못 자고 매일 걱정을 해서 그런 것 같았다. 사여묵은 이럴 줄 알았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편지를 한 통 보냈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아직 옷을 사 오지 않아 일단 사청엽의 옷을 입어야 했는데 좀 짧긴 했지만 큰 영향은 없었다.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았다. 사여묵은 쉰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당신이 올 줄 몰랐소. 심 사형이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이렇게 많은 사람을 동원한 것 같소.” “당신에게서 편지가 오지 않아서 내가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릅니다.” 송석석은 그의 품에 안겨 두 손으로 그의 허리를 꼭 감쌌는데 몸이 밀착되어 전해오는 진실함이 오랫동안 그녀를 괴롭혔던 근심과 초조함을 씻어 주는 것 같았다. “사고가 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겠소.” 그의 뜨거운 입술은 송석석의 이마에 닿았고 그녀를 안고 있던 팔엔 힘이 더 들어갔다. “그러니 내 걱정은 하지 마오.” 방금 송석석이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흘려 그는 슬프면서도 감동적이었다. 그녀는 평시에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래서 사여묵도 그녀가 부담스럽지 않게 항상 자신의 감정을 참아왔던 것이었다.그는 송석석의 마음속에 자신이 있지만 그다지 중요하진 않다고 생각했다.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주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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