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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5화

작가: 유애
시부인이 바로 그날의 고청우였다.

산후조리를 마친 그녀는 얼굴에 빛이 났고 몸집은 붓기가 하나도 없었으며 여전히 소녀처럼 아름다웠다.

남강에는 모래바람 때문에 겨울엔 아주 추웠지만 그녀의 피부는 기름을 바른 것처럼 부드러워 보였다.

저택의 좋은 물건은 모두 그녀가 사용했다. 매일 낙타젖으로 제비집을 삶고 양젖으로 목욕을 했는데 진성에서 돈이 들어오지 않아도 그녀는 조금도 절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보양을 하니 적어도 왕표의 눈에는 지극히 고귀한 존재로 보였고 그녀의 연약하고 부드러운 손을 잡으면 그의 마음도 나른해지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번 생에 국색천향의 미인, 매력이 있는 미인, 온유한 미인 등 많이 만나보았지만 그중에서도 하필이면 여우 같은 고청우가 그의 마음에 들었다.

방천허마저도 그녀의 신분이 의심스러우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왕표는 그런 말을 듣고 오히려 욕을 하려고 했다.

왜냐하면 고청우는 진작에 자신의 신분을 말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처음엔 이곳에 와서 살 길을 찾고 싶었을 뿐 그에게 몸을 맡기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왕표에게 엄격한 부인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고청우가 왕표를 유혹한 게 아니라 왕표가 끝까지 쫓아가서 같이 살게 된 것이었다.

왕표는 그녀를 갖기 위해 많은 방법을 썼는데 처음엔 그녀를 수양딸로 삼겠다고까지 했었다. 그래서 나중에 그들이 부부가 된 후에도 고청우는 밤에 가끔씩 그를 아버지라고 불렀다.

왕표는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찌릿한 것 같았다.

그는 아들이 생긴 데다 아름다운 부인을 보면서 심지어 여생을 남강에서 보내는 것도 행복한 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결코 최 씨에게 부당하게 대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요 몇 년 동안 그녀가 중책을 맡아 집안의 재산을 처리하도록 내버려두었고, 그가 밖에서 군사를 이끌 기에 백작 부인인 그녀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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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섣달 그믐날의 황실 연회는 예년에 비해 한층 조용했다.제 황후는 하루 동안 금족령이 풀렸으나 거의 말을 하지 않았으며, 걱정이 태산인 듯한 모습이었다.황자와 공주들이 그녀에게 차례로 문안 인사를 드릴때도 그녀는 그저 무심하게 대응할 뿐이었다.숙청제 또한 기력이 좋지 않았다. 새벽부터 하늘에 제사를 올리고 여기저기 바쁘게 움직이느라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태후는 감기에 걸려 일찍이 혜 태비와 함께 연회를 떠났다.태후가 떠날 때, 제 황후는 급히 사람을 시켜 말했다."대황자를 지안궁에 데려가 태후께서 편히 쉬실 수 있도록 곁에서 모시게 하십시오."이에 숙청제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태후께서 편찮으신데, 그를 곁에 두어야 할 이유가 무엇이오?"제 황후는 단정한 태도로 대답했다."태후께서 대황자를 무척이나 아끼시지 않습니까. 그런 태후께서 아프신데 어찌 곁에서 병시중을 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그러고는 한숨을 쉬며 덧붙였다."본디 신첩이 직접 모셨어야 하나, 신첩이 무능하여 그리하지 못하니 대황자가 대신 효를 다하도록 하려는 것뿐입니다."숙청제는 싸늘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황후가 한 걸음 물러서는 듯하며 금족령을 풀고자 하는 속셈이라는 것을 알았으나, 굳이 막을 이유도 없으니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황후의 말이 일리가 있군. 대황자를 지안궁으로 데리고 가라. 태후께서 완쾌하실 때까지 밤낮으로 곁에서 시중 들게 하라."제 황후의는 곧바로 얼굴이 굳어졌다. 하지만 더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그저 오 대반이 마지못해 따라 나서는 대황자를 데리고 나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그녀는 황제를 원망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애써 두 눈에 맺힌 눈물을 꾹 참아냈다.송석석은 아무것도 보지 않은 척 고개를 숙이고는, 조용히 차가워진 음식을 먹을 뿐이었다.한편, 일곱째 아가씨 사건과 관련하여 황제는 제 황후를 따로 처벌하지 않았다.오 대반의 말에 따르면, 황제가 크게 노하긴 했으나 대황자를 태자로 책봉할 가능성을 고려해 이 시점에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49화

    황제는 몸 상태가 조금 나아지자마자 상소문을 보기 시작했다. 승상을 신뢰하긴 했지만, 절대적으로 믿지는 않았다.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대군이 남강에 있지도 않고, 시몬 밖에서 사국 군대를 추격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혹시 북명왕이 군대를 이끌고 진성으로 돌아오는 중이라는 사실이 차단되어 어전에 보고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사여묵의 속도로는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모든 고을을 손쉽게 장악할 수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그래서 황제는 각 주부에서 올리는 상소문을 직접 확인하고자 했다.이때, 송석석이 다시 경위부로 복귀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는 송석석을 어서방으로 불렀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전처럼 한가롭게 담소를 나누는 자리가 아니라 그녀에게 사여묵에 대한 소식이 있는지 떠보려는 것이었다.송석석은 이에 대해 사실대로 답했으며, 자신 또한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숙청제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거짓이 아님을 확신했지만, 어떤 경우든 이 상황은 몹시 불리했다. 만약 그들이 매복 공격을 당했다면 이는 곧 남강군의 패패를 의미했고, 남강이 다시 사국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그는 문득 사여묵이 처음에 내린 결정이 경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을 지키는 것으로 충분했지, 굳이 추격에 나설 필요는 없었다고 여겼다.그러나 곧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사여묵이 계속 남강에 머물렀다면, 남강 사람들이 그를 신처럼 받드는 상황이 더욱 심화될 것이었다. 이는 조정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송석석은 경위부로 돌아왔지만, 소식을 기다리는 날들은 매우 괴로웠다. 하루하루가 한없이 길게 느껴졌다.그녀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왜 이렇게 오랫동안 아무 소식도 없는지 알 수 없었다.평무종이 사람을 보내 그녀에게 전했다. "운익각에서도 원래 남강에 첩자를 두었으나, 그들이 군대와 함께 가지 않았기 때문에 소식이 없던 것이고, 이제 사람을 새로 보냈으니 안심해라."하지만 송석석이 어찌 안심할 수 있겠는가?매일 밤, 그녀는 서방에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48화

    그날 밤, 단신의는 약 상자를 메고 홍작과 함께 황실로 향했다. 가기 전, 약왕당의 야간 진료를 맡고 있던 의원에게 왕비의 다리 부상을 치료하러 간다고 알렸다.마차가 잠시 후 황실 앞에 멈췄고, 단신의는 상기된 얼굴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자, 단신의는 먼저 송석석을 흘끗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녀에게 화를 내지 않고 대신 염선생에게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노인을 이용해 빌미를 만든다면, 최소한 미리 한 마디는 해야 하지 않겠소? 하마터면 허어사 앞에서 들통날 뻔했단 말이오!"그의 분노가 터지자, 사람들은 비로소 무슨 일인지 알아차렸다.염선생이 급히 사과하며 물었다."허어사가 정말 단신의께 가서 물어보았습니까?""그 자가 병이 난 탓에 장공주가 나를 불러 진료하게 했소. 그런데 눈물을 쏟으며 폐하를 치료할 방법이 있는지 계속 물었단 말이오. 처음에는 병명이 뭔지도 말하지 않아서 정말 당황스럽기 그지없었소." 단신의가 말을 마치자마자 콧방귀를 뀌었다."혹시 탄로나진 않았겠지요?" 송석석이 다급히 물었다. 허어사가 죽음을 각오하고 간언하려 했던 일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는 작은 티끌도 용납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스스로 황제를 오해하여 황제가 피를 토하게 만든 일을 자책하며 무한한 죄책감 속에서 살아갈 것 같았다.그렇다고 진실을 말할 수도, 말하지 않을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이었다."웃기는 소리. 내가 어떻게 진실을 드러낼 수 있었겠느냐?" 그러자 단신의가 옷자락을 툭툭 털며 말했다."폐하의 병세를 내가 어찌 함부로 남에게 말하겠느냐? 그저 묻지 말라고만 말해도 충분했다.""곤란하게 만들어 죄송합니다, 백부님." 송석석이 말하자, 단신의는 그녀를 한번 쳐다보더니, 이내 나무랄 수 없다는 듯 눈길을 돌렸다. 오늘 어사부에서 돌아온 후 그는 최근 벌어진 일들을 모두 파악했고, 일이 이렇게까지 커졌다는 사실에 놀랐다."폐질환이 맞느냐?" 단신의가 물었다."우리도 오 대반의 말로 들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47화

    식사가 끝난 후, 시만자는 평남백 부부를 데리고 왕경루의 큰 정원을 구경하겠다고 했다.왕경루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기와집이 있는데, 그곳에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 공연을 하는 사람, 물건을 파는 사람, 음식을 파는 사람 등 온갖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시만자는 진성에 온 이후로 줄곧 바빴던 터라 아직 구경할 틈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평남백 부부를 데리고 나가며 송석석과 주진을 단둘이 대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자신도 신신과 함께 놀아보려는 속셈이었다.그들이 떠난 후, 송석석과 주진은 편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 문제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낼수 있었다. 밖에 있던 손님들은 평남백 부부가 나가는 것을 보고, 북명왕비가 일곱째 아가씨를 홀로 남겨 질책할 것이라고 생각해 귀를 기울이며 기다렸다. 하지만 두 사람은 오히려 더욱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얘기하고 있었고, 분위기는 처음보다 더 좋아보였다.시중드는 사람들이 계속 드나드는 탓에 아예 한쪽 천을 걷어 올러져,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밖에서도 볼 수 있었다. 구경꾼들은 하나같이 눈치가 빠른 사람들 뿐이라 두 사람이 정말로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인지, 아니면 가식적으로 웃는 것인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그들은 정말 즐거워 보였다. 악명 높은 주진이 뜻밖에도 이렇게 품위 있고 매끄럽게 대화를 이어간다는 점은 모두에게 놀라움을 안겨주었다.바로 그 순간, 사람들은 그녀가 단순한 상인 가문의 여성이 아니라 백작부의 딸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평남백부가 비록 관직에 나서지 않고 조용히 살고 있지만, 가문의 기반은 여전히 탄탄했다. 북명왕비조차 지금 그녀의 체면을 세워주고 있지 않은가!주진은 가끔씩 밖을 힐끗 보았다. 그녀는 송석석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자신에게 뜻밖의 피해를 입혔음을 언급하자,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왕비마마, 농담도 잘 하십니다. 어찌 무고한 피해라 하겠습니까? 오히려 하늘이 내린 기회라 할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46화

    송석석과 시만자, 그리고 신신은 란계원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하인이 평남백부의 세 식구와 남종과 여종들을 데리고 정원으로 들어와 란계원 밖에서 이름을 알렸다.송석석은 시만자와 신신의 부축을 받아 직접 마중을 나갔다. 평남백 부부와 일곱째 아가씨 주진이 서둘러 예를 갖추었다.송석석이 웃으며 말했다."예까지 차릴 필요 없습니다. 어서 안으로 들어오시지요."송석석은 이 말을 하며 세 사람을 한 번 훑어보았다.수년간 여러 사람을 만나왔던 그녀는 이들의 표정과 태도, 행동거지를 통해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평남백은 검은색 외투를 걸치고 안에는 화조 무늬가 새겨진 금실 장식의 비단 옷을 입었으며, 가슴에는 큰 염주를 걸고 있었다. 부유하면서도 불교적인 면모가 한눈에 느껴졌다.다만 서 있을 때 무의식적으로 옆에 있는 딸 쪽으로 몸을 기울였고, 얼굴에 떠오른 미소에는 약간의 아첨이 묻어나 있었기에, 교제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평남백 부인은 밝은 진홍색의 상의에 흰색 여우털 외투를 입고 있어 혈색이 특히 좋아 보였으며, 얼굴도 매끈해 보였다. 만약 눈가에 주름이 없었다면 세월의 흔적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였다.그러나 이들 부부는 이미 인생의 반을 살아왔음에도 아직도 세상을 잘 모르는 듯한 풋풋함이 느껴졌다. 그들은 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는 아버지에게 의지하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딸에게 의지하는 유형의 사람들이었다.반면 일곱째 아가씨 주진은 전혀 달랐다. 그녀는 호수빛 푸른색 비단 옷에 솜을 덧댄 간결한 외투를 걸친 모습으로, 매우 깔끔하고 당당해 보였다.또한 얇고 긴 눈썹은 약간 올라가 있었고, 살구 모양의 눈과 오뚝한 콧날, 뾰족한 턱선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기에 섬세하고 부드러운 매력도 느껴졌다. 비록 이러한 외모가 그녀의 당당한 기질과 어울리진 않을 것 같았지만, 이상하게도 전혀 어색함 없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왕비마마께서 정말 좋은 장소를 고르셨습니다!" 주진은 밝고 시원한 웃음을 띠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45화

    송석석은 일곱째 아가씨가 아무 이유 없이 비난받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더욱이 평남백부와 원한을 맺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는 이번 일이 자신으로 인해 벌어진 만큼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녀는 노 집사에게 평남백부에 초청장을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내용은 평남백부 집안의 사람들과 왕경루에서 식사를 함께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초청장을 전달하는 동시에 이 소식을 외부로 확산시켰다.그들을 황실로 초대하지 않은 이유는 명확했다. 이는 오해를 해명하기 위한 자리였으므로 황실에서 비공개로 만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왕경루는 격식 높은 장소로, 이는 평남백부와 일곱째 아가씨에 대한 존중을 표하는 것이기도 했다. 또한 이 소식을 미리 알림으로써 부유한 상인들과 귀족 가문들이 흥미를 가지고 참석하도록 유도했다. 이 일은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해결되는 것이 가장 좋았다.여기에는 사실 일곱째 아가씨에 대한 보상의 의미도 담겨 있었다. 그녀는 여러 해 동안 장사를 하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억압을 받아야 했다. 게다가 평남백부에는 집안을 책임질 만한 든든한 남성이 없었기에, 본래 명문가였음에도 평범한 상인 가문처럼 여겨지게 되었다.노 집사가 초청장을 전달했을 때 일곱째 아가씨는 부재 중이었기에, 초청장은 평남백부의 주화에게 전달되었다. 주화는 소극적이고 무책임한 인물이었기에, 작위를 계승한 후 모든 것을 방치해버렸다. 그로 인해 한때 대단히 영화롭고 뛰어난 가문이었던 평서백부와 평남백부는 이후로 아무도 공적을 세우지 못해 국공의 지위에서 후작으로, 다시 후작에서 백작으로 점차 지위가 낮아지며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평서백부에 최숙심이 있다면, 평남백부에는 일곱째 아가씨와 상인 출신 측실이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일곱째 아가씨의 측실은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심지어 본부인은 평남백부와 같은 성격으로 무책임한 사람이었기에, 일곱째 아가씨는 어린 나이에 자연스럽게 집안을 책임지게 되었으며, 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44화

    황후는 다시 한 번 금족 처분을 받았다. 이번 금족 명령은 태후가 직접 내린 것으로, 그녀의 궁에 있던 절반 이상의 사람을 철수시키고, 몇몇 심복만 남겨 시중들게 했다. 더불어 태후는 장춘궁에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을 새로 배치해 황후를 감시하게 했다.황후는 숙청제를 간호하던 중, 우원정이 황제가 앓고 있는 병이 폐질환임을 언급하는 것을 들었다. 처음에는 폐질환이 어떤 병인지 몰랐지만, 금족 상태에서 란주 상궁에게 물어본 뒤 그 병의 심각성을 알게 되자, 그녀는 통곡하며 무너져 버린 것이었다.하나는 황제의 병세 때문이었다.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황제가 그런 병에 걸렸으니 이제 태자를 책봉할 때가 되었는데, 하필 태후가 그녀를 금족시킨 상황이었기 때문이다.게다가 그녀는 어리석게도 송석석을 화나게 했다.송씨 가문의 둘째 장군 덕분에 황제가 송서우를 특별히 중시하고 있었으니, 만약 송석석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더라면 송석석이 송서우를 궁으로 들여 대황자와 함께 있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황제가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었다."란주, 본궁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느냐? 본궁이 대체… 무엇을 해야 하겠느냐…?"그러자 황후는 눈물을 흘리며 안절부절 못해했다. 마치 뜨거운 가마 위의 개미 같은 모습이었다.란주는 그녀의 초조한 모습을 보고는 얼른 달래며 말했다."태후께서는 이미 폐하의 병세를 알고 계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태후께서 대황자를 데려가 직접 가르치고 계신 겁니다. 이는 태후와 폐하께서 모두 대황자를 염두에 두고 계시다는 뜻이니, 마마께서는 아무것도 하지 마시고 그저 매일 폐하의 쾌유를 빌며 기도하시면 됩니다.""하지만 본궁이 폐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태후와 폐하가 아셔야 하지 않겠느냐? 당장 사람들을 움직여 태후께 소식을 전하게 하여라."란주 상궁은 그녀의 손을 붙잡으며 단호히 말했다."아무도 알 필요 없습니다. 마마께서는 황후이시며 폐하는 마마의 남편이십니다. 그분을 위해 기도하고 축원하는 것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43화

    황후의 눈물은 아직 뺨에 맺혀 있었고, 두 눈은 하도 운 탓인지 퉁퉁 부어 있었다.황제가 깨어나 첫마디로 그녀에게 물러가라고 말하자, 황후는 그 자리에서 멍하니 얼어붙었다.곧이어 정신을 차린 그녀는 울먹이며 말했다."신첩은 물러나지 않겠습니다. 신첩이 여기 남아 폐하를 모시겠습니다."그러나 태후의 거칠고 위엄있는 목소리가 울렸다."황후를 부축해 물러가게 하거라."황후가 여기 머무른 시간이 길었던 만큼, 태후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함께 있었다. 비록 황제가 깨어나지 않아 그녀의 속은 타들어갔지만, 외부에서 기다리는 신하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냉정을 유지해야 했다.원래 신하들은 모두 전각 밖에 꿇어앉아 있었으나, 날씨가 너무 추워 태후가 그들을 안으로 들어오라 했다.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 꿇어앉기를 고집했다.황제가 의식을 잃은 시간 동안 그들은 그만큼 무릎을 꿇고 있었다.태후는 태의가 맥을 짚은 뒤 말을 하기전에 그를 제지하며 먼저 조용히 말했다."괜찮습니다."그녀는 아들의 차가운 손을 꼭 잡았다. 온 힘을 다해 억누르려 했지만 손의 떨림은 여전히 멈출 수 없었다.숙청제가 허약한 목소리로 물었다."허어사는… 어디 있습니까?"태후가 대답했다."허어사는 무사합니다. 다만, 몸을 던질 때 이덕회가 막은 탓에, 허어사의 얼굴에 부딪혀 이덕회의 이빨 두 개가 빠졌습니다."태후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서 이덕회가 말할 때마다 바람이 샌다더군요."숙청제는 믿지 못하는 듯, 여전히 쉰 목소리로 말했다."짐이 그를 만나야겠습니다."만약 어사가 간언으로 인해 죽었다면, 그는 무능한 황제일 뿐이었다.쓰러지기 직전 눈앞에 피가 번져드는 장면이 떠올라, 그는 허어사가 이미 죽었을까 걱정했다.태후는 즉시 손짓해 이덕회와 허어사를 안으로 들이게 했다.잠시 후, 목 승상이 그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두 사람은 무릎을 꿇고 만세삼창을 외쳤는데, 목소리는 울다가 쉰 상태였다. 특히 허어사는 이미 울다가 한 차례 기절했을 정도였다.그는 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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