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향월의 물음에 왕청여는 이리저리 시선을 피하며 끝까지 앉으려고 하지 않았고, 그저 냉랭하게 말할 뿐이었다. “그때 당시 난 술을 많이 마셔서 실수로 그 사람을 방시원으로 착각한 것뿐이에요. 하지만 그 사람은 전혀 술에 취하지 않았어요. 맨 정신이었다고요. 그 사람은 내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어요. 물론 나도 잘못이 있지만 그 사람 잘못이 더 크다고요!”“서방님이 저한테 해준 말은 그게 아니었어요. 그날 당신은 술을 많이 마셨지만 취하지 않았고 서방님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고 했어요.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당신은 제 서방님 이름까지 불렀다고 했어요.”운향월은 가까스로 눈물을 참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반박했고 왕청여의 눈빛이 격하게 흔들렸다.“그 사람이 거짓말을 한 거예요!”왕청여는 고개를 홱 돌려 송석석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그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라고요! 못 믿겠으면 지금 당장 그 사람을 불러서 내 앞에서 다시 한번 물어봐요! 전 그때 당시 분명 방시원의 이름을 부른 거예요!”송석석은 이런 안건을 해결해본 적은 없었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왕청여가 여전히 그때 당시 방시원의 이름을 불렀다는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확실히 많이 취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다.정신이 멀쩡한 상태에서 방시원과 노세진의 얼굴을 헷갈린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한편, 왕청여의 말에 운향월은 말문이 턱 막혔지만 곁에 서있던 량씨 부인은 바로 왕청여의 말에서 허점을 눈치챘다.량씨 부인은 어이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그때 당시 술에 많이 취했다고 하지 않았나? 그 상황에서 누구의 이름을 불렀는지는 어떻게 그렇게 똑똑히 기억하지? 술에 취했어도 정신이 멀쩡했다면 상대방이 방시원이 아니라는 걸 바로 알았을 텐데?”“말도 안 되는 소리!”왕청여가 씩씩거리며 돌아서서 현장을 떠나려고 했다. 과거의 망신거리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다시 언급되자 왕청여는 너무 창피하고 화도 났다.이때, 금숙이 다
량씨 부인의 폭탄 발언에 순간 현장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량씨 부인이 데리고 온 사람들은 아이의 존재에 대해 전혀 몰랐으며 심지어 운향월조차도 모르고 있었다.지금 이 상황에서 제일 놀란 사람은 운향월이었다. 그녀는 연신 뒷걸음질을 치면서 모든 걸 잃은 듯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사실 량씨 부인도 전까지는 확신이 없었다. 약왕당 사건이 터지고 나서 량씨 부인은 사람을 시켜 왕청여를 조사했고 조사 과정에서 그 의원을 찾아내게 되었는데 마침 그 의원은 량씨 부인의 서방과 아는 사이였다.그 의원에게 왕청여가 왜 전씨 가문의 아이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자, 의원은 솔직하게 이유를 얘기해주었다.그중 한 가지 추측이 바로 왕청여가 낙태 경험이 있어서 몸이 많이 상했다는 것이다.의원은 왕청여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기에 그저 뱃속 태아를 지키지 못한 게 너무도 흔한 일이라고 얘기할 뿐이었다. 낙태를 하고 나서 몸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여자들은 당연히 몸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량씨 부인은 왕청여와 방시원 사이에 아이가 있었는데 알 수 없었으며 방씨 가문 집안일까지 조사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모든 건 그녀의 추측일 뿐이다.왕청여가 하도 건방진 태도로 운향월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자 화가 치밀은 량씨 부인은 자신의 추측을 사실인냥 내뱉은 것이었다.이로써 왕청여에게 제대로 한 방을 먹이고 교활하게 화제를 돌려가면서 문제점을 흐리지 않게 만들려고 했다.하지만 량씨 부인이 말을 뱉은 순간, 최씨와 왕청여의 안색이 한순간에 하얗게 질렸기에 량씨 부인은 자신의 추측이 정확하다는 것을 눈치채게 되었다.한편, 온몸에 힘이 쫙 풀린 왕청여는 바닥에 주저앉았고 그저 량씨 부인의 추측이었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이때, 운향월이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말했다.“그러니까 이 모든 건 제가 의심이 많고 질투가 많아서 생긴 일이 아니라 왕청여 당신은 정말 그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약왕당에 찾아갔던 거네요. 두 사람 사이는 실수가 아니었어요. 심지어 아이까지 있었네요. 당신이
송석석은 사람을 시켜 약왕당으로 가서 홍작을 모셔왔다. 다행히 이마의 상처가 깊지 않았고 신속적으로 지혈도 했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하지만 며칠 동안 고열을 앓고 있었던 최씨는 몸이 허약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화까지 낸 탓에 새까만 피를 왈칵 토했을 뿐만 아니라 의식도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최씨 눈가에서는 계속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송석석이 아무리 닦아도 눈물은 계속 흘렀다.“의원님, 상황은 좀 어떤가요?”홍작이 최씨에게 진맥 검사를 마치자 송석석이 물었고 홍작은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부인께서 고열을 며칠이나 앓으셨는데 조금 전에 등을 확인해보니 폐에 문제가 조금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화병 때문에 간에도 어혈이 생겼습니다. 전에 복용하시던 약으로는 더 이상 해결되지 않을 겁니다. 일단 극약 처방으로 간과 폐를 치료하고 나머지 부분은 몸조리를 통해 천천히 회복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더 이상 이렇게 과로하시면 절대 안 됩니다.”말을 하던 홍작은 송석석을 구석으로 끌고 가서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간에 어혈이 심각한 상태입니다. 이는 마음속에 늘 화병이 잠재되어 있어서 생긴 현상입니다. 부인께서 마음속에 어떤 일을 숨기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계속 이렇게 혼자서 쌓아 두면 나중에 큰일이 날 수도 있습니다.”송석석은 최씨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혹시 왕표가 반역 사건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집안 사람들까지 엮이지 않을까 매일 전전긍긍하면서 속앓이를 했을 것이다.“일단 약을 좀 복용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홍작은 말을 마치자마자 돌아서서 떠났다.송석석은 밖으로 나와 순방영 사람들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절대 아무한테도 얘기해서는 안 된다고 입단속을 단단히 시켰다.이내 순방영 사람들까지 떠났고 송석석은 돌아선 순간, 기둥에 가까스로 기댄 채 눈이 벌겋게 충혈된 왕청여를 발견하게 되었다.왕청여는 다음 순간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모습으로 송석석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북명 왕비님, 제가 뭐 하
시만자는 오늘 계속 방씨 가문에 있었다. 오수인의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약왕당의 청작을 불러서 방씨 가문으로 같이 간 것이다.저녁이 될 때까지 방씨 가문에 있었던 시만자는 방씨 가문 사람들을 통해 오늘 편서백부에서 있었던 일을 전해 듣게 되었다. 방천허의 부인은 이 사실을 절대 오수인에게 알리지 말라고 명령을 내렸지만 그리 오래 숨길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간 남자와 간통한 것도 모자라 낙태까지 하다니. 방시원은 이제 더 이상 왕청여의 서방이 아니지만 왕청여가 방씨 가문에 있을 때 벌어졌던 일이기에 방시원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외부에 방시원이 잠자리에 약해서 왕청여가 다른 남자에게 관심이 생긴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남발했다. 그렇지 않으면 왜 전장에 나간 지 며칠 되지도 않은 사이에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이와 반대로 왕청여가 태생부터 한 남자에 만족하지 못하는 천박한 여자라는 비판도 무성했으며 노세진을 뻔뻔하다고 욕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방씨 가문에서 착한 마음으로 노세진을 거둬줬는데 노세진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고, 파렴치한 인간이라고 손가락질을 했다.사람들의 평가를 종합해보면 결론은 하나였다. 노세진과 왕청여는 천벌 받아 마땅한 나쁜 놈들이고 방시원은 아무 잘못 없이 억울하게 엮였다는 결론이 내렸다. 반면, 전북망을 언급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전씨 가문에 어떤 일이 벌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전북망에 큰 관심이 없었고 심지어 왕청여와 이혼한 사실도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이날 밤, 함께 황실로 돌아온 시만자와 송석석은 오늘 서로에게 있었던 일을 상대방에게 얘기해주다가 이내 동시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전에는 구경 삼아 지켜보던 일이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자 시만자와 송석석도 걱정되고 마음이 불편했다.한편, 현이는 오늘 밤에도 무술을 연습하러 찾아왔고 평소보다 더 열정적으로 연습에 임했다. 현이는 능력이 부족한 자신이 도울 수 없는 일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최대한 빨리
홍이의 말에 왕청여가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대답했다.“하지만… 내 서방님은 출세를 못하잖아. 가서 계급도 달지 못한 병사를 한다는데.. 그럼 내 체면은 어떡하라고? 난 내 자신을 더욱 소중하게 대하고 싶은 거야. 그때 당시 송석석이 내 서방과 이혼할 땐 어명까지 내려졌잖아. 그런데 난 왜 안 되는 거야? 내가 뭐가 부족해서 이렇게 손가락질을 받고 욕을 먹어야 하는 거냐고.”홍이는 이 모든 게 왕청여가 자초한 일이라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감히 그럴 수 없었다.“사람과 사람 사이를 비교할 수는 없는 겁니다. 각자 다른 선택으로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습니까? 북명 왕비님보다 못한 사람도 있지만 더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람도 분명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세상 모든 사람들보다 행복한 건 아닙니다.”왕청여가 씁쓸하게 웃으며 물었다.“왜 예전에는 나한테 이런 말을 해주지 않은 것이냐?”“제가 얘기를 해도 아가씨께서는 제 말을 듣지 않았을 겁니다.”문발을 내린 홍이가 마부에게 말했다. “이보시게, 이만 출발합시다.”마차 안에 멍하니 앉아있던 왕청여는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고 앞으로 그녀를 원하는 남자는 더 이상 없을 거라는 생각에 너무 불안했다.‘송석석은 한 번 이혼을 하고도 외모가 수려하고 나라에 큰 공까지 세운 서방을 만날 수 있는데 난 왜 안 되는 걸까?’이런 생각에 왕청여는 홍이의 손을 덥석 잡으며 하얗게 질린 얼굴로 물었다.“홍이야, 설마 나중에 전북망 그 사람이 나라에 큰 공을 세우는 일은 절대 없겠지?”홍이가 담담하게 대답했다.“아가씨, 사람 일은 모르는 겁니다. 그분은 나중에 다시 장군님이 될 수도 있고 혹은 다시는 재기하지 못하고 평생 그저 평범하게 살다가 결국 장군부까지 잃을 수도 있겠죠.”“그 사람 능력으로 다시 재기한다는 건 말도 안 돼. 내가 그 사람과 이혼하지 않고 계속 산다면 늙어 죽을 때까지 예물마저 다 탕진하고 결국 장군부까지 빼앗겨 길바닥에 나앉게 될 수도 있어. 그럼 내 인생은 정말 망가지는 거야. 내
하지만 그녀는 순간 집사의 보고가 매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매각한 점포가 곧바로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으며, 그 가격 또한 상당히 높게 책정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시세보다 10~20% 더 높은 가격이었다.그녀는 집안을 관리한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점포 거래를 여러 번 해보았다. 거래는 대개 시세를 기준으로 이루어져 있다. 간혹 한두 건 정도 시세를 약간 웃도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 매각한 모든 점포가 이처럼 높은 가격에 거래되니 매우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왕비가 자신이 점포를 매각하는 것을 알고, 자신이 급히 은자가 필요한 줄로 여겨 일부러 높은 가격에 매입한 것이 아닐까 의심하기까지 했다.그녀는 집사에게 매매 계약서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계약서에 써 있는 매수인의 이름이 고효풍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녀가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북명황실에 고효풍이라는 이름의 집사가 있느냐?" 최씨가 집사에게 물었다."들어본 적 없습니다.""그럼 이 매수인은 대체 누구인 것인가?"그녀의 마음속에 약간의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시세보다 이렇게 높은 가격에 매수하다니, 혹시 나중에 어떤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염려되었다.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모든 거래가 합법적이고 합리적으로 진행되었으며 공식 문서를 통해 등기되었고, 또한 증인이 보증한 합법적인 절차였기 때문에 큰 문제가 생길 이유는 없어 보였다."됐다. 일단 신경 쓰지 말고 남은 점포는 더 이상 팔지 마라. 어머니를 놀라게 할 필요는 없으니." 그녀거 집사에게 말했다.점포를 매각하는 일은 그녀가 노부인 몰래 진행한 것으로, 심지어 왕준이나 남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그들이 집안일은 관리하지 않으니 이런 일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이 이를 알게 되더라도 나중에 이유를 설명하면 될 터였다. 어차피 이 일은 그녀만을 위해 진행한 것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매수인에 대한 의문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날 송석석이 그녀를
염선생과 노 집사가 여러 경로를 통해 조사한 결과, 이 일이 결코 간단한 사건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심청화의 말에 따르면, 사부님께서 처음 조사한 바로는 왕전은 그 아이가 자신에게 복을 가져다준다고 했었다. 다만 몸이 상해 이미 건강이 나빠진 탓에, 진성의 많은 명의들에게 치료를 받았지만 효과가 없어서 결국 어느 사찰로 보냈다는 것이다.이 점은 왕전이 이 아이에게 부성애를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막내아들은 대개 더 많은 사랑을 받기 마련이다.하지만 노 집사와 평서백부의 몇몇 노관리와 노집사들이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왕전은 죽은 그 아이를 매우 싫어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어떤 태도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나중에는 정말로 냉대했다는 것이다.그들은 몇 가지 사례도 제시했다.지금의 왕이장이 옛날 그 당시에는 왕교여라고 불렸다. 때는 할아버지의 생신 날, 할아버지는 그를 직접 안고 생신 연회장에 데리고 들어갔다. 그때는 할아버지의 건강이 많이 회복되어 정정하게 걸으실 수 있었다.그러나 그 일 이후, 왕교여가 할아버지를 피곤하게 했다는 이유로 왕전은 그를 끌어내 손바닥을 열 대나 맞는 벌을 내렸다.이 일은 다른 이들이 알지는 못하지만, 하인들 중 일부가 목격했다고 한다.또 다른 예로, 할아버지가 왕교여를 데리고 사냥을 갔을 때 흰 여우를 잡아 여우 가죽을 그에게 주었다. 그러나 나중에 그 가죽은 셋째인 왕청여가 입고 있었다.그 외에도 왕전이 왕교여에게 싫은 기색을 드러냈다는 이야기는 하인들 사이에서 여러 번 회자되었다. 노 집사에게 정보를 제공한 이들도 이를 보았다고 말했다.당시 분가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가 같은 저택에서 생활했다. 왕전은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성격이어서 얼굴에 감정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았다. 본인조차 이를 자각하지 못했을 정도였다.또한 왕교여의 병을 치료할 때 당시 의원은 모두 그의 할아버지가 초빙한 명의들이었다. 그렇게 약을 달이는 과정에서 몇 가지 약재가 바뀌었는데, 왕전은 약을 달이는 하녀나 하인들에게
심청화가 급하게 그를 따라 나서서 붙잡자, 왕이장은 걸어가며 손을 휘저으면서 말했다."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말할 가치도 없습니다."심청화는 왕이장에 대해 너무 잘 알았다. 마음속에 무언가 괴로움이 있어도 그는 절대 내색하지 않고 그저 다른 곳으로 떠나 은둔하는 것을 선택했다."이건 우리가 추측한 것일 뿐이야. 진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어."왕이장이 웃으며 말했다."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아요. 이제 술을 마시러 갈 겁니다. 마침 지금 가을바람도 불고 날씨도 시원한데, 미인과 함께하면 더할 나위 없겠죠."시만자가 나서서 그의 손목을 붙잡고 말했다."가자. 내가 함께 마셔줄게."시만자도 지금이 되어서야 그가 사실 첩의 아들이 아니라 평서백부인의 친아들이며, 왕표와 왕청여와 같은 친남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왕이장은 시만자가 따라오는 것 또한 원하지 않았다. 그는 시만자에게 말했다."내가 가려는 곳은 너에게 어울리지 않는 곳이야."시만자는 막무가내로 그의 손을 잡아 끌며 말했다."술값은 내가 계산해줄게."하지만 왕이장은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태도가 날카롭고 신랄하게 변한 것이다."돈 있어. 따라오지 마. 정말 내가 가난하다고 생각하냐? 정말 네가 나를 먹여 살려야된다고 생각해? 나는 네가 자꾸만 살려준 은혜를 갚으려 해서 그랬던 거야. 너희 여자들은 정말 진절머리가 나. 스스로 얼마나 귀찮은지조차 모르잖아."시만자는 전혀 화내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여자들만 귀찮아? 남자들은 안 귀찮고?"그녀의 웃는 얼굴을 보며, 왕이장은 못마땅한 듯 말했다."다 귀찮아. 똑같이 귀찮아."시만자는 그의 손을 계속 잡아끌며 마구간 쪽으로 향하며 말했다. "그럼 말타러 가자. 남자도 여자도 보지 않으면 되잖아. 바람이 얼마나 시원한데. 바람 맞으며 말을 타면 모든 걸 날려버릴 수 있을 거야.""안 간다고!"“가자니까!”시만자는 웃음을 거두고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말 타러 가지 않으면 술을 마시러 갈 거야. 네가 나랑 같이 가야 해. 나도
이런 저런 추측이 나오자, 몇몇 대신들은 제상서를 부추겨 황후에게 가서 진상을 물어보라며제 장서를 부축였다.만약 이 일이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문제였기 때문이다.북명왕은 아직도 남강에서 전쟁 중인데, 이 소문이 그의 귀에 들어간다면 부인 생각에 전쟁을 지속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병부 상서 이덕회 또한 걱정되는 마음에 직접 제상서를 찾아가 이 일이 어떤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설명했다."북명왕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데, 이런 중요한 시기에 이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됩니다."그는 잠시 멈춘 후 덧붙였다. "허어사가 이미 조회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간언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제상서는 깜짝 놀랐다. "아직 조사도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죽음을 각오하고 간언할 수 있단 말입니까? 허어사가 그렇게 무모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이덕회가 말했다. "황제에게 진상을 밝히라고 압박하는 것입니다. 계속 이렇게 추측만 나돌다가는, 언젠가 남강과 성릉관까지 소문이 퍼질 것이니…… 그렇게 되면 하늘이 무너질 겁니다."제상서는 비록 사적인 덕행은 부족하지만, 이 일의 경중은 잘 알고 있었다. 이 일련의 사건들은 정말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그리고 이 일은 황후가 북명황실에 사람을 보내어 말한 것이었다. 즉, 만약 황제가 그런 뜻이라면, 황후는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었다.제상서는 황후에게 가서 진상을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조정의 관리자이기에 황제의 명령 없이는 후궁에 들어갈 수 없었기에, 일단 돌아가 부인에게 상황을 설명한 후, 그녀에게 직접 가서 물어봐달라고 말했다.제대부인도 이 일을 들었지만, 그녀가 들은 것은 민간에 들리는 쓸데없는 소문이었다.북명왕비가 질투가 심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곧 북명왕이 일찍이 첩을 들이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는 사람들도 나왔다.또한 일곱째 아가씨가 원래 악명이 높고 덕행이 부족한 탓에 왕비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며 그녀를 욕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있었다.
란주 상궁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말을 퍼뜨리면 일곱째 아가씨의 명예가 땅에 떨어질 뿐만 아니라, 평남백부의 다른 아가씨들까지 피해를 입을 것입니다."하지만 황후는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말할 뿐이었다. "그 서출의 딸은 자존심만 세서 그 누구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더니, 아마도 높은 집안에 시집가려는 마음뿐일 거다. 그렇게 높은 것만 바라보는 여자라면 망해도 자업자득이지. 게다가 그녀는 성격이 사나워서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하니, 송석석을 찾아가 한바탕 시끄럽게 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웃음거리를 만들게 하면 좋겠구나.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폐하에 대한 이야기도 사그라들 테지."란주 상궁은 침묵을 지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황후는 그런 란주를 보고 화가 나서 말했다. “이제는 본궁이 무슨 말을 해도 너는 온갖 이유를 대며 적당하지 않다고만 하니, 그럼 본궁에게 말해보라. 이번 풍파를 어떻게 잠재울 수 있겠느냐? 폐하를 계속해서 풍랑 속에 놓이고 비난을 받게 내버려둘 셈이냐?"란주 상궁은 본래 이 일은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하려 했다. 일곱째 아가씨가 가서 난리를 친다 해도 그건 어린 여자의 웃음거리만 될 뿐, 어떻게 황제의 일을 잠재울 수 있겠는가? 그러나 단단히 화가 나 있는 황후의 모습을 보고 감히 말을 꺼내지 못하고, 명을 받들어 나갔다.연말이 다가오면서, 자연스레 각 가문 간의 교류가 잦아지며 소식도 빠르게 퍼져 나갔다.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황후가 평남백부 집안의 일곱째 아가씨를 북명왕의 측비로 들이려 했지만 북명왕비에게 거절당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이 일곱째 아가씨는 평남백 서출의 딸이지만, 노부인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고 있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음악과 바둑, 서예와 그림에 능통했고, 말타기와 활쏘기 등 무예도 잘했다. 하지만 그녀의 성격은 매우 사나웠다.15세가 되어 성년이 된 이후로는 많은 중매쟁이들이 찾아왔다. 하지만 어떤 집안을 말해도 그녀는 모두 거절했다. 시간이 지나자 중매
화가 나 있던 송석석이었지만, 시만자가 이렇게 놀려대자 금방 웃음을 터뜨려 버리고 말았다. "됐어, 그냥 이리 내려와서 같이 몸 좀 담자."시만자가 웃으며 대답했다."명 받들겠습니다." 그러고는 재빨리 옷을 벗어 던져두고 온천 속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은 물을 튀기며 놀다가, 이내 턱을 부드러운 베개 위에 얹었다.시만자가 말했다. "황후 그 멍청한 사람을 대체 왜 신경 쓰는 거야? 그런 사람 때문에 화내는 건 가치도 없어.""정말 이상한 사람이야. 제씨 가문에서 교육받은 사람 같지가 않아." 송석석은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했다. "음, 사실 제씨 가문에도 문제 있는 인물이 많긴 하지.""당연하지. 제상서는 첩을 두고 있고, 제제사는 말할 것도 없어. 상서 부인만큼은 좀 나은 편이야. 불쌍한 사람이지."송석석은 두 손을 포개고 턱을 손등에 얹었다. 그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러니까. 만자야, 란주 상궁이 한 말을 들었을 때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아?""화가 났겠지." 시만자도 그녀처럼 턱을 손등에 얹고 말했다. "그것 말고 또 어떤 기분이 들었을 것 같애?" 송석석이 눈가에 맺힌 습기를 닦아내며 말을 이었다."화가난 건 당연하지만 실망스러운 감정이 더 컸어. 황후가 정말로 사제에게 측비를 들이려는 건 아닐 거야.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나를 궁으로 불러내려고 이런 구실을 만든 거야. 황후는 어떻게 해야 여자를 가장 아프게 할 수 있는지 잘 알지. 마치 칼을 들고 사람의 심장을 찌르는 듯이."시만자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었지만, 송석석의 말을 듣고는 욕을 참을 수 없었다. "대체 왜 저러는 거야? 정말 쉴 새가 없네. 서우에게 상을 내리더니 이제는 너를 위협하고. 이렇게 해서 본인한테 대체 무슨 이득이 있다고?"송석석도 황후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를 끌어들이려는 것? 그렇다면 그렇게 역겨운 말까지 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녀를 벌하려는 것? 그렇다면 왜 직접 측비를 보
란주 상궁은 이렇게 북명황실에서 쫓겨나듯 나왔다. 심지어 그녀는 안에서 많은 눈총을 받았다.궁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그녀는 여전히 송석석이 궁에 올지 안 올지 추측했다. 송석석이 아까전 명확히 승낙하지도, 완전히 거절하지도 않은 듯했기 때문이다.황후는 물론 진짜로 왕야를 위해 측비를 들이려 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말한 것은 왕비를 조급하게 만들어, 결국 관직에서 물러나게 하려는 수단이었다.송석석이 관직을 그만두지 않더라도, 황후가 황실에 측비를 들이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이렇게까지 화를 낼 줄은 몰랐다. 체면도 생각치 않고 사람을 바로 내쫓아 버리다니 말이다.만약 그녀가 궁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이 오해는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이다.란주 상궁은 이내 한숨을 쉬었다. 이것이 정말로 오해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사실 조정에 여성 관원이 있는 것은 무척이나 좋은 일이기에, 만약 왕비가 관직에서 물러난다면, 그녀는 오히려 아쉬움을 느낄 것 같았다.란주 상궁은 이렇게 생각하며 자신이 예전처럼 황후께 충성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꼈다.한편, 북명황실에서 송석석은 매우 화가 나 있었다.안그래도 이틀 전 황제가 늦은 밤에 황실을 방문한 일로 인해 비난이 쏟아져 이미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황후까지 와서 그녀를 괴롭히려 하니 말이다.황제와 황후는 정말 천생연분인 듯했다. 각자 사람을 괴롭히는 재주가 있었다.염선생과 심청화 두 사람은 본채에 앉아 송석석이 아무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절뚝거리며 걸어 나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뒷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이 아프게 할 정도로 처량해 보였다.의심받을 일을 모두 피하기 위해 자신을 다치게 한 것만 해도 충분히 불쌍한데, 황제가 한밤중에 갑자기 황실을 찾아오는 바람에 온갖 소문이 나돌고 있었다.이제는 조정의 문무백관 중 절반 이상이 이 일을 알고 있을 것이고, 대부분은 송석석을 몰래 비난하고 있을 것이었다.오늘 황후가 이런 짓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우에게 상을 내리는가 하면,
제 황후는 넋이 나간 채 장춘궁으로 돌아왔다. 머릿속에는 황제가 황후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했던 말이 계속 맴돌았다.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천둥처럼 그녀의 마음을 내리쳤다.그 충격으로 머리가 멍해지고, 손발이 저려왔다."마마, 폐하께서는 그저 화가 나서 하신 말씀일 뿐일 겁니다. 너무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란주 상궁은 핏빛이 하나도 없고, 혼이 나간 듯한 황후의 모습을 보며 크게 걱정하며 말했다.제 황후는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 그저 가슴을 누르며 눈물만 흘렸다."화가 나서 한 말? 화가 나도 어떻게 황후를 폐위하겠다는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황제께서는 화가 났다고 그런 말을 하시는 분이 아니다. 진심으로 그런 마음을 품고 계신 거야.""어떻게 그러실 수 있겠습니까? 폐하께서 어떻게 시만자 같은 상인의 딸을 황후로 세우시겠습니까!"란주도 전각 밖에서 황제의 목소리를 들었던 터라 매우 의아한 상태였다.제 황후는 눈물 범벅이 된 채로 말했다."아직도 모르겠느냐? 시만자가 아니라 송석석인 것이다!"란주 상궁이 말했다."그렇다면 더더욱 불가능한 일입니다. 송석석은 북명왕비이지 않습니까. 황제께서 아무리 혼란스러우셔도 제수를 황후로 세우실 리가 없습니다. 이는 윤리와 인륜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만약 정말로 그렇게 하신다면, 천하의 학자들이 입방아에 올려 비난할 겁니다. 황제께서 그렇게 하시지 않을 겁니다.""문제는 폐하께서 그렇게 하고 싶어 하신다는 것이야."제 황후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그녀의 눈빛 속에 분노가 차올랐다."송석석은 과거 전북망이 평처를 들이려 하자 난리를 피웠던 사람이다. 그녀라면 의심받을 일을 하지 않고 피해야 할 것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일 텐데, 어떻게 폐하를 이렇게 혼란스럽게 내버려 둘 수 있단 말인가?"란주가 말했다."왕비님께서도 모르고 계실수도 있습니다."제 황후가 코를 세게 풀자, 금새 코끝이 빨개졌다."예전에는 몰랐다 하더라도 지금쯤이면 알았을 것이다. 만약 그녀가 충신이라면, 황제의 명성을 훼손
황후는 깜짝 놀라 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어두운 눈빛 속에는 분노가 서리고 있었다.그녀는 후궁 사람들이 이렇게 말할 줄은, 심지어 황제가 그 무엇보다 먼저 송석석을 감싸며 노여움을 터뜨릴 줄은 감히 생각치도 못했다. 게다가 그 노여움도 오직 그녀를 위한 것이었으니 말이다.송석석이 그런 마음을 품지 않았다는 것은, 황제가 스스로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이 된다. 황제가 모든 비난을 혼자 떠맡기로 한 것이다.황후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평소 자신의 명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물 흐르듯 상황을 이용해 송석석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자신의 명성을 먼저 보호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근데 왜 지금 송석석을 먼저 보호하려 하는 것인가? 만약 외부에게도 이런 식으로 말한다면, 조정의 문무백관들은 황제가 터무니없는 행동을 했다고 말할 것이 분명했다.바로 그때, 다양한 감정들이 서서히 제 황후의 마음을 휘감았고, 문득 예전에 황제가 송석석을 궁으로 들이겠다고 말했던 일이 떠올랐다.설마 황제가 송석석에게 마음을 품었던 것인가? 그렇다면 이것이야 말로 황당한 일이었다. 그녀는 황제에게 시집온 그날부터 이 남자가 자신만을 위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랑이나 좋아한다는 감정 같은 것은 지위와 권력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하지만 전제 조건은, 황제가 그 어떤 여성에게도 마음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긴 세월 동안 황제의 총애를 받는 새로운 여인들이 있었지만, 그녀는 질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총애란 단지 황제가 패를 몇 번 더 뒤집은 것뿐이었지, 진정한 마음을 쏟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예전에 황제가 송석석을 궁으로 들이겠다고 말했을 때, 그녀는 기뻐하지 않았다.평소 후궁을 간택할 때 황제는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대부분 그녀가 주관했다. 그러나 오직 송석석만은 예외였다. 송석석의 이름은 황제가 직접 올렸기에, 그녀는 자연스레 질투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또 다른 이유는 송석
염선생의 걱정대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황실의 하인들을 찾아가 몰래 물어보려는 시도를 했다. 다행히 미리 경계를 해두었기 때문에, 하인들은 그들이 무엇을 물어도 모른다고 대답했다.하지만 북명황실이 입을 다물면 다물수록 더 많은 의심을 자아내게 했다. 이 일이 보통 평범한 일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황제가 궁궐을 나선다는 것은, 화본에서 말하는 것처럼 단순히 소수의 사람만 데리고 미복하여 민간을 방문해 민정을 살피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황실이나 훈작세가에 어떤 경사가 있더라도, 황제가 가마를 이끌고 그곳에 방문하려면 미리 몇 일 전부터 조서를 내려 황제를 맞이할 일을 준비하게 해야 했다. 심지어는 정원이나 집을 미리 수리하고, 부드러운 융단을 깔고 꽃을 심으며, 다양한 음식을 준비하기도 했다.한마디로 말하자면, 한밤중에 단 몇 명만 데리고 신하의 집에 가는 것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게다가 북명왕은 아직 남강에 있었고, 북명왕비이자 사령관인 송석석은 집에서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는데, 황제가 줄곧 그녀를 어서방에 불러 국사를 논의했다고 했다.과연 진짜로 국사를 논의하기 위해서 일까?이 상황에서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려웠다.이렇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할 때면, 남자를 탓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더군다나 황제를 탓하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만약 황제가 잘못을 했다면, 모두 그것은 반드시 누군가에 의한 유혹에 빠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었다.심지어, 황제가 송석석과 어서방에서 단둘이 있는 동안 황제는 후궁에 한번도 들르지 않았다.이런 일은 아무도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사적으로는 틀림없이 속삭이고 있을 것임이 분명했다.물론 후궁들은 알고 있었다. 황제가 후궁에 들르지 않았다고 해도, 한밤중에 거동한 일은 감출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이날 후궁들이 장춘궁에 안부 인사를 전하러 왔다. 수빈과 덕비는 평소에는 후궁의 상황을 황후에게 보고하지 않았지만, 오늘은 사소한 것까지 모두 보고했다. 보고를
서방에는 불이 아직 켜져 있었다.심청화의 말을 듣자마자 송석석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이 상처가 빨리 나을 수 있겠네요. 정말 답답해서 죽을 뻔했습니다."염선생이 말했다. "오늘 밤은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심청화는 송석석을 바라보며 살며시 한숨을 쉬었다. "만약 그가 진짜로 연왕을 본받는다면, 사제는 아마 사청엄처럼 될 것이다.""그는 이미 결과를 예측했을 겁니다." 염선생이 말하자 송석석이 매우 우울해하며 말했다. "그가 정말 이런 짓까지 할 이유가 없을텐데…... 어렸을 때 그는 둘째 형과 잘 지내며, 항상 나를 여동생처럼 대해줬고, 내가 조정에 들어간 후에도 진심으로 나를 신하로 대해줬는데, 어떻게 갑자기 이런 마음을 품게 된 것인지.."그러자 염선생이 놀라며 물었다. "갑자기요? 왕비님은 남강을 되찾고 돌아왔을 때, 그가 왕비님을 궁에 들여 후궁으로 삼으려고 했던 걸 잊으셨습니까?""나는 그가 나를 이용해 사제의 병권을 빼앗으려고 했던 것뿐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야."그리고 그때 그녀는 송회안의 딸이었기 때문에, 그녀를 궁에 들이는 것은 누군가가 그녀를 아내로 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심청화가 잠시 생각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그때 그가 너에게 마음에 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익을 계산해본 후 포기한 거겠지."그러고나서 송석석을 바라보며 말을 덧붙였다. "만약 그때 진짜로 너를 궁에 들이려 했다면, 넌 궁에 들어갈 생각이 있었느냐?"송석석은 즉시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저는 곧장 짐을 싸서 매산으로 돌아갔을 겁니다.""단순히 궁에 들어가기 싫어서였나, 아니면 그를 좋아하지 않아서였나?""대사형, 이건 쓸데없는 질문이에요. 궁에 들어가기도 싫었고, 그를 좋아하지도 않았습니다.""하지만 너는 그때 사제도 좋아하지 않았을 텐데, 왜 망설임 없이 그에게 시집을 간 것이지?" 심청화의 눈빛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아니면 그때 이미 사제를 좋아하고는 있었지만, 너 자신도 그 감정을 몰랐거나
심청화의 그림 솜씨는 실로 대단했고, 그림이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것처럼 생동감 넘치게 느껴졌다.모두가 그림 속의 인물을 한번 보고, 다시 의자에 앉아 있는 피곤함 하나 없는 숙청제를 바라보았는데, 마치 숙청제가 그림 속으로 들어간 듯, 방금 전의 표정조차 그대로 묘사되어 있었다.눈과 눈가에 흐릿한 주름, 귀 밑으로 흩어진 몇 가닥의 흰 머리, 오른쪽 입술 아래 작은 검은 점, 그리고 입술의 주름까지 세밀한 부분마저 놓치지 않았다.옷에는 아직 색이 칠해지지 않았지만 문양은 이미 그려져 있었고, 실제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숙청제는 마치 처음으로 이렇게 자신을 마주한 것처럼, 한참 동안 멍하니 그림을 보고는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 "짐이 참 늙었구나."그는 평소에 구리거울조차 잘 보지 않으며, 보더라도 이렇게까지 선명하게 보지 않았었다."폐하는 늙지 않으셨습니다. 겨우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십니다." 오 대반이 아첨하며 말했다.숙청제가 미소를 지으며 그를 쓱 쳐다보고 다시 말했다. "짐과 아우는 확실히 비슷한 점이 있구나."그러면서 송석석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송석석은 방금까지 계속 하품을 한 탓에 눈 주위가 붉어져 있었는데, 숙청제가 묻자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폐하와 왕야는 조금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그러자 숙청제는 다시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의 얼굴에서 어두운 기색이 사라진 듯했다.송석석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을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사제가 훨씬 더 잘생겼으며 골상도 더 빼어납니다.’그들의 용모는 실제로 닮아 있었다. 결국 같은 아버지 아래에서 태어났고, 어머니도 친자매였으니 말이다. 다만, 예전에는 그렇게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두 사람의 기운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황제는 웃음을 잘 지어 보이지 않았으며 차갑고 위엄 있었다. 그의 얼굴선은 더 각지다.사여묵은 혼인 후 훨씬 부드러워졌다. 만약 그가 스산한 기운을 가라앉힌다면 온화하고 우아한 군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