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번에 차우미도 신속하게 반응했는데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릇을 잡으며 말했다.“유리 씨, 괜찮아요. 저 먹을 수 있어요.”차우미는 온이샘에게 자기가 먹다 남은 음식을 줄 수 없었다.유리는 차우미가 자기의 손에서 그릇을 가져가려고 하자 그 손을 뿌리치고 온이샘을 보며 말했다.“이 정도면 됐어.”말을 마치고 유리는 또다시 젓가락을 들고 차우미의 그릇에 요리를 산처럼 담은 다음 차우미 앞에 놓았다.그녀의 모든 동작은 매우 빨랐고 성격처럼 시원시원했으며 물이 아래로 흐르듯이 너무 당연해 보였다.“됐어요. 예의를 차리지 말고 많이 들어요.”차우미는 앞에 산더미와 같은 요리들을 보며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유리의 열정은 정말 말릴 수 없었다.온이샘은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다 못 먹으면 나한테 줘.”유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이샘 학생에게 주면 돼요.”“...”차우미는 어릴 적부터 음식을 남긴 적이 없었기에 아무도 그녀가 남긴 음식을 먹은 적이 없었다.때문에 그녀는 온이샘의 밥그릇에 있는 자기의 밥을 보다가 말했다.“선배, 그냥 저한테 줘요.”차우미가 손을 뻗어 온이샘의 밥그릇에 넘겨 놓은 밥을 다시 가져가려고 했지만 온이샘은 자기 그릇에 온 것을 절대 돌려줄 생각이 없었다.그는 차우미가 남긴 것을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때문에 서둘러 차우미의 손을 잡고 말했다.“괜찮아. 다 못 먹으면서 억지로 먹지 않아도 돼. 내가 먹을 수 있어. 낭비하면 안 되잖아.”온이샘은 마치 두 사람만 있는 듯 진지하게 차우미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는 그녀가 남긴 거면 뭐든 먹을 수 있었는데 이건 강요가 아니라 원해서 하는 것이다.온이샘은 무의식적으로 따뜻한 손으로 차우미의 손목을 꽉 잡고 제지했다.차우미는 잠시 당황하더니 곧바로 손을 거두려고 했다.온이샘은 그제야 자기가 무의식적으로 차우미의 손목을 잡았다는 것을 깨닫고 손을 놓으며 사과했다.“미안해. 너무 급해서 그만...”차우미는 손을 거두고
유리는 차우미와 온이샘을 놀리지 않았다.두 사람 사이가 아직은 연인이 아니고 또 차우미가 많이 부끄러워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게다가 온이샘이 차우미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기에 너무 무례하지 않았다.유리가 먼저 침묵을 깨자, 화동이가 이어서 말했다.“우미 씨, 이샘 씨, 저의 요리가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양해해 주세요.”화동의 겸손한 한마디에 온이샘이 서둘러 말했다.“아니에요. 화동 씨 요리 너무 맛있어요. 청주와 노주 그리고 안평 요리까지 모두 너무 맛있어요. 저 지금 엄청 많이 먹고 있어요.”말하면서 온이샘은 젓가락을 들고 요리와 함께 밥그릇의 맨 위에 놓인 차우미한테서 가져온 밥을 먹었다.차우미는 옆에서 조용히 얘기를 듣고 있다가 온이샘이 아무렇지 않게 자기의 밥을 먹는 것을 보고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고개를 숙이고 계속해서 먹었다.그렇게 분위기는 금방 돌아왔고 모두 즐겁게 식사했다.오후 1시가 거의 될 때쯤 모두 식사를 마치고 식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참 지나서 화동과 주관규가 일어나서 식탁을 정리하자, 차우미와 온이샘도 일어나서 도와주었다.유리는 차우미와 온이샘을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했지만 막을 수 없었다.여러 명이 움직이자, 식탁은 금방 정리되었다.설겆이까지 다 끝나고 온이샘이 시계를 보았는데 1시가 된 것을 확인하고 유리에게 말했다.“유리야, 우리 오늘 안평으로 가야 해서 오래 있을 수 없을 것 같아. 나중에 시간 되면 우리 다시 모이자.”유리는 두 사람이 다른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알았어. 너 일도 잘하고 책임감 있는 바쁜 사람인 거 알아. 우미 씨도 바쁜 것 같으니 잡지 않을게. 우리 서로 연락 방법을 남겨서 나중에 또 연락하자.”“그래. 교통도 편리하니 모두 시간이 될 때 또 만나자.”유리는 역시 소탈하고 통쾌했다.온이샘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러자.”이어서 그들은 서로 연락처를 주고 받았는데 차우미도 유리의 전화번호와 카톡을 추가했다
“이샘이는 모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았지만 유독 여자애들과는 언제나 거리를 두었어. 다른 남자애들은 사춘기 때 짝사랑도 하고 좋아하는 애들도 있었는데 이샘이는 공부 외에 아무 데도 관심이 없고 항상 품행과 학업이 모두 뛰어났어. 그래서 그때 우리 반의 여학생들은 거의 모두 이샘이를 짝사랑 했었거든.”유리의 말을 듣고 화동이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당신도 좋아했어?”유리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고개를 들고 두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당연하지. 그때 짝사랑 안 해본 사람이 없을걸. 게다가 그렇게 우수한 사람을 누군들 싫어하겠어. 그 나이 때는 누구나 짝사랑하는 거야. 사춘기의 소녀가 같은 반에 공부도 잘하고 가문도 좋고 잘생긴 남자가 있는데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화동은 유리가 흥이 나서 그때 일을 얘기하는 것을 흥미진진하게 보며 미소를 아끼지 않았다.유리는 화동의 모습을 보고 의아해했다.“왜 웃어? 질투 안 해?”화동은 그녀를 끌어안고 고개를 저었다.“안 해.”유리는 화동의 웃고 있는 얼굴을 꼬집으며 계속해서 말했다.“어렸을 때니까 당연히 신과 같은 사람을 좋아하겠지만 크면서 달라지는 거야. 사람과 사람 사이는 인연이 없으면 안 되는 것 같아. 예전에 친구들이 농담으로 이샘이는 어떤 사람을 좋아할지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 끝내 알았어. 만약 이샘이와 우미 씨가 정말 좋은 결과가 있다면 애들한테 자랑해야겠어.”말하면서 유리는 휴대폰을 꺼내서 갤러리를 클릭해서 오전에 길거리를 구경하면서 찍었던 온이샘과 차우미의 사진을 화동에게 보여주었다.“이거 봐. 두 사람 잘 어울리지.”화동도 사진을 보았다.차우미와 온이샘이 무후문 아래에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차우미는 고개를 들고 무후문 위에 있는 깃발을 올려다보고 온이샘은 옆에서 차우미를 바라보고 있는 광경이었다.화창한 햇빛 아래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길거리의 풍경도 오가는 사람들도 모두 생활 중의 여러 가지 색으로 보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하지만 온이샘에게는 아
봄이 지나고 여름이 한창이기에 산과 나무들은 무성하고 푸르다.숲속에서는 매미가 울고 나뭇가지에서는 새가 지저귀고 시냇물이 졸졸 흐르며 나뭇잎들은 바람에 사르륵 소리를 냈다. 이 모든 것은 여름날의 즐거움을 말하고 있었고 여름날의 풍경을 그대로 표현했다.별장은 푸른 산과 맑은 물을 중심으로 숲 아래에 있는데 봄이 가면서 추위가 사라지고 그윽하고 고요한 여름을 맞이했다.검은색 벤츠가 별장 문 앞에 있었는데 나상준이 거실에서 나와 차에 올라탔다.차는 곧바로 별장을 떠났고 박영자는 청석으로 포장된 바닥에서 차가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다가 뒷마당의 연못 옆에 있는 정자로 갔다.박영자는 돌 벤치에 앉아 대나무로 엮은 공을 가지고 노는 고양이를 앉고 있는 노인의 옆에 가서 말했다.“사모님, 도련님은 출발하셨어요.”이혜정은 주먹만큼 크기의 공은 한 손으로 잡고 있었는데 그 위에는 술 장식들이 있었고 공이 움직일 때마다 같이 흔들렸다.술 장식이 움직일 때마다 노란 고양이가 몸을 일으키며 잡으려고 했고 잡지 못하면 다급해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고양이는 이와 같은 행동을 계속 반복했는데 어떻게 하면 잡을 수 있을지 연구하는 듯 귀를 잡는 모습은 너무 귀여웠다.이혜정은 평소 잘 웃지 않았는데 후손들을 만나거나 고양이의 귀여운 모습을 볼 때만 주름을 자랑하며 미소를 보여주었다.박영자의 말을 듣고 이혜정은 두 눈을 깜빡이더니 알았다고 대답만 하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혜정의 대답을 들은 박영자도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이혜정의 뒤에서 부채질했다.이혜정은 공을 여기저기 옮겨가며 고양이를 놀리다가 가끔은 고양이가 잡을 수 있게 행동을 멈추기도 했다.그녀가 공을 멈추고 높이를 낮추면 고양이는 누워서 뒹굴며 놀았다. 고양이가 기분이 좋아지면 그녀는 또 공을 뺏었는데 그때마다 혼란스러워하는 고양이의 표정을 보고 이혜정은 크게 웃었다.박영자는 이혜정의 웃음소리와 표정을 보다가 또 멍해 있는 고양이의 모습을 보고 따라서 웃었다.이혜정은 고생을 많이 했는
이 고양이는 특별히 귀한 품종이 아니고 아주 평범한 고양이다.이혜정은 식사하고 산책을 하는 습관이 있는데 어느 하루 박영자와 이혜정은 함께 산책하다가 숲에서 아주 약한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었다.이혜정은 발걸음을 멈추고 숲속을 바라봤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아주 작은 고양이가 이혜정 앞으로 걸어 나왔다.그는 이혜정이 마음이 따뜻한 사람인 걸 알고 있다는 듯 이혜정의 발 옆에 와서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이혜정은 애완동물을 키우는 습관이 없는데 어릴 때 가문이 망했을 때도 그녀의 생활은 여전히 평범하지 않았고 아가씨로 불리고 집에 가정부도 있었다.하지만 아주 어릴 때 누군가 아주 진귀한 페르시아고양이를 선물했었는데 그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함께 하다가 죽었다. 그때 이혜정는 오랫동안 슬퍼했고 그 뒤로 다시는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기로 결심했다.이혜정은 더 이상 이별의 고통을 겪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게다가 그때 가문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페르시아고양이가 죽은 다음 가문이 더욱 힘들게 되면서 심지어 자기를 진심으로 대해줄 사람과 결혼할 수도 없게 되었다.그리하여 이혜정은 결국 그때 보따리 장사를 하던 나동석과 결혼하게 되었다.그렇다고 무작위로 아무런 생각도 없이 결정한 것이 아니라 나동석의 근면 성실하고 착하고 노력하는 진심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선택한 것이다.결혼 후 두 사람은 많은 풍파를 함께 겪으면서 인생의 굴곡을 모두 체험했다.그런 상황에서 애완동물을 키울 수 있는 조건도, 여유도 없었다.때문에 어린 고양이가 그녀의 앞에 나타나는 순간 오래 전의 기억이 떠올라 이혜정은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와 지금까지 키우게 되었다.그런데 고양이를 집으로 데리고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혜정은 힘들 때 나씨 가문을 도와주었던 차우미의 할아버지를 찾게 되었다.그 이후에는 나상준과 차우미의 결혼으로 서로 사돈을 맺게 되었다.고양이는 재미있게 놀다가 힘들었는지 그 자리에 엎드려 꼬리를 흔들며 물고기들이 헤엄치
차우미는 온이샘과 같이 삼륜차를 타고 주차장으로 가서 곧바로 차에 타고 도로로 나왔다.그때 차에서 차우미가 나상준에게 자기의 상황을 메시지로 보냈다.메시지를 보내고 시간을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빨리 출발하여 아직 2시가 되지 않았다.호텔에 도착하면 2시가 될 거고 짐을 챙겨 체크아웃하고 차 키까지 맡기면 아마 2시가 넘어서 공항으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면 3시 넘어서 공항에 도착할 수 있으니, 시간이 충분하다.차우미는 이 정도면 완벽하다고 생각하며 휴대폰을 들고 마음속으로 이것저것 생각했다.온이샘은 운전하면서 가끔 그녀를 살펴봤는데 무언가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고 심각하지는 않고 무언가 계획하는 것 같았다.온이샘은 차우미가 자기도 함께 안평으로 가는 데 있어서 불안해하지 않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사실 온이샘은 나상준 때문에 차우미가 자기도 안평으로 함께 가려는 것을 거절할까 봐 걱정했었다.온이샘은 나상준이 차우미 옆에 있는 건 두렵지 않지만 자기가 없는 상황에서 나상준만 차우미 옆에 있는 것이 두려웠다.차우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열심히 계속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온이샘은 방해하지 않았다.온이샘은 앞을 바라보고 안전하게 운전하며 이후에 어떻게 할지 생각했다.이번에 청주로 오면서 모든 것이 예전과 달라졌기에 잘 생각해야 했다.두 사람은 호텔로 가는 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아 차 안은 조용하기 그지없었다.1시가 넘어서 교통 체증이 조금 있었지만, 아침 정도는 아니어서 그들이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1시 47분으로 차우미가 예상했던 시간과 비슷했다.차우미가 가방을 들고 온이샘에게 말했다.“선배, 나의 짐은 준비를 다 했으니 이제 방에 돌아가서 한 번 살펴보고 공항으로 출발할 거야. 그러니 선배도 이제 돌아가서 정리하고 우리 공항에서 만나.”온이샘이 그녀와 같은 항공편을 예약했기에 그냥 돌아설 수 없어 자기의 상황을 얘기했다.어차피 같은 비행기로, 함께 안평으로 돌아가야 하는 사실을 막으려고 해도 막을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서 차우미는 안평으로 돌아간 다음 다시 얘기할 시간을 찾으려고 했다.오늘 밤 안평으로 가기 위해 나상준도 공항에 올 것이고 그날 밤 레스토랑에서처럼 온이샘이 나상준을 보면 온이샘도 마음속으로 더 신중하게 어떻게 해야할지 다시 한번 생각할 거라고 생각했다.어떤 일은 여러 번 반복해서 보게 되면 거기에 대해서 더 이성적으로 접근해서 결론을 내릴 거라고 믿었다.그리고 나상준이 온이샘과 자기를 보고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 대해서 차우미는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이미 이혼했기에 그녀의 삶은 당연히 결혼했을 때와 달라질 것이다.때문에 차우미는 나상준이 오해를 하든, 화를 내든 자기의 삶을 충실히 계속할 것이다.이것저것 생각하는 사이에 엘리베이터는 어느새 차우미 방이 있는 층에 도착했다.차우미가 먼저 고개를 들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온이샘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방금 차우미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온이샘 역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두 사람이 각자 자기의 생각을 하는 동안 어느덧 차우미의 방에 도착했고 온이샘이 방에 있는 캐리어를 보며 물었다.“캐리어가 하나야?”말하면서 그는 주동적으로 캐리어를 들었다.차우미는 회성의 특산을 따로 준비하지 않았는데 사전에 산 것들은 이미 택배로 보냈기에 올 때의 짐 그대로 돌아가면 되었다.다만 온이샘이 그녀에게 옷을 가져다준 적이 있었는데 그 가방이 하나 더 있었다.차우미는 옷장에서 작은 여행 가방을 꺼내고 누락된 것이 있는지 한 번 더 둘러보며 말했다.“여기 여행용 작은 가방이 하나 더 있어.”온이샘은 캐리어를 들고 또 차우미 손에서 여행 가방까지 가져갔다.두 사람의 손가락이 무심코 마주치는 순간 차우미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풀었고 온이샘은 여행 가방을 꽉 잡아서 캐리어 위에 올려놓았다.“내가 할게.”차우미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선배, 괜찮아. 여행 가방은 내가 들게.”말을 마친 차우미가 가방을 잡으려고 하자 온이샘은 곧바로 캐리어와
차우미가 직원에게 말했다.“잠깐만요.”“네.”차우미는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냈고 온이샘은 캐리어를 잡고 옆에서 그녀를 기다렸다.사실 차우미의 휴대폰이 울리자마자 온이샘의 시선은 그녀가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는 것을 줄곧 주시했다.온이샘의 키가 크고 각도와 시력이 좋았기에 그는 차우미 휴대폰에 뜬 이름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는데 바로 나상준이었다.그 이름을 보는 순간 온이샘은 마음이 흔들렸지만, 표정은 평소와 다름없었다.상대방의 마음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차우미는 온이샘이 자신의 휴대폰을 보는 줄도 모르고 전화 온 사람이 나상준인 것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호텔 밖으로 나가서 받았다.“여보세요.”“어디야?”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간결하고 선명하게 차우미의 귀에 들렸다.차우미는 호텔 밖의 차들을 둘러보다가 익숙한 차가 보이지 않자, 시선을 거두고 말했다.“지금 호텔 로비에 있어. 체크아웃 수속을 금방 마쳤어.”“그럼, 나와.”“뭐라고?”뚜뚜...나상준의 말을 이해하지도 못했는데 반대편에서 전화를 끊은 소리가 들려왔다.차우미는 깜짝 놀라며 다시 한번 밖에 있는 차들을 둘러봤는데 그때 검은 벤츠가 가까이 와서 호텔 문 앞에 주차했다.차우미의 눈에는 충격과 불확실이 가득했다.‘벌써 왔다고?’처음에 나상준이 그녀에게 일이 끝나면 전화하라고 했을 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를 데리러 올 수 있다고 예상했었다. 차 키가 그녀에게 있어서 그럴 것 같다고 추측은 했었지만, 그냥 추측일 뿐 나상준의 성격상 절대 그럴 가능성이 없을 거라고 부정했었다.나상준은 원래도 바쁜 사람인데 주말 이틀 동안 아무 일도 하지 못했기에 오늘은 엄청나게 바쁠 거라고 생각했다.차우미가 연락했을 때는 비록 이른 시간이었지만 나상준은 예전 습관대로 서두르지 않고 출발 시간이 거의 되어서야 공항 도착할 것이다.조금 전에 나상준의 전화가 들어올 때 차우미는 무의식적으로 그가 오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냥 물어볼 뿐이지 절대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생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