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녀는 나상준 옆을 지키지 않으면 안심이 되지 않았다.나상준은 침대에 누워서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들으며 검은 두 눈을 감았다.방으로 돌아간 차우미는 씻고 나와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잠옷이 아닌 평소에 입고 다니는 옷으로 갈아입은 뒤 두꺼운 외투를 챙겨 나상준의 방으로 갔다.그녀는 방문을 닫고 침실로 가서 나상준을 바라봤다.그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었지만 자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표정이 그가 잠들었을 때의 표정이 아니었다.그러나 차우미가 들어왔음에도 그는 눈을 뜨지 않았다. 그의 표정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열이 내렸는지 그의 이마에 손을 대어보던 차우미는 다시 나가 해열 시트를 가져온 뒤 나상준의 이마에 붙여줬다.나상준은 두 눈을 감은 채 차우미를 쳐다보지 않았다. 차우미는 그에게 해열 시트를 붙여준 뒤 다시 그의 안색을 살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불편한 곳 있으면 나에게 말해.”말을 마친 차우미는 뭔가 생각난 듯 다시 물었다.“물 마실래?”“응.”긴장했던 마음이 풀리며 차우미의 눈에 웃음이 감돌았다.그가 요구하는 건 좋은 거였다. 나상준이 협조를 하고 있다는 걸 설명했다.차우미는 나가서 컵에 물을 한잔 따랐다. 그녀는 뜨거운 물을 호호 불어 식힌 뒤 가지고 들어갔다.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차우미가 물을 건네자 그는 물을 반 컵 정도 마시고는 침대 옆 서랍장 위에 올려놓았다.“내가 할게.”나상준의 손에서 물컵을 건네받던 차우미는 그의 손과 맞닿았다. 차우미는 무의식적으로 깜짝 놀라며 겁을 받아 들었다.나상준은 차우미를 보며 입을 열었다.“올라와.”물컵을 가지고 나가려던 차우미는 그의 말을 듣고 멈춰 섰다.‘올라오라고? 무슨 뜻이지?’차우미는 나상준의 말이 이해가 안 된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나상준은 의아해하는 차우미를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침대에 올라오라고.”“...”깜짝 놀란 차우미는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들었다.그녀는 침대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아무 감정도 섞이지 않은 차가운 목소리가 차우미의 말을 끊었다.차우미는 멈칫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야, 난 그런 뜻이 아니야. 상준 씨도 그럴 사람이 아니고.”3년간의 결혼 생활을 하면서 차우미는 그가 나쁜 남자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그를 그런 부류의 남자로 생각한 적이 없었다.차우미의 마음속에서 나상준은 아주 좋은 사람이었다. 완벽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차우미의 맑은 눈이 믿음으로 가득 찼다.이 믿음은 3년 동안 쌓아온 믿음이었기에 쉽게 무너지지도, 쉽게 바뀌지도 않았다.그러나 20분 전에 나상준이 차우미에게 무슨 짓을 했다면 이 신뢰는 깨지고 말았겠지.한순간에 깨진 믿음으로 차우미는 다시는 나상준을 믿지 못했을 거다.나상준이 바라본 차우미의 눈에는 두터운 믿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상준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그녀의 믿음을 깨뜨릴 수 없을 것 같았다.나상준은 시선을 거두고 앞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그럼 너 지금 뭘 두려워하고 있는 거야?”차우미는 방금 나상준이 냉담한 말투로 물었을 때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평온하게 대답했다.그러나 지금 나상준의 말투는 아까처럼 차갑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듣기에는 질문처럼 들리는 그의 말이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그녀가 나상준을 무서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이런 나상준의 모습에 차우미는 오늘 병원에서 그가 이젠 하고 싶은 말을 참지 않고 하겠다고 했던 말이 떠오르며 그제야 마음이 편안해 졌다.눈앞의 사람이 더 이상 위험해 보이지도 않았고 무섭지도 않았다. 그들은 마치 친구처럼 차분하게 대화를 나눴다.차우미는 이런 대화를 좋아한다.차우미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상준 씨도 상준 씨의 새로운 삶을 시작했고 나도 새로운 삶을 시작했어. 앞으로 상준 씨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할 거고 나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새로운 가정을 꾸릴 거야. 우리가 예전처럼 한 침대에서 자는 건 말이 안 돼.”그가 별
지금 이 순간의 나상준은 정말 위험해 보였다.차우미는 무의식적으로 긴장했지만 이내 긴장이 풀렸다. 그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또 누군가가 그녀 앞에서 자신을 모함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화를 내는 것 같았다.왠지 모르게 웃음이 터진 차우미의 눈이 휘어졌다.“그럼 상준 씨는 재혼하지 않을 거야? 상준 씨 이렇게 젊은데 무조건 결혼 할거잖아. 인생이 얼마나 긴데. 상준 씨도 좋은 사람 많이 만나게 될 거고 마음에 드는 사람 있다면 자연스럽게 결혼 할거잖아.”차우미가 온화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마치 어른이 아이를 달래는 듯한 인내심 있는 말투 말이다.나상준이 아파서 그런지 차우미는 지금 나상준에게서 진실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피와 살이 있고 감정도 있으며 아무것도 아닌 말 한마디에 불쾌해하며 심지어 화도 냈다.차우미는 진짜 나상준과 친구가 된 것 같아 편안했다.나상준은 차우미에게 진지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차우미는 웃고 있었다. 진지한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 없이 그녀는 무책임하게 웃고 있었다.석양을 담은 듯한 차우미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나상준은 그런 그녀를 한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내가 다시 결혼한다고 해도 그 상대는 다른 사람이 아닌 너야.”차우미는 멍해졌다.순간 당황한 차우미는 더는 웃지 않았다. 심지어 머릿속이 새하얘졌다.‘다시 결혼한다고 해도 나랑 한다고?’그의 말이 차우미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차우미의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나상준의 말 한마디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진 차우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으며 심지어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도 몰랐다.나상준은 깜짝 놀라며 멍해 있는 차우미를 바라봤다. 나상준의 눈에 차우미가 전에는 본 적 없었던 수많은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나상준은 더는 말하지 않고 침대에 누운 뒤 눈을 감았다.차우미는 가만히 서서 침대에 누워있는 나상준을 바라보며 자신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몸을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궁금한 거 있으면 나한테 물어봐.”이성적인 나상준의 말이 차우미의 귓가에 똑똑히 들려왔다.침대 머리에 서서 불을 끄려던 차우미는 나상준의 말을 듣고 멈칫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알았어.”나상준은 방금 차우미가 한 말이 쓸데없는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쓸데없는 말이 아닌 사실이었다.남자와 여자는 정말 다르다. 특히 이런 사소한 면에서 남자와 여자는 생각하는 것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차우미는 나상준의 뜻을 알아차리고는 더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물어볼 것이 있다면 오해가 생기지 않게 물어보려 했다.요 며칠 나상준과 대화를 나눈 차우미는 기분이 좋았다. 그들은 지극히 소소한 일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고 나상준도 이런 일들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그도 그녀와 이야기하기를 원했다.방안의 불이 꺼지면서 커튼을 치지 않은 창문 사이로 도시의 불빛이 비춰 들어왔고 방안의 모든 것이 희미하게 보였다.차우미는 밖의 불빛에 의지해 소파로 걸어간 뒤 소파에 누웠다.침대를 마주하고 누운 차우미가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상준 씨, 불편한 곳 있으면 나 불러. 내가 여기서 밤새 지켜줄게.”“응.”나상준의 대답을 들은 차우미는 완전히 마음이 놓이며 평온해졌다.그녀는 싸우는 것과 경쟁을 싫어했다. 그녀는 이성적으로 소통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이점이 나상준의 생각과 똑같았기에 차우미는 행운이라고 생각했다.처음으로 만난 사람이 그였다. 그래서 현재를 포함한 3년 동안 그들은 평화롭게 지낼 수 있었고 모든 일을 잘 해결할 수 있었다.차우미는 눈을 감았다. 그녀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이 순간, 그녀는 몸과 마음이 느긋해졌다. 어두움과 조용함이 방안을 감싸자 졸음이 몰려왔다.온종일 바삐 돌아쳤고 모든 것이 잘 해결되었다. 차우미는 안심하고 잠을 청했다.나상준은 침대에 누워 두 눈을 감고 조용히 있었다. 움직이지도 소리를 내지도 않았다.소파에 누운 차우미가 잠이 들자 모든 것이
눈을 감고 한참 있으니 눈이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그는 실눈을 뜨고 서재의 불빛에 적응한 뒤 창밖에 내린 어두움을 바라봤다.밖은 고요했고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안평 시가 고요해진 느낌이었다.'벌써 새벽이 됐나 보네.'일의 특성상 늘 야근을 해왔던 김온은 시간을 보지 않고 밖의 하늘만 쳐다봐도 지금이 몇 시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그는 시선을 거두고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정말 새벽 12시였다.“선배, 밤새지 말고 일찍 쉬어. 건강이 제일 중요해.”머릿속에 부드러운 말이 떠오른 김온은 고개를 숙이고 웃음을 지었다.예전의 김온은 시간을 상관하지 않고 일이 끝나야지만 휴식을 취했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를 걱정해주는 사람이 생겼다. 이럴 때면 그의 머릿속에 그녀의 목소리가 떠올랐다.그는 더 이상 일에 집착하지 않고 휴식을 취했다.그는 건강하게 살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와 함께 한 평생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었다.그는 컴퓨터를 끄고 책상 위의 각종 서류를 정리한 뒤 서재에서 나가 욕실로 향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욕실에서 나온 그는 머리를 말리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원래 이 사건은 이렇게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에요. 제가 차우미 씨의 사건을 맡은 뒤로 주혜미 씨를 조사해 봤는데 주혜민 씨는 말하기 어려운 사람인 것 같았어요. 주혜민 씨와 차우미 씨의 갈등은 나상준 씨에서 비롯된 거더라고요. 제 경험으로 여자들의 감정 문제는 매우 번거로운 사건이에요.”“특히, 주혜민 씨는 성격이 강하고 집안 배경이 있는 관계로 얼굴 깎기는 것을 싫어하죠. 그래서 차우미 씨와 끝까지 싸울 수도 있었고요. 그러나 이 일은 차우미 씨한테 유리한 일이었기에 어떻게 해도 주혜민 씨가 차우미 씨를 이길 수는 없었을 거예요. 이 점은 제가 확신할 수 있어요. 다만 과정이 비교적 번거로웠겠죠.”“하지만 공교롭게도 주혜민 씨와 차우미 씨가 갈등이 생긴 다음 날 주영 그룹에 불리한 사건이 터졌죠. 이 사건은 아주 엄중한 사건인데
이영진 변호사는 사건의 원인과 이유 그리고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 상세히 알려줬다.김온은 사업하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그의 친척들과 친구 중에서는 사업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씨 가문은 크고 이름있는 가문이었기에 청주에 있는 가온 그룹과 나씨 가문은 종종 서로 왕래를 했다. 그렇기에 김온은 NS 그룹이 나상준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주영 그룹과 합작하는 회사가 다른 회사라면 몰랐겠지만 NS 그룹과 합작하고 있다는 걸 안 김온은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계속 생각이 났다.주영 그룹과 NS 그룹은 이제 막 합작을 시작한 게 아니라 예전부터 합작을 해왔었다. 그래서 이렇게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NS 그룹에서 주영 그룹과 합작을 그만하자고 한 것도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사업에서 이익을 내려 하지 손실을 입히려 하는 사람은 없을 거니까.NS 그룹이 지금 지위가 매우 높은 건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마음대로 투자한 돈을 도로 거두어 드릴 수는 없었다.공교롭게도 차우미와 주혜민의 사건이 터진 후 주영 그룹의 안 좋은 소식이 터졌고, NS 그룹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주영 그룹과의 협력을 바로 중단했다.이영진 변호사의 말을 들은 김온은 주영 그룹의 안 좋은 소식을 누군가 일부러 퍼뜨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합작하는 사이에 한쪽에 문제가 생긴다면 다른 한쪽도 반드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바로 한쪽과의 관계를 청산하거나 함께 해결해나가는 방법이 있었다.주영 그룹과 나씨 가문은 사이가 좋았다. 가온 그룹과 나씨 가문의 관계보다 더 좋았기에 NS 그룹에서는 주영 그룹을 도와주는 게 맞았다.NS 그룹에서 도와줬다면 주영 그룹은 바로 일을 해결했을 것이다.그러나 NS 그룹에서는 주영 그룹과의 관계를 청산하는 것을 선택했다.김온은 NS 그룹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었다. 특히 주혜민과 나상준의 관계로 봤을 때 이런 상황에서 NS 그룹이 주영 그룹을 도와줘야 했지만 NS 그룹에서는 도와주지 않았다.NS 그룹은 무정하고 냉담했다.김온의 머릿속에
그는 잘 알고 있었다. 한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의 모든 걸 동원해서 그 사람을 지켜주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그녀가 상처받는 것도 참을 수 없고 그녀가 억울해하는 것도 참을 수 없다. 그녀를 괴롭히는 사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분노가 차오른다.소문처럼 나상준이 주혜민을 사랑한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주영 그룹을 도와주는 게 맞았다.만약 차우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바로 차우미의 앞에 서서 일을 해결해 주는 것과 같은 도리이다.그러나 이런 때에 나상준은 주혜민 앞에 나서서 그녀를 지켜주지 않고 오히려 멀리했다.특히 나상준에게는 도와줄 능력이 있었지만 도와주지 않았다.이 사실은 김온에게 한 가지 사실을 똑똑히 알려줬다. 나상준은 주혜민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거였다.신경 쓰지 않는다면 그 소문들은 어떻게 퍼지게 된 걸까?이영진 변호사에게 일에 대해서 자세히 들은 김온의 마음속에 불가사의한 생각이 떠올랐다.그건 보복이었다.주혜민이 차우미를 괴롭혔기에 주영 그룹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고 NS 그룹이 무정하게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며 모든 것이 차우미를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생각이 떠오른 김온은 자신의 생각에 깜짝 놀랐다.그러나 김온은 곧 자신의 생각을 부정했다.‘그럴 리 없어.’나상준이 차우미를 위한다고 해도 자신의 사업을 가지고 장난을 칠 수는 없었다. 사업은 전쟁터와 같기에 생각하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이 점은 김온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나상준은 차우미를 사랑하지도 않았고 신경 쓰지도 않았다. 지금은 그들이 이혼한 상태였기에 나상준이 차우미를 위해서 이런 일을 했을 것 같지는 않았다.그러기에 이건 불가능한 일이었다.김온이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건 그의 마음속에 여전히 불안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김온은 차우미 맘속에 있는 나상준의 자리를 대체하고 싶었지만 이건 몹시 어려운 일이라는 걸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시간과 경력은 지워지기 매우 어려운 것이기
회성.사우스 호텔 스위트룸.회성은 연해 도시로 다섯 시면 날이 밝았다. 잠들어 있던 모든 것이 서서히 깨어나며 도시도 북적거리기 시작했다.이 시각, 스위트룸 침실.담요를 덮은 차우미가 소파에 웅크리고 누워 깊이 자고 있었다.언제 닫혔는지 모르는 커튼 사이로 밖의 풍경은 보이지 않았지만, 빛이 두꺼운 커튼을 통해 방안으로 들어와 방안의 짙은 어둠을 몰아내고 사물을 어렴풋이 볼 수 있게 해줬다.나상준은 소파 앞으로 걸어가 몸을 숙여 웅크리고 잠들어 있는 사람을 안았다.어제 늦은 시간에 잠든 차우미는 아직도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나상준이 침대에서 내려오는 소리도 듣지 못한듯했고 심지어 안아도 아무런 미동이 없었다.그러나 몸이 붕 뜨니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은 것인지 자고 있던 그녀의 몸에 움직임이 있었다.불안한 그녀는 몸을 움직이며 손을 뻗어 뭔가를 잡으려 했다. 손에 뭔가가 잡힌 그녀는 힘을 주어 꼭 잡았다.그런데 뭔가가 이상했다.잡은 무언가의 온기가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통해 그녀의 몸에 전해졌다. 깊이 잠들어 있던 그녀의 의식이 서서히 깨어났다.눈썹을 살랑이던 그녀의 눈이 스르르 떠졌다.눈앞에 들어온 건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얼굴이었다. 잘생긴 얼굴에 뚜렷한 이목구비, 그리고 짙은 눈썹은 한눈에 마음을 빼앗아 갈 것 같은 얼굴이었다.금방 잠에서 깬 차우미는 정신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기에 나상준을 보고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몽롱한 두 눈엔 피곤이 가득했다. 아직 완전히 잠에서 깬 것 같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를 안고 침대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품 안에 있던 차우미가 부드러운 손으로 나상준의 팔을 잡자 그는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봤다.그녀는 눈을 뜨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어떠한 감정도 없었고 서로 마주 보고 있었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그는 멈춰 서서 차우미가 잠에서 깬 모습을 바라봤다. 반쯤 뜬 몽롱한 두 눈엔 평소에 있던 냉정함이 담겨있지 않았다. 그를 답답하게 만들고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