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에 대저택에 가서 저녁을 먹는다고 말하는 걸 들었어요. 나도 함께 갈래요."유라가 자신의 목적을 솔직하게 말했다.그녀의 말을 들은 고다정의 미간이 다시 찌푸려졌다."오늘은 집안 모임이에요. 유라 씨가 참석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자리예요. 어머님이 뵙고 싶다면 유라 씨 몸에 난 상처가 다 나을 때까지 기다려요. 그때 가서 내가 사람을 보내 유라 씨를 대저택에 데려다줄게요.""집안 모임이면 뭐요? 난 생명의 은인인데 가면 안 되나요?"고다정의 거절에 유라가 매우 불만스러워하는 게 보였다.고다정도 유라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잠시 후 고다정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여준재에게 이 일을 떠넘겼다."그래요, 가고 싶다면 여준재에게 먼저 물어봐요. 오늘은 준재 씨 집안 모임이라서 나에게는 동의도 거절도 할 권한이 없어요.""준재는 무조건 동의할 거예요. 나도, 준재도 이미 서로를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어요."유라는 고다정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것이 아니었지만 일부러 그녀가 오해할 만한 말을 했다.그녀와 몇 번 접촉해 본 고다정도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말이 신경 쓰였지만,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고다정은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 띤 얼굴로 부드럽게 말했다."네, 생각해보니 준재 씨도 허락할 것 같네요. 다음 명절부터 유라 씨가 여준재 친척으로 그 집에 오는 거라고 생각할게요. 제가 바빠서 이만 먼저 가볼게요."말을 마친 그녀는 유라의 굳은 표정을 뒤로 한 채 자리를 떠났다.방을 나서는 고다정의 기분이 좋아 보였다.유라는 말로 그녀를 자극하려 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본국의 말이 심오하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날 저녁, 고다정은 먼저 유치원에 가서 두 아이를 데려왔다. 고다정이 두 아이를 돌보고 있을 때 여준재가 마침내 돌아왔다.그들은 외할머니에게 작별인사를 건네고 다섯 명이 차를 탈 준비를 했다.이때 유라가 또 말썽을 피웠다."조수석에 앉고 싶지 않아. 준재야, 다정 씨더러 조수석에 앉으라고 하면 안
인사를 나눈 뒤 그들은 거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유라는 고다정이 준비한 보양식을 보고는 자신이 준비한 선물을 먼저 꺼냈다."아주머니 아저씨, 이것은 제가 준재에게 물어보고 준비한 선물이에요. 마음에 들길 바랍니다.""아휴, 그냥 와도 되는데 뭘 선물을 가지고 왔어?"심해영이 유라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에 유라는 어수룩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당연히 사와야 야죠. 준재 씨 집에 처음 오는 건데 빈손으로 오는 건 예의가 아니죠.""예의가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넌 우리 준재를 구해준 사람이야. 아저씨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너에게 고마워하고 있어. 앞으로는 선물 같은 거 사지 말고 그냥 와. 안 그러면 집에 들여놓지 않을 거야."심해영이 엄숙한 척하며 말했다. 보아하니 유라를 아주 이뻐하는 것 같았다.유라의 얼굴에 핀 웃음꽃이 더욱 찬란해졌다.반면 고다정은 이 장면을 보고 마음이 씁쓸해졌다.고다정은 심해영이 유라를 이뻐하는 것이 여준재를 구해줬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심해영과 처음 만났던 날을 회상했다.그때 그녀도 여준재를 구하고 있었지만, 심해영은 그녀에게 불만이 많았었다.고다정의 표정이 눈에 띄게 변했다. 이를 눈치챈 여준재가 머리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두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래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제가 가져온 선물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제가 가져온 선물이 유라 씨가 가져온 것보다 귀중하지 않은 것 같아서요. 어머님께서 싫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여준재의 물음에 고다정은 핑곗거리를 찾아 대답했다.그녀는 여준재에게 자신의 이런 마음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여준재는 별 생각 없이 웃으며 말했다."그럴 리가요. 우리 부모님은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게다가 우린 가족이잖아요. 다정 씨가 무슨 선물을 샀든 다 부모님에 대한 효도예요. 부모님도 무조건 기뻐하실 거예요.""네, 준재 씨 말이 맞아요."고다정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분이 많이 좋아진 것 같아 보였
고다정은 금세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졌고 유라도 음침한 얼굴로 이내 자리를 떠났다.그녀들이 자리를 떠난 뒤, 화장실 옆에 있던 작은 문을 열고 어두운 표정의 심해영이 나왔다. 심해영의 손에는 정교하고 아름다운 상자가 들려있었다. 심해영이 이곳에 나타난 이유는 자신들이 어른으로서 유라에게 아무것도 해준 게 없었기에 사례를 하고 싶어서였다.여 씨 대저택에는 귀중품을 보관하는 곳이 따로 있었는데 방금 심해영이 나온 그 문은 귀중품을 보관하는 곳으로 가는 통로 중 하나였다.물론 그 안에는 수많은 귀중품이 들어있었다.가까운 길을 선택하여 그곳으로 내려왔던 심해영은 그녀들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고 생각지도 못한 일에 마음이 복잡했다.심해영은 유라가 자기 아들한테 그런 마음을 품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평소에 그녀와 접촉할 때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었다.지금 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니 목숨 바쳐 자기 아들을 구하는 일은 의리만 가지고는 하기 힘든 일이었다.유라가 본 모습을 아주 잘 감추고 있었기에 여준재도 심해영도,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 거였다.방금 고다정과 유라의 대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라가 평소에 일부러 고다정을 난처하게 하는 일이 많은 것 같았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심해영은 금세 유라에 대한 호감이 많이 떨어졌다.유라가 아무리 여준재를 좋아한다고 해도 고다정에게 이런 행동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더욱이 자기 아들과 고다정은 곧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유라가 더는 말썽을 피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심해영은 금세 결단을 내리고는 상자를 들고 거실로 돌아왔다.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고 있었다.유라와 고다정도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녀가 돌아오자 고다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심해영이 없을 때 고다정은 이 집안의 작은 사모님으로서 심해영을 대신해서 유라를 접대해야 했다.사실 고다정은 지금 유라와 한마디도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유라도 고다정과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자기 속마음을 알아채지 못하게
심해영의 말에 유라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고다정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녀는 어머님이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실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녀도 이 일을 지지하고 나섰다."그래요, 유라 씨. 어머님 말씀이 옳아요. 준재 씨 주위에 훌륭한 친구들이 아주 많아요. 유라 씨가 전에 나에게 남자친구가 없다고 했었죠? 내가 준재 씨를 찾아가서 친구들 사진 몇 장 달라고 할게요. 먼저 사진으로 봐보세요."말을 마친 고다정은 유라에게 거절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녀는 심해영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준재 씨 만나고 올게요. 먼저 얘기 나누세요."심해영도 고다정을 보고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그래. 준재한테 친구들 사진 좀 달라고 해.""네, 어머님."고다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는 순식간에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고다정은 유라를 쳐다보지도 않고 이 층으로 여준재를 찾으러 갔다.인제야 유라는 정신을 되찾았다. 그녀는 얼굴의 미소를 유지하고 있기가 어려웠다."아주머니, 마음은 감사하지만, 저 지금은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심해영의 제의를 완곡하게 거절했다.하지만 심해영은 포기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유라 너도 나이도 있는데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은 마음이 없다니? 설마 마음에 담아둔 사람이 있는 거야?"그녀의 말에 유라는 다시 한번 멈칫했다.유라는 호기심에 찬 심해영을 바라보며 인정할지 아니면 숨길지 망설였다.한참 고민하던 유라는 인정하기로 했다.나중에 자신이 여준재와 잘 된다면 이 일이 다시 언급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네,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지금 그 사람과 잘해보려고 노력 중이에요. 그러니 아주머니께서 남자친구를 소개해주지 않으셔도 돼요.""좋아하는 사람이 있었구나. 어쩐지 내 제안을 거절한다 했어. 괜찮아. 나도 좋아하고 있는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 그런 사람 아니야."심해영은 유라를 보며 상냥하게 웃었다.한숨 돌린 유라는 심해영의 비위를 맞추며 말했다."아주
"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유라는 여준재의 친구를 보고 싶지 않았다.조금 전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었는데 이렇게 빨리 마음을 바꾸었다가 나중에라도 자신이 여준재를 좋아했었다는 사실을 아주머니께서 알게 된다면 자신을 가벼운 사람으로 생각할 것 같았다.그러나 고다정과 심해영은 그녀의 마음을 알지 못했다.두 사람은 모처럼 생각이 같았다. 그녀들은 물러서지 않았다."사진도 가져왔는데 한번 봐봐. 괜찮아.""어머님 말씀이 맞아요. 유라 씨, 한번 봐봐요. 준재 씨도 유라 씨가 마음에 드시는 분이 있다고 하면 직접 소개해준다고 했어요. 그리고 유라 씨의 어려움도 모두 해결해 줄 거라고 했어요."고다정이 환하게 웃으며 유라를 바라봤다.비록 도덕적인 방법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요 며칠 중에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기뻤다.유라가 여준재를 구해준 사실을 계속 떠벌이며 고다정 앞에서 자랑도 많이 하고 허튼소리도 많이 했었다.그녀는 부처가 아니었기에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유라는 그녀의 얼굴에 핀 웃음을 바라봤다. 스스로 자기 발등을 찍은 자신을 비웃고 있다는 것을 모를 수가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반박할 만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심해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유라를 보며 고다정에게 손짓했다."사진들을 유라에게 보여주면서 소개해줘. 아 참, 다정아. 준재 친구들을 다 알고 있지?"심해영이 건넨 마지막 말은 별 뜻이 없었다. 고다정이 평소에 여준재와 함께 접대하러 다니지 않기에 아마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해서 한 질문이었다.고다정도 깊게 생각하지 않고 옅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아마 다 알고 있을 거예요. 예전에 준재 씨와 함께 연회에 참석하면 준재 씨가 나에게 친구들을 소개해주곤 했어요.""그래, 그럼 유라에게 소개해줘. 잘 모르는 게 있으면 나한테 물어봐."말을 마친 심해영은 상 위에 놓인 물컵을 들고 우아하게 물을 마셨다.고다정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유라에게 소개해주기 시작했다.여준재의 친구들은 하나 같이 잘생겼지만, 유라는 그
고다정은 심해영을 바라보며 옅게 웃었다."준재 씨는 이미 나를 위해서 많은 일을 했어요. 나의 모든 일을 준재에게 맡겨 그가 처리하도록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아요. 그러면 준재 씨도 매우 힘들 거예요. 힘들어하는 준재 씨를 보면 나도 마음 아플 거고요."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듯 가볍게 웃어 보이고는 계속 이어 말했다."그리고 이 일은 내가 잘 처리할 수 있어요."그녀의 말을 들은 심해영은 그윽한 눈빛으로 자신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몇 초가 지나서야 심해영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네 뜻은 잘 알았다. 하지만 내가 네 일 처리 능력을 못 믿는 게 아니라 유라는 보통 여자가 아니야. 임초연 같은 사람들과는 달라. 준재와도 10여 년의 친분이 있고 이번에는 준재를 구하기 위해 어머니가 될 자격도 잃었어. 준재도 다른 사람들과 유라를 똑같이 대하진 않겠지. 이런 상황에서 유라는 준재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야.""어머님 말씀은..."고다정은 뒷말을 이어 하지 않았다.왜냐하면, 고다정은 심해영의 말뜻을 알지 못했다.심해영은 불안해 보이는 그녀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깊게 생각하지 마. 내 말은 준재가 처리해야 할 일은 준재가 처리하게 내버려 두라는 거야. 너는, 네 외할머니와 준이, 그리고 윤이만 잘 돌보면 돼. 결국, 유라도 준재 매력에 넘어간 거니까 준재가 알아서 처리하게 해. 넌 우리 여씨 가문이 인정한 며느리야. 너와 준재가 함께 하도록 허락한 것은 너보고 기꺼이 억울함을 참고 살라고 허락한 게 아니야."이 말을 들은 고다정은 그녀를 멍하니 바라봤다.그녀는 심해영이 이런 말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듯했다.고다정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을 때, 다시 귓가에 온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리고, 준재가 우수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일이 끊이지 않을 거야. 그때마다 네가 나서서 처리한다면 넌 아주 피곤해 질 거야. 더 나아가서 너와 준재 사이의 감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넌 준재가 이런
고다정은 여준재의 말을 듣고 답답하던 가슴이 조금이나마 뚫린 것 같았다.그때 그녀의 귓가에 또다시 남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러니까 유라가 마음을 접게 하려고 사진을 요구한 거였네요?”“사진은 제가 요구한 게 아니에요. 어머님이 어쩌다 이 일을 알게 되셔서 유라 씨가 포기했으면 하는 마음에 이 방법을 생각해 낸 거예요.”고다정이 거실에서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전하자 여준재는 미간을 찌푸렸다.“어머니도 아신다고요?”“의도치 않게 마주쳤나 봐요. 당신한테 말하는 게 좋겠다고 하셨어요.”고다정은 유라가 자기를 곤란하게 했던 일은 빼고 간단히 전했다.그녀는 여준재를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유라와의 대결에서 진 적도 없었다.그녀의 속마음을 모르는 여준재는 눈을 내리뜨고 그녀가 방금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나는 그냥 모르는 척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며칠 후 유라의 상태가 좀 더 좋아지면 박재경이랑 몇몇 친구들을 집에 불러 유라랑 알고 지내게 할 거예요.”“그 방법이 통할까요?”고다정이 다소 미덥지 않다는 시선을 보내자 여준재는 그녀의 손을 잡고 계속 앞으로 걸으면서 말했다.“되든 안 되든, 유라에게 우리의 태도를 보여주면 목적을 이룬 셈이에요.”...이틀 후 다친 부위가 많이 나은 유라는 가만히 있지 못했다.이날 저녁 그녀는 특별히 거실에서 고다정과 함께 여준재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은 좌우로 소파 하나씩 차지하고 말없이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돌아와서 이 광경을 본 여준재는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고 말했다.“늦었는데 쉬지 않고 뭐 해요?”“왔어? 준재야.”유라는 여준재를 보자 환하게 웃으며 소파에서 일어나 맞이했다.그녀는 고다정이 여준재를 맞이할 때 하는 동작을 모방해 서류 가방을 받으려 했지만 여준재가 피했다.허탕을 친 유라는 눈빛이 다소 어두워졌지만 여전히 웃으며 장난치듯 말했다.“왜 피해? 내가 너희 회사 기밀을 보고 유출이라도 할까 봐
잠시 후, 세 사람은 야식을 먹고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방에 들어선 후 고다정이 궁금해하며 물었다.“유라 씨가 무슨 말을 하던가요?”“별일 아니에요. 나랑 같이 나가 놀고 싶다고.”여준재는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고다정은 이 말을 듣고 잠시 동작을 멈추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물었다.“그래서 뭐라 했어요?”신경 쓰이는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 본 여준재는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았다.“당연히 거절했죠. 그리고 박재경과 몇몇 친구들을 유라에게 소개해 줄 생각이에요.”“언제요?”입꼬리가 올라간 고다정은 고개를 살짝 돌리며 물었다.“이따가 메시지를 보내서 언제 시간 되는지 물을 거예요.”30분 후, 두 사람은 세수와 양치질을 끝내고 침대에 누웠다.여준재는 휴대폰으로 단톡방에 메시지를 남겼고 고다정도 옆에 누워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여준재 쪽에 박재경이 보낸 메시지가 도착했다.[방금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정말 준재 형이야?][준재 형이 어쩐 일로 여성분을 우리한테 소개해 주지? 진짜 준재 형 맞아?]이것만 봐도 박재경이 여준재가 보낸 메시지에 얼마나 놀랐는지 알 수 있다.그와 달리 다른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냉정하게 물음표만 보냈다.그러자 여준재가 설명했다.“나랑 같이 일하는 외국 친구인데 내가 같이 다니기는 좀 그래서 너희들한테 부탁하는 거야.”“알았어. 알았어. 형수님이 질투할까 봐 그러는 거구나.”박재경의 깐족대는 음성이 전화기에서 흘러나왔다.이 소리를 엿들은 고다정은 저도 모르게 혼자 중얼거렸다.“누가 질투했다고? 내가 질투쟁이인가.”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여준재를 째려보며 앙탈을 부렸다.“빨리 아니라고 말해요. 나를 옹졸한 여자로 만들지 말고.”“알았어요.”여준재는 사랑스럽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더니 답장했다.“네 형수는 그렇게 속이 좁은 사람이 아니야.”그러고는 더 이상 단톡방 메시지를 신경 쓰지 않고 몸을 돌려 고다정의 몸 위에 올라탔다.이 갑작스러운 동작에 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