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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1화 말 들을게요

고다정이 눈을 뜬 건 오후였다.

그녀는 머리 위의 하얀 천장을 바라보며 자신이 병실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막 일어나려는 순간, 두 아이의 들뜬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엄마, 드디어 깨어났네요.”

병상 옆에 누워 있던 두 아이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고다정을 바라보며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빛내고 있었다.

“엄마 몸은 좀 어때요. 아빠가 엄마 몸이 안 좋다고 하던데 요즘 제대로 쉬지 못했어요?”

“엄마, 할머니가 떠나셔서 슬픈 건 알지만 할머니가 떠나면서 엄마한테 몸조심하라고 했는데 이렇게 말을 안 들으니까 다음에 할머니 보러 갈 때 내가 말해서 엄마 꿈에 나타나서 혼내주라고 할 거예요.”

하준이는 유치한 말투로 어른 흉내를 내며 고다정을 혼내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고다정의 얼굴에 시무룩하고 멋쩍은 표정이 번졌다.

이때 여준재도 무표정한 얼굴로 다가왔다.

“일어나요, 내가 의사 선생님 불러줄게요.”

그렇게 말한 뒤 그는 고다정의 표정도 아랑곳하지 않고 돌아서서 의사를 찾으러 갔다.

그가 화가 났다는 걸 모를 리 없는 고다정은 남자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더욱 마음이 불안해졌다.

“엄마, 아빠 화난 것 같아요.”

두 아이도 여준재의 태도를 눈치채고 고다정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고다정은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코를 슥 만지며 말했다.

“괜찮아, 엄마가 나중에 잘 달래볼게.”

“엄마, 아빠는 엄마가 몸을 돌보지 않아서 화났어요.”

두 꼬마는 고다정 탓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고다정은 몸을 챙기지 않은 게 아니라 사고였을 뿐이라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 말은 다시 삼켜버렸다.

두 아이의 말에서 여준재가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녀는 굳이 입 밖으로 내서 두 아이의 마음속에 증오의 감정을 심어주고 싶지 않았다.

고다정은 그런 생각에 일부러 옅은 미소를 지으며 두 아이를 달랬다.

“그래, 이번엔 엄마가 잘못했어. 조만간 아빠한테 제대로 사과할 테니 걱정하지 마. 그 뒤에 일은 엄마가 알아서 할게.”

그들이 말하는 동안 여준재가 의사와 함께 돌아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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