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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5 화

Author: 닥훈
last update Last Updated: 2023-12-26 13:06:20
간호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이름은 아닙니다. 제가 듣기로는 성이 연씨인 남성분이었던 거로 기억하는데요? 아마 성함이 ‘연승우’ 였을 거예요. 지금쯤이면 병원 전체에 소문났을걸요.”

‘뭐?’

안혜윤은 그제야 어젯밤 자기에게 헌혈해 준 사람이 연승우였다는 것과 양태하가 그 공을 가로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를 살리겠다고 피를 뽑고 쇼크까지 일으켰는데, 엄마가 그렇게 모질게 대했으니... 어쩐지 평소답지 않게 화를 내더라니...’

안혜윤은 마음속으로 갑자기 미안한 감정이 들기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이미 이렇게 된 마당에, 상황을 돌이킬 생각은 없었다.

‘승우 씨가 아무리 잘해줘도 내가 원하는 걸 채워줄 수 없을 거야. 가장 간단한 예를 들면, 승우 씨가 무슨 수로 진북왕을 만나게 해줄 수 있겠어...’

3일 후, 이명훈은 연승우에게 전화를 걸어 며칠 동안의 업무를 보고했다.

“도련님, 도련님의 자산 이전 작업이 전면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대성 주성 그룹의 총괄인 주가인 씨를 도련님의 대리인으로 임명하여 자산 이전의 총괄 책임자로 임명했습니다. 그리고 주가인 씨에게 3일 후 도련님을 위해 만찬을 열라고 당부했습니다. 3일 후, 군부대의 수장인 허원철이 대성을 대표하여 도련님을 맞이할 것입니다.”

“알겠어요.”

“도련님, 싱글로 돌아온 것을 축하드립니다. 사실 주가인은 제 손녀딸입니다. 하버드 이중 박사학위, 글로벌 아시아 우먼 대회에서도 2회 연속 1위를 한 이력도 있고요, 키 178cm, 몸무게는 55kg이고 지금까지 미혼입니다, 만약 원하신다면 언제 어디서든...”

연승우가 이명훈의 말을 끊었다.

“아저씨의 업무 외의 일인 것 같은데요?”

이명훈은 흠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네, 도련님!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도련님, 지금 주가인에게 마중 나가라고 할까요?”

“아닙니다, 제가 운전해서 갈게요.”

주가인의 이름 석 자는 연승우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성주시에서 현재 주가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인 ‘주성 그룹'의 총괄이자, 대성에서 가장 매력적인 10대 여성 중 한 명으로 손꼽혀 수많은 남자의 동경 대상인 그녀가 이명훈의 손녀일 줄은 몰랐다.

연승우는 안혜윤과 5년 동안 함께 살았던 집인 파라곤 아파트 단지에 돌아와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고 가장 구석진 곳에 주차되어 있던 차 앞에 멈춰 섰다. 이 차는 페라리사가 생산한 라페라리 아페르타였는데 전 세계에 50대 한정으로 출시 된 160억 원어치의 가치가 있는 드림카였다. 그 해 유엔에서 진북왕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결한 것을 포상하기 위해 그에게 보냈던 선물이었다.

연승우는 이런 드림카를 소유하고 있었음에도 몰고 다니지 않았고 지하 주차장에 4년 동안 주차해 뒀었다. 지난 4년 동안 성주시 출신이라는 차주의 신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이 차는 성주시의 ‘명물’ 이 되었다.

한편 양태하와 이춘화는 안혜윤의 퇴원 수속을 마치고 급하게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양태하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혜윤 씨, 진북왕에 대한 소식을 알려줄게요.”

진북왕과 관련이 있다는 말을 듣자, 안혜윤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무슨 소식이요?”

양태하가 말을 이었다.

“진북왕이 주성 그룹의 주가인을 대리인으로 임명했다는 소식은 들으셨죠? 마침 주가인의 운전기사가 제 친구더라고요. 그 친구에게서 들었는데, 주가인이 직접 우리 성주시에 줄곧 주차되어 있던 라페라리 아페르타가 진북왕의 소유라고 시인했다네요.”

‘뭐라고?’

안혜윤이 감격하여 말했다.

“문득 생각났어요, 우리 동네 지하 주차장에도 한정판 라페라리 아페르타 한 대가 4년 가까이 주차되어 있어요. 살다 보니 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 그 라페라리 아페르타가 바로 진북왕의 차일 겁니다.”

양태하도 깜짝 놀라며 말했다.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성주시와 천성에 라페라리 아페르타는 단 한 대뿐이라고 들었어요.”

“근데 이상하지 않아요? 제가 알기로 진북왕은 대성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데, 왜 대성 경내에 차를 세웠을까요? 그것도 우리 성주시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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