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위를 보고 있길래 심재경과 윤소민은 계단을 내려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곳으로 시선을 향했다. 빌딩 외벽에 언제부터 걸려있었는지 모를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위에는 글자가 적혀있었다.【심재경, 변심한 놈!】【심재경, 쓰레기 같은 인간!】【윤소민, 뻔뻔한 년!】【윤소민, 천한 년!】심재경은 원래 별로 화나지 않았지만 윤소민을 욕한 현수막을 보고는 얼굴이 어두워졌고 노발대발했다.“경호원들은? 빨리 가서 저거 뜯지 않고 뭐해?”“네.”이 일은 윤소민의 부모님에게 전해졌고 그들은 나와서 아직 뜯지 못한 현수막을 보고는 금세 안색이 어두워졌다.“심재경,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우리에게 제대로 설명하길 바라.”윤씨 집안도 잘 알려진 집안인데 딸이 결혼하는 날에 이런 일을 당하니 그들도 참 부끄러웠다. 심재경은 황급히 설명했다.“이 일은 누군가가 일부러 장난친 게 틀림없어요...”“우리 양가의 세력을 누가 모르겠어요? 감히 이런 짓을 한다고요? 그 이유를 제외하지 않고서야 말이죠...”말하면서 윤소민의 아버지는 심재경을 힐끗 보았다.“여자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여 이런 식으로 복수를 하지 않는 이상, 누가 우리한테 이런 짓을 꾸미겠어요?”심재경 어머니는 바로 안이슬이 생각났고 안이슬에 대한 혐오가 더욱 강해졌다.그녀가 심재경과 헤어지는 것에 대하여 내키지 않아서 이런 짓을 꾸민다는 생각이 들었다.“반드시 저희에게 제대로 설명하셔야 할 거예요.”윤소민의 아버지는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저희한테 딸은 소민이 한 명뿐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좋은 날에 이런 재수 없는 일을 당하다니, 정말 말도 안 되죠!”“이 일은 저희가 꼭 제대로 조사할 거예요.”심재경 아버지도 체면을 잃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심재경 어머니도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얼른 수습하였다.“오늘 같은 경사스러운 날에 이런 사소한 일로 기분이 상하면 안 되죠.”말을 마친 뒤, 윤씨 집안에 보여주기식으로 말했다.“재경아, 이 일은 반드시 소민이 그리
송연아가 고개를 돌려보니 심재경이었다. 그녀는 황급히 한마디 내뱉었다.“그냥 제 추측이에요.”방금 그녀가 자기 생각을 얘기 한 이유는 옆에 강세헌이 있기 때문이다.그런데 심재경이 올 줄이야!심재경은 그들을 배웅하려고 온 건데 송연아의 이런 말을 듣게 될 줄 몰랐다. 그도 안이슬이 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니 송예걸이 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송예걸은 젊고 충동적이여서 그가 해낼 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오늘 선배 결혼식이니 엄청 바쁘죠? 여기는 무슨 일로 왔어요?”송연아가 물었다. 그러면서 일부러 화제를 딴 데로 돌렸다.심재경이 말했다.“배웅해 주려고 왔어.”그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송연아에게 말했다.“이슬에게 말 좀 전해줘.”“무슨 말이요?”“그게...”심재경은 말을 채 하지 못했다.“아니야.” 지금 무슨 말을 해도 의미가 없다.그가 그와 안이슬 사이의 감정을 저버린 것이다.송연아가 올 때 운전기사가 데려다줬는데, 그녀는 운전기사를 돌려보냈고 강세헌의 차를 타고 갈 생각이다.“연아야.”심재경은 차 문 앞에 서서 말했다.“이번 일은 송예걸에게 따지지 않을게. 그러나 만약 다음이 있다면, 이렇게 넘어가지 않을 거야. 날 욕하는 건 상관없어. 그런데 소민이는 죄가 없어. 이런 욕을 들으면 안 되지.”송연아는 다시 해석하였다.“아까도 말했듯이 그냥 그건 제 추측이에요. ”“걔 말고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없어.”심재경은 송예걸이 한 짓이라고 확신했다.송연아는 심재경이 이렇게 독단적인 모습을 좋아하지 않는다.“알겠어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차창을 닫았다.심재경은 송연아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캐치했지만 그는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차는 떠났다.강세헌이 그녀에게 물었다.“기분이 안 좋아?”송연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재경 선배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어서요. 그건 제 추측이라는 거 알잖아요. 실질적인 결론을 낸 것도 아닌데 재경 선배는 증거도 없이
송연아는 잠에서 깼고 옅은 소독제 냄새가 그녀의 코끝을 자극하였다.익숙한 냄새이다.의사인 그녀는 자신이 병원에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천장의 불빛이 흔들리면서 눈이 아파 그녀는 다시 눈을 감았다.한참 지나서야 그녀는 다시 천천히 눈을 떴다. 오은화는 찬이를 안고 있었고 송연아가 눈 뜬 것을 보고 그제야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한 오은화는 그녀에게 물었다.“사모님, 깨셨어요?”송연아가 일어나 앉으려 하는데, 온몸이 나른하고 힘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의사가 사모님의 몸이 너무 허약하대요. 그러니 일어나지 마시고 푹 쉬세요.”오은화가 말했다.송연아는 아들을 보고 손을 내밀었다.“아주머니, 찬이를 저한테 주세요.”오은화는 찬이를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아주머니, 저 찬이 안고 싶어요.”오은화는 다른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그녀의 뜻을 알아챘다.“뭐 드시고 싶으세요? 준비해서 가져다드릴게요.”하지만 송연아는 입맛이 없어서 정말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다.“의사 선생님이 지금 사모님 몸이 너무 허약하다고 하시니 조금이라도 드세요. 자기 자신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찬이를 생각해야죠. 지금 찬이를 안을 힘은 있어요?”오은화는 노파심에서 거듭 충고를 하였다.송연아가 말했다.“그래요.”“쉬고 있으세요.”오은화는 방에서 나와 문을 닫았다.“엄마...”찬이는 그녀의 팔을 베고 두 손을 마구 움직이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기도 하고 옷을 잡기도 하였다.날씨가 점점 서늘해졌다.찬이는 멜빵바지를 입고 있는데 이것은 송연아가 얼마 전에 그에게 사준 것이다.그에게 새로 사준 가을옷인데, 그가 입고 있으니 아주 귀여웠다.“엄마... 엄마...”말랑말랑한 목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녹였다. 그러나 그는 이 두 글자만 알고 아빠라고 부를 줄도 모르고 당연히 다른 말도 할 줄 모른다.송연아는 옆으로 몸 돌려 그를 안고는 그의 볼을 쓰다듬었다.찬이는 그녀의 체면을 봐서인지 울지도 않고
온 사람은 주석민이었다.“몸은 좀 괜찮아?”송연아는 일어나 앉으면서 말했다.“많이 좋아졌어요. 교수님,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주석민이 말했다.“네가 실려 왔을 때 내가 마침 있었어. 그래서 내가 먼저 검사를 하고 산부인과 교수님이 오셔서 또 진찰하셨어...”“산부인과 교수님께서요?”그럴 리가 없다. 그녀는 자기 몸 상태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요즘 잘 휴식을 못하고 일 때문에 조금 피곤해서 그렇지, 병에 걸리...”“임신인 것 같아.”주석민이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송연아는 멈칫하였다. “뭐라고요?”그녀는 줄곧 피임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임신을 할 수 있단 말인가?“혹시 결과가 잘못된 거 아니에요?” “그럴 리가 없어. 산부인과 교수님이 직접 검사한 거라서 틀렸을 리가 없어.”주석민이 얘기했다.송연아는 멍해졌다.“그럴 리가요.”“믿지 못하겠으면 다시 검사를 해봐.”주석민은 그녀를 바라보았다.“지금 이 시기의 임신은 너한테는 좋을 거야. 강세헌과의 관계도 완화 시킬 수 있고...”송연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찬이를 가질 때 그녀와 강세헌은 사이가 좋지 않았고 지금 어렵게 서로에 대하여 어느 정도 감정이 생겼는데, 임옥민의 일이 발생 했다. 강세헌은 지금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아이를 위해서 자신의 옆으로 돌아온다고 하여도 단순히 그녀를 사랑해서가 아닌 아이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강세헌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다. 그녀는 강세헌에게 시간을 주고 싶지, 아이 문제로 그를 잡고 싶지 않았다. 이러한 감정도 그녀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알겠어요. 저 좀 도와주실래요?”송연아가 물었다. 주석민이 고개를 끄덕였다.“말해봐.”“임신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요.”그녀는 주석민을 바라보며 말했다.주석민이 대답했다.“그래, 비밀 지켜줄게. 산부인과 교수님한테도 내가 얘기를 할게.”“푹 쉬고, 힘들면 내일 출근하지 마.”송연아는 조금 멘탈이 나갔다.“저 괜찮아요.”“맞다, 구진학
송연아는 강세헌이 자신에게 전화를 먼저 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최근 두 번, 일 때문에 출국을 했지만 그녀에게 먼저 연락한 적이 없었다.오늘 그의 연락에 그녀는 매우 놀랐다.“그...”“아주머니한테서 아프다는 얘기는 들었어.”송연아는 핸드폰을 꼭 쥐었다. 오은화가 그에게 자신이 아프다는 소식을 전해줘서 그가 먼저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그녀가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그녀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괜찮아요. 너무 피곤해서 쓰러진 거예요.”“좀 괜찮아?”“네. 저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그래.”“...”오랫동안 침묵이 흘렀다.그 사이 두 사람은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전화를 끊지는 않았다.조용한 나머지, 상대방의 가벼운 숨소리마저 들을 수 있었다.송연아가 먼저 이 침묵을 깨트렸다.“많이 바쁘죠? 별일 없으면 먼저 끊어요.”“그래.”그는 알겠다고 했지만 전화를 끊지 않았고 송연아도 끊지 않았다.두 사람 사이에 또 침묵이 흘렀다.이번에는 강세헌이 입을 열었다.“끊어.”송연아는 알겠다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그녀는 의외로 평온해졌다.순간 그녀가 신경 썼던 부분과 마음속의 섭섭함이 모두 풀린 것 같았다.그녀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누웠다.자신의 직업 때문인지 병원 내 소독액 냄새가 역겹지 않았다.그녀는 너무 피곤한 나머지 무거운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어둠이 짙어졌다. 병원 안은 조용해졌고 가끔 걸어 다니는 발소리만 들렸다.송연아는 깊게 잠이 들어 병실 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 온 것도 전혀 몰랐다.커다란 실루엣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잠시 멈칫하고는 가볍게 문을 닫고 바로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그는 침대에서 곤히 잠든 여인을 보며 미간을 가볍게 찌푸렸다.‘병원에서 이렇게나 깊이 잠들 수 있다고? 이렇게 편안하게?’그는 한 손으로 양복 외투의 단추를 풀고는 옆으로 누워 그녀를 뒤에서 껴안았다.송연아는 흐리멍덩한 채 누군가가 있는 듯 하였지만 너무 졸려서 금방 다
“무슨 현수막?”송예걸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송연아는 그의 표정을 바라보며 물었다.“너 정말 몰라?”“아니, 누나 일단 나한테 말해봐. 무슨 현수막?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되는데.”하룻밤 숙취로 정신이 아직 또렷하지 않은 건지 송연아의 말이 바로 이해되지 않았다.송연아는 물끄러미 그를 몇초간 바라보았다. 그가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확신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어제 재경 선배의 결혼식에서 누군가가 빌딩밖에 선배와 윤소민 씨를 욕하는 현수막을 걸어 놓았어...”“하하.”송예걸은 크게 웃었다.“벌을 받은 거지 뭐.”송연아는 진지하게 물었다.“너 아니야?”“아니야.”송예걸은 여전히 웃으면서 말했다.“보아하니 그 사람을 싫어하는 게 나뿐만이 아니라는거네. 너무 나쁜 사람이라 벌을 받은거지.”송연아는 입술을 오므리며 그를 바라보았다.그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정말 너 아니야? 나는 왜 너인 것 같지?”송예걸은 개의치 않아 하였다. “누나가 저라고 고집하면 저인 거죠. 근데 그 사람이 욕먹었다는 걸 들으니까 기분이 엄청 좋은데?”“이후로 그런 일 하지마. 이슬 언니한테 안 좋아. 만약 그 집안에서 이슬 언니가 꾸민 일이라고 생각하면 복수할 수도 있어.”“예걸이 계속 나랑 같이 있었어. 현수막인지 뭔지 그런 거 한 적 없으니 오해하지마.”안이슬이 언제 깼는지 입을 열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가자.”송연아도 따라 일어섰다.“이슬 언니, 괜찮아요...?”“난 아주 좋아.”안이슬은 고개 돌려 송연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예걸이 계속 나랑 함께 있었어. 결혼식장에서 나와서 우리는 바로 여기로 왔고 얘 계속 내 옆에 있었는데, 언제 현수막을 걸 시간이 있었겠어.”송연아는 생각에 빠졌다.“그러면 누구지?” “누구든지. 아무튼 심재경을 기분 나쁘게 했으니 난 기분이 좋아.”송예걸은 계산하러 갔고 송연아와 안이슬은 먼저 술집에서 나왔다.“난 이만 가야겠어.”안이슬은 기지개를 한 번 폈다.“씻지도 않고요
“함께 있었어요. 그런데요? 당신이랑 뭔 상관이죠?”송예걸은 콧방귀를 뀌었다. 송연아는 그의 옷자락을 당겼다.“너 조용히 해.”이러다간 심재경 어머니가 오해할 것 같았다.심재경 어머니는 원래부터 안이슬을 싫어하는데, 송예걸이 허튼소리까지 지껄이면 사생활이 난잡한 여자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이는 그녀를 해치는 것이다.그러나 송예걸은 멈추지 않았다.“사실인데요 뭐. 내가 거짓말한 것도 아니고, 왜 그걸 숨겨요.”심재경 어머니는 비꼬듯 차갑게 웃었다.“역시, 교양이 없어. 그래 뭐 잘 됐어. 너와 재경이는 인젠 서로 빚진 것도 없고 재경이도 결혼했으니 더 이상 그의 생활을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앞으로 그의 앞에 나타나지 마. 이번 현수막 사건은, 더 이상 추궁하지 않을게.”“저기요? 혹시 말귀를 못 알아 들으세요? 제가 말했죠. 이슬 누나가 한 거 아니라고. 이슬 누나는 계속 저랑 함께 있었다고요. 제가 증인이에요.”송예걸은 심재경 어머니가 사람을 괴롭히고 있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네가 증인이라고?”심재경 어머니는 차갑게 웃었다.“여태껏 한 말이 모두 쟤 편을 드는 말인데 네가 한 증언은 기껏해야 위증이야.”말을 마치고 그녀는 또 불쾌하다는 듯 한마디 덧붙였다.“역시 유유상종이라고 어떤 사람이면 어떤 사람과 어울리지.”“방금 뭐라고 하셨어요?”송예걸은 바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송연아는 그를 잡아당겼다.만약 송연아가 막지 않으면 그는 당장이라도 사람을 때릴 기세였다.안이슬은 결국 참지 못했다. 그녀가 자신에게 뭐라고 하든 상관없었지만 그녀가 자신의 지인, 친구한테 험한 말을 하는 건 참을 수 없었다.“사모님이 싫어하는 건 저잖아요. 불만 있으시면 저한테 말하세요.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지 마시고요.”“내가 틀린 말 했어? 만약 교양이 있으면 남자랑 밤새 술집에 있겠어? 너랑 말 길게하기 싫으니까 재경이 앞에 다시는 나타나지 마. 이건 나의 마지막 경고야.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나타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송예걸은 몸에 목욕 타올만 두른 채로 누워 있었다. 아마도 넘어졌을 때, 목욕 타올이 흘러내린 것으로 보였고 타올의 한 귀퉁이가 그의 다리 가운데를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있었다... 사지를 벌린 채 말이다.안이슬은 물컵을 손에 들고 거실에 서서 무표정하게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한혜숙은 놀라서 바닥에 누워 있는 송예걸을 바라보았다.“...”‘이게 무슨 상황이지?’곧이어 하늘을 뒤흔드는 고함이 울려 퍼졌다.“으악!!!”송연아는 얼른 찬이의 귀를 막았다.송예걸은 일어나면서 하얀 엉덩이를 드러냈다. 그는 목욕 타올을 걸친 채 황급히 도망쳤고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닫혔다.찬이도 적잖지 않게 놀랐다. 송연아는 계단에 서서 아래층 사람을 보며 물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안이슬은 담담하게 물 한 모금을 마셨다.“예걸이가 샤워하고 목욕 타올만 걸친 채로 나왔어. 내가 물 마시고 있는 걸 보고 자기도 마시겠다고 해서 물 한 잔을 따라 줬지. 그런데 물 마시면서 앞을 제대로 보지 않아서 의자 다리에 걸려서 넘어졌고 물컵도 깨졌어...”“...”그녀의 관심 포인트가 물컵이 깨진 거라고?송예걸이 다쳤는지 여부가 아니라?“예걸이가 언니한테 잘해주잖아요. 좀 관심해 줘요.”송연아가 말했다.심재경은 인젠 결혼했으니 안이슬과 그의 가능성은 아주 미세하다. 비록 송예걸은 나이나 경력적으로 보았을 때, 안이슬보다 못하지만 송예걸은 그녀를 진심으로 좋아한다.어찌 보면 송예걸과 연애하는 것도 나쁘지 않는 것 같다. 아무래도 송예걸은 그의 어머니의 미모를 물려받았기에 잘생기기는 했다. 안이슬은 송연아가 두 사람을 맺어주려는 의도를 알아채고 그녀에게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망상하고 있네.”송연아는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왜 망상이라고 하는 거예요?”“내가 너보다 나이가 많은데, 왜? 네 제수씨가 되기를 바라는 거야?”한혜숙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서로 좋아하면 되지. 나이는 문제가 아니야.”“...”송연아는 맞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