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유정은 임지훈의 말을 들으며 어이가 없었다.‘어떻게 감히 내 부모 앞에서 저런 고자질을 할 수가 있지? 그리고 괴롭힘을 당한 건 분명 나인데?’방유정이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지훈 씨, 당신이 그러고도 남자예요?”임지훈이 억울한 며느리처럼 불쌍한 표정으로 감히 한마디도 하지 못하자, 방유정 아버지가 그녀를 꾸짖었다.“너 뭐 하는 거야? 내가 너를 너무 버릇없이 키웠어. 얼른 지훈 군에게 사과해.”방유정은 얼굴을 붉히며 토로했다.“괴롭힘을 당한 건 저예요.”“지훈 군이 언제 너를 괴롭혔어? 우리는 너의 폭행밖에 본 거 없는데. 얼른 사과해.”“안 해요! 못해요!”방유정은 절대 사과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크면서 사과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거니와 게다가 자기를 억울하게 만든 사람에게는 더더욱 사과할 수가 없었다.“지훈 씨, 적당히 해요. 부끄럽지 않아요?”방유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임지훈은 곧바로 그녀를 무서워하는 표정으로 말했다.“사과 안 해도 돼요. 저 이제 습관 되어서 괜찮아요. 아버님, 어머님 유정 씨에게 너무 야단치지 마세요.”방유정 아버지는 그녀를 힐끗 쳐다봤다.“넌 있다가 다시 보자.”“지훈 군, 우리 먼저 내려가요.”임지훈이 좋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나갔고 방유정 아버지는 아내에게 눈치 주며 말했다.“당신은 남아서 유정이를 좀 혼내. 저렇게 컸는데 이제 셈이 들어야지. 내 사위를 도망가게 하면 어디에 가서 이렇게 좋은 사위를 또 찾을 수 있다고?”방유정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여기는 걱정하지 말고 사위를 잘 달래줘요.”“알았어.”방유정 아버지가 임지훈을 따라가며 물었다.“체스 둘 줄 알아요?”임지훈이 대답했다.“네.”방유정 아버지가 그의 의견을 물었다.“그럼, 우리 몇 게임 둘까요?”“좋아요.”위층.방유정 어머니가 딸의 손을 잡고 물었다.“너 대체 왜 그래?”방유정이 분노를 억제하며 말했다.“그 사람이 일부러 그러는 게 안 보여요?”방유정 어머니가 웃었다.“네가 너무
임지훈은 교만하지 않고 겸손을 알기에 완벽하게 대답했다.방유정 아버지는 너무 성급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 사람은 큰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우리 유정이를 어떻게 생각해요?”방유정 아버지가 묻자, 임지훈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좋은 사람입니다.”방유정 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변덕이 심한데도요.”그는 말하면서 체스 한 보 움직였는데 임지훈의 공격을 간신히 피하면서 이길 수 있는 한 수를 뒀다. 이제 임지훈이 한 보만 잘못 두면 지게 된다.방유정 아버지는 고개를 들어 임지훈을 보며 말했다.“내 딸은 어릴 때부터 우리가 너무 오냐오냐 키웠고 고생을 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성격이 좀 안 좋긴 해도 마음만은 착하고 예뻐요.”방유정 부모님이 서로 사랑하고 가정 분위기가 좋은 건 임지훈도 느꼈다. 방유정이 이런 가정에게 자랐으니 조금 변덕이 있다고 해도 마음만은 착하다는 건 확실했다. 너무 잘 보호받았기에 순수함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요즘 세상에 유정 씨 같은 사람이 적습니다.”사회의 시달림에서 마음이 변해가는 사람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방유정 아버지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그런데 보호를 너무 잘해주다 보니 내가 죽으면 어떡할지 그것도 걱정이에요.”임지훈이 당황한 듯 눈을 번쩍 뜨자, 방유정 아버지는 황급히 웃으며 말했다.“농담이에요, 농담.”임지훈은 간신히 한 수를 둬서 공격을 피했다.“사실 우리 딸 꽤 괜찮아요.”임지훈도 방유정이 괜찮다는 생각은 들지만, 두 집안이 어울리지 않기에 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네 맞습니다.”임지훈의 대답을 듣고 방유정 아버지가 말했다.“그럼, 한번 잘 생각해 봐요.”임지훈이 놀라서 고개를 들었는데 방유정 아버지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을 보고 같이 웃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꿰뚫어 본 것이다.방유정 아버지도 업계에서 평생 많은 사람과 일을 하다보니 딸의 속임수를 진작에 알아챘지만 모르는 척했다. 단 임지훈은 정말로 마음에 들었으므로
차를 마신 후 조금 지나자, 달콤한 뒷맛이 났다. 임지훈은 비록 차에 대해 잘 몰랐지만 이건 좋은 차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방유정 아버지를 보며 말했다.“아버님 초대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방유정 아버지는 손을 흔들었다.“이런 것 가지고 뭘 그래요. 내 사위만 되면 방씨 가문 전체를 물려줄 건데.”“아빠.”방유정은 화가 났다.“아빠는 왜 계속 그 말씀이세요? 지훈 씨가 도망가겠어요.”방유정 아버지가 웃었다.“그래그래, 내가 잘못했어.”방유정은 아버지의 팔짱을 끼고 어깨에 기대며 물었다.“누가 이겼어요?”임지훈이 말했다.“제가 졌어요.”방유정 아버지가 말했다.“두 게임했는데 한 사람이 한 번씩 이겨서 무승부야.”임지훈은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아버님이 저를 봐주셔서 한 번 이긴 거죠. 아니었으면 한 게임도 이길 수 없었을 겁니다.”“요즘 젊은이 중에 체스 둘 줄 아는 사람 많지 않은데 그 정도면 정말 잘 두는 거예요.”방유정 아버지가 칭찬했다.“우리 집 뒷마당 정리가 잘 되어 있는데 유정이랑 가서 구경해 봐요.”방유정 아버지는 두 사람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단둘이 지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고 싶었다. 그걸 알고 있었지만 임지훈은 거절하지 않았다.오히려 방유정이 아버지에게 애교를 부렸다.“별로 볼 것도 없어요. 아빠가 기르는 물고기 몇 마리만 있는 거잖아요.”방유정 아버지는 임지훈을 보며 말했다.“내가 물고기를 좋아해서 외국에서 수입한 품종인데 괜찮은 물고기들이에요.”임지훈이 말했다.“그럼, 한번 봐야죠.”“유정이랑 같이 가 봐요.”방유정 아버지는 딸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유정아, 어서.”방유정은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가요.”임지훈은 화를 내지 않고 방유정을 따라갔다. 두 사람은 가는 길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걷기만 했는데 뒷마당에 도착하자 작은 수림이 보였다. 가상의 산과 흐르는 물 그리고 초록색 정원이 눈앞에 나타났는데 그 풍경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지훈 씨는 취미가 뭐예요?”방유정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임지훈은 방유정의 물음에 잠시 당황하다가 자신의 생활을 떠올렸는데 일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휴가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심재경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계속 일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취미는 더구나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본인의 생활이 정말로 단조롭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옆에서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순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내를 맞이해서 함께 서로 보살펴주며 지내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만 있다면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고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방유정을 바라봤는데 본인과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방유정은 아직도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을 보살필 줄은 모를 것 같았다.“왜 그런 이상한 눈빛으로 봐요?”방유정의 물음에 임지훈이 되물었다.“어디가 이상한데요?”방유정은 좀 더 가까이 가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왜요? 설마 저를 사랑하게 된 건 아니죠?”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당신은 성격도 안 좋고 또 엄청 잘난체하는데 내가 왜요? 점심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제 들어가요.”시간을 보며 임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굶었어요?”방유정이 그를 비웃었다.“식사 끝나면 저는 가도 되죠.”방유정은 순간 왠지 서운했다.“그렇게 가고 싶어요?”“여기는 제집이 아닌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요.”방유정은 그를 향해 입을 삐쭉거리자, 임지훈은 의아해했다.“왜 그래요?”“내가 뭐요?”방유정은 짜증을 냈다.“유정 씨는 정말 변덕이 많네요. 그걸 고쳐요. 남자들은 변덕이 많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방유정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집안으로 걸어들어갔다.임지훈은 고개를 돌려 못에 있는 물고기들을 한 번 더 보고는 뒤따라 들어갔다. 방유정이 집에 들어서자, 그녀의 어머니가 그들을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딸만 보였기에 그녀의
임지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해명하지 않아도 화는 나지 않았을 건데, 굳이 해명하니 용서해 줄게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삐쭉거렸다.“그렇게 잘난 척하지 말아요. 그럼 좋은 말이 안 나가니까.”“...”임지훈이 할 말을 잃었다.그때 방유정의 어머니가 열정적으로 요리를 집어 그의 앞접시에 건넸다.“이건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요리인데 맛봐요.”임지훈이 집어서 입어 넣고 먹어보더니 말했다.“맛있습니다.”방유정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고 방유정 아버지는 그에게 술을 따랐다.“평소 주량이 어떻게 돼요?”임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못합니다.”방유정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었다.“잘 마실 것 같은데 너무 겸손하시네요.”임지훈이 말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방유정은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아빠, 지훈 씨는 일이 바빠서 내일 프랑스로 돌아가야 해요. 일을 망치면 안 되니까 술을 많이 주지 마세요.”방유정 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네. 그러니까 한 잔씩만 해요.”말하면서 방유정은 술을 가져갔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정말 분위기를 깬다.”방유정이 말했다.“두 분의 건강을 생각해서예요.”방유정 어머니는 술병을 들고 임지훈에게 한 잔 따르고 또 남편에게도 한 잔 따랐다.“많이 마시게 되면 우리 집에 방이 많으니 그냥 휴식하면 돼요. 비행기는 내일 타면 되는데 급해 할 거 없잖아요.”방유정은 어머니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엄마, 이 사람을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집에서 잠을 자래요? 나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요?”“걱정하지 마. 조사해 봤는데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야.”“...”“...”방유정과 임지훈이 순간 놀랐다. 방유정은 평생 살면서 이렇게 굴욕적인 순간을 느낀 적이 없었다. 몇 년 동안 쌓아온 체면이 한순간에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부모님이었다.방유정 아버지는 아내를 힐끗 쳐다
“방유정은 부모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알았어요.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어서 지훈 씨 방으로 데려가.”방유정이 물었다.“어느 방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어머, 어떡해. 게스트룸은 아직 준비가 안 돼있어. 우선 네 방으로 데려가서 휴식하게 해.”방유정은 어머니의 말에 놀라며 말했다.“아빠, 엄마, 이 정도로 오픈 마인드였어요? 어떻게 제 방에 술 취한 남자를 데려가라고 하세요?”“네 말대로 취했는데 뭐 어때?”“술김에 어떤 짓도 한다는 말 몰라요?”방유정이 묻자, 그녀의 부모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몰라.”방유정은 철저히 말문이 막혔다. 부모님과 임지훈이 정말로 모르는 사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임지훈이 그들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엄마 아빠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아무리 나를 결혼시키고 싶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만약 진짜로 무슨 일이 있으면 책임지라고 하고 바로 결혼시킬 거야.”임지훈은 그 말을 들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바탕 뿜었다. 방유정의 부모님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본인이 천당에 있는 것 같았는데 정말로 귀여운 부모님들이라고 생각했다.‘방유정은 전생에 은하계를 구했나 봐.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고 말이야.’방유정은 역겨워하며 말했다.“지훈 씨,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요. 화장실로 가야지.”“취했잖아.”방유정 어머니가 가정부를 불러 치우게 했다.“그만하고 불편해 보이는데 어서 방으로 데려다 쉬게 해.”방유정은 혼자서 임지훈을 옮길 수 없어서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 함께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방에 도착하자, 그녀는 임지훈을 침대에 던졌는데 임지훈은 몸이 포근한 세계에 떨어진 듯 따뜻하고 향기로웠다.“무슨 향수를 써요?”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방유정이 말했다.“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잠이나 자요.”임지훈은 취한 건 사실이지만 정신만은 여전히 말짱했다. 그는 눈을 감고 또 말했다
방유정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깨를 다독이자,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응원을 하시는 거였다.“화이팅!”방유정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지?’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만 좋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갑자기 선 자리를 만들어주고 남자를 유혹하라고까지 하시다니?그녀는 어머니의 이마를 만지며 물었다.“엄마,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우리 이제 나가야 해.”방유정의 아버지는 기사가 이미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집을 나갔고 방유정은 문 앞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차가 떠나자, 그녀는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차피 임지훈이 자고 있었기에 지루할 것 같아서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았다.그녀는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심심했다.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서 임지훈을 놀려주려고 그가 곤히 자는 방으로 올라가서는 화장대에서 화장품을 가져다가 침대 옆에 앉아 임지훈에게 예쁜 화장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도 임지훈이 깨지 않자, 옆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눈이 아파 오니 옆에 기대서 잠이 들었다. 그녀가 일어났을 때는 임지훈은 이미 깨어나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언, 언제 깼어요?”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방유정은 참을 수 없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임지훈의 얼굴은 정말로 오페라 가수 같았는데 어찌나 웃었는지 배가 아팠다. 임지훈은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물었다.“다 웃었어요?”방유정은 곧바로 웃음을 거두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맘대로 제 몸에 손을 대지 말아요.”임지훈이 말했다.“유정 씨를 저에게 준다고 해도 거절이에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뭐라고요? 저를 좋다고 하는 남자들이 줄을 서면 프랑스까지는 갈 거예요. 그런데 지훈 씨는 내가 싫다고요?”임지훈이 흠칫하자, 방유정이 그를 잡고 물었다.“지금 그
지금 그녀가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물으면 부모님은 더 속상해할 것 같았다.‘나 이제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하면 좀 더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지? 결혼, 그래 결혼해야 해.’그녀는 자기가 결혼해야만 부모님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 상대도 지금 바로 방에 있지 않겠는가?‘남자 친구인 척을 해줬으니 이제 남편인 척해달라고 해야지. 진짜가 아니고 가짜라도 되니까 결혼하자고 해야겠어.’방유정은 진료 기록부를 다시 원래 위치에 넣고 비틀거리며 부모님 방에서 나와 자기 방으로 돌아갔는데 임지훈이 아직 욕실에서 나오지 않아 침대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한참 지나자, 임지훈은 가운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는데 침대에 자기의 옷이 보이지 않아 방유정의 옆에 서서 물었다.“내 옷은요?”그는 방유정이 잊은 것 같아서 다시 말했다.“내 옷은 지금 당신 차 트렁크에 있어요.”방유정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지훈 씨, 우리 결혼해요.”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약을 잘못 먹었어요? 아니면 정신이 어떻게 됐어요?”“다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거칠었는데 임지훈은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물었다.“울었어요? 누가 괴롭혔어요? 얘기해 봐요. 제가 가서 때려줄게...”임지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방유정이 와락 그를 끌어안았다. 임지훈은 갑작스러운 친밀감에 몸이 굳어버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게... 유정 씨...”그가 말하려고 할 때 방유정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의 손이 아래로 드리는 순간 몸에 걸친 유일한 가운마저 벗겨져서 흘러내렸다.“...”방유정은 워낙 임지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지금 행동이 충격에 의한 도발적인 행동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웃옷의 단추를 벗겨 가슴을 드러내고는 그의 가슴에 가까이하며 말했다.“저를 좀 봐봐요.”임지훈은 참을 수 없었는지 목젖을 굴렸는데 이름 모를 불길이 아랫배에서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딱딱해졌다.“정말 후회하지 않겠어요?”임지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