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이슬에게 있어서 비비안이 방에 들어가서 자는 게 조용하고 좋았다. 심재경이 비비안을 대하는 태도를 생각하더니 그녀는 심재경이 심리적으로 비정상이라고 생각했다.‘분명 비비안이 집안일을 도와줄 능력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계속 집에 두려고 하다니. 설마 고의로 나 열받게 하려는 건가? 언제부터 저렇게 유치해졌지?’아앙~그때 갑자기 샛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는데 그 울음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안이슬이 방으로 달려가서 안아주자, 샛별이는 스위치를 누른 것처럼 울음을 뚝 그쳤는데 눈물자국이 남아있는 얼굴로 안이슬을 쳐다보는 모습은 너무 불쌍해 보였다. 모르는 사람은 아마 샛별이가 괴롭힘을 당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샛별이의 부드러운 표정은 얼음도 녹일 듯싶었다.안이슬이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며 물었다.“샛별이 배고파?”샛별은 말을 알아들었는지 입을 오므리고 있었는데 안이슬은 자기를 침대에 내려놓는 순간 가시에 찔린 듯 또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안이슬은 하는 수 없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샛별이를 안고 분유를 타기로 했다.“샛별이 안아달라고 우는 거야? 그럼 이모 어떻게 분유를 타지?”안이슬이 분유 통을 입에 넣어주자, 배가 많이 고팠는지 바로 힘차게 빨아들였다.안이슬은 샛별이를 토닥거리며 말했다.“샛별이 많이 배고팠나 보네. 그래도 체할 수 있으니 천천히 먹어.”비록 아무 반응도 없었지만, 그녀는 샛별이를 다정하게 바라보며 웃었다. 어찌나 열심히 먹었는지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올라왔고 안이슬은 부드럽게 닦아주었다. 분유를 먹는 게 힘들었는지 다 먹지도 못하고 또 잠들었는데 안이슬이 분유 통을 입에서 빼자, 샛별이는 아직 배가 부르지 않았는지 눈을 뜨고 두리번두리번 분유 통을 찾았다. 안이슬이 하는 수 없이 분유 통을 다시 입에 넣어줬는데 샛별이는 많이 졸렸는지 먹지 못하고 입에 문 채로 또 잠들었다. 안이슬은 샛별이를 흔들어서 깊은 잠이 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분유 통을 입에서 뺐는데 이번에는 눈도 뜨지 않고 찾다가 그대로 다시 잤다.안
송연아는 윤이 더러 꽃다발을 구애린에게 주라고 했다. 꽃다발을 방은 구애린은 윤이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윤이 고마워.”윤이는 작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는데 송연아를 닮았다.“우리 윤이 크면 무조건 미남이 될 거야!”“지금 칭찬하는 거 맞아요? 미남이라면 여자답다는 거 아니에요?”“언니, 제 말은 그게 아니잖아요.”구애린이 웃었다.“우리 윤이 나중에 꼭 대장부가 될 거야.”“고모.”윤이는 이제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간단한 단어들을 말할 수 있었다. 구애린은 그의 머리를 만지며 물었다.“형아는 어디 있어?”“학교 갔어요.”윤이가 우윳빛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윤이 너무 귀여워.”구애린이 웃었다.“언니, 제가 병원에 있는 거는 어떻게 알았어요?”구애린이 고개를 들고 송연아를 보며 물었다.“원우 씨가 아침에 세헌 씨에게 전화하는 걸 제가 받았거든요. 그래서 알았어요.”“아, 그래요. 정말 부끄러워요.”“그래서 정확히 어떻게 된 거예요? 왜 넘어졌어요? 애린 씨, 특히 임신 초기에는 적어도 3개월 동안은 각별히 조심해야 해요.”송연아가 말하자 구애린은 손가락을 꼬며 말했다.“아침에 일어나서 원우 씨에게 밥을 해주려고 주방에 갔는데 바닥에 물이 있는 것을 보지 못해서 그만 넘어졌어요.”구애린은 실제 상황은 너무 부끄러워서 말할 수 없었다. 아침을 하려던 건 맞는데 미끌어 넘어지게 된 것은 진원우가 뽀뽀하려고해서 피하다가 실수로 넘어진 것이었다. 그런데 이건 너무 부끄러워서 차마 말할 수 없었다. 만약 이번 일로 아이를 잃었다면 그녀는 무조건 후회했을 것이다.“앞으로는 임신했다는 걸 절대 잊지 말고 꼭 조심해요. 뭘 먹고 싶어요? 내일 해 올게요.”송연아가 이불을 여며주며 물었고 구애린은 고개를 저었다.“특별히 먹고 싶은 거 없어요.”구애린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송연아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의사가 뭐래요?”“별일 없대요. 그냥 침대에 누워 있으면 된대요. 사실은 집에 가도 되는데 원우 씨가 굳이
구애린은 사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뭐든 원망하지 않고 감사하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진원우는 구애린이 입원했기에 휴가를 신청하고 이틀 내내 구애린을 돌봐주었는데 지금도 먹을 것들을 들고 병실에 들어와서 송연아를 보고는 웃으며 인사했다.“오셨어요?”송연아도 고개를 끄덕했다.“다시는 넘어지지 않게 잘 돌봐줘요. 임신 초기에는 특별히 조심해야 해요.”진원우도 어색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이번에는 저의 부주의로 애린씨가 다쳤어요. 앞으로 꼭 주의하겠습니다.”“엄마, 배고파요.”윤이가 송연아의 옷을 잡고 말했다. 송연아는 윤이를 품에 안고 검은 머리를 만지며 윤이의 작은 얼굴이 강세헌을 점점 닮아가는 것을 느꼈다. 찬이와 윤이는 모두 강세헌을 똑 닮았다. 어릴 때는 조금 살이 찌고 포동포동하기만 해서 별로 닮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크면서 이목구비가 점점 비슷해졌다. 윤이는 검은 눈동자를 부릅뜨고 말했다.“엄마, 해물파전 먹고 싶어요.”송연아가 그를 안고 말했다.“윤이 뭐 좀 먹어야겠어요.”구애린이 말했다.“네, 얼른 가봐요. 우리 윤이 배고프면 안 되니까요.”진원우가 말했다.“제가 먹을 것을 사 왔는데 윤이에게 먹여요.”“아니에요. 애린 씨에게 줘요. 윤이는 편식이 심해서 좋아하는 거 아니면 안 먹어요. 저희 오늘은 이만 가고 내일 또 올 거예요.”송연아가 웃으며 말했다.“언니, 힘들게 안 오셔도 돼요. 원우 씨가 휴가를 냈어요. 그리고 저 정말 괜찮은데 이렇게 챙겨주면 오히려 죄송해요. 저 며칠만 있다가 퇴원할 거예요.”구애린이 송연아를 향해 눈을 깜빡이자, 송연아는 생각하더니 알았다고 했다.“알았어요.”그때 진원우가 걸어오며 말했다.“제가 모셔다드릴게요.”“그럴 필요 없어요. 기사가 기다리고 있어요.”진원우는 기사가 있다는 걸 알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밖에 나오자 기사가 송연아를 보고 문을 열었다.“사모님.”송연아는 윤이를 안고 차에 타며 말했다.“저희가 자주 갔던 한식집으로 가주세요.”이 집
젓가락도 이제 제법 사용하는데 잘못해서 옷에 떨어뜨리더라도 옷을 갈아입으면 되었다. 어차피 집에 가정부가 많아 각자 역할이 있기에 송연아가 직접 할 것이 없었으므로 부담이 없었다.윤이가 배부르게 다 먹자 오후 5시가 되어 그들은 바로 찬이 픽업하러 갔다. 두 아이가 크면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송연아는 두 아이를 한 방에서 같이 자게 했다. 샤워할 시간이 되자, 찬이는 이제 스스로 씻을 수 있었고 윤이는 아직 어려서 송연아가 씻어주었는데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찬이는 제법 어른처럼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다.송연아가 윤이 몸을 닦아주면서 찬이에게 물었다.“뭘 봐? 왜 갑자기 우리 찬이가 많이 큰 것 같지?”찬이가 눈을 깜빡이며 대답했다.“저는 형이니까요.”송연아는 그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어머, 우리 찬이 다 컸네.”윤이는 옷을 다 입자, 바로 찬이에게 달려들었고 찬이는 밀어내며 말했다.“나를 깔지 마!”“형, 형.”윤이는 찬이 얼굴에 뽀뽀하며 친근하게 불렀다.두 아들이 다정하게 노는 것을 보고 송연아는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말했다.“찬이야, 윤이 잘 보고 있어. 엄마 샤워하고 와서 이야기 해줄게.”찬이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시고 다녀오세요. 제가 윤이 넘어지지 않게 잘 볼게요.”찬이는 지난번에 윤이가 침대에서 떨어져서 많이 울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송연아는 찬이를 보며 웃었다.“엄마는 우리 찬이 믿어.”샤워하러 간 그녀는 한 시간이 다 되어서야 샤워를 마치고 나왔고, 머리를 말린 다음 긴팔, 긴바지로 갈아입고 아이들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찬이와 윤이가 침대 위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는데 이불이 모두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기에 송연아는 개의치 않아 하며 문을 닫고 침대 쪽으로 걸어가서 윤이를 안아 내리고 말했다.“찬이도 내려와.”찬이가 스스로 침대에서 내려오자 송연아는 침대를 다시 정리하면서 집에 가정부가 없는 일상을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찬이는 비록 저절로 샤워할 수 있었지만
강세헌이 낮게 대답했다.“계속 자고 있어.”송연아는 그의 어깨에 기대면서 말했다.“깨서 더는 잠이 안 올 것 같아요. 내려줘요.”강세헌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송연아는 쑥스러운 듯 고개를 그의 품에 파묻었다....프랑스는 밤이었지만 국내는 벌써 낮이 되었다.안이슬은 샛별을 안고 정원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녀는 샛별이 앞에서 장난감을 흔들었는데 샛별이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따라갔다. 색깔이 밝을수록 아이의 주의를 더 끌곤 했다.샛별이는 재밌는지 활짝 미소를 지어 보였고 방금 자라난 새하얀 이가 드러나기도 했다.그래서인지 샛별이는 자주 침을 흘렸고 안이슬은 샛별이를 위해 입을 닦아줬다. 샛별이는 목에 턱받이를 받쳤는데 침을 흘려 턱받이가 젖으면 안이슬은 아이의 얼굴이 빨개지지 않게 자주 바꿔주곤 했다. 아이들의 피부는 워낙 얇기에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지 않으면 쉽게 습진이 생겨 피부가 빨개지기 때문이다.안이슬은 조심스럽게 샛별의 모든 걸 신경 쓰며 보살펴줬고, 그 덕분인지 샛별이는 날이 갈수록 포동포동해졌다. 희고 작은 얼굴은 유난히 귀엽기도 했다.비비안은 잠에서 깨어나 보니 주방에 아무 음식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안색이 한껏 어두워졌지만 그녀는 배고픈 티를 내지 않고 안이슬에게 물었다.“밥 먹었어요?”안이슬이 대답했다.“네.”“내 거는요?”비비안이 바로 물었다.“대표님께서는 저보고 샛별이를 케어하라고 하셨어요. 저는 음식을 만드는 가정부가 아니라고요. 그래서 당신이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저랑 무슨 상관이 있죠?”비비안은 말문이 막혔고 얼굴도 벌게졌다.“하는 김에 내 거까지 만들 수 없어요? 꼭 내 거 만들어달라고 요구한 것도 아닌데.”그녀는 한참 입을 꾹 다물다가 겨우 이유를 하나 생각해 내며 말했다.“하는 김에 더 만들 수도 있잖아요.”안이슬이 대답했다.“제가 손이 큰 사람은 아니라서요. 앞으로 청소는 비비안 씨가 하세요.”비비안이 두 눈을 크게 떴다.“뭐라고요?”
하지만 안이슬이 고작 화장실을 간 사이에 비비안에게 목덜미가 잡히고 말았다.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샛별이가 더는 침대에 없는 것을 발견해 그녀는 바로 비비안을 찾아갔지만 비비안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집에 설치된 CCTV도 지켜봤지만 카메라는 이미 파괴되어 아무것도 찍히지 않았다.안이슬은 분하기도 하고 조급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침착함을 유지하고는 경찰에 신고한 후 또 심재경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녀는 휴대폰을 꼭 쥐고 있었는데 전화가 연결되자 다급하게 말했다.“샛별이가 사라졌어요. 아마 비비안 씨가 데리고 어디로 간 것 같은데 혹시 지금 비비안 씨와 연락이 돼요?”심재경의 머릿속은 순식간에 백지장처럼 하얘졌다.그는 하마터면 폭언을 할 뻔했지만 끝내 참았다.안이슬은 샛별이를 일부러 위험에 처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샛별이의 엄마니까 말이다.두 사람에게 어떤 과거가 있었든 샛별이를 사랑하는 그들의 마음은 똑같다.그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는 대답했다.“그러니까 비비안 씨가 지금 샛별이를 어디로 데려갔다는 거예요?”“네. 오늘 줄곧 이상한 모습을 보여줬었거든요.”안이슬은 분명 비비안의 의도를 눈치채고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없는 사실을 굳이 지어낼 사람도 아니었다.예전의 그녀는 법의관이기도 했고 누구보다 신중했으니 자신의 생각이 맞는다고 확신했다.그동안 조심스럽게 행동했지만 그녀는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특히 비비안에게 그럴 생각이 있다는 걸 알고서는 더욱 조심스러워해야 했는데 말이다.“알겠어요.”심재경이 전화를 끊고는 집으로 돌아가려고 출발했다. 동시에 비비안에게 연락했다.비비안은 그의 전화를 받았다.“어디에 있어요?”심재경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신중하게 물었다.비비안은 지금 샛별이를 자기 집으로 데려왔다.그녀가 샛별이를 데리고 간 이유는 바로 안이슬이 샛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였다.그러면 심재경은 안이슬을 자를 것이고, 그녀의 눈에 거슬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그리고 비비안도
비비안도 만반의 준비를 했기에 입꼬리를 씩 올리며 물었다.“집에 왜 경찰이 있는 거죠? 설마 무슨 일이 일어났어요? 뭘 잃어버렸나요?”안이슬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그녀도 심재경과 똑같은 걱정을 가지고 있었기에 지금 감히 비비안의 심기를 건드릴 수 없었다.그녀를 궁지에 몰아넣으면 샛별이에게 불리한 상황만 더 생길 것이니 말이다.모든 울분은 샛별이를 찾은 후 쏟아내야 했다.샛별이가 사라졌을 때 비비안도 별장에 있었으니 그녀도 경찰관의 조사에 임해야 했다.“7시 30분에 뭐 하고 있었어요?”경찰관이 물었다.비비안은 거침없이 대답했다.“저녁 먹으러 밖으로 나갔어요.”“나갈 때 혹시 무슨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나요? 아이가 계속 침대에 있었나요?”“아이를 돌보는 사람은 제가 아니라 저 사람이에요.”비비안은 안이슬을 가리키고는 씩 웃었다.“아이를 잃어버린 거였어요? 강문희 씨, 이제 끝장이네요. 대표님은 절대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대표님의 아이를 잃어버렸으니 말이에요.”그녀의 질책에 안이슬은 꾹 참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정말 아무것도 못 본 거 맞아요?”경찰관이 위압감 있는 목소리로 묻자 비비안은 조금 당황했지만 여전히 침착한 얼굴로 대답했다.“네. 아무것도 못 본 거 확실해요. 아이를 돌보는 게 제 일은 아니니까요. 오히려 저 사람에게 왜 아이가 없어졌는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비비안은 안이슬을 가리켰다.경찰관이 대답했다.“저분도 조사할 거예요.”비비안은 안이슬을 향해 씩 웃으며 말했다.“강문희 씨, 샛별이는 대표님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입니다. 그런데 그런 샛별이를 잃어버렸다니, 대표님 엄청 화를 내실 것 같은데요? 대표님이 강문희 씨를 어떻게 대할까요?”안이슬이 대답했다.“저를 집에서 쫓아내겠죠.”비비안은 안이슬이 곧 쫓겨날 거라는 생각에 입꼬리를 끌어올렸다.“당신 마음에 안 든지 꽤 되었어요. 진작 이 집에서 쫓겨났었어야죠.”비비안이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는 의자에 앉았다.
안이슬의 눈빛에 비비안은 조금 불편함을 느껴 그녀의 시선을 피하고는 계속 심재경 앞에서 안이슬을 질책했다.“대표님, 강문희 씨와 같은 무책임한 사람은 절대 곁에 남겨두시면 안 됩니다.”심재경은 살기가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심재경이 또박또박 말했다.심재경과 눈이 마주친 비비안은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왜 저렇게 무서운 표정을 보이시지? 왜 나를 보는 대표님의 눈빛이 저렇게 차갑지? 아마 나 때문이 아니라 강문희 씨에게 단단히 화가 나서 그렇겠지?’비비안은 마음속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이때 심재경이 또 말했다.“샛별이를 찾으면 당장 이 집에서 나가주세요.”안이슬이 대답했다.“네, 당연히 그렇게 하겠습니다.”두 사람은 호흡이 척척 맞았다.비비안은 자신의 목적을 이뤘다고 생각해 핑계를 대고는 화장실로 갔다. 그리고 또 아이를 돌보는 사람에게 전화해 아이를 경찰서 입구에 데려가달라고 했다.어차피 심재경은 무조건 강문희를 내쫓을 것이니 그녀의 목적은 달성한 거나 다름없었기에 그녀는 더 이상 샛별이를 붙잡아두고 있으면 안 되었다.만약 샛별이를 잡아간 사람이 그녀라는 사실이 심재경에게 들킨다면 심재경은 분명 그녀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안이슬이 당한 일을 그녀도 똑같이 당하게 될 것이다.하지만 안이슬이 정말 샛별이를 잃어버렸다고 해도 심재경은 그녀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비비안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녀의 결말은 반드시 안이슬보다 비참할 것이다.이 사건 담당 경찰관이 전화를 받고는 심재경에게 말했다.“경찰서 앞에 누가 아이를 두고 갔답니다. 심재경 씨의 아이인지 확인하러 가시죠.”이때 심재경도 전화를 받게 되었다. 비비안의 주소를 알아냈다는 부하의 전화였다.심재경은 그더러 비비안의 집을 잘 지키라고 했다.비비안이 아이를 집으로 데려간 적이 있으니 분명 흔적이 남았을 것이고, 그 흔적은 모두 증거였다.경찰서에 도착한 후 그들은 곧바로 샛별이를 확인했다.샛별이는 오랫동안 울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