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150화

Author: 김세라
젓가락도 이제 제법 사용하는데 잘못해서 옷에 떨어뜨리더라도 옷을 갈아입으면 되었다. 어차피 집에 가정부가 많아 각자 역할이 있기에 송연아가 직접 할 것이 없었으므로 부담이 없었다.

윤이가 배부르게 다 먹자 오후 5시가 되어 그들은 바로 찬이 픽업하러 갔다. 두 아이가 크면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송연아는 두 아이를 한 방에서 같이 자게 했다. 샤워할 시간이 되자, 찬이는 이제 스스로 씻을 수 있었고 윤이는 아직 어려서 송연아가 씻어주었는데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찬이는 제법 어른처럼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다.

송연아가 윤이 몸을 닦아주면서 찬이에게 물었다.

“뭘 봐? 왜 갑자기 우리 찬이가 많이 큰 것 같지?”

찬이가 눈을 깜빡이며 대답했다.

“저는 형이니까요.”

송연아는 그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

“어머, 우리 찬이 다 컸네.”

윤이는 옷을 다 입자, 바로 찬이에게 달려들었고 찬이는 밀어내며 말했다.

“나를 깔지 마!”

“형, 형.”

윤이는 찬이 얼굴에 뽀뽀하며 친근하게 불렀다.

두 아들이 다정하게 노는 것을 보고 송연아는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말했다.

“찬이야, 윤이 잘 보고 있어. 엄마 샤워하고 와서 이야기 해줄게.”

찬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시고 다녀오세요. 제가 윤이 넘어지지 않게 잘 볼게요.”

찬이는 지난번에 윤이가 침대에서 떨어져서 많이 울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송연아는 찬이를 보며 웃었다.

“엄마는 우리 찬이 믿어.”

샤워하러 간 그녀는 한 시간이 다 되어서야 샤워를 마치고 나왔고, 머리를 말린 다음 긴팔, 긴바지로 갈아입고 아이들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찬이와 윤이가 침대 위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는데 이불이 모두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기에 송연아는 개의치 않아 하며 문을 닫고 침대 쪽으로 걸어가서 윤이를 안아 내리고 말했다.

“찬이도 내려와.”

찬이가 스스로 침대에서 내려오자 송연아는 침대를 다시 정리하면서 집에 가정부가 없는 일상을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찬이는 비록 저절로 샤워할 수 있었지만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미친 그날 밤   제1151화

    강세헌이 낮게 대답했다.“계속 자고 있어.”송연아는 그의 어깨에 기대면서 말했다.“깨서 더는 잠이 안 올 것 같아요. 내려줘요.”강세헌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송연아는 쑥스러운 듯 고개를 그의 품에 파묻었다....프랑스는 밤이었지만 국내는 벌써 낮이 되었다.안이슬은 샛별을 안고 정원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녀는 샛별이 앞에서 장난감을 흔들었는데 샛별이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따라갔다. 색깔이 밝을수록 아이의 주의를 더 끌곤 했다.샛별이는 재밌는지 활짝 미소를 지어 보였고 방금 자라난 새하얀 이가 드러나기도 했다.그래서인지 샛별이는 자주 침을 흘렸고 안이슬은 샛별이를 위해 입을 닦아줬다. 샛별이는 목에 턱받이를 받쳤는데 침을 흘려 턱받이가 젖으면 안이슬은 아이의 얼굴이 빨개지지 않게 자주 바꿔주곤 했다. 아이들의 피부는 워낙 얇기에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지 않으면 쉽게 습진이 생겨 피부가 빨개지기 때문이다.안이슬은 조심스럽게 샛별의 모든 걸 신경 쓰며 보살펴줬고, 그 덕분인지 샛별이는 날이 갈수록 포동포동해졌다. 희고 작은 얼굴은 유난히 귀엽기도 했다.비비안은 잠에서 깨어나 보니 주방에 아무 음식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안색이 한껏 어두워졌지만 그녀는 배고픈 티를 내지 않고 안이슬에게 물었다.“밥 먹었어요?”안이슬이 대답했다.“네.”“내 거는요?”비비안이 바로 물었다.“대표님께서는 저보고 샛별이를 케어하라고 하셨어요. 저는 음식을 만드는 가정부가 아니라고요. 그래서 당신이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저랑 무슨 상관이 있죠?”비비안은 말문이 막혔고 얼굴도 벌게졌다.“하는 김에 내 거까지 만들 수 없어요? 꼭 내 거 만들어달라고 요구한 것도 아닌데.”그녀는 한참 입을 꾹 다물다가 겨우 이유를 하나 생각해 내며 말했다.“하는 김에 더 만들 수도 있잖아요.”안이슬이 대답했다.“제가 손이 큰 사람은 아니라서요. 앞으로 청소는 비비안 씨가 하세요.”비비안이 두 눈을 크게 떴다.“뭐라고요?”

  • 미친 그날 밤   제1152화

    하지만 안이슬이 고작 화장실을 간 사이에 비비안에게 목덜미가 잡히고 말았다.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샛별이가 더는 침대에 없는 것을 발견해 그녀는 바로 비비안을 찾아갔지만 비비안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집에 설치된 CCTV도 지켜봤지만 카메라는 이미 파괴되어 아무것도 찍히지 않았다.안이슬은 분하기도 하고 조급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침착함을 유지하고는 경찰에 신고한 후 또 심재경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녀는 휴대폰을 꼭 쥐고 있었는데 전화가 연결되자 다급하게 말했다.“샛별이가 사라졌어요. 아마 비비안 씨가 데리고 어디로 간 것 같은데 혹시 지금 비비안 씨와 연락이 돼요?”심재경의 머릿속은 순식간에 백지장처럼 하얘졌다.그는 하마터면 폭언을 할 뻔했지만 끝내 참았다.안이슬은 샛별이를 일부러 위험에 처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샛별이의 엄마니까 말이다.두 사람에게 어떤 과거가 있었든 샛별이를 사랑하는 그들의 마음은 똑같다.그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는 대답했다.“그러니까 비비안 씨가 지금 샛별이를 어디로 데려갔다는 거예요?”“네. 오늘 줄곧 이상한 모습을 보여줬었거든요.”안이슬은 분명 비비안의 의도를 눈치채고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없는 사실을 굳이 지어낼 사람도 아니었다.예전의 그녀는 법의관이기도 했고 누구보다 신중했으니 자신의 생각이 맞는다고 확신했다.그동안 조심스럽게 행동했지만 그녀는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특히 비비안에게 그럴 생각이 있다는 걸 알고서는 더욱 조심스러워해야 했는데 말이다.“알겠어요.”심재경이 전화를 끊고는 집으로 돌아가려고 출발했다. 동시에 비비안에게 연락했다.비비안은 그의 전화를 받았다.“어디에 있어요?”심재경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신중하게 물었다.비비안은 지금 샛별이를 자기 집으로 데려왔다.그녀가 샛별이를 데리고 간 이유는 바로 안이슬이 샛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였다.그러면 심재경은 안이슬을 자를 것이고, 그녀의 눈에 거슬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그리고 비비안도

  • 미친 그날 밤   제1153화

    비비안도 만반의 준비를 했기에 입꼬리를 씩 올리며 물었다.“집에 왜 경찰이 있는 거죠? 설마 무슨 일이 일어났어요? 뭘 잃어버렸나요?”안이슬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그녀도 심재경과 똑같은 걱정을 가지고 있었기에 지금 감히 비비안의 심기를 건드릴 수 없었다.그녀를 궁지에 몰아넣으면 샛별이에게 불리한 상황만 더 생길 것이니 말이다.모든 울분은 샛별이를 찾은 후 쏟아내야 했다.샛별이가 사라졌을 때 비비안도 별장에 있었으니 그녀도 경찰관의 조사에 임해야 했다.“7시 30분에 뭐 하고 있었어요?”경찰관이 물었다.비비안은 거침없이 대답했다.“저녁 먹으러 밖으로 나갔어요.”“나갈 때 혹시 무슨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나요? 아이가 계속 침대에 있었나요?”“아이를 돌보는 사람은 제가 아니라 저 사람이에요.”비비안은 안이슬을 가리키고는 씩 웃었다.“아이를 잃어버린 거였어요? 강문희 씨, 이제 끝장이네요. 대표님은 절대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대표님의 아이를 잃어버렸으니 말이에요.”그녀의 질책에 안이슬은 꾹 참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정말 아무것도 못 본 거 맞아요?”경찰관이 위압감 있는 목소리로 묻자 비비안은 조금 당황했지만 여전히 침착한 얼굴로 대답했다.“네. 아무것도 못 본 거 확실해요. 아이를 돌보는 게 제 일은 아니니까요. 오히려 저 사람에게 왜 아이가 없어졌는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비비안은 안이슬을 가리켰다.경찰관이 대답했다.“저분도 조사할 거예요.”비비안은 안이슬을 향해 씩 웃으며 말했다.“강문희 씨, 샛별이는 대표님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입니다. 그런데 그런 샛별이를 잃어버렸다니, 대표님 엄청 화를 내실 것 같은데요? 대표님이 강문희 씨를 어떻게 대할까요?”안이슬이 대답했다.“저를 집에서 쫓아내겠죠.”비비안은 안이슬이 곧 쫓겨날 거라는 생각에 입꼬리를 끌어올렸다.“당신 마음에 안 든지 꽤 되었어요. 진작 이 집에서 쫓겨났었어야죠.”비비안이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는 의자에 앉았다.

  • 미친 그날 밤   제1154화

    안이슬의 눈빛에 비비안은 조금 불편함을 느껴 그녀의 시선을 피하고는 계속 심재경 앞에서 안이슬을 질책했다.“대표님, 강문희 씨와 같은 무책임한 사람은 절대 곁에 남겨두시면 안 됩니다.”심재경은 살기가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심재경이 또박또박 말했다.심재경과 눈이 마주친 비비안은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왜 저렇게 무서운 표정을 보이시지? 왜 나를 보는 대표님의 눈빛이 저렇게 차갑지? 아마 나 때문이 아니라 강문희 씨에게 단단히 화가 나서 그렇겠지?’비비안은 마음속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이때 심재경이 또 말했다.“샛별이를 찾으면 당장 이 집에서 나가주세요.”안이슬이 대답했다.“네, 당연히 그렇게 하겠습니다.”두 사람은 호흡이 척척 맞았다.비비안은 자신의 목적을 이뤘다고 생각해 핑계를 대고는 화장실로 갔다. 그리고 또 아이를 돌보는 사람에게 전화해 아이를 경찰서 입구에 데려가달라고 했다.어차피 심재경은 무조건 강문희를 내쫓을 것이니 그녀의 목적은 달성한 거나 다름없었기에 그녀는 더 이상 샛별이를 붙잡아두고 있으면 안 되었다.만약 샛별이를 잡아간 사람이 그녀라는 사실이 심재경에게 들킨다면 심재경은 분명 그녀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안이슬이 당한 일을 그녀도 똑같이 당하게 될 것이다.하지만 안이슬이 정말 샛별이를 잃어버렸다고 해도 심재경은 그녀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비비안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녀의 결말은 반드시 안이슬보다 비참할 것이다.이 사건 담당 경찰관이 전화를 받고는 심재경에게 말했다.“경찰서 앞에 누가 아이를 두고 갔답니다. 심재경 씨의 아이인지 확인하러 가시죠.”이때 심재경도 전화를 받게 되었다. 비비안의 주소를 알아냈다는 부하의 전화였다.심재경은 그더러 비비안의 집을 잘 지키라고 했다.비비안이 아이를 집으로 데려간 적이 있으니 분명 흔적이 남았을 것이고, 그 흔적은 모두 증거였다.경찰서에 도착한 후 그들은 곧바로 샛별이를 확인했다.샛별이는 오랫동안 울어서

  • 미친 그날 밤   제1155화

    비비안은 절대 똑똑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모든 책임을 안이슬에게 떠밀려고 했으니 말이다.“대표님, 분명 강문희 씨가 이 모든 일을 계획했을 거예요. 강문희 씨만 잡는다면 모든 일이 해결될 거예요.”그녀는 허겁지겁 심재경의 팔을 잡으며 말을 이어갔다.“반드시 강문희 씨를 제대로 혼내줘야 해요...”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심재경은 인내심을 잃어 발로 그녀를 걷어찼다.비비안은 바닥에 쓰러져 두 손으로 배를 끌어안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심재경을 바라봤다.“대표님...”심재경은 그녀와 말 한마디 섞고 싶지 않았다.그는 샛별이를 안이슬에게 건넸다.“아이를 안고 차 안에 있어요. 이 일은 내가 해결할게요.”안이슬은 샛별이를 꼭 안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비비안은 어안이 벙벙했다.‘대표님은 왜 아직도 강문희를 믿는 거지?’“대표님, 강문희 씨는 아이를 잃어버렸다고요. 왜 아직도 강문희 씨를 믿으시는 거예요? 아이를 강문희 씨에게 맡기시는 건, 샛별이가 다시 위험해지길 바라는 거예요?”심재경은 그녀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계속 경찰관과 대화를 나눴다.비비안이 샛별이에게 손을 썼으니 심재경은 절대 그녀를 용납할 수 없다, 그래서 당연히 이 일도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아무리 샛별이에게 별일이 없다고 하지만 비비안은 샛별이에게 나쁜 마음을 품었으니 이는 용서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심재경은 납치죄로 비비안을 고소했다.비비안의 집에 샛별이의 젖병이 있었는데 아마도 샛별이를 안고 갈 때 샛별이를 달래기 위해 챙겼을 것이다. 하지만 가지고 나오는 걸 깜빡해서 젖병은 비비안의 집에 남아 있었다. 이로써 샛별이가 비비안의 집에 있었다는 게 증명되었다.게다가 비비안은 돈을 쓰고 사람을 고용했기에 명확한 증인도 있어 그녀는 뭐라고 변명할 수가 없었다.그렇게 비비안은 감옥에 갇히게 되었는데 그녀는 갇힐 때까지 심재경이 왜 그렇게 강문희를 믿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비비안은 야망은 있지만 머리가 똑똑한

  • 미친 그날 밤   제1156화

    샛별이는 지금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안이슬은 아이의 침대 옆에 앉고는 쌔근쌔근 자는 아이의 얼굴을 보며 마음이 복잡해졌다.그녀는 단지 샛별이가 성장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싶었을 뿐이다.아이가 걸음마를 떼고 말하기 시작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고 싶었고 아이가 유치원, 초등학교, 대학교로 가는 걸 옆에서 지켜보고 싶었다.또 아이가 성인이 된 후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행복한 생활을 하는 것을 봐야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으로서는...안이슬은 샛별이의 볼을 살살 쓰다듬었다.“내가 언제까지 네 옆에 있을 수 있을까?”샛별이는 언젠간 보살핌이 필요하지 않은 성인으로 성장할 것인데 그녀가 샛별이의 곁에 머무르는 시간은 제한되어 있었다.“그래도 지금 네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 나중의 일은 나중에 다시 생각하자.”안이슬이 웃으면서 말했다....그렇게 평화로운 시간이 흘렀고.비비안이 없으니 안이슬과 샛별이의 삶은 조용하고도 평온했다.하지만 단기문이 심재경 대신 샛별이를 보러 왔다며 가끔 찾아오곤 했다.이번에 심재경이 회사로 돌아간 후 단 한 번도 샛별이와 영상 통화한 적이 없었다. 아무래도 안이슬이 불편해하는 걸 눈치챈 모양이다.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단기문을 보내 샛별이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달라고 부탁했다.“심재경 정말 사람을 귀찮게 하네. 이슬 씨에게 찍어달라고 하면 되지, 꼭 나를 부려 먹는단 말이야.”안이슬은 그 말을 듣지 못한 척 샛별이를 돌보는 데만 전념하면서 평화로운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했다.단기문이 농담조로 그녀에게 물었다.“설마 재경이가 이슬 씨 두려워하는 거 아니에요?”안이슬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단기문이라는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변명할수록 그는 더 말을 걸어올 것이니 아무 반응을 하지 않으면 그도 흥미를 잃어 자연스럽게 더 묻지 않을 것이다....한 달 후.심재경이 일을 마치고 돌아왔다.그러면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자주 만나야 했다.임수영이 돌

  • 미친 그날 밤   제1157화

    심재경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술을 벌컥벌컥 들이키더니 낮은 목소리로 또 물었다.“샛별이에게 온전한 가정을 주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안이슬이 대답했다.“샛별이에게는 미안해.”거절이었다.안이슬은 그동안 너무 많은 일을 겪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더는 심재경과 함께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 자신도 더는 심재경과 엮이는 걸 원하지 않았다.그녀는 술잔을 천천히 흔들면서 말했다.“나 진짜 명섭 씨 사랑했어.”심재경의 얼굴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안이슬이 진심으로 양명섭을 사랑했다는 말은 그도 의심치 않았다. 양명섭은 평생을 맡겨도 될 좋은 남자였으니 말이다.예전의 그도 두 사람을 축복했었지만 지금 양명섭은 이미 죽은 사람이다.“그 사람과 함께한 날이 길지는 않지만 너무나도 듬직했고 안정감 있었어. 내가 살아왔던 가장 행복한 날들이기도 했지. 하지만 내가 명섭 씨에게 엄청 미안해. 명섭 씨는 나 때문에 죽은 거야. 만약 그날 내가 명섭 씨와 싸우지 않았다면 명섭 씨는 굳이 나를 피하려고 그렇게 위험한 일에 출동하지 않았을 거고, 그러면 명섭 씨도 죽을 일이 없었겠지...”“사람이라면 언제든지 죽게 되어 있어. 너랑 상관없는 일이야.”심재경이 말했다.안이슬이 고개를 들며 그를 바라봤다.“정말이야?”심재경은 확실하게 대답했다.“응.”안이슬은 심재경이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이런 말을 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녀는 유리잔에 있던 술을 또 쭉 들이키고는 다시 술을 따랐다.술을 마시니 확실히 얘기를 꺼내기가 편해졌다.평소에 하지 못했던 말을 술을 마신 후에 모두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그녀는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나 엄청 재수 없는 년이야...”심재경은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그의 눈빛은 평온해 보였지만 깊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심재경은 줄곧 자기 탓이라고 생각했다.자기가 안이슬을 잘 챙기지 못하고, 자기가 안이슬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다고 생각했다.만약 과거의 자신이 확고한 마음과 능력을 갖

  • 미친 그날 밤   제1158화

    심재경이 말했다.“다 마셔.”안이슬이 그를 바라봤다.그는 눈이 벌게져 취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취하지 않았다.안이슬은 술잔을 들어 술을 쭉 들이키고는 미간을 구겼다.심재경은 계속 그녀에게 술을 따랐다.그리고 자신의 술잔을 들고는 말했다.“건배할까?”안이슬은 별 고민하지 않고 그와 건배했다.심재경이 말했다.“솔직하게 말해. 나한테 조금이라도 감정이 남아있어?”안이슬의 표정은 잠시 이상해지더니 이내 덤덤함을 유지하고는 단호하게 대답했다.“없어.”심재경은 가슴에 비수가 꽂힌 듯 아팠다.“너...”‘너 정말 무정하다.’심재경은 이 말을 뱉고 싶었지만 끝내 꾹 참았다.“솔직한 대화를 나누길 원했는데 너 정말 솔직하지 않네. 재미없어.”그는 취한 듯 자리에서 일어설 때 몸을 비틀거렸다.“나 잔다.”그는 머리가 어지러운 채로 방에 돌아가려는데 부주의로 식탁 모서리에 걸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안이슬은 그를 부축하려고 했지만 그러면 두 사람의 관계가 더 어색해질 것 같아 꾹 참고서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심재경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한마디 더 보탰다.“네가 원한다면 난 언제든지 너를 받아줄 마음이 있어.”안이슬은 그 말을 못 들은 척 고개를 푹 숙인 채 계속 식탁을 정리했다. 그 어떤 반응도 보여주지 않으려는 듯이 말이다.심재경은 마음이 씁쓸했다. 그녀의 반응을 어느 정도 예상했는데도 괴로운 느낌이 들었다.방에 돌아간 그는 문을 닫은 후 그대로 문에 기대 주저앉았다. 그리고 마구 마른세수를 시작했다....다음 날 아침.안이슬은 샛별이를 안고 정원으로 나갔다.잠에서 깬 심재경은 거실에 나왔는데 식탁 위에 잘 차려진 아침과 해장국이 준비되어 있는 걸 발견했다.그런데 식탁 주위를 둘러봤는데도 안이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설마 마음을 독하게 먹고 떠난 건 아니겠지?’그는 샛별이의 방에 달려갔지만 샛별이도 없는 걸 발견하자 더욱 당황하기 시작했다.‘설마 샛별이까지 데려간 거야?’심재경은 허둥지둥 문밖으로 달려

Latest chapter

  • 미친 그날 밤   제1265화

    결혼식을 마친 후 방유정 아버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떠나기 전에 임지훈에게 회사를 완벽하게 인계하려고 회사에 들어오라고 제안했다.임지훈은 송연아와 강세헌 일행과 같이 먼저 프랑스로 돌아가서 그쪽 일을 마무리했다. 비록 임지훈이 회사에 있으면 강세헌은 보다 한가하게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가 떠난다고 해도 그냥 조금 더 바쁠 뿐이다. 어느 회사든 누가 떠나면 절대 안 되는 건 없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임지훈은 프랑스에서의 일들을 모두 마치고 귀국해서 방씨 가문 회사에 들어갔다.임지훈도 국내에 집이 있었지만 방유정과 같이 방씨 가문에 들어갔다. 데릴사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유정 아버지의 병을 알고 방유정이 부모님과 많을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였다. 임지훈 역시 사위로서 그럴 의무가 있었다....반년 후, 방유정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방유정 어머니는 그 충격에 순식간에 많이 늙었다.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집안 분위기는 아주 저조했는데 방유정의 대부분 시간은 어머니와 함께 보냈다. 예전의 임 비서는 이제 임 대표가 되어 그의 능력으로 방씨 가문은 아주 관리가 잘 되었고 3개월 후 방유정 어머니의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방유정이 드디어 임신하게 되면서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간 일도 어느 정도 잊혀가고 있었다. 임지훈은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기뻤고 방유정도 곧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방유정 어머니 역시 곧 외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정말로 모두 행복해할 만한 일이었다.방유정이 임신 6개월 때 그들은 프랑스로 갔는데 구애린은 남자아이를 낳았고 심재경의 딸은 이제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샛별이가 유일한 여자아이여서 모두가 예뻐했다. 샛별이는 아직 작고 어렸지만 찬이를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찬이는 샛별이 다리가 짧다고 계속 놀려줬으며 그게 재밌다고 샛별이는 키득키득 웃었다. 찬이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면 샛별이는 오빠라고 불렀는데 너무 귀여웠다.방유정이 말했다.“저도 딸을 낳고 싶어요.”구애린이 말했다.“그게

  • 미친 그날 밤   제1264화

    비록 손을 놓기 싫었지만, 방유정 아버지는 결국 방유정의 손을 임지훈에게 넘겨줬다.“앞으로 계속 사랑하며 살기를 바란다.”방유정도 아버지에게 말했다.“꼭 그렇게 할게요.”이어서 결혼식은 순서대로 일사천리로 피로연까지 모두 순리롭게 진행되었다.방유정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는데 딸이 그렇게도 바라던 결혼을 하니 너무 기뻤다. 그런데 결혼시키고 나니 또 잘 살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세상의 부모들은 다 그런가 보다.임지훈은 방유정을 데리고 강세헌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는 비록 모두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모두 방유정을 다시 한번 소개받았는데 이번에는 심재경 친구의 사촌 동생이 아닌 임주훈의 아내로 말이다.구애린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너무너무 축하해요.”방유정도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윤이도 어른들 따라 한마디 했다.“축하해요.”방유정은 윤이를 보며 말했다.“너무 귀여워요.”그녀가 손을 뻗어 윤이의 얼굴을 만지자, 윤이가 손을 내밀었다.“안아줘요.”송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윤이야, 안 돼.”방유정이 말했다.“괜찮아요.”그녀는 윤이를 안으며 말했다.“무겁지 않아요.”윤이는 그녀의 머리에 있는 금색 비녀를 보고 만지려고 했다. 방유정이 한복을 입고 있었기에 머리에 비녀를 하고 있었다. 방유정은 아주 시원하게 바로 비녀를 빼서 윤이에게 주었는데 송연아는 윤이를 제지하지 못해서 미안해했다.“이러면 안 돼요. 오늘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괜찮아요. 그냥 액세서리일 뿐이에요. 윤이가 좋아하니 놀게 해요.”방유정은 정말 성격이 좋았다. 역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것만큼 성품이 좋았다. 가끔 조금 오만하긴 하지만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모두 그녀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송연아는 윤이를 안고 달래려고 했다.“윤이 착하지. 이건...”송연아는 윤이가 방유정을 어떻게 부르면 될지 생각했는데 방유정이 웃으며 말했다.“호칭일 뿐이니까 편

  • 미친 그날 밤   제1263화

    “지금 막 들었는데 유정 씨와 결혼한다면서요. 지금 방씨 가문에서 결혼식을 준비한다고 난리 났어요.”임지훈이 웃었다.“저 이래 봐도 능력 있는 남자예요. 여자들한테도 인기 많아요. 봐요, 결혼도 금방 하죠?”구애린이 말했다.“이제 우리 모두 짝이 있네요.”찬이도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지훈이 삼촌, 축하해요.”“고마워.”임지훈이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심재경이 물었다.“그런데 데릴사위로 들어간다고 하던데요?”심재경의 말에 모두 놀라며 시선이 일제히 임지훈에게로 향했다. 확실히 놀랄만한 일이다. 임지훈의 조건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돈도 있고 능력도 있어서 충분히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데 말이다.“하긴, 방씨 가문에 가장이 필요하긴 해요.”심재경이 그쪽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한마디 했다....임지훈의 결혼식으로 송연아와 강세헌도 프랑스로 돌아가는 일정을 늦췄다. 아무도 심재경의 결혼식을 보러 왔다가 임지의 결혼식까지 보게 될 줄을 생각을 못 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이건 임지훈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듯이 방유정과의 결혼은 정말로 찰나의 결정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그 역시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임지훈이 진원우에게 말했다.“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진원우가 말했다.“그런 배부른 소리 하지 마. 방씨 가문은 돈도 많고 유정 씨도 예쁘고 그 정도면 만족해야지.”“만족해. 다만 너무 빠른 것 같아서 그래.”귀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싱글이었는데 이제 프랑스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결혼식은 방씨 가문에서 모두 준비했는데 방유정 딸 하나이고 또 사위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결혼식은 아주 성대하게 치렀다. 방씨 가문의 친척들도 꽤 많이 참석해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비록 데릴사위라고 하지만, 임지훈 측은 심재경이 준비했는데 심재경 본인도 금방 결혼식을 치렀기 때문에 익숙한지라 아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방유정은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 값진 웨딩드레스를 입었는

  • 미친 그날 밤   제1262화

    “잠도 잤는데 왜요? 모른 척하려고요?”방유정이 옷을 입더니 침대에서 꼼짝 안 하는 임지훈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요? 계속 그렇게 누워 있을 거예요?”임지훈이 말했다.“내 옷을 가져오지 않았잖아요. 나 입을 옷 없어요.”방유정은 그제야 임지훈이 옷이 없다는 걸 생각했다.“가져다 줄게요.”그녀는 곧바로 차에 가서 캐리어를 가지고 다시 올라갔다.“뭐 입을지는 알아서 찾아서 입고 내려와요.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요.”방유정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임지훈은 침대에서 내려 결혼 얘기이니만큼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정장을 찾아서 입었다. 그가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방유정은 부모님 가운데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의 부모는 그를 보자마자 더욱더 열정적이었다.임지훈이 건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저기...”“우리 딸 줄게요.”“아니에요. 지훈 씨가 저한테 시집 오는 거예요.”방유정이 정정했다.“...”“...”“...”방유정을 제외한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물었다.“유정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방유정은 자신이 여자이며 이 집안에 다른 후계자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아버지가 중병이고 자기는 회사를 관리할 능력도 없기에 어찌 보면 자기가 남편을 찾는다기보다는 방씨 가문의 회사를 경영할 사람을 찾는 거였다. 인제야 그녀는 부모가 조급해하는 의도를 이해했고 그녀 역시 가문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임지훈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임지훈을 각별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그런 것들 때문이지 않겠는가.“유정 씨,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임지훈은 뼈대가 있는 남자로서 데릴사위 할 생각은 없었다.방유정이 말했다.“후회하면 안 돼요!”“왜 안 돼요? 유정 씨가 뭘 원하든지 저 모두 만족시켜 줄 수...”“제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예요.”방유정이 외치자, 임지훈은 오히려 우스웠다. 한 여자가 나한테 시집오라고 하다니!“우리 유정이가 시집가는 거 맞아요

  • 미친 그날 밤   제1261화

    지금 그녀가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물으면 부모님은 더 속상해할 것 같았다.‘나 이제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하면 좀 더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지? 결혼, 그래 결혼해야 해.’그녀는 자기가 결혼해야만 부모님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 상대도 지금 바로 방에 있지 않겠는가?‘남자 친구인 척을 해줬으니 이제 남편인 척해달라고 해야지. 진짜가 아니고 가짜라도 되니까 결혼하자고 해야겠어.’방유정은 진료 기록부를 다시 원래 위치에 넣고 비틀거리며 부모님 방에서 나와 자기 방으로 돌아갔는데 임지훈이 아직 욕실에서 나오지 않아 침대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한참 지나자, 임지훈은 가운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는데 침대에 자기의 옷이 보이지 않아 방유정의 옆에 서서 물었다.“내 옷은요?”그는 방유정이 잊은 것 같아서 다시 말했다.“내 옷은 지금 당신 차 트렁크에 있어요.”방유정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지훈 씨, 우리 결혼해요.”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약을 잘못 먹었어요? 아니면 정신이 어떻게 됐어요?”“다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거칠었는데 임지훈은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물었다.“울었어요? 누가 괴롭혔어요? 얘기해 봐요. 제가 가서 때려줄게...”임지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방유정이 와락 그를 끌어안았다. 임지훈은 갑작스러운 친밀감에 몸이 굳어버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게... 유정 씨...”그가 말하려고 할 때 방유정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의 손이 아래로 드리는 순간 몸에 걸친 유일한 가운마저 벗겨져서 흘러내렸다.“...”방유정은 워낙 임지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지금 행동이 충격에 의한 도발적인 행동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웃옷의 단추를 벗겨 가슴을 드러내고는 그의 가슴에 가까이하며 말했다.“저를 좀 봐봐요.”임지훈은 참을 수 없었는지 목젖을 굴렸는데 이름 모를 불길이 아랫배에서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딱딱해졌다.“정말 후회하지 않겠어요?”임지훈도

  • 미친 그날 밤   제1260화

    방유정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깨를 다독이자,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응원을 하시는 거였다.“화이팅!”방유정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지?’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만 좋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갑자기 선 자리를 만들어주고 남자를 유혹하라고까지 하시다니?그녀는 어머니의 이마를 만지며 물었다.“엄마,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우리 이제 나가야 해.”방유정의 아버지는 기사가 이미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집을 나갔고 방유정은 문 앞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차가 떠나자, 그녀는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차피 임지훈이 자고 있었기에 지루할 것 같아서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았다.그녀는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심심했다.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서 임지훈을 놀려주려고 그가 곤히 자는 방으로 올라가서는 화장대에서 화장품을 가져다가 침대 옆에 앉아 임지훈에게 예쁜 화장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도 임지훈이 깨지 않자, 옆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눈이 아파 오니 옆에 기대서 잠이 들었다. 그녀가 일어났을 때는 임지훈은 이미 깨어나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언, 언제 깼어요?”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방유정은 참을 수 없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임지훈의 얼굴은 정말로 오페라 가수 같았는데 어찌나 웃었는지 배가 아팠다. 임지훈은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물었다.“다 웃었어요?”방유정은 곧바로 웃음을 거두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맘대로 제 몸에 손을 대지 말아요.”임지훈이 말했다.“유정 씨를 저에게 준다고 해도 거절이에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뭐라고요? 저를 좋다고 하는 남자들이 줄을 서면 프랑스까지는 갈 거예요. 그런데 지훈 씨는 내가 싫다고요?”임지훈이 흠칫하자, 방유정이 그를 잡고 물었다.“지금 그

  • 미친 그날 밤   제1259화

    “방유정은 부모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알았어요.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어서 지훈 씨 방으로 데려가.”방유정이 물었다.“어느 방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어머, 어떡해. 게스트룸은 아직 준비가 안 돼있어. 우선 네 방으로 데려가서 휴식하게 해.”방유정은 어머니의 말에 놀라며 말했다.“아빠, 엄마, 이 정도로 오픈 마인드였어요? 어떻게 제 방에 술 취한 남자를 데려가라고 하세요?”“네 말대로 취했는데 뭐 어때?”“술김에 어떤 짓도 한다는 말 몰라요?”방유정이 묻자, 그녀의 부모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몰라.”방유정은 철저히 말문이 막혔다. 부모님과 임지훈이 정말로 모르는 사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임지훈이 그들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엄마 아빠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아무리 나를 결혼시키고 싶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만약 진짜로 무슨 일이 있으면 책임지라고 하고 바로 결혼시킬 거야.”임지훈은 그 말을 들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바탕 뿜었다. 방유정의 부모님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본인이 천당에 있는 것 같았는데 정말로 귀여운 부모님들이라고 생각했다.‘방유정은 전생에 은하계를 구했나 봐.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고 말이야.’방유정은 역겨워하며 말했다.“지훈 씨,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요. 화장실로 가야지.”“취했잖아.”방유정 어머니가 가정부를 불러 치우게 했다.“그만하고 불편해 보이는데 어서 방으로 데려다 쉬게 해.”방유정은 혼자서 임지훈을 옮길 수 없어서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 함께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방에 도착하자, 그녀는 임지훈을 침대에 던졌는데 임지훈은 몸이 포근한 세계에 떨어진 듯 따뜻하고 향기로웠다.“무슨 향수를 써요?”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방유정이 말했다.“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잠이나 자요.”임지훈은 취한 건 사실이지만 정신만은 여전히 말짱했다. 그는 눈을 감고 또 말했다

  • 미친 그날 밤   제1258화

    임지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해명하지 않아도 화는 나지 않았을 건데, 굳이 해명하니 용서해 줄게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삐쭉거렸다.“그렇게 잘난 척하지 말아요. 그럼 좋은 말이 안 나가니까.”“...”임지훈이 할 말을 잃었다.그때 방유정의 어머니가 열정적으로 요리를 집어 그의 앞접시에 건넸다.“이건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요리인데 맛봐요.”임지훈이 집어서 입어 넣고 먹어보더니 말했다.“맛있습니다.”방유정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고 방유정 아버지는 그에게 술을 따랐다.“평소 주량이 어떻게 돼요?”임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못합니다.”방유정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었다.“잘 마실 것 같은데 너무 겸손하시네요.”임지훈이 말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방유정은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아빠, 지훈 씨는 일이 바빠서 내일 프랑스로 돌아가야 해요. 일을 망치면 안 되니까 술을 많이 주지 마세요.”방유정 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네. 그러니까 한 잔씩만 해요.”말하면서 방유정은 술을 가져갔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정말 분위기를 깬다.”방유정이 말했다.“두 분의 건강을 생각해서예요.”방유정 어머니는 술병을 들고 임지훈에게 한 잔 따르고 또 남편에게도 한 잔 따랐다.“많이 마시게 되면 우리 집에 방이 많으니 그냥 휴식하면 돼요. 비행기는 내일 타면 되는데 급해 할 거 없잖아요.”방유정은 어머니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엄마, 이 사람을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집에서 잠을 자래요? 나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요?”“걱정하지 마. 조사해 봤는데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야.”“...”“...”방유정과 임지훈이 순간 놀랐다. 방유정은 평생 살면서 이렇게 굴욕적인 순간을 느낀 적이 없었다. 몇 년 동안 쌓아온 체면이 한순간에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부모님이었다.방유정 아버지는 아내를 힐끗 쳐다

  • 미친 그날 밤   제1257화

    “지훈 씨는 취미가 뭐예요?”방유정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임지훈은 방유정의 물음에 잠시 당황하다가 자신의 생활을 떠올렸는데 일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휴가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심재경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계속 일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취미는 더구나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본인의 생활이 정말로 단조롭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옆에서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순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내를 맞이해서 함께 서로 보살펴주며 지내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만 있다면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고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방유정을 바라봤는데 본인과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방유정은 아직도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을 보살필 줄은 모를 것 같았다.“왜 그런 이상한 눈빛으로 봐요?”방유정의 물음에 임지훈이 되물었다.“어디가 이상한데요?”방유정은 좀 더 가까이 가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왜요? 설마 저를 사랑하게 된 건 아니죠?”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당신은 성격도 안 좋고 또 엄청 잘난체하는데 내가 왜요? 점심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제 들어가요.”시간을 보며 임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굶었어요?”방유정이 그를 비웃었다.“식사 끝나면 저는 가도 되죠.”방유정은 순간 왠지 서운했다.“그렇게 가고 싶어요?”“여기는 제집이 아닌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요.”방유정은 그를 향해 입을 삐쭉거리자, 임지훈은 의아해했다.“왜 그래요?”“내가 뭐요?”방유정은 짜증을 냈다.“유정 씨는 정말 변덕이 많네요. 그걸 고쳐요. 남자들은 변덕이 많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방유정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집안으로 걸어들어갔다.임지훈은 고개를 돌려 못에 있는 물고기들을 한 번 더 보고는 뒤따라 들어갔다. 방유정이 집에 들어서자, 그녀의 어머니가 그들을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딸만 보였기에 그녀의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