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경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술을 벌컥벌컥 들이키더니 낮은 목소리로 또 물었다.“샛별이에게 온전한 가정을 주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안이슬이 대답했다.“샛별이에게는 미안해.”거절이었다.안이슬은 그동안 너무 많은 일을 겪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더는 심재경과 함께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 자신도 더는 심재경과 엮이는 걸 원하지 않았다.그녀는 술잔을 천천히 흔들면서 말했다.“나 진짜 명섭 씨 사랑했어.”심재경의 얼굴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안이슬이 진심으로 양명섭을 사랑했다는 말은 그도 의심치 않았다. 양명섭은 평생을 맡겨도 될 좋은 남자였으니 말이다.예전의 그도 두 사람을 축복했었지만 지금 양명섭은 이미 죽은 사람이다.“그 사람과 함께한 날이 길지는 않지만 너무나도 듬직했고 안정감 있었어. 내가 살아왔던 가장 행복한 날들이기도 했지. 하지만 내가 명섭 씨에게 엄청 미안해. 명섭 씨는 나 때문에 죽은 거야. 만약 그날 내가 명섭 씨와 싸우지 않았다면 명섭 씨는 굳이 나를 피하려고 그렇게 위험한 일에 출동하지 않았을 거고, 그러면 명섭 씨도 죽을 일이 없었겠지...”“사람이라면 언제든지 죽게 되어 있어. 너랑 상관없는 일이야.”심재경이 말했다.안이슬이 고개를 들며 그를 바라봤다.“정말이야?”심재경은 확실하게 대답했다.“응.”안이슬은 심재경이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이런 말을 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녀는 유리잔에 있던 술을 또 쭉 들이키고는 다시 술을 따랐다.술을 마시니 확실히 얘기를 꺼내기가 편해졌다.평소에 하지 못했던 말을 술을 마신 후에 모두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그녀는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나 엄청 재수 없는 년이야...”심재경은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그의 눈빛은 평온해 보였지만 깊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심재경은 줄곧 자기 탓이라고 생각했다.자기가 안이슬을 잘 챙기지 못하고, 자기가 안이슬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다고 생각했다.만약 과거의 자신이 확고한 마음과 능력을 갖
심재경이 말했다.“다 마셔.”안이슬이 그를 바라봤다.그는 눈이 벌게져 취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취하지 않았다.안이슬은 술잔을 들어 술을 쭉 들이키고는 미간을 구겼다.심재경은 계속 그녀에게 술을 따랐다.그리고 자신의 술잔을 들고는 말했다.“건배할까?”안이슬은 별 고민하지 않고 그와 건배했다.심재경이 말했다.“솔직하게 말해. 나한테 조금이라도 감정이 남아있어?”안이슬의 표정은 잠시 이상해지더니 이내 덤덤함을 유지하고는 단호하게 대답했다.“없어.”심재경은 가슴에 비수가 꽂힌 듯 아팠다.“너...”‘너 정말 무정하다.’심재경은 이 말을 뱉고 싶었지만 끝내 꾹 참았다.“솔직한 대화를 나누길 원했는데 너 정말 솔직하지 않네. 재미없어.”그는 취한 듯 자리에서 일어설 때 몸을 비틀거렸다.“나 잔다.”그는 머리가 어지러운 채로 방에 돌아가려는데 부주의로 식탁 모서리에 걸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안이슬은 그를 부축하려고 했지만 그러면 두 사람의 관계가 더 어색해질 것 같아 꾹 참고서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심재경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한마디 더 보탰다.“네가 원한다면 난 언제든지 너를 받아줄 마음이 있어.”안이슬은 그 말을 못 들은 척 고개를 푹 숙인 채 계속 식탁을 정리했다. 그 어떤 반응도 보여주지 않으려는 듯이 말이다.심재경은 마음이 씁쓸했다. 그녀의 반응을 어느 정도 예상했는데도 괴로운 느낌이 들었다.방에 돌아간 그는 문을 닫은 후 그대로 문에 기대 주저앉았다. 그리고 마구 마른세수를 시작했다....다음 날 아침.안이슬은 샛별이를 안고 정원으로 나갔다.잠에서 깬 심재경은 거실에 나왔는데 식탁 위에 잘 차려진 아침과 해장국이 준비되어 있는 걸 발견했다.그런데 식탁 주위를 둘러봤는데도 안이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설마 마음을 독하게 먹고 떠난 건 아니겠지?’그는 샛별이의 방에 달려갔지만 샛별이도 없는 걸 발견하자 더욱 당황하기 시작했다.‘설마 샛별이까지 데려간 거야?’심재경은 허둥지둥 문밖으로 달려
안이슬은 샛별을 안고 집에 들어갔다.심재경은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안이슬이 가지 않은 걸 확인하고서 그는 한껏 마음이 놓였다.안이슬이 들어올 때 그는 모르는 척하며 고개를 들지도 않았다.안이슬이 의자를 끌어당기고는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그녀는 한참 주저하다가 거의 식사를 끝낸 심재경을 보고는 말했다.“만약 앞으로 결혼하게 된다면 샛별이를 나 주면 안 돼?”심재경은 안이슬이 아이를 위해서라도 자신과의 재결합을 고민해 볼 줄 알았는데 이런 요구를 할 줄이야!심재경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안이슬은 다급하게 설명했다.“나도 너 생각해서 한 말이야. 아이가 있으면 짐만 될 거잖아. 나도 전혀 우려가 없는 건 아니야. 만약 새엄마가 샛별이에게 못되게 굴면 어떻게 해? 너야 젊어서 아이를 더 가질 수 있지만 난 안 되잖아. 이러면 너에게 불공평한 거 아는데...”“꿈도 꾸지 마. 평생 다른 여자와 결혼하지 않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샛별이를 포기하지 않을 거야.”그가 일어서고는 손을 뻗었다.“샛별이 나 줘.”안이슬이 고민하는 사이에 심재경이 말을 이어갔다.“잊지 마. 너는 내가 모셔 온 베이비시터야. 왜, 내 아이를 독차지하려고?”안이슬이 그에게 샛별이를 넘긴 후 그는 아이를 안은 채 거실을 떠났다.심재경은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그가 지금 안이슬의 말에 동의한다면 그녀는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는 것을.안이슬은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었다.‘내가 내 뜻을 명확하게 말하지 못했나? 왜 내 마음을 안 알아주는 거지? 왜 한 번이라도 고민해 보지 않는 거냐고? 나에게 조금의 기회도 주기 싫은 거야? 샛별이를 위해서라도 마음을 돌릴 생각이 없는 거야?’그는 샛별이를 안은 채 흔들의자에 웅크려 앉아 있었다.그리고 샛별이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엄마가 어쩌면 저렇게 마음이 독해? 나를 버린 것도 모자라 널 뺏어가려고 하잖아.”샛별이는 당연히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아이는 그저 심재경의 품에 안긴 채 포동포동하고 흰 두 손으로
안이슬은 푹 잠이 들었는지 깨어나니 벌써 12시가 다 되었다. 그리고 샛별이도 방에 없었다.방을 나서니 샛별이를 돌보고 있는 심재경이 보였다.그녀는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고 곧바로 주방으로 향했다.심재경이 말했다.“점심은 이따가 배달로 올 거야. 하지 않아도 돼.”안이슬은 그와 멀리 떨어진 곳에 서며 물었다.“샛별이는 언제 깼어?”“깬 지 오래 됐어.”심재경이 대답했다.안이슬이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그런데 왜 나는 안 깨웠어?”“깊이 잠든 것 같아서.”심재경도 일부러 그녀와 거리를 두려는 듯 말했다.“샛별이를 돌보느라 수고했어. 앞으로 월급 올려줄게.”만약 두 사람이 여전히 예전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면 심재경은 단순히 그녀의 수고를 보상해 주기 위해 이 말을 했을 것이다.하지만 강문희가 안이슬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말하는 건 일부러 안이슬을 불편하게 할 생각이었다.안이슬은 침착하게 대응했다.“나야 좋지.”심재경의 말은 마치 솜에 날린 주먹처럼 안이슬에게는 전혀 타격이 없어 그는 흥미를 잃었다.안이슬은 거실에 있기 불편해 밖으로 나왔는데 심재경은 샛별이를 안은 채 따라 나왔다.“나 피하지 않아도 돼.”안이슬이 대답했다.“피한 거 아니야. 그냥 바깥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러 나왔어.”심재경은 아이의 얼굴에 뽀뽀하고는 말했다.“샛별이도 바깥의 신선한 공기 좋아하지?”안이슬은 그의 품에 안긴 아이를 봤는데 샛별이는 큰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이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이슬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이렇게 귀엽고 말랑말랑 아이를 보니 그녀도 마음이 녹아내릴 것 같았다.안이슬은 세상의 좋은 것들은 모두 샛별이에게 주고 싶었다.하지만 그녀는 샛별이에게 온전한 가정조차 가져다주지 못했으니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그 생각에 안이슬은 시선을 거뒀다.산들산들 바람이 스치더니 그녀의 머리카락이 흩날려 안이슬은 다시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배달이 도착한 후 안이슬은 음식을 식탁에 세팅하고는 심
그는 안이슬과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것보다 안이슬이 과거의 슬픔을 이겨내고 다시 적극적인 모습으로 삶을 살아가길 바랐다.이미 지나간 일로 왜 계속 자기를 괴롭히는 것일까?프랑스에서.구애린이 퇴원해 오늘 집에 찾아오기로 했다.송연아는 주방에서 저녁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고, 휴대폰은 방에 있었기에 벨소리가 울려도 그녀는 들을 수 없었다.심재경은 끈질기게 연속 세 통이나 전화를 했는데 송연아가 받지 않아 그는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안이슬이 불편함을 느끼게 하지 않기 위해 그는 더는 그녀가 생각을 바꿀 수 있도록 고집스럽게 자극하지 않았다.“나 일이 있어 잠깐 나갔다 올게. 샛별이 잘 보고 있어.”심재경이 안이슬에게 말했다.안이슬이 대답했다.“응, 샛별이를 잘 돌보고 있을게.”불필요한 말은 한마디도 더 하지 않았다.심재경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본 후 자리를 떴다.안이슬은 식탁을 정리했다.통제 불능한 상황에 그녀도 지금 밥맛이 없었기 때문이다.안이슬은 잠깐 고민하다가 끝내 송연아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역시 송연아는 받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심재경과 달리 전화를 딱 한 번 했었다.송연아가 받지 않은 걸 보니 분명 일이 있거나, 아니면 휴대폰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면 분명 다시 전화를 걸어올 것이다....프랑스에서.이쪽은 시끌벅적하고도 화기애애했다.구애린이 무사히 퇴원했지만 이번 일로 그녀는 많이 조심스러워졌고 진원우도 그녀를 살뜰히 챙겼다.그는 구애린을 소파에 부축했고, 또 그녀가 편히 기댈 수 있게 쿠션도 하나 받쳐줬다.찬이는 구애린에게 귤을 까주고 있었다.구애린은 너무나도 흐뭇해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학교는 잘 다니고 있어?”찬이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학교 좋아요.”“찬이가 이렇게나 똑똑하니 나중에 꼭 좋은 대학에 붙을 수 있을 거야.”찬이는 웃으면서 깐 귤을 구애린에게 건네며 말했다.“고모, 드세요.”구애린이 손을 뻗어 귤을 받고는 한쪽 쪼개서 찬이의
송연아가 고생한다면 그 누구보다도 강세헌이 가슴 아파했다.진원우가 웃으면서 말했다.“저희 자주 오는 것도 아니잖아요.”“당연히 자주 오면 안 되지.”구애린도 송연아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기에 송연아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두 분 딸이 없잖아요. 제가 만약 딸을 낳으면 편하게 두 분 딸로 생각해 주세요.”구애린이 송연아의 팔에 기대며 말했다.“그리고 언니도 나 안 싫어한단 말이에요.”그녀는 송연아에게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하지만 그 말을 들은 강세헌은 심장에 비수가 꽂힌 듯이 아팠다.그는 아들만 둘 뿐이지, 딸은 없었다. 하지만 구애린이 하필 이 얘기를 그 앞에서 꺼냈다.“너 정말 딸 낳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 어쩌면 나보다도 아들 더 많이 낳을지 누가 알아?”구애린은 그 말을 듣고도 전혀 화내지 않았다. 강세헌이 일부러 이런 말을 하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오빠, 설마 나 딸 낳는다고 질투하는 거 아니죠?”...구애린은 그 말을 마음속에 새겼다.그래서 리조트에서 나온 후 그녀는 진원우와 함께 병원을 가자고 했다.진원우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퇴원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디 아파요?”구애린이 불편함을 느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진원우는 갑자기 긴장하기 시작했다.“지금 바로 병원에 가죠.”진원우는 병원으로 향하기 위해 운전하려고 했다.구애린이 말했다.“배 속의 아이가 아들인지 딸인지 확인하려고.”“...”진원우는 잠깐 멈칫했다.“아들이든 딸이든 다 우리 아이니까 좋은 거 아니에요? 난 다 좋아요. 굳이 그것 때문에 검사할 필요 없잖아요. 병원에 온통 소독수 냄새라서 싫다면서요. 그냥 병원 가지 말아요.”진원우는 아들이든 딸이든 다 좋았다.구애린도 상관이 없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딸을 더 원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주위에 여자아이가 없어서 그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다.그녀는 진원우의 팔을 끌어안으며 말했다.“우리 딸을 많이 낳아야 해.”진원우가 물었다.“왜요?”“오빠가 딸이
송연아는 그의 튼실한 가슴팍을 밀어내려고 했는데 뜨겁게 달아오른 그의 체온에 깜짝 놀랐다.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장난치지 말아요.”강세헌은 뭐 하려고 했던 게 아니라 그저 그녀에게 장난치고 싶었다.두 사람은 부부이고, 아이도 둘이나 있지만 송연아는 여전히 순진한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강세헌은 부끄러워하는 송연아의 모습을 무척 좋아해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말했다.“나 바쁜 일 다 처리하면 두 아이랑 같이 스위스로 가지 않을래? 스키 타고 싶다고 했었잖아.”송연아는 그의 품에 기댄 채 대답했다.“스키도 타고 싶고 바다도 보고 싶고 단풍도 보고 싶은 건 맞는데요...”그녀가 고개를 돌리고는 부드럽고도 밝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행복하면 사람 자체에서 부드러운 빛이 비친다고 하는데 지금 송연아가 바로 그런 상태였다.강세헌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그녀의 귀에 입을 맞추고는 낮고도 감미로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좋아하는 거면 다 해주고 싶어. 다만...”송연아가 고개를 들었는데 그녀의 눈빛은 샘물처럼 투명하고 맑았다.그녀가 이런 순수한 눈빛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강세헌의 살뜰한 보살핌 덕분이었다.두 사람은 워낙 많은 일을 겪었기에 오늘날 이렇게 평온한 생활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그들은 서로를 아끼고 너그럽게 용서하고 사랑하기에 서로를 위해 희생할 수 있었다.송연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다만 뭐가요?”그녀의 입술은 잘 익은 앵두처럼 빨갛게 물들었다.강세헌은 손으로 부드럽게 그녀의 복부를 어루만지더지 송연아는 바로 그의 뜻을 알아채고는 그의 손을 꼭 잡았다.“알잖아요.”“알아.”강세헌이 또 물었다.“피곤해?”송연아가 대답했다.“괜찮은데요, 왜요?”그는 그녀의 목에 키스를 퍼부었다.송연아가 그에게서 벗어나며 말했다.“나 피곤해요...”“방금은 안 피곤하다고 하더니...”“...”송연아는 말문이 막혔다.그렇게 송연아는 강제로 ‘피곤한’ 밤을 보내게 되었다....새벽에 깨어난 그녀는 시큰
“그러면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송연아가 물었다.“샛별이가 아니었으면 난 진작 떠났을 거야. 하지만 난... 샛별이의 곁을 떠날 수 없어.”송연아도 엄마로서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안이슬의 고민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안이슬이 내린 결정에도 그 어떤 의견을 내놓지 않을 것이다.안이슬은 성인이기에 자기 생각이 있을 테니 그녀가 해야 할 일은 오직 안이슬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베푸는 것이었다.“내가 재경 선배에게 무슨 말을 전해줘요?”송연아가 물었다.안이슬은 괜찮다고 했다.그리고 또 한참을 침묵하고는 말했다.“내가 너에게 전화한 것은 심재경이 내 정체를 알고 있다는 걸 나에게 밝혔기 때문이야. 내가 여기 있으니... 우리 두 사람 다 엄청 어색한 상황이 됐어.”“그래도 재경 선배는 이슬 언니가 옆에 남아있길 원할 거예요.”송연아가 진심으로 말했다.“재경 선배 정말 한눈팔 사람 아니에요. 적어도 이슬 언니에게는.”안이슬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나에게는 부담이거든. 만약 그 사람이 나에게 못되게 굴었으면 난 오히려 더 좋았겠는걸?”심재경이 그녀에게 잘해줄수록 그녀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지 못했고, 더욱 모진 말을 뱉기도 했다.송연아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재경 선배는 절대 언니를 미워할 사람이 아니에요.”심재경이 얼마나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안이슬에게만큼 그는 순정을 바쳐 사랑했다....강세헌이 차 한 잔을 들고 들어왔다.그는 송연아를 보며 물었다.“이 시간에 누구랑 전화해?”송연아는 그를 향해 ‘쉿’ 동작을 했다.강세헌은 더 말을 하지 않고 그녀에게 찻잔을 넘겼다.송연아가 잔을 넘겨받고는 차를 벌컥벌컥 들이마셨는데 한결 편안해진 기분이었다....국내에서.안이슬은 초점 잃은 눈으로 어딘가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나 같은 사람이 지금까지 살 수 있는 것도 샛별이를 위해서지. 언제 남녀 간의 정까지 생각하겠어.”송연아는 그녀를 설득하고 싶었지만 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