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이슬은 눈앞에 있는 사람을 경계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전에 그 아주머니시잖아요?”사람은 누군지 알아봤지만, 여전히 경계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이미 떠났으면서 왜 또 온 거지?’“대표님이 다 말씀하신 거 아니에요? 여기에 이제 안 오셔도 되는데 왜 또 오셨어요?”이 가정부가 자기 아이를 대하던 일을 생각하더니 안이슬의 표정이 점점 심각해졌다.“이봐요, 아가씨 이름은 뭐예요?”가정부가 가까이하며 친해지려고 했다.“가만히 보니 나이가 많지 않은가 본데, 어쩜 이렇게 예쁘게 생겼어요.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이 아이의 엄마인 줄 알겠어요.”“그만해요.”가정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이슬이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꾸짖었다. 비록 가정부가 하는 말은 자기와 친해지기 위한 말인 줄은 알지만, 방금 아이 엄마 같다는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용주 집의 아이예요. 저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자기가 조금 지나쳤다는 것을 깨달은 안이슬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일부러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도 아주머니와 같이 심 대표님에게 고용된 사람입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저한테 이러시지 말고 심 대표님을 찾아가세요.”가정부가 자기와 친해지려는 것을 느낀 안이슬은 이 사람이 심재경을 설득해달라고 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런데 이 가정부처럼 감정이 없는 사람은 아이의 친 엄마가 아니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도 절대 아이 옆에 두고 싶지 않을 것이다.“아가씨, 사람이 왜 그렇게 몰인정해요?”안이슬이 도와주지 않으려고 하자 가정부는 화가 났다.“예쁘장하게 생겨서는, 사실 우리 둘 다 일하는 입장에서 저의 사정을 봐줄 수 있는 거잖아요. 우리 집에는 노인도 있고 어린아이도 있는데 자식들도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어서 온 가족의 생활을 모두 제가 책임져야 해요. 이 가정부의 일마저 잃으면 저의 집 식구들은 모두 굶어 죽게 생겼어요.”안이슬에게 강한 것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느낀 가정부는 감정을 토로하여 안이슬의 동정심을 유발하려 했다.“게다가 아가
“아가씨, 제발 부탁해요.”가정부는 심지어 눈물까지 보였다.“나 정말 이 일을 잃으면 안 돼요. 이 일을 잃으면 우리 가족들은 살 수가 없어요. 다 같이 일하는 입장에서 도와줘요. 앞으로는 아이 돌볼 때 꼭 집중하고 집안일도 전부 내가 도맡아 할게요. 그래도 안 되겠어요?”간혹 지나가던 사람들이 안이슬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사람 그만 좀 창피하게 하면 안 돼요?”안이슬은 고개를 숙여 억지 부리는 가정부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심 대표님이 사시는 이 주택은 부처에서도 제일 좋은 주택이에요. 여기에 사람은 모두 부자가 아니면 귀족들인데 정말로 여기서 계속 이렇게 소란을 피우고 싶어요?”그녀의 말에 가정부는 놀라 하며 표정이 굳어졌다. 그 틈을 타 안이슬은 황급히 다리를 뺐는데 품에 있던 아이도 뭔가 느꼈는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아가야, 괜찮아.”안이슬은 서둘러 아이를 토닥거렸는데 아이가 안정을 되찾자 바로 다시 가정부를 보며 말했다.“충고하는데 여기서 이런 소란을 피우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심 대표님 이런 당신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제가 대표님을 설득할 거라는 생각은 접어요. 당신이 아이에게 어떻게 했는지를 기억하고 있다면 이러지 못했을 거예요.”가정부가 좋은 태도로 잘못을 인정했다면 안이슬이 도움을 줄 수도 있었겠지만, 조금 전의 소란을 피우는 모습을 보고는 절대 아이 옆에 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그리고 돌아서려다가 안이슬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말했다.“아, 그리고 이 아파트는 거의 모두 부자들이 사는데 원래는 당신의 이력서로 다른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오늘 이렇게 소란을 피운 사실이 사람들에게 전해지면 아마 이제 여기에 다시는 들어올 수 없을 거예요.”안이슬은 할 말을 다 하고는 아이를 안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가정부는 화가 나서 벌떡 일어섰다.“네가 뭔데 나를 가르치려 들어?”그러고는 안이슬을 향해 침을 뱉었다.“그냥 애나 보면서? 아이의 친 엄마도
‘보기에는 총명해 보이는데 왜 사람 하나 설득하지 못하는 거지?’“말로 안 되면 돈을 주든가요.”어차피 돈 벌려고 그 집에 들어갔을 거니까, 돈으로 무조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돈이요?”가정부가 더듬거렸다.“그런데 제가 그럴 돈이 어디 있어요?”비비안은 심호흡하며 간신히 분노를 가라앉히고 말했다.“오늘 저녁에 다시 한번 찾아가서 4천만 원 이내로 해결해 봐요. 두 사람 얘기가 끝나면 내가 당신 카드에 송금해 줄게요.”4천만 원!가정부는 금액을 듣는 순간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알았어요.”그녀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말아요. 지금 바로 다시 찾아갈게요.”전화를 끊고 가정부는 기뻐서 흥얼거렸다. 다른 건 몰라도 상대방이 4천만 원 이내에서 해결이 되면 자기도 조금 뜯어낼 수 있다는 생각에 주위 사람들의 의아해하는 눈빛은 신경 쓰지 않고 입구로 향했다. 그녀의 기억이 맞는다면 입구 옆에 영유아용품 가게가 있었는데 베이비시터가 거기로 갔을 거로 생각했다.한편, 영유아용품 가게에서.안이슬이 아이를 안고 들어가자, 점원이 바로 인사를 건네며 다가왔다.“안녕하세요. 어떤 것이 필요하신지요?”이 근처는 모두 부자들이 사는 곳이기에 물건 사는 사람도 모두 부자였다. 때문에 안이슬이 들어오자, 점원은 아주 열정적으로 맞이했다.“고객님 따님이세요? 너무 예쁘네요.”점원이 웃으면서 안이슬의 품 안에 있는 아이를 바라봤다.“고객님을 똑 닮으셨네요.”안이슬은 표정이 순간 멈칫했는데 예전 같으면 아이와 닮은 데가 많았을 텐데 지금은...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옆에 있는 유아용품들을 바라봤다.“아이의 옷이 있어요?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데 전에 입던 옷은 통기가 잘 안돼서요.”점원이 서둘러 열정적으로 소개를 했지만 모두 그녀가 원하는 것이 아니어서 안이슬은 미간을 찌푸리며 요즘 점원들은 모두 이렇게 열정적인가 생각하며 아이 옷은 자기가 직접 고르기로 했다. 그녀는 복잡한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간단하고 편안한 걸로 하기로 했다.
“아가씨...”점원이 옷을 가지러 간 틈을 타서 가정부가 안이슬의 앞에 나타났다.“제발 부탁인데 저 좀 도와줘요.”그녀는 심지어 쪼그리고 앉아 안이슬의 허벅지를 껴안았다.“제발 계속 그 집에서 일할 수 있게 도와줘요. 이제 절대로 잘못하지 않을 거예요.”밖을 지나가던 많은 사람들이 가게 안을 들여다보고 아주 평범한 옷차림의 중년이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는 수군거렸다.“지금 무슨 상황이죠? 너무 하는 거 아니에요?”“사람을 어떻게 저 정도로 괴롭히는 거죠?”“찍어서 인터넷에 올릴까요?”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챈 안이슬은 재빨리 고개를 숙여 약간 당황한 가정부의 눈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이렇게 해요. 심 대표님 이제 곧 퇴근할 시간인데 돌아오시면 제가 심 대표님께 전화해서 당신의 상황을 설명 드릴게요. 심 대표님만 동의하신다면 저는 당연히 다른 의견 없을 거예요.”계속 이런 식으로 맞서면 사람들이 오해해서 더 큰 일이 일어날까 봐 가정부는 안이슬의 말을 듣고 바로 일어섰다.“고마워요. 걱정하지 말아요. 대표님이 저를 만나주시기만 하면 다시는 절대 아가씨를 괴롭히지 않을 거예요.”가정부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그때 점원이 아이 옷을 가지고 나타나자, 가정부가 웃으며 받았다.“제가 들게요.”“괜찮아요.”안이슬이 냉정하게 가방을 집어 들었다. 안이슬은 마음속으로 가정부가 정말로 일 때문에 그러는지 아니면 다른 생각이 있는 건지 의심하고 있었기에 그녀가 아이의 물품에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유아용품 가게를 나올 때는 이미 날이 저물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가정부는 계속 안이슬을 따라갔는데 아파트로 들어가려던 때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저기 앞에 차 세워!”심재경은 회의가 끝나고 모니터를 살펴봤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자, 당황해하며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새로 오신 베이비시터인가 봐요?”기사가 안이슬의 모습을 보고 물었지만, 심재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차는 속도를 늦추더니 바로 안이
“아앙...”무심하게 움직이던 아이의 작은 손이 안이슬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움켜쥐었다.“우리 아가 착하지!”잠에서 깨어난 딸의 모습을 바라보며 안이슬은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대표님, 괜찮아요.”두 사람은 모두 그 가정부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아파트 입구니까 아이랑 바람도 쐴 겸 걸어서 갈게요.”가정부가 떠나는 안이슬을 붙잡으려고 손을 내밀었는데 안이슬은 재빨리 앞으로 걸어가서 가정부의 손을 피했다.심재경이 그것을 보고 잽싸게 가정부의 손을 잡아 뿌리치자, 가정부는 넘어질 뻔했다.심재경이 냉정하게 말했다.“월급은 정산했으니 이제 다시 이 아파트에서 보이는 일 없었으면 합니다. 제 말뜻 아시죠?”얼음장처럼 차가운 심재경의 눈빛을 보더니 가정부는 겁에 질려 꼼짝도 못 하고 고개를 숙였다.심재경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앞으로 걸어갔다.그와 동시에 안이슬은 아이와 함께 집에 도착했다.“이상하네!”문을 열 때 안이슬은 조금 의아했다.“평소에는 매일 회사에서 늦은 밤까지 일하더니,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돌아온 거지?”그때 문 열리는 소리가 나고 따뜻한 불빛이 쏟아졌는데 그녀는 아이에게 사준 옷을 내려놓고 아이를 요람에 눕혔다.“우리 아가 착해라.”안이슬은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었다.“잠깐만 기다려, 분유 타올게.”전에 먹던 분유 캔은 다 먹었지만, 아직 많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그녀가 새 분유통을 꺼낼 때 현관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안이슬이 분유통을 가지고 거실에 나오자, 심재경이 들어왔다.“대표님.”안이슬은 얼굴에 직업적인 미소를 지으며 심재경에게 인사를 했다.“분유 먹을 시간인가요?”심재경이 안이슬을 보며 물어보고는 바리 고개를 돌리자, 안이슬은 간단하게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심재경이 겉옷을 벗어 소파에 던지자, 안이슬이 다시 집어서 걸어놓았다.심재경은 집 안이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며칠 안에 새 가정부를 찾을게요.”그러고는 딸의 방으로 향했다.“저기...”그의 뒤에
아이는 아직 깨어 있었는데 방금 바람을 쐬러 나간 것 때문인지, 신이 나서 작은 손과 발을 계속 흔들고 있었다. 그녀의 조그마한 얼굴을 보고 있는데 너무 귀여웠다.“그렇게 좋아?”아이를 보는 순간, 심재경의 얼굴에는 흔히 볼 수 없는 부드러움이 보였다.그때 안이슬이 분유 병을 건넸고 심재경이 받아서 아이에게 먹이려 했다. 분유 병에 닿은 아이는 작은 손으로 잡고 분홍빛 작은 입으로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젖꼭지를 찾았다.그때 심재경이 갑자기 물었다.“선생님,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는데도 따로 방법이 있어요?”그가 물어보면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안이슬이 아이를 보며 미소 짓는 모습을 보았는데 서로 눈이 마주치자 잠시 멈칫하더니 서둘러 직접 움직였다.“이렇게 하면 돼요.”말하면서 안이슬은 직접 시범을 보여줬다.“지금 아이는 침대에서도 좋아하기에 굳이 안을 필요 없어요. 하지만 자세가 잘못되면 아이가 목이 막힐 수도 있기에 방심하면 절대 안 됩니다.”심재경은 안이슬이 조심스럽게 아이를 챙기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아이가 젖꼭지를 입에 넣고 힘차게 분유를 마시는 모습을 보고 안이슬은 미소를 지었다.“장하네!”안이슬은 고개를 숙여 아이의 얼굴을 만져주려 했는데 손이 거의 얼굴에 닿으려던 순간 뒤에 있는 사람이 생각났다. 자기는 베이비시터일 뿐인데 너무 경계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동작을 멈췄다.“오늘 어땠어요?”심재경은 안이슬의 움직임을 무시한 채 앞으로 한 발짝 내디디며 물었다.“울지도 않고 보채지도 않고, 잘 먹고 잘 마시고 했어요. 중간에 한번 열이 나긴 했었는데 금방 가라앉았어요.”그녀는 옆에 있는 곰돌이 인형을 보더니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대표님, 비록 아이가 정식 이름이 있다고 하지만, 평소 집에서 어릴 때 부를 아명이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안이슬은 아이의 웃는 얼굴을 보며 며칠 동안 생각을 했었지만, 딱히 예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평소에 계속 아가라고 부를 수도 없는 일이어서 친근
‘그래도 뜻이 담겨 있네. 좋아, 모든 게 바뀌었으니 이제 과거의 일에 더는 연연하지 말자고. 심재경도 아이 때문에 예전의 일을 떠올릴 리가 없을 테고...’“네...”바운서 안의 아이는 우유를 마셔서 그런지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안이슬은 아이를 위해 땀을 닦아줬다.아이의 손에 든 젖병이 빈 걸 발견한 안이슬은 그제야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이가 우유는 잘 마시네요. 물론 지금은 아이가 한창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할 때죠. 그만큼 아이가 건강하다는 걸 증명하기도 하고요.”아이는 쉽게 졸린다. 우유를 마신 후 안이슬은 아이를 안고 겨우 몇 번 달래줬는데 샛별은 벌써 눈을 감았다.“샛별아...”안이슬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안이슬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면서 달래는 장면을 보고 심재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방을 나섰다.오늘 그는 일찍 퇴근했기 때문에 아직 식사를 하지 못했다.부엌에서 먹을 음식이 있나 찾아보려고 했는데 그가 부엌에 들어설 때 안이슬은 이미 아이를 재우는 데 성공했다.“대표님, 혹시 아직 식사를 하지 못하셨나요?”안이슬이 잠깐 고민하더니 부엌으로 다가갔다.“오늘 야근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일찍 돌아왔어요. 밖에서도 밥을 먹지 않았거든요.”스크린에 안이슬과 아이의 모습이 잡히지 않아 심재경은 걱정된 나머지 다급하게 차를 타고 돌아온 것이다.집에 돌아오니 아이와 안이슬이 모두 안전한 걸 확인하고서야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집에 먹을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요...”달걀과 소면 빼고는 집에 음식이 아무것도 없었다.띵동!이때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누구지?”시계를 올려다봤는데 벌써 저녁 여덟 시가 거의 다 되어갔다.이미 늦은 시간인데 누가 찾아온 거지?띵동!초인종이 또 한 번 울렸다.심재경이 움직일 생각이 없는 것을 보고 안이슬이 문을 열러 갔다.“대표님!”문이 열리자 밖에 있던 비비안이 손에 작지 않은 도시락을 든 채 들어오려고 했다.“대표님, 오늘 사내 식당
그녀는 모든 반찬을 꺼내 식탁 위에 올려놨다.그리고 주방에서 그릇을 찾아 보온 도시락에 있던 삼계탕을 쏟아냈다.“이건 푹 끓인 삼계탕인데 제가 며칠 전에 주문한 토종닭으로 만들었어요. 토종닭이 잡곡을 골고루 먹었고 스트레스 안 받은 닭이라 그렇게 맛이 좋대요. 회사에도 있는데 오늘 일찍 퇴근하셔서 제가 챙겨드리지 못했네요. 좀 식어서 제가 집에 돌아간 후 다시 한번 푹 끓였어요.”심재경이 자리에 앉았는데 그는 얼굴색 한 번 바뀌지 않았다. 비비안이 한 모든 일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마치 그녀의 이런 행동을 묵인하는 것 같았다.“오늘 퇴근하고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고기가 엄청 육질이 좋아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제육볶음 한 번 만들어봤어요. 어떤지 한 번 맛 좀 보실래요?”비비안은 심재경에게 적극적으로 음식을 권했다.심재경은 그런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그저 안이슬을 힐끔 쳐다봤다.그녀는 제자리에 그저 서 있었기에 심재경은 가슴이 조금 답답했다.그리고 그는 시선을 제육볶음에 옮겼는데 고기의 결이 또렷하고 두께도 알맞게 썰려 있었는데 고기와 양파, 그리고 청양고추와 어우러졌다. 방금 만들어서 그런지 아직 김이 모락모락 솟아 아주 맛있어 보였다.하지만 심재경은 입맛이 없었다.“이건 우리가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잡채고요.”비비안은 안이슬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녀는 줄곧 심재경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심재경의 표정이 아무런 변화가 없자 그녀는 내심 실망감이 들었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다.“제가 잡채에 특별히 목이버섯을 넣었거든요. 목이버섯은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장 활동을 활발하게 해요.”심재경은 더는 참을 수 없어 미간을 찌푸렸다.안이슬을 떠보려는 것이 아니었다면 그는 진작 비비안을 내쫓았을 것이다.그는 눈을 질끈 감고는 표정을 관리하면서 최소한 험악하게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이것도요.”비비안은 심재경의 짜증과 반감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계속 잔뜩 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