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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4화

용천수의 가랑이 사이로 붉은 피가 흘러나와 그야말로 무서웠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에 용준혁은 표정이 굳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현장은 순간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용천수는 용 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거늘 도범의 공격 한 방에 쓰러져 생사를 알 수 없었다.

“가주님…….”

광재가 눈살을 찌푸린 채 앞으로 나왔지만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 다시 입을 다물었다. 지금 용준혁의 속이 말이 아닐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저 자식을 대신해 복수하려거든 언제든지 오세요. 그런데 그쪽에서 먼저 공격하면 절 감당하지 못할 거란 건 미리 말해두죠.”

도범의 싸늘한 경고가 들려왔다.

용준혁은 아들이 당한 일에 마음이 아팠지만 겨우겨우 표정을 관리하며 입을 열었다.

“도범 군의 화가 풀렸다면 그걸로 됐네. 만약 보상이 더 필요하면 말하게.”

“아닙니다!”

도범은 담담하게 말하고는 박시율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한참을 걸어 문 앞에 다다랐을 무렵 멈칫하더니 다시 고개를 돌렸다.

“걱정 마세요. 아드님 목숨은 붙여뒀으니. 그런데 앞으로 아이을 낳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도범과 달리 박시율은 불안하기만 했다.

용 씨 가문 보디가드가 달려들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저택을 빠져나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등 뒤를 힐끔힐끔 살피던 박시율은 무사히 차에 오르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기야, 방금 그 한방으로 용천수가 설마 고자가 되는 건 아니겠지? 아무리 그래도 용준혁은 용 씨 가문 삼대 독자인데 이 일로 우리한테 보복이라도 하면 어쩌려고? 아무리 속 시원하다지만 나 좀 불안해.”

눈살을 찌푸리며 걱정하는 아내를 보더니 도범은 담담하게 웃었다.

“걱정 마. 용준혁은 총명한 사람이야. 아무리 아들이 고자가 되더라도 나한테 그 책임은 묻지 못할걸. 내가 그 아들을 죽이지 않은 게 이미 충분히 체면을 봐준 거야. 감히 내 여자를 건드리려고 했으면 그 벌을 받아야지. 자기가 나와 우리 수아 때문에 그렇게 고생했는데 더 이상 안 좋은 일 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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