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공이 흩어진 것을 보자 태용은 낮게 한숨을 쉬었다. 순간 불안감이 휘몰아쳤다.“고마워요.”도범은 담담하게 웃으며 테이블로 다가갔다.태용은 여유로운 도범의 모습을 보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등 뒤에 있는 친구를 불렀다.“나 물 좀 줘. 씨발 더워 죽겠네.”남자도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태용이 이미 흔들리고 있다는 걸 보아냈다.그도 그럴 것이 태용은 삼류 가문에 속하는지라 유동자금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만약 이렇게 계속 진다면 태용 손에 있는 1000억도 모자랄 판이었다.친구가 물을 건네자 태용은 병을 다기 바쁘게 몇 모금 들이켰다.“탕!”“탕!”그 사이 도범은 또 연속 몇 공을 넣어 벌써 십몇 점을 벌어놓았다.“이대로라면 희망이 있겠는데! 궤적도 좋고!”제갈소진은 도범이 이번 판도 이길 거라는 직감에 또다시 방방 뛰었다.“조용히 좀 하죠? 여기 공공장소예요.”하지만 태용은 제갈소진의 소리에 화가 치밀어 올라 그녀를 째려봤다.“왜요? 질까 봐 겁나요? 지고 인정하지 않는 건 아니겠죠?”그런 그의 시비에도 제갈소진은 화내기는커녕 싱긋 웃으며 상대를 자극했다.“아까 그 사기는 어디 갔어요? 한판 끝나고 나니 사기가 다 꺾였나?”“쓸데없는 참견하지 말지?”태용은 이를 갈았다.“탕!”그런데 그때 공 하나가 또 들어가는 것을 보자 태용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그리고 그 기세를 몰아 도범은 79점까지 도달했다.“또 이겼네요. 원한다면 제가 봐줄 수도 있고. 명색이 당구 왕자씩이나 되는데 빵점이면 체면이 말이 아닐 테니까.”도범은 큐대를 내려놓으며 태용을 보면서 싱긋 웃었다.그 모습에 태용은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얼굴색은 말할 것도 없이 어두워졌다. 그는 옆에 있는 물을 들어 마시려고 했지만 이미 다 마셔버렸다는 걸 발견하고는 손에 힘을 줬다.“그쪽이 이번 판도 이겼네요.”태용은 식은땀을 닦으며 화를 참았다.“그만하죠. 못하는 척 구라 친 것 같은데. 이미 당구 칠 줄 알았죠? 그것도 실력자면서 모르는 척 한 것
그는 태용의 말이 우스웠던 모양이었다.“그래요. 더 이상 하기 싫다는 걸 제가 억지로 잡아둘 순 없으니까. 그런데 400억이 아니라 2000억이겠죠.”도범은 잠시 멈칫하더니 말을 이었다.“전에 그쪽 입으로 말했잖아요. 중도 포기하거나 기권하면 나머지는 모두 졌다고 인정하는 것이기에 10판 모두 진 거나 마찬가지잖아요.”태용은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이 말은 확실히 그가 한 말이 맞았다. 그런데 그도 도범의 실력이 이렇게까지 좋을 줄은 몰랐고 더욱이 질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기에 한 말이었다.벌써 400억을 졌는데 나머지 판까지 채우면 그의 심장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헛소리 그만해. 나 안 한다고. 계좌 불러. 400억 보낼 테니까. 게다가 당신 애초에 실력을 숨겼잖아. 아주 베테랑이더구만 뭐!태용은 이를 갈며 시치미를 떼며 적반하장으로 소리쳤다.이에 도범은 큐대를 든 채로 태용을 가리키더니 고개를 살짝 든 채로 말했다.“저 실력 숨긴 적 없어요. 이거 두 사람 시합하는 거 보고 배운 거예요. 지금 그쪽은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고요. 하나는 2000억 내 계좌로 보내든가 아니면 나머지 8판 계속하던가. 누가 알아요? 운이 좋아서 한 판이라도 이길지.”‘운이 좋으면 한 판이라도 이길 거라고?’태용은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솔직히 도범의 경기를 보니 자신감이 없어진 건 사실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한 판이라도 이기지 못할 수도 있었다.“이봐. 선 넘지 마. 기껏해야 보디가드 주제에 어디서 기어올라? 용 씨 가문 보디가드라서 꼬박꼬박 존대를 쓰며 대우해 줬더니! 안 그랬으면 우리 참지 않았어!”그때 태용의 친구 하나가 앞으로 걸어 나오면서 도범에게 쏘아붙였다.“내 말이. 두 판에 400억이 적어? 너한테 400을 주는 건 천수 씨 체면을 봐서야. 그렇지 않으면 국물도 없어!”다른 한 놈도 적반하장의 태도로 버럭 화를 냈다.두 명의 친구가 제 편을 들어주자 태용은 한껏 당당한 태도를 내비쳤다.“이봐, 400억 줄 테니까 계좌
“오빠, 그게 무슨 소리야? 도범 씨 데려온 사람 나야. 오빠가 뭔데 해고하네 마네 해? 게다가 아빠가 동의하지도 않았는데 해고라니?”용천수 말에 화가 난 용신애는 참지 못하고 버럭 화냈다. 하지만 용천수는 싸늘하게 웃었다.“그깟 보디가드 하나 해고하는데 아버지한테 동의라도 구해야 해? 저 자식이 뭐라고 그렇게 저자세야?”용신애는 그 자리에서 쓰러질 뻔했다.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이야.“이 일은 오빠 말 들을 수 없어!”“나 네 오빠야. 이젠 오빠도 인정 안 해?”용천수는 어이없다는 듯 웃더니 말을 이어갔다.“저 자식이 하는 짓을 봐. 주인인 내 체면도 생각하지 않고. 곁에 둬서 뭐해?”그 말에 도범은 차갑게 웃었다.“하하, 그래요.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저도 보디가드 더 할 수 없겠네요. 안 그랬다가 뒤에서 또 말이 많을 테니까. 귀찮은 건 딱 질색이라!”그리고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일 그만두는 건 괜찮아요. 월급도 지난달 건 이미 받았으니 괜찮고. 이번 달 며칠간은 신애 씨를 봐서 무료로 일했다 쳐요. 하지만 태용 씨가 나한테 빚진 돈을 안 갚으면 오늘 곱게 보내지 않을 거예요!”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태용이 눈을 반짝거리며 용천수에게 물었다.“천수 씨, 저 자식 이제 용 씨 가문 보디가드 아니죠? 그렇다는 건 내가 저 자식 때려도 용 씨 가문과 척지는 게 아니라는 뜻이죠?”용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죠. 그런데 저 자식 실력이 꽤 있어요. 밖에 있는 태용 씨 보디가드들도 저 자식 상대는 안 될걸요.”“어디 한 번 도범 씨 털끝 하나라도 건드려봐!”그때 제갈소진이 화가 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도범 씨가 용 씨 가문 보디가드가 아니라도 제갈 가문도 쉽지 않다는 거 명심해. 도범 씨 건드리면 우리 제갈 가문과 척지는 거로 간주할 거니까!”“얼씨구, 소진 씨. 이젠 저 자식을 보호하려고요? 저 자식 마누라도 있는 데다가 소진 씨한테 마음 없다는 것 같던데 이렇게 저 자식 위해준대도 상대가 알까 모르겠네요.
“여기 겁대가리 상실한 놈 하나가 나 집에 가겠다는데 계속 막아서네.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태용은 씩 웃으며 용천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천수 씨 걱정 마요. 저 사람들 일반 보디가드 아니에요. 혼원형의 권법이라고 특별한 권법을 쓸 줄 아는 친구인데 다 같은 사부를 두고 있어요!”그 말에 용천수는 살짝 미소 지었다.‘그래, 태 씨 가문이 아무리 삼류 가문이라고 해도 보디가드 중에 실력자가 없으란 법은 없잖아! 솔직히 아무리 삼류 가문일지라도 서로 마음이 맞아 목숨을 내걸고 가문을 지키는 보디가드들도 수두룩하니까.’태용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용천수는 도범을 이길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솟아났다. 이 기회에 도범이 된통 당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이 자식이 감히 우리 도련님을 건드려? 죽으려고 환장했나?”그들은 점점 도범을 둘러쌌다.“퍽퍽퍽!”하지만 아쉽게도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닥에 널브러져 곡소리를 냈다. 부들부들 거리며 일어서려고 애썼지만 일어 설 수가 없었고 고통에 표정은 일그러져 보기가 흉했다.“이게 무슨…….”용천수의 낯빛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쓸모 있는 놈이 하나도 없잖아! 혼원형의 권법 무슨! 얼어 죽을! 아무 소용도 없으면 어쩌자는 거야? 열댓 명이 덤벼들었는데 생채기 하나 내지 못한 게 말이 돼?’“2000억을 주지 않겠다면 여기서 목숨을 내놓던가!”도범은 담담하게 웃으며 태용을 바라봤다.“아 참, 그리고 여기 물건 하나라도 망가지면 그쪽이 배상해. 당신이 나한테 돈 안 줘서 생긴 일이니까 안 그래?”태용의 낯빛은 어두워졌다. 한참 머리를 굴려보던 끝에 그는 끝내 입을 열었다.“아직 여덟 판 남았잖아. 내가 다 진다고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지? 다시 시작하다고. 아까는 내가 실력 발휘를 잘못해서 생긴 일이니 나머지 여덟 판은 내가 발라줄게! 돈이나 준비해!”“하하, 그렇다면야 계속 놀아드려야지. 두 판 해보니 꽤 재밌더라고.”그 말을 들은 도범은 크게 웃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들은 태용은 화가 머리끝까지
“이제 그만하지? 1000억도 적은 돈이 아니고 돈이 없다잖아. 운 좋게 1000억이나 뜯어갔으면 만족을 알아야지.”용천수는 싸늘하게 웃으며 거들먹거렸다.하지만 기분이 안 좋았던 도범은 상대방의 태도에 더욱 화가 나 차갑게 대꾸했다.“그건 안 되겠는데요. 내가 졌으면 저 자식 2000억 무조건 받아 갔을 거고 천수 씨도 나서서 말해주지 않았을 거잖아요. 게다가 생대방이 먼저 내기하자고 했는데 내가 돈을 뜯어냈다니요? 기술 없어서 진 게 내 탓인가?”“이봐, 기어오르는 거 봐주는 것도 여기까지야. 이 분 우리 태 씨 가문 도련님이라고!”쓰러져 있던 보디가드들은 이미 모두 일어나있었다. 하지만 아직 고통이 사라진 건 아닌지라 도범을 보는 그 순간 눈에서 두려움을 숨기지 못했다.도범은 자기의 눈빛 하나에 놈들이 몇 걸음 뒤로 가는 걸 보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뉘 집 도련님이든 상관 안 해. 돈 안 내놓거나 일전 한 푼이라도 적일 시 여기에서 나갈 생각하지 마.”“천수 씨, 아니면 천수 씨가 저 대신 나머지 1000억 대 주면 안 돼요?”도범의 완강한 태도에 여기를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한 태용은 이를 갈며 용천수에게 부탁했다.그 말에 용천수는 할 말을 잃었다.“태용 씨, 이거 10억이 아니라 1000억이에요.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그렇게 쉽게 빌려줄 수 있는 돈이 아니라고요. 100억도 한참을 생각해야 하는데 저더러 1000억을 어떻게 빌려달라고요?”모든 길이 막히자 태용은 다시 도범에게로 눈길을 돌렸다.“나 지금 1000억 밖에 없는데.”“하하, 간단해. 1000억에 네놈 모가지. 어때?”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어 보이는 도범의 태도에 태용은 얼굴이 창백해졌다.“이훈, 너 가서 1000억 구할 수 있나 알아봐. 안 그러면 나 오늘 여기서 죽을 지도 몰라!”그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보디가드 한 명을 잡고 명령했다.그리고 곧바로 도범에게 고개를 돌렸다.“내가 지금 보디가드더러 아버지한테 돈 가지러 가라고 했으니 이제 됐지?”“
“가주님, 큰일 났습니다.”태철민은 헉헉거리며 말하는 이훈을 째려봤다.“예의도 없이 이 무슨 무례야? 무슨 일인데 그래? 지금 귀한 손님 온 거 안 보여? 집사는 뒀다 뭐해?”“삼촌, 귀한 손님이라니요? 한집 식구끼리 너무 내외하는 거 아니에요?”태철민 앞에 앉아 있던 젊은 남성은 담담하게 웃으며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말해 봐. 무슨 일인데 기어코 나까지 찾아왔어?”남자의 말에 태철민은 그제야 표정을 풀며 이훈에게 물었고 이훈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가주님, 도련님께서 당구장에서 내기 당구를 하다가 돈을 잃었습니다!”“돈을 잃었다고? 그럴 리가?”하지만 들려오는 말에 태철민은 어리둥절했다.“걔가 당구는 잘 치잖아. 매번 이겼던 거 아니었어? 얼마 전에 1000억 정도 벌었다고 했으니 오늘 하루 진 거로 무슨 그런 호들갑이야?”그는 아들이 당구로 내기하러 다니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심지어 매번 용천수와 함께 한 판에 20억씩 하는 내기라는 것도 말이다.게다가 아들의 실력이면 진다 해도 얼마 지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그런데 도련님께서 이번에 큰 판으로 내기하셔서 2000억을 잃었습니다. 한 판에 200억 짜리 판이었습니다!”이훈은 마음이 급해났다.“도련님한테 돈이 1000억뿐이라서 아직 1000억이 모자라는 바람에 상대방이 도련님을 보내주지 않고 있습니다. 나머지 돈을 가져오지 않으면 목숨을 내놓으라면서요. 그래서 도련님이 저를 보낸 겁니다!”“뭐?”놀란 태철민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자기가 잘못 들은 거라고 생각했다.“내기를 하는데 한 판에 200억이라고? 그것도 열 판 모두 졌다고? 그게 말이 돼? 그 애 실력에 열 판 모두 졌다는 게? 게다가 한 판에 200억인데 동의했다고?”태 씨 가문을 놓고 말하면 200억은 사실 큰돈이다. 아무리 회사가 적지 않다고 해도 삼류 가문에 속하는 그의 집안을 놓고 볼 대 유동 자금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게다가 그는 아들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자신 없다면
“감히 내 아들을 갖고 놀다니 겁을 상실했구나!”태철민은 분노를 억누르며 주먹을 쥐었다.“용 씨 가문 보디가드라서 용 씨 가문과 척질까 봐 건드리지 않았는데 용천수의 심기를 건드리고 해고됐으면서도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이훈은 눈살을 찌푸렸다.“말도 마십시오. 천수 도련님이 도련님을 대신해 사정했는데도 무시하고 1000억만 주고 이번 일 없는 일로 하자고 했는데도 끝까지 물고 늘어졌습니다!”“이렇게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을 봤나?”그때, 차를 마시고 있던 젊은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그 사람 대체 누굽니까? 감히 보디가드가 용 씨 가문 도련님의 심기까지 거스르다니. 용 씨 가문의 보복이 두렵지도 않나?”태철민은 그제야 씁쓸한 듯 웃으며 말했다.“사실 넌 모를 수 있는데 도범이라고 박 씨 가문 데릴 사위야. 군에 5년 있다가 돌아왔는데 군에 있을 때 급이 꽤 있었나 봐. 군에서 돌아오는 길에 명패를 잃어버렸다고 하는데 증거가 없어.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대대장이었대!”그때 이훈이 끼어들었다.“대대장인지 뭔지 누가 알겠어요? 그저 실력이 따라주니 거짓말이 아니라고 믿는 거지. 그런데 의술이 뛰어난 건 진짜래요. 전에 전신 장진을 구해준 적이 있다더라고요. 그분이 이미 은혜를 갚았는데 아직도 그때의 그 영광에 심취되어 산다나 봐요.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니 그렇게 막 나가는 거 아니겠어요?”그 말을 듣던 태철민은 코를 쓱 만졌다.“정말 골치 아프네. 하필이면 전신을 구해줬었다니. 그러면 죽일 수는 없다는 거잖아. 전신님이 아시고 책임을 물으시면 안 되니까.”그때 옆에 있던 남자가 차갑게 웃었다.“그렇다고 2000억이나 되는 큰돈을 그냥 줄 수는 없잖아요. 이렇게 주면 앞으로 우리 가문이 만만한 줄 알걸요?”그리고 한참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삼촌, 이러는 건 어때요? 제가 삼촌과 함께 갈게요. 그 자식한테 1000억만 넘기고 만약 기를 쓰고 2000억을 받아내겠다고 하면 그때 밟아주면 되잖아요. 뛰는 놈 우에 나는 놈 있다는 건
태철민은 아들을 힐끗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오히려 높은 소리로 물었다.“도범이 누구야? 감히 내 아들을 여기에 묶어 둬?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상황을 보고도 도범은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침착하게 볼 하나를 넣고 나서야 천천히 큐대를 내려놓았다.“그쪽이 태 씨 가문 가주인가 보죠? 당신 아들이 2000억을 졌는데 1000억 밖에 없다네요. 아직 1000억이 모자라니 저도 보내드릴 수 없죠. 졌으면 승부를 인정해야지.”“하하, 이봐. 한 판에 200억이라니 너무하단 생각은 안 드나?”태철민은 싸늘하게 웃었다.“게다가 자네가 우리 아들을 먼저 속인 것 같던데? 당구 칠 줄 모른다며 판을 크게 벌였으면서 2000억을 주면 잘 받아먹을 수나 있고?”그의 말에 도범은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사람을 함부로 오해하면 안 되죠. 저 당신 아들 기만한 적 없어요. 덫을 놓은 적도 없고요. 저도 방금 배운 거예요. 게다가 저를 먼저 자극한 건 당신 아들이에요. 내 돈을 따려고.”도범을 한숨을 돌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내 돈을 따려고 하지 않았다면 질 일도 없었잖아요.”그때 태철민 곁에 있던 소지훈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삼촌, 이런 놈하고 쓸데없는 말 할 필요 없어요. 1000억이라도 갖고 싶다면 주고 싫다면 태용을 데리고 가면 그만이에요.”“그래, 지훈야. 네 말이 맞다. 이런 놈과 쓸데없는 얘기할 필요 없지!”태철민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상대방의 이름을 들은 태용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지훈 형? 정말 지훈 형이야? 이게 얼마 만이야? 몰라보겠다. 군에서 꽤 잘 나간다며? 중장이랬던가? 언제 돌아왔어?”소지훈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오랜만이네. 내가 너네 집에 도착한 지 1시간도 안 돼서 이런 일이 벌어졌지 뭐야.”그리고 한숨을 돌리더니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그런데 걱정 마. 1000억만 줘도 충분히 체면을 봐준 거니까. 내가 온 이상 저 자식이 너 괴롭히는 거 두고 보지 않아. 2000억? 꿈도 꾸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