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주님, 큰일 났습니다.”태철민은 헉헉거리며 말하는 이훈을 째려봤다.“예의도 없이 이 무슨 무례야? 무슨 일인데 그래? 지금 귀한 손님 온 거 안 보여? 집사는 뒀다 뭐해?”“삼촌, 귀한 손님이라니요? 한집 식구끼리 너무 내외하는 거 아니에요?”태철민 앞에 앉아 있던 젊은 남성은 담담하게 웃으며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말해 봐. 무슨 일인데 기어코 나까지 찾아왔어?”남자의 말에 태철민은 그제야 표정을 풀며 이훈에게 물었고 이훈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가주님, 도련님께서 당구장에서 내기 당구를 하다가 돈을 잃었습니다!”“돈을 잃었다고? 그럴 리가?”하지만 들려오는 말에 태철민은 어리둥절했다.“걔가 당구는 잘 치잖아. 매번 이겼던 거 아니었어? 얼마 전에 1000억 정도 벌었다고 했으니 오늘 하루 진 거로 무슨 그런 호들갑이야?”그는 아들이 당구로 내기하러 다니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심지어 매번 용천수와 함께 한 판에 20억씩 하는 내기라는 것도 말이다.게다가 아들의 실력이면 진다 해도 얼마 지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그런데 도련님께서 이번에 큰 판으로 내기하셔서 2000억을 잃었습니다. 한 판에 200억 짜리 판이었습니다!”이훈은 마음이 급해났다.“도련님한테 돈이 1000억뿐이라서 아직 1000억이 모자라는 바람에 상대방이 도련님을 보내주지 않고 있습니다. 나머지 돈을 가져오지 않으면 목숨을 내놓으라면서요. 그래서 도련님이 저를 보낸 겁니다!”“뭐?”놀란 태철민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자기가 잘못 들은 거라고 생각했다.“내기를 하는데 한 판에 200억이라고? 그것도 열 판 모두 졌다고? 그게 말이 돼? 그 애 실력에 열 판 모두 졌다는 게? 게다가 한 판에 200억인데 동의했다고?”태 씨 가문을 놓고 말하면 200억은 사실 큰돈이다. 아무리 회사가 적지 않다고 해도 삼류 가문에 속하는 그의 집안을 놓고 볼 대 유동 자금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게다가 그는 아들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자신 없다면
“감히 내 아들을 갖고 놀다니 겁을 상실했구나!”태철민은 분노를 억누르며 주먹을 쥐었다.“용 씨 가문 보디가드라서 용 씨 가문과 척질까 봐 건드리지 않았는데 용천수의 심기를 건드리고 해고됐으면서도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이훈은 눈살을 찌푸렸다.“말도 마십시오. 천수 도련님이 도련님을 대신해 사정했는데도 무시하고 1000억만 주고 이번 일 없는 일로 하자고 했는데도 끝까지 물고 늘어졌습니다!”“이렇게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을 봤나?”그때, 차를 마시고 있던 젊은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그 사람 대체 누굽니까? 감히 보디가드가 용 씨 가문 도련님의 심기까지 거스르다니. 용 씨 가문의 보복이 두렵지도 않나?”태철민은 그제야 씁쓸한 듯 웃으며 말했다.“사실 넌 모를 수 있는데 도범이라고 박 씨 가문 데릴 사위야. 군에 5년 있다가 돌아왔는데 군에 있을 때 급이 꽤 있었나 봐. 군에서 돌아오는 길에 명패를 잃어버렸다고 하는데 증거가 없어.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대대장이었대!”그때 이훈이 끼어들었다.“대대장인지 뭔지 누가 알겠어요? 그저 실력이 따라주니 거짓말이 아니라고 믿는 거지. 그런데 의술이 뛰어난 건 진짜래요. 전에 전신 장진을 구해준 적이 있다더라고요. 그분이 이미 은혜를 갚았는데 아직도 그때의 그 영광에 심취되어 산다나 봐요.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니 그렇게 막 나가는 거 아니겠어요?”그 말을 듣던 태철민은 코를 쓱 만졌다.“정말 골치 아프네. 하필이면 전신을 구해줬었다니. 그러면 죽일 수는 없다는 거잖아. 전신님이 아시고 책임을 물으시면 안 되니까.”그때 옆에 있던 남자가 차갑게 웃었다.“그렇다고 2000억이나 되는 큰돈을 그냥 줄 수는 없잖아요. 이렇게 주면 앞으로 우리 가문이 만만한 줄 알걸요?”그리고 한참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삼촌, 이러는 건 어때요? 제가 삼촌과 함께 갈게요. 그 자식한테 1000억만 넘기고 만약 기를 쓰고 2000억을 받아내겠다고 하면 그때 밟아주면 되잖아요. 뛰는 놈 우에 나는 놈 있다는 건
태철민은 아들을 힐끗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오히려 높은 소리로 물었다.“도범이 누구야? 감히 내 아들을 여기에 묶어 둬?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상황을 보고도 도범은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침착하게 볼 하나를 넣고 나서야 천천히 큐대를 내려놓았다.“그쪽이 태 씨 가문 가주인가 보죠? 당신 아들이 2000억을 졌는데 1000억 밖에 없다네요. 아직 1000억이 모자라니 저도 보내드릴 수 없죠. 졌으면 승부를 인정해야지.”“하하, 이봐. 한 판에 200억이라니 너무하단 생각은 안 드나?”태철민은 싸늘하게 웃었다.“게다가 자네가 우리 아들을 먼저 속인 것 같던데? 당구 칠 줄 모른다며 판을 크게 벌였으면서 2000억을 주면 잘 받아먹을 수나 있고?”그의 말에 도범은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사람을 함부로 오해하면 안 되죠. 저 당신 아들 기만한 적 없어요. 덫을 놓은 적도 없고요. 저도 방금 배운 거예요. 게다가 저를 먼저 자극한 건 당신 아들이에요. 내 돈을 따려고.”도범을 한숨을 돌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내 돈을 따려고 하지 않았다면 질 일도 없었잖아요.”그때 태철민 곁에 있던 소지훈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삼촌, 이런 놈하고 쓸데없는 말 할 필요 없어요. 1000억이라도 갖고 싶다면 주고 싫다면 태용을 데리고 가면 그만이에요.”“그래, 지훈야. 네 말이 맞다. 이런 놈과 쓸데없는 얘기할 필요 없지!”태철민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상대방의 이름을 들은 태용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지훈 형? 정말 지훈 형이야? 이게 얼마 만이야? 몰라보겠다. 군에서 꽤 잘 나간다며? 중장이랬던가? 언제 돌아왔어?”소지훈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오랜만이네. 내가 너네 집에 도착한 지 1시간도 안 돼서 이런 일이 벌어졌지 뭐야.”그리고 한숨을 돌리더니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그런데 걱정 마. 1000억만 줘도 충분히 체면을 봐준 거니까. 내가 온 이상 저 자식이 너 괴롭히는 거 두고 보지 않아. 2000억? 꿈도 꾸지 말라
“너무 내외하네. 대접은 당연히 우리가 해야지. 못난 아들 때문에 보디가드를 해고했다던데 감사하네.”태철민은 곧바로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지만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도범은 끝내 폭발했다.“누가 쏘는지는 이따가 졀정하고 2000억이나 빨리 내 계좌에 쏘시죠? 안 그러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 테니까!”“아주 대담하네. 내가 중장인 걸 알면서도 감히 그렇게 말한다고?”소지훈은 눈앞에 벌어진 믿기지 않는 상황에 잠시 멈칫하는 듯싶더니 차갑게 웃었다.“옳고 그름도 모르는 중장한테 예의를 차려야 할 필요를 못 느껴서 말이지. 게다가 중장이 뭐라고 내가 예의를 차려야 하지?”도범은 하나도 꿀리지 않는다는 듯 시종일관 거만한 태도였다.“오호라. 아주 고집이 센가 보군.”소지훈은 주먹을 꽉 쥐었다.“그러면 언제까지 내 주먹이 센지 네 주둥이가 센지 어디 한 번 볼까?”말이 끝나기 바쁘게 소지훈은 도범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도범 앞에 다다른 소지훈은 그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흥!”상대의 주동적인 공격에 도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하지만 콧방귀를 뀌더니 자기의 주먹을 동시에 휘둘렀다.“안 피한다고?”도범이 피하지 않자 소지훈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상대방이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생각에 오히려 입꼬리를 올렸다.“퍽!”두 사람의 주먹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부딪혔다.“이럴 수가!”주먹이 부딪히는 순간 소지훈은 도범한테서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힘을 느끼고는 놀란 듯 입을 벌렸다. 그리고 곧바로 연신 몇 걸음 뒤로 물러나 겨우 넘어지지 않았다.뭇사람들은 그 모습에 경약을 금치 못했다. 왜냐하면 도범은 선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고 오히려 소지훈이 물러났으니 말이다.“이럴 리가 없어!”소지훈은 연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이게 대대장의 능력이라는 걸 믿을 수 없었다.그는 반동을 이용하여 다시 앞으로 돌진했다. 이번에 그는 힘을 아끼지 않았다.그런 그의 의도를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도범도 전보다
하지만 그때, 용신애는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 그리고 광재 세 사람은 도범의 공포를 눈앞에서 경험한 적이 있었다. 이화당의 300여 명 되는 사람을 도범 혼자서 죽인 그때 말이다.그날 밤을 다시 떠올리자 용신애는 마음 한구석이 웅장해졌다. 무협 소설에나 나올법한 강자가 현실에 존재한다니. 사람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깔끔하게 죽이는 모습을 본 것도 그날이 처음이었다.그녀는 광재의 실력도 본 적이 있는데 도범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아쉽게도 아버지가 그녀의 오빠한테 도범을 건드리지 말라고, 오히려 잘 보여야 한다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이렇게 쉽게 그를 해고하다니.이건 용 씨 가문에 아주 큰 손실이다. 때문에 용신애는 도범이 오빠 일을 마음에 담아두지 말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너, 너 실력이 대대장급이 아니야. 너 대체 누구야? 뭐 하는 놈이야?”눈앞에 벌어진 일을 가장 놀라워하는 건 소지훈 본인이었다. 그는 중장의 신분이었기에 자기 실력에 그 누구보다도 자신감을 가졌다. 그런데 전력을 다해도 도범에게 밀리다니!그는 마지막 남은 필살기는 쓰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렇다 한들 눈앞의 놈을 이길 수 없다는 직감이 들었으니까.도범은 소지훈의 말에 어깨를 으쓱했다.“내가 누구냐고? 박 씨 가문의 데릴 사위인데? 네 사촌 동생이 말해준 그대로야. 솔직히 사과하면 1000억으로 퉁치려고 했는데 저 자식이 내가 무식한 군인이라며 신경을 계속 긁잖아!”여기까지 말한 도범은 한숨을 돌리더니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뱉어냈다.“그러니까 2000억 일전 한 푼도 적으면 안 돼!”도범의 얘기를 한참 듣던 소지훈은 낯빛이 어두워지더니 고개를 돌려 태용을 바라봤다.“태용, 이게 뭔 말이야? 네 눈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군인이 고작 그 정도였어?”“형, 아니야. 나 형 말한 거 아니야. 형은 중장이잖아! 난 저 자식을 말한 거라고!”태용은 고개를 숙이며 설명했다.“짝!”하지만 소지훈은 그를 도와주기는커녕 잔뜩
소지훈이 중장이라는 것은 확실한 사실인데 도범의 말은 그야말로 놀라웠다.대장 급 실력 아니면 적어도 중장급 실력이 되어야 할 수 있을 범한 밀이니까.“이건…….”2000억이라니! 솔직히 태철민은 그렇게 많은 돈을 내놓고 싶지 않았다. 그는 소지훈을 슬쩍 바라봤다. 방금 도범의 말은 분명 소지훈을 얕잡아 보는 말이었기에 소지훈이 도범에게 자극이라도 받아 다시 싸워주길 바랐다. 그렇다면 도범을 상대할 수 있을 테니까.하지만 소지훈은 가볍게 무시한 채 눈길을 돌렸다.한참을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두드려 보던 그는 끝내 못난 아들을 바라봤다.“내가 1000억 내줄 테니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해!”“알았어요.”태용은 표정이 어두웠다. 딱 봐도 내키지 않아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유일한 중장인 형도 도범에게 당해내지 못했으니 달리 방법이 없었다.그는 곧바로 카드에 있는 돈을 도범의 계좌로 보내고 태철민에게 계좌를 알려줘 나머지 1000억을 송금했다.돈을 송금하는 순간 태철민은 가슴이 뜯겨나가는 듯 고통스러웠다. 태용이 송금한 1000억은 내기에서 번 돈이니 괜찮았지만 그의 1000억은 태 씨 가문 돈이었다. 삼류 가문에게 그 돈이 얼마나 큰 건지는 말 할 필요도 없었다. 이로 인해 한동안 아껴 먹고 아껴 써야 하는 건 확실했다.“이제는 우리 아들 데려가도 괜찮겠나?”“당연하죠!”태철민의 물음에 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돈도 받았는데 붙잡을 필요야 없죠. 같이 식사할 것도 아니고.”“그럼 기회 되면 또 보자고!”태철민은 어두운 표정으로 도범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몸을 돌려 용천수와 태용의 친구들을 향해 미소 지었다.“다들 우리 아들 친구이니 함께 가자고. 내가 술이라도 대접할 테니!”“네!”용천수의 낯빛은 무척 어두웠다. 그는 도범을 힐끗 바라본 뒤에야 태철민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하지만 백화점 밖으로 나왔음에도 계속 얼떨떨했다. ‘도범 그 자식 대대장 아니었어? 어떻게 소지훈 중장도 그놈 상대가 안 되지? 설마 아버지 말이 맞았나?
“지훈 씨, 혹시 도범이 진짜로 그렇게 세요? 설마 봐준 건 아니겠죠? 아직 필살기가 남아 있는데 안 쓴 거죠? 그 자식과 싸워서 질 수가 없잖아요. 그 자식 그저 힘만 센 거죠?”한참을 고민에 빠져 있던 용천수는 끝내 참지 못하고 소진훈에게 물었다.“그 사람 엄청 대단한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게 틀림없어요. 저 그 사람 못 이겨요.”소지훈은 진지한 표정으로 백화점 2층 당구장 쪽 위치를 바라보더니 다시 담배를 태웠다.“게다가 제 사촌 동생이 우리 군인을 그렇게 무시했으니 상대가 봐주지 않는 것도 전 이해돼요.”그러던 그때…….“너 정말, 어쩜! 한 판에 200억짜리 내기를 덥석 하겠다고 그러면 어떡해? 상대가 그렇게 자신만만하면 뭔가 있겠구나 생각은 안 들어? 지면 어떡하나 생각은 안 해?”그들 앞에서 걸어가던 태철민이 한심한 아들을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이에 태용은 그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제가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전 그저 저를 놀라게 하려고 제가 못하겠다고 할까 봐 일부러 그런 줄 알고 하겠다고 한 거예요. 게다가 저도 연속 10판 모두 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 했다고요. 기술로 따지면 상대가 저 5판도 이기기 어려워요. 그러면 저한테 있는 돈으로 갚아도 되는데…….”“됐다. 그만하자. 그 자식 실력이 평범한 것 같지 않으니까 오늘 재수 없다 치고 털어버려.”태철민은 생각할수록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그제야 뭔가 생각난 듯 용천수를 바라봤다.“그러고 보니 천수 군, 자네 가문에서 고용한 보디가드가 참 대단한 것 같던데. 그렇게 무서운 실력을 갖고 있을 줄 몰랐네! 그런데 이렇게 의리를 위해 대단한 보디가드를 해고하다니!”그의 말에 용천수는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그가 만약 도범의 실력을 알았다면 그를 해고했을 리가!하지만 이미 벌어진 마당에 후회해 봤자 소용이 없었기에 그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하하, 방법이 없죠. 제가 원래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라. 게다가 저와 태용 씨와의 관계가 이렇게 끈끈한데 어
그 시각…….“가요. 제가 일은 그만뒀지만 여전히 친구니까 집까지 바래다 줄게요!”용천수 일행이 모두 떠나간 뒤 도범이 먼저 정적을 깼다.“도범 씨, 아까 한 말은 제 오빠가 홧김에 한 소리예요. 정말로 일 그만둘 거예요?”그런 그를 용신애는 아쉬운 눈빛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방금 도범이 확실하게 말했다고는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설득하면 마음을 바꾸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못했다.“도범 씨, 잘 생각해야 해요. 한 달에 40억짜리 일자리를 어디서 구해요!”용일비도 많이 아쉬운 눈치였다. 솔직히 가끔 밉기도 했지만 도범이 가면 자주 만나지 못하니까.“하하, 이미 결정했어요.”도범은 싱긋 웃었다.“게다가 저 방금 2000억 벌었잖아요. 한 달에 40억 씩 벌어도 몇 년은 벌어야 2000억인데.”하지만 아쉬워하는 두 사람과 달리 옆에 있던 제갈소진이 눈을 반짝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도범 씨 이제 일자리도 없겠다 우리 집 보디가드 하는 건 어때요? 한 달에 100억 줄게요. 그저 매일 제 곁에서 대화만 하면 돼요. 다른 건 다 할 필요 없는데, 어때요?”제갈소진의 속 보이는 캐스팅 제의에 용신애와 용일비는 어이없었다. 이건 도범더러 일하러 오라는 게 아니라 매일 같이 있어달라는 수작이었으니까.“소진 씨 집에서요?”역시나 그녀의 속내를 알았는지 도범은 멈칫하더니 검지로 상대의 이마를 뒤로 밀었다. “한 달에 200억 준다 해도 싫어요. 이건 뭐 호랑이 굴에 제 발로 들어가는 격 아닌가요?”“호랑이 굴이라니요! 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제가 뭐 잡아먹기라도 한대요?”제갈소진은 불만 섞인 말투로 중얼거리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하긴 호랑이 굴이라니 생각해도 어이없었다.“갑시다. 집까지 데려다줄게요. 저도 일찍 집게 가봐야 해서.”도범은 뭔가 생각하더니 입꼬리를 씩 올리며 혼자 중얼거렸다.“오늘 2000억 벌었으니 우리 마누라 생일 파티를 아주 제대로 준비할 수 있겠네.”그 소리에 나머지 세 명은 할 말을 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