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 씨, 혹시 도범이 진짜로 그렇게 세요? 설마 봐준 건 아니겠죠? 아직 필살기가 남아 있는데 안 쓴 거죠? 그 자식과 싸워서 질 수가 없잖아요. 그 자식 그저 힘만 센 거죠?”한참을 고민에 빠져 있던 용천수는 끝내 참지 못하고 소진훈에게 물었다.“그 사람 엄청 대단한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게 틀림없어요. 저 그 사람 못 이겨요.”소지훈은 진지한 표정으로 백화점 2층 당구장 쪽 위치를 바라보더니 다시 담배를 태웠다.“게다가 제 사촌 동생이 우리 군인을 그렇게 무시했으니 상대가 봐주지 않는 것도 전 이해돼요.”그러던 그때…….“너 정말, 어쩜! 한 판에 200억짜리 내기를 덥석 하겠다고 그러면 어떡해? 상대가 그렇게 자신만만하면 뭔가 있겠구나 생각은 안 들어? 지면 어떡하나 생각은 안 해?”그들 앞에서 걸어가던 태철민이 한심한 아들을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이에 태용은 그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제가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전 그저 저를 놀라게 하려고 제가 못하겠다고 할까 봐 일부러 그런 줄 알고 하겠다고 한 거예요. 게다가 저도 연속 10판 모두 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 했다고요. 기술로 따지면 상대가 저 5판도 이기기 어려워요. 그러면 저한테 있는 돈으로 갚아도 되는데…….”“됐다. 그만하자. 그 자식 실력이 평범한 것 같지 않으니까 오늘 재수 없다 치고 털어버려.”태철민은 생각할수록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그제야 뭔가 생각난 듯 용천수를 바라봤다.“그러고 보니 천수 군, 자네 가문에서 고용한 보디가드가 참 대단한 것 같던데. 그렇게 무서운 실력을 갖고 있을 줄 몰랐네! 그런데 이렇게 의리를 위해 대단한 보디가드를 해고하다니!”그의 말에 용천수는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그가 만약 도범의 실력을 알았다면 그를 해고했을 리가!하지만 이미 벌어진 마당에 후회해 봤자 소용이 없었기에 그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하하, 방법이 없죠. 제가 원래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라. 게다가 저와 태용 씨와의 관계가 이렇게 끈끈한데 어
그 시각…….“가요. 제가 일은 그만뒀지만 여전히 친구니까 집까지 바래다 줄게요!”용천수 일행이 모두 떠나간 뒤 도범이 먼저 정적을 깼다.“도범 씨, 아까 한 말은 제 오빠가 홧김에 한 소리예요. 정말로 일 그만둘 거예요?”그런 그를 용신애는 아쉬운 눈빛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방금 도범이 확실하게 말했다고는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설득하면 마음을 바꾸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못했다.“도범 씨, 잘 생각해야 해요. 한 달에 40억짜리 일자리를 어디서 구해요!”용일비도 많이 아쉬운 눈치였다. 솔직히 가끔 밉기도 했지만 도범이 가면 자주 만나지 못하니까.“하하, 이미 결정했어요.”도범은 싱긋 웃었다.“게다가 저 방금 2000억 벌었잖아요. 한 달에 40억 씩 벌어도 몇 년은 벌어야 2000억인데.”하지만 아쉬워하는 두 사람과 달리 옆에 있던 제갈소진이 눈을 반짝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도범 씨 이제 일자리도 없겠다 우리 집 보디가드 하는 건 어때요? 한 달에 100억 줄게요. 그저 매일 제 곁에서 대화만 하면 돼요. 다른 건 다 할 필요 없는데, 어때요?”제갈소진의 속 보이는 캐스팅 제의에 용신애와 용일비는 어이없었다. 이건 도범더러 일하러 오라는 게 아니라 매일 같이 있어달라는 수작이었으니까.“소진 씨 집에서요?”역시나 그녀의 속내를 알았는지 도범은 멈칫하더니 검지로 상대의 이마를 뒤로 밀었다. “한 달에 200억 준다 해도 싫어요. 이건 뭐 호랑이 굴에 제 발로 들어가는 격 아닌가요?”“호랑이 굴이라니요! 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제가 뭐 잡아먹기라도 한대요?”제갈소진은 불만 섞인 말투로 중얼거리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하긴 호랑이 굴이라니 생각해도 어이없었다.“갑시다. 집까지 데려다줄게요. 저도 일찍 집게 가봐야 해서.”도범은 뭔가 생각하더니 입꼬리를 씩 올리며 혼자 중얼거렸다.“오늘 2000억 벌었으니 우리 마누라 생일 파티를 아주 제대로 준비할 수 있겠네.”그 소리에 나머지 세 명은 할 말을 잃었다. ‘
용신애는 눈살을 찌푸리며 자리에 앉았다.“왜? 그 자식 또 내기 당구니 뭐니 하러 갔어?”딸의 말에 용준혁의 미소는 그대로 굳더니 점점 분노로 변했다. 그는 아들이 요즘 들어 태 씨 가문 자제와 그 친구들과 어울리며 점점 막 나간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표정이 좋을 리가 없었다.“하루 이틀도 아니고 제가 그걸로 이러겠어요? 우리 셋이 도범 씨랑 당구 치러 갔는데 태용 그놈이 글쎄 도범 씨한테 시비를 걸더라고요. 그런데 더 화나는 건 오빠가 그 자식을 싸고돌면서 도범 씨를 해고했어요. 제가 아무리 설득해도 도범 씨도 이제 안 돌아올 건가 봐요!”용신애는 말하면 말할수록 화가 났다. 하지만 화내는 모습마저 귀엽다는 게 함정이랄까?“해고했다고?”해고라는 말을 듣자마자 용준혁의 얼굴은 잿빛이 되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데? 그놈의 자식이 왜 도범 군을 해고한단 말이야? 자세히 말해봐.”용신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오늘 있었던 일을 곧이돋대로 얘기했다.딸의 말을 듣는 도중 용준혁의 낯빛은 점점 어두워지더니 끝내 화를 참지 못하고 테이블을 힘껏 내리쳤다.“이 자식이 내가 도범 군이 절대로 간단한 인물이 아니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적어도 대장이라고 그렇게 잘 보여야 한다고 했는데! 감히 해고를 해?”“그러게 말이에요. 그 뒤로 태 씨 가문 가주가 중장인 조카를 데리고 도범 씨를 찾아왔었는데 상대가 안 되니 마지못해 2000억을 도범 씨한테 줬어요!”“중장도 상대가 안 되다니. 도범 씨가 확실히 대장인 건 확실해졌네요. 몇 급인지는 아직 미지수지만!”광재가 눈살을 찌푸리며 한숨을 쉬었다.“도범 씨가 체면을 얼마나 중요 하고 절대 한입으로 두말할 사람이 아닌데 이번에 도련님이 도범 씨를 해고했으니. 이렇게 갔으니 다시 잡아오는 건 불가능할 겁니다!”“도련님도 참, 어쩌면 태용 그놈을 싸고돌 수가 있는지! 딱 봐도 싹수가 노란 놈을!”그때 옆에 있던 중년 남성이 눈살을 찌푸리며 끼어들었다.“하지만 도범 군이 쪼잔한 사람은 아니라서 이 일을 마음에
용준혁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때 젊은이들 몇 명이서 이곳에 여행 왔었대. 그중 한 여성이 뛰놀다가 박이성과 부딪혔는데 얼마나 예뻤는지 박이성이 그 여성을 어떻게 해보려다가 나머지 남자들한테 된통 맞았다지 뭔가. 소문에 그 청년들 실력이 보통이 아니었대.”그리고 한참을 말하다가 잠시 한숨을 돌렸다.“그들이 가기 전 박이성의 이름을 물어보고는 죽기를 기다리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갔다지 아마. 알고 보니 그자들은 박이성이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들이었던 거지!”“누굽니까? 얼마나 대단했으면 병역에 손을 쓸 수 있죠?”옆에서 듣고 있던 광재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용신애도 눈을 반짝이며 아버지를 바라봤다. 보아하니 이야기가 많이 재밌는 모양이었다. 솔직히 박 씨 가문에서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려 박 씨 가문에 군 입대 명령 떨어졌다는 건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하지만 이름을 특정 짓지 않는 바람에 박 씨 가문 가주가 기회를 엿봐 사위를 대신 보냈었다.사람들의 뜨거운 눈빛에 용준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상세한 건 나도 모르네. 그저 경성 쪽 세력이라는 것밖에. 10대 가문 쪽 사람일지도 모르지.”그리고 짤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네 오빠가 오면 오늘 아주 단단히 혼내줘야겠어. 허구한 날 사고나 치고 다니고. 남성그룹은 앞으로 네가 맡아.”“저요?”
큰 프로젝트를 자기한테 넘겨준다는 용준혁의 말에 용신애는 눈살을 찌푸렸다.“아빠! 그러면 나 자주 놀러 가지도 못하잖아요! 나 아직 어린데. 오빠한테 맡기면 안 돼요?”“걔한테?”용준혁의 입가에는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그 자식은 허구한 날 당구 내기나 하고 다니는데 뭘 믿고 맡겨? 이러다 가문 전체를 말아먹을까 걱정되는데. 내가 그 애한테 일을 맡겨놓고 너무 안일했어. 얼마 전 회사 장부를 확인해보니 두 달 사이 적자가 났더구나. 이게 다 네 오빠가 제때에 사인하지 않고 미루는 바람에 손해 본 거야! 돈을 벌지 못한 것도 모자라 이리저리 위약금이나 물고 다녀야 하다니 원!”“헐! 오빠가 잘못했네!”아버지의 말에 용신애는 화를 참지 못했다. 돌이켜보니 오빠가 이미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런데 아빠, 남성그룹은 우리 가문에서 제일 규모가 큰 회사인데 저한테 맡기면 오빠가 기분 나빠하면 어떡해요?”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걱정이 앞서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흥!”용준혁은 같잖다는 듯 입을 열었다.“그 자식 기분이 어떻건 알게 뭐야? 우리 가문 사업이 그 자식 손에 망가지게 둘 수는 없잖아! 네가 평소에 쇼핑이니 뭐니 하며 나다니기 좋아한다지만 내가 맡겨준 계열사들은 잘 경영하고 있더구나. 일 년 내로 돈도 꽤 벌었고. 내가 아무리 딸이라도 똑같은 내 자식이야, 네 오빠가 남자라고 그 자식만 편애할 수는 없잖아.”옆에서 듣고 있던 광재도 고개를 끄덕였다.“세상의 이치가 이런 것 아니겠습니까? 뭐든 실력 있는 사람이 차지하는 법, 만약 아가씨가 경영에 재능이 있다면 중용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실패가 너무 빨리 오면 수습할 수도 없습니다. 용 씨 가문의 사업이 아무리 크다 할지라도 경영에 차질이 생기면 무너지는 것도 한순간입니다!”“맞는 말이야!”곁에 있던 어르신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마디 씩 거들었다.“알겠어요.”용신애는 할 수 없이 동의했다. 오빠와 싸우고 싶지 않았지만 요 며칠 그의 태도만 놓고 보면 걱정이 앞
“아, 그 집 도련님이 해고했구나!”나봉희는 아무 생각 없이 웃다가 갑자기 이상함을 발견하고 놀란 듯 되물었다.“뭐라고? 해고했다고? 왜? 대체 왜 자네를?”“무슨 일인데 그렇게 호들갑이야?”그때 박영호가 방에서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오더니 물었다.“여보, 도 서방이 글쎄 해고됐대! 한 달에 40억짜리 일자리에서 해고됐다고!”나봉희는 답답했는지 발을 동동 굴렀다.“뭐?”놀란 건 박영호도 마찬가지였다.“도 서방, 지금 장난한 거지? 지금 우리랑 농담한 거지? 자네가 해고되다니!”하지만 펄쩍 뛰던 것도 잠시 의아한 듯 침착하게 물었다.“아닌데? 자네가 해고됐을 리가? 자네 용 씨 가문과 관계가 좋다고 하지 않았어? 용 씨 가문 둘째 아가씨는 아무 말도 없던가? 자네를 해고한 게 큰 도련님이라며? 설마 다시는 돌아가지 못해?”나봉희도 순간 의문이 들었다.“그러니까. 자네 용 씨 가문 둘째 아가씨를 도와 건달들도 쫓아냈었다며?”“하하, 신애 씨와 가주님은 당연히 저 쫓아내지 않죠. 해고를 반대하기도 했고.”도범은 두 사람을 향해 싱긋 웃었다.“그런데 그 집 큰 도련님이 한 말을 듣고 계속 일하고 싶지 않아서요!”“대체 무슨 일이길래!”시종일과 아무렇지 않다는 태도에 박영호는 답답해났다.“아무리 더러워도 그렇지 연봉 높은 일자리를 어디서 쉽게 얻울 수 있는 줄 알아? 지금 자네 수중에 20억도 없으면서 앞으로 우리 어떻게 살려고 그래?”이미 고용한 하인과 보디가드만 해도 열댓 명은 되는데 박시율의 월급으로는 턱도 없었다.물론 나봉희한테 돈이 꽤 있긴 하지만 도범이 이미 전체 도시를 들썩일만한 생일파티를 준비하겠다며 박시율과 약속하고 대대적으로 광고까지 한 마당에 돈이 모자라면 큰 망신이었다.“사실 오늘 당구 치러 갔다가 천수 씨와 친한 친구와 모순이 생겼거든요. 당구 내기로 진 돈을 갚으라고 했는데 상대가 돈이 없다고 천수 씨가 대신 사정하는 걸 제가 거절해서 저를 해고했어요. 상대가 해고한다는데 계속 붙어있을 수도 없잖아요. 제가
박영호와 나봉희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치게 편을 드는 것 같았다. 순간 도범과 두 여자가 그렇고 그런 사이는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한 달에 400억짜리 일을 이렇게 쉽게 차버리는 게 이해된다니? 도범이 그 집 보디가드를 하는 게 그 집 복이라니? 이 뭔 개풀 뜯어 먹는 소리도 아니고.“어머님, 제가 태용이라는 사람과 한 내기가 한판에 200억 짜리예요. 제가 10판 모두 이겼고요. 그런데도 싫어요?”그때, 도범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나봉희를 설득했다.“당연히…….”나봉희는 생각을 거치지도 않고 싫다는 말을 내뱉으려다가 뭔가를 인지하고는 놀란 듯 도범을 바라봤다.“뭐? 한 판에 200억? 10판 모두 이겼다고? 그러면 2000억이잖아!”“맞아요, 자그마치 2000억이요. 2000억이나 되는 큰돈을 천수 씨가 사정한다고 포기해요?”도범은 어깨를 으쓱거렸다.“2000억이라니!”박영호는 그의 말에 놀란 듯 쉽게 입을 다물지 못했다.‘이거 너무 큰돈이잖아! 이렇게 큰 내기를 하다니!’“너무 많은 거 아닌가? 한 판에 기껏해야 2만 원, 많아서 20만 원 정도겠거니 했는데 200억이라니! 2000억이나 벌었다니! 그런 돈을 포기하는 게 바보지!”나봉희도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손으로 도범의 어깨를 찰싹찰싹 때렸다.“역시 도 서방이야! 요 며칠 출근하느라 고생도 했겠다 오늘 내가 거하게 준비해서 우리 도 서방 건강 좀 챙겨줘야겠어!”“그런데 어머님, 이 일자리는 이제 정말 그만두는 거예요!”도범은 일부러 다시 한번 나봉희에게 상기시켰다.“아유, 그만두면 그만뒀지! 2000억이나 벌었는데 회사 하나 차려도 되지, 뭐가 무서워? 자네가 사장해!”나봉희는 싱글벙글하더니 보디가드들을 데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자네도 참, 우리 정말 심장이 철렁했어!”나봉희가 떠난 뒤에야 박영호가 웃으며 말했다.“아버님, 사실 2000억이 아니더라도 상대가 저 해고하겠다고 하면 수긍할 생각이었어요. 저 낯두껍게 붙어서 계속 일
박시율이 퇴근할 무렵, 용천수는 이미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취해 있었다.기분이 꿀꿀했기에 태용 일행을 데리고 술을 미시다 보니 이지경이 된 거다. 시간도 늦었겠다 태용은 보디가드 하나를 불러오더니 용천수를 집까지 데려다줄 것을 명했다.하지만 그렇게 집으로 향하던 도중. 용정 부동산을 지나던 그때, 용천수는 갑자기 보디가드더러 차를 길가에 세우라고 요구했다.“천수 도련님, 왜 그러십니까? 속이 안 좋으신가요?”태 씨 가문 보디가드가 눈살을 찡그리더니 고개를 돌려 용천수를 바라봤다.“아니! 볼 일 있어! 씨발 생각할수록 열받잖아. 보디가드가 감히 내 말을 무시하고 사람들 앞에서 개망신을 줘?”용천수는 씩 웃으며 차에서 내리더니 다시 안으로 쑥 고개를 들이밀었다.“너, 여기서 딱 기다려. 나 금방 갔다 올 테니까.”“네.”남자의 대답에 용천수는 비틀거리며 회사로 향했다.“천수 도련님, 여긴 무슨 일이십니까?”“도련님, 안녕하세요.”용천수를 보는 순간 직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몸에서는 술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하하, 일들 해. 난 회사 꼴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보러 온 것뿐이니까!”하지만 용천수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웃으며 구매팀 쪽으로 몸을 돌렸다.“이쪽인가?”얼마 지나지 않아 박시율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그는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고민도 없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그러고는 문을 안에서 잠가버렸다.“도련님이 여긴 어쩐 일이래요? 술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그때, 구매팀 직원 루비가 눈살을 찌푸리며 옆에 있는 팀장 최소희에게 물었다.그러자 최소희는 뭔가를 안다는 눈치로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루비의 낮게 속삭였다.“하하, 루비 씨 참 순진하다. 그걸 아직도 모르겠어요? 왜 나 대신 갑자기 박시율이 매니저가 됐는지 알아요? 게다가 용 씨 가문에서 왜 박시율 남편에게 그렇게 살갑게 굴겠어요?”그리고 팔짱을 두르더니 의미심장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이제 알겠어요? 박시율 도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