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집 도련님이 해고했구나!”나봉희는 아무 생각 없이 웃다가 갑자기 이상함을 발견하고 놀란 듯 되물었다.“뭐라고? 해고했다고? 왜? 대체 왜 자네를?”“무슨 일인데 그렇게 호들갑이야?”그때 박영호가 방에서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오더니 물었다.“여보, 도 서방이 글쎄 해고됐대! 한 달에 40억짜리 일자리에서 해고됐다고!”나봉희는 답답했는지 발을 동동 굴렀다.“뭐?”놀란 건 박영호도 마찬가지였다.“도 서방, 지금 장난한 거지? 지금 우리랑 농담한 거지? 자네가 해고되다니!”하지만 펄쩍 뛰던 것도 잠시 의아한 듯 침착하게 물었다.“아닌데? 자네가 해고됐을 리가? 자네 용 씨 가문과 관계가 좋다고 하지 않았어? 용 씨 가문 둘째 아가씨는 아무 말도 없던가? 자네를 해고한 게 큰 도련님이라며? 설마 다시는 돌아가지 못해?”나봉희도 순간 의문이 들었다.“그러니까. 자네 용 씨 가문 둘째 아가씨를 도와 건달들도 쫓아냈었다며?”“하하, 신애 씨와 가주님은 당연히 저 쫓아내지 않죠. 해고를 반대하기도 했고.”도범은 두 사람을 향해 싱긋 웃었다.“그런데 그 집 큰 도련님이 한 말을 듣고 계속 일하고 싶지 않아서요!”“대체 무슨 일이길래!”시종일과 아무렇지 않다는 태도에 박영호는 답답해났다.“아무리 더러워도 그렇지 연봉 높은 일자리를 어디서 쉽게 얻울 수 있는 줄 알아? 지금 자네 수중에 20억도 없으면서 앞으로 우리 어떻게 살려고 그래?”이미 고용한 하인과 보디가드만 해도 열댓 명은 되는데 박시율의 월급으로는 턱도 없었다.물론 나봉희한테 돈이 꽤 있긴 하지만 도범이 이미 전체 도시를 들썩일만한 생일파티를 준비하겠다며 박시율과 약속하고 대대적으로 광고까지 한 마당에 돈이 모자라면 큰 망신이었다.“사실 오늘 당구 치러 갔다가 천수 씨와 친한 친구와 모순이 생겼거든요. 당구 내기로 진 돈을 갚으라고 했는데 상대가 돈이 없다고 천수 씨가 대신 사정하는 걸 제가 거절해서 저를 해고했어요. 상대가 해고한다는데 계속 붙어있을 수도 없잖아요. 제가
박영호와 나봉희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치게 편을 드는 것 같았다. 순간 도범과 두 여자가 그렇고 그런 사이는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한 달에 400억짜리 일을 이렇게 쉽게 차버리는 게 이해된다니? 도범이 그 집 보디가드를 하는 게 그 집 복이라니? 이 뭔 개풀 뜯어 먹는 소리도 아니고.“어머님, 제가 태용이라는 사람과 한 내기가 한판에 200억 짜리예요. 제가 10판 모두 이겼고요. 그런데도 싫어요?”그때, 도범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나봉희를 설득했다.“당연히…….”나봉희는 생각을 거치지도 않고 싫다는 말을 내뱉으려다가 뭔가를 인지하고는 놀란 듯 도범을 바라봤다.“뭐? 한 판에 200억? 10판 모두 이겼다고? 그러면 2000억이잖아!”“맞아요, 자그마치 2000억이요. 2000억이나 되는 큰돈을 천수 씨가 사정한다고 포기해요?”도범은 어깨를 으쓱거렸다.“2000억이라니!”박영호는 그의 말에 놀란 듯 쉽게 입을 다물지 못했다.‘이거 너무 큰돈이잖아! 이렇게 큰 내기를 하다니!’“너무 많은 거 아닌가? 한 판에 기껏해야 2만 원, 많아서 20만 원 정도겠거니 했는데 200억이라니! 2000억이나 벌었다니! 그런 돈을 포기하는 게 바보지!”나봉희도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손으로 도범의 어깨를 찰싹찰싹 때렸다.“역시 도 서방이야! 요 며칠 출근하느라 고생도 했겠다 오늘 내가 거하게 준비해서 우리 도 서방 건강 좀 챙겨줘야겠어!”“그런데 어머님, 이 일자리는 이제 정말 그만두는 거예요!”도범은 일부러 다시 한번 나봉희에게 상기시켰다.“아유, 그만두면 그만뒀지! 2000억이나 벌었는데 회사 하나 차려도 되지, 뭐가 무서워? 자네가 사장해!”나봉희는 싱글벙글하더니 보디가드들을 데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자네도 참, 우리 정말 심장이 철렁했어!”나봉희가 떠난 뒤에야 박영호가 웃으며 말했다.“아버님, 사실 2000억이 아니더라도 상대가 저 해고하겠다고 하면 수긍할 생각이었어요. 저 낯두껍게 붙어서 계속 일
박시율이 퇴근할 무렵, 용천수는 이미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취해 있었다.기분이 꿀꿀했기에 태용 일행을 데리고 술을 미시다 보니 이지경이 된 거다. 시간도 늦었겠다 태용은 보디가드 하나를 불러오더니 용천수를 집까지 데려다줄 것을 명했다.하지만 그렇게 집으로 향하던 도중. 용정 부동산을 지나던 그때, 용천수는 갑자기 보디가드더러 차를 길가에 세우라고 요구했다.“천수 도련님, 왜 그러십니까? 속이 안 좋으신가요?”태 씨 가문 보디가드가 눈살을 찡그리더니 고개를 돌려 용천수를 바라봤다.“아니! 볼 일 있어! 씨발 생각할수록 열받잖아. 보디가드가 감히 내 말을 무시하고 사람들 앞에서 개망신을 줘?”용천수는 씩 웃으며 차에서 내리더니 다시 안으로 쑥 고개를 들이밀었다.“너, 여기서 딱 기다려. 나 금방 갔다 올 테니까.”“네.”남자의 대답에 용천수는 비틀거리며 회사로 향했다.“천수 도련님, 여긴 무슨 일이십니까?”“도련님, 안녕하세요.”용천수를 보는 순간 직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몸에서는 술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하하, 일들 해. 난 회사 꼴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보러 온 것뿐이니까!”하지만 용천수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웃으며 구매팀 쪽으로 몸을 돌렸다.“이쪽인가?”얼마 지나지 않아 박시율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그는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고민도 없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그러고는 문을 안에서 잠가버렸다.“도련님이 여긴 어쩐 일이래요? 술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그때, 구매팀 직원 루비가 눈살을 찌푸리며 옆에 있는 팀장 최소희에게 물었다.그러자 최소희는 뭔가를 안다는 눈치로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루비의 낮게 속삭였다.“하하, 루비 씨 참 순진하다. 그걸 아직도 모르겠어요? 왜 나 대신 갑자기 박시율이 매니저가 됐는지 알아요? 게다가 용 씨 가문에서 왜 박시율 남편에게 그렇게 살갑게 굴겠어요?”그리고 팔짱을 두르더니 의미심장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이제 알겠어요? 박시율 도련님
사전데 말도 없이 불쑥 찾아온 불청객에 박시율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찡그렸다. 게다가 들어오기 바쁘게 문을 걸어 잠그는 것도 모자라 술 냄새를 풀풀 풍기고 있었으니 경계심이 발동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박시율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옆으로 빠져나왔다.“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요.”용천수는 너무 그러지 말라는 식으로 허허 웃더니 박시율을 위아래로 훑어봤다.박시율이 예전부터 예쁘다고 생각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유부녀에다 나이도 자기보다 연상이었기에 그는 지금껏 박시율에게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술기운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박시율의 타이트한 정장 치마가 완벽한 몸매를 부각한 탓인지 그는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한 걸음 한 걸음 박시율에게 다가가던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마침 지나다가 들렀어요. 남산 토지 건은 어떻게 돼가요? 아, 제가 듣기론 80퍼센트 이상이나 되는 자재들 모두 시율 씨 본가 쪽에 오더 넣었다던데?”박시율은 그 말을 듣자 표정이 살짝 굳었다. 솔직히 그녀도 이 일로 사람들의 입에 안 좋게 오르내릴까 봐 걱정했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문제 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총 지배인도 동의한 데다 이제는 물건이 아주 좋다고 칭찬까지 하는 바람에 잠시 안일했다.‘이 일은 총 지배인이 회장님과 신애 씨한테도 얘기해서 용천수 씨도 알고 있었을 텐데. 왜 이제 와서 이 일을 걸고넘어지는 거지?;박시율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네. 천수 도련님도 이미 알고 계신 거 아니었나요? 총 지배인, 신애 씨 그리고 도련님의 부친이신 회장님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공장에 가서 직접 확인까지 마쳤고요. 모두 질량이 좋다고 만족해하셨습니다.”용천수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박시율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나도 당연히 만족해요. 난 만족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 없는데? 그렇지만 이건 재려 문제가 아니란 거죠!”“자재 문제가 아니면 뭡니까?”박시율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이내 몸을 돌렸다.“도련님, 술을 많이 드신 것 같은데 제가
“그래요?”용천수는 따뜻한 물이 담긴 컵을 받으려고 박시율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순간 코끝을 간지럽히는 은은한 향기에 용천수는 정신이 아찔해났다.그리고 마침 그의 손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따뜻한 물이 박시율의 가슴 쪽에 쏟아졌다.“이런!”“아!”물론 뜨겁지는 않지만 박시율은 깜짝 놀라 소리 질렀다.“미안해요. 시율 씨,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닦아들릴게요!”마치 이럴 줄 알았다는 걸 알았다는 듯 용천수는 순간 손을 박시율 쪽으로 뻗었다.“됐어요. 제가 할게요.”그 동작에 놀란 박시율은 연신 뒷걸음치더니 벌렁거리는 심장을 가라앉혔다. 하지만 하마터면 용천수에게 성추행 당할 뻔했다는 생각에 도저히 진정이 되지 않았다. 방금 용천수의 손은 그녀의 가슴과 불과 1센티 정도 떨어진 곳에 멈췄다. 그것도 그녀가 피한 덕에.박시율은 곧바로 테이블 위에 놓인 휴지를 뽑아 가슴 쪽을 마구 닦았다.‘반응 한번 빠르네.’용천수는 박시율한테 거의 닿을 수 있었는데 닿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하지만 박시율이 가슴 쪽을 종이로 마구 닦는 모습을 보는 순간 또다시 욕망이 들끓었다.“시율 씨, 제가 도와드릴게요. 저 이런 거 잘해요!”“도련님,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저를 존중해 줬으면 좋겠네요. 화나려고 하니까.”용천수의 꿍꿍이를 눈치챈 박시율은 낯빛이 어두워졌다.“만약 일적인 보고를 받고 싶으시다면 얼마든지 보고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생각이 있으시다면 당장 나가주세요. 저 도련님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 아닙니다!”박시율의 완강한 태도에 용천수는 화내기는커녕 피식 웃었다.“하하, 이봐요, 시율 씨. 우리 툭 까놓고 말하는 게 어때요? 그쪽이 어떤 여자인지 제가 모를 것 같아요? 시율 씨와 남편 결혼하기 전 만나본 적도 없는 남남이었으면서 식 올리기 바쁘게 합방하고 애까지 낳았잖아요.”신사적 이미지는 진작에 쓰레기통에 버렸는지 그는 더 이상 가증스러운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알게 된 지 몇 시간도 안 되는 남자랑도 관계하면서
“여자인 시율 씨도 그런 소문 새어나가는 걸 상관하지 않는데 남자인 제가 꿀릴 게 뭐 있어요? 게다가 이런 소문이 나면 시율 씨가 저랑 아무 일 없었다고 믿을까요? 한 달에 이천만 되는 월급을 받는 시율 씨가 저를 꼬셨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게다가 재산도 제가 더 많다는 거 잊지 마요.”용천수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그러니까 잘 생각해야 할 거예요. 난 오늘 시율 씨와 하룻밤 보내야겠으니. 내 말 잘 들어야 할 거예요.”“꿈 깨요!”‘용천수가 이런 사람이었다니.’박시율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한마디 할 때마다 변화하는 박시율의 표정에 용천수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잘 생각해요. 동의하지 않으면 해성 그룹과 계약 파기할 테니까. 한 200억 정도 되려나? 저 그 정도 물어줄 돈은 있어요. 당신 남편도 제가 해고했거든요. 한달에 40억짜리 일자리도 잃었으니 앞으로 어떻게 생활하려고 그래요?”“네? 해고요?”‘악랄한 놈, 짐승만도 못한 놈. 감히 이걸로 협박하다니.’박시율은 울화가 치밀었다.“흥분하지 마요. 아직 말 다 끝나지 않았는데.”하지만 박시율을 어떻게 해서든 꺾어보겠다는 듯 입꼬리를 씩 올렸다.“잘 생각해 봐요. 지금 큰 별장에 살면서 시율 씨 부모님도 동생도 딸도 모두 두 사람이 부양해야 하잖아요. 그렇게 많은 보디가드와 메이드한테 월급도 줘야 하잖아요. 그런데 남편이 나한테 기어올라 해고되고 시율 씨마저 내 말을 거역해 해고되면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려고요? 시율 씨가 가문의 이익을 위해 계약을 추진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해고할 수 있어요.”“도련님이 이렇게 파렴치한 인간일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박시율은 이를 갈았다. 그녀더러 굴복하라고 이런 협박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예전까지만 하더라도 용천수도 용신애처럼 마음씨 좋은 사람이라고 남매니까 성격도 닮았다고 생각했었다.그도 그럴 것이 평소 행실은 엄친아에 젠틀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본모습은 사람 탈을 쓴 짐승이었다.“제가 파렴치하다고요?”용천수는
“하하, 놓으라고?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내 말 들으라니까!”용천수는 박시율을 테이블에 밀어붙이며 두 팔 사이에 그녀를 가뒀다.“꺼져!”하지만 위험함을 감지한 박시율은 너무 놀란 나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무릎을 들어 용천수의 다리 사이를 힘껏 가격했다.그리고 곧이어 용천수의 고통 섞인 비명소리가 들려왔다.용천수가 중심부를 부여잡고 바닥에 쪼크리고 앉아 있는 틈에 박시율은 벌떡 일어나 문쪽으로 달려갔다.“개자식. 내가 일 때려치울게!”그러고는 사무실 문을 벌컥 열어젖히고 밖으로 달려나갔다.“이게 무슨 일이래요? 매니저님이 화를 내며 나왔는데요?”“뭐가 잘 안됐나? 머리가 엉망이긴 하지만 문을 열고 나왔으니까. 게다가 우는 것 같던데!”“이상하다. 두 사람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면 이럴 것까지 없잖아요?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닌가?”“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우리 가서 확인해 봐요.”루비와 최소희는 한참을 떠들더니 사무실 쪽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리고 사무실 문앞에 도착한 그때, 표정이 어두운 채 어정쩡한 자세로 쪼크리고 앉아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용천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박시율 씨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 이러다 도련님이 고자라도 되면 어쩌려고?”최소희는 마치 제가 공격이라도 당한 듯 화를 내더니 루비와 함께 안으로 들어가 용천수를 위로했다.그 시각, 박시율은 한숨에 주차장으로 달려 나왔다. 하지만 차에 오른 순간 억울함과 서러움이 북받쳐 오르면서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서야 겨우 평정심을 되찾은 그녀는 곧장 집으로 향했다.“여보, 왔어?”정원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도범은 박시율의 차가 주차되자 곧장 다가와 그녀를 맞이했다.담담하게 미소 지으며 건네는 인사에 박시율은 짤막하게 대답하고는 그의 옆에 앉았다. 하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유독 조용했다.“자기야, 나 일 그만뒀어. 정확히 말하면 그 집 도련님한테 해고당했다는 게 맞지!”도범은 씁쓸한 듯 웃었다.“그런데 뭐 우리 집에 돈이 없는
“그 자식 절대 가만두지 못해!”“가지 마. 상대는 용 씨 가문 사람이야!”박시율은 도범이 충동적인 모습을 보이자 놀랐는지 얼른 그의 손을 잡았다.“여보, 가지 마. 용 씨 가문은 우리가 건드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잖아. 게다가 결과적으로 그 자식도 나한테 아무것도 못했어. 나를 끌어안긴 했지만 내가 바로 빠져나왔고!”“아니. 그냥 넘어갈 수 없어. 만약 자기가 빠져나오지 못했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거잖아! 감히 내 마누라를 건드리다니 용 씨 가문에서도 그 대가를 치러야!”도범은 자기를 꼭 붙잡고 있는 박시율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꽉 그러쥔 주먹에 힘을 풀고는 그녀를 들어 안았다. 그리고 곧바로 차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뭐해? 가지 말라니까!”남편 품에 안겨 있으니 부끄럽고 행복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걱정은 떨쳐낼 수 없었다. 상대는 용 씨 가문인데, 일류 가문들도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용 씨 가문을 도범 혼자서 상대할 수 있을지 하는 생각이 자꾸만 스멀스멀 올라왔다.“걱정 마. 신애 씨를 봐서 죽이지는 않을 거야. 그런데 오늘 일로 자기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지 않으면 어떤 잔인한 일을 벌일지 장담하지 못하겠어.”도범은 차가운 표정으로 운전자 석에 앉더니 박시율을 옆에 태운 채 출발했다.“여보, 그냥 넘어가자니까. 당신이 나 사랑하는 거 아는데 용 씨 가문은 건드리고 싶지 않아. 적이 더 생기면 우리한테 안 좋아. 게다가 용 씨 가문에 숨은 고수들이 얼마나 많은데!”박시율은 여전히 걱정됐다. 도범이 충동적으로 일을 벌이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 계속 설득했지만 그렇게 쉽게 넘어갈 도범이 아니었다.“걱정 마. 아무리 고수라도 당신 남편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그 자식들보다 더 강하거든!”도범은 여전히 담담하게 말하면서 액셀을 밟았다. 그렇게 차는 순식간에 별장을 빠져나왔다.“왜 또 나가시는 거지? 방금 왔으면서.”한편 보디가드들은 문 앞에서 다시 멀어지는 차량을 보며 의아한 듯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