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용천수는 따뜻한 물이 담긴 컵을 받으려고 박시율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순간 코끝을 간지럽히는 은은한 향기에 용천수는 정신이 아찔해났다.그리고 마침 그의 손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따뜻한 물이 박시율의 가슴 쪽에 쏟아졌다.“이런!”“아!”물론 뜨겁지는 않지만 박시율은 깜짝 놀라 소리 질렀다.“미안해요. 시율 씨,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닦아들릴게요!”마치 이럴 줄 알았다는 걸 알았다는 듯 용천수는 순간 손을 박시율 쪽으로 뻗었다.“됐어요. 제가 할게요.”그 동작에 놀란 박시율은 연신 뒷걸음치더니 벌렁거리는 심장을 가라앉혔다. 하지만 하마터면 용천수에게 성추행 당할 뻔했다는 생각에 도저히 진정이 되지 않았다. 방금 용천수의 손은 그녀의 가슴과 불과 1센티 정도 떨어진 곳에 멈췄다. 그것도 그녀가 피한 덕에.박시율은 곧바로 테이블 위에 놓인 휴지를 뽑아 가슴 쪽을 마구 닦았다.‘반응 한번 빠르네.’용천수는 박시율한테 거의 닿을 수 있었는데 닿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하지만 박시율이 가슴 쪽을 종이로 마구 닦는 모습을 보는 순간 또다시 욕망이 들끓었다.“시율 씨, 제가 도와드릴게요. 저 이런 거 잘해요!”“도련님,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저를 존중해 줬으면 좋겠네요. 화나려고 하니까.”용천수의 꿍꿍이를 눈치챈 박시율은 낯빛이 어두워졌다.“만약 일적인 보고를 받고 싶으시다면 얼마든지 보고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생각이 있으시다면 당장 나가주세요. 저 도련님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 아닙니다!”박시율의 완강한 태도에 용천수는 화내기는커녕 피식 웃었다.“하하, 이봐요, 시율 씨. 우리 툭 까놓고 말하는 게 어때요? 그쪽이 어떤 여자인지 제가 모를 것 같아요? 시율 씨와 남편 결혼하기 전 만나본 적도 없는 남남이었으면서 식 올리기 바쁘게 합방하고 애까지 낳았잖아요.”신사적 이미지는 진작에 쓰레기통에 버렸는지 그는 더 이상 가증스러운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알게 된 지 몇 시간도 안 되는 남자랑도 관계하면서
“여자인 시율 씨도 그런 소문 새어나가는 걸 상관하지 않는데 남자인 제가 꿀릴 게 뭐 있어요? 게다가 이런 소문이 나면 시율 씨가 저랑 아무 일 없었다고 믿을까요? 한 달에 이천만 되는 월급을 받는 시율 씨가 저를 꼬셨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게다가 재산도 제가 더 많다는 거 잊지 마요.”용천수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그러니까 잘 생각해야 할 거예요. 난 오늘 시율 씨와 하룻밤 보내야겠으니. 내 말 잘 들어야 할 거예요.”“꿈 깨요!”‘용천수가 이런 사람이었다니.’박시율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한마디 할 때마다 변화하는 박시율의 표정에 용천수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잘 생각해요. 동의하지 않으면 해성 그룹과 계약 파기할 테니까. 한 200억 정도 되려나? 저 그 정도 물어줄 돈은 있어요. 당신 남편도 제가 해고했거든요. 한달에 40억짜리 일자리도 잃었으니 앞으로 어떻게 생활하려고 그래요?”“네? 해고요?”‘악랄한 놈, 짐승만도 못한 놈. 감히 이걸로 협박하다니.’박시율은 울화가 치밀었다.“흥분하지 마요. 아직 말 다 끝나지 않았는데.”하지만 박시율을 어떻게 해서든 꺾어보겠다는 듯 입꼬리를 씩 올렸다.“잘 생각해 봐요. 지금 큰 별장에 살면서 시율 씨 부모님도 동생도 딸도 모두 두 사람이 부양해야 하잖아요. 그렇게 많은 보디가드와 메이드한테 월급도 줘야 하잖아요. 그런데 남편이 나한테 기어올라 해고되고 시율 씨마저 내 말을 거역해 해고되면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려고요? 시율 씨가 가문의 이익을 위해 계약을 추진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해고할 수 있어요.”“도련님이 이렇게 파렴치한 인간일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박시율은 이를 갈았다. 그녀더러 굴복하라고 이런 협박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예전까지만 하더라도 용천수도 용신애처럼 마음씨 좋은 사람이라고 남매니까 성격도 닮았다고 생각했었다.그도 그럴 것이 평소 행실은 엄친아에 젠틀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본모습은 사람 탈을 쓴 짐승이었다.“제가 파렴치하다고요?”용천수는
“하하, 놓으라고?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내 말 들으라니까!”용천수는 박시율을 테이블에 밀어붙이며 두 팔 사이에 그녀를 가뒀다.“꺼져!”하지만 위험함을 감지한 박시율은 너무 놀란 나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무릎을 들어 용천수의 다리 사이를 힘껏 가격했다.그리고 곧이어 용천수의 고통 섞인 비명소리가 들려왔다.용천수가 중심부를 부여잡고 바닥에 쪼크리고 앉아 있는 틈에 박시율은 벌떡 일어나 문쪽으로 달려갔다.“개자식. 내가 일 때려치울게!”그러고는 사무실 문을 벌컥 열어젖히고 밖으로 달려나갔다.“이게 무슨 일이래요? 매니저님이 화를 내며 나왔는데요?”“뭐가 잘 안됐나? 머리가 엉망이긴 하지만 문을 열고 나왔으니까. 게다가 우는 것 같던데!”“이상하다. 두 사람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면 이럴 것까지 없잖아요?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닌가?”“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우리 가서 확인해 봐요.”루비와 최소희는 한참을 떠들더니 사무실 쪽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리고 사무실 문앞에 도착한 그때, 표정이 어두운 채 어정쩡한 자세로 쪼크리고 앉아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용천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박시율 씨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 이러다 도련님이 고자라도 되면 어쩌려고?”최소희는 마치 제가 공격이라도 당한 듯 화를 내더니 루비와 함께 안으로 들어가 용천수를 위로했다.그 시각, 박시율은 한숨에 주차장으로 달려 나왔다. 하지만 차에 오른 순간 억울함과 서러움이 북받쳐 오르면서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서야 겨우 평정심을 되찾은 그녀는 곧장 집으로 향했다.“여보, 왔어?”정원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도범은 박시율의 차가 주차되자 곧장 다가와 그녀를 맞이했다.담담하게 미소 지으며 건네는 인사에 박시율은 짤막하게 대답하고는 그의 옆에 앉았다. 하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유독 조용했다.“자기야, 나 일 그만뒀어. 정확히 말하면 그 집 도련님한테 해고당했다는 게 맞지!”도범은 씁쓸한 듯 웃었다.“그런데 뭐 우리 집에 돈이 없는
“그 자식 절대 가만두지 못해!”“가지 마. 상대는 용 씨 가문 사람이야!”박시율은 도범이 충동적인 모습을 보이자 놀랐는지 얼른 그의 손을 잡았다.“여보, 가지 마. 용 씨 가문은 우리가 건드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잖아. 게다가 결과적으로 그 자식도 나한테 아무것도 못했어. 나를 끌어안긴 했지만 내가 바로 빠져나왔고!”“아니. 그냥 넘어갈 수 없어. 만약 자기가 빠져나오지 못했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거잖아! 감히 내 마누라를 건드리다니 용 씨 가문에서도 그 대가를 치러야!”도범은 자기를 꼭 붙잡고 있는 박시율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꽉 그러쥔 주먹에 힘을 풀고는 그녀를 들어 안았다. 그리고 곧바로 차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뭐해? 가지 말라니까!”남편 품에 안겨 있으니 부끄럽고 행복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걱정은 떨쳐낼 수 없었다. 상대는 용 씨 가문인데, 일류 가문들도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용 씨 가문을 도범 혼자서 상대할 수 있을지 하는 생각이 자꾸만 스멀스멀 올라왔다.“걱정 마. 신애 씨를 봐서 죽이지는 않을 거야. 그런데 오늘 일로 자기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지 않으면 어떤 잔인한 일을 벌일지 장담하지 못하겠어.”도범은 차가운 표정으로 운전자 석에 앉더니 박시율을 옆에 태운 채 출발했다.“여보, 그냥 넘어가자니까. 당신이 나 사랑하는 거 아는데 용 씨 가문은 건드리고 싶지 않아. 적이 더 생기면 우리한테 안 좋아. 게다가 용 씨 가문에 숨은 고수들이 얼마나 많은데!”박시율은 여전히 걱정됐다. 도범이 충동적으로 일을 벌이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 계속 설득했지만 그렇게 쉽게 넘어갈 도범이 아니었다.“걱정 마. 아무리 고수라도 당신 남편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그 자식들보다 더 강하거든!”도범은 여전히 담담하게 말하면서 액셀을 밟았다. 그렇게 차는 순식간에 별장을 빠져나왔다.“왜 또 나가시는 거지? 방금 왔으면서.”한편 보디가드들은 문 앞에서 다시 멀어지는 차량을 보며 의아한 듯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
중장도 거뜬히 때려눕히던 도범의 실력을 생각하니 용천수도 순간 찔렸는지 횡설수설 설명을 덧붙였다.“저도 그 자식이 그렇게 대단한지 몰랐어요. 고작 대대장인 줄 알고 그 자식한테 잘 보일 필요 없는 줄 알았죠. 그런데 해고하고 나서야 중장보다도 강한 놈일 줄 누가 알았겠어요!”“내가 그래서 말했잖아. 도범 군은 적어도 대장급이라고. 일성급 대장이라도 얼마나 대단한데! 그건 그렇다 쳐. 도범군이 여 대장님과 사이가 좋은 것도 몰랐다고 할 수 있어? 우리가 도범군과 사이가 좋았으니 내가 얼마전 여 대장님을 찾아갔을 때 상대가 나를 거들떠 봐주기라도 했지. 그러지 않으면 국물도 없었어!”용준혁은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못난 자식놈 때문에 하늘이 내려준 기회가 날아간 건 아닌지, 도범의 심기를 건드린 건 아닌지 생각하니 낯빛이 점점 어두워졌다.“그게 뭐 대수라고! 내일 다시 출근하라면 될 거 아니에요!”용천수는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았지만 뜻을 굽힐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많은 어르신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제 뜻을 밀어붙일 수는 없었으니.“하, 도범 군 성격에 대장이라면 그깟 돈이 없을까? 국가에서 내려오는 돈만 해도 몇만억은 됐을 거다. 그런 사람이 우리 집 보다가드를 하겠다고 수락한 건 우리 집 복이었다고. 도범 군이 뭐 심심해서 수락한 줄 알아?”용천수는 허무하게 웃었다. 그도 사실 조금은 눈치챘다. 도범이 평범한 신분은 아닐 거란 것을. 그런데 그걸 티 내지 않고 전투력마저 숨겼으니 이런 일이 벌어진 거였다. 고작 대대장인 줄 알고.“그 자식한테 그렇게 많은 돈이 있다고요?”생각하면 할수록 낯빛이 어두워졌다. 만약 이게 다 사실이라면 그는 정말로 큰 실수를 저지른 거다.하지만 또 평범해 보이고 남의 집 보디가드나 하던 그를 떠올려 보니 아버지가 너무 갔다 싶기도 했다. ‘돈이 그렇게 많은데 왜 남의 집 보디가드나 하고 있겠어?’그런데 그때.“그걸 말이라고 해? 분명 대장급이라니까. 그러면 돈이 많은 건 당연하지!”용준혁이 냉담한
용천수는 당황해서 변명했다.“도범 군의 원한이라도 사면 어떡하려고 그래? 내가 미리 말하는데, 네가 만약 도범 군에게 원한을 사면 내가 나서도 너 못 구해!”그 말을 들은 용준혁은 화가 나서 뭔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아들 하나 있다는 게 왜 매번 이렇게 사고를 치고 다니는지 한숨이 났다.하지만 용천수는 아무렇지 않은 눈치였다. “뭔 그런 농담을 하세요! 우리 일류 가문이에요. 가문에 숨은 고수가 수두룩한데 그 자식이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여럿이 공격하는데 상대가 안 되겠어요?”솔직히 도범이 그렇게 무서운 존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참, 오늘 네가 오기를 기다린 건 다른 일도 있어. 요즘 네가 하는 행실을 보니 영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 같아서 내가 남성그룹을 가봤거든. 그런데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더구나. 그래서 앞으로 남성그룹은 네 동생이 맡기로 했다. 앞으로 사고 좀 치지 말고 잘 반성해.”용준혁이 싸늘한 목소리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했다.“뭐라고요? 아버지. 지금 제가 잘못 들은 거죠? 남성그룹이라고요?”용천수는 자기가 잘못 들은 거라고 믿고 싶었다. 때문에 아버지의 입에서 아니라는 대답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용준혁을 바라봤다.‘꼬맹이가 회사 일을 어떻게 맡는다고.’그에게 있어 용신애는 아직도 애였다. 회사 경영이라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기에는 아직 어렸다. 그래서 지금껏 남성그룹은 자기 것이고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을 거라고 자신해 왔다.남성 그룹은 용 씨 가문에서 거의 반을 차지하는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회사를 관리한다는 건 가문의 차세대 주인이라는 걸 암시했으니.그래서 그는 지금껏 한없이 자부했다. 밖에 나가서도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고 모든 사람들이 그가 회사를, 용 씨 가문을 이끈다고 생각하며 보내는 시선과 대접에 이미 심취해있었다.그런데 그룹 경영에서 빠지라니. 물론 남성그룹 외에 그는 다른 회사도 함게 경영하고 있었지만 모든 회사를 다 합쳐도 남성그룹 하나만 못하다.“그래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어떻게 할지 모른다고? 아버지, 보세요. 저 자식 말투 좀 보세요. 저 자식한테 우리 용 씨 가문은 안중에도 없다니까요!”서하의 말에 용천수는 버럭 화를 내며 아버지를 부추겼지만 실제로는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설마 박시율이 그새 도범한테 일러바쳤나?’그는 솔직히 안일했다. 자기가 아무리 박시율에게 그런 짓을 하려 했다지만 결과적으로 아무 일도 없었고 박시율이 체면 때문에라도 혹은 용 씨 가문이 무서워서라도 이 일을 비밀로 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런데 도범이 이렇게 쳐들어왔다면 일이 틀어진 게 틀림없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아버지를 부추기는 수밖에.그런데 그때.“맞는 말이야. 감히 우리 용 씨 가문을 협박하려 들어?”용 씨 가문의 고수 하나가 벌떡 일어났다. 그는 용 씨 가문의 숨은 실력자였다. 광재보다도 실력이 뛰어나고 중장쯤은 거뜬히 이길 수 있는 사람인데다 대장급과도 겨뤄볼 만한 실력을 갖춘 자.그만한 실력을 갖춘 자였기에 도범의 도발에 참지 못하고 가장 먼저 일어난 것이다.“홍 씨 어르신 말이 맞습니다. 어린 것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이런 놈은 혼쭐을 내줘야 해요!”가문의 실력자가 자기를 도와 말하자 용천수는 뱃심이 두둑해졌다.“맞긴 뭐가 맞아? 저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건 그럴만한 실력이 된다는 거야!”용신애는 한심한 용천수를 째려보고는 용준혁에게로 고개를 돌렸다.“아빠, 이제 어떡해요? 보아하니 오빠가 도범 씨 아내를 해고한 일에 화가 난 모양이에요.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찾아올 사람이 아닌데.”“신애야. 네가 지금 하는 행동이 오히려 저놈 기세를 등등하게 해준다는 생각이 안 들어?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지. 겨뤄보지도 않고 어르신이 질 거라고 어떻게 단정 지어?”“그래, 신애야. 우리 실력을 너무 낮게 평가한 거니 아니면 도범 그 자식 실력을 너무 믿는 거니?”홍 씨 어르신은 순간 기분이 언짢았다. 그의 실력은 용 씨 가문에서도 손꼽히는데 겨뤄보지도 않았는데 그런 말
박시율은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오자 덜컥 겁이 났다. 상대는 족히 이백 명가량 되는 사람이었다.하지만 도범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용천수에게 싸늘하게 말했다.“용천수, 당장 내 아내 앞에 무릎 꿇고 머리 조아려. 그러면 오늘 네 책임 묻지 않을게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후회하지 마!”“어린 것이 어디서 기어올라!”더는 보다 못한 홍 씨 어르신이 버럭 화를 냈다. 그도 한 성격 하는 사람인지라 도범의 말투가 못내 아니꼬웠던 모양이다.“여기 용 씨 가문이야. 천수는 용 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고! 그런 사람의 이름을 함부로 입는 것도 모자라 무릎 꿇고 빌라고? 아무리 안하무인이라도 정도가 있어야지!”하지만 도범은 노인을 싸늘하게 바라봤다.“저와 용천수의 일에 끼어들지 마세요!”“이…….”홍 씨 어르신은 울화가 치밀어 주먹을 꽉 쥐었다.“그래. 네 실력이 대체 어떤데 이렇게 나오나 한번 보자고!”하지만 그때.“그만하게!”용준혁이 다급히 소리쳤다. 그리고 홍 씨 어르신이 동작을 멈추자 도범에게 웃으며 말했다.“도범 군, 천수 이놈이 술에 취해 흥분했나 본데 눈 한번 감아주면 안 되겠나?”그러고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이렇게 하는 건 어떻겠나? 두 사람 모두 내일부터 다시 출근하게. 내가 월급을 두 배로 올려주지. 그러고 200억을 보상해 주겠네. 어떤가?”중주의 최고 갑부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공손한 태도였다.“가주님, 죄송합니다만 오늘 일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가주님이 전에 저에게 베풀어주신 호의도 있고 신애 씨와도 친구 사이이니 이 정도로 끝내려는 거지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시신을 거두고 계셨어야 할 겁니다!”“여보…….”손을 들어 앞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도범의 말투는 담담해 보였지만 거스를 수 없는 카리스마가 담겨 있었다.하지만 박시율은 남편의 행동에 할 말을 잃었다. 용 씨 가문에서 이렇게까지 양보했는데도 체면을 봐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