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천수는 당황해서 변명했다.“도범 군의 원한이라도 사면 어떡하려고 그래? 내가 미리 말하는데, 네가 만약 도범 군에게 원한을 사면 내가 나서도 너 못 구해!”그 말을 들은 용준혁은 화가 나서 뭔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아들 하나 있다는 게 왜 매번 이렇게 사고를 치고 다니는지 한숨이 났다.하지만 용천수는 아무렇지 않은 눈치였다. “뭔 그런 농담을 하세요! 우리 일류 가문이에요. 가문에 숨은 고수가 수두룩한데 그 자식이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여럿이 공격하는데 상대가 안 되겠어요?”솔직히 도범이 그렇게 무서운 존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참, 오늘 네가 오기를 기다린 건 다른 일도 있어. 요즘 네가 하는 행실을 보니 영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 같아서 내가 남성그룹을 가봤거든. 그런데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더구나. 그래서 앞으로 남성그룹은 네 동생이 맡기로 했다. 앞으로 사고 좀 치지 말고 잘 반성해.”용준혁이 싸늘한 목소리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했다.“뭐라고요? 아버지. 지금 제가 잘못 들은 거죠? 남성그룹이라고요?”용천수는 자기가 잘못 들은 거라고 믿고 싶었다. 때문에 아버지의 입에서 아니라는 대답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용준혁을 바라봤다.‘꼬맹이가 회사 일을 어떻게 맡는다고.’그에게 있어 용신애는 아직도 애였다. 회사 경영이라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기에는 아직 어렸다. 그래서 지금껏 남성그룹은 자기 것이고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을 거라고 자신해 왔다.남성 그룹은 용 씨 가문에서 거의 반을 차지하는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회사를 관리한다는 건 가문의 차세대 주인이라는 걸 암시했으니.그래서 그는 지금껏 한없이 자부했다. 밖에 나가서도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고 모든 사람들이 그가 회사를, 용 씨 가문을 이끈다고 생각하며 보내는 시선과 대접에 이미 심취해있었다.그런데 그룹 경영에서 빠지라니. 물론 남성그룹 외에 그는 다른 회사도 함게 경영하고 있었지만 모든 회사를 다 합쳐도 남성그룹 하나만 못하다.“그래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어떻게 할지 모른다고? 아버지, 보세요. 저 자식 말투 좀 보세요. 저 자식한테 우리 용 씨 가문은 안중에도 없다니까요!”서하의 말에 용천수는 버럭 화를 내며 아버지를 부추겼지만 실제로는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설마 박시율이 그새 도범한테 일러바쳤나?’그는 솔직히 안일했다. 자기가 아무리 박시율에게 그런 짓을 하려 했다지만 결과적으로 아무 일도 없었고 박시율이 체면 때문에라도 혹은 용 씨 가문이 무서워서라도 이 일을 비밀로 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런데 도범이 이렇게 쳐들어왔다면 일이 틀어진 게 틀림없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아버지를 부추기는 수밖에.그런데 그때.“맞는 말이야. 감히 우리 용 씨 가문을 협박하려 들어?”용 씨 가문의 고수 하나가 벌떡 일어났다. 그는 용 씨 가문의 숨은 실력자였다. 광재보다도 실력이 뛰어나고 중장쯤은 거뜬히 이길 수 있는 사람인데다 대장급과도 겨뤄볼 만한 실력을 갖춘 자.그만한 실력을 갖춘 자였기에 도범의 도발에 참지 못하고 가장 먼저 일어난 것이다.“홍 씨 어르신 말이 맞습니다. 어린 것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이런 놈은 혼쭐을 내줘야 해요!”가문의 실력자가 자기를 도와 말하자 용천수는 뱃심이 두둑해졌다.“맞긴 뭐가 맞아? 저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건 그럴만한 실력이 된다는 거야!”용신애는 한심한 용천수를 째려보고는 용준혁에게로 고개를 돌렸다.“아빠, 이제 어떡해요? 보아하니 오빠가 도범 씨 아내를 해고한 일에 화가 난 모양이에요.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찾아올 사람이 아닌데.”“신애야. 네가 지금 하는 행동이 오히려 저놈 기세를 등등하게 해준다는 생각이 안 들어?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지. 겨뤄보지도 않고 어르신이 질 거라고 어떻게 단정 지어?”“그래, 신애야. 우리 실력을 너무 낮게 평가한 거니 아니면 도범 그 자식 실력을 너무 믿는 거니?”홍 씨 어르신은 순간 기분이 언짢았다. 그의 실력은 용 씨 가문에서도 손꼽히는데 겨뤄보지도 않았는데 그런 말
박시율은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오자 덜컥 겁이 났다. 상대는 족히 이백 명가량 되는 사람이었다.하지만 도범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용천수에게 싸늘하게 말했다.“용천수, 당장 내 아내 앞에 무릎 꿇고 머리 조아려. 그러면 오늘 네 책임 묻지 않을게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후회하지 마!”“어린 것이 어디서 기어올라!”더는 보다 못한 홍 씨 어르신이 버럭 화를 냈다. 그도 한 성격 하는 사람인지라 도범의 말투가 못내 아니꼬웠던 모양이다.“여기 용 씨 가문이야. 천수는 용 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고! 그런 사람의 이름을 함부로 입는 것도 모자라 무릎 꿇고 빌라고? 아무리 안하무인이라도 정도가 있어야지!”하지만 도범은 노인을 싸늘하게 바라봤다.“저와 용천수의 일에 끼어들지 마세요!”“이…….”홍 씨 어르신은 울화가 치밀어 주먹을 꽉 쥐었다.“그래. 네 실력이 대체 어떤데 이렇게 나오나 한번 보자고!”하지만 그때.“그만하게!”용준혁이 다급히 소리쳤다. 그리고 홍 씨 어르신이 동작을 멈추자 도범에게 웃으며 말했다.“도범 군, 천수 이놈이 술에 취해 흥분했나 본데 눈 한번 감아주면 안 되겠나?”그러고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이렇게 하는 건 어떻겠나? 두 사람 모두 내일부터 다시 출근하게. 내가 월급을 두 배로 올려주지. 그러고 200억을 보상해 주겠네. 어떤가?”중주의 최고 갑부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공손한 태도였다.“가주님, 죄송합니다만 오늘 일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가주님이 전에 저에게 베풀어주신 호의도 있고 신애 씨와도 친구 사이이니 이 정도로 끝내려는 거지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시신을 거두고 계셨어야 할 겁니다!”“여보…….”손을 들어 앞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도범의 말투는 담담해 보였지만 거스를 수 없는 카리스마가 담겨 있었다.하지만 박시율은 남편의 행동에 할 말을 잃었다. 용 씨 가문에서 이렇게까지 양보했는데도 체면을 봐주지
그러던 그때.“홍 씨 그만하게. 내 말을 귓등으로 들은 겐가?”용준혁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홍 씨 어르신이 도범의 상대가 아니라는 걸 이미 눈치챘다.그건 홍 씨 어르신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먼저 공격한 것도 모자라 오히려 실력에서 밀린 것도 분한데 이대로 물러나자니 자존심이 상했고, 전력을 다해 계속 공격하자니 처참한 죽음을 당할 게 뻔했기에 곤란한 상황이었다.그런데 마침 용준혁의 목소리가 들려왔으니 동아줄이라도 잡은 심정이었다. “흥, 내가 가주 체면을 봐서 오늘은 참겠는데 앞으로도 용 씨 가문에 또 이런 태도로 나오면 가만두지 않을 거니 알아서 해!”자존심을 끝까지 버리지 못했는지 콧방귀를 뀌며 물러서는 홍 씨 어르신을 보자 용천수는 표정이 굳었다. 그도 사실 홍 씨 어르신 혼자서 도범의 상대가 아니라는 걸 눈치챘다. 마지막 한 마디도 상대를 협박하는 것 같았지만 체면을 지키기 위해 던진 말이란 걸 알아챘다.“도범 군, 이러는 건 어떻나? 다시 돌아와 일하고 싶지 않다면 내가 160억을 보상으로 줄 테니 이번 일은 눈감아 주면 안 되겠나?”용준혁은 이를 갈며 또다시 조건을 제시했다.솔직히 이 정도 보상이면 무척 많은 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아들은 그저 두 사람을 해고만 했는데 이렇게까지 나오니 그도 기분이 언짢았다.하지만 도범은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사람이기에 이 돈으로나마 가문에 닥칠 재난을 피하고 싶은 마음분이었다.“여보, 우리 그만하자. 160억이면 이미 충분히 많은 돈이잖아.”박시율은 입술을 깨물며 도범을 말렸다.하지만 도범은 여전히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가주님, 제가 가주님과 신애 씨 체면을 생각하지 않으면 가주님 아들은 이미 제 손에 죽었어요! 제 요구는 간단해요. 무릎 꿇고 스스로 뺨 몇 대 때리면 이번 일 넘어가 드리죠. 그렇지 않으면 협상은 없어요!”“도범 씨 너무한 거 아니에요?”하지만 그때 용신애가 먼저 끼어들었다.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도범을 바라봤다.“우리 오빠가 잘
“저, 저 자식이 헛소리 지껄이는 거야!”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자기를 향하자 용천수는 흠칫 놀라더니 이를 악물며 발뺌했다.“헛소리라고요?”남편을 말리던 박시율조차 참지 못하고 용천수를 노려봤다.“하, 그렇게 나오시겠다고요? 도련님께서 그렇게 발뺌하시면 할 수 없죠. 회사 직원들한테 물어보죠. 그렇게 많은 직원들이 상황을 봤으니 뭐라고 대답하는지 보자고요!”박시율의 말에 용천수의 낯빛은 새파랗게 질렸다. 확실히 회사에서 벌어진 일은 어떻게 설명할 수 없었다. 직원들한테 먼저 손을 쓴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솔직히 박시율이 자기를 꼬셨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를 믿어줬을 테니만 그런 말을 하기도 전에 도범이 아내를 데리고 집까지 찾아왔으니 그의 말을 믿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이, 이 때려죽일 놈의 자식!”용준혁은 아들이 그렇게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다는 것을 듣는 순간 하늘이 노래졌다. 그는 분을 참지 못하고 두발 앞으로 다가가 용천수의 뺨을 세게 때렸다.“어떻게 매번 이렇게 사람을 실망시켜? 해고만 한 줄 알았더니 감히 시율 양에게 그런 파렴치한 짓을 저질러? 도범 군이 화내는 것도 이제야 이해되네!”전에 도범에게 불같이 화내던 홍 씨 어르신도 순간 용천수에게 이용만 당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도범의 상황이었다면 오히려 상대를 벌써 죽였을 테니까. 그런데 도범은 용 씨 가문 체면을 봐서 사과만 요구하다니 충분히 너그러운 처사였다.하지만 뺨을 맞은 용천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불만과 화가 끊임없이 차올랐다.“아버지, 지금 이깟 일로 저 때리신 거예요? 저도 인정해요. 그때 제가 술을 먹은 것도 있고 박시율 씨가 또 워낙 예쁜 데다 치마까지 입고 있었으니까 남자로서 그러는 건 정상 아니에요? 게다가 결과가 성공하지 못했으면 된 거 아닌가?”“성공하지 못했다고? 성공했다면 여기 있는 사람 모두 살아서 나가지 못할 거야!”도범은 용천수의 말에 차갑게 웃으며 한걸음 한걸음 다가갔다.그의 눈은 살기가 가득했고 전장에서 수년
용천수의 가랑이 사이로 붉은 피가 흘러나와 그야말로 무서웠다.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에 용준혁은 표정이 굳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현장은 순간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용천수는 용 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거늘 도범의 공격 한 방에 쓰러져 생사를 알 수 없었다.“가주님…….”광재가 눈살을 찌푸린 채 앞으로 나왔지만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 다시 입을 다물었다. 지금 용준혁의 속이 말이 아닐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저 자식을 대신해 복수하려거든 언제든지 오세요. 그런데 그쪽에서 먼저 공격하면 절 감당하지 못할 거란 건 미리 말해두죠.”도범의 싸늘한 경고가 들려왔다.용준혁은 아들이 당한 일에 마음이 아팠지만 겨우겨우 표정을 관리하며 입을 열었다.“도범 군의 화가 풀렸다면 그걸로 됐네. 만약 보상이 더 필요하면 말하게.”“아닙니다!”도범은 담담하게 말하고는 박시율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한참을 걸어 문 앞에 다다랐을 무렵 멈칫하더니 다시 고개를 돌렸다.“걱정 마세요. 아드님 목숨은 붙여뒀으니. 그런데 앞으로 아이을 낳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도범과 달리 박시율은 불안하기만 했다. 용 씨 가문 보디가드가 달려들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저택을 빠져나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등 뒤를 힐끔힐끔 살피던 박시율은 무사히 차에 오르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자기야, 방금 그 한방으로 용천수가 설마 고자가 되는 건 아니겠지? 아무리 그래도 용준혁은 용 씨 가문 삼대 독자인데 이 일로 우리한테 보복이라도 하면 어쩌려고? 아무리 속 시원하다지만 나 좀 불안해.”눈살을 찌푸리며 걱정하는 아내를 보더니 도범은 담담하게 웃었다.“걱정 마. 용준혁은 총명한 사람이야. 아무리 아들이 고자가 되더라도 나한테 그 책임은 묻지 못할걸. 내가 그 아들을 죽이지 않은 게 이미 충분히 체면을 봐준 거야. 감히 내 여자를 건드리려고 했으면 그 벌을 받아야지. 자기가 나와 우리 수아 때문에 그렇게 고생했는데 더 이상 안 좋은 일 겪
박시율은 어이없었다.“자기가 원한다고 그분들이 오겠어? 그런 거로 따지면 나도 그분들이 왔으면 좋겠다.”“정말 왔으면 좋겠어? 그러면 불러와야겠는걸. 내가 부탁하는데 분명히 내 체면 봐줄 거야!”“퍽이나.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당신이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줄 알겠어.”자신만만해서 씩 웃는 도범을 박시율은 홱 째려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그제야 자기 다리에 올려진 도범의 손을 발견했는지 얼굴을 붉히더니 그의 손을 탁 쳐냈다.“운전 똑바로 해. 손으로 어딜 만지고 있어!”“하하. 설마 부끄러워하는 거야? 그러면 오늘 밤엔 괜찮겠지?”능글맞은 도범의 말에 박시율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변태. 내가 말을 말자! 그런데 우리 모두 백수가 됐고 자기가 용 씨 가문의 원한까지 샀으니 어떡해? 휴, 정말 자기 말대로 복수하러 오지 말았으면 좋겠다.”“걱정 마. 복수하겠으면 아까 바로 했겠지 우리를 쉽게 보냈겠어?”“그건 그래.”“…….”그렇게 떠드는 사이 차는 어느새 별장에 도착했다. “맞다. 내가 조금 있다가 용천수한테 왜 해고당했는지 얘기해 줄게.”“아, 그러고 보니 자기가 용천수의 심기를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는 게 뭔데? 전에 아무 문제 없이 잘만 출근했잖아.”차를 주차하던 도범은 뭔가 생각난 듯 다시 입을 열자 박시율도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되물었다.“사실 내가 2000억 짜리 큰 프로젝트를 빼앗았거든. 그래서 자기도 너무 걱정하지 마. 당신 남편 오늘 2000억 벌었으니까 한동안 집에서 휴식해. 시간 될 때 우리 못 다녀온 신혼여행이나 다녀오자!”“아이가 이렇게 컸는데 뭔 신혼여행이야?”푸념하면서도 박시율은 마음 한구석이 달콤해났다. 이에 남편의 팔짱을 끼고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말해 봐. 2000억짜리 프로젝트라는 게 뭐야?”“당구. 하하, 사실…….”도범은 오전에 있었던 일을 모두 박시율에게 설명했다.“당신이 당구를 그렇게 빨리 익혔다고? 예전에 한 번도 친 적 없으면서 한 번이 익혔고 그거로 2000억
“가주님, 이 일은 정말 이렇게 넘어갈 생각이에요? 도련님이…….”용 씨 가문 고수 하나가 앞으로 나서더니 용준혁에게 물었다.물론 용천수가 작업 자득인 것은 맞지만 도범이 아내를 데리고 갑자기 쳐들어 온 것도 모자라 용 씨 가문의 도련님을 이지경으로 만들었고 게다가 그 모습이 지나가던 사람들한테 보이기까지 했으니 상황은 몹시 심각했다.다행히 본 사람이 많지는 않다지만 용 씨 가문 체면이 처참히 밟혔으니 쪽팔리는 건 당연했다.“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잖나. 도범 그놈은 확실히 너무 강해. 적어도 나 혼자는 감당이 안 되더군.”홍 씨 어르신이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입을 열었다. 사실 모두 다 함께 덤벼도 솔직히 이길 희망이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건 그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방금 한 말 못 들었어?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거겠지. 이 일은 이렇게 넘어가는 수밖에 없다고.”그의 말을 듣던 용준혁도 해탈한 듯 웃었다.“내가 천수한테 그렇게 당부했는데 들어먹질 않으니 원. 두 사람을 해고한 것도 모자라 도범 군 아내한테 그런 일을 벌일 줄이야. 입장 바꿔 생각하면 다들 우리 천수가 죽이고 싶을 거 아닌가? 도범 군은 우리의 관계를 봐서 이쯤에서 끝낸 거네.”용준혁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이 일은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결정되었다.그러던 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천애가 끼어들었다.“아빠, 지금 시율 씨가 해고됐으니 남산 부동산에 구매팀 매니저 한 명이 비잖아요. 이건 어떡해요?”그리고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게다가 그 프로젝트를 계속 해성 쪽에 맡기는 것도 안 될 것 같은데요…….”"네 말이 맞아. 만약 도범 군이 네 오빠를 때린 일이 새어나갔는데 우리가 아무런 반격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무조건 우리 용 씨 가문을 우습게 생각할 거야. 적어도 반격은 해야 해. 네가 남성 그룹을 맡아야 하니 부동산 쪽은 최소희 씨한테 맡겨. 최소희 씨가 날 실망시키지 않길 바라는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