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가씨, 감사의 의미로 제가 한잔 올리겠습니다!”박시율은 긴장하고 있었다. 한 달에 월급이 2억이라니, 이런 직장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대표직과도 맞먹을 금액이었다.“하하 천만에요. 우리 앞으로 잘 해 봐요!”용신애는 으스대지 않고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술잔에 와인을 부었다. 그리고 박시율이 든 잔과 가볍게 부딪히고 한 모금 마셨다.“도범 씨, 이제 와이프 분도 우리 쪽에서 일하기로 결정되었으니까 발뺌하시면 안 돼요. 원하시는 가격을 말씀해 보세요.”용신애의 얼굴에서 미소가 가실 줄 몰랐다. 그녀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도범을 스카우트하여 보디가드로 들인 걸 아버지가 알게 되면 엄청 좋아할 것이다.연회장 내부의 사람들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도범이 그렇게 무례하게 말했는데도 용신애는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아직까지도 도범을 자기 가문의 보디가드로 쓰지 못해 안달 난 것 같았다.도범이 쓰게 웃었다.“어쩔 수 없죠. 이러면 저도 수락할 수밖에 없겠네요!”여기까지 답한 도범은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월급은 적게 받아도 괜찮습니다. 제가 돈이 부족한 건 아니라서요. 하지만 출근 시간은 제 마음대로 정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제가 여유가 있을 때 출근하고 다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나가서 일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용신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건 더 이상 출근이라 할 수 없었다. 이건 돈을 주고 상전을 모시는 것과 다름이 없지 않은가?“도범이 너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너는 용 씨 가문의 보디가드로 들어가는 거야. 다른 사람 밑에서 일을 하는 거라고. 그러면 당연히 그곳만의 제도에 따라야 할 것 아니니. 어떻게 가고 싶을 때만 갈 수 있어?”나봉희는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어떻게 얻은 좋은 일자리인데 이 자식은 정말이지 너무나 제멋대로였다.거기다 월급은 적게 줘도 괜찮다니? 성취욕 따위는 완전히 없었다.역시 저 쓸
세 명의 경호원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안색이 보기 좋지는 않았다. 도범이 그들을 모욕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무슨 소리 하는 거야?”박시율이 도범을 다그치며 말했다. 용 씨 집안의 둘째 아가씨가 아무리 사람이 좋다고 해도 이렇게 빈번하게 상대방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40억의 월급을 받는 것도 모자라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용 씨 집안을 나갈 수 있게 해달라니? 용 씨 집안의 주인께서 이 소리를 들었다가는 당장 화를 내며 도범을 쫓아낼 것이 분명했다.“도범, 돈 생각에 미쳐버린 거예요? 월급을 적게 달라고 하겠다더니 그 소리가 한 달에 40억을 받겠다는 소리였어요? 경호원이 그렇게 많은 월급을 받는다는 소리는 또 처음 듣네!”옆에 있던 박시연이 도범을 비꼬며 말했다. 그녀는 도범이 일부러 용 씨 집안의 둘째 아가씨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용신애의 경호원들도 화를 내고 있었으니 이제 곧 용신애도 화를 내며 도범을 혼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용신애는 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만약 도범이 정말 전쟁터에서 돌아온 준장이나 대장이라면 이 가격을 부르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할 것도 없었다.하지만 도범은 정말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맞을까?전쟁터의 강자들 사이에도 등급이라는 것이 존재했다.“죄송합니다, 아가씨, 도범이 방금 술을 많이 마셔서 취했나 보네요!”박 씨 어르신도 도범 때문에 놀라 앞으로 나섰다. 행여나 그의 행동이 박 씨 집안까지 말려들게 할까 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아가씨, 그러니까 도범 탓하지 마세요. 그리고 지금 시율이랑 결혼을 했지만 저희랑은 크게 왕래하지 않고 있습니다.”“네, 맞아요, 데릴사위일 뿐이니 사실은 바깥사람이나 다름없죠!”다른 박 씨 집안사람들도 얼른 나서서 해명했다. 행여나 용신애가 자신들을 탓할 까봐서였다.“제가 부른 가격 이미 충분히 낮은 건데, 평소 다른 사람이 저를 부를 때에는 200억부터 시작한다고요, 그런데 제가 지금 아가씨한테 40억을 제
도범의 말을 들은 경호원들은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 그들은 도범이 분명 일부러 자신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바보도 아니고. 저 사람의 능력을 믿는다, 전쟁터에서 5년을 있었으니 그만한 실력이 있는 자일 거다!”용신애는 전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이렇게 높은 가격의 월급을 주는 것이라고 말을 할 수 없었기에 듣기 좋은 말로 설명했다.“맞습니다, 역시 아가씨 안목은 훌륭하십니다!”나봉희가 속으로 기뻐하며 말했다. 도범이 한 달에 40억을 받을 수 있다면 일 년이면 480억을 벌 수 있었다. 도범이 이 일을 평생 할 수만 있다면,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흥분되었다.“아가씨,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형부가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거예요!”박해일도 흥분해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형부?”도범이 고개를 돌리고 박해일을 바라봤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박해일은 도범을 때리겠다고 성화를 부렸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에게 형부라고 부르고 있었다.도범의 말을 들은 박해일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제 누나의 남편이니 당연히 제 형부 아니겠습니까?”“그렇지, 당연히 네 형부지!”나봉희가 신이 나서 말했다.“사위, 나는 자네 능력을 믿어, 앞으로 용 씨 집안에서 일 열심히 해서 큰일을 해내야지.”나봉희의 사위 소리를 들으며 도범은 너무 갑작스럽다는 생각을 했다.“어머니, 제가 20억을 내놓기 전까지 제 신분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도범이 일부러 그 얘기를 꺼냈다.그 말을 들은 나봉희가 순식간에 얼굴을 붉히더니 다급하게 말했다.“자네 월급이 지금 40억이 되는데 그 20억도 못 주겠나?”“아가씨, 진심이십니까?”박 씨 어르신도 놀라 물었다. 물론 도범이 전쟁터에서 5년 동안 몸을 담갔던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세월을 낭비했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40억의 월급을 주겠다고 하다니, 그것도 한낱 경호원에게!“저 용신애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 아닙니다, 그러니
박시율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 이게 다 무슨 일인지.“아무래도 진짜인 것 같구나. 나도 믿기지는 않는데 방금 전, 신애 아가씨께서 분명 그렇다고 얘기했어!”나봉희도 지금의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도범이 무슨 자격으로 그렇게 높은 월급을 받는다는 말이에요?”박시연이 멍청한 얼굴로 생각하다 갑자기 알겠다는 듯 웃었다.“아, 알겠다. 도범, 신애 아가씨 그냥 당신 가지고 장난치는 거예요, 당신이랑 농담 한 거라고요!”“그럴 리가, 방금 신애 아가씨가 내일 출근하라고 한 거 못 들었어? 그런데 그게 농담일 리가 있겠어?”나봉희가 발끈했다.“생각해 보면 알잖아요, 경호원 팀장도 그렇게 높은 월급을 가지기 힘들다는데 도범이 무슨 자격으로 그렇게 높은 월급을 가질 수 있겠어요? 시율이는 부장으로 취직하는 거니까 한 달에 2억씩 받는다 쳐도 도범은 왜 그렇게 많은 월급을 가질 수 있겠어요? 신애 아가씨가 도범을 가지고 놀고 싶어서 일부러 허락한 척한 거라고요. 두고 봐요, 내일 도범이 용 씨 저택으로 가도 집안으로 못 들어갈 게 뻔하니까!”박시연이 비아냥거렸다.“맞아요, 저도 시연이 말이 맞다고 생각해요.”“신애 아가씨는 도범이랑 농담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해요. 도범이 먼저 터무니없는 소리를 했으니까!”박 씨 집안의 다른 이들도 박시연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하지만 도범은 그들의 말에도 개의치 않았다.“아마 그런 농담을 할 담력이 없을 겁니다.”도범의 말을 들은 박시율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도범이 도대체 어떤 신분을 지녔는지 알 수 없었다. 도범 같이 금방 전쟁터에서 돌아온 사람은 널리고 널렸기에 괜찮은 경호원 자리를 찾는 것도 어려웠다. 그런데 도범의 일자리는…“아빠, 한 달에 40억이면 얼마예요? 엄청 많은 거예요?”그때, 밥을 먹고 옆에서 놀던 수아가 달려와 포동포동한 손으로 도범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자신을 올려다보는 수아의 귀여운 모습을 본 도범은 심장이 녹을 것 같았다. 5년 동안 고생을 하
“그래요, 어찌 됐든 용 씨 집안에서 시율이 능력을 인정해 줬고 방금 전, 신애 아가씨도 시율이한테 좋은 프로젝트를 맡게 해준다고 했으니 우리 다 같이 기대해 보자고요. 그래서 우리 박 씨 집안을 조금 도울 수 있다면 무엇보다도 좋겠죠.”박준식도 웃으며 말했다, 어쨌든 이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었다.박 씨 집안은 용 씨 집안에 빌붙으려고 애를 썼지만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용 씨 집안의 회사에서 구매팀 부장 자리까지 차지한 이가 생겼으니 박 씨 집안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아니다, 시율아, 가자마자 박 씨 집안을 위해 힘을 썼다가는 용 씨 집안사람들이 알고 안 좋아할 거다. 금방 갔을 때에는 용 씨 집안사람들의 믿음을 얻는 게 중요해. 그리고 기회가 생기면 박 씨 집안을 보살펴줘야지, 노력해서 그 사람들이 네 능력을 중히 여기게 해야 앞으로 박 씨 집안을 위해 힘을 써줄 때에도 뭐라고 말 못 할 거다.”박 씨 어르신이 고민해 보더니 다시 말했다.최근 들어 박 씨 집안의 사업은 해가 갈수록 점점 더 나빠져 박 씨 어르신도 마음이 급하던 참이었다.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도범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박 씨 집안사람들은 아직 용신애의 목적이 도범을 스카우트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듯했다. 용신애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경호원들은 화가 많이 난 듯했다.그들은 용신애가 신용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상대방의 말에 동의를 했다는 건 이 일이 정해졌다는 것을 의미했다.용 씨 집안 주인의 반대가 있다고 해도 소용은 없을 것이다, 용신애는 제멋대로 하기를 즐기는 사람이었기에 일단 결정한 일을 바꾸기란 쉽지 않았다.“아버지, 좋은 소식 있어요!”거실로 달려온 용신애가 뒷짐을 진 채 웃으며 말했다.“무슨 소식이길래 이렇게 기뻐하는 거야?”용준혁이 웃으며 물었다.“제가 도범 그 사람을 우리 집 경호원으로 스카우트했어요!”용신애가 옆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용천수를 한 눈 보더니 득의양양하게 말했다.“오빠,
“뭐? 그런 요구도 들어줬다고? 월급을 그렇게 많이 주는데 말도 제대로 안 듣겠다는데, 자기가 퇴근하고 싶을 때 마음대로 퇴근을 하게 해달라고? 그게 말이 돼?”용천수가 찻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더니 옆에 있던 용준혁을 보며 말했다.“아버지, 이 자식 너무한 거 아닙니까? 자기가 누군인 줄 알고 저러는 건데요? 전왕이나 전신이면 몰라, 아니면 자기가 뭔데 그런 요구를 하는 겁니까?”“도범이 무슨 신분이든 이런 요구를 내놓지 않는 게 더 이상한 거지, 아니면 실력이 안 된다는 걸 설명하니까!”하지만 용준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40억 따위는 신경도 안 쓸 거다, 신애 말에 허락을 한 것도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야. 아니면 자기 아내랑 시간을 보내려는 것일 수도 있고, 그것도 아니면 좋은 일자리 하나 찾아서 시간을 때우려는 것일 수도 있지. 일자리도 하나 없으면 박 씨 집안에서 도범을 업신여길게 뻔하니까.”“아버지, 그 말씀은 도범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겁니까?”용천수가 미간을 찌푸리고 의아하게 물었다.“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한 놈일지도 몰라, 그리고 능력보다 전신이랑 일반적이지 않은 사이를 지녔다는 게 더 중요하지.”용준혁이 싱글벙글해서 말을 이었다.“도범이 이 집에 들어오면 모두 잘 대해줘야 할 거야, 퇴근하고 싶다고 하면 퇴근시켜줘. 경호원으로 들어오는 거지만 광재랑 같은 대접을 해줘야 해.”“아버지, 광재같이 뒤에서 우리 집을 돌봐주는 사람들은 모두 훌륭한 존재들이잖아요, 그건…”용천수가 난감하게 말했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아버지의 안목을 의심했다. 그도 도범의 자료를 본 적은 있었지만 크게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만약 전신이 도범이 중주로 돌아오려 한다는 것을 알고 같이 온 것이라면 손해가 너무 컸다.하지만 용 씨 집안에게 있어서 40억은 큰돈은 아니었기에 용천수는 더 이상 따지지 않기로 했다, 도범이 정말 자신에게 서프라이즈를 선사해 줄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한편
“좋아, 당신만 안 힘들다고 하면 당연히 문제없지!”박시율이 행복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도범이 금방 전쟁터에서 돌아왔을 때만 해도 그녀는 그가 조금 냉랭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늘 엄숙한 얼굴을 한 도범이 이런 낭만도 아는 사람이었다니.“당연히 안 힘들지, 뒤에 시율이 네가 앉아있다면 절대 힘들지 않아. 매일 업고 출근하라고 해도 힘 안 들 거야.”도범이 웃으며 말했다.“아빠, 나도 아빠한테 업힐래요!”도범의 품에 안긴 수아가 그 말을 듣더니 웃으며 말했다.“그래, 자, 아빠가 우리 수아 업어줄게.”도범이 수아를 단번에 등에 업으며 말했다.“형부, 정말 경호원이 되어서 한 달에 40억씩 벌게 되면 사 한 대만 사주면 안 돼요? 전에 일은 다 오해예요.”장소연이 박해일에게 눈짓을 하자 박해일이 얼른 도범 앞으로 달려가 웃으며 아부를 했다.그도 용신애가 도범을 가지고 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혹시라도 정말일 가능성이 있었기에 미리 도범에게 아부를 했다.“그래, 그런데 너무 비싼 건 안 돼, 2억 이내의 차 정도는 사 줄 수 있으니까 그때 가서 골라 봐.”도범이 고민해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정말요? 2억 안에서 마음대로 골라도 되는 거예요?”도범의 말을 들은 박해일이 흥분해서 물었다. 기껏해야 몇 천만 원짜리 차를 얻어내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도범이 이렇게 통 크게 2억짜리 차를 사 준다고 할 줄이야.“당연하지, 비싼 것도 아니잖아.”도범이 웃으며 대답했다. “자기야, 우리는 그냥 전기스쿠터나 사자, 자기가 나 회사까지 데려다주면 돼, 그리고 월급 받고 돈 생기면 다시 차 사는 거 어때?”박시율이 웃으며 다시 말했다.“나 너무 오랜만에 출근하는 거라 기대돼!”“당신이 말하는 대로 할게, 당신만 원한다면 다 사줄게, 비행기도 사 줄 수 있어!”“비행기 같은 소리 하고 앉았네, 내일 출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벌써 그렇게 들뜬 거야? 도범, 우리가 전에 했던 그 약속 잊지 마, 할아버지 칠순 생신 때 20억을
박시율이 도범에게 농담을 건넸다.“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야, 당신 남편 이렇게 잘생겼으니 누가 탐내는 것도 당연하지.” 도범이 말을 하며 뒷좌석에 앉은 박시율을 힐끔 바라봤다. 그러다가 새하얀 다리를 본 그가 손을 내밀어 박시율의 다리를 가볍게 툭 쳤다.“아!”박시율은 도범이 이렇게 대범하게 굴 줄 몰랐다는 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운전하는데 뭐 하는 거야? 다른 사람이 보면 어쩌려고, 당신이 이런 사람인 줄 정말 몰랐어.”“모기가 있길래 잡아준 건데.”도범이 뻔뻔하게 말했다.“모기는 무슨, 내가 세 살짜리 애인 줄 알아! 또 그런 말 하면 내려서 걸어갈 거야.”박시율이 빨개진 얼굴로 말했다.그때, 옆을 지나가던 페라리에 있던 한 남자가 그 모습을 보곤 침을 삼켰다.“뭐야, 저 여자 누구야? 몸매 죽이네!”운전하던 남자가 박시율을 보자마자 속도를 늦추곤 그녀를 감상했다.그러자 옆에 있던 금발의 여자 하나가 질투 섞인 말투로 말했다.“한 도련님, 나도 예쁜데, 나 좀 봐줘.”여자가 일부러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한 도련님 옆에 앉아있는 여자도 나름 괜찮은 축에 속했다. 게다가 옷차림도 무척 노골적이었다.하지만 한 도련님은 금발의 여자를 한 눈 보곤 박시율을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너는 무언가가 모자라, 분위기도 저 여자보다 못하고, 다 같은 다리지만 차이가 난다고!”그 말을 들은 금발의 여자는 화가 났지만 한 도련님에게 화를 낼 수 없었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때, 박시율의 얼굴을 확인한 여자가 한 도련님을 보며 말했다.“한 도련님, 나 여자 누군지 알아요, 박시율이라고 배달부 남편이랑 결혼을 했는데 5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던데 아마 전쟁터에서 죽은 게 분명해요.”말을 멈췄던 여자가 다시 입을 뗐다.“아이가 있지만 적지 않은 남자들이 박시율을 따라다녔어요, 그런데 모두 거절했다고 하더라고요, 자기가 얼마나 고상한 줄 아나 봐, 뭐 자기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겠다는 건 가. 그런데 이 남자랑 붙어먹은 줄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
두 번째 방법은 고도의 신법을 필요로 하며, 일반적인 무사로서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수준이다. 첫 번째 방법도 강력한 실력이 필요하기에, 주위 사람들이 도범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빙봉천리의 감금 아래에서 도범은 결코 빠져나갈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따라서 모두가 도범이 반드시 패배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도범의 경맥이 감금되면 오양수가 도범을 결코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한편, 도범은 한 손에 장검을 쥐고, 다른 손으로는 연달아 법진을 만들어냈다. 이윽고 백 개의 영혼검이 하나로 융합되어, 거대한 영혼 검이 되어 회흑색 장검 속에 흡수되었다.도범이 전승 상태로 참멸현공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비록 빙봉천리가 지급 상급 무기일지라도, 도범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도범은 현재 참멸현공을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한 상태였고, 영혼검과의 융합으로 생성된 힘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힘이다.도범은 분노에 차서 큰 소리로 포효하며 단칼에 검을 휘둘렀다. 이윽고 회흑색 장검에서 거대한 검기가 날아가면서 하늘을 뒤덮은 얼음망이 도범의 앞에 닥쳐왔다.모두는 쾅쾅하는 몇 번의 뚜렷한 소리를 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단단해 보이던 빙봉천리가 도범의 한 줄기 검기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게다가 이 검기는 빙봉천리를 부순 뒤에도 힘이 전혀 소모되지 않은 채 여전히 앞으로 돌진했다. 이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고, 뒤따라오던 오양수조차 반응하지 못했다.현재 도범의 참멸현공은 대원만의 경지에 도달했다. 비록 빙봉천리가 지급 상급 무기라 할지라도, 참멸현공 앞에서는 종이장처럼 부서질 뿐이었다.모두가 도범이 빙봉천리에 온몸이 봉쇄되어, 도살당할 어린 양처럼 될 것을 기대했으나, 그들의 모든 환상은 산산이 부서졌다. 검날이 빙봉천리를 부순 후, 곧장 반응하지 못한 오양수를 향해 돌진했다. 검날이 오양수의 면전 3척 앞에 닿기 직전에야 오양수는 자신을 보호하려 했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린 상황이었다. 평상시라면 오양수는 공격과 동시에
각양각색의 논조, 그리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끝없는 토론. 그러나 도범은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하지 않았다. 도범은 그저 담담한 눈빛으로 오양수를 바라보았다.잠시 후, 오양수가 무기를 꺼내들자, 도범도 천천히 자신의 회흑색 장검을 꺼내 손에 쥐었다. 이 장검은 오랫동안 도범과 함께한 무기로,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오양수는 청란골패를 가볍게 휘두르자, 뚜렷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한기가 청란골패에서 뿜어져 나오며 분위기를 한순간에 바꾸었다.현재 오양수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이 존재했다. 그건 바로 도범을 쓰러뜨린 뒤, 잔인하게 고통을 주어 그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지 알게 하는 것이었다.오양수는 크게 포효하며 두 손을 뒤집어 법진을 만들어냈다. 그러자 오양수의 손바닥에 육각형 모양의 얼음 화살이 생겨났고, 4초 후, 수백 개의 육각형 얼음 화살이 오양수의 앞을 가득 메웠다.오양수는 다시 한번 포효하며 앞을 향해 힘껏 밀어붙였다. 그러자 수백 개의 육각형 얼음 화살이 도범을 향해 맹렬히 돌진했고, 이 화살들과 함께 엄청난 한기가 도범을 덮쳤다.도범은 눈살을 찌푸린 채, 두 손으로 장검을 단단히 쥐고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조용히 검을 휘둘렀다. 이윽고 수많은 육각형 얼음 화살은 단숨에 두 조각으로 나뉘었다.그때, 관중석에서 다시 한번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도범 저 녀석, 실력이 정말 보통이 아니네요!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오양수가 수련한 무기는 지급 상급 무기, 빙봉천리에요! 그런데 도범이 단칼에 빙봉천리를 가르다니, 실력이 꽤 강한데요!”그 사람이 말을 끝내자마자 주변에서는 곧바로 반박이 나왔다.“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게 무슨 말이에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바라문 세계를 둘러봐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아요? 방금 전의 공격은 단지 약간의 힘만 사용한 거에요. 오양수가 진심으로 도범을 죽이려 했다면, 반항할 틈조차 없었을 거에요!”오양수가 쏘
검은 옷의 대장부는 눈살을 찌푸린 채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내가 무슨 말을 하든 네가 뭔 상관이야! 이 건방진 놈, 죽고 싶어! 마침 상대가 필요했는데, 너의 입탑영패를 가지고 와. 우리 한 판 붙자!”그러자 오수경은 콧방귀를 뀌며 태연하게 말했다.“내 앞에서 강자 흉내 내지 마. 내 가슴에 6품 연단사 휘장이 붙어 있는 걸 못 봤어? 그런데 네가 연단사인 나와 실력을 겨루겠다고? 차라리 연단술을 겨뤄보는 게 어때?”이 말에 검은 옷의 대장부는 말문이 막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규칙이 없었다면 그는 당장이라도 오수경의 목을 조를 기세였다.오수경은 검은 옷의 대장부가 더 이상 말하지 않자, 더욱 신나서 비아냥거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순간 도범이 손을 뻗어 그를 막았다.“너는 왜 이렇게 매사에 신중하지 못해?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들어. 무슨 일이 있어도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해. 알겠어?”도범의 꾸짖음에 오수경은 목을 움츠리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전에 도범에게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더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이때, 검은 옷의 대장부는 냉소를 머금은 채 다시 도범을 바라보았다. 방금 그들의 대화를 일부 들었기에 도범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커진 상태였다.“네가 정말 8품 종문의 친전 제자보다 강하다고 생각해?”도범은 눈살을 찌푸린 채 검은 옷의 대장부를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 검은 옷의 대장부는 도범이 대답하지 않아도 화내지 않았다.이렇게 시간은 점점 흘러갔고, 아마도 내기 때문이거나 도범의 냉담한 태도 때문인지 상황은 이상할 정도로 고요해졌다. 도발적인 말이 다시 들리지 않았다. 제73회 대결이 곧 시작되려 할 때, 도범은 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를 듣지 않게 되었다.잠시 후, 도범은 자리에서 일어나 숨을 내쉬고는 오수경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 그리고는 나지막이 말했다.“누구를 보든, 어떤 말을 듣든, 이 자리에서 떠나지 마.”그 말을 마치고 도범은 큰 걸음으로 대결 무대를 향해 걸어갔다
“내기를 하려면 정식으로 해야 하지 않겠어? 누구도 뒤집을 수 없도록, 우리 계약 하나 체결하자. 네가 이기면 내가 19만 개의 영정을 주고, 내가 이기면 너는 같은 수량의 영정을 줘야 해.”그러자 민경운이 눈살을 찌푸린채 말했다.“너는 사람들과 계약을 맺는 걸 참 좋아하네.”칠현대에서 민경운은 도범이 검은 옷의 대장부와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도범의 거래를 방해했었다. 그런데 도범과 내기를 할 때도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하니 어이없을 따름이었다. 도범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들고 진지한 표정으로 민경운을 바라보며 말했다.“계약을 맺고 싶지 않다면 솔직히 말해. 다른 핑계를 대지 말고, 계약을 맺는 것이 내기에서 가장 확실한 보증이라고 생각할 뿐이야.”이 말을 듣고 나서 민경운은 더 이상 도범과 쓸데없는 말을 나누고 싶지 않았다. 사실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민경운에게는 유리한 일이다.도범은 자신의 실력만 믿고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에게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도범이 이렇게 자발적으로 19만 개의 영정을 내놓으려 한다면, 민경운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짓일 것이다. 그래서 민경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다면 어서 계약을 체결하자.”도범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평생 가장 빠른 속도로 계약 내용을 작성하고 자신의 정혈을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계약서 두루마리를 민경운에게 건네주었고, 민경운은 두말할 것도 없이 자신의 손가락을 그어 피를 떨어뜨렸다.계약서에 적힌 모든 문자가 즉시 뒤틀리며 두루마리의 속박을 벗어나 공중에 떠올랐다. 천지의 기운이 쏟아져 내려와 이 문자들과 얽히기 시작했고, 세 번의 호흡 후에 문자는 다시 두루마리에 합쳐졌다. 이것은 계약이 체결되었음을 의미했다.모든 절차가 끝난 후, 도범은 미소를 머금은 채 계약 두루마리를 회수했다. 계약이 체결되면 변경할 수 없고, 거짓말할 수도 없다.한편, 민경운은 도범의 흥미진진한 모습을 보고 얼굴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민경운은 콧방귀를 뀌며
도범은 고개를 돌려 오양수를 한 번 쳐다보았다. 그 순간 오양수는 진지한 표정으로 도범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진실한 눈빛은 마치 자신이 말한 모든 것이 반드시 이루어질 일이라는 믿음을 주려고 하는 듯했다.도범은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도범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오양수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강했다. 그러나 도범이 말하는 강함은 오양수가 다른 사람들보다 실력이 뛰어나다는 뜻이 아니었다. 오히려 오양수는 다른 사람들을 화나게 만드는 재주가 훨씬 더 뛰어났다.평소에는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도범이지만, 오양수의 몇 마디에 지금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으니 말이다. 도범은 냉소를 터뜨리며 말했다.“네가 한 말 잊지 마.”그러자 오양수는 눈살을 살짝 치켜올린 채 말했다.“당연히 내가 한 모든 말을 기억할 거야!”도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대결 무대에 있는 실력이 비슷한 두 무사에게 시선을 돌렸다. 주위는 다시 적막에 휩싸였다. 오양수는 도범이 시선을 돌리는 모습을 보고 불쾌해났다.오양수가 방금 한 말은 물론 의도가 있었다. 오양수는 자신의 말이 끝나면 도범의 얼굴에 두려움과 걱정이 스며드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도범이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며 몸서리치는 모습을 기대했었다. 도범이 자신에게 자비를 구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도범은 냉소 외에 어떠한 감정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오양수는 자신이 방금 했던 말이 충분히 잔인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민경운의 얼굴도 역시 어두워졌다. 민경운은 오양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도범이 일어날 일을 미리 두려워하며 땅에 엎드려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 그러나 도범의 반응은 너무나 작았다. 잠시 후, 민경운은 깊은 숨을 들이쉬고 오양수 옆에 털썩 앉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오양수 하나만이 자리하고 있었다.한편, 도범은 이들과 더 얽히고 싶지 않아 다시 대결 무대에 집중하며 말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시간을 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