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범은 잠깐 고민하다가 보충해서 말했다.“어쨌든 그쪽도 작은 가문이 아니니까 제대로 혼이 나지 않으면 또다시 찾아와서 귀찮게 할 것 같아서 말이야. 그러면 또 내 생활을 방해받게 되잖아!”장세천이 주먹을 꽉 쥐었다.“젠장 그놈들 눈깔이 단단히 삐었군요. 감히 사모님을 납치하려 했다니. 하 씨 가문은 더 이상 존재할 가치가 없겠습니다!”도범이 고개를 끄덕였다.“다 죽일 필요는 없고. 거기 가드 놈들과 가주나 이런 놈들만 죽이면 돼. 그 집에서 일하는 시종이나 아랫사람들은 죄가 없으니까 살려주고!”“알겠습니다!”장세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뜩 떠오르는 생각에 말을 이었다.“그런데 그렇게 큰 가문을 없애버리면 그 가문이 갖고 있던 재산은요? 엄청 많을 텐데요!”“다 팔아치워. 최대한 현금으로 바꿔서 절반은 기부하고 절반은 우리 둘이 반반 나눠갖지 뭐. 내 계좌번호로 보내면 돼!”도범이 잠깐 고민하다가 결정을 내렸다.“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장세천이 헤실헤실 웃으며 말했다.“오랜만에 몸 좀 풀어보겠네요. 손이 막 근질거리던 참이었습니다. 하하!”곧이어 장세천이 자리를 떠났다. 도범은 차를 몰고 시종들과 요리사 그리고 집 청소를 해줄 아줌마를 구하러 갔다.도범과 헤어진 장세천은 기쁨을 주체 못 했다. 그는 그제야 박 씨 가문의 데릴 사위가 자신의 은인이었음을 알아차렸다. 자신이 그렇게 찾아헤매던 장군님이 바로 그 사람이었다.그는 장군님을 직접 본 것뿐만 아니라 그와 꽤 오랜 시간 대화까지 나누었다. 그야말로 생에 다시없을 영광이었다.가장 감격스러운 건 장군님이 자신에게 일을 맡긴 것이었다. 자신의 은인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집에 돌아오니 몇몇 제자들이 그의 정원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장세천의 표정을 확인하고 하나같이 당황하고 있었다.“무슨 일 있습니까? 10억 짜리 로또라도 당첨되신 겁니까? 왜 그렇게 신이 나셨어요?”한 젊은 여자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
“자자 자 좋은 일이니까 빨리빨리 움직여. 만약 너희들 중 누군가가 이번 보디가드 모집에 참여하게 되면 생에 다시없을 영광이 될 거야!”장세천이 손을 휙휙 저으며 제자들을 향해 말했다.“뭐예요? 도대체 어디 가문의 보디가드인데 영광스러울 정도예요?”여제자가 씩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자신의 사부가 제자들을 놀릴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바로 선수를 쳤다.“사부님 제가 들어가면 안 될까요? 여자 보디가드가 좋다면서요?”장세천이 고민하다가 답했다.“잠깐만 일단은 움직이지 말고 기다리거라. 먼저 실력 좋은 여자 부하들 열 명 정도 생각나는 대로 종이에 적어보자꾸나. 여자 보디가드들로만 하는 게 좋겠어. 그러면 더욱 신비스럽게 보일 거야. 그 편이 나중에 도범의 와이프와 쇼핑을 다니기도 더 편하겠지!”“진짜 몽땅 여자들로만 뽑으실 거예요? 그럼 저희한테는 기회가 없다는 말씀이잖아요?”장세천의 말을 들은 남자 제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사부님의 말로 보아 이번 일은 무조건 좋은 일인 것 같은데 자신한테는 그 차례조차 주어지지 않다니!“사부님 허락해 주실 거죠? 저는 사부님의 우수한 제자잖아요. 저를 먼저 생각해 주세요!”여제자가 입을 삐쭉거렸다.“하는 일도 없어서 무료해 죽겠는데. 보디가드라니, 엄청 재밌을 것 같아요!”“후배님 일하러 가는 거지 놀러 가는 게 아니라고. 보디가드는 매일 순찰도 해야 한다고. 날씨도 이렇게 더운데 진짜 즐겁기만 하겠어? 역시 이런 일은 이 선배님한테 맡기는 게 좋아!”남자 제자가 히쭉히쭉 웃더니 거들먹거리면서 말했다.“흥 제가 전장에서 무슨 꼴을 못 봤겠어요? 설마 궂은 날씨를 못 경험해 봤겠어요? 선배님, 자리가 탐나면 탐난다고 솔직하게 말씀하세요. 비록 말한다고 해도 제가 순순히 내주지는 않을 거지만요. 사부님이 좋은 일이라고 하셨으니까 절대 물러서지 않을 거예요!”여제자가 콧방귀를 뀌며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그래그래. 너를 넣어주마. 그 외에도 실력 좋은 애들로 열명 정도 생각해 보거라. 여자로 해. 레이
“난화 언니는 왜 자원했어?”여자가 빠르게 여난화의 곁에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여난화가 그녀의 귓가에 다가가 역시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영아는 대장님의 제자잖아. 그런 그녀가 앞다투어 나선 걸로 보아 좋은 일이 분명해. 내 생각에는 여전신님의 보디가드가 아닐까 싶어. 우리가 곁에 있으면 여전신님도 더 편할 거잖아. 아니면 왜 굳이 여자들만 모집하겠어?”그녀의 말에 여자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무조건 여자만 모집하는 걸로 보아 여전신일 가능성이 컸다.만약 여전신이 아니라면 장 대장이 저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았을 것이다.이미 세 명이 차자 남은 사람들도 하나 둘 손을 들기 시작했다. 곧바로 열 명이 채워졌다.“됐다. 남은 사람들은 돌아가도 좋다. 갑작스럽게 불렀는데 이렇게 다들 참석해 줘서 고맙구나!”장세천은 남은 사람들을 돌려보냈다.그녀들이 돌아가자 그가 확정된 열 사람을 향해 말했다.“자 너희들은 나를 따라 방으로 오거라. 자세한 상황 설명을 해주지!”방에 들어선 후 장세천이 문을 꼭 닫았다.“사부님 이제는 도대체 누구의 보디가드를 하는 건지 말해주실 수 있죠? 사부님께서 분명 엄청 좋은 일이라고 하셨어요!”영아가 곧바로 웃으며 물었다.“장 대장님, 제 추측으로는 여전신님의 보디가드가 아닐까 싶은데요. 헤헤 사실 진즉 눈치챘어요!”난화라고 하는 여준장이 생긋 미소 지으며 말했다.“하하 열심히 머리를 썼나 보구나!”장세천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물론이죠. 헤헤 제 말이 맞죠?”여난화가 웃으며 답을 재촉했다.“음 그쪽 계열이 맞긴 해. 하지만 틀렸어. 계속 그쪽으로 생각해 봐!”장세천이 슬쩍 힌트를 줬다.“아니에요? 여전신님이 아니었어요?”여난화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이미 하겠다고 한 이상 물릴 수도 없었다. 얌전히 따라가서 보디가드를 하는 수밖에.“전신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예요? 대장님을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또 다른 여자가 눈썹을 찌푸리며 도무지 가늠하지 못하고 있었다
“맙소사 정말이에요? 정말로 장군님이란 말씀이세요? 그분은 예전에 제 목숨을 구해주셨어요!”영아가 흥분해서 날뛰었다.“저는 지금껏 그분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어요. 세상에 이렇게 그분의 실물을 영접할 수 있게 되다니!”“너무 좋아요. 장군님이라니. 여기 열 명 중 한 명으로 뽑혀서 너무 다행이에요. 놓치면 엄청나게 후회했을 거예요. 그분의 보디가드라니, 장군님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건 다시없을 영광이에요!”여난화의 눈동자가 은하수처럼 반짝거렸다. 의젓한 여준장이었던 그녀가 순식간에 빠순이로 돌변해버렸다.“장군님 곁에서, 그분의 가면 아래 감춰져있던 얼굴을 볼 수만 있다면 목숨도 내놓을 수 있어요!”또 다른 소녀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중얼거렸다.“장군님과 한 침대에 누워 그분의 몸을 따뜻하게 데워드릴 기회가 생긴다면 더 바랄 게 없겠어요!”“에헴 무슨 헛소리들이냐? 너희들한테 보디가드를 하라는 거지 밤 시중을 들으라고 보내는 게 아니란 말이다!”장세천은 어이가 없었다. 장군님의 보디가드로 간다는 말에 그녀들의 반응이 이렇게 격렬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었다.하지만 한편으로 이해되기도 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자신도 장군님과 직접 만난 후 아직까지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데. 눈앞의 계집들은 이제 고작 이십 대들이었다. 흥분하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장군님은 이미 모든 전사들의 우상이었고, 이제는 맹목적인 숭배에 이를 정도였다. 그런 장군님의 보디가드로 간다는데 흥분하지 않을 리가 있을까?“너무 좋아요. 장군님은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까요? 잘 생겼나요? 결혼은 하셨어요? 도대체 어떤 분이세요? 중주에 있나요? 왜 그전까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을까요?”“세상에 혹시 최근에 중주로 오셨나요? 왜 아무런 정보도 없었을까요? 그분의 성함은요? 저희는 장군님이라는 사람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밖에 모르는걸요!”한 소녀는 너무나 흥분한 나머지 폭주할 지경이었다. 그녀는 방안을 서성거리며 가끔씩 폴짝폴짝 뛰기까지 했다.“다들 그만, 그만해. 지
그제야 장세천이 입을 열었다.“하지만 오늘 이 일은 너희들만 알고 있어야 한다. 절대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는 안 돼. 장군님께서는 신분을 감추고 그저 평온한 삶을 보내시길 원해. 때문에 애초에 공식 발표에서도 본인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으셨지.”“걱정 붙들어 매세요. 장군님의 평온한 생활을 위해 저희들이 입 꾹 다물고 있겠습니다!”아까 장군님의 침대를 따뜻하게 덥혀주고 싶다던 소녀가 얼른 손을 들고 답했다.“절대 다른 생각을 품어서는 안 된다. 장군님께서는 이미 결혼도 하셨고 딸도 있어. 이 때문에 더 평온한 삶을 바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장세천이 잠깐 개탄하는가 싶더니 다시 그녀들에게 말했다.“그분은 현재 박 씨 가문의 데릴 사위로 계신다!”“도범!”영아는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박 씨 어르신의 생일날 그녀도 연회에 참석했었다. 다만 그녀는 혼자 갔었고 장세천과 모르는 척했을 뿐이었다.때문에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서 똑똑히 알고 있었다.“맙소사 그 남자가 정말로 장군님이셨군요. 전신님이 그렇게 말했던 건 일부러 그분의 신분을 감춰주시려고 그랬던 거고요!”드디어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 영아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그 데릴 사위였군요. 잘 생겼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분이 장군님이었다니!”또 다른 여자가 말을 이었다.“저 예전에 한 번 본 적 있어요. 그때는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핸섬하게 생긴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가 장군님이셨네요!”“똑똑히 기억하거라. 잠시 후 이 방에서 나가는 그 순간 이제껏 내가 했던 말들은 깨끗하게 지워버려야 한다. 그분은 너희의 주인이고 너희들은 그분 가정의 보디가드다!”장세천이 다시 한번 당부했다.“나는 그분께 비밀을 엄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때문에 너희들 역시 맞아 죽는 한이 있어도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 가게 되면 너희들은 아마 그분의 딸, 장인 장모, 그리고 와이프 분 이런 분들을 지키는 일을 맡게 될 것이다. 장군님은 너희들의 보호를 받으실 분이 아니니까. 그분 실력은
오후 두시, 도범은 이미 집에 도착해있었다.시녀 여섯 명, 청소 담당자, 요리사, 2교대를 할 보안 요원 네 명이 정원에 모여 있었다.모두 열 명이 조금 넘었다.“어떠십니까? 이 정도면 될까요?”도범이 하인들에게 설명을 해주고 나봉희를 돌아보며 물었다.“그래 괜찮구나!”나봉희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난생처음 자신이 사장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는 이 사람들을 마음껏 부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5년간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이었다.“참 앞으로 너희들은 여기 지유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면 된다. 알겠지?”도범이 잠깐 생각하다가 하인들을 향해 말했다.“나중에 너희들 월급은 지유한테 지급해 주라고 하겠어. 지유가 너희들에게 장 보는 일 같은 걸 안배해 줄 거야.”“제가요?”지유는 도범의 뜻밖의 호의에 화들짝 놀랐다.“그래. 앞으로는 다 네 주관이야. 월급도 두 배로 올려줄게!”도범이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알겠습니다 도련님!”지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너무나 기뻤다. 그녀는 자신이 주인을 잘못 따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맙습니다 도련님!”“하하 천만에!”도범이 미소 지으며 답했다.“잠깐만 이 사람들은 그냥 집을 지키는 보안 요원이잖니. 보디가드는? 보디가드가 가장 중요하단 말이야. 내가 집 밖에서 또 양아치 같은 놈들을 만나면 어떡하니? 물건을 강탈당하기라도 하면? 내 옥팔찌를 빼앗긴 것만 해도 배 아파 죽겠는데!”나봉희가 뭔가 떠올랐는지 언짢은 기색으로 말했다.“설마 너 보디가드 월급이 비싸니까 돈 아까워서 안 찾으려고 그러는 거니?”도범이 식은땀을 흘리며 서둘러 해명했다.“걱정 마세요 장모님. 그게 아닙니다. 제가 오늘 찾으러 가봤는데 보디가드 업체의 보디가드들이 하나같이 믿음직스럽지 못하더라고요. 제가 사람을 시켜 믿을만한 보디가드를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아마 오늘 오후 아니면 내일이면 올 겁니다!”“그러면 되었다. 너무 많이도 필요 없어. 우리 식구라고 해봤자 몇
이제는 예전과 달랐다. 연로한 어머니는 점점 늙어 갈 것이다. 그녀도 이제는 누릴 줄 알아야 하고 누리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최소한 예전처럼 지나친 절약은 하지 말아야 한다.그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서정을 향해 말했다.“어머니 장모님 말씀이 맞아요. 어머니는 평소 지나치게 절약하세요. 뭐 하나 사는데 아끼지 마세요. 이제는 예전과 달라요. 이러는 게 좋겠어요. 오후에 시간을 내서 저랑 쇼핑하러 가요. 제가 옷이랑 보석 같은 걸 사드릴게요!”“아들아 엄마는 정말 그런 게 필요치 않아. 지금은 잘 먹고 잘 입고 충분히 잘 지내고 있는걸. 난 지금 만족하고 있어!”서정이 다급하게 말렸다. 오늘날 아들이 이렇게 성공한 것에 그녀는 무척 만족하고 있었다.몇 년 전만 해도 그녀의 유일한 바람은 도범이 전장에서 살아돌아오는 것이었다. 이제 그녀는 그 바람을 이루었다. 도범은 무사히 돌아왔고 이토록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어머니. 이제 돈은 부족하지 않을 만큼 있어요. 아들이 어머니한테 옷을 사드리는 건 당연한 거라고요!”도범이 미소 지었다.“맞아요. 사부인은 좀 더 꾸밀 필요가 있어요. 그래야 부잣집 생활에 더 잘 적응하죠!”나봉희가 헤실헤실 웃으며 말했다.“그럼 지유야 넌 저 사람들한테 앞으로 지낼 방을 내 주거라!”도범이 잠깐 고민하다가 지유를 보고 말했다.“알겠어요 도련님!”지유가 고개를 끄덕이고 곧바로 하인들을 데리고 갔다.그녀가 막 자리를 떴을 때 젊은 여자 열 명이 각각 차를 몰고 별장에 도착했다. 그녀들은 빈자리에 주차를 하고 내렸다.“왜 이렇게 많은 여자들이 온 거야?”그녀들의 등장에 박영호가 당황하며 말했다.“왜 죄다 여자들뿐이지? 저 애들이 몰고 온 차는 몇천만 심지어 몇억이 되는 것도 있는데?”나봉희가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그녀는 여자들이 집을 잘못 찾아온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봤어? 저기 저 젊고 잘생긴 저 오빠야!”도범의 모습을 확인한 영아가 미
“보디가드?”나봉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녀는 씩씩거리며 도범을 쏘아봤다.“도범이 너 지금 미인 선발 대회라도 하겠다는 거니? 이게 보디가드야? 하나같이 꽃처럼 야리야리하기만 한데. 어디를 봐서 보디가드란 말이냐?”도범 역시 어이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장모님 제가 친구한테 부탁을 해놓았는데 성별에 대한 요구를 따로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설마 그자가 여자들로만 선발해서 보냈을 줄은 저도 몰랐네요!”그들의 대화를 들은 영아는 기분이 언짢았지만 도범이 자신들을 돌려보낼까 덜컥 겁이 났다.한참 고민하던 그녀가 곧바로 나서며 말했다.“여자가 어떻다고 그러십니까? 여자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주인님 저희들은 나라를 수호하던 여중호걸들입니다. 나라를 위해 싸우는 것도 겁내지 않았는데 여기 주인님들을 못 지키겠습니까?”그러더니 몰래 도범을 힐끔거리며 중얼거렸다.“이쪽 주인님이 이렇게 멋진 분이 아니었다면 저희도 오지 않았을 거라고요!”물론 영아가 말하는 멋지다는 말이 도범의 얼굴만을 뜻하는 말은 아니었다. 그의 위대함, 그의 기질을 모두 찬양하는 말이었다.“봐라 봐! 저게 네 얼굴을 보고 온 게 아니고 뭐냐. 이 애들은 그저 얼굴만 믿고 실속이 없는 인형들이야!”화가 난 나봉희가 씩씩거리며 말했다.“다들 돌아가거라. 우리는 너희들 같은 실속 없는 보디가드를 원하지 않아. 이런 애들을 둬봤자 어디에 쓰겠어? 내가 봤을 때 도범이 네 친구라는 자한테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해. 이제 우리 집에 돈이 있는 걸 알고 너한테 여자를 소개해 주려고 그러는 거 아니겠니?”도범이 식은땀을 흘렸다. 나봉희는 속물근성이 지나치게 강했다. 제갈소진은 돈이 많으니까 그녀가 올 때마다 그렇게 반가워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뻐하더니, 눈앞의 여자들은 제갈 가문 만큼의 재산이 없다고 그녀들의 실력을 확인하려고도 하지 않고 쫓아낸다고?돌아가라는 말에 영아는 걱정이 되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