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맙소사 정말이에요? 정말로 장군님이란 말씀이세요? 그분은 예전에 제 목숨을 구해주셨어요!”영아가 흥분해서 날뛰었다.“저는 지금껏 그분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어요. 세상에 이렇게 그분의 실물을 영접할 수 있게 되다니!”“너무 좋아요. 장군님이라니. 여기 열 명 중 한 명으로 뽑혀서 너무 다행이에요. 놓치면 엄청나게 후회했을 거예요. 그분의 보디가드라니, 장군님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건 다시없을 영광이에요!”여난화의 눈동자가 은하수처럼 반짝거렸다. 의젓한 여준장이었던 그녀가 순식간에 빠순이로 돌변해버렸다.“장군님 곁에서, 그분의 가면 아래 감춰져있던 얼굴을 볼 수만 있다면 목숨도 내놓을 수 있어요!”또 다른 소녀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중얼거렸다.“장군님과 한 침대에 누워 그분의 몸을 따뜻하게 데워드릴 기회가 생긴다면 더 바랄 게 없겠어요!”“에헴 무슨 헛소리들이냐? 너희들한테 보디가드를 하라는 거지 밤 시중을 들으라고 보내는 게 아니란 말이다!”장세천은 어이가 없었다. 장군님의 보디가드로 간다는 말에 그녀들의 반응이 이렇게 격렬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었다.하지만 한편으로 이해되기도 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자신도 장군님과 직접 만난 후 아직까지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데. 눈앞의 계집들은 이제 고작 이십 대들이었다. 흥분하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장군님은 이미 모든 전사들의 우상이었고, 이제는 맹목적인 숭배에 이를 정도였다. 그런 장군님의 보디가드로 간다는데 흥분하지 않을 리가 있을까?“너무 좋아요. 장군님은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까요? 잘 생겼나요? 결혼은 하셨어요? 도대체 어떤 분이세요? 중주에 있나요? 왜 그전까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을까요?”“세상에 혹시 최근에 중주로 오셨나요? 왜 아무런 정보도 없었을까요? 그분의 성함은요? 저희는 장군님이라는 사람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밖에 모르는걸요!”한 소녀는 너무나 흥분한 나머지 폭주할 지경이었다. 그녀는 방안을 서성거리며 가끔씩 폴짝폴짝 뛰기까지 했다.“다들 그만, 그만해. 지
그제야 장세천이 입을 열었다.“하지만 오늘 이 일은 너희들만 알고 있어야 한다. 절대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는 안 돼. 장군님께서는 신분을 감추고 그저 평온한 삶을 보내시길 원해. 때문에 애초에 공식 발표에서도 본인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으셨지.”“걱정 붙들어 매세요. 장군님의 평온한 생활을 위해 저희들이 입 꾹 다물고 있겠습니다!”아까 장군님의 침대를 따뜻하게 덥혀주고 싶다던 소녀가 얼른 손을 들고 답했다.“절대 다른 생각을 품어서는 안 된다. 장군님께서는 이미 결혼도 하셨고 딸도 있어. 이 때문에 더 평온한 삶을 바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장세천이 잠깐 개탄하는가 싶더니 다시 그녀들에게 말했다.“그분은 현재 박 씨 가문의 데릴 사위로 계신다!”“도범!”영아는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박 씨 어르신의 생일날 그녀도 연회에 참석했었다. 다만 그녀는 혼자 갔었고 장세천과 모르는 척했을 뿐이었다.때문에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서 똑똑히 알고 있었다.“맙소사 그 남자가 정말로 장군님이셨군요. 전신님이 그렇게 말했던 건 일부러 그분의 신분을 감춰주시려고 그랬던 거고요!”드디어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 영아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그 데릴 사위였군요. 잘 생겼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분이 장군님이었다니!”또 다른 여자가 말을 이었다.“저 예전에 한 번 본 적 있어요. 그때는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핸섬하게 생긴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가 장군님이셨네요!”“똑똑히 기억하거라. 잠시 후 이 방에서 나가는 그 순간 이제껏 내가 했던 말들은 깨끗하게 지워버려야 한다. 그분은 너희의 주인이고 너희들은 그분 가정의 보디가드다!”장세천이 다시 한번 당부했다.“나는 그분께 비밀을 엄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때문에 너희들 역시 맞아 죽는 한이 있어도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 가게 되면 너희들은 아마 그분의 딸, 장인 장모, 그리고 와이프 분 이런 분들을 지키는 일을 맡게 될 것이다. 장군님은 너희들의 보호를 받으실 분이 아니니까. 그분 실력은
오후 두시, 도범은 이미 집에 도착해있었다.시녀 여섯 명, 청소 담당자, 요리사, 2교대를 할 보안 요원 네 명이 정원에 모여 있었다.모두 열 명이 조금 넘었다.“어떠십니까? 이 정도면 될까요?”도범이 하인들에게 설명을 해주고 나봉희를 돌아보며 물었다.“그래 괜찮구나!”나봉희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난생처음 자신이 사장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는 이 사람들을 마음껏 부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5년간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이었다.“참 앞으로 너희들은 여기 지유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면 된다. 알겠지?”도범이 잠깐 생각하다가 하인들을 향해 말했다.“나중에 너희들 월급은 지유한테 지급해 주라고 하겠어. 지유가 너희들에게 장 보는 일 같은 걸 안배해 줄 거야.”“제가요?”지유는 도범의 뜻밖의 호의에 화들짝 놀랐다.“그래. 앞으로는 다 네 주관이야. 월급도 두 배로 올려줄게!”도범이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알겠습니다 도련님!”지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너무나 기뻤다. 그녀는 자신이 주인을 잘못 따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맙습니다 도련님!”“하하 천만에!”도범이 미소 지으며 답했다.“잠깐만 이 사람들은 그냥 집을 지키는 보안 요원이잖니. 보디가드는? 보디가드가 가장 중요하단 말이야. 내가 집 밖에서 또 양아치 같은 놈들을 만나면 어떡하니? 물건을 강탈당하기라도 하면? 내 옥팔찌를 빼앗긴 것만 해도 배 아파 죽겠는데!”나봉희가 뭔가 떠올랐는지 언짢은 기색으로 말했다.“설마 너 보디가드 월급이 비싸니까 돈 아까워서 안 찾으려고 그러는 거니?”도범이 식은땀을 흘리며 서둘러 해명했다.“걱정 마세요 장모님. 그게 아닙니다. 제가 오늘 찾으러 가봤는데 보디가드 업체의 보디가드들이 하나같이 믿음직스럽지 못하더라고요. 제가 사람을 시켜 믿을만한 보디가드를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아마 오늘 오후 아니면 내일이면 올 겁니다!”“그러면 되었다. 너무 많이도 필요 없어. 우리 식구라고 해봤자 몇
이제는 예전과 달랐다. 연로한 어머니는 점점 늙어 갈 것이다. 그녀도 이제는 누릴 줄 알아야 하고 누리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최소한 예전처럼 지나친 절약은 하지 말아야 한다.그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서정을 향해 말했다.“어머니 장모님 말씀이 맞아요. 어머니는 평소 지나치게 절약하세요. 뭐 하나 사는데 아끼지 마세요. 이제는 예전과 달라요. 이러는 게 좋겠어요. 오후에 시간을 내서 저랑 쇼핑하러 가요. 제가 옷이랑 보석 같은 걸 사드릴게요!”“아들아 엄마는 정말 그런 게 필요치 않아. 지금은 잘 먹고 잘 입고 충분히 잘 지내고 있는걸. 난 지금 만족하고 있어!”서정이 다급하게 말렸다. 오늘날 아들이 이렇게 성공한 것에 그녀는 무척 만족하고 있었다.몇 년 전만 해도 그녀의 유일한 바람은 도범이 전장에서 살아돌아오는 것이었다. 이제 그녀는 그 바람을 이루었다. 도범은 무사히 돌아왔고 이토록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어머니. 이제 돈은 부족하지 않을 만큼 있어요. 아들이 어머니한테 옷을 사드리는 건 당연한 거라고요!”도범이 미소 지었다.“맞아요. 사부인은 좀 더 꾸밀 필요가 있어요. 그래야 부잣집 생활에 더 잘 적응하죠!”나봉희가 헤실헤실 웃으며 말했다.“그럼 지유야 넌 저 사람들한테 앞으로 지낼 방을 내 주거라!”도범이 잠깐 고민하다가 지유를 보고 말했다.“알겠어요 도련님!”지유가 고개를 끄덕이고 곧바로 하인들을 데리고 갔다.그녀가 막 자리를 떴을 때 젊은 여자 열 명이 각각 차를 몰고 별장에 도착했다. 그녀들은 빈자리에 주차를 하고 내렸다.“왜 이렇게 많은 여자들이 온 거야?”그녀들의 등장에 박영호가 당황하며 말했다.“왜 죄다 여자들뿐이지? 저 애들이 몰고 온 차는 몇천만 심지어 몇억이 되는 것도 있는데?”나봉희가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그녀는 여자들이 집을 잘못 찾아온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봤어? 저기 저 젊고 잘생긴 저 오빠야!”도범의 모습을 확인한 영아가 미
“보디가드?”나봉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녀는 씩씩거리며 도범을 쏘아봤다.“도범이 너 지금 미인 선발 대회라도 하겠다는 거니? 이게 보디가드야? 하나같이 꽃처럼 야리야리하기만 한데. 어디를 봐서 보디가드란 말이냐?”도범 역시 어이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장모님 제가 친구한테 부탁을 해놓았는데 성별에 대한 요구를 따로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설마 그자가 여자들로만 선발해서 보냈을 줄은 저도 몰랐네요!”그들의 대화를 들은 영아는 기분이 언짢았지만 도범이 자신들을 돌려보낼까 덜컥 겁이 났다.한참 고민하던 그녀가 곧바로 나서며 말했다.“여자가 어떻다고 그러십니까? 여자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주인님 저희들은 나라를 수호하던 여중호걸들입니다. 나라를 위해 싸우는 것도 겁내지 않았는데 여기 주인님들을 못 지키겠습니까?”그러더니 몰래 도범을 힐끔거리며 중얼거렸다.“이쪽 주인님이 이렇게 멋진 분이 아니었다면 저희도 오지 않았을 거라고요!”물론 영아가 말하는 멋지다는 말이 도범의 얼굴만을 뜻하는 말은 아니었다. 그의 위대함, 그의 기질을 모두 찬양하는 말이었다.“봐라 봐! 저게 네 얼굴을 보고 온 게 아니고 뭐냐. 이 애들은 그저 얼굴만 믿고 실속이 없는 인형들이야!”화가 난 나봉희가 씩씩거리며 말했다.“다들 돌아가거라. 우리는 너희들 같은 실속 없는 보디가드를 원하지 않아. 이런 애들을 둬봤자 어디에 쓰겠어? 내가 봤을 때 도범이 네 친구라는 자한테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해. 이제 우리 집에 돈이 있는 걸 알고 너한테 여자를 소개해 주려고 그러는 거 아니겠니?”도범이 식은땀을 흘렸다. 나봉희는 속물근성이 지나치게 강했다. 제갈소진은 돈이 많으니까 그녀가 올 때마다 그렇게 반가워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뻐하더니, 눈앞의 여자들은 제갈 가문 만큼의 재산이 없다고 그녀들의 실력을 확인하려고도 하지 않고 쫓아낸다고?돌아가라는 말에 영아는 걱정이 되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여자들이 몰고 온 차만 보아도 그녀들이 돈이 궁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고작 한 달에 4백만씩 밖에 못 받는 직업을 원한다고? 장모는 한술 더 했다. 스물 좀 넘는 여자애한테 언니라고 불렸다고 덜컥 허락하다니. 그녀가 나이 많아 보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영아는 박시율보다도 어려 보였다.“알겠어요. 이렇게 젊어 보이는 아주머니는 처음 보는걸요!”영아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이놈의 계집애가 말을 참 예쁘게 하는구나. 그럼 이렇게 해. 네가 보디가드라고 하니 어려운 시험은 내지 않겠어. 그저 나한테 네 실력을 증명해 보이거라. 아무 동작을 선보이든가 백 텀블링 같은 것도 좋고. 내가 봤을 때 괜찮으면 남게 해 줄게!”눈에 띄게 기분이 좋아진 나봉희도 더 이상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지 않았다.영아가 곧장 답했다.“그건 너무 쉽죠. 그래도 난이도가 좀 높은 걸로 보여드려야죠!”그렇게 말한 그녀가 바로 저택 내부를 둘러싼 벽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더니 붉은 벽돌을 하나 들고 돌아와 여난화한테 잡고 있으라고 했다.“설마 그 벽돌을 격파하려고?”그녀의 행동에 나봉희가 마른침을 삼켰다. 만약 정말로 성공한다면 엄청난 실력이 아닌가. 일반 보디가드들도 그 정도까지는 못할 것이다.“악!”영아가 오른발을 앞으로 내밀고 허리를 낮추더니 손을 들고 그대로 내리쳤다.순간 벽돌이 그녀의 손에 의해 부서져 내렸다.“예쁜 아주머니 어때요? 이런 건 식은 죽 먹기라고요! 아주머니를 보호할 정도는 되겠죠?”“된다. 되고 말고. 야리야리하게 생긴 계집애가 이렇게 강한 실력을 숨기고 있을 줄은 몰랐구나!”나봉희는 영아의 칭찬 공격에 이미 판단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영아가 보면 볼수록 예쁘게 느껴졌다.“아주머니 저희들도 한 사람 당 하나씩 벽돌을 격파해 보여드릴까요?”여난화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벽돌을 찾았다. 주위에는 더 이상 그렇게 많은 벽돌이 남아있지 않았다.“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 너희들을 믿겠어. 보아하니 우리가 보물을 건
도범은 여자들의 옷차림에 절로 머리가 아파왔다.“너희들이 우리 집 보디가드로 들어오면 옷도 맞추어 입어 주었으면 좋겠어. 미니스커트는 적합하지 않을 것 같아.”“너도 참 규제가 너무 엄격한 거 아니니. 여자애들은 당연히 자신만의 개성을 가져야지. 나는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하나같이 희고 길쭉길쭉한 것이 보기만 좋은데? 이렇게 입어야 이뻐!”생각지도 못했던 나봉희가 그녀들을 두둔하며 말했다.“그리고 이렇게 입으니까 보디가드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들잖니. 평상복 같고 얼마나 좋아. 적어도 나는 검은 양복을 입고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걸 싫어해. 너무 뽐내고 다니는 것 같잖아!”그때 다행히도 여난화가 나서서 말했다.“걱정 마세요 아주머니. 저희들도 아까 오기 전에 상의를 했었어요. 옷은 따로 맞추는 걸로요. 너무 제멋대로 입는 건 그렇고 또 너무 정식으로 입을 생각도 없어요. 여름이니까 청바지에 흰색 스니커즈, 그리고 위에는 하얀 티셔츠를 입을 생각이에요. 티셔츠에는 박 씨 가문의 보디가드라고 예쁘게 글도 새기려고요. 어떤가요?”“그래? 그거 좋지. 보기에도 좋고 다른 사람들에게 너희가 우리 집 보디가드라는 걸 보여줄 수도 있고 말이야. 그러면 눈치 없는 놈들이 시비를 걸지는 않겠지!”나봉희가 상상해 보더니 눈을 반짝이며 허락했다.“비용은 꼭 우리한테 청구하도록 해. 여러 벌 준비하는 게 좋겠어. 갈아입기도 쉽고 말이야!”“아주머니 그거 얼마 안 해요. 아주머니께서 저희를 이 집 보디가드로 고용해 주는 것만으로도 저희는 영광이에요. 저희가 지금 얼마나 기쁜지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예요. 그러니까 이 정도 돈은 저희가 낼 수 있게 허락해 주세요!”영아가 입꼬리를 올리며 씩 웃었다. 아름답고 맑은 눈동자에 총기가 가득했다.“어머 이 계집애가 참 사람을 생각할 줄도 알고 말이야. 알겠어. 정 그렇다면 그 돈은 너희들이 부담해!”나봉희가 웃으며 말했다.“나중에 시간 되면 내가 맛있는 걸 사줄게. 너희들도 앞으로 너무 남처럼 지내지 말
“나도 그럭저럭 실력은 갖추고 있어서 보디가드가 따로 필요 없어. 너희들의 주요 임무는 내 딸과 와이프, 그리고 여기 장인 장모를 보호하는 거야. 나를 제외한 우리 집안 식구들이 밖에 나갈 일이 있으면 한두 명씩 따라다니도록 해!”도범이 잠깐 고민하다가 천천히 말했다.“다 따라나가는 것도 아니고 한두 명 정도는 괜찮잖아요. 옷을 준비하는 것도 다 같이 갈 필요가 없는걸요!”도범의 말에 실망한 영아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낮은 목소리로 푸념을 늘어놓았다.“너희들은 집에서 쉬고 있어. 나를 주인이라고 부르면 내 말을 따라야지!”도범은 눈앞의 영아라는 아이를 보고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주인님! 앞으로 주인님 말씀에 잘 따르겠습니다!”영아가 씩 웃었다. 그녀는 장군님과 이렇게 가까이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가요 어머니!”곧바로 도범은 서정을 데리고 옷을 사러 나갔다.열 명의 미녀들은 하나같이 짐을 들고 지유의 안내에 따라 그녀들이 지낼 방에 도착했다. 지유는 그녀들에게 방을 내준 후 자리를 떠났다.지유가 가자 미녀 보디가드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대박 장군님 엄청 멋져! 예전에는 그냥 훈훈하게 생겼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 저분이 장군님이란 걸 알고 나니까 더욱 멋져 보여!”영아가 상기된 표정으로 가슴 앞으로 두 손을 꼭 맞잡았다.“나 아까 그분과 엄청 가까이에서 이야기 나눴어. 비록 거절당하긴 했지만 그분의 그 여유로운 미소, 매력 넘치는 목소리. 나 떨려서 죽는 줄 알았잖아.”“이미 결혼을 하셨다니까 너무 아쉬워. 만약 결혼을 안 했다면 우리들한테도 희망이 있을 수 있는데 말이야!”여난화가 한숨을 내쉬었다.“장군님이 원하시면 난 뭐든 할 수 있어. 정말로 그분을 위해 애를 낳아드리고 싶어. 장군님의 여자가 될 수만 있다면 첩이라고 해도 의미가 있을 거야!”“결혼을 하긴 했지만 첩으로 삼을 수도 있잖아? 내가 아는 대장님 한 분은 이제 돌아온 지 한 달 밖에 안 되었는데 이미 와이프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