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범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오수경에게 자세한 설명을 할 생각은 없었다. 두 사람은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던 중, 오수경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도범의 팔을 잡아당기며 눈짓을 보냈다. 그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기 앞에 있는 검은 옷을 입은 대장부를 봐. 대장부 앞에는 단지 한 장의 종이만 놓여 있고, 다른 물건은 하나도 없어!”도범은 오수경의 말에 따라 그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검은 옷을 입은 대장부에게 다가갔다. 대장부는 두 다리를 꼬고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그렇기에 도범과 오수경이 그의 앞에 다가와도 대장부는 알아채지 못했다.또한, 대장부의 앞에는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았고, 오직 한 장의 넓은 종이만 있었을 뿐이었다. 종이에는 흑백으로 명확히 적혀 있었다.[7품 연단사가 필요한데, 응혈단을 20개 제작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함.]응혈단은 7품 중급 단약으로, 무사들의 내상을 빠르게 억제하고 혈기를 보충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필수 단약이었다. 검은 옷의 대장부는 20개의 응혈단을 만들 수 있는 7품 연단사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응혈단 제작에 필요한 영초와 영약은 모두 대장부가 준비했으며, 실패율은 5회를 넘지 않아야 했다. 즉, 대장부는 25세트의 원재료를 준비할 것이었다.도범의 관심을 끈 것은 연단사에게 주어질 보상이었다. 종이에 명확히 적혀 있었는데, 임무를 완수하면 연단사에게 6만 7천 개의 영정을 지급한다고 했다. 그렇기에 이 보상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내용을 확인한 후, 오수경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도범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응혈단 한 개당 3천 개 이상의 영정을 받는다는 소리잖아. 이 가격도 나쁘지 않은데, 한 번에 20개를 만들어야 하니, 임무를 완수하면 6만 7천 개의 영정을 한 번에 얻을 수 있어. 도범 오빠, 이걸 받아들이는 게 어때?”오수경은 얼굴 가득 흥분을 띤 채 말했다. 도범은 한숨을 내쉬며 신중히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어차피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야. 종이에 적
검은 옷의 대장부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아무리 네가 말로 천하를 설득하려 해도, 난 6품 연단사와 거래를 맺을 수는 없어. 내 손에 있는 원재료는 단 25세트뿐이야. 너희가 망쳐 놓으면, 나는 더 이상 원재료가 없어.”“누가 망친다는 거야!” 오수경은 갑자기 화가 나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오수경은 검은 옷의 대장부와 끝까지 논쟁하려 했지만, 도범이 오수경의 팔을 잡아당기며 막아섰다.사실 대장부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상황을 바꿔 생각해 보면, 누구든지 원재료가 망가질까 걱정할 것이고, 쉽게 거래를 체결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응혈단에 필요한 원재료는 원래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 그러니 대장부가 위험을 감수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도범은 오수경을 말리며 자세를 바로잡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당신과 계약을 체결할게. 만약 내가 규정대로 단약을 완성하지 못하면, 당신의 모든 손실을 배상하고 추가로 10만 개의 영정을 더 드리지. 이 조건은 어떤가?”도범의 말에 검은 옷의 대장부는 드디어 관심을 가졌다. 계약이 체결되면, 더 이상 취소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도범이 제시한 조건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만약 도범이 실패하더라도, 대장부는 손실을 보상받고 추가로 10만 개의 영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10만 개의 영정이 엄청난 금액은 아니지만, 결코 적은 금액도 아니었다.대장부는 잠시 생각한 후 고개를 끄덕이며 추가 조건을 덧붙였다.“만약 너가 실패해서 나에게 배상해야 한다면, 시간을 정해야 해. 너에게 5일의 시간을 줄게. 일주일 안에 20개의 응혈단을 완성하지 못하면, 5일 안에 나의 손실을 보상하고, 추가로 10만 개의 영정을 지급해야 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범은 검은 옷의 대장부가 매우 영리하다고 생각했다. 대장부는 중요한 조건을 덧붙여 시간을 제한함으로써, 도범이 실패했을 경우 핑계를 댈 여지를 없앴다.이렇게 두 사람은 계약 내용을 확정한 후, 검은 옷의 대장부는 즉시
도범은 미간을 찌푸렸다. 민경운은 명백히 악의적인 태도로 다가온 것이었고, 마치 우연히 온 것처럼 행동했지만, 사실 아까부터 주변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민경운은 일부러 중요한 순간에 끼어들어 방해를 하고 있었다.이때, 오수경이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말했다.“방해하지 마시죠! 우리 거래는 이미 적절히 합의된 상태에요. 그런데 왜 끼어드는 거에요?”그러자 민경운은 비웃으며 오수경은 쳐다보지도 않고, 검은 옷의 대장부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며 말했다.“저는 원건종의 연단사 민경운이라고 합니다.”그리고는 자신의 가슴에 달린 7품 연단사 배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아무리 잘 합의가 되었다 해도 상대를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사람은 고작 6품 연단사일 뿐입니다. 이 일을 망칠 가능성도 크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차라리 저와 거래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저는 7일 안에 응혈단 20개를 완성할 수 있다고 보장할 수 있습니다.”민경운의 말을 듣고, 검은 옷의 대장부는 주저하는 기색을 보였다. 도범이 아무리 자신 있게 말해도, 도범의 가슴에는 6품 연단사 배지가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대장부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일주일 후에 20개의 응혈단을 손에 넣는 것이었다.그렇기에 도범의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불확실성이 너무 컸다. 만약 도범이 이 일을 망친다면 더 많은 시간을 지체해야 할 것이다. 비록 배상을 받을 수 있겠지만, 대장부는 이후 더 중요한 일들이 있었다.검은 옷의 대장부가 주저하자, 민경운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어디선가 접이식 부채를 꺼내 들고 바람을 쐬며 말했다.“아직 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니, 누구와 거래를 하든 상관없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저는 보수도 더 낮출 수 있습니다. 6만 7천 개의 영정을 원래 받기로 했지만, 저는 6만 개만 받으면 충분합니다.”오수경은 이 말을 듣자마자 화가 나서 목소리를 높였다.“이건 거래를 가로채는 거잖아요!”민경운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태연하게 말했다.
도범은 검은 옷의 대장부를 바라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계약을 체결하려는 이유는 충분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야. 만약 약속대로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다면, 손해를 보상할 만큼의 영정을 드리지! 이 정도로 확실한데, 아직도 주저하는 거야?”검은 옷의 대장부는 순간적으로 난처해졌다. 사실 내심으로는 민경운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민경운의 가슴에는 확실한 7품 연단사 배지가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도범이 아무리 잘 말해도 6품 연단사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고, 불확실성이 너무 컸다. 10만 개의 영정은 물론 매력적이었지만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한편, 민경운은 도범의 말을 듣고는 비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네가 어디서 그 자신감이 나오는지 모르겠군. 6품 연단사 주제에 7품 단약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걸 보니, 네 배경이 꽤 대단한 모양이지? 아마 이걸 연습 삼아 해보려는 거겠지. 10만 개의 영정이 너에게는 별거 아닐지 모르지만, 네가 이렇게 하면 결국 사람의 시간을 낭비하게 될 뿐이야!”민경운은 몇 마디 만에 도범을 집안이 좋은 부잣집 도련님으로 몰아갔다. 검은 옷의 대장부는 갑자기 눈이 번쩍 뜨이는 듯했다. 그리고는 도범을 빤히 쳐다보더니, 손에 들고 있던 계약 두루마리를 다시 접어 넣었다. 그리고는 도범에게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이봐, 도범 연단사, 미안해. 민경운 형제의 말이 일리가 있어. 당신은 아마 영정이 부족하지 않아서 이 계약을 하려는 거겠지. 내 시간이 여유롭다면 도범 당신과 거래하는 것도 상관없지만, 지금은 시간이 촉박해서 실력이 좀 더 확실한 민경운 형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어.”민경운은 검은 옷의 대장부의 말을 듣고 더욱 크게 웃었고, 오수경은 화가 나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는 민경운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오수경은 당장이라도 민경운을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잠시 후, 오수경은 검은 옷의 대장부를 향해 소리쳤다.“거래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야! 우리는 이미 계약만 남겨둔 상태였는데, 갑자기 마음
서남 변경!구주전란이 평정되고 굳건하게 자리를 잡은 무적의 성은 보는 것만으로도 적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한편, 높이 치솟은 건물 위에서는 한 남자가 눈앞의 젊은이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정말 중주로 돌아갈 생각이야? 장군 자리는 일단 비밀로 하고?”남자는 원로라는 신분을 지녔지만 눈앞의 젊은이를 바라보는 눈빛 속에 경외가 담겨있었다.그런 젊은이의 등 뒤에는 며칠 전 금방 선봉된 구대전신이 서있었다.구대전신은 단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전장에서 혁혁한 공로를 쌓아 그들의 소문을 듣는 것만으로도 적들을 간담 서늘해지게 만들었다.공식적으로 구대전신이라는 호칭을 가진 그들은 지대한 권력과 끝도 없는 재부를 손에 거머쥐었다. 머지않아 구주로 돌아가 각자 한 개 주의 수령이 되어 생살지권을 장악할 사람들이었다.하지만 지금 구대전신은 공손하게 젊은이의 등 뒤에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도범, 대하에서 장군이라는 봉호를 내린 인물로서 그의 권력은 전신을 능가해 최고의 영예를 누렸다.매스컴을 통해 구대전신과 장군의 신분을 공식적으로 공개하려던 대하에서는 무슨 이유인지 구대전신의 신분만 공개하고 장군의 신분을 비밀로 했다.“네! 시율이는 지금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이쪽은 안정되었으니 이제 더 이상 제가 필요하지 않을 겁니다!”날카로운 남자의 얼굴에 그제야 부드러운 미소가 걸렸다. 시율이는 그의 여자, 그의 아내였다.“사부님, 저희도 사부님과 함께 돌아가 사모를 뵈어도 되겠습니까?”그때 도범의 등 뒤에 있던 구대전신 중 하나인 양진이 시험하듯 물었다.도범 뒤에 서있는 구대전신이 모두 도범의 제자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다음에 보자!”도범은 탄식하더니 추억에 잠긴 듯했다.5년 전, 적군들의 반격을 이기지 못한 대하는 막심한 손해를 입고 전국에서 전사들을 징집했다.중주의 박 씨 집안은 다른 이의 계략에 빠져 젊은이 하나를 내놓아 중주를 위해 모범을 보여야 하는 상황에 처했었다.박 씨 어르신은 지긋한 나이임에
도범이 감격에 잠긴 사이, 꼬질한 모습을 한 여자아이가 문 앞으로 가더니 조심스럽게 안쪽을 살펴봤다.네 다섯 살 정도 돼 보이는 야윈 여자아이의 피부는 조금 노란 것이 영양부족 상태인 듯했다.“눈이 시율이랑 닮았네!”아이의 귀여운 모습을 본 도범이 웃었다.그때 박 씨 집안의 하인 하나가 나오더니 문을 지키고 선 보디가드를 보곤 아이를 데리고 구석으로 갔다.여자아이가 박시율을 닮은 덕분인지는 몰라도 도범은 아이에게 눈길이 갔다. 그는 천천히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하인은 주머니에서 몰래 만두 두 개를 꺼내더니 아이에게 건네줬다.“수아야, 오늘은 두 개 밖에 없어!”“고맙습니다, 예쁜 언니!”만두를 본 아이는 연신 침을 삼켰다. 뱃속에서도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배가 많이 고픈 것이 분명했다.“얼른 먹어!”하인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도련님도 참, 이렇게 매정할 필요는 없는데!”“아니요, 가져가서 엄마랑 할아버지, 할머니랑 같이 먹을 거예요!”만두를 손에 든 아이가 행복하게 웃었다. 손안에 든 만두 두 개는 아이에게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듯했다.그때, 스포츠카 한 대가 두 사람 옆에 멈춰 섰다. 스포츠카 뒤를 따르던 대여섯 대의 아우디 A6도 멈췄다. “박이성?”도범은 한눈에 남자를 알아봤다. 5년이 지나 박 씨 집안 도련님도 자랐지만 변화가 크진 않았다. 그는 여전히 곱고 보드라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도, 도련님…” 하인은 박이성을 보더니 안색이 새하얘져서는 얼른 만두를 빼앗아 등 뒤로 감추곤 벽 옆으로 물러섰다. “지유야, 뭘 숨기는 거야? 꺼내 봐, 내가 확인해 봐야겠으니까!” 박이성이 웃으며 물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인은 연신 고개를 저었고 여자아이 수아는 마치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수아야, 수아가 말해 봐, 이 언니가 방금 너한테 무엇을 준 거야?” 박이성이 무릎을 굽히고 안더니 앞에 있는 여자아이에게 물었다. “안
“도범, 너 미쳤어? 네가 우리 집 데릴사위라는 거 잊은 거야? 전쟁터에 나가서 힘 좀 키웠다고 감히 나한테 대들어?”박이성이 이를 악물고 일어설 준비를 했다.“쿵!”그 모습을 본 도범이 다시 그를 바닥에 엎드리게 하자 박이성의 옆으로 먼지가 휘날렸다.“두 번 말하고 싶지 않아!”도범이 한 발로 박이성의 팔뚝을 밟은 채 말했다.“아!”뼈가 부러질 것 같은 고통에 박이성이 비명을 질렀다.“쓰레기 같은 자식…”박이성은 고개를 들자마자 도범의 냉랭한 눈빛을 마주했다. 그는 두려움에 더 이상 입을 떼지 못했다.“먹을 거야, 말 거야. 안 먹으면 지금 여기서 죽여버릴 거니까!”도범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먹, 먹을게!”도범의 기세에 완전히 놀란 박이성은 속으로는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없이 더러워진 만두를 입속으로 밀어 넣을 수밖에 없었다.“지유야, 그동안 수아 돌봐줘서 고마워, 시율이는 지금 안에 있지?”도범이 지유 앞으로 다가가며 물었다. 지유는 예전부터 박시율의 시중을 들어주던 하인이었기에 두 사람의 사이는 무척 좋았다.“아가씨, 아가씨는 박 씨 집안에서 쫓겨났어요. 그때 박 씨 집안에서 수아를 낳는 걸 반대했는데 아가씨께서 그 말을 듣지 않아서…”지유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가자, 시율이가 있는 곳으로!”도범이 수아를 안으며 말했다.“수아야, 앞으로 그 누구도 시율이를 괴롭히지 못 할 거야!”“예쁜 언니, 이 사람 누구예요?”수아는 방금 전의 광경에 놀란 듯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수아야, 이 분은 수아 아빠야. 얼른 아빠라고 불러, 수아 아빠는 죽지 않았어, 이렇게 살아서 다시 수아 만나러 온 거야!” 지유는 말을 하면서도 콧망울이 시큰해졌다. 5년 동안 박시율이 너무 고생스럽게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정말, 정말 우리 아빠예요?”수아가 입술을 오므렸다가 피더니 두 눈을 밝히며 말했다.“다들 우리 아빠가 죽었다고 했는데 정말 우리 아빠예요? 엄마는 아빠가 무
용형의 말을 들은 남자가 웃으며 대답했다.“네, 용형. 이 일은 저한테 맡겨주세요!”말을 마친 남자가 수아와 지유를 향해 다가왔다.“이봐, 예쁜 아가씨, 왜 거지를 데리고 밥을 먹으러 나왔어? 이렇게 하면 우리 눈을 버려야 하잖아, 입맛도 떨어지고.”남자는 지유 앞으로 다가가 장난기가 다분한 얼굴로 걸상을 밟곤 턱을 만졌다.“거, 거지가 아니에요. 그냥 옷이 좀 낡고 더러워졌을 뿐이지.”남자의 말을 들은 지유는 놀라서 어쩔 바를 몰랐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을 보아하니 쉽게 물러날 것 같지도 않은데 도범까지 자리에 없어 그녀는 난감해졌다.“쯧, 내가 거지라고 하면 얘는 거지인 거야. 거지를 그렇게 감싸주다니, 역시 예쁜 사람은 달라,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말도 예쁘게 하네, 하하!”남자가 웃으며 한 손으로 수아를 들더니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걸어갔다.“우리가 밥 먹는데 입맛 떨어지게 했으니까 이 아이는 내다 버릴 거야, 예쁜 아가씨는 조용히 우리 용형 옆에서 밥이나 먹으면서 술이나 따라주고. 우리 용형 시중을 잘 들어주면 이 일 없던 걸로 해줄 테니까, 알았지?”“아이는 놓아주세요, 이제 4살 밖에 안 된 아이예요. 아이 아빠가 화장실에 갔으니 이제 곧 나올 거예요.”놀란 지유가 얼른 남자에게 달려가 그를 막았다.“짝!”하지만 남자는 지유의 뺨을 때리며 말했다.“내가 말한 거 못 들었어? 아니면 귀먹은 거야? 가서 우리 용형 밥 먹는 거 시중이나 들으라고… 꼬맹이 아빠? 거지 아빠면 큰 거지겠네? 아유, 무서워라!”남자에게 따귀를 맞은 지유는 머리가 어질해졌다. 그녀의 입가에는 피가 맺혀있었다.“수아 내려놔!”하지만 금방 정신을 차린 지유가 다시 남자를 향해 다가갔다.“쿵!”남자의 힘이 워낙 셌기에 지유는 그의 발길질에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젠장, 한 마디만 더 하면 네 딸 때려죽인다.”남자가 소리치자 지유는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몇 발자국만에 식당 밖으로 온 남자가 냉랭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