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803화

작가: 마나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1-01 19:00:00
도범의 말에 장기명은 자신이 방금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기명은 약간 당황한 듯 기침을 한 번 하고, 곧바로 말했다.

“그저 1,000개의 영정만 있으면 됩니다. 곧 선배님들도 올 것이고, 그 분들에게도 1,000개의 영정만 드리면 충분합니다.”

이 말은 도범과 오수경을 멍하게 만들었다.

‘뭐라고? 1,000개의 영정? 선배라니?’

도범은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

“무슨 뜻이죠?”

오수경도 덧붙였다.

“그러게 말이에요. 도대체 그제 무슨 뜻이죠? 우린 당신한테서 뭘 사려는 게 아니에요.”

이 말을 들은 장기명은 도범과 오수경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알아챘다. 이러한 사실에 장기명은 오히려 기뻤다. 가격을 모르면 더 좋다. 똑똑한 연단사를 만나면 가격 흥정을 한참 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장기명은 서둘러 설명했다.

“여러분 두 분, 이곳에 온 것은 천엽성에 들어가려는 것 아닙니까?”

도범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장기명의 말은 다소 불필요했다.

‘여기 온 이유가 천엽성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면, 왜 오겠어? 설마 바람이라도 맞으러 왔겠어?’

장기명은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띤 채, 천천히 하나하나 설명을 시작했다. 알고 보니, 천엽성에 들어가려면 모두 입성석의 시험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천엽성 성문 한가운데에는 사람 키보다 큰 커다란 돌이 놓여 있는데, 이 돌은 특수한 운석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입성 영패가 있더라도 이 입성석의 시험을 거쳐야만 한다는 것이다.

입성석의 꼭대기에는 무색 결정이 박혀 있다. 천엽성에 들어가려면 이 무색 결정을 빛나게 해야 한다.

도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강한 실력을 가진 자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네요.”

장기명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입성석에 온 힘을 다해 공격해 무색 결정이 붉은색으로 빛나면 입성 자격을 얻게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9급 도시에서 지낼 수밖에 없습니다.”

오수경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무적이 되어 돌아온 남자   제2804화

    장기명은 한참을 설명한 후, 도범과 오수경이 마침내 이해한 것을 보고 곧바로 다시 제안을 했다. “여러분 두 분을 데리고 들어가는 것은 절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보통의 자유 무사들은 당연히 못할 일이지만, 우리 구록종 같은 대종문의 제자들은 여러분을 데리고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곧 선배님들도 도착할 겁니다. 그러니 두 분은 저에게 1,000개의 영정을 주고, 저희가 영초나 영약을 얻은 후에는 우리에게 무료로 연단해주시면 됩니다. 그러면 우리는 두 분을 데리고 함께 들어갈 겁니다.”이 말을 마친 후, 장기명은 살짝 턱을 치켜 든 채 도범과 오수경의 답변을 기다렸다. 장기명은 자신과 구록종의 실력에 매우 자신이 있었다. 구록종은 7품 종문 중에서도 상위에 속했고, 3품 종문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중주 내곽에서는 상당히 이름이 알려진 중상위의 세력이었다. 최고의 실력을 가진 제자들이 아니면, 누구도 구록종을 얕볼 수 없었다. 한편,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기명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질문을 던졌다. “그러니까, 우리를 이렇게 적극적으로 데리고 들어가려는 이유가 결국 영초와 영약을 얻은 후에 우리에게 공짜로 연단해달라는 거죠?” 도범의 말은 직설적이고 날카로웠다. 단지 1,000개의 영정을 얻으려는 것이라면, 장기명이 아까 그렇게 열정적으로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도범의 예상대로, 1,000개의 영정 외에도 그들에게는 다른 요구가 있었다. 연단사는 현연대륙에서 매우 특별한 존재였다. 무사들이 아무리 많은 영초와 영약을 얻어도, 그 영초와 영약이 직접 섭취할 수 없는 것이라면, 연단사의 도움이 필요했다. 영초와 영약을 모두 단약으로 연단해야만 무사들의 수련 경지를 높일 수 있었다. 연단사는 마치 인간 세계의 의사와 같았고, 오히려 의사보다 더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바라문 세계에는 나이 제한이 있으며, 훌륭한 연단사가 되려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러한 모순으로 인해

    최신 업데이트 : 2024-11-01
  • 무적이 되어 돌아온 남자   제2805화

    장기명은 미간을 찌푸린 채 약간 거친 말투로 말했다. “두 분, 이렇게 한참을 상의했으니 이제는 답을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두 분이 6품 연단사이긴 하지만, 6품 연단사는 바라문 세계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만약 우리와 협력하지 않으면, 더 높은 등급의 연단사를 만나면 그분들과 협력할 겁니다.” 마지막 이 몇 마디는 굉장히 정당한 척하면서도, 동시에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장기명은 자신을 굉장히 귀한 존재로 묘사하며, 이 기회를 놓치면 헛되이 사라질 것이라고 은근히 경고하고 있었다. 한편, 도범은 어이없다는 듯 입꼬리를 살짝 비틀었다. 도범은 세상 물정을 모르는 어린아이도 아니었고, 장기명의 몇 마디 말로 장기명이 하는 말이 전부 진실이라고 믿을 만큼 순진하지도 않았다. 장기명이 설명했던 규칙은 거짓이 아니겠지만, 그가 덧붙인 말들은 믿기 어려웠다. 잠시 후, 도범은 장기명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제 답을 드려야겠군요. 우리 둘은 이미 결정을 내렸어요. 우리는 누구의 부하도 되지 않을 것이며, 장기 노동을 할 생각도 없어요. 천엽성의 규칙을 알려준 데에 대해서는 감사드려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 은혜는 갚을게요.” 말을 마친 도범은 오수경에게 눈짓을 했고, 두 사람은 주저 없이 천엽성을 향해 걸어갔다.이 말을 들은 장기명은 깜짝 놀랐다. 도범이 이렇게 단호하게 거절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협상의 여지도 없었다. 장기명은 눈살을 찌푸렸고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 이윽고 장기명은 급히 몇 걸음을 뛰어가 도범의 앞을 가로막으며 물었다. “제가 방금 한 말이 전부 거짓말이라고 의심하는 겁니까?”도범은 고개를 저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당신이 말한 규칙들을 의심한 적은 없어요.” 장기명은 그 말에 더욱 화가 났다. “그렇다면, 왜 거절하는 겁니까? 제가 말한 가격은 최저가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천엽성 문 앞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겁니다. 그 놈들은 전부 믿을

    최신 업데이트 : 2024-11-01
  • 무적이 되어 돌아온 남자   제2806화

    장기명은 자신이 그렇게 분명하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도범이 협상할 의사조차 보이지 않자 놀랐다. ‘정말 혼자 힘으로 천엽성에 들어가려고 하는 걸까? 연단사 혼자서?’장기명은 확신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현연대륙의 상식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연단사라 하더라도, 대부분의 시간을 연단술에 쏟아붓기 때문에 수련을 소홀히 하여 경지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 도범의 수련 경지는 선천 후기처럼 보였지만, 장기명은 확신했다. 도범의 실제 경지는 선천 후기가 아니라 선천 중기일 것이다. ‘선천 중기인 녀석이 감히 자신에게 허세를 부리고,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천엽성에 들어가겠다고 말하다니!’장기명은 이 생각에 기가 차서 웃음이 나왔다. ‘정말로 너무 오만하네. 본인이 뭐라도 되는 줄 아나봐!”장기명은 냉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두고 보자! 남의 말을 들어먹지 않더니, 네가 입성석의 난이도를 직접 겪어보고 나서도 지금처럼 거만할 수 있을지 보겠어!” 한편, 도범은 오수경을 데리고 천엽성으로 한 발 한 발 다가갔다. 천엽성 성문에서 약 30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도범은 성문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 모두가 천엽성에 들어가려는 무사들이었다. 이틀 동안 광활한 황야만 보았고, 장기명 외에는 다른 사람을 만나지 못했던 도범과 오수경은 갑작스럽게 많은 사람들이 눈앞에 나타나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오수경은 앞에 있는 무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처음엔 바라문 세계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들어올 거라 생각지 못했어요. 아무래도 이 세계의 불확실성이 크니까 말이죠. 하지만 지금 보니, 기준을 충족하는 무사들은 전부 여기에 들어온 것 같아요!” 오수경은 점점 더 흥분했다. 현연대륙의 젊은 무사들이 참여하는 가장 큰 행사에 자신이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자신도 현연대륙에서 가장 강력한 무사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오수경과 달리, 도범은 훨씬 차분했다.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린 채 앞쪽을 응시했다. 많은 사

    최신 업데이트 : 2024-11-02
  • 무적이 되어 돌아온 남자   제2807화

    도범의 말에 오수경은 금세 풀이 죽었다. 그리고는 미간을 찌푸린 채 약간 두려운 표정으로 성문을 바라보았다. 성문은 단 한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좁게 열려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시도하려는 듯 긴장된 모습으로 성문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때까지 오수경은 들어가는 사람만 보았을 뿐, 나오는 사람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이것은 천엽성이 현양성보다 훨씬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구나.’오수경의 실력으로는 천엽성에서 살아남기는 무리일 것이다. 오수경은 생각할수록 더 긴장되고, 더 걱정되었다. 바라문 세계에는 수많은 자원이 있고, 각종 비밀 보물도 가득하지만, 이곳은 피할 수 없는 위험도 함께 수반하고 있었다. 강자들에게는 그 위험이 기회로 변할 수 있지만, 오수경처럼 약자들에게는 그저 위협일 뿐이었다. 그것은 언제든지 그들을 집어삼킬 준비가 되어 있는 야수의 입과도 같았다.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 채 걱정스러운 눈길로 도범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번에도 제가 안 들어가는 게 좋을까요?” 도범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수경 씨를 데리고 갈 수 있는 한, 당연히 데리고 들어갈 거에요. 만약 제가 처리할 수 없는 위험이 생기면, 수경 씨를 먼저 빠져나가게 하거나 안전한 곳에 숨길 방법을 찾을 거고요.”도범의 말에 오수경의 걱정은 어느 정도 사라졌지만, 천엽성을 마주하는 순간 두려움은 다시 피어올랐다. “또 실패했어요! 벌써 세 번이나 도전했는데, 매번 무색 결정을 붉은색으로 만들지 못했네요. 실패하고도 포기하지 않고 또다시 도전하고 있네요. 용기를 칭찬해야 할지, 아니면 바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도범의 앞에 서 있던 두 명의 상체를 드러낸 대장부가 입성석 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도범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어 입성석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커다란 입을 가진 한 남자가 서 있었는데, 남자의 얼굴은 온통 붉어져 있었고, 멘탈은 거의 나갈 지경이었다. 그 남자는 미세하게 몸을

    최신 업데이트 : 2024-11-02
  • 무적이 되어 돌아온 남자   제2808화

    이 사실을 알게 된 도범도 놀랐다. 봉원곡은 그들의 인원 중 3분의 2를 바라문 세계로 보냈고, 그 중 대부분이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재능이 그다지 좋지 않은 자들이었다. 중주의 대세력이자 봉원곡이 이런 식으로 인재를 보냈다면, 다른 세력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들은 바라문 세계에 들어가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었다.천엽성은 8급 도시 중 하나에 불과했으며, 이와 비슷한 8급 도시가 수백 개나 있었다. 그 도시들은 천엽성과 비슷한 면적과 규칙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성문 앞에 모인 이 사람들이 단지 천엽성에 들어가려는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바라문 세계 전체를 생각해보면, 이곳에 들어온 사람의 수는 이미 수조에 달할 것으로 보였다. 이 생각에 도범은 깊은 숨을 내쉬고, 눈앞의 사람들을 보며 그들의 논쟁과 좌절, 혹은 흥분을 목격했다. 이제 도범도 그들 중 하나였다. 도범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약간의 혼란을 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바라문 세계에서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어떤 어려움을 마주하게 될까?’ “저 입 큰 사람이 불쌍하네.” 오수경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오수경은 동정어린 시선으로 그 입 큰 남자를 바라보았다. 지금 그 남자는 뒤에서 누군가에게 끌려 나가 한쪽으로 던져졌고, 오수경 외에는 아무도 그 남자를 동정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 남자가 한 말과 행동이 단지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실력이 부족한 것을 하늘을 원망하는 모습이 어리석기만 했다. 그런 사람들은 바라문 세계의 가장 밑바닥에서 금세 사라질 운명이었다. 끌려나간 입 큰 남자는 세상에 버림받은 것처럼 보였다. 그는 온몸을 떨며 중얼거렸다. “정말 난 못 들어가는 건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는데, 왜 나는 성문을 통과할 수 없지? 나도 종문에서는 나름 잘나가는 편이었는데.” 입이 큰 남자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그로 인해 열 살은 더 늙어 보였다. 오수경은 입이 큰 남자를 보며

    최신 업데이트 : 2024-11-02
  • 무적이 되어 돌아온 남자   제2809화

    도범은 미간을 찌푸렸다. 도범은 처음부터 자기를 소개하며 접근하는 사람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상대의 의도를 듣기 전까지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로 했다. 오수경도 미간을 찌푸리며 작은 목소리로 도범의 귀에 대고 말했다. “원건종은 8품 종문이에요. 게다가 8품 종문의 내문 제자라면 실력이 만만치 않을 거에요.” 도범은 미간을 찌푸리며 원건종이 8품 종문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최근 도범이 마주한 고품급 종문의 제자들이 많았지만, 8품 종문의 제자들을 계속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다. 도범도 주석훈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을 소개했지만, 자신의 배경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연단사라는 신분만으로도 충분했고, 도범은 자신의 출신이 봉원곡이라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요즘 봉원곡은 다사다난한 시기였고, 자신의 출신을 밝히면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었다. 주석훈도 도범이 출신을 밝히지 않으려는 의도를 알아챘지만, 강요하지 않았다. 주석훈은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석훈의 길게 찢어진 눈이 도범과 오수경을 훑어보는 것이 눈에 띄었고, 도범은 그 시선이 불편했다. 도범은 이런 탐색적인 시선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순간 도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주석훈이 자신의 의도를 밝히기를 조용히 기다렸다. 짦은 찰나, 주석훈은 도범과 오수경에게 가볍게 주먹을 쥐고는 인사했다.“두 분이 이곳에 와서 한쪽에만 머물러 있는 걸 보니, 누가 여러분을 데리고 천엽성에 들어갈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잡다한 사람들은 고려할 필요 없습니다. 그분들은 실력도 자신감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저와 제 선배는 8품 종문인 원건종 출신으로, 두 분을 천엽성에 데려갈 충분한 실력이 있습니다.” 주석훈은 이렇게 말하며 도범에게 다섯 손가락을 펼쳐 보였다. “두 분이 어린 나이에 6품 연단사가 된 걸 보니, 연단술에 꽤 재능이 있으신 듯합니다. 그래서 제가 특별히 할인해드리겠습니다. 두 분 중

    최신 업데이트 : 2024-11-02
  • 무적이 되어 돌아온 남자   제2810화

    도범은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전에 몇몇 연단사가 천엽성에 들어갔을 때, 다른 분들은 1,000개 이상의 영정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니 제가 여러분에게 500개만 받겠다는 건 정말 양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합니다.”도범과 주석훈의 대화는 주위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쪽을 바라보며 두 연단사가 천엽성에 어떤 가격에 입성하게 될지 궁금해하며 둘러싸기 시작했다.도범은 어이가 없다는 듯 입꼬리를 살짝 삐죽이며, 차가운 시선으로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을 바라보고 단호하게 말했다. “여러분을 위해 무료로 단약을 연단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보상인데, 돈까지 받으려 하다니, 정말로 권력을 남용하는 사람들이군요.”이 사람들은 연단사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혼자 있는 연단사는 큰 집단의 보호를 받지 못하면 이들 눈에는 그저 잡아먹힐 제물에 불과했다. 그러니 가격을 정해 돈을 내게 하고, 장기적으로 일을 시키는 것이 이들의 방식이었다. 도범은 장기명에서부터 시작해 주석훈까지, 모두가 자신들의 조건이 큰 혜택이라고 믿으며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한편, 오수경도 콧방귀를 뀌며 불쾌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현연대륙은 원래 이런 불합리한 곳이었다. 강자가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에 반박할 기회조차 없었던 것이다.그러자 주석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도범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주변에서는 조롱 섞인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들은 도범의 말이 그저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연단사가 도범 하나뿐인 것처럼, 주석훈이 제시된 조건에 감히 반박을 하다니 말이다. 잠시 후, 주석훈은 입술을 삐죽이며 냉소를 터뜨리며 180도 다른 태도를 보였다. “그래서 네 말은, 들어갈 생각이 없다는 거지? 난 너 같은 사람 처음 봐. 네가 알아둬야 할 게 있어. 연단사는 이 바라문 세계에서 약자야! 실력이 없으면 쓸데없는 요구는 하지 마.”그러자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려 더는

    최신 업데이트 : 2024-11-03
  • 무적이 되어 돌아온 남자   제2811화

    장기명은 어이없다는 듯 입꼬리를 살짝 삐죽이며, 도범이 참 독특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도범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지나치게 넘쳤다. 그리고 장기명은 주석훈과 아는 사이인 듯 보였다. 장기명은 주석훈에게 다가가 가볍게 주먹을 쥐고 인사한 후,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석훈 선배님, 너무 화내지 마세요. 이 녀석은 원래 이런 성격이에요. 방금 오는 길에 저도 선배와 함께 이들을 봤어요. 그래서 저도 이들에게 저렴한 조건을 제시했는데, 이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죠.” 장기명의 말이 끝나자, 주위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로 고집이 센 녀석이었다. 연단사라는 이유만으로 천엽성에 들어갈 자격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었다.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이었다.한편, 오수경은 이 사람들의 조롱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몸을 떨기 시작했다. 오수경은 목을 길게 빼어 반박하려 했으나, 도범이 오수경의 손을 잡아 멈추게 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도범은 알고 있었다. 성문 앞 광장에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그들의 시선이 두 연단사에게로 쏟아졌다. 도범과 오수경이 이 장소에서 주목을 받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도범은 사람들의 과도한 관심을 매우 싫어했지만, 때로는 이런 문제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잠시 후,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술을 옴므리더니 오수경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 없는 곳에서 천엽성에 들어갈 계획을 논의하려 했는데, 이들 때문에 다 망쳤네요. 더는 기다릴 필요 없겠어요” 이 말이 끝나자 도범은 입성석 앞의 줄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지금 입성석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고, 도범은 오수경과 함께 여유롭게 걸어갔다. 주위 사람들은 도범의 행동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저 녀석 진짜 줄을 서네요?” “세상에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더니, 진짜 자신감이 지나치게 넘치네요. 자기가 입성 자격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건가요?”“저 녀석 제정신

    최신 업데이트 : 2024-11-03

최신 챕터

  • 무적이 되어 돌아온 남자   제2873화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 무적이 되어 돌아온 남자   제2872화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 무적이 되어 돌아온 남자   제2871화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 무적이 되어 돌아온 남자   제2870화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 무적이 되어 돌아온 남자   제2869화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 무적이 되어 돌아온 남자   제2868화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 무적이 되어 돌아온 남자   제2867화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 무적이 되어 돌아온 남자   제2866화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 무적이 되어 돌아온 남자   제2865화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