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다들 왕재풍을 바라보았다.이에 재풍이 덤덤하게 웃으며 여러 사람을 향해 말했다.“여러분, 제가 지금 알고 있는 정보는 버려진 세상에서 50~60만 명 정도 쳐들어왔다는 것과, 그중 30~40만 명은 대륙 쪽 세력이고 20만 명은 해역 쪽 세력이라는 것 뿐입니다. 그들이 어떤 방법을 통해 이곳으로 들어왔는지는 모르고요, 이미 스무 날 정도 들어온 것 같은데, 그중 일부 천재들이 이미 천급까지 돌파한 것 같습니다.”“맙소사, 들어온지 벌써 20일이나 됐다고요? 그걸 우린 이제야 알게 되었다니!”“그러게요, 우리 너무 방심했네요. 그들이 전부 같이 들어왔다가 같이 숲을 떠나게 되었더라면 우린 더욱 몰랐을 거잖아요!”“그 정도까지는 아닐 겁니다. 몇 십만명이 들어왔다는 건 엄청 많은 세력이 같이 들어왔다는 건데, 모든 세력 사이에 같이 들어왔다가 또 같이 나갈만큼 아무런 모순이 없는 건 또 아니잖아요.”재풍의 한마디에 다들 다시 의논에 빠졌다. 재풍의 대답에 다소 경악한 듯했다.그런데 의외로 옆에 있는 임순이는 얼굴에 이상한 기색을 드러냈다. 사실 제일 처음으로 도범 그들을 발견한 게 바로 순이었다. 하지만 그때 도범과 약속한 것이 있었기에 그녀는 바로 돌아와 이 일을 보고하지 않고 계속 숲 속을 돌아다니며 보물을 찾았던 것이다. 어쩌다 외부 침입자들을 발견하게 되면 아예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며 못 본척까지 해가면서.그래서 지금까지 끌게 된 거고, 이제 와서야 아홉 마을 사람들에게 발견된 것이다.“그리고요? 또 뭘 알고 있습니까?”용호가 잠시 생각 한 후 다시 재풍에게 물었다.이에 재풍도 잠시 생각한 후 왕석을 바라보며 말했다.“더욱 상세한 건 나의 손자가 말해줄 겁니다. 아무래도 이들이 날 찾아와 보고한 거니, 이들이 안쪽의 상황을 제일 잘 알고 있겠죠.”왕석은 그제야 앞으로 나와 용호를 향해 입을 열었다.“실은…….”왕석은 일의 자초지종을 전부 차근차근 모두에게 알렸다.물론 수영을 언급하게 될 때면 쳐들어온 사람들이 얼마나 착하고
한 마을 노인이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그도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는 표정이었다.“그래요. 너무 많은 사람이 쳐들어왔어요. 그렇게 많은 사람을 우리 쪽에서 감싸게 되면 혈사종이 틀림없이 우리를 공격할 텐데. 그때 가서 정말로 싸움이 일어나게 된다면 우린 그들의 적수가 아닐 수도 있어요.”다른 한 노인도 덩달아 말했다. 편안한 생활에 익숙해진 지금 갑자기 혈사종과 싸움을 치러야 한다는 생각에 두려운 마음이 드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었다.“그럼 이렇게 할까요?”이때 한 중년 남자가 잠시 생각한 후 용호를 향해 말했다.“큰 회장님, 저에게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바로 이 일에 대해 모르는 척하는 겁니다. 어차피 왕석 도련님도 그들과 그냥 돌아와 상의해본다고 했지 무조건 구하러 간다고는 안 했잖아요. 게다가 초수영 씨 쪽엔 기껏해야 2~3천 명 정도밖에 없었다면서요? 만약 제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들은 이미 혈사종 제자들의 손에 죽었을 겁니다. 증인도 죽었겠다, 우리만 모르는 척하면 나중에 반연맹 쪽에서 알게 된다고 해도 우리를 탓하진 않겠죠? 우리 쪽에 이 일을 알고 있는 사람도 몇 없으니, 다들 입만 잘 다물고 있으면 아무 문제없을 겁니다.”“이 방법이 괜찮네요. 우리 모두 이 일에 대해 모르는 척합시다. 하하, 그들이 나중에 다른 곳으로 가든, 혈사종의 손에 죽든, 우리만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고 있으면 되는 거잖아요. 그리고 요즘 될수록 숲 속으로 들어가지도 말고요.”전의 그 노인이 즉시 맞장구를 쳤다. 도범 그들을 도울 마음이 없는 게 분명했다.그런데 이때, 재풍이 차가워진 얼굴색으로 입을 열었다.“다들 우리가 어느 세력에 속하는지 잊은 겁니까? 지금 우리가 혈사종의 적수로 될 수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적어도 우리의 세력이 그들보다 많이 차이 나지는 않잖아요. 게다가 우리 여태껏 반연맹 쪽의 보호를 받아가며 지금까지 편안하게 살아온 건데, 나중에 반연맹 쪽에서 우리가 일부러 사람 구하러 가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
“그만 싸우세요! 난 이 일을 상의해보려고 여러분을 부른 거지, 싸우는 걸 듣자고 부른 거 아닙니다!”한참 듣고 있던 용호가 드디어 화가 나서 한마디 했다. 입장이 완전히 다른 두 가지 의견이 나오게 될 줄은 그도 전혀 생각지 못했다.‘절반은 그들을 돕는 걸 반대하고, 절반은 동의하고 있어.’용호의 화난 모습에 다들 그제야 입을 다물고 조용해졌다.그러다 몇 초 동안 침묵을 지킨 뒤, 임가촌의 회장이 다시 용호를 향해 말했다.“큰 회장님, 난 우리 확실히 너무 오래 참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 쪽 세력이 그들보다 너무 많이 뒤처지는 건 또 아니잖아요. 게다가 우리 쪽에서 나서서 그들을 구하게 된다면, 그들도 틀림없이 우리 쪽 대오에 합류하게 될 거고, 그렇게 되면 우리 쪽 세력은 더욱 강대해질 게 분명합니다. 그들 쪽에도 몇 십 만명은 있다는데, 우리에게 합류한다면, 혈사종에서 과연 우리를 두려워하지 않을까요?”“임 회장의 말에 일리가 있네요.”이때 용호 수하의 한 장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사람들 지금쯤 엄청 갈팡질팡할 겁니다. 그런 관건적인 순간에 우리가 나서서 그들을 돕게 되면 그들은 분명 우리에게 고마움을 품고 우리 쪽 의견에 따르게 되겠죠. 그리고 그때 가서 정말 싸우게 된다면, 어느 쪽에서 이길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입니다.”“그들 쪽에 사람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요 며칠 사이에 죽은 사람도 적지 않겠죠?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여러 세력이 같이 들어온 거니 꼭 그렇게 단합할 건 아니라는 겁니다. 게다가 그들 쪽 세력의 수련 경지가 너무 낮아요, 거의 다 진신경이나 위신경 정도밖에 안 된다면 솔직히 크게 도움은 되지 않습니다. 혈사종에 천급 강자들이 우리 쪽보다 더 많다는 걸 잊지 마세요.”그전의 중년 남자가 여전히 도범 등을 돕는 걸 반대하고 있었다.“두 분의 말에 전부 일리가 있습니다.”용호가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그들 쪽 인원이 확실히 엄청 많죠, 해역 세력도 있고.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나서서 그들을
“네, 큰 회장님. 제가 짐작한 게 맞다면 그 사람 이미 천급 2품이나 3품으로 돌파했을 겁니다.”순이가 잠시 생각하고 나서 대답했다.이에 용호가 한참 침묵을 지키다 다시 입을 열었다.“혈사종에서도 쉽게 우리와 싸우려 하지 않을 겁니다, 아무래도 그 버려진 세상에서 온 사람들까지 우리 쪽에 합류하게 된다면 결국 그들이 이긴다고 해도 손실이 엄청 막심할 테니. 그런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싸우려 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니 이 일은 우리 쪽에서 모른 척을 해도 안 됩니다.”“큰 회장님, 그럼 지금 그들을 돕겠다는 말씀이십니까?”왕석이 듣자마자 기쁨에 겨워 물었다.그러자 용호가 고개를 끄덕였다.“다른 건 둘째 치고, 그 무리 속의 천재들은 우리 쪽에서 최대한 많이 데리고 와야 해. 그들 쪽 세력은 틀림없이 안쪽에서 보물을 쟁탈하며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을 거야. 게다가 혈사종 제자들도 지금 안에서 그들을 추격하고 있고. 그런 상황에서도 살아남은 자들이라면 분명 다 천재들일 거야. 적자생존이니까. 그러니 우린 그런 천재들이 필요해.”왕개선이 듣더니 오리무중인 표정으로 물었다.“그럼 큰 회장님의 뜻은?”용호가 웃으며 대답했다.“우리 쪽에서 운람종으로 사람을 파견하여 도움을 청한다고 해도 4일 정도는 걸릴 겁니다. 그 사람들을 구하러 간다고 해도 너무 급해서는 안 된다고요. 그러니 지금은 일단 기다리는 겁니다. 그러면 막심한 손실을 막을 수도 있고, 반연맹 쪽에 우리의 충심을 보여드릴 수도 있잖아요. 잘 되면 나중에 천재들 여러 명을 데리고 올 수도 있고. 그야말로 일거양득이 아닌가요?”개선은 그제야 용호의 뜻을 깨닫고 웃으며 말했다.“역시 큰 회장님이시네요. 그럼 큰 회장님의 뜻은 일단 그들을 상관하지 말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거나 아니면 회의하는 척을 하면서 지켜보다가 두 세날 후 운람종 쪽에서 거의 도착할 때쯤 그들 구하러 가자는 겁니까?”용호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똑똑하네요. 요 두 세날 동안 다들 평소처럼 열심히
“아빠!”그러나 임순이는 그 결정에 따를 수 없었다. 초수영과 도범은 다 좋은 사람이었고, 도범은 더욱 그녀의 목숨까지 구한 적이 있었으니, 그녀는 당연히 일찍 출동하여 도범 그들을 돕고 싶었다.그래서 그녀는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가 제신의 옷소매를 당기며 작은 소리로 귀띔했다.하지만 제신은 순이와 임호우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이건 우리 마을, 더 나아가 아홉 마을 전체의 생사와 관련된 큰 일이야. 순이야, 도범이 너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어 너도 그를 돕고 싶어하는 마음은 나도 이해해. 하지만 이런 큰 일은 우리가 함부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반드시 상의를 거쳐 대다수 사람들의 동의를 받아내야 한다고.”그러다 잠시 침묵을 지킨 뒤 다시 말을 이어갔다.“지금으로서는 큰 회장님이 내린 결정이 제일 적합해. 다들 동의했으니 우리도 동의해야 한다고, 알겠어? 초수영 그들은 이미 죽었어. 나중에 너희들은 숲 속에서 격렬하게 싸우고 있는 소리가 들려와 소리 따라 숲 속으로 쳐들어 간 거고, 그래서 도범 그들을 도운 거라고 말하기만 하면 돼. 운람종 쪽에서 묻게 되면 꼭 이렇게 대답해야 한다, 알겠지?”순이는 여전히 많이 달갑지 않았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알겠어요! 이럴 때엔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해서는 안 되잖아요.”제신도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남은 3일 동안은 너희들도 집에서 열심히 수련해 될수록 더 높은 경지로 돌파해봐. 나중에 보여주기 식으로 혈사종 제자들과 싸우게 된다고 해도 두 세시간 정도는 싸워야 할 테니, 어느 정도 다칠 수는 있을 거야.”“네.”“자, 이건 어디까지나 우리 아홉 마을 전체와 관련되는 큰 일이니 나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방금 나의 제의에 대해 다들 마을의 회장이든, 장로든, 아니면 호법이든, 동의한다면 손을 들어주세요. 소수가 대수에 복종하는 식으로 결정하죠.”이미 결정이 다 난 일이었지만 용호는 여전히 능청스럽게 높은 목소리로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그리고
‘게다가 아홉 마을이 말로는 하나의 뭉쳐진 세력이라 하지만, 남몰래 다른 사심을 품고 있는 마을도 분명 있을 거야. 그런 상황에서 정말로 혈사종과 싸움이 붙게 된다면, 그들은 틀림없이 자신들 쪽에 많은 사람이 죽는 게 두려워 전력을 다 하지 않을 수 있어.’‘그러니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우리 자신의 실력을 키워야 해. 다들 전투력이 더 향상되어야 돌발적인 상황이 벌어져도 대처할 수 있어.’이번에 도범이 얻게 된 공법이 정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비록 낮에 도범이 수련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체내의 소용돌이는 부단히 그를 대신해 하늘과 땅 사이의 영기를 흡수하며 수련 경지에서 안정을 찾게 한다지만, 저녁에 도범이 직접 공법을 수련하며 영기를 흡수하게 되면 그 효과는 더욱 배로 늘어났다.‘지금의 이런 상황에서 이틀만 더 지나면 나의 수련 경지가 완전히 안정될 수 있어. 그때가 되면 3품 중급 단약도 한번 정제해 보아야지. 단약만 성공적으로 정제해낼 수 있다면 일반적인 천급 강자는 더욱 두려울 것도 없어.’도범은 은근 속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만약 그의 실력이 빠른 시일내로 향상하지 못한다면 나중에 진정한 강자와 만나게 되었을 때, 그에게 반항할 힘도 없을 게 뻔했다.그리고 바로 그날 밤, 중상을 입은 두 명의 혈살종 제자가 낭패하게 혈살종으로 돌아왔다.“장로님, 장로님, 큰 일이 났습니다!”두 혈살종의 제자는 혈살종 대장로가 사는 곳으로 뛰어들어 소리를 질렀다.이에 마침 쉴 준비를 하고 있던 대장로가 두 사람을 한번 보고는 짜증이 묻은 어투로 말했다.“너희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수련 경지가 낮지도 않는 놈들이, 그것도 천급 1품으로 돌파한 놈들이 이렇게 다치고 와? 설마 숲 속에서 보물을 찾다가 엄청 대단한 요수를 만난 거야?”그 중 한 사람이 급히 대답했다.“그들 쪽에 사람이 엄청 많아요, 천급 1품의 강자만 해도 여럿이나 돼요. 진신경 정점에 돌파한 자들도 있었고. 우리 쪽에 네 명이 있었는데, 두 명은 죽고, 저희 둘만 이렇게 살아서 도망
대장로는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곧 다른 장로와 종주 찾으러 나갔다.이에 혈사종의 종주와 기타 장로들은 분분히 의아한 표정을 드러냈다. 지금 이 시간에 수련하는 자들이 있었지만, 마침 휴식을 취하려던 사람도 있었으니 도무지 이렇게 늦은 밤에 급히 그들을 불러낸 이유를 알 수 없었던 것이다.“대장로님, 대체 무슨 일인데 이렇게 늦은 밤중에 다 쉬고 있는 사람들을 불러낸 겁니까?”종주가 앞에 있는 대장로를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대장로는 매사에 엄청 신중한 사람이니 이렇게 늦은 시간에 급히 그들을 불러냈다는 건 무조건 중요한 일이 있을 거라는 걸 종주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장로의 성격으로는 절대 이런 일을 하지 않을 거니까.대장로가 쓴웃음을 지으며 여러 사람에게 설명했다.“종주님, 만약 큰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나도 절대 이 시간에 여러분을 불러내지 않았을 겁니다. 지금 엄청 예상밖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다들 버려진 세상에 관한 전설을 들어 보셨죠?”둘째 장로가 듣더니 웃으며 말했다.“물론 들어본 적이 있죠. 불과 반년 전에도 그 세상의 사람 몇 명이 들어왔잖아요. 반연맹 쪽의 운람종 장로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밖으로 나갔다가 마침 입구 쪽에서 서성이는 몇 명을 발견했고, 종문까지 직접 데리고 갔다고. 그래서 그때 우리 수호 연맹 쪽에서 책임도 물었잖아요.”그러다 잠시 멈추더니 다시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그들의 나이가 어렸고, 수련 경지도 그다지 높지 않았으니 더 따지지는 않았었죠. 물론 그들도 다시는 버려진 세상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서야 우리도 입을 다문 거지만.”이때 셋째 장로가 미간을 찌푸리고 한참 생각한 후 자신의 추측을 말했다.“대장로님, 그런데 그건 왜 갑자기 언급하시는 겁니까? 설마 그들이 숨은 천재라 돌파하는 속도가 엄청 빠르던가요? 하지만 버려진 세상엔 영기가 적으니 그들이 우리 쪽으로 들어온 후 갑자기 많은 영기를 흡수하며 수련 속도도 따라서 빨라지는 건 정상적
대장로가 고개를 끄덕였다.“엄청 많은 사람이 들어온 건 둘째 치고, 그들이 적어도 스무 날 정도는 이 곳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더욱 이미 천급 1품으로 돌파한 자들도 있고.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우리 쪽 제자가 알아온 정보에 의하면 그들 중에 대륙 쪽 최강 세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해역 세력도 있답니다, 그것도 최소 40~50만명 정도.”그러다 잠시 멈추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심지어 돌아오는 길에 혈사종 제자들의 시체를 적지 않게 발견했답니다. 천급 2품으로 돌파한 제자들의 시체들도 있었고. 그들 세력과 큰 싸움이 벌어졌던 게 분명합니다.”“뭐라고요?”혈사종의 종주가 듣자마자 깜작 놀랐다.“천급 1품으로 돌파한 제자들이 죽었다는 건 틀림없이 포위 공격을 당했다는 건데. 진신경이나 위신경 정도 되는 제자들이 죽은 건 말이 돼요, 천급 1품의 제자들이 죽은 것도 받아드릴 수는 있고요. 하지만 천급 2품으로 돌파한 제자들이 죽었다는 건 많이 수상한데요?”이때 둘째 장로가 갑자기 눈빛이 밝아지더니 바로 일어나서 격동 되어 말했다.“틀림없이 아홉 마을의 사람들이 도왔을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천급 2품으로 돌파한 제자들이 그렇게 쉽게 죽을 리가 없잖아요!”“맞아요. 아홉 마을은 반연맹 쪽에서 보호하고 있는 작은 세력이잖아요. 젠장, 진자 해도 너무 하네, 감히 우리 혈사종을 건드려?”셋째 장로가 탁자를 두드리며 화가 나서 주먹을 움켜쥐었다. 당장이라도 아홉 마을로 쳐들어갈 기세였다.“아홉 마을에서 도왔다는 증거는 아직 없으니 섣불리 판단하지 마시죠, 아무리 아홉 마을에서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해도.”종주가 잠시 침묵한 뒤 다시 말했다.“일단 내일 아침에 검왕종 쪽으로 사람을 파견하여 이 소식을 알립시다. 그리고 우리의 성지로 쳐들어온 사람들이 도망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우리도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여 밖에서 지키고 일부 제자만 숲 속으로 들여보내 그들을 죽이겠다고요.”“그게 좋겠네요. 젠장! 나 진작 아홉 마을이 눈에 거슬렸습니다.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