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세 사람만 죽이는 거라면 승낙할 것 같은데요?”여덟 번째 장로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아무래도 도씨 가문의 규모가 작은 것도 아니라 아무런 흔적 없이 제거하기엔 많이 힘들 겁니다. 그러다 4대 고종이 은세 가문을 제거했다고 소문이 나기라도 하면 그들 고종에 좋을 건 하나도 없으니까요.”4대 고종과 은세 가문 사이에는 오래전부터 함부로 서로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유지되고 있었고, 4대 고종끼리도 은세 가문의 발전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절대 은세 가문 간의 일에 끼어들지 말자고 약속을 한 바가 있다.게다가 8대 일류 은세 가문 간에 어느 정도의 마찰은 있지만 크게 결투까지 할 정도는 아니었고, 고종이 어느 한 은세 가문을 공격하게 되면 기타 일류 세가들은 틀림없이 연합하여 그 고종의 책임을 묻고 결투까지 할 게 분명했다.같은 은세 가문끼리 합심하지 않고 이런 일을 한번 종용했다간 같은 일이 다시 반복할 거고, 그 다음 목표가 어느 가문일지는 누구도 모르는 거니까.그러면 결국 모든 일류 세가를 포함한 기타 은세 가문들이 전부 사라지는 건 시간의 문제인 거고.그런 상황에서 고종을 설득하여 도씨 가문을 제거하게 하는 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할 일이다.하지만 몇 사람만 죽이는 거라면 또 별개의 일이다. 험지에서 몰래 그들을 찾아내 죽이면 누구도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니까.“확실히 그렇긴 하지만, 난 그래도 먼저 도씨 가문을 제거해달라고 제기해야 해요. 그러면 그들이 반드시 거절할 거고, 그때 가서 제가 세 사람만 죽여달라고 한 발 물러나는 척하면 그들은 난이도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하고 승낙할 겁니다.”루희의 말에 여덟 번째 장로가 눈빛이 밝아져서는 루희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그 방법이 좋네요! 아가씨 정말 너무 똑똑하시네요. 하하, 그들이 틀림없이 승낙할 겁니다.”모든 계획이 다 짜인 후 두 사람은 작은 마을을 찾아 하룻밤을 쉬고 이튿날 아침에 다시 출발하여 운소종으로 향했다.
“선배, 장로님에게 먼저 알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저 사람들이 뭘하는 사람인지 묻지도 않고 바로 종주한테로 안내해도 되는 거예요?”한 여제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단약을 빼앗아 온 청년에게 일깨워 주었다.이에 청년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루희를 향해 물었다.“참! 당신들 뭐하는 사람이지? 우린 당신들의 물건을 함부로 받을 수 없어!”루희가 듣더니 웃으며 자신의 신분을 네 제자에게 간단히 소개하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우리 정말 엄청 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래요. 우리가 천급 수련 경지에 관한 단서를 알고 있다고 전해주면 종주께서 반드시 흥미를 가지고 우리를 만나겠다고 할 겁니다.” 여덟 번째 장로도 즉시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틀림없이 우리를 만나겠다고 할 겁니다. 네 분이 한번 생각해 봐요, 종주는 이미 진신경의 정점에 돌파한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년세가 많은 건 사실이잖아요. 70세를 훌쩍 넘으셨다고 들었는데, 하루빨리 천급 수련 경지에 돌파하지 않으면 그대로 죽기만을 기다려야 하잖아요? 그러니 종주에게 있어 천급의 수련 경지에 돌파하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일 겁니다, 오래 살아야만…….”“알았어, 그만해! 그 소식이라면 내가 당신들을 데리고 들어갈 수 있어!”청년은 여덟 번째 장로의 잔소리가 귀찮아 바로 손을 흔들었다.“따라와!”루희와 여덟 번째 장로가 듣더니 서로 눈길을 한번 마주치고는 즉시 따라갔다.그렇게 세 사람은 곧 거대한 궁전으로 들어가 한 노인의 앞에 멈춰섰고, 분분히 허리를 굽혀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창 종주를 뵙습니다!”새장 안에 있는 앵무새와 놀아주고 있던 노인이 세 사람을 한번 쳐다보고는 새장을 내려놓았다.“웬 낯선 사람을 여기로 데리고 온 게냐? 내가 말했잖아, 일은 호법이나 장로들에게 맡기면 되니까, 종문의 생사존망에 관한 일이 아니면 나에게 통지할 필요도 없다고. 게다가, 통지한다고 해도 일개의 제자가 직접 올 자격은 없을 것 같은데?”청년이 듣더니 순간 이마에서 식은땀이
“하하, 저도 지금 엄청 떨리고 있는데 여유로운 척하고 있는 겁니다.”루희가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게다가 창 종주처럼 높은 곳에 있는 분이 설마 저희 같은 일개 이류 세가의 사람을 난감하게 하겠습니까?”“하하, 일리가 있어, 일리가 있어!”창 종주는 루희를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어 했다. 얼굴이든, 몸대든 전부 그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으니.“말해봐, 무슨 일로 나를 찾은 거지?”“아, 별일은 아니고요, 저희가 천급의 수련 경지에 관한 단서를 알고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루희가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고, 창공정이 듣더니 눈빛이 순간 밝아져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뭐? 천급 수련 경지에 관한 단서를 알고 있다고?”하지만 그는 곧 또 무엇이 생각났는지 즉시 냉소를 지었다.“아니지. 그렇게 중요한 소식을 우리 운소종에게 알려준다고? 무슨 꿍꿍이가 있을 거 같은데?”“창 종주 역시 영명하시네요. 저 확실히 창 종주한테서 얻고 싶은 게 있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하하! 난 딱 자네처럼 통쾌한 사람이 좋아. 말해 봐, 영초 얼마나 필요한데? 등급은? 단약과 무기는 필요해?”창공정이 호탕하게 웃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우리 4대 고종은 종문에 안 좋은 영향이 생길까 봐 종래로 은세 가문과 접촉하지 않았어. 하지만 천급 수련 경지와 관련이 있는 일이라면 그 규칙을 깨도 괜찮긴 하지.”그러나 루희는 옆에 있는 청년 제자를 한번 쳐다보고는 눈살을 찌푸린 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이에 창공정이 순간 눈치를 채고 제자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나가봐.”“네, 종주!”그렇게 청년은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는 물러났고, 창공정이 그제야 루희를 향해 말했다.“자, 말해 봐.”“사실 저는 영초나 보물 따위를 원하지 않습니다.”“뭐? 재밌네. 그럼 무엇이 필요한 거지? 설마, 나를 흠모하는 거야?”창공정의 뜬금없는 물음에 루희는 순간 속으로 진땀을 흘렸다. 하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웃으며 대답했다.“당연
“창 종주께서 엄청 난감해한다는 걸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더 이상 물러날 길이 없습니다. 저 반드시 복수해야 하거든요, 저 진짜…….”“잠깐!”창공정이 급히 루희의 말허리를 잘랐다. 그러고는 눈살을 찌푸린 채 의아해하며 물었다.“내 기억이 맞다면 도씨 가문의 가주는 도남천일텐데? 자네는 도남천의 부인이고? 그런데 왜 도씨 가문을 제거하려는 거지?”“흥! 그 나쁜 놈이 세속의 여인과 몰래 아이를 낳아 가문의 체면을 제대로 구긴 것도 모자라 그 사생아를 심지어 도씨 가문으로 데리고 와서는 가주의 후계자 자리를 그 사생아에게 넘겨줬거든요.”도남천과 도범만 생각하면 화가 제대로 치밀어 오른 루희는 이를 악물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지금 도씨 가문의 실력이 엄청 강해졌어요, 도씨 가문의 대장로도 진신경 정점에 돌파했고. 그리고 그 도범이라는 사생아는 천부적인 재능과 전투력이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더욱 상품 영기도 가지고 있대요. 제일 중요한 건 얼마전에 저희 루씨 가문의 가족들이 도씨 가문의 손에 엄청 많이 죽어 나갔거든요, 그래서 저 반드시 복수해야 합니다.”“그래, 대충 알겠어. 자네와 도남천이 부부에서 원수가 되었고, 그래서 나의 손을 빌려 도씨 가문을 제거하겠다, 이거네?”“네. 이 일이 종주에게 있어 어려운 일은 아닐 겁니다. 운소종에 계신 십여 명의 장로가 전부 다 진신경 정점에 돌파한 강자들이잖아요. 게다가 제가 알려준 단서대로 가서 천급 수련 경지에 관한 비밀을 찾다 보면 반드시 공법이든 뭐든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말하고 있는 루희의 태도는 점점 흥분되고 있었다.“저 천급 수련 경지에 관한 단서가 종주에게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 조건이 너무 지나친 건 아니죠?”창공정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한참 침묵을 지키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나도 자네를 도와주고 싶어, 하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 운소종은 은세 가문을 먼저 공격할 이유가 없어. 게다가 그때 가서 일류 세가와 이류 세가들
“그럼 이렇게 해요, 창 종주. 저도 제 요구가 창 종주를 난감하게 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더는 강요하지 않을 게요. 아무래도 도씨 가문 그렇게 큰 일류 세가를 흔적 없이 제거한다는 건 확실히 쉬운 일이 아니니까. 나중에 그들이 출발하게 되면 제가 그들이 어느 험지로 가게 되었는지를 창 종주에게 알릴 게요. 그때 가서 창 종주께서는 도남천과 도범, 그리고 도씨 가문의 대장로 도무광만 죽여줘요. 이건 어렵지 않겠죠? 험지 속은 지세가 복잡한데다 보는 눈도 적으니, 그 세 사람을 죽이는 건 엄청 쉬울 겁니다.”루희가 일부러 잠시 생각하는 척하다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 세 사람만 죽게 되면 우리 루씨 가문이 도씨 가문을 공격하는 게 많이 쉬워질 겁니다. 그리고 우리 은세 가문끼리 싸우는 거니, 절대 창 종주의 종문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겁니다.”“일리가 있네.”창공정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여덟 번째 장로를 쳐다보며 말했다.“이 일은 내가 따로 루희 아가씨와 더 토론해보고 싶으니 자네는 대전 밖에 있는 대나무 아래에 가서 기다리게.”이에 여덟 번째 장로가 의아한 표정을 드러냈다. 왜 갑자기 그를 밖으로 내쫓으려는 지 알 수 없는 듯했다. 하지만 결국 뭐라 반항할 수가 없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밖으로 나갔다.루희도 창공정의 의도를 알 수가 없어 의아해하며 물었다.“창 종주, 왜 갑자기 제가 데리고 온 사람을 내보는 거죠? 저분은 우리 가문의 장로이고 저와 같은 편입니다. 아까 우리가 하는 말을 다 듣기도 했고. 그런데 이제와서 내보낼 필요가 있나요?”“하하, 예쁜이, 자네 어떻게 그럴 필요 없을지 알아?”창공정이 웃으며 루희를 향해 손짓 한번 했다. 그러자 루희는 순간 무언가에 빨려들어가는 사람 마냥 창공정의 품으로 날아갔고, 창공정은 손을 뻗어 루희의 허리를 껴안았다.“창 종주…….”루희는 순간 화가 나서 창공정을 노려보았다. 아무런 감정도 없는 노인의 품에 안겨 있자니 루희는 왠지 모르게 속이 더부룩해 났다.그러
“그거로는 안 될 것 같은데?”하지만 의외로 창공정이 다른 조건을 제기하였다.“우리 종문으로 들어와 나의 아홉 번째 첩이 되어줘.”“아홉 번째 첩이요?”루희가 듣더니 순간 입가가 심하게 떨렸다.‘날 아홉 번째 첩으로 맞이하겠다니.’‘이렇게 나이 많은 늙은이한테 시집오는 게 자랑스러운 일도 아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잡담을 하게 될 거야.’‘아무래도 나와 창공정이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바로 시집오면, 딱 봐도 창공정의 신분과 지위를 노리는 거 같잖아.’‘하지만 창공정이 나를 도와 도범과 도남천을 죽일 수 있다는 거지. 게다가 내가 운소종의 아홉 번째 첩이 되면 나중에 종문의 고수들을 파견하여 내 아들을 계속해서 찾을 수도 있고, 일거양득이잖아.’“그래요, 그렇게 해요.”루희가 고개를 끄덕였다.“대신 나중에 반드시 저의 신분을 온 세상에 알리고, 우리의 결혼식에 일부 세력도 초청해야 해요, 괜찮죠?”“하하, 당연하지! 그럼 내가 이틀 후에 루씨 가문으로 가서 우리의 혼사에 대해 루 가주와 이야기를 해볼게.”창공정이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면서 루희를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그럼 일단 씻으러 가볼까? 그러고 나서 천급 수련 경지에 관한 단서도 나한테 상세하게 말해 봐, 알겠지?”“좋아요.”루희가 겉으로는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어이가 없어 흰자를 드러냈다.‘이럴 줄 알았으면 상청종과 신왕종에 들르지 않고 바로 여기로 오는 거였는데.’‘내가 운소종의 아홉 번째 첩이 되면 운소종은 나를 위해 도범과 도남천, 그리고 도무광을 죽여줄 거야. 그러면 도씨 가문은 더 이상 살아남기도 힘들겠지.’‘그러고 나서 난 운소종의 수련 자원을 루씨 가문에 가져다주면서 가문이 궐기하는 걸 도울 거야. 그러면 몇 년도 안 되어 우리 가문은 최강 일류 가문이 될 거고, 어쩌면 홍씨 가문을 능가할 수 있을지도 몰라.’창공정의 방으로 옮겨진 루희는 순간 아름다운 미래가 눈앞에 펼쳐진 느낌이 들었다.“어휴, 두 사람 도대체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한참을 더 기다려 서야 루희가 드디어 안에서 나왔다.이에 여덟 번째 장로가 급히 다가가 궁금해서 물었다.“아가씨, 어떻게 됐습니까? 승낙했나요? 왜 아가씨만 남긴 거래요? 뭘 따로 상의할 게 있다고?”방금 한 노인에게 모욕을 당하고 난 루희는 아직도 속이 메스꺼워 더 이상 그곳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여덟 번째 장로를 쳐다보며 말했다.“일단 여기를 떠나요, 나중에 다시 얘기해 줄게요.”“네.”루희의 정서가 다운되어 있다는 걸 눈치챈 장로는 더는 묻지 않고 바로 담요를 꺼내 그곳을 떠났다.그러다 운소종에서 많이 떨어진 후에야 다시 루희를 향해 물었다.“아가씨, 비영종에도 가볼 건가요?”“가야죠, 영초를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게다가 기타 세 곳의 종문도 다 알게 되었는데, 비영종만 빠지면 섭섭하죠.”“하하, 큰 아가씨의 말씀이 맞습니다. 수련 자원을 얻을 수 있는 제일 좋은 기회인데 이대로 놓치면 안 되죠.”“참, 장로님. 아까 창 종주가 왜 나만 방에 남겼는지 궁금하다고 하셨죠. 어차피 나중에 장로님도 알게 될 테니, 제가 미리 알려드릴 게요. 창 종주가 첫눈에 나한테 반했대요, 그래서 날 아홉 번째 첩으로 맞이하겠다네요.”“아홉 번째 첩이요?”여덟 번째 장로가 듣자마자 놀라서 눈살을 찌푸렸다.“그럼 아가씨의 뜻은요? 설마 정말 그 늙은이에게 시집갈 생각은 아니겠죠? 나이 차이가 얼만데, 어떻게 그런 요구를 제기할 수가 있죠?”루희가 앞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웃었다.“며칠 후 우리 가문으로 가서 혼사에 대해 아버지랑 상의하겠대요. 사실 4대 고종의 하나인 운소종과 이런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건 어떻게 보면 좋은 일이긴 해요. 우리 가문의 발전에 도움도 되고. 게다가 우리 대신 도남천과 도범, 그리고 도무광도 죽여주겠다고 승낙했는걸요.”“어휴. 아가씨, 아가씨는 우리 루씨 가문을 위해 정말 너무 많은 걸 희생했습니다.”“괜찮습니다, 우리 가문을 위해 복수하고, 도씨 가문을 제거할 수만 있다면 저는 뭐든지 할
“가주님, 아가씨께서 왜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거죠?”루씨 가문의 집사가 걱정이 되어 루진천을 향해 물었다.“기분 전환하러 나간다고 했으니 걱정 말게. 난 그냥 루희가 안 좋은 기분을 다 털어버리고 돌아왔으면 좋겠네.”루진천이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 집사에게 말했다.“요즘 다들 열심히 수련하고 있는 거 맞는 건가? 초씨 가문으로 가서 상의를 하든 안 하든 7대 험지로 가는 건 변하지 않을 거니까, 가족들 보고 하루빨리 수련 경지에 돌파하라고 해. 험지 속은 상상 그 이상으로 위험하고 또 진신경의 후기나 정점에 달한 요수들도 엄청 많으니. 나라도 살아서 나오기 힘들어.”“걱정 마세요, 다들 열심히 수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적어도 모두 위신경에는 돌파해야 될 것 같네요, 아니면 죽으러 가는 거나 다름이 없을 테니까.”집사 루해당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리고 마침 이때, 두 사람은 먼 곳에서부터 날아오고 있는 비행 담요를 발견하게 되었다.“가주님, 어서 저쪽을 보세요. 아가씨와 여덟 번째 장로가 돌아왔습니다!”루해당이 기뻐하며 루진천을 향해 말하자마자 코앞까지 날아온 두 사람이 위에서 뛰어내렸고, 루희가 바로 수납 반지를 루진천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아빠, 그 속에 엄청 많은 단약과 영초가 있어요. 우리 가족들이 한동안 수련하기에는 충분할 겁니다. 단약들은 짧은 시간내에 수련 경지를 돌파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루진천이 잠깐 멍해 있다가 수납 반지를 살펴보았다. 그러다 참지 못하고 숨을 한번 크게 들이마셨다.“뭐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루희야, 이렇게 많은 수련 자원은 대체 어디서 난 거야? 너 어디 갔다 오는 길인데?”루진천의 말에 루해당이 즉시 다가와서는 수납 반지를 받아가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도 역시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놀라서 말했다.“아가씨, 이, 이 많은 보물들을 어떻게 얻었어요?”“아빠. 제가, 제가 천급 수련 경지에 관한 단서를 4대 고종에게 알렸어요.”두 사람의 물음에 루희가 사실대로 대답했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