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식이 형, 그놈 군대 생활을 5년 동안 하고 갓 돌아온 놈이라 실력이 대단하니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는 안 돼요.”장건도 도범을 무서워하던 것이 생각난 장승우가 말했다.장건이 혼자 몇 백 명의 사람을 해치운 다는 것을 장승우는 믿지 않았지만 그런 소문이 났다는 건 장건이 그만한 실력을 지녔다는 소리였다.“걱정하지 마라, 그런 사람 내가 많이 봤어. 이틀 전에도 그런 놈 하나 만났는데 결국 내 손에 죽었어, 그런데 지금은 우리 쪽에 사람도 이렇게 많잖니. 내가 홍 씨 어른의 오른팔이 될 수 있었던 건 너랑 같은 이유가 아니라 온전히 내 실력 덕분이야!”두 사람은 얘기를 하다 나무 아래에서 반짝이는 빨간색 점을 보게 되었다, 그곳에는 누군가 서있는 것 같았다.“저기 왜 사람이 있는 거야?”춘식이가 손짓을 하자 사람들이 행동을 멈췄다.“열두시가 넘은 시간에 나무 아래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있나?”장승우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이 밤중에 그것도 이렇게 외진 곳에 왜 사람이 있는 건지.“일단 가보자.”춘식은 위험을 감지했다, 그것도 아주 위험한 기운이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혼자 이런 곳에 있는 건 정상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한 무리의 사람들은 곧 나무 아래에 도착했다.“너였어!”도범의 얼굴을 알아본 장승우가 냉랭한 얼굴로 말했다.“춘식이 형, 바로 저놈이 저희를 때렸어요, 제가 저놈 죽여버릴 거예요!”“후우.”장승우의 말을 들은 도범이 천천히 담배연기를 내뱉더니 꽁초를 바닥에 버렸다.“이렇게 죽고 싶어서 안달 나 할 줄은 몰랐네, 노래방에서 때린 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살려주려고 했는데 내가 생각을 잘못한 것 같네.”“야, 우리 사람 얼마인지 안 보여? 그런데 뭐 잘못된 결정?”장승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왜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안 자고 있었는지 알 것 같네, 우리가 찾아와서 복수를 할까 봐 걱정되어서 잠도 못 자고 여기에서 담배 피우고 있었던 거지. 그런데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던 거고,
“저 자식 와이프 박시율이라면 엄청난 미인이잖아.”장승우의 말을 곁에서 듣고 있던 춘식이도 씩 웃으며 한 마디 거들었다.“킬킬 춘식 형님도 함께 하시겠습니까?”장승우가 야비한 웃음을 지으며 비위를 맞추었다.“됐어. 난 여자한테 관심 없어!”춘식이 피식 냉소를 짓더니 다시 도범을 바라보았다.“좋아 네 뜻대로 해줄게. 너를 따라 저 낡아빠진 건물로 가보자고. 네가 손수 자기 죽을 무덤 자리까지 봐두었다는데 그 정도는 양보해 줘야지!”“하하 그래!”도범이 호탕하게 웃으며 곧장 낡은 건물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춘식 일행들이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걸음으로 그 뒤를 따랐다. 심지어 도범을 빙 둘러싸서 도망갈 틈을 주지 않았다.곧이어 그들은 그 낡은 건물 안에 도착했다.“이렇게 하자. 네가 나라를 위해 5년간 복무를 해 온 공을 높게 사서 오늘 특별히 기회를 줄게.”한무리의 일행들이 도범을 둘러싸고 있었다. 장승우가 비열하게 웃으며 말했다.“지금 네 마누라한테 전화해서 이리로 오라고 해. 그리고 내 앞에서 무릎 꿇고 절 백 번 하면서 널 살려주는 대신 네 마누라랑 자 달라고 빌어 봐! 그러면 네 목숨은 살려줄게. 어때?”“맞아 맞아. 이따가 굳이 네 딸한테 우리 형님과 네 여자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이지…”노랑머리가 야비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러나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도범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져 버렸다. 그는 누가 자신에 대해 어떻게 떠들어대는지 관심이 없었다.하지만 상대가 자신의 와이프와 딸을 건드리는 것만큼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었다.도범이 발을 구르더니 빠른 속도로 노랑머리 앞까지 다가갔다. 그리고 주먹으로 힘껏 남자의 목을 내리쳤다.“우두둑!”목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노랑머리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이미 숨이 멎어있었다.“입을 그렇게 더럽게 놀리니까 칼도 제일 처음 맞는 거야.”도범이 차가운 눈빛으로 바닥에 쓰러져있는 시체를 바라보았다. 그의 한 마디에 겁먹은 몇몇 사람들이 뒷걸음질 쳤다.일전에
도범의 무서움을 확인한 춘식 역시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인해전술을 펼칠 준비를 했다.“죽여!”곧바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달려들어 도범을 철저하게 에워쌌다. 물샐틈없이 경계가 삼엄했다.하지만 도범의 속도는 그들이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번에 달려들었지만 가까이 갈 수 있는 자는 거의 없었고 하나같이 다가가면 곧바로 도범의 칼에 베어졌다.어떤 이들은 칼에 반사된 섬광만 보았는데 이미 목과 몸이 분리되어 죽어버렸다.“이, 이럴 수가!”2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이미 건물 안에는 온통 시체만 가득했다. 강렬한 피비린내가 풍겨왔다.곁에서 좋은 구경거리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장승우와 그 부하들은 처음에는 득의양양하게 웃고 있었다. 그들은 도범이 그저 쓸데없는 발버둥을 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한 번만 공격이 제대로 먹혀들면 금방 저 많은 사람들한테 잡혀 죽을 목숨이라고만 생각했었다.하지만 그들의 얼굴에서 점점 미소가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대신 경악과 공포로 뒤덮였다.그곳에 우뚝하니 서있는 도범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는데 그의 하얀 셔츠에는 피 한 방울 튀어있지 않았다.장승우는 심지어 도범이 쪼리를 신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저런 슬리퍼를 신고 어떻게 그렇게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거지?“이만하면 이젠 너도 체력이 바닥났을 거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였는데 팔이 떨려올 때도 되었겠지!”“때가 되었다!”그때 막강한 실력의 춘식이가 드디어 나섰다. 그는 한 손에 칼을 들고 발을 구르더니 순식간에 공중 위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두 손으로 칼을 쥐고 아래에 있는 도범을 향해 힘껏 휘둘렀다.“굶주린 호랑이가 드디어 먹이를 잡으러 나섰다는 건가?”무서운 기세로 달려드는 상대방의 모습을 본 도범이 피식 웃었다. 당장이라도 칼이 그의 몸에 내리꽂히려고 하는 그 순간, 그가 빠르게 몸을 돌렸다.그 몸짓은 그전에 움직였던 것보다도 훨씬 빨랐다. 춘식이는 눈앞이 잠깐 어른거리는가 싶더니 도범이 보이지 않았
“악!”바닥에 꿇어앉은 장승우가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한쪽 다리만 바닥에 꿇어앉은 그가 다른 쪽 다리에 힘을 실으며 일어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몇 번을 시도해 봐도 다리에서 느껴지는 통증 때문에 부들부들 떨리기만 할 뿐 몸이 일으켜지지 않았다.그가 이를 악물고 뒤를 돌아봤다. 도범의 움직임이 어찌나 빠른지 육안으로 그 속도를 따라잡기 바쁠 정도였다. 뒤에 있던 부하들이 하나둘 그의 칼 아래 무참하게 베어졌다. 낡아빠진 건물 안은 마치 인간지옥이라도 된 것 같았다.“악!”장승우는 살기 위해 이를 악물고 다리에 박힌 칼을 있는 힘껏 뽑아냈다. 순간 밀려드는 고통에 머리가 띵해나서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칼을 뽑아내자 흥건하게 흘러나온 피가 그의 바짓가랑이를 적셨다.몇 초간 숨을 고른 후 장승우는 겨우 몸을 일으키고 비틀비틀하며 밖으로 도망치려고 했다.하지만 이미 그와 함께 온 사람들이 모두 쓰러지고 난 후였다. 도범이 피식 웃더니 용수철처럼 튀어나가 어느새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형 형님, 제발 제발 저 좀 살려주십시오. 살려만 주신다면 시키는 일은 뭐든지 다 하겠습니다!”“저 저 돈도 줄 수 있습니다. 얼마든지 줄 수 있습니다!”장승우는 바닥에 널린 시체를 보고 겁에 질려 말까지 더듬거리며 식은땀만 줄줄 흘렸다.그제야 그는 자신이 어떤 사람을 건드렸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난 이미 오늘 밤 너에게 기회를 한번 줬었지. 그 기회를 네 발로 차버린 거야!”도범이 담담한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가 칼로 단번에 그의 목을 그어버렸다.붉은 선혈이 사방으로 튀었다. 도범이 몸을 돌려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그는 느긋하게 담배를 빨며 천천히 집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도범은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그는 침대에 누워 단잠에 빠져있는 자신의 아내와 딸아이를 보고 입꼬리를 올리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걱정 마 여보, 앞으로 감히 누구도 너에 대해 나쁜 마음을 먹지 못할 거야. 이제부터 내가 너랑 수
박해일이 그녀의 이상을 감지하고 곧바로 물었다.장소연이 쓴웃음을 짓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나 어젯밤 네 매형한테 엄청 뭐라고 했었잖아. 난 그냥 너희 가족들이 걱정되어서 그런 말을 했던 건데. 혹시 그자가 용 씨 가문의 미움을 사게 될까 봐 그게 걱정되어서 그랬던 거야. 만약 그가 내 말에 앙심을 품고 나중에 괴롭히면 어떡하지?”“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 그럴 사람은 아닐 거야. 그리고 그가 우리 집안에 잘못한 게 얼마나 많은데 염치가 있으면 너한테 절대 함부로 못해!”“어젯밤 일은 그냥 오해였을 뿐이야. 그가 우리 박 씨 가문에 페를 끼치게 될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 그게 네 잘못도 아니고!”박해일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만약 그 사람이 어제 일로 기분이 상해서 2억 이내의 자동차를 사주겠다고 한 약속을 없던 일로 하면 큰일이잖아. 난 그게 걱정되는 거야!”장소연이 그제야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참 그게 무슨 큰일이라고!”나봉희가 곧바로 답했다.“걱정 말거라. 만약 도범이 그때 가서 너한테 차를 사주지 않겠다고 하면 엄마가 사주마. 그자는 나한테 사례금으로 40억을 준다고 약속했는걸. 그것만 받으면 너한테 2억짜리 자동차를 사주는 건 일도 아니야!”“우와 너무 좋아요. 고마워요 어머니!”장소연이 활짝 웃더니 감격하며 폴짝폴짝 뛰었다.“우리 아들만 행복하면 돼!”나봉희가 제법 예쁘장하게 생긴 장소연을 바라보며 만족스럽게 말했다.“소연아 너희 둘이 함께한 지도 꽤 되었는데 이렇게 하면 어떻겠니. 앞으로 두 달 후, 내가 그 40억을 받게 되면 해일이와 함께 너희 집 사람들에게 혼담을 꺼내러 가마. 어떻게 생각하니? 혼담만 성사되면 올해 안으로 날을 잡아 너희 두 사람의 결혼식을 올리는 거야!”“네. 전, 전 어머님 말씀에 따르겠어요!”장소연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이제 자신이 상류층 인사의 생활에 오를 길도 멀지 않은 것 같았다.“아직도 연락되지 않는 것이냐
“도대체 누가 그런 거야? 정말 굉장한 녀석이잖아! 춘식이가 정말로 죽었다니!”뚱뚱한 남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붙으면 체력이 바닥나 지쳐서라도 죽겠어. 춘식이의 실력만큼은 내가 똑똑히 알고 있어! 특히 그만의 독특한 필살기는 실로 대단한 공격이라고. 한 번 쓰면 그걸 받아 낼 수 있는 자는 극 소수야!”다른 한 녀석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문제는 이미 그곳을 봉쇄했다는 거야. 시체 또한 옮겨져서 처리 중에 있다니 현장을 직접 확인할 수도 없어. 현장조차 못 보면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할 수도 없으니 더더욱 확인할 길이 없지!”그렇게 말하던 그가 문뜩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이 멈칫거리다가 이어서 말했다.“혹시 한 사람이 아닌 거 아닐까요?”“그건 알 수 없지!”홍 씨 어르신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의 얼굴도 어둡기는 마찬가지였다.“상대가 누군지는 나도 정확히 모른다. 내가 알고 있는 건 어젯밤 장승우 일행들이 밖에서 놀다가 누군가한테 맞았고, 상대는 참견하기 좋아하는 퇴역 군인인데 엄청난 강자라는 정도야. 장승우가 2백 명은 족히 필요하다고 하여 내가 춘식이까지 함께 보냈었어. 그런데…”“그렇다면 상대는 아무런 준비도 못 한 채 싸움을 한 겁니다. 때문에 혼자일 가능성이 크지요. 만약 정말 혼자 상대한 거라면 그자는 분명 엄청 강한 자일 겁니다!”“지금 우리가 그자를 찾으려면 오직 장승우 일행이 어젯밤 어떤 곳을 돌아다녔는지, 누구한테 원한을 샀는지부터 조사해야 합니다!”한참 동안 침묵하던 중년 남자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그래 네가 가서 조사해 보거라. 난 어떻게든 그 자를 찾아내야겠다. 찾아서 죽여버리지 않으면 남은 평생 두 발 벗고 편안하게 잠들지 못할 것 같구나!”홍 씨 어르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중년 남자에게 말했다.같은 시각, 며칠 사이 상처를 많이 회복한 박 씨 가문의 박이성이 보디가드 몇 명을 대동하여 용진 그룹 산하의 용정 부동산 본부로 찾아왔다.“안녕하세요 누구를 찾으러 오
박이성이 사무실 안을 두리번거렸다. 그는 최소희에게 자신을 소개하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팀장 사무실을 발견했다.“박 씨 가문 도련님이셨군요. 제가 팀장님께 전달해 드릴게요!”최소희가 번뜩 정신을 차리고 그에게 말했다.“괜찮습니다. 이미 찾았네요. 여기가 팀장 사무실이죠? 아가씨는 가서 그쪽 일 보시죠. 저 혼자 들어가면 됩니다!”박이성이 씩 웃더니 고개를 돌려 보디가드들에게 말했다.“너희들은 문 앞에서 나를 기다려!”말을 마친 그는 재빨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문을 닫아버렸다.“왜 노크도 안 하고 들어옵니까?”고개를 푹 숙이고 한창 바삐 업무를 보고 있던 박시율이 박이성을 확인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박이성 네가 왜 여기 있어?”박시율은 박이성을 상당히 증오하고 있었다. 5년 전 할아버지는 그녀에게 화가 나기도 했지만 크게는 박 씨 가문의 체면 때문에 그녀의 가족을 박 씨 가문에서 내쫓았었다.그 일에 대해서 박시율은 할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따로 그녀를 불러내기까지 하며 그녀가 생각을 바꾸고 아이를 지우기만 하면 바로 돌아올 수 있다고 일러주기까지 했었다.하지만 그녀는 완고했다. 이미 뱃속의 아이를 어떻게든 낳아 키울 것이라고 굳게 마음을 먹은 상태였다. 어쨌든 이미 뱃속에 자리 잡은 생명이었고 자신의 피가 섞인 친 자식이었다. 아이한테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할아버지는 그저 그들 일가족을 박 씨 가문에서 내쫓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후 많은 회사에서 박시율을 채용하지 않은 것은 모두 박이성이 뒤에서 수작을 부렸기 때문이었다.“낄낄 동생아, 나는 네 오빤데 별일 없이 보러 오는 것도 안 되니?”박이성이 낄낄 거리며 사무실을 두리번거렸다.“음 좋네 좋아. 사무실 엄청 크네. 인테리어도 잘 해놨고!”“나 지금 일하는 중이야. 별일 없으면 나가 줘. 경비원까지 불러서 내쫓기는 난감한 모습은 나도 보고 싶지 않으니까.”박시율이 싸늘한 표정으로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나 참
“할아버지께서 보냈다고? 그럴 리가 없어!”그 말을 들은 박시율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사실이야. 오늘 내가 여기까지 온 건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박 씨 가문 전체를 위해서 온 거야. 할아버지를 대신해서 너랑 계약서를 체결하러 온 거지!”박이성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박시율에게 말했다.“물론 네가 용 씨 가문에서 장기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게 이윤 방면에서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지는 않을 거야. 너를 난처하게 할 생각은 없어.”“그럴 리가 없어!”박시율의 낯빛이 어두워졌다.“거짓말이지! 할아버지께서 분명히 내게 말씀하셨었다고. 용진 그룹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박 씨 가문과 무리하게 계약을 체결해서는 안 된다고. 그건 내가 직권을 남용하여 박 씨 가문의 이득을 취하게 하는 것이고, 그러면 용 씨 가문 사람들이 더 이상 나를 신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당부하셨었어!”박시율은 박이성의 소인배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이런 거짓말 같은 건 쉽게 지어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하하 못 믿겠으면 네가 직접 할아버지한테 전화해 봐. 굳이 이런 일로 너를 속일 필요 있겠어?”박이성이 피식 웃더니 이어서 말했다.“너도 속으로 잘 알고 있었잖아. 할아버지께서 박 씨 가문을 이류 가문으로 승급시키는 걸 얼마나 바래 왔었는지 말이야. 이대로라면 앞으로 일류 가문도 문제없이 오를 수 있겠는데 이런 하늘이 내려준 기회를 순순히 보고만 있으시겠어?”박이성의 말에 박시율의 얼굴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이류 가문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유혹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서 그녀도 똑똑히 알고 있었다.만약 이번 사업이 작은 사업이었다면 할아버지도 이렇게 섣불리 나서지 않고 장기적으로 고려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업은 확실히 큰 사업이었다. 박 씨 가문을 이류 가문으로 업그레이드해 줄 수 있는 커다란 사업이었기에 할아버지의 마음이 동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었다.“뭘 그리 깊게 생각하니 동생아? 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