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씨 가문의 사람들이 도범의 신분을 알게 된 후 그가 가문으로 돌아와 후계자가 되어 가문을 이끌어 가기를 바라고 있다니."허허, 그건 아니죠. 비록 도범 도련님이 가주님의 혈맥이 맞긴 하지만, 우리는 그럼 도씨 가문의 일원이 아닌가요? 가주 후계자를 정하는 건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아이들 장난이 아니라고요!"그런데 이때, 도씨 가문의 한 젊은 남성이 두 손을 가슴에 안고 냉소를 터뜨리며 말했다."맞습니다. 난 후계자를 이렇게 섣불리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지금은 강자만이 존경받을 수 있는 세상이죠. 게다가 내 아들도 도씨 가문의 일원으로서 몸속에 도씨 가문의 피가 흐르고 있고, 천부적인 재능도 괜찮거든요. 그러니 난 능력과 천부적인 재능으로 후계자를 선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젊은 남성의 아버지가 아들 편에 서서 말했다. 그 중년 남성도 도씨 가문의 장로였다.그러자 또 다른 도씨 가문의 장로가 잠시 생각하더니 "가주님, 전에는 도자용이 도씨 가문의 으뜸가는 천재라 그를 가주 후계자로 삼는 것에 대해 우리는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후배들도 그 결과에 승복했고. 하지만 도범 도련님은 속세에서 살다 온 사람이고, 또 가주님이 다른 여인과 밖에서 낳은 아이라 바로 가주 후계자로 삼게 된다면 아마 많은 사람이 반대할 겁니다."라고 말했다.그 말에 루희가 기뻐하며 즉시 말했다."그럼 이렇게 합시다. 일손을 더 파견하여 제 아들 자용의 행방을 계속 찾게 하죠. 그러다 자용이 돌아오면 다시 자용을 후계자로 삼는 겁니다. 아무래도 그렇게 해야만 모두가 승복할 거니까요.”"후계자의 일은 일단 나중에 다시 얘기하고. 도범 도련님이 돌아오자마자 아홉번째 호법을 죽였는데, 이 일을 먼저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이때 셋째 장로가 나서서 씩씩거리며 도범을 향해 말했다."이봐 젊은이, 자네가 데려온 친구들의 전투력이 참 대단해. 하지만 자네도 너무 모진 거 아닌가? 아홉번째 호법은 자네들이 억지로 쳐들어오려는 자인 줄만 알았지, 자네가 가주님의
그런데 바로 이때, 도범은 루희의 뒤쪽 멀지 않은 곳에서 그를 알아보고 순간 얼굴색이 어두워져서는 몰래 자리를 뜨려는 한 뚱뚱한 여인을 발견했다.그 뚱뚱한 여인이 도범의 소리에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러고는 제자리에 멈춰 선 채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다른 사람들도 하나같이 도범의 시선을 따라 쳐다보았다. 도범이 멈춰 세운 사람은 의외로 루희의 종 루명연이었다."이봐, 설마 잊었어? 5년 전 내가 아버지를 만나겠다고 이곳에서 하룻밤 동안 무릎을 꿇고 있었던 날, 우리 본 적이 있지 않나?"도범이 차갑게 웃으며 물었다.그 뚱뚱한 여인이 듣더니 머뭇거리며 궤변을 늘어놓았다."도범 도련님, 잘못 기억하셨습니다. 우리가 언제 만난 적이 있다고요? 전 오늘 도련님을 처음 뵙는 걸요?""허, 처음이라? 네가 5년 동안 다이어트만 했어도 난 너를 알아보지 못했겠지. 하지만 몸매가 전혀 변하지 않았네, 알아보고 싶지 않아도 안 될 정도로?"도범이 냉소하며 다시 여러 사람을 향해 말했다."5년 전, 저희 어머니께서 중병에 걸리셔서 제가 이곳으로 온 적이 있거든요. 아버지한테서 2천만 원만 빌려 어머니의 수술비에 보태고 싶어서. 하지만 이 여인은 자신이 도씨 가문의 집사라며, 아버지께서 저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저더러 꺼지라고 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저를 한바탕 모욕까지 했죠. 그러니 전 죽어도 이 여인을 잊어먹을 수가 없습니다.""루명연, 너 미쳤어? 감히 나 몰래 집사행세를 해?"도훈이 듣더니 화가 나서 루명연을 노려보았다. 기왕 도범이 먼저 이 일을 꺼냈고, 아홉번째 호법도 이미 죽은 판에, 차라리 이 기회를 빌어 루명연을 참살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저, 전 그런 적이 없습니다. 저 사람이 허튼소리를 하고 있는 거예요. 절대 믿으시면 안 됩니다! 분명히 저를 모함하는 거라고요!"루명연은 많이 놀란 듯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절대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인정하기만 하며 루희마저도 그를 지킬 수
"맞습니다. 도범 도련님, 당신이 가주님의 아들이라는 건 바꿀 수 없는 사실이라, 우리 모두 당신을 인정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루씨 가문의 사람은 당신이 죽이고 싶으면 죽일 수 있는 게 아닙니다."또 다른 노인도 나서서 말했다."설마 이게 도련님이 돌아오자마자 우리에게 주는 선물인가요?"점점 많은 루씨 가문의 식구들이 나서자 도범이 눈살을 찌푸렸다.이렇게 많은 장로와 루희가 나서서 도우고 있다니, 루씨 가문이 도씨 가문에서의 지위가 그렇게 낮지는 않은 것 같았다.게다가 이 일은 5년 전의 일이고, 당시 두세 사람이 현장에 더 있었지만 뚱뚱한 여인과 함께 나왔으니 틀림없이 한패일 것이고. 심지어 신분 지위도 루명연보다 낮은 자들이라, 나서서 증언하지 못할 게 뻔했다."그래요, 그럼 이 일은 더 이상 따지지 않겠습니다."잠시 생각한 후, 도범이 냉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자, 자. 어쨌든 오늘 도범 도련님이 돌아오셨으니 일단 먼저 주무실 곳을 안배해 줍시다."대장로가 나서서 말했다."그리고 가주 후계자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의논하죠!"하지만 이때 도범이 의외인 답을 내놓았다."대장로님, 이 가문의 가주 후계자에 대해 저는 아무런 흥미도 없습니다. 아무래도 저와 도씨 가문 사이의 감정이 그 정도로 돈독하지는 않으니까요. 어차피 후계자 자리를 넘보는 자들도 많으니 그들한테 넘겨주시죠. 전 이번에 단지 저의 아버지를 뵈러 왔습니다. 그리고 저의 친구 초장현도 구할겸.""저 사람 죽은 거 아니야? 살릴 수 있겠어?"셋째 장로가 한우현의 등에 업혀 있는 초장현을 쳐다보았다. 그러다 초장현이 꼼짝하지 않고, 숨도 못 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도씨 가문에 병용주라는 보물이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사람을 얼음조각으로 만들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그 보물이요. 제 이 친구는 기껏해야 사나흘밖에 살 수 없거든요. 그래서......"도범이 잠시 생각하더니 미안해하며 말했다.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루희가
도남천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도범이 겨우 돌아왔는데 이렇게 다투고 있다니.그는 여러 사람을 쳐다보며 화난 어투로 말했다."이 일은 내일에 다시 결정합시다. 도범이 방금 집으로 돌아왔으니, 오늘은 일단 들어가서 푹 쉬게 하죠.""네!"다들 그제야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아이쿠, 셋째 사모님께서 돌아오셨다면서요? 도범 도련님은 어디 계시죠? 어디 보자, 어디 보자......"그런데 바로 이때, 의외로 둘째 사모님 영비가 여러 사람을 데리고 산에서 내려왔다. 소식을 듣고 바삐 달려온 듯했다."영비야, 이 아이가 바로 내 아들 도범이야. 그리고 이 사람은 서정이고, 앞으로 이 사람도 나의 부인이야."도남천이 영비를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소개했다."쯧쯧, 이분이 바로 도범 도련님이에요? 역시 젊은 나이에 훤칠하게 생겼네요!"영비가 도범을 한번 보고는 옆에 있는 서정을 향해 말했다."어쩐지, 비록 서정 사모님이 수련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보통 사람한테는 없는 기질을 풍기고 있는 게, 남천씨가 반할만 했네요."서정이 쓴웃음을 지으며 영비를 향해 말했다."저한테 무슨 기질이 있겠어요. 전 단지 세속적인 사람일 뿐, 둘째 사모님과는 비교할 수도 없답니다."도범은 둘째 사모님이 어떤 사람인지, 진짜 그들이 돌아온 걸 환영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그래서 웃으며 "둘째 사모님을 뵙습니다."라고 일단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이에 영비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뒤에 있는 열일곱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녀를 앞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러면서 "연이야, 이분이 바로 도범이야. 앞으로 도범 오빠라고 부르면 돼. 너의 그 자용 오빠는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고.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라고 말했다."안녕하세요, 도범 오빠."도연이 도범을 한번 쳐다보고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러고는 이내 고개를 숙였다. 낯을 많이 가리는 것 같았다."안녕, 연이야."도범이 고개를 끄덕였다.어린 연이는 엄청 고분고분한 게 아직
도남천이 이미 명을 내린 이상 루희 등도 더는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도씨 가문의 하인 몇 명만 그곳에 남아 시신을 수습하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흩어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도범과 서정, 그리고 박시율은 도남천의 방으로 갔고, 장진 등은 배치된 방에서 휴식을 취했다."다행이야. 내 아들이 이렇게 훤칠하게 변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도남천이 침대에 앉아 도범을 바라보았다. 눈빛에는 여전히 흥분된 기색이 역력했다.도범이 사방을 둘러보았다. 방에는 집사와 도소정, 도연, 영비 그리고 대장로밖에 없었다.그러다 잠시 생각한 후 입을 열었다."도 집사님,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믿을만합니까?"도 집사가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이곳에 있는 분들은 모두 저희와 같은 편입니다. 둘째 사모님도 아주 좋은 분이시고요. 걱정마세요, 둘째 사모님과 연이는 남이 아닙니다.”도훈의 확신하는 태도에 도범이 다시 물었다."마당에는 지키는 사람이 있습니까?"도훈은 순간 도범이 할 말이 있다는 걸 눈치채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마세요. 문을 지키고 있는 것도 모두 저희쪽 사람들입니다. 게다가 수련의 경지도 높고요. 도범 도련님, 무슨 할 말이 있습니까?"도범은 그제야 굳은 얼굴로 말했다."방금 산 아래에 사람이 너무 많아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이 있거든요.""도련님, 걱정마시게. 할 말이 있으면 마음대로 하라고. 이곳에 있는 사람은 모두 같은 편이니 절대 함부로 말하지 않을 거야."대장로가 웃으며 도범에게 말했다.이에 도범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사실 가문의 후계자에 대해 굳이 따로 선출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의 병이 불치병도 아니고 괴질도 아니니까요."그러면서 잠시 뜸을 들이더니 계속 말했다."아버지는 중독된 겁니다.""뭐라고!"다들 듣더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럴 리가? 만약 진짜 중독된 거라면 아직 살아있을 리가 없잖아? 게다가 의사가 검사하고 나서 적어도 두세 달은 더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는데. 대체
도훈도 덩달아 말했다."맞아요, 이렇게 오래 지났는데도 큰 사모님은 진짜 죽은 거라면 시체라도 찾아오라면서 전혀 믿지 않고 있죠. 허, 만약 정말 죽은 거라면 시체를 찾아낼 수가 없잖아요. 이미 짐승에게 먹혔을지도 모르는데."그런데 이때, 박시율이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선배님들, 저는 도범의 판단을 믿습니다. 도범이 아저씨께서 중독되셨다고 했으니, 무조건 그럴 겁니다. 도씨 가문은 은세 대가문이라 잘 모르겠지만, 세속에는 한우현이라는 전설 속의 신의가 계시거든요. 그리고 도범이 그분의 사부님이세요. 저는 이점이 도범의 의술이 고명하다는 걸 충분히 증명하고 있다고 봅니다.""정말이야? 그럼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거고. 도범이 중독됐다고 했으니 반드시 해독할 수 있는 거겠지? 아무래도 구체적인 상황을 알았으니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을 거고."대장로가 듣더니 눈빛이 순간 반짝였다.하지만 도남천이 갑자기 차가운 얼굴로 박시율을 향해 말했다."나쁜 계집애, 도범이도 나를 아버지라고 부르는데, 넌 어째서 아직도 나를 아저씨라고 부르는 거야? 뭐라고 불러야 되는데?"박시율이 듣더니 부끄러워하며 겸연쩍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아버님."며느리의 ‘아버님'이라는 소리에 도남천은 비할 데 없이 기뻤다. 그러면서 손바닥을 뒤집어 여러 약재를 꺼내 박시율에게 건네주었다."그래, 그래. 너와 도범이 결혼한 지도 몇 년이나 지났는데, 이제야 며느리를 처음 보다니. 자, 선물이야.""아버님, 고마워요."박시율은 도남천이 준 약초들이 어디에 쓰이는 물건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쓴웃음을 지으며 순순히 받았다.이에 도범이 웃으며 옆에서 설명했다."이것들은 전부 몸을 정화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약재들이야. 이 약재들만 있으면 바로 무사에 돌파하고 수련할 수 있어.""정말? 잘됐네! 아버님, 고맙습니다!"박시율은 흥분에 겨워 다시 감사를 표했다. 어디에 쓰이는 약재들인지도 몰랐는데, 이렇게 소중한 것들이었다니.도남천이 다시 손바닥을 뒤집더니 약간 허름해
"하하, 다들 이러니 아무 선물도 주지 않은 내가 괜히 미안해지잖아요."이때 옆에 있던 대장로가 하하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덩달아 손바닥을 뒤집어 공법 한 권을 꺼내 박시율에게 건네주었다."이건 남자가 수련하기에 적합한 공법이야. 네 동생에게 줘! 나의 자그마한 성의이니까.""저 참 어떻게 감사를 표해야 할지 모르겠네요."물건을 건네받은 박시율은 부담스럽기만 했다.모두 지금의 그녀와 박해일에게 엄청 쓸모가 있는 진정한 보물들이었으니까."하하, 감사를 표할 방법이라면 하나가 있긴 하지."대장로가 하하 웃더니 한쪽의 도범을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시율 아가씨, 좀 우리를 도와 도범을 설득해 줘, 도씨 가문의 산업을 계승하라고. 아가씨가 도범의 부인이니 그냥 매일 우리를 대신해 귓바람만 불어주면 돼."라고 말했다.이에 영비도 웃으며 말했다."그래, 시율아. 너의 말이 틀림없이 우리가 하는 말보다 더 효과가 있을 거야. 앞으로 도범이 도씨 가문의 산업을 계승하고 가문의 가주가 되기만 한다면 너희들은 어떠한 수련 자원도 쉽게 얻을 수 있어. 더는 수련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그들은 권력의 맛을 본 박시율이 반드시 그들의 제의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로 박시율이 잠시 생각하더니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죄송하지만 이 일은 작은 일도 아닌데다 도씨 가문의 일이기도 하고, 심지어 루씨 가문과도 관련되어 있어서 저 확실히 끼어들기가 애매해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도범의 여자로서 전 영원히 도범의 결정만 지지하고 싶습니다."박시율의 대답에 다들 만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처럼 대범하고 사리에 밝은 여자는 이젠 별로 많지 않았다."저기요. 저 정말 가문의 후계자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저와 도씨 가문 사이에 그다지 깊은 감정이 없다는 걸 다들 잘 아시잖아요."쪽 침묵을 지키고 있던 도범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전 단지 아버지의 병이 위중하다는 말을 듣고 한번 와본 겁니다. 게다가 처음엔 저도 초장현이 C국 사람한
비록 많이 어이가 없었지만 도범도 잘 알고 있었다. 병용주는 확실히 도씨 가문중 지극히 귀중한 보물인데 그가 오자마자 그 보물을 가져가려했으니, 설령 도씨 가문의 대장로 등이 아무리 그를 지지한다 하더라도 그럴 수는 없다는걸.아무래도 너무 많은 사람이 반대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거니까."하지만 오자마자 가주의 후계자가 된다면 다른 사람들이 승복하지 않을 겁니다."옆에 있던 도훈이 잠시 생각하더니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루희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도씨 가문의 젊은이들 그리고 도씨 가문의 장로들, 다 불만을 품을 겁니다. 예전엔 도자용이 천부적인 재능이 뛰어나고 전투력이 강대하기라도 했으니 다른 젊은이들이 승복했던 거잖아요.""그럼, 그들을 승복시켜야만 하겠네요."도범이 듣더니 주먹을 쥐고 말했다."초장현을 구하기 위해서는 가주의 후계자가 될 수밖에 없겠군요. 내일에 바로 통지해 주세요, 모레 젊은 세대들을 두고 무술 대회를 거행할 거라고. 제가 실력으로 가족 중의 젊은이들을 이기기만 하면 불복하는 자들이 없겠죠?"사실 도범은 실력을 끝까지 숨기려 했다. 하지만 지금 이런 상황에서 드러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도련님, 그게 정말인가? 우리 도씨 가문의 젊은이들은 실력이 하나같이 뛰어났다고. 게다가 그들이 수련하는 공법이나 무술 같은 게 대부분 자네보다 한층 위라서 동등한 수련 경지인 상황에서 자네가 아마 그들을 이기기 어려울 거야."대장로가 듣더니 깜짝 놀라 황급히 도범에게 일깨워 주었다."그래도 후계자를 선거하는 회의를 주최하게 더 나을 것 같은데. 우리 도씨 가문에는 장로가 비교적 많고, 게다가 가주님과 내가 자네의 편에 선다면 희망이 있을 거야. 하지만 무술 대회를 주최하는 방식이라면 가능성이 그리 크지는 않을 거야.”비록 일찍이 도범의 천부적인 재능과 전투력이 모두 뛰어났다고 듣긴 했지만, 아직 도씨 가문의 젊은 세대를 쉽게 이길 정도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건 도범이 어디에서 공법을 얻었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