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한 x놈들. 두 사람이 저지른 짓 진동성한테 다 말할 거야. 내가 너희 둘이 잘 살게 내버려둘 것 같아?”서로 눈빛을 교환하는 나와 형수의 모습에 진용진은 질투심이 솟구쳤다.형수는 동생인 고수연보다 몇 배는 예쁘다. 때문에 진용진은 진작 형수의 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형수가 저는 보는 체도 하지 않고 나와 눈빛을 교환하니 질투가 날 수밖에.형수는 두말없이 또 진용진의 뺨을 후려갈겼다.“말할 테면 말해. 난 상관없어. 그런데 날 노리려는 생각은 영원히 묻어 둬. 너처럼 두꺼비 같이 생긴 놈은 내 스타일 아니야. 그리고 내 동생과 빨리 이혼해. 또다시 다른 x 데리고 수연이를 역겹게 하면 내 손에 죽을 줄 알아.”형수는 카리스마 있는 말투로 경고했다.그 사이, 나는 핸드폰을 꺼내 진용진과 그 요망한 여자의 사진을 연신 찍어댔다.진용진은 순간 깜짝 놀라 손을 들어 내 자기를 가렸다.“뭐 하는 거야?”“증거 사진 찍는 거잖아. 바람피운 현장인데 증거 사진 찍어 둬야 하지 않겠어?”윤미화의 탐정 사무소에서 일한 뒤로 나는 이혼 소송이 얼마나 어려운지 제대로 알아버렸다. 이혼 소송을 하려면 자기한테 유리한 증거를 많이 수집해 상대가 법정에서 할 말이 없게끔 해야 한다.진용진과 고수연은 현재 모두 이혼 소송을 건 상태인데, 법원에서 최종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진용진이 내연녀를 데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면 고수연한테 도움이 될 거다.사진을 찍은 뒤, 나는 형수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떴다.“수호 씨, 가지 마요.”내가 떠나려 할 때, 형수가 내 손을 잡고 멍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그 순간 내 마음이 철렁 가라앉았다‘헝수가 설마...’“형수, 안 돼요. 애교 누나가 기다려요.”“애교 만나러 가는 게 그렇게 급해요? 수호 씨 마음속에 나는 없는 거예요?”형수는 입을 삐죽거리며 질투하는 모습을 보였다.나는 다급히 설명했다.“아니에요. 애교 누나가 너무 오래 기다릴까 봐 그래요. 그리고 우리 사장님 병문안
우리는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애교 누나와 합류했다.형수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애교 누나와 이야기꽃을 피웠지만, 나는 욕구를 참으며 운전을 해야 해서 너무 괴로웠다.다행히 한동안 참았더니 욕구가 겨우 가라앉았다.형수와 애교 누나는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선물을 샀다. 이윽고 우리는 함께 유미 사모님의 집으로 향했다.형수와 애교 누나가 선물을 고르는 사이, 사모님께 전화해 형수와 애교 누나가 사장님을 뵈러 왔다고 말했더니 사모님은 매우 기뻐했다. 심지어 두 사람을 직접 본 순간 감격에 눈시울까지 붉혔다.아마도 형수와 애교 누나가 직접 병문안까지 오리라 생각지 못한 모양이었다.세 사람은 아직 소여정과 윤지은처럼 친해지지 않았기에, 형수와 애교 누나가 직접 온 게 사모님한테는 큰 감동인 모양이었다.형수와 애교 누나는 사장님을 처음 만나는 거였기에 위로의 말을 건네고 나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 결국에는 사모님한테 사장님 건강과 본인 건강을 잘 돌보라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사모님은 고마운 눈빛으로 형수와 애교 누나를 바라봤다.“직접 찾아와줘서 고마워요.”“앞으로 유미라고 불러도 되지? 기분 안 나쁘지?”형수가 사모님 손을 잡으며 말했다.그러자 사모님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당연하지. 앞으로 친구로 지내자.”“그래. 그럼 앞으로 이렇게 부를게. 친구라고 했으니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고민 없이 우리한테 말해 줘.”애교 누나도 옆에서 맞장구쳤다.“맞아. 이제 남도 아닌데 부탁할 거 있으면 언제든 부탁해.”사모님은 또다시 눈시울을 붉혔다.형수와 애교 누나는 늦게까지 앉아 있다가 떠났다.그러자 사모님은 나더러 두 사람을 배웅하라고 부추겼다.어젯밤부터 지금까지, 사모님은 처음으로 나한테 살갑게 대했다. 나는 순간 감개무량했다. 만약 형수와 애교 누나가 오지 않았다면 나와 사모님은 아마 지금까지 냉전 중이었을 거다.형수와 애교 누나를 배웅하려고 집에서 내려왔더니 형수가 갑자기 내 팔짱을 꼈다.“이젠 아예 사
형수는 차에 오르자마자 나를 보며 물었다.“아직도 불편해요?”형수의 뜻을 이해하지 못 할 리 없었다.야심한 시각, 차에는 나와 형수 둘뿐이었다.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부둥켜안고 입술을 비볐다.한참 동안 입을 맞춘 뒤 형수는 나를 놓아주었다.“여긴 위험해요. 우리 안전한 곳을 찾아요.”“밖에서요?”“우리 집에 갈래요? 그럴 배짱 있어요?”이건 내가 배짱이 있고 없고를 떠나, 동성 형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형수는 내 목을 끌어안고 말했다.“수호 씨한테 성에 대해 처음 알려줄 때 우리 집에서 했잖아요. 그때 그 경험 다시 해보고 싶지 않아요? 내가 이렇게 늦게까지 밖에 있는데 진동성 그 인간한테서 전화 한 통 안 오는 걸 보면 아마 집에 안 왔을 거예요. 난 수호 씨랑 집에서 하고 싶어요. 그래야 나도 소속감이 들어요.”형수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계속 거절하면 형수가 슬퍼할 것 아닌가?“좋아요. 형수네 집에 가요.”나는 차를 운전해 형수네 동네로 향했다.우리는 손을 잡고 집에 들어섰다. 그랬더니 동성 형은 역시나 집에 없었다.집안이 캄캄해 불을 켜려고 하던 찰나, 형수가 나를 막아섰다.“불 켜지 마요. 난 어두운 게 좋아요. 그래야 마음 놓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나는 형수의 말대로 불을 켜지 않았다.우리는 곧장 안방으로 향했다.형수를 오랜만에 안는 거라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형수 역시 그동안 남자의 사랑을 받지 못해 몸은 이미 민감할 대로 민감해져 있었다.형수와 하는 동안, 형수의 반응은 매우 격렬했다.40분 뒤, 형수는 내 품에 나른하게 기대 누웠다.“역시 수호 씨랑 하면 항상 만족스러워요.”나는 형수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췄다.“형수, 고생했어요.”“내가 고생할 게 뭐 있어요?”형수는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그동안 참고 다른 남자 만나지 않아서 고생했다는 거예요. 나 때문이에요?”“몰라요. 아마도요. 나도 잘 모르겠어요.”“왜 몰라요?”나는 의아했다.“나도 다른 남자 만나볼까 생각해
물론 그렇다지만 나는 역시나 자리를 피하는 게 맞는 것 같았다.만약 나와 형수가 뒹군 걸 본다면, 동성 형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른다.“저 베란다로 애교 누나 집에 넘어갈게요.”나는 신속하게 옷을 주워 입고 말했다.형수도 내 뜻을 알아차리고 안쓰러운 듯 나에게 쪽 입 맞췄다.“그러면 조심해요.”“이따가 전 바로 갈게요. 형수도 피곤할 텐데 이만 쉬어요.”나 역시 형수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봤다.형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를 배웅했다.나는 옷을 입은 뒤 곧장 베란다를 넘어 애교 누나 집에 들어갔다.두 곳은 나한테 모두 익숙했기에 베란다를 넘는 건 어렵지 않았다.그동안 애교 누나 집에 아무도 살지 않은 터라 먼지가 조금 쌓였다.익숙한 집안을 보니 나는 저도 모르게 옛날 생각이 났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그때가 그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좋았고 충분히 만족됐다.나는 몰래 애교 누나 집을 떠나 사모님 집으로 향했다.그동안 체력이 늘었는지 나는 기운이 넘쳐 조금도 피곤하지 않았다.나는 돌아가는 길에 일부러 마트에 들러 식재료를 구매했다. 내일 아침에는 내가 식사 준비를 할 생각으로.집에 도착했더니 사장님과 사모님은 모두 잠이 들어 집안이 무척 조용했다.나는 발꿈치를 들고 주방에 들어가 식재료를 냉장고에 넣고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하지만 그때 옆 방문 앞에 머리를 풀어 헤치고 흰 슬립을 입고 있는 여자가 나타나는 바람에 나는 흠칫 놀랐다. 하마터면 처녀 귀신이 기어 나왔다고 착각할 뻔했다.“윤 사장님, 한밤중에 자지 않고 뭐 하세요?”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심장은 여전히 빨리 뛰었다.야밤에 머리를 풀어 헤친 여자를 보면 그게 누구라도 무서워할 거다.윤미화는 어둠 속에서 나를 향해 걸어왔다.“그건 내가 물을 말이지. 한밤중에 어디 갔다 왔어?”나는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오늘 오후에 형수와 애교 누나가 사장님 뵈러 왔었거든요. 늦게까지 있다가 가서 집에 바래다
사모님은 싱긋 웃었다.“미안할 거 없어요. 도움을 청하는 마당에 집안일까지 시킬 수는 없잖아요.”사모님은 태도가 많이 누그러져 다시 원래의 우아하고 온화한 모습으로 돌아왔다.그 모습을 보니 나는 무척 기뻤다. 사모님이 나한테 잘해주는 건 바라지 않지만 전처럼 쌀쌀맞게 굴지만 않았으면 좋겠다.윤미화는 오늘 아침 일찍 떠나지 않고 식탁 앞에서 업무를 처리했다. 손가락으로 노트북을 탁탁 두드리며 타자를 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눈치껏 자리를 피해 씻으러 화장실로 향했다. 그러다가 무심코 일화용 팬티를 발견했다.‘이건 내가 지난번에 사모님한테 사드린 팬티잖아? 그런데 사모님은 왜 일회용 팬티를 입지?’일회용 팬티는 계속 갈아입을 필요가 없는 한 입을 일이 없을 텐데.하지만 만약 계속 갈아입어야 한다면, 그 이유는 아마 분비물이 많아 일회용이 더 편해서일 거다.그렇다는 건 사모님한테 약간 염증이 있다는 뜻이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나는 슬쩍 밖을 내다보고는 화장실 문을 닫고 일회용 팬티를 들어 확인했다.아니나 다를까, 위에는 분비물이 많이 묻어 있는 데다 색깔도 이상했다.사모님도 몸이 안 좋으신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매일 사장님을 돌보느라 자기 몸은 정작 돌보지 못하고 있다.‘나중에 사모님이 드실 약도 처방해 드려야겠어.’나는 조용히 팬티를 다시 쓰레기통에 버린 뒤 세수하고 이를 닦고 아무 일 없는 듯 밖으로 걸어 나왔다.사모님은 이미 아침상을 차려 놓고 나와 윤미화더러 먼저 먹으라고 당부하고는 일인 분을 따로 챙겨 사장님 방으로 들어갔다.사모님은 역시나 조강지처가 틀림없었다. 이런 여자를 아내로 맞이한 것도 사장님 복이었다.나는 생각을 뒤로 하고 식탁 앞에 다가가 윤미화 앞에 앉았다.윤미화는 여전히 업무를 보면서 아침을 먹었다.그러던 그때, 내가 실수로 윤미화 다리를 건드리자, 그녀는 바로 눈을 부릅뜨고 나를 노려봤다.“뭐야? 아침 댓바람부터 나 꼬시는 거야?”“헐, 사장님. 저 그런 뜻 절대 아니에요. 실수한 거예요.”“귀
그 한 방이 비록 아프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간질거렸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윤미화를 멀리해야 했다.“제 사장님인 거 본인도 아네요. 그런데 공공연히 남의 사생활을 캐묻는 건 사장님답지 않은 행동 아닌가요?”내 반박에 윤미화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보아하니 내가 이렇게 반박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모양이었다. 다음 순간 그녀는 입을 삐죽거리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왜 그렇게 무섭게 굴고 그래?”‘이게 뭔 상황이지?’나는 순간 저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었다.‘저 요염한 눈빛은 뭔데? 설마 나를 유혹하는 건가?’나는 얼른 고개를 숙이고 음식을 입에 쑤셔 넣었다. 눈에서 멀리하면 심란함도 줄어드는 법.윤미화는 젓가락으로 내 팔을 쿡쿡 찔렀다. 고개를 들어 다시 확인했더니, 가련한 모습은 나조차도 넋을 잃게 만들었다.‘윤미화한테 이런 모습이 있을 줄이야. 팔색조라도 되나?’때로는 여성스럽고 요염했다, 때로는 카리스마 넘치고 난폭했다 또 때로는 가련하고 청순했다.여자란 생물은 참 신기하다.무엇보다 난 항상 여자의 이런 모습에 쩔쩔맨다는 거다. 나는 마지못해 다시 강조했다.“정말 아무것도 못 들었어요. 헛된 생각 하지 마요. 사장님이 저런데 사모님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겠어요?”윤미화는 턱을 괸 채 뭔가를 생각했다.그 사이, 나는 얼른 고개를 숙여 빠른 속도로 밥 한 그릇을 뚝딱 먹어 치웠다.나는 얼른 사모님과 작별하고 출근할 준비를 했다.그때.“잠깐, 같이 가.”윤미화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그 순간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윤 사장님도 차 있잖아요.”“정비 맡겼어. 나 좀 태워주면 안 돼?”솔직히 말하면 싫었지만 상대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평소 같았으면 문제없었을 테지만, 요즘 윤미화는 왠지 이상했다. 이러다가 윤미화가 또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할 어려운 질문을 할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라 나는 모든 걸 순리에 맡기기로 했다.윤미화는 차에 올라타자마자
그제야 소여정이 강북에 온 게 임천호와 아이를 갖기 위해 몸조리를 하기 위해서라는 게 떠올랐다. 하지만 사장님 일로 그동안 바삐 보내다 보니 그녀의 일을 잠시 잊고 있었다.“저 지금 가게로 나갈 건데 이쪽으로 와요. 이따가 가게에서 봐 드릴게요.”내 말에 소여정은 알겠다고 대답했다.[그럼 이따 봐.]나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그리고 약 20분 뒤, 화인당에 도착했다.얼마 뒤, 소여정과 정태곤이 화인당에 나타났다.정태곤은 여전히 차갑고도 날카로운 눈빛으로 사람을 노려봤다. 마치 눈에 칼이 들어있는 것처럼.나는 놈을 한번 보고는 더 이상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소여정이 정태곤더러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자 놈은 싫어하는 눈치였다.“아가씨, 임 회장님이 저더러 항상 아가씨 곁에 있으라고 하셨습니다.”“내 옆에 붙어 있어서 뭐 해? 내가 임 회장님한테 미안한 짓할까 봐 감시하려고? 여기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내가 얼마나 방탕하면 이런 곳에서 그런 짓을 하겠어?”정태곤은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아닙니다.”“그럼 더 이상 쓸데없는 얘기 그만하고 밖에서 기다려.”소여정은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로 호통쳤다.소여정 앞에서 정태곤은 순한 양이 되었다. 내가 비록 정태곤을 어떻게 할 수 없지만, 그 자식을 혼낼 수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에 은근히 통쾌했다.그동안 몸조리를 한 덕에 내 팔도 어느 정도 회복되어 이제 더 이상 깁스도 할 필요가 없었다.나는 소여정을 데리고 마사지룸으로 향했다.“앉아요. 이따가 봐줄게요.”말을 마친 나는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소여정이 내 뒤에 서 있는 걸 발견하지 못했다.그 때문에 갑자기 돌아선 순간 하마터면 소여정과 마주칠 뻔했다.매혹적인 향기가 코끝을 스치는 순간 내 심장은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왜, 왜 남의 뒤에 서 있어요?”나는 속이 벌렁거려 소여정을 흘긋거렸다. 그러다가 시선이 소여정의 얼굴에 닿는 순간 저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이건 어쩔 수 없었다. 소여정이 너무 예뻤으니까. 붉은
나는 소여정한테 약점이 잡힌 기억이 없었기에 그녀의 협박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하지만 고개를 들어 확인하는 순간 한 대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소여정 손에는 나와 윤지은이 용천 호텔에 함께 있던 영상이 있었다.그 영상을 본 순간 나는 완전히 패닉에 빠졌다.“어떻게 이 영상이 있어요?”머리를 굴려 봤더니 백연우가 영상을 공유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그때 백연우가 내 방에 몰래 소형 카메라를 설치했었으니까.나는 순간 백연우를 한 대 후려치고 싶었다. 몰래 남을 훔쳐본 것도 모자라 그 영상을 소여정한테 공유하기까지 했다니.‘나를 진짜 나를 죽일 작정인가?’나는 소여정의 핸드폰을 빼앗으려고 손을 뻗었다.“영상 지워요.”하지만 소요정은 매우 민첩하게 몸을 피했다.“지우라고 한다고 내가 지워야 해? 이게 얼마나 귀한 건데. 절대 안 지워.”“지은 씨가 알까 봐 두렵지도 않아요?”“지은? 평소에 그렇게 불러? 둘이 그날 깊은 대화를 한 게 끝이 아닌 가 보네. 뭔가 더 있네, 더 있어.”예전에 백연우가 영상으로 협박하는 바람에 나는 마지못해 윤지은과의 사이를 실토한 적이 있다.하지만 소여정의 반응을 보니 백연우가 그것까지 말한 건 아닌 듯했다.그건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다. 그렇지 않으면 윤지은이 발견하는 순간 내가 죽을지도 모르니까.“다시 한번 말할게요. 지워요.”나는 더 이상 소여정을 쫓아가지 않고 명령조로 말했다.그러자 소여정은 일부러 핸드폰을 흔들며 말했다.“싫은데. 내가 안 지우면 어쩔 건데?”나는 핸드폰을 빤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소여정을 향해 달려갔다.소여정은 내가 핸드폰을 빼앗으려는 줄 알고 얼른 제 품속에 숨겼다. 하지만 소여정이 피할 줄 알고 나는 다른 걸 노렸다. 겉으로는 핸드폰을 노리는 척했지만 실제로는 소여정을 와락 끌어안아 더 이상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소여정도 결국엔 여자였기에 힘으로 나를 이길 수는 없었다.“정수호,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 감히 나를 안아?”소여정은 내가 핸드폰을 빼앗을까
하지만 형수는 너무 오랫동안 침대에만 누워 있어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에 반해 양춘옥은 힘이 넘쳐나 손쉽게 형수를 제압했다.형수는 순간 폭발해 버렸다.“당, 당신 뭐 하는 거야?”양춘옥은 얼른 아들에게 말했다.“아들, 뭐 해? 얼른 밧줄을 찾아오지 않고. 이 여자 윗몸만 움직일 수 있고 아래는 못 움직여. 너한테 마침 좋은 기회잖아.”양춘옥의 아들은 얼른 벨트를 풀더니 형수의 손을 묶으려고 다가갔다.그 순간 나는 방으로 쳐들어가 그 남자를 발로 걷어찼다.양춘옥은 그 순간까지 현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때 나는 양춘옥의 머리채를 잡고 그녀의 뺨을 내리쳤다.나는 양춤옥이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뺨을 후려갈겼다.형수는 위험한 순간에 나타난 나를 보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나 역시 형수가 깨어난 걸 보니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형수!”“수호 씨, 타이밍 너무 좋았어요. 이 둘은 인간도 아니에요! 감히...”형수는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나는 얼른 형수의 두 손을 꼭 잡았다.“알아요. 다 알아요. 형수, 걱정하지 마요. 이 사람들이 한 짓 내가 모두 찍었어요. 지금 경찰에 신고할게요.”양춘옥은 경찰에 신고한다는 내 말에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마구 달려들어 내 손에 있는 핸드폰을 빼앗으려고 했다.나는 또다시 양춘옥의 뺨을 내리쳤다.그러자 이번에는 양춘옥의 아들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모자 둘이 달려들어도 내 상대는 아니었다.양춘옥은 더 이상 방법이 없자 그제야 무릎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정 사장님, 제발 신고하지 말아 주세요. 제 아들이 이제 막 출소했는데 또 잡히면 이번에는 끝장이에요.”나는 이를 악물며 양춘옥을 바라봤다.“당신 아들 생각하기 전에 우리 형수는 생각했어? 내가 마침 집에 오지 않았다면 당신과 당신 아들이 형수한테 끔찍한 짓을 저질렀을 거잖아.”“내가 아줌마를 얼마나 믿었는데, 이렇게 보답하는 거야? 정말 악독하기도 하지. 오늘 당신도 법의 처벌을 받게 될 거야.”“안 돼요. 정 사장
“뭐요? 너무 까다로운 거 아니에요?”“까다로운 게 아니라 원래부터 얌전하지 않은 여자인 것 같아. 남편과 잘 지내지 않고 별 같잖은 남자랑 바람이 났어. 정수호라는 사람인데, 매일 이 여자 몸을 닦아주러 와서 이 여자를 형수라고 불러...”“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에요? 이런 일이 다 있다니. 이 여자도 참 뻔뻔하네요.”아들의 말에 양춘옥이 말했다.“그러니까 내가 널 불러온 거잖아. 이 여자도 워낙 얌전하지 않은 여자니까 너도 욕구나 풀어보라고. 아들, 너 이제 막 감방에서 나와 많이 쌓였을 거 아니야?”“밖에서 아가씨 찾기보다 이 여자한테 욕구를 푸는 게 더 나아. 적어도 이 여자는 깨끗하잖아.”고태연은 두 모자의 대화를 들으면 들을수록 화가 치밀어 당장이라도 일어나 양춘옥의 뺨을 후려갈기고 싶었다.하지만 결국 그녀가 가장 걱정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것도 그녀가 혼자 집에 있을 때 말이다.이런 상황에서 당하면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모를 거다.고태연은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심지어 이 두 모자에게 이토록 모욕당할 바에는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그 시각 양춘옥과 아들의 대화를 들은 나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하지만 나는 서둘러 안으로 쳐들어가지 않았다.나는 우선 거실에 설치했던 감시 카메라를 찾았다. 그랬더니 카메라는 어느새 구석으로 옮겨졌다.‘이 아줌마가! 나는 그래도 믿고 매일 카메라를 돌려보지 않았는데, 이런 짓을 하다니.’나는 핸드폰 녹화 기능을 켜고 방 안을 몰래 촬영했다.탐정 사무소에서 일을 하게 된 이후로 나는 뭐든 증거싸움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 남자가 형수 몸에 바짝 붙어 다리에 코를 가져다 대며 냄새를 맡았다.“냄새 좋다. 식물인간한테서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나다니. 피부도 이렇게 좋고. 대박, 몸매도 완전 끝내주잖아.”양춘옥은 옆에서 키득거렸다.“당연하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 여자는 깨끗해. 아들, 얼른 하지 않고 뭐 해?”“헤헤. 그럼 엄마는 밖에서 망 좀 봐...”양춘옥은
“나 그만 놀려요. 내가 보고 싶은데 왜 애교 누나 집에 와서 혼자 술을 마셔요?”나는 아직 어려 정치계 판을 잘 모른다지만 그렇다고 바보는 아니다.남주 누나는 내 말에 피식 웃었다.“우리 푸들 많이 똑똑해졌네? 예전처럼 타격감이 좋지 않아. 하지만 점점 더 귀여워.”나는 자꾸만 내 몸을 타고 올라오는 남주 누나의 손을 덥석 잡았다.“말해요. 대체 무슨 일이에요? 일에 무슨 문제 생겼어요?”“응. 이 세상에서 날 괴롭힐 수 있는 건 일밖에 없어.”“왜죠? 왜 혼인이나 가정 문제는 될 수 없어요?”“헛소리 아니야? 혼인과 가정이 나보다 중요할 리 없잖아.”‘맞다. 누나도 가정보다 자기 지위가 우선인 여자였지. 백연우처럼.’“그래서 일은 해결됐어요?”나는 그 말을 내뱉은 순간 후회했다. 해결되었으면 술로 기분을 달랠 리 없을 테니까.하지만 남주 누나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해결된 셈이지. 하지만 강등됐어.”“얼마나요?”“아무 실권도 없는 말단직으로. 그래도 괜찮아. 이제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내 약점을 잡고 나 협박하는 사람 없을 테니까.”남주 누나는 강등된 건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건 아마도 자기 위로일 수 있었다.“이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시간도 아까운데 계속 즐겨볼까?”남주 누나는 또다시 나에게 다가왔다. 심지어 리듬 있는 음악을 틀어 놓아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나에게 또 충격을 안겨주었다.나와 남주 누나는 그사이 애교 누나가 집에 다녀갔다는 사실을 몰랐다.애교 누나는 내가 걱정되어 직접 와 봤다. 하지만 방에서 들리는 나와 남주 누나의 소리에 얼굴을 붉히며 물러났다.“남주였네. 다른데 좀 가지. 왜 우리 집에서 수호 씨를 꼬시는 거야?”애교 누나는 입을 삐죽거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뒤돌아섰다.나와 남주 누나는 한밤중까지 몸을 섞고 피곤한 몸을 한 채 잠이 들었다.오랜만에 푸는 욕구에 우리 둘 다 너무 흥분해 버린 탓이었다.심지어 남주 누나는 열정적이다 못해 심지어 내가 지금 동영상 촬영 현
남주 누나는 헤실 웃으며 말했다.“정수호네. 이리 와, 와서 한잔해.”나는 남주 주나 쪽으로 걸어갔다. 가까이 가봤더니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와인 두 병 중 한 병은 이미 텅 비어 있었고, 남주 누나도 이미 술에 취했는지 얼굴이 발그스름했다.“누나, 혼자 이렇게 마신 거예요?”남주 누나는 똑바로 앉아 내 팔을 감싸안았다.“너 아니면 애교를 불러 곁에 있어 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는데 요즘 바쁘다고 해서 안 불렀어. 그런데 마침 이렇게 와 버렸네? 나랑 한잔해.”나는 지난번 남주 누나를 봤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 누나도 기분이 안 좋아 보였는데 아마도 일 때문인 것 같았다.그런데 이번에 이토록 취해 있는 걸 보니 일이 잘 안 풀리는 모양이었다.나는 남주 누나 손에 있는 와인을 빼앗았다.“그만 마셔요. 취했어요. 부축해 줄 테니 방에서 휴식해요.”“정수호, 예전에 너한테 장난치던 때가 그리워. 도 장난칠 테니까 내 장난 받아줘. 응? 나도 기분 좀 좋아지게.”남주 누나는 몽롱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그게 대체 뭐가 그립다는 건지.’나는 그때 너무 단순해 항상 남주 누나한테 농락당했다. 심지어 몇 번이나 나를 유혹하는 남주 누나를 눈앞에 두고 입맛만 다시며 마음을 졸였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가 조금도 그립지 않았다. 나는 하고 싶을 때면 마음대로 하는 지금이 더 좋다.“내가 네 소원 들어줄게.”남주 누나는 내 목을 끌어안고 취한 말투로 말했다.누나의 완벽한 몸매를 보니 나도 솔직히 몸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남주 누나는 지금 많이 취한 상태고, 기분도 안 좋아 보이니 몸을 섞는다고 즐겁지는 않을 거다.“됐어요. 누나 지금 취했어요. 부축해 줄 테니 방에서 자요.”“나 많이 안 마셨어. 그냥 조금 알딸딸한 정도야. 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있잖아. 나 요즘 너무 바빠서 남자 만날 시간도 없었어. 그러니 오늘 너 땡잡은 거야.”남주 누나는 말하면서 나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나는 술에 취한
“정 사장님, 물 바꿔드릴까요?”내가 형수의 팔을 닦아주는 동안 양춘옥이 방에 들어와 열정적으로 물었다.그 모습에 나는 간단히 말했다.“아니에요. 거의 다 닦아요.”나는 형수가 뭘 걱정하는지 몰랐다. 무엇보다 양춘옥이 문제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그때 양춘옥이 목적성이 다분한 질문을 했다.“정 사장님, 요즘 안 보이시던데 바쁘셨나요?”“네. 요즘 일이 바빠서 매일 오지 못해요. 그러니 이모님이 우리 형수님 잘 돌봐주세요. 참, 요즘도 제가 바쁘니 부탁드릴게요.”양춘옥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며 싱긋 웃었다.“정 사장님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무조건 잘 돌봐드릴게요.”“형수, 다 닦았어요. 형수가 깨끗한 걸 좋아하는 거 알고 특별히 피부 관리하는 스킨로션도 발라줬어요.”나는 형수를 돌본 뒤 옆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고아연이 돌아온 뒤에야 떠났다.고아연은 나를 집 앞까지 마중하며 물었다.“요즘 바빠?”“네, 왜 그래요?”“아니, 별 건 아니고. 지난번에 찍는다던 영상을 안 찍었길래 바쁜가 해서.”“요즘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었어요.”이건 단순한 오락이라 돈을 버는 것에 비하면 당연히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그래. 그럼 앞으로 안 찾을게. 내 연락처 삭제해.”고아연은 갑자기 말투가 날카로워졌다.그 말에 나는 순간 멍해졌다.“여자들은 다 이래요? 심심하면 연락처 삭제하고? 이런 거 엄청 예의 없는 거 알아요?”고아연은 팔짱을 낀 채 웃었다.“우리는 원래부터 아는 사이도 아니었어. 그런데 지금 바빠서 영상 찍을 시간도 없다는데 내가 네 연락처를 왜 남겨? 난 원래 이래. 연락 자주 하지 않는 사람은 삭제해. 수호 씨도 마찬가지야.”나는 일부러 고아연에게 맞섰다.“그럼 형수가 지금 이러니까 형수도 삭제했겠네요?”“그래.”“흥. 누가 믿을 줄 알고.”“믿든 말든.”고아연의 모습은 거짓 같지 않았다.나는 이 순간 고아연을 또다시 봤다.“바쁜 일 다 처리하면 도와줄게요. 연락처 삭제하지 마요. 앞으로 또다시 추가하
애교 누나 얘기를 언급하니 내 기분은 저절로 다운되었다.“난 누구랑 결혼할지도 모르겠어.”“왜? 애교 누나랑 사이가 틀어졌어?”민우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그런 건 아니야. 그냥 애교 누나랑 나는 결혼할 사이가 같지 않아. 애교 누나가 나한테 너무 관대하고 너무 풀어줘. 그래서 너무 진실감이 없어.”“헐. 여자 친구가 풀어주는 게 얼마나 좋은데? 네가 밖에서 다른 여자 만나도 뭐라 안 하고 오히려 응원해 준다며? 그렇게 좋은 여자 손전등 켜고 찾아도 없어.”현성과 민우는 나를 부러워했다.사실 나도 예전에는 똑같은 마음이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애교 누나는 너무 좋고 너무 관대하여 질투도 하지 않아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가끔 이 모든 게 허상이라는 생각도 들곤 한다.그에 반해 윤지은은 또 나에게 너무 현실을 체감하게 해준다. 좋아할 때도 질투할 때도 있어 오히려 더 커플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정수호, 너 진짜 쓰레기네. 너 설마 애교 누나 버리려고 그래?”현성이 갑자기 물었다.“헛소리. 내가 언제 버린다고 했어?”“그럼 아까 발언 무슨 뜻인데?”“난 그냥 애교 누나가 너무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뜻이지 버리겠다는 뜻 아니야. 함부로 누명 씌우지 마.”나는 바로 현성을 반박했다.하지만 그때 민우가 바로 끼어들었다.“사실 나도 네가 좀 쓰레기 같아. 아마 네가 만난 누나들이 다 너 같은 나쁜 남자를 좋아하나 보다.”“젠장. 내가 너희들한테서 무슨 좋은 말을 듣겠냐?”그날 저녁 퇴근 후 나는 형수네 집에 들렀다.그동안 너무 바빠 형수를 보러 오지도 못하고 몸을 닦아주지도 못했기에, 나는 얼른 따뜻한 물을 담아 형수 몸 곳곳을 닦아주었다.형수는 이렇게 오랫동안 누워만 있었지만 뺌은 여전히 발그스름하고 피부도 백옥 같은 피부에 핑크빛이 감돌았다.아마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그저 잠자고 있다고 생각할 거다.내가 형수의 몸을 닦아주는 동안 형수의 가슴은 사실 콩닥콩닥 북을 쳤다.‘수호 씨가 이제야 날
“이 얘기는 이쯤에서 하고. 말해요, 서나연 씨 일 외에 다른 볼 용건 있어요?”나는 화제를 다시 끌어왔다.그러자 소여정은 내 턱을 잡으며 생글생글 웃었다.“있지 그럼. 너 놀리러 왔어. 내가 너 놀리는 거 오랜만이잖아.”“미쳤어요?”나는 다급히 소여정의 손을 쳐냈다.“날 미친X 취급해? 내가 진짜 너 가만 안 둔다?”“못 믿겠어요. 나 이제 임천호도 안 두려운데 소여정 씨를 두려워하겠어요?”나는 소여정에게 계속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소여정은 대단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오호라. 며칠 새에 많이 컸네? 그런데 그런 모습 점점 더 좋아지는데?”소여정은 정말 역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매번 나타났다 하면 나에게 귀찮은 일을 던져주곤 한다.물론 내가 이제 임천호를 두려워하지 않는다지만 그렇다고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는 않았다.나는 그저 장사를 잘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내가 소여정을 무시하자 소여정도 나를 보는 체도 하지 않고 스스로 가게 안을 둘러봤다. 그러다가 결국 몇 가지 선물 세트를 골랐다.소여정이 계산하려고 할 때 나는 다시 그녀에게 다가갔다.“선물 세트 사서 누구한테 주려고요?”“이젠 임천호 안 두렵다며? 내가 누구한테 주든 무슨 상관이야? 아니면 내가 이 선물을 가져갔다가 이 가게에서 샀다는 걸 들킬까 봐 그러는 거야?”소여정은 마치 내 배에서 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나를 빠삭하게 알았다.“찾아오겠으면 찾아오라고 해요. 소여정 씨는 정상적인 소비예요.”나는 말발로 소여정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 바로 뒤돌아 떠나갔다.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후들거렸다.소여정은 물건을 구매한 뒤 가게에서 택배로 보낼 수 있는지 물었다. 그 질문에 점원 한 명이 가능하다고 대답했다.소여정은 주소 하나를 남기고 직원더러 선물 세트를 주소에 적인대로 보내달라고 당부했다.소여정이 떠난 뒤 나는 그 위에 적힌 주소를 확인했다. 주소는 H시로 되어 있고, 받는 이는 ‘소원규’로 되어 있었다.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이름에 한참을 떠
“누구한테 들었어?”“그건 상관하지 마요. 맞는지 아닌지만 대답해요.”나는 얼렁뚱땅 넘기려고 했다.다행히 소여정은 내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바로 인정했다.“맞아. 나도 예전에 윤지은과 임유미처럼 잘 사는 집 딸이었어. 안 그러면 우리 넷이 왜 친구가 됐겠어?”하긴. 소여정은 나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물었다.“뭐 하나만 물을게. 소씨 가문 사람들이 강북에 있지?”“그걸 어떻게 알아요?”나는 흠칫 놀랐다.그 말에 소여정이 대답했다.“어떻게 알았는지는 알려고 하지 마. 맞는지 아닌지만 말해.”소여정이 이렇게 묻는다는 건 이미 단서를 찾았다는 뜻이기에 나는 사실대로 대답했다.“맞아요. 임천호 아내가 강북에 와서 요즘 유미 사모님과 같은 동네인 백조의 호수에 살아요.”“백조의 호스? 보아하니 나도 그곳에 집을 마련해야겠네.”소여정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그 말에 내 눈은 휘둥그레졌다.“지금 제정신이에요? 소씨 가문 사람들이 그곳에 있는데 멀리 숨지는 못할망정, 같은 동네에 살겠다고요? 대체 무슨 생각인 거예요? 설마 서나연 씨를 쫓아내고 본인이 임천호 아내가 되려고 그래요?”소여정은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안돼? 임천호가 얼마나 대단해. 나한테도 잘해주고.”“대단하긴 무슨. 부시장님과 윤 회장님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더만.”나는 내가 임천호 뒷담화를 하는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소여정은 나를 다시 봤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정수호, 대단하네. 임천호를 그렇게 말하고. 임천호가 안 뒤 죽이려고 할까 봐 두렵지 않아?”“내가 임천호 산하의 대출 회사도 무너뜨렸는데, 임천호를 무서워하는 거로 보여요?”나도 비록 내가 너무 잘난체 한다는 걸 알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정말 참을 수가 없다.이 세상에 허영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게다가 이건 내가 평생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닐 일이기도 하다.소여정은 입을 가리며 웃었다.“아주 어깨뽕이 하늘로 치솟는구먼? 그 대출 회사 임천호한테 엄청 중요한 회사인 건
“오, 오빠가 뭘 하려는지 알아요. 만약 하고 싶으면 날 오빠한테 줄 수 있어요.”주선영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옷자락을 잡고 긴장한 표정으로 고백했다.이건 현성에 대한 인정이었다. 현성은 너무 설레어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는 두말없이 주현영을 와락 끌어안았다.그러자 주현영이 이내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여, 여기서는 안 돼요. 우리... 호텔 가요.”“그래, 바로 가자.”나는 현성과 주현영이 손잡고 뛰쳐나오는 걸 본 순간, 현성이 오늘 소원을 이룰 거라는 걸 알았다.나는 싱긋 웃으며 현성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파이팅.”“당연하지.”현성은 헤헤 웃으며 말했다.이윽고 두 사람은 손을 잡고 기쁜 얼굴로 떠나갔다.나는 얼른 이 기쁜 소식을 민우에게 알려주려고 전화했다.[수호야. 왜 그래? 나 지금 바빠.]민우는 목소리를 한껏 낮추고 말했다.그 목소리에 나는 의아했다.“너 지금 뭐 해? 가게 보는 거 아니었어?”[설아가 점심에 나 찾아와서 지금 설아랑 호텔에 있어.]“헐, 너 뭐야? 임설아랑 결실을 보는 거야?”‘왜 친구들한테 버림당해 혼자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지?’민우는 헤실 웃었다.[이만 끊어. 설아가 샤워하러 갔다가 지금 나와. 우리 오늘 마지막까지 갈 거거든.]민우는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이 상황에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대충 음식을 먹고 가게로 돌아가는 것뿐이었다.하지만 혼자 사무실에 앉아 있을수록 기분이 안 좋았다.예전에는 내가 민우와 현성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었는데, 현재는 내가 두 사람을 부러워하는 꼴이 되었으니.하지만 윤지은과 애교 누나한테는 연락할 엄두도 나지 않고 형수는 아직 혼미해 있으니 누구를 찾아야 할지 고민이었다.나는 주위에 여자가 끊이지 않다고 이렇게 외로이 혼자 남는 날이 오게 될 줄은 몰랐다.‘정수호 몰락했네. 몰락했어!’내가 속으로 감개무량해하고 있을 때 아래층에서 직원 한 명이 나를 불렀다.“정 사장님, 누가 찾아왔어요.”“알았어요. 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