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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3화

작가: 은광수
30분 뒤, 우리는 성호샤브샤브 식당에 도착했다.

형수는 타이트한 원피스를 입어 육덕진 몸매가 더 도드라졌다. 그 때문에 주위 남자들은 형수한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자꾸만 몰래 훔쳐봤다.

나는 일부러 형수 옆에 앉았다.

애교 누나는 내 의도를 알았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형수를 훔쳐보던 남자들도 잠깐 훔쳐보더니 더 이상 보지 않았다.

형수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나를 바라봤다.

“수호 씨가 이러면 나한테 대시하는 남자가 없잖아요. 두 사람만 만족하면 난 어떡하라고요?”

그 말에 애교 누나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럼 수호 씨가 너 한번 만족시켜 주면 되잖아.”

“너 정말 괜찮겠어?”

“안 괜찮을 거 뭐 있어. 우리 아직 정식으로 관계 확정한 것도 아닌데, 네가 사용하고 싶으면 사용하던가.”

가운데서 둘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몰랐다.

내가 뭔 도구도 아니고 사용하고 싶으면 사용하라니.

“애교 누나, 제 기분도 생각해 줘요.”

내가 슬쩍 귀띔했다.

그러자 애교 누나가 얼굴을 붉혔다.

“왜요? 수호 씨한테 득이 되는 데도 싫어요?”

“얼른 주문해요.”

나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이건 득이 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두 여자가 눈앞에 있는데, 그렇다고 둘 모두 만족시켜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얼마 뒤, 웨이터가 메뉴판을 들고 다가왔다.

애교 누나와 형수더러 메뉴를 고르게 했더니 형수는 아예 메뉴판을 애교 누나 앞으로 죽 밀었다.

“난 이미 주문했으니 나머지는 네가 주문해.”

애교 누나도 거절하지 않고 곧장 음식을 주문했다.

그때 형수의 손이 갑자기 내 다리 위에 올라오더니 살살 긁어댔다.

나는 이내 형수의 뜻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형수는 전에 분명 나한테 더 이상 관심이 없다고 했는데?’

‘알게 뭐야.’

나는 얼른 형수의 손을 덥석 잡았다.

형수의 손은 통통해 애교 누나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그때 형수가 나를 향해 눈썹을 치켜 올리며 이상야릇한 미소를 날렸다.

나는 얼른 고개를 저으며 안된다는 뜻을 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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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미화는 사모님 곁으로 다가가 꿍꿍이를 꾸미는 듯 뭐라 중얼거리며 말했다.그러던 그때 내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그 순간 나는 아차 싶었다.운미화는 한발 앞서 내 핸드폰을 빼앗아 확인했다.“베터리가 없다고? 80퍼센트나 남았으면서 이게 베터리가 없는 거야?”거짓말이 단번에 폭로된 나는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에 입을 열었다.“핸드폰 이리 줘요.”“베터리가 남아 있으면서 왜 없다고 했어?”“잘못 기억했나 보죠.”“이제 빌려줄 수 있지? 잠금 해제해.”“사모님 핸드폰을 빌리면 되잖아요. 왜 꼭 제 걸 빌려야 하는데요?”나는 순간 화가 치밀었다. 윤미화는 왜 항상 내가 난감해하는 꼴을 보지 못해 안달인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그때 윤미화가 나에게 다가와 목소리를 내리깔며 말했다.“연기 그만해. 방금 뭘 했는지 유미한테 들키지 않으려면 나랑 거래 하나만 해.”나는 약간 체면이 서지 않았지만 반박할 수 없어 한동안 침묵했다.그때 윤미화는 내 핸드폰을 흔들며 싱긋 웃었다.“싫으면 까발릴 거야.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 잊은 건 아니겠지? 핸드폰 잠금 해제하는 거 나한테 식은 죽 먹기야.”윤미화의 신분을 떠올리는 나는 문득 겁이 났다.만약 이 자리에서 모든 게 까발려지면 사모님 앞에서 유지했던 내 이미지가 와르르 무너지고 말 거다.“진짜 독하네요.”나는 결국 타협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윤미화는 나한테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다가 사모님을 향해 말했다.“이제 아무 일 없으니 가 봐.”“수호 씨 괴롭히지 마. 도움받으려고 사람을 집에 끌어들였는데 언니가 이러면 내 입장이 난처해지잖아.”윤미화는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대충 얼버무렸다.“알았으니까 얼른 가기나 해.”사모님은 그제야 뒤돌아 안방으로 사라졌다.사모님이 떠난 뒤 나는 불안한 눈빛으로 윤미화를 바라봤다.“뭐 하자는 거예요? 저 사장님 직원이에요.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사장이 직원을 협박할 수 있어요?”“협박하면 뭐? 나 정말 볼일 있어서 그래.”“그럼 말해 봐요. 무슨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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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모님은 성적 충동을 느끼는 자신이 나쁘다고 생각하면서도 남편에게 사랑받고 싶어 몸이 달아올랐다.너무나도 모순되는 생각에 괴로워진 사모님은 결국 변기 위에 앉아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사모님은 남편이 꼭 괜찮아질 거라고 굳게 믿었다. 게다가 혼자 해결하는 것보다 그녀는 남편에게 사랑받고 싶었다.사모님은 단순한 요구 해소보다는 사랑하는 사람한테 사랑받고 싶었다.그걸 알 리 없는 나는 방 안에 숨어 욕구를 해소하느라 바빴다.그러다 거의 절정에 도달할 때쯤 문밖에서 갑자기 다급한 노크 소리가 들렸다.“정수호, 문 열어!”그건 다름 아닌 윤미화의 목소리였다.갑작스러운 상황에 나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나는 서둘러 문을 열지 않았다. 이제 절정까지 한 발만 남은 터라 중도에 포기할 수 없었으니까.하지만 윤미화는 미치기라도 한 듯 문을 부술 것처럼 두드렸다.“정수호, 안에서 뭐 해? 설마 나쁜 짓하고 있는 거야? 당장 문 열어.”“그만 두드려. 그러다 우리 남편 깨겠어.”그때 마침 사모님이 나서서 나를 도와줬다.하지만 윤미화는 좀처럼 물러나지 않았다.“나 정수호한테 긴히 할 말이 있어. 아주 중요한 일이야. 정수호 뭐 하는 거야? 당장 문 열어.”쾅쾅거리는 소리에 나는 겁이 나는 한편 스릴감이 느껴졌다. 결국 얼마 뒤 나는 겨우 절정에 도달했다. 나는 주위를 신속히 정리하고 나서야 문을 열었다.“대체 뭐 한 거야? 왜 이렇게 늦게 문 열어?”윤미화의 눈빛은 나를 나무라는 듯했다.하지만 나도 이제는 점점 뻔뻔해져 얼굴 하나 붉히지 않고 거짓말했다.“너무 피곤해서 잠들었어요.”“아무리 잠들어도 내가 그렇게 높게 문 두드렸는데 못 들었다고?”윤미화는 내 말을 믿지 않았다.나는 서둘러 해명하는 대신 나른하고 귀찮은 듯 말했다.“안 믿겠으면 믿지 마요. 저는 무슨 일로 찾았는데요?”윤미화는 내 말에 대답하는 대신 방 안으로 들어와 침대 시트부터 확인했다.다행히 나도 이제는 이런 쪽으로는 도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913화

    나는 내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려고 최선을 다해 설명했다.내가 여색을 밝히는 건 맞지만 나도 정도라는 게 있다.사장님이 나한테 얼마나 고마운 분인데, 사장님께 미안한 짓을 하겠나?내 설명이 통했는지 당황함이 가득하던 사모님의 눈빛은 점차 평온을 되찾았다. 하지만 나한테 경고하는 걸 잊지 않았다.“그럼 앞으로 주의해요. 특히 내 앞에서 다시는 그러지 마요.”사모님은 말하면서 내 가운데를 가리켰다.나는 너무 난감해 황급히 그곳을 가렸다.“알았어요. 약속할게요. 앞으로 절대 이러지 않을게요.”말을 마친 나는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다.내가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에 사모님은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이토록 부끄러워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나는 민망함을 감추려고 커다란 외투를 걸친 뒤 사장님을 부축하러 욕실로 향했다.“수호 씨, 날도 더운데 뭐 하러 외투를 입고 있어?”사장님은 내 이상한 옷차림을 보고 의아한 듯 물었다.이 상황에 사실대로 말했다가 사장님이 나를 잡아먹으려 할지도 몰랐기에 나는 대충 변명을 지어냈다.“방금 실수로 바지가 젖었는데 갈아입을 옷이 없어 외투로 가린 거예요.”“내 잘못이네. 수호 씨를 집에 불러들였으면서 갈아입을 옷도 준비하지 못했어.”“유미야, 전에 내 옷 두 벌 새로 샀던 거 아직 옷장에 있잖아. 그거 수호 씨한테 갖다줘.”사모님은 방으로 들어와 고개를 끄덕이더니 새 옷을 찾으려고 옷장을 열었다.그 모습을 본 나는 황급히 거절했다.“필요 없어요. 날이 더워서 바로 말라요.”무엇보다 사장님 옷은 모두 비싼 거라 아무렇지도 않게 받기 너무 민망했다.하지만 사모님은 벌써 옷장을 열어 새 옷 두 벌을 꺼냈다.“수호 씨 사장님이 주는 거니까 입어요.”사모님의 눈빛을 본 순간 나는 이내 그녀의 의도를 알아챘다. 사모님은 나더러 연기를 끝까지 하라는 뜻이었다.나는 결국 마지못해 옷 두 벌을 받았다.“그, 그럼 전 돌아가서 옷 갈아입을게요.”나는 옷을 챙겨 들고 내 방으로 향했다.외투를 풀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912화

    나는 그날 나와 몸을 섞었던 사람이 사모님일까 봐 두려워 생각을 이어 나가지 못했다.내가 아무리 사모님처럼 우아하고 고귀한 분위기의 미녀를 좋아한다지만, 그날 밤 여인이 사모님이기를 바라는 건 아니다. 나는 사장님께 미안한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나는 시선을 거두고 사장님의 상태를 확인한 뒤 곧장 욕실을 빠져나갔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절대 내가 생각한 게 아니기를 기도했다.오늘 밤 사모님 몸매를 본 뒤로 나는 더 조마조마하고 심란해졌다. 심지어 내 추측이 들어맞을까 봐 사모님과 접촉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하지만 마음속 한편으로는 아닐 거라고 요행을 바랐다. 나는 그날 밤 사모님의 반응을 떠올렸다. 내 알몸을 본 사모님은 무척 부끄러워했었다. 그렇다는 건 사모님이 사장님을 제외한 이성의 몸을 본 적 없다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그렇게 부끄러워했던 거고. 만약 사모님이 아니면 하정현일 가능성밖에 없다. 다만 하정현은 용천 호텔에서 지내는 동안 반응이 늘 똑같았고 이상할 게 없었다.나는 결국 내 추측을 다시 한번 뒤엎었다.생각할수록 머리만 아파지는 기분이었다.두 사람 모두 가능성 있을 것 같다가도 자세히 생각하면 모두 불가능해 보였다. ‘아니면 그날 밤 아무 일도 없었던 건 아닐까? 그게 그저 꿈이었을지도 모르잖아?’‘하.’어쩜 생각할수록 더 심란해지기만 하는 건지.’“수호 씨.”내가 한창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사모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나는 너무 당황해 무의식적으로 벌떡 일어났다.“사모님, 무슨 일이세요?”사모님의 얼굴은 발그스름해서 마치 잘 익은 복숭아 같았다. 하지만 시선이 내 정중앙에 닿은 숙나 부끄러운 듯 이내 고개를 돌렸다.“뭐, 뭐 했던 거예요?”고개를 숙여 확인한 순간 나는 너무 난감했다.방금 전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바람에 내 그곳은 어느새 발딱 서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그걸 사모님께 들키다니 죽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나는 너무 당황해 다급히 해명했다.“오해하지 마세요. 저 나쁜 짓한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911화

    한참 동안 기다리니 주해진과 김진호가 나타났다.그동안 늘 거만하던 김진호는 기세가 한풀 꺾여 줄곧 고개를 숙인 채 주해진 뒤를 따랐다.우리는 서로 소개를 한 뒤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주해진이 건넨 계약서를 확인해 보니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때문에 나는 형빈도 함께 하고 싶어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그 말에 주해진은 미간을 찌푸렸다.“다섯씩이나? 주주가 너무 많은 거 아니야?”“형빈은 주주에만 가입할 뿐이지 경영에는 참가하지 않을 거야. 게다가 천수당의 경영과 관리는 나와 민우한테 맡기기로 했잖아. 두 사람 목적은 돈 버는 거 아니야? 돈만 벌게 해주면 되잖아.”그때 계속 침묵하던 김진호가 입을 열었다.“형, 나도 한의학 지식이 있고 의술을 아니 나도 같이 경영에 참여하는 건 어때요?”나는 바로 반대 의견을 제기했다.“너도 경영에 참여한다면 협력은 없던 일로 해.”김진호는 워낙 우리와 의견이 맞지 않아 만약 그도 경영에 참여하면 앞으로 분명 문제가 끊이지 않을 거다.주해진은 급히 김진호의 말을 잘랐다.“넌 끼어들지 마. 네가 경영에 참여하면 내가 네 뒷수습하고 다녀야 할 게 뻔해.”“그리고 수호 동생, 파트너 더 끌어들이는 건 상관없어. 하지만 지분은 본인들이 알아서 나눠. 우리 지분은 나눠줄 수 없으니까.”“오케이.”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그러자 주해진은 이내 싱글벙글 웃었다.“그렇다면 문제없네. 사인해.”주해진의 목적은 단지 돈 버는 거였기에 본인 이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니 바로 동의했다. 이번 협상은 매우 순조로웠다. 우리는 계약서에 사인한 뒤 바로 현장에서 돈을 이체했다.이후의 식사는 말할 것도 없이 화기애애했다. 어쨌든 이제 운명 공동체가 되었으니 천수당을 일으켜 세워 잘 운영해 그 이익을 챙기면 그만이었으니.그날 밤, 현성은 또 술김에 우리 집에서 지내겠다고 고집부렸다. 결국 나는 그 뒤처리를 민우한테 맡겼다. 나는 오늘 밤 사장님 댁에 가야 했으니까.윤미화는 매일 본인 일로 바쁜 터라 사모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910화

    ‘설마 그날 밤 상대가 유미 사모님인가?’‘아니야. 그럴 리 없어. 사모님은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야.”나는 즉시 마음속 생각을 부인했다.다만 나와 함께 용천 호텔에 간 누나들과 모두 잔 적이 있는데 그중 누구도 나비 문신이 있었던 사람은 없었다.그런데 사모님 몸에 나비 문신이 있었다니.나는 그쪽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생각이 자꾸만 그쪽으로 흘러갔다.만약 그 상대가 정말 사모님이라면 나는 사장님께 죄를 지은 거나 다름없다.‘아니야. 하정현 씨일 수도 있잖아.’그날 저녁 용천 호텔에 있었던 여자는 총 여섯 명인데, 유미 사모님 외에 하정현과 자보지 못했다. 게다가 하정현을 마사지해 줄 때 항상 가슴만 해준 터라 허리 아래를 본 적이 없다.‘언제 한 번 시간 내서 정현 씨 몸에 나비 문신이 있는지 확인해봐야 하는 거 아니야?’나는 애써 이쪽으로 생각을 돌렸지만 마음은 여전히 혼란스러웠고 심장이 벌렁거렸다.내가 한창 헛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사모님이 침실에서 걸어 나왔다. 사모님을 보니 내 추측이 너무 터무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모님처럼 우아하고 점잖은 분은 절대 술에 취해 성관계를 할 사람이 아니다.더욱이 난 그 당시 술에 취해 내가 본 게 나비 문신인지 아니면 진짜 나비가 날아들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나는 절대 터무니없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안 된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얼마 뒤, 사모님은 상처 소독을 끝낸 뒤 말했다.“전에 처방해 준 약 고마워요. 그걸 마셨더니 요즘 많이 좋아졌어요.”사모님은 말하면서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넋이 나가 더 이상 사장님 댁에 있을 수 없었다. 결국 화인당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남긴 뒤 집을 나섰다.집에서 내려와 차에 올라탄지 한참이 지났지만 내 마음은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았다. 결국 하정현에게 문자를 보내 몸에 나비 문신이 있는지 확인했다.하정현의 답장은 매우 빨랐다.[그건 왜 갑자기 묻는데?][그냥 좀 궁금해서요. 있는지 없는지만 대답해 줘요.]나는 당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909화

    냉장고에 있는 오래된 약을 분리 수거하고 주방과 식탁을 정리하고 난 뒤에야 나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갑자기 노동했더니 어깨에 통증이 느껴졌고 심지어는 피가 흘러나온 느낌이었다.서둘러 옷을 벗어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피가 흘러나왔다. 다행히 심한 정도는 아니라 나는 혼자 처리할 생각이었다.그때 마침 화장실을 나선 사모님이 내 어깨의 상처를 보고 다급히 물었다.더 이상 숨긴다고 숨겨질 일이 아니었기에 나는 정태곤한테 죽을뻔한 일을 솔직히 털어놓았다.“참 명도 기네요. 정태곤 손에서 살아 돌아오다니. 여정 말로는 정태곤이 해외에서 용병으로 일하면서 정말 사람을 죽인 적이 있대요.”사람을 죽였다는 말을 듣자마자 나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정태곤의 눈빛을 볼 때마다 섬뜩한 게 사람을 죽인 적 있는 것 같다고 여겼는데 그 짐작이 진짜였을 줄이야.“앉아 봐요. 내가 치료해 줄게요.”“네? 아니에요. 이따 가게에 가서 치료하면 돼요.”“앉으라면 앉지 뭔 말이 그렇게 많아요?’사모님이 갑자기 화를 내는 모습에 나는 어리둥절했다. 사모님이 이러는 모습은 매우 드물었기에 나는 순순히 의자 위에 앉았다.그러자 사모님은 약상자를 챙겨 오더니 나더러 티셔츠를 벗으라고 명령했다. 나는 사모님 요구에 따라 순순히 옷을 벗었다.사모님은 적나라하게 드러난 내 상반신을 본 순간 얼굴이 화르르 달아올랐다. 다만 나는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어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사모님이 슬립 차림이라 고개를 들었다가 보지 말아야 할 거라도 볼까 봐 두려웠으니까. 더욱이 나는 의자에 앉고 사모님은 서 계셔서 보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다만 내가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는 바람에 사모님의 뽀얗고 긴 다리가 내 눈에 들어왔다.사모님의 피부는 하얗고 맑았는데 살짝 붉은 빛을 띠고 있어 매우 여려 보였다. 심지어 발뒤꿈치마저 핑크빛이 돌아 부드러워 보였다.그런 사모님 곁에 있으니 가뜩이나 거친 내 피부가 더 거칠어 보였다. 나는 이렇게 몰래 훔쳐보는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908화

    “사장님, 이건 승낙할 수 없어요.”나는 단번에 거절했다. 내가 따로 창업하려는 걸 사장님이 알면 어떻게 생각할지 몰랐으니까.난 비록 위대하고 정의로운 사람은 아니지만 양심을 속이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더군다나 무시를 당하고 싶지도 않았다.사람은 누구나 마지막 선이 존대한다. 만약 내가 오늘 양심을 저버리고 이 일을 승낙하면 단기간 내에 부자가 될 수는 있겠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껴 계속 시달릴 거다.사장님은 싱긋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내가 왜 수호 씨를 이렇게 믿는지 알아?”나는 고개를 저었다.그러자 사장님이 말했다.“수호 씨는 절대 쓸데없는 욕심을 안 부려서 믿는 거야. 난 20년 넘게 화인당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많이 만나 봤어. 가정 형편이 안 좋은 사람도 만나 보고, 잘 나가다가 크게 실패한 사람도 만나보고, 가정 형편이 좋은 사람도 만나 봤어.”“그 사람들도 처음에는 모두 성실히 일에 임했지만, 눈앞에 이익이 주어지니 유혹을 이기지 못하더라고. 하지만 수호 씨는 달랐어. 수호 씨는 쓸데없는 욕심에 양심을 저버리지 않는 사람이야. 나도 신중히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야.”사장님은 나를 너무 과대평가했다. 사실 나는 절대 그 정도가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내가 사장님 뒤를 잇지 않으면 강북 약재 시장은 분명 엉망이 되어버릴 거다. 그러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당연히 강북 주민들이 될 거다.나는 단 한 번도 정 사장님처럼 대단하고 정의로운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단지 부끄럽지 않은 성과를 거두어 이태웅한테 무시당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하지만 사장님이 여러 번 부탁하는데 계속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결국 마지못해 동의했다.“이 명단은 잘 보관해야 해. 절대 가짜 약재를 만드는 사람들 손에 넘어가면 안 돼.”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종이 쪼가리 한 장이 천근처럼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어깨에 짊어진 짐도 더 무거워졌다.나는 먼저 약속을 하고 사장님 건강이 회복되면 명단을 다시 돌려줄 계획이었다.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907화

    [됐어.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소여정은 더 이상 이 주제로 길게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 당사자로서 느끼는 무력감과 슬픔은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거고, 그렇다고 소여정도 그걸 다른 사람에게 얘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이건 소여정 본인이 선택한 길이기에 기어서라도 가야 했다.사모님은 얘기를 더 하려고 했지만 소여정은 핑계를 대며 전화를 끊어버렸다.결국 사모님은 핸드폰을 멍하니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윤지은은 소여정이 임천호 정부로 지내는 게 파렴치하고 뻔뻔한 행동이라고 했지만, 소여정이 소씨 가문을 위해 마지못해 이런 선택을 한 걸 아는 건 사모님뿐이었다.더군다나 이 불구덩이에 뛰어든 이상 다시 빠져나오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그 쓰라림을 아는 건 당사자뿐이다....한편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탕약을 준비해 사장님 방으로 향했다.그동안 약욕으로 몸조리를 한 덕분에 사장님의 혈색은 병원에 있을 때보다 많이 좋아졌다. 적어도 얼굴에 홍조가 돌았고 입맛도 다시 돌아왔다.나는 방금 준비한 탕약을 사장님에게 건네며 말했다.“사장님, 축하드려요.”“뭘 축하한다는 거야?”“약욕의 효능이 꽤 좋아 보여요. 맥을 짚어 봤는데 전보다 많이 좋아졌어요. 여기에 봉섭 할아버지 치료까지 더하면 사장님 병도 억제될 수 있을 거예요.”사장님은 웃으며 약이 담긴 그릇을 받아 들었다.“아직 치료가 시작된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희망을 줬다가 나주에 실망하면 어쩌려고 그래?”“분명 좋아질 거예요. 전 봉섭 할아버지를 믿어요.”사실 나도 확신이 드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환자에게 희망을 줘야지 기죽이면 안 된다.사장님은 순순히 탕약을 마시더니 말했다.“뭐가 됐든 수호 씨한테 참 고마워. 수호 씨가 아니었다면 난 이미...”“사장님, 허튼 생각 하지 마세요. 사장님은 몸조리에만 전념해요. 내일이면 약욕도 끝날 거라 제가 봉섭 할아버지를 다시 모셔올게요.”나는 사장님이 불길한 얘기를 하는 걸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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