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의 도적 떼는 총 300여 명으로, 가장 잔인하지만, 사람은 가장 적었다.이들은 검은색의 옷으로 무장하고 다녔고, 극악무도하여 돈을 강탈하며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 백성들은 그들의 소문만 들어도 두려움에 떨게 되었다.하지만 오늘로써 그들의 명도 다할 것이다.동산 위의 북이 거세게 울리기 시작했다.낭산 전체에 동산의 북소리가 울려 퍼졌고, 산적들은 그 소리를 듣고 빠르게 달려왔다. 그들이 산에서내려온다는 것을 알고는 한몫 챙기려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그들이 도착했을 때, 하늘에는 커다란 새가 날고 있었고, 그 위에는 작은 소녀가 앉아 있었다. 높이는 대략 90미터 정도였으며, 소녀의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그녀의 눈 속에서 불꽃이 타오르는 것은 볼 수 있었다.동산의 산적 소굴에서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먼저 불이 붙었다.어쩌다 불이 난 것인지 아무도 보지 못했다. 울타리 벽에 서 있던 도적들도 이유 없이 몸 주변이 뜨거워졌고, 고개를 들자, 불길이 하늘로 치솟는 것을 보았다.산적들과 도적들은 깜짝 놀랐다. 그 소녀가 도대체 누구인지 따질 겨를도 없이 그들은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불을 끄려 했다. 이곳은 그들의 본거지였다. 불길이 퍼지기 시작하면 전체 낭산이 불타버릴 수도 있다.하지만 불은 어떻게 해도 꺼지지 않았고, 점차 바깥쪽으로 번져갔다. 이내 불은 둥글게 구역을 만들었고, 불길이 더 이상 밖으로 퍼지지 않았지만, 그들도 안에서 빠져나갈 수 없었다. 그들은 불바다에 갇히게 되었다.소녀의 목소리가 마치 허공에서 울려 퍼지는 듯했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지옥 같은 울부짖음 속에서도 한 마디 한 마디가 또렷하게 들렸다.“너희는 낭산을 차지하고 백성들을 학살했다. 오늘 불구덩이에 떨어지는 것은 하늘이 내리는 천벌이다. 내가 묻겠다. 너희는 자신들의 잘못을 알고 있느냐?”불길이 이렇게 이상하고, 소녀가 거대한 붕새에 타고 있는 것을 보니,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악행을 저지른 자들은 사실 그 누구보다 미신을 믿는
하지만 그 잠깐의 뜨거움을 참아내자 오히려 굉장한 편안함을 느꼈다. 마치 손바닥에서 따뜻한 흐름이 서서히 퍼져 나가는 듯, 그 흐름이 팔을 타고 심장으로 전해지며, 서둘러 달려오며 쌓인 피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그녀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공주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애지중지 키운 황실 공주가 아닌가?"그녀는 묻고 싶었지만, 차마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그저 공연과 사람들에게 함께 산에 남아 현장을 정리하라고 지시한 후, 택란과 꼬마 봉황을 데리고 산에서 내려갔다.산에서 내려가면서, 다리가 풀려서 몇 번이나 무릎을 찧을 뻔했다.산 아래에 도착하고 택란이 손을 뗀 후 말의 고삐를 잡으려 하자, 주 아가씨는 결국 견디지 못하고 다리가 풀려 '퍽' 하고 무릎을 찧고 말았다.택란은 살짝 놀라 별처럼 빛나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주 아가씨는 자신이 쓸모없고 한심하다고 느꼈다. 다리가 풀린 것이 부끄러워 무안해하며 말했다.“소인이 돌이켜보니, 아직 공주님께 제대로 예를 갖추지 못한 것 같습니다… 소인, 공주님께 정식으로 인사 올립니다!”그녀는 진지하게 예를 갖추며, 속으로 깊은 후회를 하였다. 왜 처음에 공주가 그저 교만하고 귀한 집안의 공주일 것이라고 생각했을까?그녀는 황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가 낳은 딸이니, 분명 매우 뛰어날 것이다.택란은 몸을 돌려 말에 올랐다. 높은 곳에서 그녀를 내려다보며 역시 부드럽고 온순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일어나시오. 배가 매우 고프오!”“예!”주 아가씨는 일어섰지만, 공주의 눈을 마주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두 사람은 말에 올라 앞뒤로 줄지어 떠났다. 택란의 머리 위에서 봉황이 날고 있었고, 가끔 멀리 날았다가 다시 돌아와 하늘을 맴돌았다. 신이 난 듯했다.택란은 가는 길에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표정에도 변화가 없었다. 마치 방금 산에 올라가 경치를 구경하다 온 듯, 피곤한 기색도 전혀 없었다.평소 체력이 좋은 주 아가씨조차 이번에는 계
주 아가씨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택란이 식사를 마치고 입가를 닦으며 그녀를 보고 말했다.“아니, 자네 생각이 틀렸소. 약도성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오. 산적이나 도적과는 다르오. 낭산의 악인들은 한 번의 불로 없앨 수 있지만, 약도성의 사회 문제는 그렇게 무력을 사용할 수는 없소.”주 아가씨는 어안이 벙벙했다. 지나치게 충격을 받아 아까 생각한 걸 입 밖으로 꺼낸 것일까? 하지만 그녀는 말한 기억이 없었다.공주의 맑고 선한 눈빛을 보며 그녀는 자신의 기억을 부정했다. 틀림없이 말했을 것이다. “나는 약도성에 1년 정도 머무를 것이네. 그 1년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이지만, 적어도 일부의 혼란은 정리할 수 있을 것이오. 이후의 민족 통합, 문화 교류, 생활 습관 변화, 그리고 조정에 대한 소속감 등과 같은 문제는 정말로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오.” “예, 알겠습니다. 마마, 제가 돕겠습니다.”택란이 미소를 지었다.“아니요. 내가 자네를 돕는 것이오. 나는 아직 대외적으로 약도성을 다스리지 않았네. 지금은 자네가 약도성의 진정한 주인이오.”“그럴 수는 없습니다!”주 아가씨는 다급히 말했다. 불경스럽게 공주 앞에서 주인 행세를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주 아가씨는 자신이 왜 갑자기 그녀에게 이렇게 아첨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낭산의 불길에 그녀는 충격에 빠졌고,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존경심이 솟아났다. 그녀는 이에 완전히 굴복했고, 가슴은 존경심으로 가득 찼다. “그렇게 하라고 하면 그렇게 하시오.”택란은 일어나며 밖으로 향했다.“조금 피곤하니, 난 좀 자야겠소. 자정에 깨워 야식을 내오도록 하시오.”그녀는 하루 세 끼를 먹는 것에 익숙했다. 아침에 과일을 먹은 것이 한 끼였고, 지금은 밤이지만 점심으로 간주하였다. 자정의 한 끼가 그녀의 저녁이었다.습관은 바꿀 수 없었다.열정에 불탄 주 아가씨는 쏜살같이 시장으로 달려갔다.저택에는 평소 여분의 음식이 없었다. 있어도 이렇게 더운
“정말 화나 나서 죽을 지경이구나.”주 아가씨는 정신없이 정리하였고, 다른 사람들도 돕기 시작했다.택란과 꼬마 봉황이 나와 그녀들이 음식을 정리하는 것을 보고 물었다.“다들 식사가 끝난 것이오?”“아니요…”주 아가씨는 무심코 대답했지만, 정작 남은 건 먹다 남은 음식뿐이었다. 그녀는 풀이 죽은 채 말했다. “공주님, 좀 더 주무십시오. 제가 닭 한 마리를 잡아 오겠습니다. 집에 알을 낳는 늙은 암탉이 몇 마리 있는데, 그중 한 마리를 고아 드리겠습니다.”택란은 자리에 앉으며 웃으며 말했다.“그럴 필요 없소. 여기 아직 음식이 남아 있지 않은가. 그냥 먹으면 되네.”“하지만, 이건 먹다 남은 음식입니다.”공연은 매우 죄송스러웠다. 공주라는 신분의 사람에게 남은 음식을 먹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괜찮소. 배만 채우면 되오. 음식을 낭비할 순 없지 않겠나!”택란은 젓가락을 들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주 아가씨는 그 모습을 보고 급히 다른 사람들에게 재촉했다.“부엌에 있는 음식을 얼른 가져오거라. 공주께 새 음식을 드려야지.”“예, 알겠습니다!”그들은 서둘러 부엌으로 향했다. 그들의 음식은 소박했다. 볶은 고기, 채소, 삶은 호박, 열몇 개의 삶은 달걀 등이었다. 그들은 음식을 한꺼번에 들고 나왔다. 택란은 모두에게 다시 앉아 먹으라고 권했다. 모두 명령을 듣고 앉았지만, 선뜻 음식을 먹지는 못했다. 음식이 모자랄까 봐 겁이 났다. 택란은 저녁때보다 더 빨리 음식을 먹기 시작하며 물었다.“모든 일은 정리된 것이오?”“보고를 드리자면, 시신만 대충 세어 보았고, 아직 묻진 않았습니다.” “묻을 필요는 없네. 그냥 세어만 두시오.” “묻지 않는다고요?” “그렇소. 하늘에 맡기는 것이오!”택란은 말했다. 낭산에는 야생 동물이 많았고, 독수리도 많았다. 땅을 오염시키며 매장하는 것보다, 차라리 동물들의 먹잇감이 되도록 하는 것이 나았다. 그녀가 화력을 잘 조절했으니 가능할 것이다.주 아가씨가 공연에게 물었다.“혹시 도망친
주 아가씨를 포함한 사람들은 모두 무술을 익힌 자들로, 약도성을 다스릴 때 무력을 사용해 진압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했다. 이는 사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너무나 많은 악의를 품은 사람들이 혼란을 일으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초기에는 그렇게 해야만 했다.하지만 7~8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더 이상 이전의 방법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힘으로 맞서면 비용이 많이 들고, 지혜로 상대하면 돈을 절약할 수 있다. 후자를 선택해야 했다. “알겠습니다. 전부 마마의 뜻에 따르겠습니다!”주 아가씨는 곧장 말했다. 다른 이들도 잇따라 말했다.“전부 공주님의 명에 따르겠습니다.”택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나는 다시 자러 가겠소.”한편, 위왕과 안왕 일행은 강북부로 돌아왔다. 그들은 곰곰이 생각하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무엇이 잘못됐는지 정확히 짚어낼 수 없었다. 위왕은 고개를 저으며 안왕을 불러 함께 분석했다.“계란이가 오자, 나는 우문호에게 편지를 보냈네. 그에게 물으니, 계란이를 데리고 약도성으로 가서 구경하라고 했네. 맞지?”“맞네!”안왕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우리는 약도성으로 향했고 지시에 따라 계란이를 데리고 성에서 이틀간 머물렀다.”“맞네!”“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계란이는 사부님과 떠났어.” “그래!”“하지만 우린 계란이의 사부님을 본 적이 없네!” “보지는 못했지만, 틀림없이 맞을 것이네.””그럴 수도 있네.”위왕은 확실히 이상한 점이 없다고 생각했다. 계란이의 사부는 분명 왔었고 그도 이를 확신하고 있었다. 이 생각은 그의 머릿 속에 깊이 박혀 있었다. 그는 사부가 그녀를 데려간 것을 확신하며, 계속해서 머리를 굴렸다.“우리 약도성에 병사 2,000명을 보내기로 약속했네.”“맞네!”안왕이 하품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피곤하네. 형, 군사 점검 잘하고 오시게.”위왕은 그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어딜 가! 네가 1,000명, 내가 1,000명 맡아야지 않겠느냐!”안왕은 깜짝
“예. 요즘 들어 유독 경성 사람들과 일이 그립습니다. 시간이 생기면, 좀 더 자주 가서 지내시지요.”그녀가 말하며 웃었다.“지금 정화가 위왕부로 돌아갔으니, 제가 보기에는 그녀와 아주버님 사이에 아직 무언가 있는 것 같습니다.”안왕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돌아갔다고 해서 반드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오."안왕비는 웃으며 말했다.“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저희가 돌아갈 때마다 아주버님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저에게 사람을 시켜 아주버님의 생필품과 음식을 챙기라고 했습니다.”“정말?”안왕이 감탄했다.“어쩐지 이번에 돌아왔을 때 기세가 등등하더라니.”그가 지금 가장 바라는 일은, 그들이 다시 함께하는 것이다.이렇게 되면 더 이상 그가 잡을 만한 약점도 없고, 이익을 얻을 수도 없게 된다.일은 그렇게 일단락이 났고, 안왕도 더 이상 계란이와 관련된 그 이상한 일들을 생각하지 않았다.수도에 있던 우문호는 안심했다. 왜냐하면 계란이 아직 현대에 있고, 2년 뒤 계란이가 돌아오기만을 한결같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약도성 안.택란의 첫 번째 작업은 성 내 치안을 정비하는 것이었다.모든 외지인들은 통행증을 가지고 있어야만 성에 들어가거나 머무를 수 있었고, 주요 여관들은 통행증이 없는 손님을 받을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약도성에서 생계를 꾸리려는 사람들은 반드시 관청에 가서 통행증을 발급받아야 했고, 이를 통해 그들의 신분과 출신지가 기록되었다.이어서 하나의 발전 전략을 수립했다.이 두 가지 일은 동시에 진행될 수 있었다.하지만 인력이 충분하지 않았다. 다행히도 며칠 후, 위왕의 사람들이 도착했다. 이 천 명으로, 호명이 지휘를 맡았다. 호명은 먼저 병사들을 정리하고, 그 후에는 저택을 찾아 주 아가씨와 도적 처치에 관한 일을 상의했다.호명은 최근 몇 년 동안 외지로 자주 나갔었다. 그를 필요하면 어디든 갔다. 최근 2년 동안은 열의와 함께 강북부에 주로 있으며 1년에 한 번 정도 수도로
약도성에서 날아가는 모든 편지와 비둘기는 모두 꼬마 봉황의 발톱을 거쳐야만 했다. 공주가 약도성에 있는 것과 관련된 어떠한 정보도 외부로 누설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었다.호명은 탕양에게 편지를 보냈고, 그 편지에는 택란이 약도성에 있는 사실도 언급되었다. 그러나 그 편지가 탕양의 손에 도달했을 때, 그 내용에는 택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고, 단지 평안히 지내고 있다는 보고와 함께 자신이 약도성에서 일을 보고 있으며 이에 대해 탕양에게 허락을 구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탕양의 비둘기도 마찬가지로 꼬마 봉황에 의해 저지되었다.그리고 마찬가지로 택란은 탕양의 필체를 모방하여 호명에게 잘 지내고 공주를 도와 약도성을 잘 다스리라고 지시하는 내용을 적었다.호명은 편지를 받은 뒤에야 안심했다. 어차피 이는 조정에서 맡긴 임무이니, 그가 떠날 이유가 없었다.게다가 공주가 약도성에 있는 상황에서, 그가 안심하고 떠날 수가 없지 않겠나?그래서 호명은 약도성에 남아, 성안의 치안을 책임지게 되었다.이전에 주 아가씨는 현지 주민들이 조정에 대한 반감을 품을까 걱정하여, 치안을 엄격히 다루지 않았고, 그로 인해 범죄가 만연했다.하지만 호명은 택란의 지시를 받고 강력한 단속에 나섰다. 도둑질, 강도, 유괴, 사기, 강간 등 모든 범죄자를 잡아 엄벌에 처했다.불과 한두 달 만에 백여 명을 체포해 모두 감옥에 가두었고, 이를 통해 악행을 꾸미고 있던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또한 약도성의 이미지를 새롭게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현재 약도성은 인력이 충분하여, 관청에서 유랑민들을 철저히 조사할 수 있었다.신분을 증명할 수 없는 사람은 모두 성에서 추방되었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금나라 사람을 발견했다. 그들은 약도성에서 장사하거나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돈을 쓰고 있었다. 그들은 자연히 금나라에서 파견된 첨자들임이 드러났다.그 누가 알았겠는가, 몇 년간 지속된 약도성의 문제가 8살짜리 아이 한 명이 나타난 뒤로 해결될 줄을?첩자의 정보가 금나라로 전해
택란은 꼬마 봉황의 발톱에서 비둘기를 빼내며 말했다."오늘 밤 비둘기구이를 먹고 싶은데, 할 수 있겠소?"“그럼요!”주 아가씨는 그 비둘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이건 통신용 비둘기가 아닙니까?” “맞소, 금나라 진국왕의 통신 비둘기요. 편지가 내 손에 있으니, 한번 보시오.”택란은 서신을 그녀에게 건넸다.주 아가씨는 편지를 보고 격노했다.“진국왕. 지금 저와 약도성을 무시하겠다는 것입니까? 감히 우리 공주님에게 손을 대려 하다니, 제가 당장 군사를 모아 그를 찾아가겠습니다.”“괜찮소, 그럴 필요 없소. 약도성에는 군사도 많지 않지 않은가.”택란은 손을 누르며 말했다.“일단 진정하고 내 말을 들어 보시오.”주 아가씨는 눈을 부라리며 화를 냈다.“소인이 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만에 하나 공주님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소인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그녀는 택란의 차분한 얼굴을 보고는 화를 억누르고 말했다."공주님께서 하실 말씀이 있다면 먼저 말씀하시지요."택란은 소매를 걷어 올리며 말했다."이 10만 냥을 벌고 싶지 않소?" "예?"주 아가씨는 잠시 멈칫하였다."당연히…벌고 싶긴 합니다. 하지만 공주님, 이 10만 냥은 공주님을 잡아가는 대가입니다.” "그럼 내가 가겠소!"택란은 태연하게 대답했다."그럴 수는 없습니다! 만약 황제 폐하께서 아시면, 저는 말 다섯 마리에 묶여 찢겨 죽어도 그 화를 잠재울 수 없을 겁니다!"택란은 웃으며 말했다."내가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는 것이오?"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만약에, 설령 한 번이라도 일이 잘못되면, 북당이 뒤집어질 수도 있습니다."택란이 말했다."내 사부님을 알고 있소?" “모릅니다!”"사부님은 아주 대단한 분이셨소. 예전에 그분께서 같은 방법으로 북막의 진 장군에게서 엄청난 돈을 빼앗으신 적이 있지. 이 방법은 매우 효과적이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는 것이오."그
홍엽이 조용하고도 냉정한 말투로 물었다. “공무를 보러 가는 것이냐?”“저는 원래 공사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공무를 보러 가는 것도 여행이라 할 수 있죠.”냉정언이 온화한 눈빛으로 냉명여를 바라보았다. “손자도 이제 다 컸으니, 함께 데리고 나가 바깥세상을 경험해 볼 때가 되었지.”냉명여가 고개를 들었다. 냉정한의 눈빛은 다시 싸늘하게 변했다.이 집안에서 냉정한은 엄격했으며, 홍엽은 편애를 받았다. 그렇기에 둘은 서로 보완이 되었다.“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짐부터 싸야겠네요. 얼마나 가 있는 겁니까?”홍엽이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오면 되니 일수는 생각할 필요 없다. 어쨌든 우문호는 항상 나에게 짐을 지우고 있었으니, 우리도 즐길 때가 되었지.”냉정언이 복수하듯 말했다.홍엽이 웃었다. “정말 그럴 만도 합니다.”그의 수양딸을 만나러 가는 길이니, 무척이나 기뻤다.홍엽이 우문호에게 품고 있는 가장 큰 불만은 자신과 수양딸 사이를 막고 있는 것이었다. 분명 자신의 수양딸임에도 우문호가 독점하고 있으니, 너무나도 과한 처사였다.황제가 된 사람들의 성격은 대체로 좋지 않았다.세 명의 사람과 한 마리의 원숭이가 조용히 성을 빠져나갔다. 흠차라고는 하지만 어떠한 허례허식도 없었다.그들이 떠난 뒤, 탕양도 약도성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탕양은 최근 몇 년 동안 바쁘게 일하며 많이 늙었고, 머리카락은 흰머리가 수북했다.그는 이전에 우문호의 최측근 신하였으며 지금은 우문호의 전반적인 심부름꾼이었다. 관직이 내려져 고용된 것이 아닌, 그저 유용한 사람으로써 투입된 것이었다. 그는 우문호에게 직접 보고를 올렸으며, 어떤 관청에서도 그를 관리할 수 없었다.근래 몇 년 동안 그는 병부에서 군사를 정리하고 호부에서 전국의 땅과 세금을 다루며 새로운 정책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었다. 또한 이부에서 심사에 참여하고 형부에서 중대 사건을 옆에서 다루었다.황후는 탕대인이 벽돌과도 같아 필요한 곳 어디에서든 쓰일 수
“좋은 생각이십니다. 가능한 빠를 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조정의 은혜를 이어 갈 수도 있습니다.”냉정언은 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 들였다.그리고 잠시 멈칫하고는 우문호를 바라 보았다.“그리고 공주님을 보살 피라는 말씀이시지요?”“역시 지혜로운 수보구나. 짐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꿰뚫어 보고 있어.”우문호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폐하께서 공주님을 아끼시는 건 궁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인이 궁에 들어오기 전에 폐하께서 갔다 오실 줄 알았습니다.”“짐이 생각 해보았지. 지금 때에 약도성에 들리면 이득이야. 조정을 향한 백성의 믿음도 생기고, 결코 짐이 백성을 버리지 않았다는 뜻이 될 테니 말이야. 하지만 내가 조정을 떠나면 나에게 반심을 가진 자들이 모여서 내란을 일으킬 수 있어. 자네를 수보의 신분으로 보내는 게 제일 안전한 방법이네.”냉정언이 고개를 끄덕였다.“옳으신 말씀입니다. 사실 소인은 폐하께서 직접 가실 것 같아 설득을 해볼 생각이었습니다.”우문호는 애매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짐이 자식들 때문에 나랏일을 뒤로 미루는 사람으로 보이는가.”“공주님이라면 그럴지도 모르지요.”냉정언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소인이 폐하를 너무 얕보았나 봅니다.”“짐도 구분은 할 줄 아네. 쉽게 위험 속에 몸을 던지는 사람이 아니야.”게다가 그는 집에서 제일 약한 사람이 아닌가. 냉정언이 답했다.“네, 알겠습니다. 홍엽 공자에게 일러 두겠습니다. 내일 출발 할 수 있게 말입니다.”“홍엽 공자도 가는 것인가?”우문호가 눈을 크게 떴다.“소인이 오랜만에 나가는 외출 입니다. 제 아들도 바깥 세상 한번 구경 시켜줘야 하지 않겠습니까.”우문호가 의미심장한 태도로 답했다.“그래, 명여도 데려가게. 사내 아이는 많이 둘러 보는 게 좋지.”“명어 그 아이는 홍엽 공자를 잘 따릅니다.”냉정언이 말했다.“그래, 네가 누굴 데려가든 상관없다.네가 가면 되는 것이니 말이다.”우문호는 허공에 손을 흔들었다.말을 끝나
하지만 새해의 기쁨도 초 닷새 날까지뿐이었다.초 엿샛날이 되자 각 부서들이 하나둘씩 출근하기 시작했다.우문호의 표정이 좋지 않다.출근 때문이 아니라 택란이 약도성에 다녀오겠다는 말 때문이다.약도성은 큰 화재 때문에 재건설을 했다.그녀는 직접 두 눈으로 봐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게다가 형제들도 곧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원경릉은 우문호를 하룻 밤 내내 설득하기 바빴다.곧이어 우문호는 위왕과 안왕에게 임무를 주었다. 강북부에 도착하면 즉시 그에게 보고를 하라는 내용이었다.위왕과 안왕은 억울하기 그지없었다.왕의 위치에 오르니 사람도 변한다는 사실이 와닿았다.우문호는 한 사람씩 배웅을 해주었다.하지만 아이들은 반겨 하지 않았다.그들의 삼촌을 지켜줘야 할 뿐만 아니라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기 때문이다.하지만 우문호는 자신의 결정을 굽히지 않았다.옆에 있던 서일도 같이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그 이유는 출장 비용을 황후가 흔쾌히 내어 주기 때문이다.아이들이 또다시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역란은 자신이 벌써 열 살이라며 강조했다.나이가 어떻게 되든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것은 사실이다.“역란아, 아바마마가 마음이 아프다.궁에 남아 나와 더 놀아주지 않겠어?”마차가 지나가고, 경단이 역란에게 물었다.“이만하면 됐습니다. 조금만 더 지내면 싫어하실 거예요.”역란이 혀를 내밀고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이고, 이 녀석아.”경단은 역란의 말에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적당한 거리가 아련함을 만든다.’마차가 천천히 성 밖을 나갔다.한편, 어서방 안.30분 전, 우문호가 냉정언에게 바둑을 두자고 불렀다.몇 판을 졌지만 우문호는 화도 내지 않고, 바둑판을 엎지도 않았다.다음 판이 또 시작되자 냉정언이 그를 말렸다.“폐하, 무슨 일이 있으시면 말씀을 하세요. 계속하셔도 저한테 질 뿐입니다.”“지지 않을 걸세!”우문호가 그를 노려 보았다.냉정언이 차를 한 입 들이켰다.“그래서 무슨 일 이십니까?”우문호의 인내심
“매화장에서 새해를 보내고 정월 초이틀에 돌아오마. 세뱃돈은 한 사람당 하나씩이니, 욕심은 부리면 안 되느니라!”원경릉이 종이에 적힌 글을 소리내어 읽었다.“매화장에 가셨다고? 혼자서 보낸다고 하시지 않았나?”우문호는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다.‘매화장에 무슨 볼거리라도 생긴 걸까? 우린 초대도 못 받았는데.’“어쩔 수 없지요, 그만 갑시다.”원경릉이 말했다.그들이 자신들의 세뱃돈을 꺼냈다.돌아가려던 찰나, 다른 부부들과 마주쳤다.미색부부, 손왕 부부와 공주 부부도 온 것이다.그들의 손엔 선물을 들고 있었다.우문호는 반대로 아무것도 들고 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얼굴을 붉혔다.“다들 어디가신 겁니까?”미색이 성큼 들어와 그들에게 물었다.“매화장에 가셨어.”원경릉이 종이를 내보였다.곧이어 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새뱃돈은 한 사람당 하나씩.”“너무 대충 준비 하셨네.”회왕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매년 새해에는 시끌벅적하게 보냈기 때문이었다.그는 어젯 밤,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하지만 어딘가 부족한 마음이 들어 아침 일찍 찾아온 것이다.새해에 숙왕이 없으니 무언가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모두 실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저 멀뚱멀뚱하게 서로를 바라볼 뿐이다.‘새해에 집에 있으면 새해의 느낌이 없지 않은가.’이때, 우문호가 의견을 내놓았다.“매화장에 가보는 게 어떻겠습니까?”“좋아, 지금 출발 하자구나.”손왕이 서둘러 답했다.한편, 매화장 안.전 명원제는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그는 그저 혼자 조용히 새해를 맞이하고 싶었다.어제까지만 해도 모두 각자 새해를 보낸 다는 소식에 그는 기뻐했다.광대짓을 안 해도 된다는 생각에 해방감을 느낀 것이다.하지만 기쁨도 잠시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와 매화장을 꽉 채웠다.무상황이 나타나 노인들끼리 같이 새해를 보내자고 제안을 한 것이다.그는 공간이 넓고, 옆으로 산이 있다는 이유로 매화장을 택했다. 전 명원제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도 노인이기 때문이다.그리하여
원경릉은 그의 말에 마음이 아팠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각도 하기 싫은 문제였다.형제들과 다르게 그는 노화세포를 전혀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이 사실을 그에게 말한 적은 없지만 우문호는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다.그도 자식들의 회복 능력을 보면서 알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원경릉에게 직접 말한 적은 없다.우문호는 그녀를 바라 보았다.부부라서 마음이 통한 것일까.그는 그녀의 마음을 대략 읽고 있었다.원경릉은 수술을 하고 나서 전혀 늙지 않았다.일부로 어두운 색깔의 옷을 입어도 여전히 젊어 보였다.반대로 우문호는 하얀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나기 시작했다.어쩌면 국가의 일을 처리하느라 노화가 빠른 것일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는 그의 나이에 맞는 모습으로 점차 변해갔다.아직 눈가에 주름도 없고, 늙어 보이지 않지만 그는 곧 자신에게 닥칠 일이라고 생각했다.원경릉에게 주사를 맞겠다고 한 것도 그저 한순간의 충동일 뿐이다.사실 그는 그녀가 늙지 않고, 죽지 않는 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았다.하지만 몇십 년 뒤에 그녀의 인생에 자신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생각하면 할수록 조급해질 수 밖에 없었다.그는 서둘러 생각을 접었다.'지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같이 있는 시간을 즐겨야 한다.'요즘들어 우문호는 운명을 믿기 시작했다.원경릉이 자신에게 온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그 다음 날, 온 가족이 숙왕부에 도착했다.그들이 일찍 깨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대문이 닫혀 있었다.만두가 문을 두드렸다.아무런 대답이 없자 우문호가 바짝 긴장했다.“무슨 일 일어난 건 아니겠지?”“제가 들어가 보겠습니다!”곧이어 만두가 재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아들의 의외의 행동에 우문호가 깜짝 놀랐다.“만두가 언제 무술을 배운 거야?”원경릉은 무술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그리고 혹시 몰라 다르게 답했다.“저도 만두가 무술을 배웠을 줄은 몰랐습니다.”곧이어 만두가 안에서 문을 열었
“그래, 그래. 잘 된 일이야.”우문호가 기뻐했다.곧이어 손을 뻗어 딸의 이마를 어루만졌다.“내 딸이 그래도 제일 착하구나.”“아바마마, 편애하면 아니 되옵니다.”칠성은 우문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편애라니?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그러고는 그의 그릇에 닭다리 하나를 올려 주었다.“자, 이건 칠성이거다.”“저희도 먹고 싶습니다!”옆에 있던 4명의 아들들이 우문호에게 그릇을 내밀었다.“닭다리는 딱 2개밖에 없구나. 칠성이에게 하나를 주었으니, 남은 하나는...”“아바마마! 저 주십시오.”택란이 그릇을 내밀었다.“어..”곧이어 원경릉도 그릇을 내밀었다.“저도 주십시오!”우문호는 한 손으로 닭다리를 잡은 채 자신의 앞에 놓인 그릇 6개를 바라보았다.잠시 고민하고는 원경릉의 그릇에 닭다리를 올렸다.“내 아내가 고생이 많지!”그리고 서둘러 닭 고기를 집어 다른 그릇에 올려 두었다. 그는 이마 위로 손을 올렸다.“내일 닭을 더 많이 잡으라고 해야겠구나, 한 사람에 닭다리 하나씩 먹을 수 있게 말이야.”그의 말이 끝나고 자리에는 웃음꽃이 피었다.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웃어 보였다.좋은 아버지가 되기는 쉽지 않구나,라고 생각했다.만두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바마마, 저희가 장난 좀 친 것뿐입니다.마음에 두지 마십시오.게다가 여자라고는 어마마마와 여동생뿐입니다.저희 남자형제들이 양보하는 게 맞지요.”나머지 형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큰 형의 말에 어떻게 동생들이 토를 달 수 있겠는 가.그리고 동생들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아바마마도 지켜 주셔야 합니다.아바마마가 저희 집안에서 제일 약한..”칠성은 닭다리를 뜯으면서 애매한 말을 내던졌다.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형제들이 반찬을 집어 그녀의 그릇에 두었다.만두가 입을 열었다.“그만 이야기하고 밥 먹어. 닭다리로도 부족한 거야?”칠성은 그의 말에 풀이 죽었다.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다시 닭다리를 뜯었다.우문호는 원경릉을 바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안 된다. 술은 19세부터 마실 수 있는 법이다.”만두는 약간 실망한 듯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예. 말을 따르겠습니다.”기분이 좋아진 우문호는 팔꿈치로 원경릉을 살짝 찌르며 말했다.“한 모금만 주오. 아직 어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리다고 하기도 훨씬 지난 나이네. 집에서 한 모금 정도는 괜찮소. 밖에서는 안 마시면 되지.”경단과 찰떡도 원경릉을 바라보며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기만을 기다렸다.원경릉은 아이들이 모두 아빠와 함께 술을 마시고 싶어 하는 걸 보며, 오늘처럼 즐거운 날은 한 번쯤 허락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직접 아이들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작은 잔에 술향이 은은하게 퍼졌고, 아이들은 금세 웃음을 터뜨렸다.세 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문호를 향해 잔을 높이며 말했다.“아바마마, 아바마마께 한 잔 올리겠습니다!”우문호는 아이들의 풋풋함을 간직한 똑같은 얼굴을 바라보았다. 성인이 되려고 애쓰는 그들을 보며 그는 뿌듯함과 감동이 교차했다. 그는 아이들과 잔을 부딪치며 말했다.“그래, 부자끼리 한잔하자!”참으로 묘한 느낌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품에 안겨 있던 작은 아이들이 지금은 그와 함께 잔을 부딪치고 있었다.현대에서 지내는 동안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줄어들다 보니, 아이들이 어느 순간 훌쩍 커버린 듯한 착각이 들었다.은은한 촛불이 아이들의 기뻐하는 얼굴을 비췄다. 탁자 아래, 우문호는 원경릉의 손을 잡고 서로 미소를 주고받았다.아이들은 부모님에게 열심히 음식을 챙겨주었다. 환타가 원경릉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어마마마, 드시지요. 아바마마도 손잡지 마시고 어서 드십시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그래. 먹자, 다 같이 밥 먹자!”그녀는 그릇에 담긴 음식을 우문호의 그릇으로 조금 옮기며 말했다.“다 못 먹으니, 조금 먹어주시오.”우문호가 답했다.“그럼, 좋아하는 것만 먹고, 싫어하는 건 나한테 주시오.”그는 그릇을 내려놓고 새우를 까서 마늘장에 찍어
다섯째는 평소 아이들의 자잘한 일들에 항상 주목했다. 아이들을 자랑스러워하다가 금세 우울해지곤 했는데, 원경릉은 그의 모습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게 그의 즐거움이었고, 그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했다.계란이의 길쭉한 팔다리가 앞으로 절대 키가 작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다만 아직 클 나이에 이르지 않았다.원경릉은 예전에 아이들이 빨리 자라길 바랐지만, 이제는 천천히 자라길 바랐다. 그래야 아이들이 곁에 머무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길어질 것이다.섣달그믐날 그들은 연회를 올렸다. 관례대로라면 숙왕부에서 무상황과 함께 보내야 했지만, 올해는 무상황이 미리 사람을 보내 섣달그믐날 숙왕부는 아무런 손님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명을 전했다. 어르신들끼리 다채롭게 보낼 준비가 되어 있으니, 아이들이 와서 방해하지 못하게 하라고 뜻을 전했다.다섯째는 오히려 이 소식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동안 어르신들 앞에서 태상황으로서 위엄을 세우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대우는커녕 오히려 재롱까지 부려야 했기에, 그는 항상 처지가 곤란했었다.무상황이 사람을 보내 궁에 있는 우문호에게 각자 알아서 새해를 보내고, 올해는 함께 모이지 않기로 소식을 전했다.황태후도 어린 공주를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친정 식구들과 명절을 함께 보내본 적이 없다며 어린 공주를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갔다.우문호 역시 만족스러웠다. 항상 북적이는 설날을 보내다 보면, 기진맥진하게 되니 차라리 가족끼리 조용히 보내는 게 훨씬 편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여덟 식구끼리 쉴 수도 있었다.이 소식을 들은 후, 우문호는 아이와 원경릉이 좋아하는 음식을 해놓으라 미리 전했다. 원경릉은 원 할머니를 초대하려 했지만, 원 할머니는 한참 망설이다가 단호히 거절했다. 자주 그녀와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밥도 먹지만 숙왕부의 어르신들과는 그런 기회가 적으니, 이번에는 그들과 함께 명절을 보내겠다고 했다.원경릉은 이 말을 듣고 의아했다. 어르신들과
추 할머니의 건강 상태는 약을 먹은 후 많이 안정되었다. 이전에 폐종양이 신경을 압박해 유발했던 통증이 크게 완화되었고, 이제는 진통제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통증이 사라졌으니, 삶의 질도 개선되었다. 추 할머니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자, 모두가 기뻐했다.숙왕부의 노인들은 갑자기 건강 관리에 눈을 뜬 것처럼 건강한 음식을 먹고,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햇빛을 쬐기 시작했다.운동은 늘 해왔던 일이지만, 과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적당한 운동을 하게 되었다.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그들의 전담 의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 외에도 식단을 짜고, 그에 따라 식사하도록 했다.다들 갑자기 이렇게 말을 잘 들으니,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의아해했다. 나중에야 그들이 회의를 열었고, 새로운 목표를 세운 것을 알게 되었다.그 목표는 바로 20년 후의 북당을 보는 것이었다. 안풍친왕과 무상황이 말하길, 20년 후의 북당은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북당은 그들 심혈을 기울여 온 나라니, 더 나은 북당을 보기 위해 기꺼이 노력하고자 했다.원경릉과 우문호는 마음이 놓였다. 집안에 노인이 있으면 보물이 있는 것과 같고, 나라에 이런 노인들이 있다면 나라의 기반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우문호는 걱정 없이 북당을 힘차게 이끌 수 있었다.그렇게 북당의 경제 발전이 최우선 순위에 놓였다.이리 나리는 나라의 발전을 지휘하는 사람으로서 이전의 여유로운 삶을 지낼 수 없었다. 그는 바쁜 나날을 보내며 산업마다 노조를 설립하였고, 각 노조는 나라의 법에 따라 방향을 잡고 나아가고 있었다.그들은 주변 나라와 장사를 하며 자원을 구매했다.지금 우문호와 이리 나리는 약도성의 철광에 목표를 맞추고 있었다. 북당의 철광 자원은 충분하지 않아 그동안 계속 구매해 왔었다. 하지만 금속은 수출량이 제한적이었기에, 이를 극복하려면 자원을 개발해야 했다.약도성의 철광은 매우 풍부했다. 조사 결과, 금나라와 접경한 산맥 외에도 다른 광산 자원이 발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