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도성에서 날아가는 모든 편지와 비둘기는 모두 꼬마 봉황의 발톱을 거쳐야만 했다. 공주가 약도성에 있는 것과 관련된 어떠한 정보도 외부로 누설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었다.호명은 탕양에게 편지를 보냈고, 그 편지에는 택란이 약도성에 있는 사실도 언급되었다. 그러나 그 편지가 탕양의 손에 도달했을 때, 그 내용에는 택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고, 단지 평안히 지내고 있다는 보고와 함께 자신이 약도성에서 일을 보고 있으며 이에 대해 탕양에게 허락을 구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탕양의 비둘기도 마찬가지로 꼬마 봉황에 의해 저지되었다.그리고 마찬가지로 택란은 탕양의 필체를 모방하여 호명에게 잘 지내고 공주를 도와 약도성을 잘 다스리라고 지시하는 내용을 적었다.호명은 편지를 받은 뒤에야 안심했다. 어차피 이는 조정에서 맡긴 임무이니, 그가 떠날 이유가 없었다.게다가 공주가 약도성에 있는 상황에서, 그가 안심하고 떠날 수가 없지 않겠나?그래서 호명은 약도성에 남아, 성안의 치안을 책임지게 되었다.이전에 주 아가씨는 현지 주민들이 조정에 대한 반감을 품을까 걱정하여, 치안을 엄격히 다루지 않았고, 그로 인해 범죄가 만연했다.하지만 호명은 택란의 지시를 받고 강력한 단속에 나섰다. 도둑질, 강도, 유괴, 사기, 강간 등 모든 범죄자를 잡아 엄벌에 처했다.불과 한두 달 만에 백여 명을 체포해 모두 감옥에 가두었고, 이를 통해 악행을 꾸미고 있던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또한 약도성의 이미지를 새롭게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현재 약도성은 인력이 충분하여, 관청에서 유랑민들을 철저히 조사할 수 있었다.신분을 증명할 수 없는 사람은 모두 성에서 추방되었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금나라 사람을 발견했다. 그들은 약도성에서 장사하거나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돈을 쓰고 있었다. 그들은 자연히 금나라에서 파견된 첨자들임이 드러났다.그 누가 알았겠는가, 몇 년간 지속된 약도성의 문제가 8살짜리 아이 한 명이 나타난 뒤로 해결될 줄을?첩자의 정보가 금나라로 전해
택란은 꼬마 봉황의 발톱에서 비둘기를 빼내며 말했다."오늘 밤 비둘기구이를 먹고 싶은데, 할 수 있겠소?"“그럼요!”주 아가씨는 그 비둘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이건 통신용 비둘기가 아닙니까?” “맞소, 금나라 진국왕의 통신 비둘기요. 편지가 내 손에 있으니, 한번 보시오.”택란은 서신을 그녀에게 건넸다.주 아가씨는 편지를 보고 격노했다.“진국왕. 지금 저와 약도성을 무시하겠다는 것입니까? 감히 우리 공주님에게 손을 대려 하다니, 제가 당장 군사를 모아 그를 찾아가겠습니다.”“괜찮소, 그럴 필요 없소. 약도성에는 군사도 많지 않지 않은가.”택란은 손을 누르며 말했다.“일단 진정하고 내 말을 들어 보시오.”주 아가씨는 눈을 부라리며 화를 냈다.“소인이 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만에 하나 공주님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소인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그녀는 택란의 차분한 얼굴을 보고는 화를 억누르고 말했다."공주님께서 하실 말씀이 있다면 먼저 말씀하시지요."택란은 소매를 걷어 올리며 말했다."이 10만 냥을 벌고 싶지 않소?" "예?"주 아가씨는 잠시 멈칫하였다."당연히…벌고 싶긴 합니다. 하지만 공주님, 이 10만 냥은 공주님을 잡아가는 대가입니다.” "그럼 내가 가겠소!"택란은 태연하게 대답했다."그럴 수는 없습니다! 만약 황제 폐하께서 아시면, 저는 말 다섯 마리에 묶여 찢겨 죽어도 그 화를 잠재울 수 없을 겁니다!"택란은 웃으며 말했다."내가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는 것이오?"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만약에, 설령 한 번이라도 일이 잘못되면, 북당이 뒤집어질 수도 있습니다."택란이 말했다."내 사부님을 알고 있소?" “모릅니다!”"사부님은 아주 대단한 분이셨소. 예전에 그분께서 같은 방법으로 북막의 진 장군에게서 엄청난 돈을 빼앗으신 적이 있지. 이 방법은 매우 효과적이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는 것이오."그
호명은 택란의 제안을 듣고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안 됩니다, 절대 안 됩니다! 절대 아니 될 말씀입니다."택란은 작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호명, 이는 명령이오!"그녀는 평소 온화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지만, 표정을 굳히자 무시할 수 없는 위엄이 느껴졌다.호명은 눈을 부릅뜨며 난처하다는 듯 말했다."명령이라도 안 됩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자네가 안 한다면, 다른 사람을 찾을 것일세. 난 한번 결정한 일은 절대로 바꾸지 않소."택란은 담담하게 말했다.호명은 주 아가씨가 비둘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며 조금 화가 나 물었다."왜 말리지 않으신 겁니까?"주 아가씨는 더 이상 공주를 설득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미 마음을 굳혔으니, 돌이킬 여지가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말했다."나는 이미 명령을 받았네. 비둘기 요리를 해야 하네."“비둘기구요!”택란이 정정했다."예. 비둘기구이를 해야지요."주 아가씨는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다.비둘기를 먹은 택란은 이미 다음 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호명은 여전히 그녀를 설득하려 했지만, 택란은 한마디만 되풀이하였다."자네가 안 하면, 다른 사람에게 시킬 것이오."호명은 정말 화가 났다. 공주가 어떻게 이렇게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을까?공연은 옆에서 호명을 설득했다."호 대인, 공주님은 정말 대단한 분이오. 저는 공주님이 무사히 돌아오실 수 있다고 믿소. 낭산의 유랑 도적들, 그것도 전부 공주님 혼자서 처치하신 것이네. 우리는 나중에 가서 시체를 정리한 게 전부이고요."택란의 능력에 대해서는 호명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한 살 조금 넘었을 때 이미 저택에 불을 지를 줄 알았다고 했다.하지만 만약에라도 잘못되면 어떡하나? 불을 지른다는 것과 같은 기술은 듣기만 해서는 믿을 수 없었고, 수틀리면 실패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호명은 단호하게 말했다."저는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죽어도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이 일에는 협상의 여지가 없었다. 죽어도
마부는 따라오지 않았으므로, 길을 떠난 사람은 셋뿐이었다. 거의 날이 밝을 무렵, 택란이 깨어났다. 그녀가 이불 속에서 몸을 움직이니, 호명이 급히 그녀를 풀어주었다.양두는 화가 나 다급히 말했다."왜 풀어주는 겁니까? 만약 그 애가 소리라도 지르면 어쩔 생각이오?" “바보십니까? 이 험준한 산속에서, 소리 질러봤자 누가 듣기라도 할 것 같습니까? 만약 이 애가 죽여버리면, 보상을 못 받을 것 아닙니까?"호명이 매섭게 말했다.양두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돈을 얻으려는 거지 목숨을 구하는 게 아니니, 죽여서는 안 되지요."택란은 깨어났지만, 여전히 약기운 때문에 몽롱한 상태였고 이곳이 어딘지 물었다.그는 택란의 불쌍한 모습을 힐긋 보고는 급히 눈을 돌렸다.“그쪽은 어쩌다 여기에 온 것입니까?”호명이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이렇게 돈이 되는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 기회가 있으면 당연히 잡아야지요.""앞으로는 이런 일 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이번에 5만 냥을 나누면 평생 부족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런 천륜을 어지럽히는 일을 한 번만으로도 평생 후회할 것입니다."양두는 갑자기 양심에 찔린 듯 말했다.호명은 다소 놀랐다. 저택에 잠입해서 공주를 납치하는 것은 확실히 큰 죄였다. 그의 말투를 들어보니 북당 사람인 것 같은데, 만약 그렇게 악랄하지 않거나 욕망에 눈이 먼 자가 아니라면, 이런 죽음의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양두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산을 넘기 시작했다.계속해서 길을 걷던 와중, 양두는 매우 의아해하며 말했다."이 일대에는 많은 야생 동물들이 출몰한다던데, 우리가 이렇게 오래 걸었는데도 벌레 한 마리조차 보지 못하다니, 참 이상하군요."호명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이 산맥은 원래 사람이 잘 오지 않는 곳이었다. 이곳을 지나려면 밀림을 지나야 하는데, 그 밀림에는 맹수들이 살고 있고 거대한 뱀과 독사가 많았다. 이 산에 들어가는 사람은 죽을 각오를 해야 하는 것과 같았다.
호명은 결국 어쩔 수 없이 말했다."예, 계속 가시지요. 어차피 여기 있는 것도 위험합니다. 늑대 무리가 곧 올 것입니다."양두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거리가 너무 가까웠기 때문에, 사실상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칼을 쥐며 말했다."좋습니다. 공주를 잘 지키십시오. 내가 늑대 무리와 싸우겠습니다. 기회가 생기면 빨리 도망치십시오. 내 경공으로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그들은 충분한 준비를 마친 후 계속해서 길을 나섰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들이 가는 길에 늑대 무리는 나타나지 않았다. 마치 시골길을 걷는 것처럼 평온했다.양두는 의아해하며 생각했다.‘분명히 늑대 무리를 봤는데, 왜 공격하지 않는 걸까? 혹시 배불리 먹기라도 했나?'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해가 뜬 후에는 더욱 길을 걷기 편해졌다. 햇살이 비추고, 밀림 안도 덥지 않아서 매우 시원했다.택란은 스스로 걸어 내려왔다. 양두는 그녀가 큰 소리로 울며 불평할 줄 알았지만, 뜻밖에도 그녀는 그저 순순히 따라오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때때로는 작은 돌을 치우며 그 아래를 살펴보기도 했다.그는 점점 더 이상함을 느꼈다. 그러나 호명이 설명하길, 아마도 그녀는 자신이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차라리 조용히 있는 것이 고통을 덜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 했다.양두는 그런 설명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어른이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있어도, 공주는 아직 어린아이 아닌가?하지만 그녀는 울지도, 짜증을 내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그녀를 울게 만들 수는 없지 않겠는가? 양두는 그런 복잡한 감정을 품고 계속해서 길을 갔다.이윽고 밀림을 지나자 좀 더 황폐한 산들이 나타났다. 산은 녹슨 붉은색이나 검은색을 띠고 있으며, 여기저기 풀은 자라 있지만 많지 않았다. 택란은 만족스럽다는 듯 경치를 바라보았다. 바로 이곳이다. 약도성이 빈곤을 탈피하려면 이 산들이 필요하다.하지만 이 산들은 금나라와 연결되어 있어, 어느 부분이 금나라에 속하고, 어느 부분이 약도성에 속하는지
호명은 명령대로 돈을 챙기고 떠나려 했지만, 속으로는 불안했다. 그래도 공주의 명령이었기에 그는 반드시 따라야 했다. 그는 그저 주 아가씨가 자신을 속이지 않았기를 바랐다. 낭산의 도적들을 공주가 불에 태워 죽인 거라면, 여기서도 탈출할 능력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오히려 양두가 더 걱정되었다.그는 그냥 나가려 했지만, 돌아서서 한 번 더 뒤를 보았다. 그 순간 한 명의 거대한 병사가 택란의 어깨를 사납게 움켜잡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멈칫하고는 고민의 여지 없이 다시 뛰어갔다. 그는 병사를 밀쳐내고 택란을 자기 뒤로 보호했다."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돈 따위 필요 없으니, 이 사람을 데리고 가겠습니다!"저택 안에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란 것은 물론 택란조차도 어안이 벙벙해진 채 서서 양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오는 길 내내 그가 이렇게 양심이 있는 사람인 줄은 전혀 몰랐다.도대체 왜 갑자기 양심이 생긴 걸까?진국왕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그가 풍기는 분위기는 더욱 서늘하고 독해졌다."데려와 놓고 다시 데려가겠다고? 당장 쫓아내라!" 양두는 급히 택란을 안으려 했지만, 그 거대한 병사의 칼로 인해 앞이 가로막혀졌다. 양두는 뒤로 물러서며 어음을 꺼내 들고 힘겹게 말했다."저...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어음을 다시 돌려드리겠습니다."저택 안의 병사들은 순식간에 택란을 붙잡아 허리를 감아 들고 끌고 갔다. 양두는 그 뒤를 쫓아갔고, 호명은 이를 보고 화가 났지만, 그저 다급히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공주가 피해를 볼까, 걱정될 뿐이었다.하지만 두 사람이 이렇게 많은 병사를 상대할 수는 없었다. 몇백 번의 교전 끝에, 그들은 그저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뜬 눈으로 택란이 끌려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택란은 처음에 계획을 가지고 왔지만, 상황이 이렇게 꼬일 줄은 몰랐다. 더 이상 그들에게 도망가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호명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회를 보았고, 망설이지 않고 양두를 잡아끌고 도망쳤다.복도 앞에서 이를 지
사부께서 말씀하셨다. 이른바 수련이란, 결국 지혜를 깨우치는 것이라고. 인생의 다양한 문제를 생각하고 해결하면 지능이 개발되고 뇌도 발전하게 된다고. 따라서 수련을 오래 한 사람은 그로 인해 어떤 힘을 얻는다. 어떤 이들은 이것을 술법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그녀의 상황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사부께서 또한 말씀하시기를, 어떤 이들은 불을 다루는 술, 물을 다루는 술, 새를 다루는 술을 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떤 나라에는 작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그들은 까마귀를 다루는 술을 안다. 까마귀를 제어하여 자신을 위해 쓰는 것이다.하지만 술은 결국 술법에 불과하며 쉽게 풀릴 수 있다. 모두가 그녀가 불을 다루는 술법을 안다고 생각하며, 심지어 왕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는 물질과 에너지를 제어하는 기술을 알고 있으며, 그중에서 불이 가장 뛰어나다. 그러나 그녀가 물을 다룰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진국왕은 물이 불을 이긴다고 말했는데, 어찌 보면 맞는 말이였다. 그러나 이를 더 자세히 보면, 금, 나무, 물, 불, 흙은 서로 상생하며 상극을 이루고 있다. 그는 상극만을 보고 상생을 모른다. 물은 나무를 키우고, 나무는 불을 일으키는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호수 밑 얼음 궁전은 정말 신기했다. 유리 궁전처럼 밖에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까지 보였다. 금나라에 기이한 사람이 있다는 점이 택란은 흥미로웠다.그녀는 오라버니들과 함께 있을 때만, 자기가 특별하지 않다고 느꼈다. 그녀는 친구를 사귀고 싶었기에 계속 금나라에 머물기로 결심했다.물론 그녀는 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낼 수는 없다. 아버지의 여린 마음에 그녀가 금나라에 갇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미쳐버릴 것이다. 그녀는 꼬마 봉황과 얘기를 하여 모든 편지를 차단하도록 했다.처음엔 진국왕이 이틀 동안 그녀를 밖으로 나오게 하지 않았다. 대신 음식을 보냈고, 화장실에 갈 때 외에는 아무 데도 갈 수 없었다. 심지어 화장실도 무술을 할 수 있는 시녀들이 그녀를 지켰다.이틀 후, 그녀는 얼음 궁전에서 나올 수 있었
소년은 하얗고 매끄러운 손이 햇빛 아래에서 빛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택란이라는 이름이 참으로 예뻤다.“택란…”그는 이름을 되뇌었다.“맞습니다. 당신의 이름은요? 무엇입니까?”택란은 손을 다시 떼며 어색하지 않게 귀엽게 웃으며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나는 다섯째라고 한다.”소년이 답하자 택란은 눈을 반짝이며 기뻐했다.“참 인연입니다. 제 아버지도 집안 다섯째라 어머니가 그를 다섯째라고 부릅니다!”소년은 그녀의 미소를 보고 마음이 흔들리며 가슴이 뛰었다.택란이 그를 보며 물었다.“당신은 황제입니까?”소년의 얼굴이 차가워졌다.“그가 너한테 그런 말을 한 것이냐? 그가 나한테 접근하라고 한 것이냐?”택란은 바로 고개를 흔들며 답했다.“제 추측입니다. 금나라의 황제가 다섯째라고 들었고 하인들이 다들 소주라고 부르니, 금나라의 황제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하지만 금나라 황제는 겨우 열 살이라고 들었는데, 이 소년은 어찌 열세 살쯤 되어 보이지? 나이가 들어 보이나?소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술을 닫았고, 표정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하지만 택란은 그의 차가운 태도를 느끼지 못한 듯, 여전히 열정적으로 말했다.“저는 저 얼음집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시간이 나면 놀러 오십시오!”“너는 그의 손님이다. 그가 나한테 접근하라고 시킨 것이 아니라면, 나는 너를 찾아갈 일이 없을 것이다.”소년의 눈엔 이제 빛이 없어졌고, 차가운 침묵만 흘렀다.택란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으면서 말했다.“왜 꼭 그의 말을 듣습니까? 저도 아버지 말을 무조건 듣지는 않습니다. 자신만의 생각을 가져야지 않습니까?”소년이 냉소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넌 아이라서 아무것도 모른다.”택란은 빛나는 얼굴을 갸웃거렸다.“당신도 아이입니다. 아이들은 가끔 실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아이와 따진다면 잘못한 건 어른이라는 것을 세상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뭔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택란은 불꽃처럼 빨갛게
저녁 무렵, 그들 일행은 출발했다.약도성의 밤은 전혀 활기가 없었다. 해가 지고 나면 거리에서 사람들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수년간 치안이 매우 나빴다. 비록 저녁에 병사들이 순찰하고 있지만, 백성들은 이미 해가 지면 밖에 나가지 않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덕분에 이번 외출은 별다른 문제 없이 진행되었다.약도성이 가난하다 보니, 부유한 이들의 저택만 튼튼할 뿐, 대부분의 집은 돌집이나 흙집, 나무 건물로 이루어져 있었다. 기초가 거의 다져지지 않은 상태여서 지진이 발생한다면, 대부분의 건물이 버틸 수 없을 것이다.택란은 이 점이 걱정되었지만, 아직 지진이라 단언할 수 없었다.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길한 예감이 계속해서 밀려왔다. 그녀는 꼬마 봉황에게 물어보았고, 꼬마 봉황이 하늘로 날아올라 몇 바퀴를 돌며 주변을 살폈다. 새들이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것을 본 꼬마 봉황은 택란에게 알렸다. 그녀의 불안감이 점점 더 커졌다.택란은 호명과 주 아가씨에게 자신의 걱정을 털어놓으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호명과 주 아가씨는 믿지 않았다. 약도성은 지금까지 단 한 번만 지진이 발생하였다.주 아가씨가 말했다.“오늘 밤하늘을 보니 지진운 같은 건 보이지 않습니다. 너무 걱정하신 것 같습니다.”“지진운은 믿을 수 없소. 강가로 한번 가보시게.”이곳에는 바다가 없고, 산을 따라 흐르는 큰 강만 있었다.다들 풍등을 들고 강가로 향했다.강물의 흐름은 빠르지 않았고, 눈에 띄게 가뭄의 흔적이 드러나 있었다. 물 높이는 겨울이나 봄에 비해 많이 낮아졌고, 어떤 곳은 강바닥이 드러나 있었다.택란은 풍등을 들고 아래로 내려갔다. 강물은 별문제가 없어 보였다. 아마도 수심이 얕기 때문일지도 모른다.“이곳에 샘물이 있소?”택란이 주 아가씨에게 물었다.“있습니다. 여기서 2리 정도 떨어진 곳에 큰 샘물이 하나 있는데, 근처 주민들이 그곳에서 물을 떠다 마십니다.”“좋소. 가보겠소!”택란이 말했다.일행은 다시 큰 샘물로 향했다. 주 아
그녀는 부엌으로 가서 부지깽이를 찾다가 깜짝 놀라 외쳤다.“뱀이야! 부엌에 뱀이 들어왔다! 어서 뱀을 잡아! 성주께서 놀라시면 안 된다!”몇몇이 부엌으로 몰려가 한바탕 소동 끝에 뱀 세 마리를 잡아냈다. 비록 정원에 뱀이 나타나지만, 뱀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다. 어찌 집 안으로 들어온 걸까?택란은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다가가 물었다.“무슨 일이오?”공연이 서둘러 대답했다.“성주님, 방으로 돌아가십시오. 여기 뱀이 있습니다.”“뱀이 집 안으로 들어왔소?”택란은 뱀을 힐긋 보았다. 그 뱀은 독성이 없는 풀뱀이다.“어제 요리사가 쥐가 많이 돌아다닌다고 했는데, 오늘은 뱀이 여기저기 기어다니네. 정말 이상한 일이오.”“별일 아닙니다!”공연은 손을 씻고 와서 말을 이었습니다.“제가 성주님을 방으로 모시겠습니다.”택란은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아직 정오였고, 태양이 세게 내리쬐고 있었습니다.“약도성에 예전에 지진이 난 적이 있었느냐?”택란이 고개를 돌려 요리사에게 물었다.요리사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지진이요? 땅이 움직이는 것을 말씀하십니까?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 없습니다... 어릴 때 할아버지가 큰 지진이 일어났다고 이야기하신 적이 있습니다. 땅이 흔들리고 산이 흔들려서 집도 무너지고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하셨습니다.”“성주님 겁주지 말고 할 일 하시오.”공연은 택란이 놀랐을까 봐 걱정하며 요리사에게 떠나라 했다.택란은 방으로 돌아간 뒤, 꼬마 봉황을 불렀다.뱀, 곤충, 쥐, 그리고 새는 지진을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다. 특히 꼬마 봉황은 영적인 새이기에 더더욱 그렇다.꼬마 봉황이 조금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꼬마 봉황도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뭔가 큰일이 닥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설마 지진이 나는 건 아니겠지?”택란은 바닥에 엎드려 귀를 대고 지하에서 나는 소리를 들으려고 했다. 그녀의 청력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기에, 지진이 오고 있다면 땅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다.하지
이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첫걸음을 내디뎌야 한다는 생각으로, 택란은 이에 관해 세게 명을 내렸다.성내 백성들은 택란이 이 도시의 성주이자 진국공주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에게 강한 적대감을 품고 있었다. 특히 그들은 택란이 낭산의 도적들을 토벌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여덟 살짜리 아이가 낭산 도적들을 전멸시켰다는 것을 누가 믿을까?이곳의 백성들은 평생 황실 사람을 본 적 없었다. 지금 이렇게 직접 마주하자, 감정이 폭발하여 약도성을 빼앗겼다는 이유로 황실에 대한 깊은 원망을 드러냈다.약도성에서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백성은 백여 명에 불과했고, 셈조차 모르는 이들도 많았다. 이렇게 폐쇄적인 환경에서 원망은 쉽게 극대화되었다.특히 금나라 사람들이 부추기자, 상황은 더욱 악화하였다.처음엔 택란도 외출을 하곤 했지만, 적대적인 감정이 격렬해지자 외출할 때마다 돌멩이가 날아왔다. 다행히 호명이 그녀의 안전을 염려해 경호를 강화하면서 크게 다치는 일은 피할 수 있었다.양두는 백성들과 다투며 분노를 터뜨렸습니다.“자네들이 원망해야 할 대상은 북막의 황실과 진가요! 그들이 전쟁을 일으키고 북당을 침략하려다 패배하는 바람에 약도성을 내놓은 것이오. 다들 그때 전쟁을 지지하지 않았소? 전쟁을 지지해 놓고 이제 와서 북당을 원망하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소!”양두는 기세가 등등했고 욕도 도리가 있어, 백성들을 순간 잠잠하게 했다. 하지만 이내 돌멩이가 그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고, 양두는 머리를 감싸며 도망쳐야 했다.이들은 이성적으로 도리를 따질 사람이 아니었다.호명은 상황을 이대로 둘 수 없다고 생각해, 택란에게 경성으로 돌아가길 권유했다. 하지만 택란은 단호히 거절했다. 첫걸음을 내딛지 않으면, 십 년이 지나도 변화는 없을 것이고, 약도성은 영원히 이 상태로 남을 것이다.호명은 사고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경호를 더욱 강화했다.그는 주 아가씨에게도 특별히 경계를 강화해
이리 나리는 소맷자락을 펄럭이며 말곁으로 걸어가 고삐를 단단히 잡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원경릉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사람이란 이래야 하는 법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삶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내 재산은 평생을 써도 남을 만큼 많으니 아끼며 살 필요 없다는 것이다.”그는 말 위로 자연스럽게 올라탄 뒤, 천천히 자리를 떠났다.원경릉은 그가 떠나가는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가 앞서 한 말은 그녀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지만, 뒤이어 한 말은 또 다른 의미로 그녀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저렇게 자랑하지 않으면 못 참는 걸까?랑문서가 정식으로 설립된 날, 삼대 거두는 길고 긴 폭죽을 보내왔다. 폭죽 소리는 십 리 밖까지 울려 퍼졌고, 이는 북당이 한 걸음 더 발전했음을 상징했다.수도에서 천 리 떨어진 약도성에서도 이날 폭죽 소리가 울려 퍼졌다.도성 중심에 새로 만들어진 상업 거리가 성대하게 시작을 알렸다. 이곳은 택란이 계획한 곳으로, 각종 장사를 한곳에 모아 거래를 규범화하고, 관아에서 관리하여 사기와 도둑질 같은 문제를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첫 번째 상업 거리라 비록 규모는 작지만, 이는 시작일 뿐, 앞으로 더 많은 곳을 만들 예정이다.같은 날, 또 다른 기념행사가 열렸다. 바로 도로 건설의 시작이었다. 간소한 의식을 치른 뒤, 도로 공사가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다른 성들과 비교하면 약도성은 광산 자원을 개발하지 않으면 발전을 이루기 어려웠다. 광산 개발을 위해서는 금나라와의 합의만 아니라, 산을 개척하고 도로를 건설하는 등의 기초 공사도 필요했다.조정에서 약도성에 특별히 자금을 지원하지 않았으므로, 모든 작업은 성에서 스스로 해내야 했다. 다행히 금나라에서 10만 냥을 확보했기에, 이를 공사에 사용할 수 있었다.한편, 택란은 계속 금나라의 상황을 꼬마 봉황을 통해 접하고 있었다.진국왕은 얼음에 맞은 후 죽지는 않았지만, 한쪽 다리가 불구가 되었다. 금나라의 어린 황제가 크게 화를 내며 자신의 지위를
주 어르신은 원경릉이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자, 한마디 더 덧붙였다.“세상 만물은 도법을 떠날 수 없다.”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주 어르신은 정말 학식이 깊으십니다!”“대충 추측한 것이다!”소요공이 손으로 부채질하며 원경릉에게 물었다.“또 진맥하러 온 것이냐? 어제 네 할머님도 다녀갔다.”“혈압과 혈당을 측정하기 위해, 손가락을 찌를 것입니다!”원경릉이 말했다.무상황은 손가락 찌른다는 말을 듣고, 재빨리 안쪽으로 도망치려 했다. 그는 얼마 전 혈당이 높다는 진단을 받았고, 며칠에 한 번씩 손가락을 찔러 혈당을 측정해야 했다. 손가락을 찌르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는가?원경릉은 그가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차분히 약상자를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어르신은 모범을 보이듯 먼저 혈압을 쟀고, 소요공도 뒤따라 검사했다.검사를 마친 두 사람은 무상황을 붙잡아 의자에 앉히고, 손가락을 원경릉 앞으로 내밀었다. 소요공이 말했다.“세게 찌르거라!”원경릉은 물론 세게 찌를 리 없다. 그녀가 부드럽게 처리했지만, 무상황은 여전히 분노에 찬 눈빛으로 소요공을 노려보았다.혈압과 혈당이 조금 높긴 했지만, 심각한 편은 아니라서 약을 먹을 필요는 없었다. 대신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했다.모든 검사를 마친 후, 원경릉은 랑문서 설립에 관해 이야기를 꺼냈다. 주 어르신은 중요한 일이니 곧바로 동의했고, 바로 이리 나리를 불러왔다.이리 나리는 이미 이런 노골적인 요구에 익숙해져 있었다.그는 과거 늑대파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평생에서 얻은 것이 많지만, 그 어떤 것도 공주보다 귀하지 않다. 만약 내 모든 것을 공주와 바꿀 수 있다면 기꺼이 바꾸겠다. 늑대파도 포함해서 말이다.”이 말에 늑대파 사람들은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며 그를 둘러싼 채 한바탕 두들겨 팼다. 이리 나리는 가까스로 틈에서 빠져나와 힘겹게 말했었다.“하지만 설랑은 제외다!”그는 결국 더 심하게 두들겨 맞았고, 거의 목숨을 잃을 뻔했다.그
사건의 진상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우문호는 종권을 보며 늑대파가 지금의 임무 외에도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예를 들어, 랑문서라는 기관을 설립해 각 주부의 큰 사건들을 전담 조사하도록 하는 것이다.특히 지역과 주부를 넘어서는 큰 사건들은 지역적 한계로 인해 조사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랑문서에 권한을 부여하여 형부나 대리사의 통제를 받지 않게 한다면, 일 처리가 훨씬 수월해지고 효율도 크게 향상될 것이다.우문호는 곧바로 논의를 시작했다. 물론 이일은 이리 나리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늑대파가 비록 그동안 조정의 일을 도맡아왔고 사실상 조정에 소속된 상태였지만, 공식적으로 관청을 설립하는 것은 늑대파가 이리 나리의 관할에서 완전히 벗어나 나라의 소속으로 자리 잡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논의 후 내각 대신들이 모두 찬성했지만, 우문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동안 이리 나리에게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 같아, 왠지 부끄럽구나.”냉정언이 대꾸했다.“그렇다면 이 일은 없던 걸로 하시지요.”우문호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건 안 된다. 부끄럽긴 하지만, 일은 해야 한다.”그는 냉정언을 보며 말했다.“다만, 내가 직접 나서긴 좀 그러니, 네가 이리 나리를 설득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냉정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저도 체면이 있는 사람입니다. 황후께 부탁드리면 어떻겠습니까? 그래도 사제 관계였으니 얘기가 통할 것입니다.”“원 선생은 체면이 없는 줄 알아? 안 된다. 원 선생도 이미 이리 나리에게 너무 많은 부탁을 했다. 네가 수보니, 네가 가야지.”냉정언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그렇다면 더 권위가 있는 수보를 찾는 것이 어떻습니까? 주 어르신은 어떤가요?”“좋다!”우문호가 바로 동의했다.냉정언이 말을 이었다.“그럼 황후께서 맥을 보러 가실 때, 주 어르신께 이 일을 말씀드리는 것이 좋겠습니다!”그는 이 말을 남기고 다급히 자리를 떠났다.우문호는 멍하니 있다가 바로 깨달았다.‘결국 또 원 선생이 나서게
사실 소금 사건은 겉보기엔 제왕 일행이 조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미색과 늑대파가 조사하고 있었다.미색은 이미 성공적으로 손영영과 접촉했다. 사실 손영영이 먼저 그녀를 찾아왔다.회왕은 자신의 계획이 실패했다는 것을 깨닫고 미색에게 해명하려 했지만, 미색은 아예 그를 만나지 않았다. 그래서 회왕은 답답함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원경릉은 이를 보고 속으로 웃음을 참지 못하며 생각했다.‘자기가 똑똑하다고 생각했겠지? 고생 좀 해봐야지.’그녀는 이 일을 다섯째에게 알렸고 다섯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여섯째는 호부를 관리하고 장부를 정리하는 데는 일등이오. 지금 그를 따라올 자가 없을 정도네. 하지만 사건을 조사하거나 연기, 책략을 필요한 일에는 서일 만도 못 하오. 그런 주제에 미남 계를 쓰고, 셜록 홈즈를 흉내 내다니. 그냥 고생 좀 하게 두시오. 우리가 나설 필요 없소.”원경릉이 웃음을 터트렸다.“셜록 홈즈까지 알고 있다니, 대단하오!”“뭐가 대단하오? 그곳에 몇 번이나 갔는데, 이런 새로운 이야기도 내가 모를 것 같소?”“셜록 홈즈는 새로운 이야기에 속하지 않소.”“나를 비웃으려는 것이오?”우문호가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원경릉은 그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미소 지었다.“알았소. 웃지 않겠네. 그나저나, 호랑이와 늑대도 출발했고, 사식이도 며칠 뒤에 궁으로 들어올 것이오.”“좋구먼. 이제 궁에 아이들이 있게 됐소. 사식이의 아이는 이제 몇 달이 되었네. 볼이 얼마나 말랑하고 귀여운지 아시오?”다섯째는 약간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아이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오? 그래서 서일에게 거처를 제공하려 한 것이오?”원경릉은 웃음을 터트렸다.“당연히 아이 때문이지. 서일한테서 뭘 바랄 수 있겠소? 서일은 도통 쓸모가 없소.”“그만하시오! 말을 좀 이쁘게 하시오. 서일을 그렇게 말하면 안 되네.”“서일을 하루라도 놀리지 않으면 입이 근질근질하오!”“독설가가 따로 없소!”원경릉은 비록 그를 타박했지만, 사실 그녀도 사
“경험한다니? 어디에 가서 경험하는 것이오?”다섯째는 뒤따라오던 호랑이와 늑대를 돌아보았다. 녀석들은 기운 없이 두 사람을 따라오고 있었다.“밖으로 나가는 건 좋지만, 아무도 따라가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소.”“아주 영리한 녀석들이라 괜찮소. 아니면 늑대파에 부탁해서 데리고 나가게 하는 게 어떻소? 석 달이든, 반년이든, 한해든 밖에서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소.”다섯째는 호랑이와 늑대를 부르더니 무릎을 꿇고 녀석들을 안아줬다. 그는 호랑이와 늑대의 털을 쓰다듬으며 원경릉을 올려다보며 말했다.“당신 말이 맞소. 이 녀석들을 계속 이 궁에 가두면 아프기라도 할 것 같소. 밖으로 나가 경험을 쌓게 해야 하오.”“좋소!”원경릉은 안도하며 웃었다. 드디어 녀석들을 주인들에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하지만 어디로 보내야 하오?”다섯째는 잠시 생각하다가 눈을 반짝이며 원경릉을 바라봤다.“음, 그냥 네 개의 성으로 보내서 녀석들의 주인과 만나게 하는 건 어떻소?”원경릉이 놀라서 물었다.“뭐요?”다섯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정녕 내가 아무것도 모를 줄 알았소?”원경릉은 그를 바라보며 너무 놀라서 뭐라 대답할 말을 잃었다.“내가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오?”다섯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밤바람이 두 사람의 옷자락을 흔들었다.“이번에 집에 갔을 때, 자네 오라버니 방에서 옛 검을 하나 봤소. 자세히 살펴보니, 그 검은 남유성에서 제작된 것이었고, 검 손잡이에 이름이 새겨져 있었소. 누구 이름일 것 같소?”원경릉은 그의 품에 기대며 미소 지었다.“경단?”“맞소. 그 녀석은 원래 사람의 환심을 잘 사오. 형님이 옛 검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일부러 만든 거요. 그 검 때문에 그들이 북쪽에 갔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후에 그들의 물건을 뒤지기 시작했소. 내가 또 뭘 알았는지 알고 있소? 아이들이 핸드폰을 가져갔고, 심지어 셀카도 찍었소.”원경릉의 심장이 잠시 멈춘 듯했다.
서일이 요리사들을 쫓아내자, 원경릉이 그를 수라간으로 불러들여 일을 도와달라고 했다. 원경릉이 물었다.“왜 궁에서 야간 근무를 하고 있느냐? 사식이가 승낙했느냐? 홀로 집에서 두 아이를 돌보느라 힘들지 않겠느냐?”둘째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도움이 많이 필요한 시기였다.서일이 답했다.“사식도 동의했습니다. 둘째가 태어나고 나니, 집안 지출이 꽤 늘었습니다. 야간 근무를 하면 봉급이 더 나오고, 후궁에서 근무하면 상을 받는 경우도 많아서 한해에 꽤 큰 수입을 받을 수 있습니다.”“그렇게 돈이 부족한 것이냐? 지금 너도 어엿한 조정 신하다!”원경릉은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서일의 상이라는 소리에 후궁에서 제대로 된 상을 줄 상전은 그녀뿐이었다. 이건 대놓고 그녀의 돈을 노리는 것 아닌가?“부족합니다. 지금 제 직책은 봉급도 적고 일도 적습니다. 낮에 힘들지 않으니, 밤에 더 일할 수 있습니다.”원경릉은 그가 직책을 옮긴 것을 떠올렸다. 지금 그는 병부에서 여유로운 직책을 맡고 있었다. 사식이가 임신했을 때, 그녀를 잘 돌보기 위해 직책을 옮겼었다.“걱정 말거라. 원가에서 아이들에게 부족한 게 없도록 지원해 줄 것이다.”“계속 사식이의 친정에 의존할 수는 없습니다. 어쨌든 아직 젊고 힘도 있으니, 더 일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폐하께서 시간이 지나면 궁에서 거처를 마련해 줄 것이라 하셨습니다. 그러면 사식이와 아이들을 데려와 잠시 함께 지낼 수도 있습니다.”그건 괜찮은 생각이었다. 궁 안에는 빈 전각이 많고, 다른 후궁도 없으니 사식이가 머물 전각 하나를 내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럼 사식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궁 안의 사람들이 아이들을 돌보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었다.궁궐의 규칙인 '외간 남자가 후궁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은 낡은 관습에 불과했다. 폐지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좋구나. 궁 안에 거처를 마련해서 가족이 들어와 살게 하는 것도 괜찮다. 그렇지 않소? 다섯째.”원경릉은 약한 불에서 끓인 우유를 접시에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