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아가씨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택란이 식사를 마치고 입가를 닦으며 그녀를 보고 말했다.“아니, 자네 생각이 틀렸소. 약도성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오. 산적이나 도적과는 다르오. 낭산의 악인들은 한 번의 불로 없앨 수 있지만, 약도성의 사회 문제는 그렇게 무력을 사용할 수는 없소.”주 아가씨는 어안이 벙벙했다. 지나치게 충격을 받아 아까 생각한 걸 입 밖으로 꺼낸 것일까? 하지만 그녀는 말한 기억이 없었다.공주의 맑고 선한 눈빛을 보며 그녀는 자신의 기억을 부정했다. 틀림없이 말했을 것이다. “나는 약도성에 1년 정도 머무를 것이네. 그 1년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이지만, 적어도 일부의 혼란은 정리할 수 있을 것이오. 이후의 민족 통합, 문화 교류, 생활 습관 변화, 그리고 조정에 대한 소속감 등과 같은 문제는 정말로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오.” “예, 알겠습니다. 마마, 제가 돕겠습니다.”택란이 미소를 지었다.“아니요. 내가 자네를 돕는 것이오. 나는 아직 대외적으로 약도성을 다스리지 않았네. 지금은 자네가 약도성의 진정한 주인이오.”“그럴 수는 없습니다!”주 아가씨는 다급히 말했다. 불경스럽게 공주 앞에서 주인 행세를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주 아가씨는 자신이 왜 갑자기 그녀에게 이렇게 아첨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낭산의 불길에 그녀는 충격에 빠졌고,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존경심이 솟아났다. 그녀는 이에 완전히 굴복했고, 가슴은 존경심으로 가득 찼다. “그렇게 하라고 하면 그렇게 하시오.”택란은 일어나며 밖으로 향했다.“조금 피곤하니, 난 좀 자야겠소. 자정에 깨워 야식을 내오도록 하시오.”그녀는 하루 세 끼를 먹는 것에 익숙했다. 아침에 과일을 먹은 것이 한 끼였고, 지금은 밤이지만 점심으로 간주하였다. 자정의 한 끼가 그녀의 저녁이었다.습관은 바꿀 수 없었다.열정에 불탄 주 아가씨는 쏜살같이 시장으로 달려갔다.저택에는 평소 여분의 음식이 없었다. 있어도 이렇게 더운
“정말 화나 나서 죽을 지경이구나.”주 아가씨는 정신없이 정리하였고, 다른 사람들도 돕기 시작했다.택란과 꼬마 봉황이 나와 그녀들이 음식을 정리하는 것을 보고 물었다.“다들 식사가 끝난 것이오?”“아니요…”주 아가씨는 무심코 대답했지만, 정작 남은 건 먹다 남은 음식뿐이었다. 그녀는 풀이 죽은 채 말했다. “공주님, 좀 더 주무십시오. 제가 닭 한 마리를 잡아 오겠습니다. 집에 알을 낳는 늙은 암탉이 몇 마리 있는데, 그중 한 마리를 고아 드리겠습니다.”택란은 자리에 앉으며 웃으며 말했다.“그럴 필요 없소. 여기 아직 음식이 남아 있지 않은가. 그냥 먹으면 되네.”“하지만, 이건 먹다 남은 음식입니다.”공연은 매우 죄송스러웠다. 공주라는 신분의 사람에게 남은 음식을 먹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괜찮소. 배만 채우면 되오. 음식을 낭비할 순 없지 않겠나!”택란은 젓가락을 들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주 아가씨는 그 모습을 보고 급히 다른 사람들에게 재촉했다.“부엌에 있는 음식을 얼른 가져오거라. 공주께 새 음식을 드려야지.”“예, 알겠습니다!”그들은 서둘러 부엌으로 향했다. 그들의 음식은 소박했다. 볶은 고기, 채소, 삶은 호박, 열몇 개의 삶은 달걀 등이었다. 그들은 음식을 한꺼번에 들고 나왔다. 택란은 모두에게 다시 앉아 먹으라고 권했다. 모두 명령을 듣고 앉았지만, 선뜻 음식을 먹지는 못했다. 음식이 모자랄까 봐 겁이 났다. 택란은 저녁때보다 더 빨리 음식을 먹기 시작하며 물었다.“모든 일은 정리된 것이오?”“보고를 드리자면, 시신만 대충 세어 보았고, 아직 묻진 않았습니다.” “묻을 필요는 없네. 그냥 세어만 두시오.” “묻지 않는다고요?” “그렇소. 하늘에 맡기는 것이오!”택란은 말했다. 낭산에는 야생 동물이 많았고, 독수리도 많았다. 땅을 오염시키며 매장하는 것보다, 차라리 동물들의 먹잇감이 되도록 하는 것이 나았다. 그녀가 화력을 잘 조절했으니 가능할 것이다.주 아가씨가 공연에게 물었다.“혹시 도망친
주 아가씨를 포함한 사람들은 모두 무술을 익힌 자들로, 약도성을 다스릴 때 무력을 사용해 진압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했다. 이는 사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너무나 많은 악의를 품은 사람들이 혼란을 일으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초기에는 그렇게 해야만 했다.하지만 7~8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더 이상 이전의 방법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힘으로 맞서면 비용이 많이 들고, 지혜로 상대하면 돈을 절약할 수 있다. 후자를 선택해야 했다. “알겠습니다. 전부 마마의 뜻에 따르겠습니다!”주 아가씨는 곧장 말했다. 다른 이들도 잇따라 말했다.“전부 공주님의 명에 따르겠습니다.”택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나는 다시 자러 가겠소.”한편, 위왕과 안왕 일행은 강북부로 돌아왔다. 그들은 곰곰이 생각하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무엇이 잘못됐는지 정확히 짚어낼 수 없었다. 위왕은 고개를 저으며 안왕을 불러 함께 분석했다.“계란이가 오자, 나는 우문호에게 편지를 보냈네. 그에게 물으니, 계란이를 데리고 약도성으로 가서 구경하라고 했네. 맞지?”“맞네!”안왕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우리는 약도성으로 향했고 지시에 따라 계란이를 데리고 성에서 이틀간 머물렀다.”“맞네!”“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계란이는 사부님과 떠났어.” “그래!”“하지만 우린 계란이의 사부님을 본 적이 없네!” “보지는 못했지만, 틀림없이 맞을 것이네.””그럴 수도 있네.”위왕은 확실히 이상한 점이 없다고 생각했다. 계란이의 사부는 분명 왔었고 그도 이를 확신하고 있었다. 이 생각은 그의 머릿 속에 깊이 박혀 있었다. 그는 사부가 그녀를 데려간 것을 확신하며, 계속해서 머리를 굴렸다.“우리 약도성에 병사 2,000명을 보내기로 약속했네.”“맞네!”안왕이 하품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피곤하네. 형, 군사 점검 잘하고 오시게.”위왕은 그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어딜 가! 네가 1,000명, 내가 1,000명 맡아야지 않겠느냐!”안왕은 깜짝
“예. 요즘 들어 유독 경성 사람들과 일이 그립습니다. 시간이 생기면, 좀 더 자주 가서 지내시지요.”그녀가 말하며 웃었다.“지금 정화가 위왕부로 돌아갔으니, 제가 보기에는 그녀와 아주버님 사이에 아직 무언가 있는 것 같습니다.”안왕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돌아갔다고 해서 반드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오."안왕비는 웃으며 말했다.“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저희가 돌아갈 때마다 아주버님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저에게 사람을 시켜 아주버님의 생필품과 음식을 챙기라고 했습니다.”“정말?”안왕이 감탄했다.“어쩐지 이번에 돌아왔을 때 기세가 등등하더라니.”그가 지금 가장 바라는 일은, 그들이 다시 함께하는 것이다.이렇게 되면 더 이상 그가 잡을 만한 약점도 없고, 이익을 얻을 수도 없게 된다.일은 그렇게 일단락이 났고, 안왕도 더 이상 계란이와 관련된 그 이상한 일들을 생각하지 않았다.수도에 있던 우문호는 안심했다. 왜냐하면 계란이 아직 현대에 있고, 2년 뒤 계란이가 돌아오기만을 한결같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약도성 안.택란의 첫 번째 작업은 성 내 치안을 정비하는 것이었다.모든 외지인들은 통행증을 가지고 있어야만 성에 들어가거나 머무를 수 있었고, 주요 여관들은 통행증이 없는 손님을 받을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약도성에서 생계를 꾸리려는 사람들은 반드시 관청에 가서 통행증을 발급받아야 했고, 이를 통해 그들의 신분과 출신지가 기록되었다.이어서 하나의 발전 전략을 수립했다.이 두 가지 일은 동시에 진행될 수 있었다.하지만 인력이 충분하지 않았다. 다행히도 며칠 후, 위왕의 사람들이 도착했다. 이 천 명으로, 호명이 지휘를 맡았다. 호명은 먼저 병사들을 정리하고, 그 후에는 저택을 찾아 주 아가씨와 도적 처치에 관한 일을 상의했다.호명은 최근 몇 년 동안 외지로 자주 나갔었다. 그를 필요하면 어디든 갔다. 최근 2년 동안은 열의와 함께 강북부에 주로 있으며 1년에 한 번 정도 수도로
약도성에서 날아가는 모든 편지와 비둘기는 모두 꼬마 봉황의 발톱을 거쳐야만 했다. 공주가 약도성에 있는 것과 관련된 어떠한 정보도 외부로 누설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었다.호명은 탕양에게 편지를 보냈고, 그 편지에는 택란이 약도성에 있는 사실도 언급되었다. 그러나 그 편지가 탕양의 손에 도달했을 때, 그 내용에는 택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고, 단지 평안히 지내고 있다는 보고와 함께 자신이 약도성에서 일을 보고 있으며 이에 대해 탕양에게 허락을 구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탕양의 비둘기도 마찬가지로 꼬마 봉황에 의해 저지되었다.그리고 마찬가지로 택란은 탕양의 필체를 모방하여 호명에게 잘 지내고 공주를 도와 약도성을 잘 다스리라고 지시하는 내용을 적었다.호명은 편지를 받은 뒤에야 안심했다. 어차피 이는 조정에서 맡긴 임무이니, 그가 떠날 이유가 없었다.게다가 공주가 약도성에 있는 상황에서, 그가 안심하고 떠날 수가 없지 않겠나?그래서 호명은 약도성에 남아, 성안의 치안을 책임지게 되었다.이전에 주 아가씨는 현지 주민들이 조정에 대한 반감을 품을까 걱정하여, 치안을 엄격히 다루지 않았고, 그로 인해 범죄가 만연했다.하지만 호명은 택란의 지시를 받고 강력한 단속에 나섰다. 도둑질, 강도, 유괴, 사기, 강간 등 모든 범죄자를 잡아 엄벌에 처했다.불과 한두 달 만에 백여 명을 체포해 모두 감옥에 가두었고, 이를 통해 악행을 꾸미고 있던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또한 약도성의 이미지를 새롭게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현재 약도성은 인력이 충분하여, 관청에서 유랑민들을 철저히 조사할 수 있었다.신분을 증명할 수 없는 사람은 모두 성에서 추방되었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금나라 사람을 발견했다. 그들은 약도성에서 장사하거나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돈을 쓰고 있었다. 그들은 자연히 금나라에서 파견된 첨자들임이 드러났다.그 누가 알았겠는가, 몇 년간 지속된 약도성의 문제가 8살짜리 아이 한 명이 나타난 뒤로 해결될 줄을?첩자의 정보가 금나라로 전해
택란은 꼬마 봉황의 발톱에서 비둘기를 빼내며 말했다."오늘 밤 비둘기구이를 먹고 싶은데, 할 수 있겠소?"“그럼요!”주 아가씨는 그 비둘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이건 통신용 비둘기가 아닙니까?” “맞소, 금나라 진국왕의 통신 비둘기요. 편지가 내 손에 있으니, 한번 보시오.”택란은 서신을 그녀에게 건넸다.주 아가씨는 편지를 보고 격노했다.“진국왕. 지금 저와 약도성을 무시하겠다는 것입니까? 감히 우리 공주님에게 손을 대려 하다니, 제가 당장 군사를 모아 그를 찾아가겠습니다.”“괜찮소, 그럴 필요 없소. 약도성에는 군사도 많지 않지 않은가.”택란은 손을 누르며 말했다.“일단 진정하고 내 말을 들어 보시오.”주 아가씨는 눈을 부라리며 화를 냈다.“소인이 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만에 하나 공주님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소인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그녀는 택란의 차분한 얼굴을 보고는 화를 억누르고 말했다."공주님께서 하실 말씀이 있다면 먼저 말씀하시지요."택란은 소매를 걷어 올리며 말했다."이 10만 냥을 벌고 싶지 않소?" "예?"주 아가씨는 잠시 멈칫하였다."당연히…벌고 싶긴 합니다. 하지만 공주님, 이 10만 냥은 공주님을 잡아가는 대가입니다.” "그럼 내가 가겠소!"택란은 태연하게 대답했다."그럴 수는 없습니다! 만약 황제 폐하께서 아시면, 저는 말 다섯 마리에 묶여 찢겨 죽어도 그 화를 잠재울 수 없을 겁니다!"택란은 웃으며 말했다."내가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는 것이오?"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만약에, 설령 한 번이라도 일이 잘못되면, 북당이 뒤집어질 수도 있습니다."택란이 말했다."내 사부님을 알고 있소?" “모릅니다!”"사부님은 아주 대단한 분이셨소. 예전에 그분께서 같은 방법으로 북막의 진 장군에게서 엄청난 돈을 빼앗으신 적이 있지. 이 방법은 매우 효과적이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는 것이오."그
호명은 택란의 제안을 듣고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안 됩니다, 절대 안 됩니다! 절대 아니 될 말씀입니다."택란은 작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호명, 이는 명령이오!"그녀는 평소 온화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지만, 표정을 굳히자 무시할 수 없는 위엄이 느껴졌다.호명은 눈을 부릅뜨며 난처하다는 듯 말했다."명령이라도 안 됩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자네가 안 한다면, 다른 사람을 찾을 것일세. 난 한번 결정한 일은 절대로 바꾸지 않소."택란은 담담하게 말했다.호명은 주 아가씨가 비둘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며 조금 화가 나 물었다."왜 말리지 않으신 겁니까?"주 아가씨는 더 이상 공주를 설득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미 마음을 굳혔으니, 돌이킬 여지가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말했다."나는 이미 명령을 받았네. 비둘기 요리를 해야 하네."“비둘기구요!”택란이 정정했다."예. 비둘기구이를 해야지요."주 아가씨는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다.비둘기를 먹은 택란은 이미 다음 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호명은 여전히 그녀를 설득하려 했지만, 택란은 한마디만 되풀이하였다."자네가 안 하면, 다른 사람에게 시킬 것이오."호명은 정말 화가 났다. 공주가 어떻게 이렇게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을까?공연은 옆에서 호명을 설득했다."호 대인, 공주님은 정말 대단한 분이오. 저는 공주님이 무사히 돌아오실 수 있다고 믿소. 낭산의 유랑 도적들, 그것도 전부 공주님 혼자서 처치하신 것이네. 우리는 나중에 가서 시체를 정리한 게 전부이고요."택란의 능력에 대해서는 호명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한 살 조금 넘었을 때 이미 저택에 불을 지를 줄 알았다고 했다.하지만 만약에라도 잘못되면 어떡하나? 불을 지른다는 것과 같은 기술은 듣기만 해서는 믿을 수 없었고, 수틀리면 실패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호명은 단호하게 말했다."저는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죽어도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이 일에는 협상의 여지가 없었다. 죽어도
마부는 따라오지 않았으므로, 길을 떠난 사람은 셋뿐이었다. 거의 날이 밝을 무렵, 택란이 깨어났다. 그녀가 이불 속에서 몸을 움직이니, 호명이 급히 그녀를 풀어주었다.양두는 화가 나 다급히 말했다."왜 풀어주는 겁니까? 만약 그 애가 소리라도 지르면 어쩔 생각이오?" “바보십니까? 이 험준한 산속에서, 소리 질러봤자 누가 듣기라도 할 것 같습니까? 만약 이 애가 죽여버리면, 보상을 못 받을 것 아닙니까?"호명이 매섭게 말했다.양두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돈을 얻으려는 거지 목숨을 구하는 게 아니니, 죽여서는 안 되지요."택란은 깨어났지만, 여전히 약기운 때문에 몽롱한 상태였고 이곳이 어딘지 물었다.그는 택란의 불쌍한 모습을 힐긋 보고는 급히 눈을 돌렸다.“그쪽은 어쩌다 여기에 온 것입니까?”호명이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이렇게 돈이 되는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 기회가 있으면 당연히 잡아야지요.""앞으로는 이런 일 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이번에 5만 냥을 나누면 평생 부족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런 천륜을 어지럽히는 일을 한 번만으로도 평생 후회할 것입니다."양두는 갑자기 양심에 찔린 듯 말했다.호명은 다소 놀랐다. 저택에 잠입해서 공주를 납치하는 것은 확실히 큰 죄였다. 그의 말투를 들어보니 북당 사람인 것 같은데, 만약 그렇게 악랄하지 않거나 욕망에 눈이 먼 자가 아니라면, 이런 죽음의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양두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산을 넘기 시작했다.계속해서 길을 걷던 와중, 양두는 매우 의아해하며 말했다."이 일대에는 많은 야생 동물들이 출몰한다던데, 우리가 이렇게 오래 걸었는데도 벌레 한 마리조차 보지 못하다니, 참 이상하군요."호명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이 산맥은 원래 사람이 잘 오지 않는 곳이었다. 이곳을 지나려면 밀림을 지나야 하는데, 그 밀림에는 맹수들이 살고 있고 거대한 뱀과 독사가 많았다. 이 산에 들어가는 사람은 죽을 각오를 해야 하는 것과 같았다.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