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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0화

Penulis: 유애
의원의 전신은 의학원이었는데, 그 땅은 지금 초왕부의 땅이기에 애초에 부지 선정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원 할머니는 이 말을 듣고 바로 싱글벙글했다.

"릉아, 활민서는 민가와 일정한 거리가 있어야 하고, 주변 지방이 충분히 커야 하며 땅이 광활하고 공기가 잘 유통되어야 한단다. 그러니 의원이 가장 적합하네."

원경릉은 그녀의 팔을 끼고는 말했다.

"좋습니다. 친할머니와 손녀 사이에도 계산을 분명히 해야 하옵니다. 전의감에서 활민서를 설립하는 예산은 얼마 옵니까?"

원 할머니가 그녀에게 예산을 보여주자 원경릉은 경악했다.

"겨우 삼십만 냥밖에 안되옵니까? 아바마마께서는 할머니에게 난제를 내시는 것이옵니까?"

"그렇다. 그러니 자기 사람한테 손을 쓸 수밖에 없다. 따로 부지를 선정하고 짓는다면 짓는 데만 삼십에서 오십만 냥이 들 것이다."

원 할머니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원경릉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큰돈을 벌지는 못할망정 돈을 밑질 상황이다.

"알겠옵니다. 할머니께서는 황명을 받을어 일을 처리하고 있으니, 할머니의 체면을 보아서라도 삼십만 냥에 거래를 하지요!"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원 할머니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할머니는 네가 손해를 보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 활민서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매년 전염병을 방지하고 집중적으로 치료하면 좋을 것이다. 앞으로 매년 전염병으로 죽는 사람도 크게 줄 것이라 믿는다."

"할머니, 됐습니다. 그건 저도 알고 있사옵니다. 게다가 지금 의서와 의원을 증설하면 저희 의원도 영광스럽게 물러날 수 있사옵니다!"

원경릉은 조금도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애초에 의학원을 지은 것도 그녀의 돈이었고 조정에서 한 푼도 받지 않았다. 이렇게 큰 손해도 보았는데 그것을 신경 쓸 리가 있을까?

더군다나 그녀의 손에도 확실히 돈이 없으니, 삼십만 냥을 벌어 주머니에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전의감에서 집으로 돌아오자 혜평의 장남 유정이 만나려 한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

원경릉은 멈칫했다.

"들이거라!"

그녀는 본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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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경릉은 그를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빛은 다소 날카로웠다.유정은 고개를 숙였고 점점 불안해하다가 결국 작은 소리로 말했다."희상궁께서 오라고 하였사옵니다."원경릉은 이를 의아하다 생각해서 탕양과 눈을 마주쳤다.원경릉이 말했다."희상궁께서 나를 찾아오라고 하셨다고? 그럼 희상궁이 자네에게 약 공장과 의관을 팔아 나에게 반을 나누라 한 것이오?"유정은 한참 침묵하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저... 저희 형제들은 단지 뒷걱정 없이 경성을 떠나고 싶을 뿐이옵니다. 반이 되는 돈으로 저희 형제들 반평생의 안정을 바꾸는 것은, 아주 가치가 있다 생각되옵니다.""그래?"원경릉의 목소리는 더욱 차가웠다.유정은 조급해졌다."사촌 형수, 저희 어머니가 형수를 해치려는 일을 저희 형제들은 모두 모르옵니다. 특히 요리점 사랑방에서의 일은 유숙이 저희에게 말을 하지 않았다면 저희는 어머니가 형수를 해치려는 것도 몰랐을 것이옵니다. 저를 제발 믿어주십시오!""유숙?""유숙은 공주부의 가신이옵니다."원경릉이 말했다."자네는 먼저 돌아가 있게. 약 공장과 의관을 파는 것은 먼저 급해하지 말게나, 함부로 밖에서 값을 부르지도 말게. 이 일은 내가 자네 사촌 형과 상의를 할 것이니, 상의를 한 후 다시 자네를 이리로 오라 할 것이네."유정은 이 말을 듣고 안도의 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어 말했다."사촌 형수님 안심하십시오. 저는 반드시 말을 한대로 할 것이오니 절대 돈을 아끼지 않을 것이옵니다.""이 말은 잠시 접어두고 가시게나!"원경릉이 말했다.유정은 몸을 굽혀 물러났고 탕양은 직접 그를 배웅하며 몇 마디 물었다."그 유숙은 아직도 공주부에 계십니까?""유숙은 계십니다, 어머니의 뒷일을 돕고 계십니다.""그럼 그가 예전에 공주를 도와 약 공장의 일을 관리한 것입니까?""예, 그는 약 공장의 관리인 이옵니다!"유정이 말했다."예, 돌아가셔서 유숙에게 안심하라고 전하십시오. 그의 마음을 태자비께서 아셨사옵니다."탕양은 내색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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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홍열이 경중에서 약재를 마구 구입했는데, 당시의 약재 시장은 거의 혜평의 장악 속에 있었다네. 그녀의 눈앞에서 거의 여러 가지 약을 깨끗이 사 갔는데 혜평이 모를 리가 있겠는가? 그녀는 알고 있지만 내색을 하지 않고 간섭을 하지 않았네. 아주 이상하지 않은가?"탕양이 고개를 끄덕였다."이 유숙은 약 공장의 관리이옵니다. 그가 만약 혜평 공주에게 상관하지 말고 강 건너 불구경을 하라 했다면, 혜평 공주가 그의 말을 들을지 모르옵니다. 이익이 있다면 모를까요!""그러니, 지금 혜평이 홍열의 이익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하는 것인가?"탕양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태자비께서도 이러한 추측이 있으신 것 아니옵니까?""만약 이 추측이 정확하다면 유숙은 더욱 의심스럽네. 그는 유정에게 나를 찾아와 의관과 약 공장을 팔아달라 부탁하라 했고 이제 반이 되는 돈을 나누어 주겠다 했네. 만약 이 일이 전해지면 다섯째와 나의 명성은 모두 나빠질 것이네."탕양이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더 깊이 생각해 보면, 이 유숙은 홍열의 사람이 아닌 홍열을 협조하는 자일 수도 있사옵니다. 그러나 홍열이 행동할 때 나오지 않았지요. 물론, 이 모든 것은 추측일 뿐이니 다시 한번 조사를 해야 하긴 하옵니다."태상황께서 몸이 좀 불편하여 희상궁은 다음날이 되어서야 궁에서 나와 댁으로 돌아왔다.태상황이 불편하다는 말을 듣고 원경릉은 유정에 대해 물을 겨를도 없었다."어찌하여 아프시게 된 것이옵니까? 많이 심하십니까?"희상궁도 조금 피곤해 보였다."이틀 밤 동안 잠을 잘 자지 못하셨네. 한밤중에 일어나서 담뱃대를 찾으시고, 말려도 말릴 수 없었네. 밤이 깊어 날도 추운데 꼭 장랑 밑에 앉아 담뱃대를 피우시더니, 반 시진을 그렇게 피우셨네. 그러나 보니 고뿔에 걸리셨네.""어의를 모셨습니까?"원경릉이 물었다."청했네. 오늘 아침 일찍 청했다네. 소용공과 수보도 모두 따라서 병이 났네."희상궁은 난감한 듯 말했다."어찌하여 그들도 병이 난 것이옵니까?"원경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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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를 거의 다 나누다 보니 호청운도 왔다. 탕양은 사람을 명하여 원경릉을 오시라 청해 유정과 함께 호청운과 약 공장을 파는 일을 상의하게 했다.쌍방 모두 의향이 있고 호청운이 비교적 통쾌하게 가격을 제시했기에 유정은 아주 설렜다. 그러나 그는 바로 결정을 하지 않고 돌아가 동생들과 상의를 한 후 다음날 다시 대답을 주겠다 제기했다.호청운은 내일 와서 그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하며 이해를 표시했다.탕양은 직접 유정을 문어귀까지 바래다주었고 웃음을 머금고 다시 한마디 말했다."유 도련님, 오늘 식사 자리에서 한 말은 잊지 마십시오."유정이 말했다."탕대인은 안심하십시오. 제가 약속을 했으니 반드시 드릴 것이옵니다, 걱정 마십시오."탕양이 읍했다."그럼 다행이옵니다. 먼저 도련님께 감사를 표하옵니다!"유정은 마차에 올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탕양이 아직도 배웅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손을 들어 그를 들어가게 하려 했다. 그러나 손을 들어 올린 후 다시 신속하게 내려놓았다. 돈을 주려는 이상 당연히 그들 앞에서 신분을 잃어서는 안 된다.그가 집으로 돌아가자 유숙이 마중을 나와 물었다."큰 도련님, 어떻게 되었사옵니까?"유정이 말했다."유숙은 안심하시게. 상대는 이백만 냥이라는 아주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네. 그러나 그는 약공장만 원하고 의관과 비축해 둔 약들은 원하지 않았다네.""그럼 태자비께서는 뭐라고 하셨습니까? 태자비에게 돈을 나누어 주겠다고 다시 얘기를 꺼내셨습니까? 정말 갖겠다고 하셨습니까?"유숙이 묻자 유정은 앉아 비웃었다."누가 돈을 싫다 하겠느냐? 태자비는 반드시 원할 것이네. 유숙, 초왕부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욕심이 많았네. 그 턍양과 서일도 평소에 그저 도리를 따지는 듯해도 이 일에 도움을 조금 줬다고 나에게 돈을 달라고 했네. 그 탕양은 내가 주지 않을까 걱정되어 문어귀까지 와서는 또 말을 꺼냈다네.""그들은 태자를 따라다니며 봉급이 높지 않으니, 자연히 녹봉 외의 돈을 벌 기회가 있으면 잡으려 하겠지요.

  • 명의 왕비   제2456화

    이튿날, 호청운과 유정 삼 형제는 초왕부에서 만나 약 공장을 파는 일을 결정지었다. 관아에서도 통판이 와서 이 일을 인증하고 계약을 처리했고, 유숙도 마침내 나타났다.그러나 전체 왕부의 사람들은 모두 이 장사에 집중된 듯 아무도 유숙을 유심히 보지 않았다.계약서는 호청운이 만들었고 유정에게 건네어 보게 했다.유정은 볼 줄도 모르고 잘 알지도 못했고 그의 두 동생도 마찬가지로 알지 못했다. 그래서 유숙에게 맡겼다.유숙이 계약서를 보고 있으니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나이는 오십 세 전후로 피부가 거칠고 까무잡잡했다. 검은색 옷을 입었고 팔에는 검은 천을 둘러 감고 있는데, 이는 유 씨네 삼 형제와 마찬가지로 혜평을 위해 상복을 입은 것이다.유숙은 자세히 보고 나서 유정에게 건네주며 말했다."돼옵니다!"유정은 서명을 하고 지장을 눌렀다. 그의 두 동생도 모두 따라서 사인을 하고 지장을 눌렀고, 통판이 관아의 큰 도장을 찍게 하면 이로써 장사가 성립되었다.호청운은 상자를 가지고 왔는데, 안에 든 것은 모두 어음이었고 유정에게 가서 확인해 보라 했다. 어음을 세는 것에 유정은 능해서 한바탕 세세히 세어보았고 금액이 맞자 웃으며 말했다."호 주인장, 약 공장은 주인장의 것이옵니다. 장사가 번창하기를 바라옵니다!"호청운 크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의 말씀대로 되기만을 바라옵니다."그는 일어나 읍했다."모두들 감사하옵니다. 이틀 후 식사 자리를 마련할 테니 다들 체면을 세워 주십시오!""천만에요. 탕대인, 통판 나리와 호 주인장을 배웅하시게!"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예!"탕양은 몸을 굽혔다."나리, 호 주인장, 제가 바래다 드리겠사옵니다!"통판은 호청운과 함께 공수를 하고 탕양을 따라 나갔다.유정은 상자를 열어 느낌에 따라 어음의 반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고 원경릉에게 말했다."사촌 형수, 이 돈들은 차를 드시라 드리는 것이니 주저말고 받으십시오!"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나는 따로 일이 있어서 먼저 실례 좀 하겠네. 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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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 명의 왕비   제3375화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 명의 왕비   제3374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 명의 왕비   제3373화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 명의 왕비   제3372화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 명의 왕비   제3370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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