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앉은 손님들은 싸우는 소리를 듣고 모두 고개를 돌려 보았고, 칼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자 모두 놀라 밖으로 뛰어나갔다.오히려 칼을 들고 있는 두 사람이 들어와 사랑방을 향해 말했다."선생, 그를 뛰어나오게 하시게나!"유숙이 황급히 내다보자 검은색 두루마기를 입은 남자 두 명이 검을 들고 밖에 서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이를 악물고 가림막을 젖히고 도망가려 했지만 가림막을 막 젖히자 장검 한 자루가 그의 목을 가리켰다.유숙이 눈을 똑바로 뜨고 보니 뜻밖에도 서일이었다.서일은 차갑게 말했다."내 검이 얼마나 빠른지 어디 한 번 시험해 보겠느냐?"유숙은 창백한 얼굴을 하고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며 큰 소리로 말했다."초왕부의 서일 장군이셨습니까? 제가 무슨 일을 저질렀기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을 데리고 저를 막으려는 것이옵니까? 저를 정말 죽이시려는 것이옵니까? 태자께서 고의로 혜평 공주를 해치려는 죄를 아무도 모르게 하려는 것입니까?"서일이 침을 뱉고 말했다."혜평 공주를 고의로 해치다니? 달린 입이라도 감히 막말을 하는구나! 혜평 공주가 백성들의 마음속에서 어떤 모습인지 몰라서 그러는 것이냐? 유언비어로 태자를 모함하려 해도 누가 믿을 것이라 생각하느냐?"밖에 있던 귀영위도 달려 들어와 차갑게 말했다."그만하거라. 사람들이 모두 도망갔는데 떠들어서 무엇 하겠느냐?"유숙이 밖을 내다보니 찻집에는 정말 사람이 없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매서운 눈빛으로 비수를 들어 서일을 붙잡으려 했지만 밧줄이 날아와 유숙의 두 손을 감았다. 밧줄의 한쪽은 귀영위의 손에 들려있었고 힘껏 잡아당기자 유숙은 넘어졌다."데리고 가거라!"서일이 말했다.귀영위는 유숙을 잡고 난간 밖으로 뛰어나가 당당하게 찻집 정문으로 나갔다.유숙은 또 무엇이라 중얼거리려 하자 다른 한 귀영위가 채찍으로 그의 입을 향해 후려쳤고, 그는 뺨에 피가 나도록 맞고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서일은 평서 선생을 훑어보다 공수했다."누구시옵니까?"방금 서일은 이미 밖에 잠복해 있었고 줄
유숙을 잡아 한바탕 엄하게 심문을 한끝에 그는 자신이 북막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였고, 경중에 잠복하여 북당 황실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며 필요시에는 손을 써서 교란을 했고 이전에 확실히 홍열을 도와 약재를 수매했다고 했다. 그리고 북막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바로 그들 병부의 화약 무기들이다. 그들이 움직이기만 하면 북막은 전국의 힘을 들여 북당을 공격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무기들이 다시 세상에 나오기만 하면 북막도 반드시 북당에게 삼켜질 것이다.북막의 진가는 일찍이 이 화약 무기들로 인해 손해를 본 적이 있기 때문에 그들은 이 무기들을 가장 꺼려 한다.우문호는 궁에 들어가 명원제에게 보고를 했고 불가피한 일이니 북막과의 전쟁을 다시 제기했다.북막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선제를 공격을 하려는 것이 바로 우문호의 뜻이다.그동안의 정보에 따르면 북막은 대거 침범할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그들은 변방으로 끊임없이 식량을 운송하고 있다. 만약 북당이 남강을 평정한 뒤 병력을 집중해 북막을 대처한다면 승산이 더 낮을 것이다.명원제는 조정에서 이 일을 상의하였으나 조정의 신하들은 모두 전쟁을 될수록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특히 지금 남강의 대란이 평정되지 않았는데 경솔하게 출전하면 국고가 감당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우문호는 지금 출전하지 않더라도 북당은 본격적인 준비 태세에 들어가야 하며, 지금처럼 북막이 침범을 할지 말지 지켜만 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문관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무관의 지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문무의 대립은 북당에 줄곧 존재했고, 헌무제 시기에 가장 심했다. 허나 태상황께서 등극할 때 이 문제들을 눌러 내렸고 겉보기에는 괜찮았으나 암암리에서는 아주 심각하다고 한다. 지금이 되자 많은 사람들이 이미 태평성세라고 생각했다. 필경 2년 전에 대주와 손을 잡고 숙나라와 북막을 물리쳤으니, 대국이 되어 이렇게 우환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조정에서 문무백관은 이로 인해 논쟁이 그치지 않았고
우문호는 그들이 하나같이 입을 다물고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가슴이 답답하여 한 손으로 잔을 깨뜨리며 노여워했다."당장 나가시게!""태자께서는 노여움을 푸시옵소서. 신들은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사람들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우문호는 퍼레진 얼굴을 하고 그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탕양과 서일, 그리고 원경릉은 모두 문밖에 있었다. 모두가 떠난 후, 탕양과 서일은 모두 원경릉을 보며 먼저 들어가 화를 가라앉히라 했다.원경릉도 우문호가 이렇게까지 크게 화를 내는 것을 본 적 드물었고, 속으로 안타까우면서도 난처했다. 그녀는 문을 열고 먼저 머리를 내밀고 들어가 그를 향해 히죽 웃었다."나리!"우문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는데 눈가에는 노여움이 아직 가시지 않은 듯했다. 그러나 그가 만나고 싶었던 사람이 왔으니 그의 안색은 약간 풀어졌다."들어와!"원경릉은 다가가 그의 뒤로 걸어가 손을 뻗어 그의 미간을 어루만지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화내지 말아라. 화로 건강을 해치면 얼마나 가치가 없는 일이라네.""나를 태상황으로 생각하고 달래는 것이냐?"우문호는 눈을 감았고 그녀의 손이 미간과 관자놀이를 누르는 것을 느끼며 편안해졌다. 방금은 정말 화가 치밀어 올랐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이 일은 급해서는 안 된다네. 아무래도 군대를 움직이는 큰일이니 두세 마디로 모두 의견이 통일될 수 없네."그러자 우문호가 말했다."의견은 영원히 통일될 수는 없네. 북막의 군사가 성 앞까지 쳐들어와도 담이 작은 자들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지언정 세게 싸우려 하지 않다네.""그렇게 말할 수도 없다네. 그들이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잖느냐."우문호는 그녀의 손을 잡아 그녀를 돌아서게 했고 눈빛은 아주 진지해 보였다."우리와 북막은 항상 문제가 있었고 북막도 우리를 으뜸가는 적으로 여겼지 않느냐. 그들은 고한에 처해있으니 줄곧 국토를 확장하여 북당의 아름다운 강산을 침점하려고 했다네. 최근 몇 년간 그들의 야
원경릉은 아바마마도 그를 지지하지 않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쩐지 조정의 신하들도 모두 반대했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전쟁을 두려워한다.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나라가 부서지고 백성들이 의지할 곳을 잃기에 매일 마음이 조마조마할 것이다. 특히 지금은 모두가 태평성세라고 생각하니 이때 호전적이면 나라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밀어 넣을 것이라 생각한다.그러나 북막의 도발은 언제 멈춘 적이 있는가? 애초에 대주와 손을 잡았을 때, 북막은 사실 진정으로 전쟁에 참여한 것이 아닌 실력을 축적해왔다. 그리고 강한 군사력을 가진 대주는 이 2년 동안 감히 해이해지지 못하고 줄곧 자신의 변강 실력을 장대시켰으며 국내에서 경제를 발전시켰다. 지금 진정정 부부도 모두 무성에서 선비와의 변경에 주둔하고 있으며, 무성과 100리 떨어진 곳은 북막의 령격으로 북막의 군사적 중지라고 할 수 있다.대주도 감히 해이해지지 못하는데 북당이 오히려 해이해지니 북막에서 북당을 치지 않으면 대체 어디를 치겠는가?하지만 이런 일들은 그녀도 도울 방법이 없었다. 걱정으로 인해 마음이 심란한 다섯째를 보며 그저 작은 소리로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우문호는 그녀의 손을 잡고 마음을 가다듬었다."됐다. 이런 말 안 하겠오. 오늘 너와 함께 수라를 들 거고 오늘은 관아에 돌아가지 않을 거다.""응!"원경릉은 대답을 하고 그와 함께 나갔다.밖에 있는 탕양과 서일도 따라가서 점심을 먹었고, 그 후 탕양과 우문호는 서재로 들어갔다.저녁 무렵이 되자 우문호는 위왕에게 서신을 보내 북막의 동향에 주의를 돌리게 했다.며칠이 지나자 냉정언의 서신이 돌아왔고, 곧 북강의 무당과 회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순조롭다면 전쟁을 평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강에서는 조건을 내걸었고, 다른 것들은 모두 해결이 쉽지만 유독 한 가지가 걸렸다. 그것은 바로 북강의 영구적인 세금을 면제하는 것과 군대를 주둔시키지 않고 관아와 관리를 파견할 수 없다는 것이였다. 즉 북강은 여전히 자치적이였으며 조정의
원경릉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북막이더냐? 북막 사람들이 이런 수단을 쓰다니. 백만 냥의 황금이단다!""이리 나리께서는 북막이 요 몇 년 동안 형편이 좋지 않아 국고가 일찍이 비어 있기 때문에 이 백만 냥의 황금은 독고 가의 것으로 의심된다 했사옵니다. 독고 가문에서 그와 동맹을 맺을 때 금을 숨긴 장소를 북막인에게 알렸답니다. 그래서 북막인은 이 황금을 가져간 후 먼저 태자의 목숨을 사려 하옵니다. 태자께서 전쟁에 앞서시니 태자에게 일단 사고가 나면 북당에는 황태자를 잃을 것이고 반드시 한동안 정세가 크게 흔들 것이옵니다. 북막은 그때를 틈 타 침공을 할 것이고 짐들이 반응할 기회도 주지 않을 것이 옵니다. 만약 전쟁을 신속하게 끝낼 수 있다면 백만 냥의 황금은 아주 가치 있게 쓴 편입니다. 왜냐하면 북막인들은 더 이상 소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3년에서 7년 정도 소모하면 어떻게 백만 냥의 황금에 그치겠습니까? 그러니 이 장사는 어떻게 보아도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지요."원경릉은 이번에 진정으로 제왕의 집안에서 태어난 비애를 느낄 수 있었다. 대권을 쥐었지만 오히려 자신을 위험한 지경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마마께서도 너무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이리 나리께서 이번에 온 것은 초왕부에 방어를 설치하는 동시에 암암리에 태자를 보호할 사람들도 안배할 것이옵니다. 아무래도 태자께서 항상 초왕부에 있을 수도 없으니 말이죠. 다만 이번에는 이전의 모든 위기들보다 더 심각합니다. 백만 냥의 황금이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지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사옵니다. 천지통에서 알아낸 소식에 따르면 늑대골 출신의 사람도 올 가능성이 높사옵니다.""늑대골 출신의 사람? 거의 대부분 다 죽지 않았더냐?"원경릉의 긴장하기 시작했다. 늑대골에서 나온 사람이 얼마나 모질고 무공 또한 얼마나 높은지 훼천과 홍엽을 보면 알 수 있었다."아닙니다. 늑대골은 3년에 한 무리가 나오는데 이 사람들은 나온 후 독고 가문을 위해 8년을 일하고, 8년 후 죽지 않았다면
이리 나리와 우문호는 서재에서 대략 한 시진이 넘도록 말했다. 이리 나리가 상황을 알려준 후 그들은 어떻게 방어를 배치하고 어떻게 무기를 서둘러 연구개발하여 조중 신하들과 아바마마께서 전쟁에 동의하도록 설득하는지를 상의했다.우문호는 두려워하지 않았고 그저 원 선생이 무서워할까 봐 걱정되었기에 그래서 이리 나리와 상의한 후 바로 소월각으로 돌아가 원경릉을 찾았다.미색은 이미 나간 상태였고 원경릉은 방에서 다바오를 위해 옷을 꿰매고 있었다. 다바오는 그녀의 발밑에 엎드려 큰 귀를 쫑긋 세웠다. 우문호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 다바오는 꼬리를 흔들며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우문호는 앞으로 가 원경릉을 안고 그녀의 붉어진 눈시울을 바라보며 말했다."걱정하지 말거라. 괜찮다."원경릉은 그를 보며 눈시울이 더욱 붉어졌다."늑대파가 있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괜찮을 것이다. 게다가 쌍둥이도 있고 떡들도 있고 설랑이랑 호랑이까지 있으니까 우리는 그들한테 지지 않을 것이야."다바오는 두 번 낑낑 소리를 냈고 원경릉은 다바오를 보며 웃었지만 웃음소리에는 울컥함이 배어 있었다.“다바오도 도울 수 있다네."우문호는 그녀가 애써 걱정스러움을 감추는 것을 그윽하게 바라보며 손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안아 위로해주었다. "맞소. 그래서 더 걱정할 필요가 없다네. 나와 이리 나리는 이미 계획이 있다. 신속하게 군사만 내보낸다면 이 현상령이 더 이상 두렵지 않을 것이야. 일단 군사를 내보내면 북막사람들은 더 이상 이 황금을 쓰려 하지 않고 반드시 다시 가져가 전쟁을 준비할 거다.""알겠소."원경릉은 자신이 있다는 그의 말을 듣고 왠지 마음이 놓였다. 사실 그는 어느덧 북당이라는 나라를 일으킬 수 있는 영웅으로 성장해 있었기에 그 해 초에 알게 된 사람과는 완전 딴판이다.그녀는 그에게 자신이 있었다. 몇 번의 위기도 넘겨왔는데 이번도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두 사람은 서로 껴안고 서로에게 힘을 주었다. 그녀를 놓아주었을 때 그녀의 눈빛은 다시 의연한 빛을 되찾았다.그
원경릉은 바느질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것이냐? 괜히 그거 땜에 마음속이 불안해지지 않느냐. 무슨 칠순 여든이 되는 노인네가 살아생전을 회상하는 것처럼 말하지 마소."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웃기 시작했다."그려, 말하지 않으마."원경릉이 말했다."당신도 아쉬워하거나 후회하지 마오. 당신은 평생 나한테 잘해주는 것으로 과거에 했던 잘못을 메워야 하기 때문이오. 그리고 이번 생에는 나보다 먼저 갈 생각은 하지도 마오. 어떤 고비든 이를 악물고 버텨서 넘겨야 한다네.""그런 당연한 소리를!"그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원경릉은 미소를 지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옷을 다 꿰매고 다바오에게 입히자 다바오가 득의양양하게 갔다.우문호는 원경릉을 안고 말했다."안심하오. 아무리 큰 고비라도 내가 짊어질 것이니!"원경릉은 그의 품에 기대어 힘찬 심장소리를 들으며 묵묵히 답했다.태상황께서 편찮으셔서 원경릉은 다음날 궁으로 갔다.그녀는 사실 궁에 들어갈 때 태상황이 그녀를 보고 싶어 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태상황은 그녀가 오는 것을 보고 아주 기뻐했다.세 사람은 대전에서 바둑판을 두었고, 소요공과 수보는 바둑을 두고 태상황이 관전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원경릉과 몇 마디 얘기도 나눌 수 있었다.세 사람 모두 기침이 좀 나고 콧소리가 심해서 고뿔이 심하게 걸린듯했다. 그러나 어의가 처방한 약을 드시고 있으니 원경릉은 약을 따로 처방하지 않았다.태상황은 왜 다섯째가 오지 않느냐고 물었고 원경릉이 답했다."신하를 소집하여 일을 의논하고 있사옵니다. 내일 시간이 나면 오라고 전하겠습니다.""바쁘면 일을 보라 하거라. 과인은 괜찮으니 급히 올 필요 없다네. 그저 물어본 것이다."태상황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혹시 요 며칠 다섯째가 무슨 말을 하더냐?"원경릉은 태상황이 무엇을 묻는지 알고 있다. 이 건곤전에서 그녀는 너무 많은 것을 꺼릴필요 없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원경릉은 이런 말을 듣고 하마터면 뛰어오를 뻔했다."출정을 하시려는 것이옵니까?"태상황은 그녀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아 콧방귀를 뀌었다."어찌 우리를 무시하는 것이느냐? 우리가 전쟁에서 싸울 때 너는 어디에 있었는지도 모른다.""맞다네. 예전에 황궁 별채에서도 우리는 똑같이 갑옷을 입고 적에게 대항하지 않았는가?"소요공이 묻자 원경릉이 다급히 말했다."그게 어떻게 똑같습니까? 그때는 안풍 친왕 부부도 있었사옵니다.""그들이 없어도 우리는 너무 뒤처지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이 싸움은 매우 중요하니 그들도 아마 올 것이야!”태상황이 말했다."하지만 조정에 무관이 없는 것도 아니고 어찌 태상황께서 지휘를 하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건 절대 안 돼옵니다. 전쟁터가 얼마나 험악한데, 태상황께서는 지금 몇 걸음 걸으셔도 숨을 헐떡이고 심장도 좋지 않아 갈 수 없습니다."원경릉은 그의 말이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태상황은 몸이 이렇게 나쁘고 몇 년 전에 거의 목숨을 잃을 정도였다. 비록 운이 좋아 구해냈지만 요 몇 년 동안 강해져 봤자였다. 항상 때때로 병이 나고 심장병과 천식까지, 이 모두 작은 병이 아니다. 전쟁터에 나가 정말 발작이라도 일으키면 누가 그를 구할 수 있을까?원경릉은 절대 동의할 수 없었지만 상대는 그녀의 동의를 구할 생각도 없이 간단명료하게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이미 결정을 내렸다네!"원경릉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그때 별채에서 한바탕 싸우고 나서 싸우는 것에 빠져버린 건가? 전쟁에도 빠져들 수 있나?"태자비."소요공은 자리를 바꾸어 태사의자에 앉았고 마치 대장군과도 같은 위엄을 풍겼다."내가 묻겠네. 두 군사가 대적했지만 강약에 큰 차이가 있다네. 강자가 이기는가 아니면 약자가 이기는가?"원경릉은 그의 지혜로운 눈동자를 바라보았다."그것은 만약 병력의 강약 차이가 크다면 강자가 이길 가능성이 조금 더 높을 것이옵니다.""좋네. 태자비는 강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강자가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네. 그럼 강약
대오가 경성으로 돌아올 때 홍엽도 원숭이와 같이 돌아왔는데, 그도 풍도성에서 힘을 보탰다. 사실 홍엽이 안 가도 안풍 친왕이 모든 걸 다 준비해 둬서, 안풍 친왕 능력이면 안지여 정도 상대하기는 식은 죽 먹기였다.이리 나리 일행은 경성에 도착해, 우선 집으로 돌아가 공주와 천행이를 보고 가족이 함께 밥을 먹은 뒤 입궁해서 경과를 보고했다.사적인 원한은 한두 마디로, 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은 지금 받아야 할 벌을 받고 있으며 아직 죽이지 않았다고 했다남은 건 정사를 논하는 것이었다.“어머니와 같이 풍도성에서 보름 정도 지내며 기본적인 민심을 파악했는데, 천문 세가는 백성들 사이에서 아직 명망이 높아 보입니다. 풍도성 백성들은 사실 세금이 너무 많고 경제가 번영한 성과가 전부 안지여 수중에 떨어지는 구조로 되어 있어 안지여의 통치에 불만이 있었다고 합니다. 조정에서 풍도성을 접수한 것에 백성들 대부분은 찬성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천하태평이냐 하면 그럴 순 없는 것이, 일부는 성주가 자기들의 황제라 여기고, 조정이 풍도성을 접수한 것이 풍도성이 침략당했다고 여겨 나중에 약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부를 임명하실 때 신중하셔야 할 것입니다.”우문호가 말했다. “흠, 큰할아버지께서 천거한 사람이 있는데, 바로 박원이라네. 자네 생각은 어떤가?”그러자 이리 나리의 눈빛이 빛났다. “제 아버지가 추천한 사람이니 전 찬성입니다!”“아버지?” 우문호가 의아해하며 이리 나리를 쳐다봤다. ‘안풍 친왕비가 사부님이면 안풍 친왕은 사부의 남편 아닌가? 어떻게 아버지가 되지? 사부님의 배우자니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게 더 맞지 않나?’“흠, 안풍 친왕은 제 아버지십니다!” 이리 나리는 더 설명할 생각이 없는지 어쨌든 그렇다고 주장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한 번도 그를 아버지라 부른 적 없지만, 마음속에서만큼은 진정한 아버지였다.“하하하!” 우문호도 그저 웃으며 더는 묻지 않았다.이리 나리가 퇴청할 때 우문호가 이리 나리를 부르자 고개를 돌렸다. “무
“우선 박원이랑 소홍천 의사부터 물어보자. 억지로 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동안 그들이 날 많이 도와줬으니 전부 원하는 대로 하자고.” 우문호가 말했다.“그러자!” 원경릉이 일어서며 말했다. “오늘 저녁 애들 데리고 어머님께 가서 수라를 들려면 빨리움직여야 해. 꾸물대면 늦을거야.”그러자 우문호도 계란이를 안고 일어섰다. “그래, 우리 황조모한테 가서 맘마 먹자.”우문호가 나가서 부르자 아이들이 달려와, 같이 왁자지껄하게 수라를 들러 황태후 전으로 갔다.황태후는 원래 우문호에게 할 말이 있었지만, 식사 자리에 아이들이 있어서 기다렸다가 저녁을 다 먹은 뒤 우문호와 아이들이 나가서 놀고, 원경릉이 황태후와 얘기를 나눌 때 말을 꺼냈다.“천행이가 태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부마를 풍도성으로 보낼 수가 있지.. 공주가 얼마나 괴로웠을까.”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공주는 사정을 훤히 알고 있어서, 이리 나리께서 풍도성에 가는 걸 지지하셨는걸요.”“말은 그렇게 해도, 출산 후에 여자 곁엔 남편이 있어야 하는 법이야. 하지만 이것도 단지 우리 가족끼리 하는 얘기일 뿐이고, 조정 일을 내가 함부로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는 노릇이지.”황태후는 이리 나리가 풍도성으로 간 진정한 목적을 전혀 몰랐으며, 단순히 어지러운 형국을 정리하러 갔다고만 알았기 때문에 순수하게 공주를 아끼는 마음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어마마마, 걱정하지 마세요. 이리 나리는 이미 돌아오는 중이래요.” 원경릉이 위로하자 황태후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거 잘됐네!”온 가족이 별빛을 받으며 천천히 소월궁을 거닐었다.계란이는 아빠 품에서 잠이 들었고, 아이들은 놀다 지쳐서 아빠 엄마를 따라 천천히 걷고 있었으며, 목여 태감이 궁인 둘을 데리고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는 가운데, 궁 안은 인적이 드물어 밤이 되자 상당히 고요했다.“어마마마께서 공주를 아끼셔서, 이리 나리가 하필 이때 풍도성에 보냈냐고 하셨어.” 원경릉이 말했다.“날 원망하셨어?” 우문호는 품에 있는 아이가 깰
늑대파 사람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질질 끌고 나가는데, 소여쌍은 여전히 미친사람처럼 웃어대기만 했다.이리봉청은 그들이 끌려 나가는 것을 보자, 눈앞에 안지여가 자신을 데리고 소여쌍의 침대 앞으로 가서 소여쌍의 그 악랄한 말을 듣던 순간이 떠올랐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여리여리하고 아름답던 그녀가 이렇게 변해 버린 게 꿈처럼 느껴졌다.풍도성을 접수한 뒤 안풍 친왕은 관리들을 새롭게 임명했고, 더 이상 성주 같은 것을 두지 않고 조정과 이부에 적합한 인사를 선발해 풍도성 지부로 앉힐 것을 요청했다. 풍도성은 더 이상 이전의 독립 자치 지역이 아닌, 다른 주나 현과 마찬가지로 조정에 귀속되어 통일서 있게 다스리게 되었다.더불어 안풍 친왕은 별도로 서신을 써서 황제인 우문호에게 보냈는데, 풍도성을 추천하지만, 이건어디까지나 건의와 추천이니 황제가 생각하는 마땅한 사람이 있으면 안풍 친왕의 추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동시에 안지여의 잔당들이 계속 나타났다.안풍 친왕이 이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려오고, 호랑이와 눈 늑대, 회색 늑대까지 출동시킨 건 바로 모든 세력을 강화하고, 신속하게 진압해 풍도성을 조정에 복귀시키고 보름 만에 비적을 토벌하며 기본적인 숙청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박원은 잔당의 남은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안풍 친왕의 영패를 가지고 부근에 5천 명의 군사를 파견시켜 풍도성을 지켰다. 이리 나리는 자금을 지원해 천문 세가의 묘를 이장하였는데, 이전 무덤은 안지여가 고른 곳으로 폐허에 가까워, 그는 천문 세가 사람들이 그런 곳에서 안식을 취하기를 원하지 않았다.풍도성에 온지 거의 한 달가량 될 때쯤, 대군은 경성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돌아가기 전에 미색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보러 갔다가, 돼지우리에서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사는 것을 보고 그제야 비로소 맺혀 있던 한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미색은 이리 나리와 어머님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두 사람은 이미 안지여가 누군지 잊은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리봉청에게 있어 모든 건 지나가지 않았고, 36년 전 일은 여전히 어제 일 같이 느껴졌다.“어머니, 그를 어떻게 처분하시겠어요?” 이리 나리는 이리봉청의 마음을 넘겨짚을 수 없어 함께 걷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은 어떠니?” 이리봉청이 다시 되묻자 이리 나리가 원한에 사무친 눈빛으로 말했다. “제게 처분하라고 하면 전 그를 죽여 버릴 겁니다.”이리봉청은 알았다며 대답만 했다가, 다시 30분쯤 걷다가 정자에 앉아 을 때 말을 덧붙였다. “난 안 죽일 거야.”이리 나리가 약간 놀라서 물었다. “어머니, 또 마음이 약해지신 겁니까?”이리봉청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반대야. 그 인간을 죽이는 게 마음이 약해진 거지. 사실 며칠 동안 이전의 원한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 인간을 백번이라도 죽이겠지만, 난 그럴 수 없더구나. 아들아, 게다가 오늘 천문 세가 대문을 들어서는 그 순간, 더욱 마음을 굳혔단다.”이리봉청이 일어나 집안을 둘러봤다. 이곳은 그녀의 가족들이 살아 원래 온통 사람 소리로 가득한 곳이였다. 그들의 웃던 광경이 눈앞에 비치는가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에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천문 세가는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없는데 멸문지화를 당했고, 가엾게도 그 중엔 아이들이 많아서 제일 어린아이는 이제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었다.이리봉청의 얼굴에 눈물이 타고 흐르며 가슴이 미어졌다. “그자와 소여쌍을 밖에 내버리고 사람을 시켜 지켜보도록 해. 죽게 두지 말고 계속 살려둬. 36년은 더 살면서 이 세상의 고생을 모두 겪어야, 내 마음에 맺힌 한이 풀리고 억울한 망자들도 안식에 들지!”이리 나리는 온몸으로 그 마음이 느껴져, 어머니가 눈물 흘리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었다. “네, 전부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할게요.”안지여와 소여쌍은 버려졌다. 짧은 며칠 사이에 안지여는 의기양양하던 성주에서 시궁창 쥐로 변해, 사람들이
안지여는 풍도성 지하감옥에 갇혔다. 빛 한 줄기 없는 지하감옥에서 사방에 끝없는 어둠과 절망만이 안지여를 삼키고 있었다.훼천의 형벌은 12 시진 후면 사라져서, 앞으로 안지여는 그저 한 명의 폐인일 뿐이었다.안지여의 결사대가 성으로 공격해 들어오기 전에, 이리봉청은 오 선생을 찾아내 안지여가 저지른 모든 죄를 고백하게 하고 안풍 친왕이 친필로 받아 적었다. 안지여가 당시 천문 세가를 해친 경위를 소상히 써 내려간 뒤, 오 선생과 안풍 친왕의 직인을 찍고 인쇄해서 대중에게 공개했다.안지여의 죄악은 하늘을 찔러 백성들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안지여의 결사대의 옛 부하들이 본래 성을 공격해 들어가 안지여를 구출할 계획을 세워놓았으나, 안지여의 죄상이 공포된 뒤로 많은 사람들이 해산하였다. 유일하게 무대장군만이 수천 명을 데리고 성으로 쳐들어왔지만, 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가 이미 대비해둔 덕분에, 경성에서 굴러온 돌이 무대장군의 박힌 돌을 빼내는 전투를 벌였다.풍도성에 온 지 7일째, 안풍 친왕은 풍도성을 접수하고 성에 살던 사람을 쫓아내며 서민으로 강등시켰다.안지여와 소여쌍에 대한 처분은 이리봉청에게 넘겼다.안지여는 캄캄한 지하감옥에서 6일을 지내는 동안, 처음엔 침착한 척 가장했으나 사흘째가 되자 울부짖으며 악독한 저주의 말을 내뱉더니, 나흘째가 되자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며 참회했다.손발의 힘줄이 끊어진 안지여는 일어나 걸을 수도 없고 심지어 스스로 몫숨을 끊을 힘도 없었다.그 와중에 매일 누군가가 먹고 마시도록 해주고, 상처도 치료해 주어 살 수 있다는 부질없는 희망을 품게 했다.훼천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절망은 살아도 죽느니만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것으로, 온 마음으로 죽기를 바라지만 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가, 안간힘을 쓴 뒤 다시 절망에 빠지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사람을 한없이 죽였다 살렸다 괴롭힌다고 했다.결국 안지여를 죽일지 말지 여부는 이리봉청에게 달렸는데, 그녀는 안지여를 단번에 죽여 천문 세가
안지여의 이마에 파란 힘줄이 불끈불끈했으나 냉정을 가장했다. “내가 두려워할 줄 알았나 보지? 죽음도 두렵지 않은데 뭘 더 두려워하겠어?”“넌 두려울 것이야!” 이리봉청이 고개를 돌려 이리 나리를 보고 살짝 그의 팔을 잡았다. “내가 오는 길에 늑대파 사람이 그러던데, 천하에서 제일 잔혹한 형벌을 아는 사람이 늑대파에 있다고. 그게 사실인 것이냐?”이리 나리가 가볍게 답했다. “물론 사실이죠. 훼천이라고 합니다. 늑대골 출신이에요.”“안지여가 버틸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보고 싶구나.” 이리봉청이 말했다.이리 나리가 엄숙한 태도로 명을 내렸다. “훼천!”그러자 훼천이 급히 나왔다. “이리 나리, 분부하시지요!”이리 나리는 그가 짐짓 냉정한 척하고 있으나 눈빛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몸까지 부들부들 떠는 것이 아주 만족스러워 훼천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시작해!”안지여가 갑자기 큰 소리로 욕했다. “난 네 아버지거늘, 감히 나에게 손을 대다니, 천벌을 받아 마땅한 놈 같으니라고!”이리봉청이 이 말을 듣고 잠시 주저하는 눈빛으로 이리 나리를 바라봤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제 아버지는 오직 저를 키워주신 안풍 친왕뿐이십니다.”이리봉청이 살짝 안도했다. “저 인간이 단지 나만 해쳤으면 네 체면을 봐서 놔줬겠지만 천문 세가의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니 난 용서할 수 없구나.”“이리봉청, 너 언제 이렇게 악랄하게 변했어? 죽이려거든 그냥 죽여. 난 천문 세가 사람을 죽이긴 했어도 그들을 괴롭히진 않았어. 네가 날 죽이려거든 깨끗하게 단번에 죽여!”안지여가 크게 노해 몇 번 몸부림을 치다가 상처가 벌어지는 바람에 배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훼천이 가까이 다가가자, 눈에 두려움이 깊어졌는데, 늑대골 출신 훼천은 온몸에서 피비린내가 뿜어져 나와 안지여를 덜덜 떨게 했다.“이리율!” 안풍 친왕비는 시ㅈ가하기 전에 이리 나리를 불렀다. “내가 여기서 네 엄마와 같이 있을 테니 넌 먼저 나가 있거라!”이리 나리가 안풍 친왕비에게
안지여에게 구원 병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리 나리 일행이 성을 제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대오가 경성에서 출발하기 전에, 안풍 친왕비가 미리 사람을 풍도성으로 보내 각처, 특히 성 수비군과 군대에 잠입시켜, 음식에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독을 풀어, 오늘 중독 증상이 나타나도록 독의 분량을 조절했다.적어도 내일까지는 안지여를 도우러 올 사람은 없었다. 독성은 적어도 이틀이 지나야 깨끗해지기 때문에 이틀 동안 그들은 설사와 전신 무기력으로 성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아도 와서 도울 수 없었다.그리고 그들이 기력을 회복할 때쯤이면, 안지여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는 성을 통제하고, 안지여 부부를 제압해 두 사람을 줄로 묶고 지혈시켜 주었다.안지여는 요 몇 년 동안 자신이 상당히 대단하다고 여겼다. 이는 풍도성이 부유하기 때문으로, 돈으로 많은 사람을 살 수 있었으며, 여러 곳에서 추켜세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절하게 패배한 적이 없었던 이유는 진정한 적이 없기 때문으로, 주변의 떠돌이 비적은 작은 마을 규모로 너무 작아서 소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코 그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적이 너무 약해서였다.조정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는 제대로 훈련받은 적 없는 비적었기에 일격도 감당할 깜냥이 못됐다.이리 나리는 둘을 중정에 묶어 두었다. 온 바닥에 남은 음식과 깨진 기와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본 안지여는 마음속 깊이 분노가 일었다. 자신의 생일날, 그를 다치게 한 것이 바로 그의 친자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오늘 이렇게 많은 고수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런 결말을 맞다니 너무 불쾌했다. 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을 부축하고 안지여 부부 앞으로 가서, 그녀가 안지여 부부를 내려다보자, 그들은 낭패에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으로, 이리봉청은 분노하는 마음과 함께 서글픈 마음도 들었다. 그들을 죽이면 커다란 복수는 이뤄 천문 세가 망자의 원혼은 달랠 수 있었다.하지만 저들을 이렇게 쉽게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이리 나리가 검을 휘두르며 안지여를 겨누자, 안지여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후퇴했다.공자들은 돕고 싶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에게 바로 제압당했다. 안지여는 이리율 것으로 그들은 주변 사람을 제압하기만 할 뿐 옆에 서서 전투를 관전하고 있었다.이리율의 무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를 가르친 안풍 친왕 부부를 제외하고, 사실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이리율의 검법은 신속하고 맹렬해서 안지여는 상대하느라 쩔쩔매고 구석으로 몰리고 있었다. 성안의 호위들은 늑대 무리와 늑대파, 홍매문 사람들에게 막히는 바람에 안지여는 홀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버틸 수 있었다.하지만 30분을 못 가서 안지여는 질게 틀림없었다.놀란 나머지 계속 실성해 있던 소여쌍이 갑자기 이리봉청을 향해 바싹 마른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조르며 광적인 집착과 분노에 사로잡혀 성질을 부렸다. “멈춰, 다들 멈추라고. 안 그러면 내가 이년을 죽여버릴 것이니까!”소여쌍은 무공을 할 줄 알았지만 잘하지 못한 것이 어릴 때부터 계속 중병을 앓아 무공 연습에 소홀했고 성주 부인이 된 뒤로는 더욱 병기에 가까이할 일이 없었지만, 공력만큼은 아직 약간 있었다.소여쌍은 증오의 힘으로 이리봉청의 목을 졸랐는데, 소여쌍이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이리봉청의 목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안풍 친왕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서려 하자, 안풍 친왕비가 말리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뜻으로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참으라는 눈짓을 하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모두가 이리봉청이 제압당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손가락으로 뭔가를 쥐고 있어 소여쌍의 어깨 위를 휘감고 팔을 눌러 소여쌍이 머리를 돌리게 했다. 이리봉청 손에 쥔 것은 바늘로, 그대로 소여쌍의 오른쪽 눈을 찌르고 들어갔다.소여쌍이 절규하며 이리봉청을 놔주고 선혈이 흐르는 눈을 움켜쥔 채 비틀거리다 바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구르며 새된 소리를 지르는데, 원망과 저주의 말을 끊임없이 쏟아
풍도성 중정에는 안지여의 아들들과 사위가 그의 곁에 남았는데,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점점 공포에 질려가고 있었다.‘이 사람들, 아주 대단하구나!’안지여는 이리봉청을 보고 비록 조금 냉정해 보였지만, 여전히 놀라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갑자기 소여쌍이 큰 소리로 웃으며, 몸을 앞뒤로 흔들며 눈물을 찔끔거리더니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이리봉청을 가리키며 원망했다. “뜻밖에 네가 안 죽었단 말이지? 게다가 아들까지 있고. 참으로 황당하구나. 정말 너무 황당해. 원래 죽어야 했을 인간은 죽지 않고, 잘 살아야 할 사람은 36년간 괴로움을 당했어. 이리봉청 네가 날 비참하게 만들었으니 넌 이제 지옥에 떨어져야 해.”이리봉청은 소여쌍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했는데, 그녀 눈에는 지금 안지여만 들어왔다.안지여는 36년을 살아왔지만, 이리봉청에게 있어 36년은 마치 사라진 시간처럼 멸문지화의 원한이 어제 일 같았다.안지여도 이리봉청의 눈에서 분노와 악랄함을 보고, 처음으로 마음속에 두려움을 느꼈다.안지여는 억지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네 사람을 데리고 가. 지난 일을 묻지 않을 테니. 그렇지 않으면 풍도성에서 곧바로 10만 대군이 올 것으로, 살아서 도망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아.”이리봉청의 목소리가 낮게 잠겼다. “우리는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바로 네 성으로 쳐들어갈 수 있어. 넌 이미 졌어.”안지여가 웃었다. “졌다고? 그래?”안지여는 수하의 대장군이 믿음직해서, 그들을 당하게 놔줄 수도 있다고 여겼다. 대장군의 부대는 분명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을 것으로, 아마 지금쯤이면 궁수들이 이미 배치를 마치고 그들을 전부 쏴 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어머니, 저자와 말 섞으실 필요 없어요. 앉아서 지켜보시기만 하면 됩니다!”말을 마치고 의자를 올리더니 이리봉청을 부축해서 앉혔다.안지여가 이리 나리를 보는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