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453화

Author: 유애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02-18 18:00:00
원경릉이 다시 물었다.

"상궁께서 그와 이 말들을 할 때, 그 유숙이 옆에 있었습니까?"

희상궁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있었네, 그 유숙은 줄곧 자리에 있었다네."

"그 자는 무슨 자이옵니까? 공주께서 태어났을 때 궁에서 보내 가신이 옵니까?"

"아니라고 기억하네. 당시 보낸 가신은 몇 년 후에 병으로 죽었네. 이 유숙의 정체에 대해 나는 확실히 모르네. 공주가 시집간 후 숙태비도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뜨셨으니 그녀도 궁에 들어와 태상황께 문안을 할 때가 적었네. 그래서 공주부에 일에 대해서는 나도 많이 알지 못하네. 오히려 그 몇 명의 아이들은 예전에 제왕과 함께 놀았고 자주 궁에 오니 많이 보았었네."

희상궁은 말을 마치고 원경릉을 보며 물었다.

"왜? 그 유숙이 의심스러운 곳이 있는 것인가?"

원경릉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모르옵니다. 조사를 해보고 다시 말씀드리겠으니 이 일은 먼저 궁에 말하지 마시고 태상황 앞에서는 혜평 공주에 대한 이야기를 최대한 적게 하십시오."

"걱정 말게. 모두들 말하지 않을 것이네. 태상황께서도 떠올리려 하지 않네."

희상궁이 말했다.

오랜만에 돌아왔으니 희상궁은 바로 기 상궁을 만나러 갔다.

두 어르신은 반나절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고, 희상궁은 반드시 태자비의 음식을 주의해야 하고 아이에게 어떠한 문제도 없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하였다.

희상궁은 떠날 때 아주 아쉬웠다. 초왕부에서 5~6년을 살았으니 사람이든 물건이든 모두 마음에 담아 두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녀가 가장 걱정하는 떡들이 궁에 있으니 그녀는 떡들의 곁을 지킬 생각이였다.

물론 세 명의 진정한 아이 외에 또 세 명의 늙은 아이가 궁에 있기 때문에 아쉬워하는 것도 잠시 뿐이었다. 마차에 올라 궁으로 돌아가니 그녀는 다시 마음을 돌렸다.

희상궁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섯째가 돌아왔다. 탕양은 이 일을 그에게 알려주었고 그는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당장 이 유숙을 조사해 보거라."

"이미 사람을 보내 조사하게 했사옵니다. 다만 유정 쪽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명의 왕비   제2454화

    유정은 구매자가 있다는 말을 듣고는 원경릉이 절반의 수익을 갖는 것을 동의했다고 생각해 매우 기뻐하며 그 돈을 반드시 초왕부에 줄 것이라 말하며 원경릉을 안심시켰다.원경릉도 싫다고 하지 않았다. 다섯째는 오늘 관아에 돌아가기 전, 유정이 돈을 분배하는 것을 먼저 거절하지 않고 유숙이 이 일을 퍼뜨리는지만 보면 그의 목적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이렇게 여러 해 동안 공주부에 잠복해 있던 사람을 조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적어도 3~5일 안에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였다. 그러나 그의 목적이 명확하다면 기본적으로 그가 적인지를 확인할 수는 있었다.원경릉이 말했다."이 구매자는 대주 정풍호의 주인장 호청운이라네. 만약 흥미가 있다면 내가 그를 청해 집으로 오게 할 것이네. 자네들이 알아서 얘기를 나누어 보게나. 가격은 상대에서 이미 주었네, 약 공장만 원한다고 하고 이백만 냥을 준다고 하네. 그리고 약은 약 공장의 약만 원하고 자네 어머니께서 생전에 다른 곳에 비축해 둔 약은 원하지 않다네. 이 가격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유정은 크게 기뻐했다. 그는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이미 물어보았었는데, 지금 약 공장을 팔면 틀림없이 다른 사람들이 가격을 낮출 것이니 백오십만 냥에 팔면 아주 잘 팔린 것이라 했다. 이 정풍호의 주인장 역시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그럼 이야기를 나누러 사촌 형수님께서 호 주인장을 대신 청하는 것을 부탁드리옵니다."그가 일어나 인사를 올렸다.원경릉은 댁의 시위를 불러 심부름을 시켰고 또 탕양에게 유정을 접대하라 했다. 그 목적은 유숙의 일을 물어보기 위한 것이니 그녀가 자리에 있으면 불편해진다.탕양은 특별히 사람을 명해 좋은 술을 준비하라고 했고, 또 몇 가지 반찬을 만들어 서일도 불러 유정과 함께 술을 마시고 식사를 했다.식사를 하는 동안 몇 번의 탐색을 했고 유정도 무방비라 한 마디를 물으면 열 마디를 답했다. 마지막에 다행히 유숙이 계셔서 그들에게 방법을 내주었고, 그렇지 않았다면 그들은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고

    Last Updated : 2024-02-18
  • 명의 왕비   제2455화

    이야기를 거의 다 나누다 보니 호청운도 왔다. 탕양은 사람을 명하여 원경릉을 오시라 청해 유정과 함께 호청운과 약 공장을 파는 일을 상의하게 했다.쌍방 모두 의향이 있고 호청운이 비교적 통쾌하게 가격을 제시했기에 유정은 아주 설렜다. 그러나 그는 바로 결정을 하지 않고 돌아가 동생들과 상의를 한 후 다음날 다시 대답을 주겠다 제기했다.호청운은 내일 와서 그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하며 이해를 표시했다.탕양은 직접 유정을 문어귀까지 바래다주었고 웃음을 머금고 다시 한마디 말했다."유 도련님, 오늘 식사 자리에서 한 말은 잊지 마십시오."유정이 말했다."탕대인은 안심하십시오. 제가 약속을 했으니 반드시 드릴 것이옵니다, 걱정 마십시오."탕양이 읍했다."그럼 다행이옵니다. 먼저 도련님께 감사를 표하옵니다!"유정은 마차에 올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탕양이 아직도 배웅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손을 들어 그를 들어가게 하려 했다. 그러나 손을 들어 올린 후 다시 신속하게 내려놓았다. 돈을 주려는 이상 당연히 그들 앞에서 신분을 잃어서는 안 된다.그가 집으로 돌아가자 유숙이 마중을 나와 물었다."큰 도련님, 어떻게 되었사옵니까?"유정이 말했다."유숙은 안심하시게. 상대는 이백만 냥이라는 아주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네. 그러나 그는 약공장만 원하고 의관과 비축해 둔 약들은 원하지 않았다네.""그럼 태자비께서는 뭐라고 하셨습니까? 태자비에게 돈을 나누어 주겠다고 다시 얘기를 꺼내셨습니까? 정말 갖겠다고 하셨습니까?"유숙이 묻자 유정은 앉아 비웃었다."누가 돈을 싫다 하겠느냐? 태자비는 반드시 원할 것이네. 유숙, 초왕부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욕심이 많았네. 그 턍양과 서일도 평소에 그저 도리를 따지는 듯해도 이 일에 도움을 조금 줬다고 나에게 돈을 달라고 했네. 그 탕양은 내가 주지 않을까 걱정되어 문어귀까지 와서는 또 말을 꺼냈다네.""그들은 태자를 따라다니며 봉급이 높지 않으니, 자연히 녹봉 외의 돈을 벌 기회가 있으면 잡으려 하겠지요.

    Last Updated : 2024-02-18
  • 명의 왕비   제2456화

    이튿날, 호청운과 유정 삼 형제는 초왕부에서 만나 약 공장을 파는 일을 결정지었다. 관아에서도 통판이 와서 이 일을 인증하고 계약을 처리했고, 유숙도 마침내 나타났다.그러나 전체 왕부의 사람들은 모두 이 장사에 집중된 듯 아무도 유숙을 유심히 보지 않았다.계약서는 호청운이 만들었고 유정에게 건네어 보게 했다.유정은 볼 줄도 모르고 잘 알지도 못했고 그의 두 동생도 마찬가지로 알지 못했다. 그래서 유숙에게 맡겼다.유숙이 계약서를 보고 있으니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나이는 오십 세 전후로 피부가 거칠고 까무잡잡했다. 검은색 옷을 입었고 팔에는 검은 천을 둘러 감고 있는데, 이는 유 씨네 삼 형제와 마찬가지로 혜평을 위해 상복을 입은 것이다.유숙은 자세히 보고 나서 유정에게 건네주며 말했다."돼옵니다!"유정은 서명을 하고 지장을 눌렀다. 그의 두 동생도 모두 따라서 사인을 하고 지장을 눌렀고, 통판이 관아의 큰 도장을 찍게 하면 이로써 장사가 성립되었다.호청운은 상자를 가지고 왔는데, 안에 든 것은 모두 어음이었고 유정에게 가서 확인해 보라 했다. 어음을 세는 것에 유정은 능해서 한바탕 세세히 세어보았고 금액이 맞자 웃으며 말했다."호 주인장, 약 공장은 주인장의 것이옵니다. 장사가 번창하기를 바라옵니다!"호청운 크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의 말씀대로 되기만을 바라옵니다."그는 일어나 읍했다."모두들 감사하옵니다. 이틀 후 식사 자리를 마련할 테니 다들 체면을 세워 주십시오!""천만에요. 탕대인, 통판 나리와 호 주인장을 배웅하시게!"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예!"탕양은 몸을 굽혔다."나리, 호 주인장, 제가 바래다 드리겠사옵니다!"통판은 호청운과 함께 공수를 하고 탕양을 따라 나갔다.유정은 상자를 열어 느낌에 따라 어음의 반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고 원경릉에게 말했다."사촌 형수, 이 돈들은 차를 드시라 드리는 것이니 주저말고 받으십시오!"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나는 따로 일이 있어서 먼저 실례 좀 하겠네. 탕대

    Last Updated : 2024-02-19
  • 명의 왕비   제2457화

    유정은 어음을 받은 후 유숙의 분부에 따라 부중의 땅굴에 숨겼다. 의관과 사재기한 약들을 모두 판 후 경성을 떠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나 유정 몇 형제는 지금 많은 돈을 얻으니 또 경성을 떠나고 싶지 않아졌고, 그날 저녁에 약속을 하고 삼화루에서 놀았다.유숙도 그들이 저녁에 나가고 난 뒤 어둠 속을 헤쳐 나갔다.그는 찻집 안의 별채 사랑방에 도착했다. 사랑방은 양 면이 막혀있었고, 측면은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다. 앞에는 난간이 하나 있었고 찻집 마당의 평서(評書) 선생을 마주하고 있다. 이곳은 귀인이 앉는 자리다. 이곳에 오려면 차 한 주전자에 한 냥을 써야 한다.그는 차를 한 주전자를 주문하고 평서를 들었고, 다 들은 후에 다 박사(茶博士)를 불러 평서 선생에게 열 냥의 상을 내리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선생을 당장 나에게 모셔오거라!"다 박사는 열 냥의 돈을 보고 눈이 빠질 것 같았다. 이렇게 통쾌한 손님을 본 적 없었기에 바로 고맙다고 예를 올리고는 평서 선생을 찾으러 갔다.평서 선생은 손님이 단번에 열 냥의 상을 내린 것을 보고 다 박사를 따라 사랑방으로 향했다.가림막을 젖히고 들어가 평서 선생은 바삐 몸을 굽혀 감사함을 표했다.유숙은 담담하게 눈을 들어 말했다."앉으시게나!""저..."평서 선생은 손님이 귀인 같지는 않아 보였지만 손이 크다 보니 말에 따라 앉아서 조심스럽게 차를 시중들었다."손님께서는 차를 드시지요!"유숙은 다 박사를 보내고 소매 주머니에서 어음 한 장을 더듬어 꺼내 천천히 밀어냈다.평서 선생은 그 어음의 가치가 천 냥 인것을 보고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손님, 이것은..?""나를 도와 일을 하게나. 일이 잘 되면, 두 배의 보수를 주겠다네!"유숙이 그를 보면서 말했다.평서 선생은 바로 가지지 않고 오히려 먼저 물었다."손님께서는 소인에게 무슨 일을 시키려는 것이옵니까?"유숙은 그를 보며 천천히 웃기 시작했다."걱정 마시게, 너무 어렵지 않을 것이네, 그저 몇 마디만 하면 되는 일이네.

    Last Updated : 2024-02-19
  • 명의 왕비   제2458화

    밖에 앉은 손님들은 싸우는 소리를 듣고 모두 고개를 돌려 보았고, 칼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자 모두 놀라 밖으로 뛰어나갔다.오히려 칼을 들고 있는 두 사람이 들어와 사랑방을 향해 말했다."선생, 그를 뛰어나오게 하시게나!"유숙이 황급히 내다보자 검은색 두루마기를 입은 남자 두 명이 검을 들고 밖에 서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이를 악물고 가림막을 젖히고 도망가려 했지만 가림막을 막 젖히자 장검 한 자루가 그의 목을 가리켰다.유숙이 눈을 똑바로 뜨고 보니 뜻밖에도 서일이었다.서일은 차갑게 말했다."내 검이 얼마나 빠른지 어디 한 번 시험해 보겠느냐?"유숙은 창백한 얼굴을 하고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며 큰 소리로 말했다."초왕부의 서일 장군이셨습니까? 제가 무슨 일을 저질렀기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을 데리고 저를 막으려는 것이옵니까? 저를 정말 죽이시려는 것이옵니까? 태자께서 고의로 혜평 공주를 해치려는 죄를 아무도 모르게 하려는 것입니까?"서일이 침을 뱉고 말했다."혜평 공주를 고의로 해치다니? 달린 입이라도 감히 막말을 하는구나! 혜평 공주가 백성들의 마음속에서 어떤 모습인지 몰라서 그러는 것이냐? 유언비어로 태자를 모함하려 해도 누가 믿을 것이라 생각하느냐?"밖에 있던 귀영위도 달려 들어와 차갑게 말했다."그만하거라. 사람들이 모두 도망갔는데 떠들어서 무엇 하겠느냐?"유숙이 밖을 내다보니 찻집에는 정말 사람이 없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매서운 눈빛으로 비수를 들어 서일을 붙잡으려 했지만 밧줄이 날아와 유숙의 두 손을 감았다. 밧줄의 한쪽은 귀영위의 손에 들려있었고 힘껏 잡아당기자 유숙은 넘어졌다."데리고 가거라!"서일이 말했다.귀영위는 유숙을 잡고 난간 밖으로 뛰어나가 당당하게 찻집 정문으로 나갔다.유숙은 또 무엇이라 중얼거리려 하자 다른 한 귀영위가 채찍으로 그의 입을 향해 후려쳤고, 그는 뺨에 피가 나도록 맞고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서일은 평서 선생을 훑어보다 공수했다."누구시옵니까?"방금 서일은 이미 밖에 잠복해 있었고 줄

    Last Updated : 2024-02-19
  • 명의 왕비   제2459화

    유숙을 잡아 한바탕 엄하게 심문을 한끝에 그는 자신이 북막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였고, 경중에 잠복하여 북당 황실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며 필요시에는 손을 써서 교란을 했고 이전에 확실히 홍열을 도와 약재를 수매했다고 했다. 그리고 북막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바로 그들 병부의 화약 무기들이다. 그들이 움직이기만 하면 북막은 전국의 힘을 들여 북당을 공격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무기들이 다시 세상에 나오기만 하면 북막도 반드시 북당에게 삼켜질 것이다.북막의 진가는 일찍이 이 화약 무기들로 인해 손해를 본 적이 있기 때문에 그들은 이 무기들을 가장 꺼려 한다.우문호는 궁에 들어가 명원제에게 보고를 했고 불가피한 일이니 북막과의 전쟁을 다시 제기했다.북막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선제를 공격을 하려는 것이 바로 우문호의 뜻이다.그동안의 정보에 따르면 북막은 대거 침범할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그들은 변방으로 끊임없이 식량을 운송하고 있다. 만약 북당이 남강을 평정한 뒤 병력을 집중해 북막을 대처한다면 승산이 더 낮을 것이다.명원제는 조정에서 이 일을 상의하였으나 조정의 신하들은 모두 전쟁을 될수록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특히 지금 남강의 대란이 평정되지 않았는데 경솔하게 출전하면 국고가 감당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우문호는 지금 출전하지 않더라도 북당은 본격적인 준비 태세에 들어가야 하며, 지금처럼 북막이 침범을 할지 말지 지켜만 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문관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무관의 지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문무의 대립은 북당에 줄곧 존재했고, 헌무제 시기에 가장 심했다. 허나 태상황께서 등극할 때 이 문제들을 눌러 내렸고 겉보기에는 괜찮았으나 암암리에서는 아주 심각하다고 한다. 지금이 되자 많은 사람들이 이미 태평성세라고 생각했다. 필경 2년 전에 대주와 손을 잡고 숙나라와 북막을 물리쳤으니, 대국이 되어 이렇게 우환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조정에서 문무백관은 이로 인해 논쟁이 그치지 않았고

    Last Updated : 2024-02-19
  • 명의 왕비   제2460화

    우문호는 그들이 하나같이 입을 다물고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가슴이 답답하여 한 손으로 잔을 깨뜨리며 노여워했다."당장 나가시게!""태자께서는 노여움을 푸시옵소서. 신들은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사람들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우문호는 퍼레진 얼굴을 하고 그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탕양과 서일, 그리고 원경릉은 모두 문밖에 있었다. 모두가 떠난 후, 탕양과 서일은 모두 원경릉을 보며 먼저 들어가 화를 가라앉히라 했다.원경릉도 우문호가 이렇게까지 크게 화를 내는 것을 본 적 드물었고, 속으로 안타까우면서도 난처했다. 그녀는 문을 열고 먼저 머리를 내밀고 들어가 그를 향해 히죽 웃었다."나리!"우문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는데 눈가에는 노여움이 아직 가시지 않은 듯했다. 그러나 그가 만나고 싶었던 사람이 왔으니 그의 안색은 약간 풀어졌다."들어와!"원경릉은 다가가 그의 뒤로 걸어가 손을 뻗어 그의 미간을 어루만지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화내지 말아라. 화로 건강을 해치면 얼마나 가치가 없는 일이라네.""나를 태상황으로 생각하고 달래는 것이냐?"우문호는 눈을 감았고 그녀의 손이 미간과 관자놀이를 누르는 것을 느끼며 편안해졌다. 방금은 정말 화가 치밀어 올랐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이 일은 급해서는 안 된다네. 아무래도 군대를 움직이는 큰일이니 두세 마디로 모두 의견이 통일될 수 없네."그러자 우문호가 말했다."의견은 영원히 통일될 수는 없네. 북막의 군사가 성 앞까지 쳐들어와도 담이 작은 자들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지언정 세게 싸우려 하지 않다네.""그렇게 말할 수도 없다네. 그들이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잖느냐."우문호는 그녀의 손을 잡아 그녀를 돌아서게 했고 눈빛은 아주 진지해 보였다."우리와 북막은 항상 문제가 있었고 북막도 우리를 으뜸가는 적으로 여겼지 않느냐. 그들은 고한에 처해있으니 줄곧 국토를 확장하여 북당의 아름다운 강산을 침점하려고 했다네. 최근 몇 년간 그들의 야

    Last Updated : 2024-02-20
  • 명의 왕비   제2461화

    원경릉은 아바마마도 그를 지지하지 않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쩐지 조정의 신하들도 모두 반대했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전쟁을 두려워한다.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나라가 부서지고 백성들이 의지할 곳을 잃기에 매일 마음이 조마조마할 것이다. 특히 지금은 모두가 태평성세라고 생각하니 이때 호전적이면 나라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밀어 넣을 것이라 생각한다.그러나 북막의 도발은 언제 멈춘 적이 있는가? 애초에 대주와 손을 잡았을 때, 북막은 사실 진정으로 전쟁에 참여한 것이 아닌 실력을 축적해왔다. 그리고 강한 군사력을 가진 대주는 이 2년 동안 감히 해이해지지 못하고 줄곧 자신의 변강 실력을 장대시켰으며 국내에서 경제를 발전시켰다. 지금 진정정 부부도 모두 무성에서 선비와의 변경에 주둔하고 있으며, 무성과 100리 떨어진 곳은 북막의 령격으로 북막의 군사적 중지라고 할 수 있다.대주도 감히 해이해지지 못하는데 북당이 오히려 해이해지니 북막에서 북당을 치지 않으면 대체 어디를 치겠는가?하지만 이런 일들은 그녀도 도울 방법이 없었다. 걱정으로 인해 마음이 심란한 다섯째를 보며 그저 작은 소리로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우문호는 그녀의 손을 잡고 마음을 가다듬었다."됐다. 이런 말 안 하겠오. 오늘 너와 함께 수라를 들 거고 오늘은 관아에 돌아가지 않을 거다.""응!"원경릉은 대답을 하고 그와 함께 나갔다.밖에 있는 탕양과 서일도 따라가서 점심을 먹었고, 그 후 탕양과 우문호는 서재로 들어갔다.저녁 무렵이 되자 우문호는 위왕에게 서신을 보내 북막의 동향에 주의를 돌리게 했다.며칠이 지나자 냉정언의 서신이 돌아왔고, 곧 북강의 무당과 회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순조롭다면 전쟁을 평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강에서는 조건을 내걸었고, 다른 것들은 모두 해결이 쉽지만 유독 한 가지가 걸렸다. 그것은 바로 북강의 영구적인 세금을 면제하는 것과 군대를 주둔시키지 않고 관아와 관리를 파견할 수 없다는 것이였다. 즉 북강은 여전히 자치적이였으며 조정의

    Last Updated : 2024-02-20

Latest chapter

  • 명의 왕비   제3133화

    추선의 방에서 나온 원경릉은 청우헌으로 가서 세 거두와 이야기를 나누고 혈압까지 재주었다.그녀는 그들의 말에서 추선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추선으로, 왕비의 옛 시녀였다. 그러나 가장 힘든 시절에 추선은 왕비와 왕부를 떠나지 않았고, 줄곧 평남왕 우문극을 돌봐왔다고 했다.그리고 그 두 명의 첩인 운 마마와 몽 마마는 실제로 왕비의 첩이라고 했다. 대체 왜 왕비의 첩이 되었는지 명확히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두 사람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그녀들은 이미 왕비의 첩으로 불렸다.세 거두는 추선의 병세를 물었다. 원경릉이 악성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자 충격을 받았다.현대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그들은 ‘악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들의 얼굴에 한순간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아, 원경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왕비의 시녀라 하셨는데, 잘 아시는 것입니까?”무상황이 말했다.“숙왕부에서는 누구의 시녀인지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매미도 시녀를 그만두고, 모두와 함께 고생했다. 평생 혼인도 하지 않고.”“매미요?”“네가 말하는 추선이다.”원경릉은 웃음이 터질 뻔했다.추선의 이름을 매미로 부르는 것도 어찌 보면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추선이 큰 병에 걸렸다는 소식은 숙왕부 전체에 퍼졌고, 많은 사람이 원경릉에게 그녀의 병세를 물었다.원경릉은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이 그렇게 침통한 표정을 짓는 것도, 누군가를 이렇게 걱정하는 모습도 처음 보았다. 평소 그들은 늘 차가운 태도를 보였고, 유일하게 열정을 보일 때는 식사 시간뿐이었으니 말이다.그날, 원경릉은 숙왕부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숙왕부의 식사 방식은 한 사람이 큰 사발 하나씩 받는 것이었다. 이날 집안사람들은 음식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아, 남긴 음식이 가득했다.이런 일은 전례가 없었다.원경릉은 이로부터 추선이 그들 마음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게 되었다. 소요공에 따르면, 과거 추선은 적성루에서 음식을 배분하는 일을 맡았다고 했다. 고기를 얼마나 줄

  • 명의 왕비   제3132화

    “이전에 무슨 큰 병을 앓았습니까?”원경릉이 물었다.“폐결핵이었네. 의원을 불러 치료했지만, 몇 년 동안 건강이 계속 좋지 않았네.”왕비가 대답했다.“치료했던 의원의 능력이 뛰어났겠습니다. 누구였습니까?”“주진이요.”왕비가 말했다.주진의 이름을 들으니, 원경릉은 그녀가 왕비와 오랜 세월을 함께해온 자라는 것을 확신했다.원경릉은 초능력을 사용해 노파의 폐 상태를 감지했다. 결절과 섬유화가 있었고, 심지어 종양으로 의심되는 덩어리도 발견했다. 나이가 많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았고, 우선 약물을 통해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그저 악성이 아니길 바라며 기도할 뿐이었다.우선 링거를 놓고 산소를 공급하며, 스테로이드를 사용해 기관지를 확장해 그녀가 조금 더 편하게 호흡할 수 있도록 했다.약물을 사용하자 노파의 안색이 서서히 나아졌고, 호흡도 훨씬 수월해졌다.그러자 노파가 감사의 말을 전했다.“이렇게 숨을 쉬어본 게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치료가 진행되는 동안, 두 명의 나이 든 여성이 방을 드나들었다. 다들 원경릉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기에, 왕비가 그녀들을 소개해주었다.“모두 수년간 나와 함께해온 사람들이네.”그러고는 잠시 망설이더니 말을 덧붙였다.“내 첩들이네.”그러자 원경릉은 자신이 잘못 들은건 아닌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의 첩인지 아니면 왕의 첩인지 궁금했지만, 차마 질문하기엔 입이 쉽게 열어지지가 않았다.잠시 후, 원경릉이 침대에 누워 있는 환자를 가리키며 물었다.“그럼, 이분은요?”“날 처음 모신 사람이네. 이름은 추선이야. 수십 년 동안 대부분 평남왕부에서 평남왕을 돌보며 지냈네.”왕비가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원경릉은 이해했다. 그들은 정말 이곳에 정착하려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예전에 함께 지내던 사람들을 하나씩 데려와 함께 여생을 보내려는 것이었다.젊은 시절 함께 했던 사람들이니, 나이가 들어도 서로 곁에 머물고 싶어 했다.왕비는 원경릉과 함께 밖으로 나와 진지하게 말했다.“심각하다는 건

  • 명의 왕비   제3131화

    다섯째는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졌다.아이가 혼인을 올리지 않고 곁에 머무는 건 분명 기쁜 일이었고 효심이 있는 일이었지만 평생 결혼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외로울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만약 자기와 원경릉이 저세상으로 떠난다면, 그녀가 혼자 어떻게 지낼 수 있을까 싶었다.그렇다고 해서 혼사를 허락하자니, 세상에 과연 걸맞은 사내가 있을지 걱정되었다.택란을 그녀보다 못 한 사내에게 보내는 건 그녀에게 너무 큰 희생이다.다섯째가 갈등하는 것 같자 원경릉이 웃으며 그를 다독였다.“택란은 이제 여덟 살이네. 너무 앞서 생각하지 마오.”다섯째가 그녀를 흘깃 쳐다보며 말했다.“자네는 모르네. 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흘러가네. 벌써 여덟 살이니, 7년만 지나면 성인이 되오.”그는 시간이 조금만 천천히 흘렀으면 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두는 게 좋소. 너무 멀리 내다봐도 소용없네.”원경릉은 그의 손을 잡고 살며시 깍지를 꼈다.“아이도 운명과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오. 만약 언젠가 자네만큼 훌륭한 남자를 만난다면, 그와 혼사를 해도 나쁠 게 없지 않겠소?”“그런 남자는 있을 리 없소!”우문호는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이런 칭찬해도 우문호는 여전히 복잡해 보였기에, 원경릉은 자신이 그를 걱정하게 만든 것 같아 후회했다. 하지만 자신이 말하지 않아도 그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리 없었다.택란이 태어난 날부터 우문호에게는 새로운 적이 생겼다. 바로 택란과 혼인할 상대였다.그 적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몰랐지만, 그는 여전히 미워하고 있었다.더구나 금나라의 어린 황제가 혼사를 직접 언급했으니, 이제 그 적은 실체가 생겼고, 이에 따라 그는 한동안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었다.그 후 며칠간 택란은 매우 순진하고 착하게 행동했다. 아버지가 시간이 날 때마다 곁에 머물며 대화를 나누고, 놀고, 책을 읽고, 글씨를 쓰며 시간을 보냈다.어린 나이임에도 이미 아부하는 법을 터득해, 다섯째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어 더 이상 화낼 수 없게 했다.다

  • 명의 왕비   제3130화

    ”이제 화가 풀린 것이오?”원경릉이 웃으며 물었다.“화 풀렸네. 하지만 금나라의 어린 황제는 조심해야 하오. 어린 자식이, 정말 너무하오!”우문호는 선물을 하나 열었다. 안에는 알록달록한 도자기로 만든 정교한 인형이 있었는데, 머리카락까지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그는 미소를 멈출 수 없었다.“이 도자기 인형, 정말 우리 딸을 닮았구나. 예쁘오!”“내가 산 것이오!”원경릉이 질투라도 난듯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가 산 것이니 더 좋소. 아주 좋아!”우문호는 선물을 하나씩 열어보며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몇 개를 연 후에야 그는 약도성의 상황을 묻기 시작했다.원경릉은 자리에 앉아 약도성에서 있었던 상황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특히 택란이 약도성에서 보여준 대처 방법에 대해 상세히 말했다.그러자 우문호가 매우 놀라며 말했다.“택란이 지진을 예측하고 백성들을 대피시켰다니.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이오. 정말 대단하네. 원 선생, 난 택란이 약도성에서 놀기만 했을 줄 알았네. 몰래 이런 큰일을 해내다니.”“택란과 경단은 모두 자네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오. 자네가 걱정하지 않도록 말이네. 그래서 자네한테 말하지 않았던 거고. 이게 택란이 자네를 더 사랑한다는 이유요. 자네를 평생 아끼며 짐을 덜어주고 싶어 하오.”우문호는 그녀의 손을 놓고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원 선생,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소.”원경릉은 그의 팔을 감싸 안으며 웃으며 말했다.“그래, 우시오. 우리 큰 아기 울어도 괜찮네!”우문호는 답답한 표정으로 말했다.“자네가 날 ‘큰 아기’라고 부르니 눈물이 갑자기 멈추네요.”“그럼 울지 말고 어서 앉으시오. 약도성 백성들이 택란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말해주겠소.”원경릉이 그의 팔을 잡아 의자에 앉히고는, 약도성에서 한 달 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우문호는 그녀의 이야기에 몰입하며 감동하였다. 특히 약도성 백성들이 택란을 존경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는 믿기 어려워했

  • 명의 왕비   제3129화

    우문호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확 어두워지며 깜짝 놀랐다.“청혼? 누가 청혼을 한 것이오? 미친 것이오? 겨우 여덟 살인데! 대체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이런 짓을……”그는 너무 충격을 받아 분노가 치밀었다. 겨우 여덟 살인 딸을 누군가 눈독을 들이고, 심지어 청혼까지 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그는 그자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 반드시 혼쭐을 내겠다고 마음먹었다.원경릉이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이미 택란의 비밀을 다 털어놨으니, 이제 더 이상 나한테 화내면 안 되오.”“말하시오. 용서할 테니 더 말하시오!”우문호는 더 이상 원경릉에게 화를 낼 힘도 없었다.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심하게 화가 난 것도 아니었고, 복잡한 감정만이 뒤섞여 답답할 뿐이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런 감정들도 모두 사라지고, 이 터무니없는 사건이 더 중요해졌다.원경릉은 택란이 금나라에 가서 10만 냥을 얻은 전말을 설명했다. 특히 금나라의 어린 황제가 그녀에게 청혼했다는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고 전부 털어놓았다. 단 한 글자도 숨기지 않고 진실만 말했다.우문호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그건 너무 대담하잖소! 금나라에서 10만 냥을 빼앗았다니? 어찌 이야기가 이렇게 익숙한 것이오? 그래, 기화요! 어찌 스승이 이런 짓을 가르친 것이오? 그리고 그 금나라의 어린 황제는 이제 몇 살이오? 듣자 하니 겨우 열 살이라고……”“열셋이오. 금나라의 진국왕이 그의 권력을 누르려, 일부러 열 살이라고 소문낸 것이오.”우문호는 벌떡 일어나 뒷짐을 지고 방을 빙빙 돌며 어쩔줄 몰라했다. “열다섯이라도 안 되네! 금나라가 북당의 경성에서 얼마나 먼지 알고 있소? 아이가 그곳에 시집가면 1년에 한 번도 못 돌아올 것이네. 북당의 진국 공주를 부인으로 삼겠다니? 허망 된 꿈이요! 꿈!”“아이들의 농일 뿐이요.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안 되네.”원경릉이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농담이라도 안 되네. 황위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우리 귀한 딸을 부인으로 삼겠다니? 이런 녀석은 앞

  • 명의 왕비   제3128화

    목여 태감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우문호에게 말했다.“폐하, 공주를 너무 꾸짖지 마십시오. 공주께서는 단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한 것 뿐입니다. 큰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안왕과 위왕도 그곳에 있었고,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았잖습니까?”우문호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택란이 자네에게는 과자 한 조각을 주었지만, 나한테는 안 주더군.”택란은 그 말을 듣고 재빨리 과자 한 조각을 가져와 아버지의 입가에 가져다 대며 환심을 사려는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 드셔 보세요. 이건 그렇게 달지 않은 생강 과자인데, 정말 맛있습니다!”생강 과자의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딸의 귀엽고 앙증맞은 얼굴을 보니 어떻게 밀쳐낼 수 있겠는가? 화가 난 상태였지만 결국 한입 물었고 생강과 설탕의 맛이 입안에 퍼졌고, 딸의 사랑스러운 미소를 보니 얼굴에 굳었던 표정이 풀어졌다.“나도 먹고 싶은데.”원경릉이 가볍게 웃으며 그의 옆에 앉아 턱을 괴고 물었다.“다섯째야, 맛있느냐?”우문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무시했다. 그녀가 스스로 만든 규정을 어겼으니, 좋은 표정을 지을 마음이 없었다.원경릉이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택란아, 나한테도 한 조각 줘 보거라!”택란은 다시 과자 한 조각을 가져와 엄마의 입가에 가져다주며 더 큰 죄책감을 느꼈다. 이번엔 자신의 엄마까지 곤란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원경릉은 과자를 먹고 나서 웃으며 말했다.“정말 맛있구나. 다 먹었으니 나가서 좀 자거라. 돌아오는 길에 제대로 못 잤으니.”“예!”택란은 얌전히 대답하고 나머지 과자를 빨리 먹어 치운 뒤 아버지에게 다가가 그를 한 번 안아주었다.“아바마마, 저 먼저 자러 가겠습니다. 깨고 나면 다리 주물러 드릴게요!”우문호는 더 이상 화를 내지 않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그래, 어서 가거라.”택란은 목여 태감의 손을 잡고 방을 나섰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엄마를 한 번 돌아보며 아버지가 너무 오래 화를 내지 않기를 바랐다.원경릉은 문을 닫고 탁자 옆에

  • 명의 왕비   제3127화

    기다리고 기다리던 택란이 드디어 경성으로 돌아왔다. 우문호는 소월궁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옆에서 목여 태감이 계속해서 설득했다. 그는 공주가 아직 어리니,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 하며, 그저 택란이 다른 어린아이들이 저지를 수 있는 잘못을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목여 태감은 혹시라도 황제가 공주를 꾸짖을까 봐 걱정되어 공주를 감쌌다. 그의 약한 마음은 그런 걸 감당하지 못했다.마침내 택란과 원경릉이 도착했다.우문호는 작은딸이 원경릉의 뒤에 숨어 겁먹은 얼굴로 머리를 살짝 내밀고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원경릉이 딸의 손을 꽉 잡고 말했다.“가봐라, 아버지께서 기다리신다.”택란은 고개를 숙이고 아버지 앞으로 다가갔다. 우문호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자기 손을 그의 손 위에 올려놓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바마마, 저 돌아왔습니다.”그러자 우문호는 딸의 손을 잡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뿌리치지도 않았다.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보는 눈빛엔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약도성에 얼마나 있었느냐?”택란은 거짓말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솔직히 대답했다.“지난번 여름방학 때 집에 돌아온 후 바로 약도성으로 갔어요.”우문호는 큰 충격을 받았다.“모두가 알고 있었으면서, 나만 속였단 말이냐?”택란은 미안한 마음에 아버지를 껴안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안 그러겠습니다!”우문호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원경릉이 다가가 말했다.“아이가 자네 선물을 많이 샀소. 한번 보시게.”“필요 없소!”우문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딸을 뿌리칠 마음은 없지만, 그는 여전히 속았다는 사실에 너무 힘들었다.원경릉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텐데,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다. 서로 비밀이 없기로 약속했건만, 그 약속이 깨진 것 같아 화가 났다.원경릉은 그의 표정을 보고 더 걱정해야 할 사람이 자기라는 것을 깨달았다.오는 길 내내 택란만 걱정하며 우문호에게 딸을 변호해 주려 했지만, 정작 자신이 그를 속인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

  • 명의 왕비   제3126화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한 일을 이야기하며 원경릉을 기쁘게 했다.다섯째는 이전에 다섯 개의 성을 위해 적어도 30년이나 50년의 계획이 필요하다고 했었는데, 지금 상황을 보니, 20년이 채 되지 않아 조정에 대한 충성심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더 나아가 국경 방어뿐만 아니라 조정에 세금을 납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보였다. 아이들이 현대의 경험을 참고하며 지내는 것이 다섯째의 큰 걱정을 해결해 준 것이었다. 약도성은 이번 지진으로 국고의 돈과 주변 주현의 자원을 사용했다. 북당과 약도성의 백성들의 마음이 끈끈히 묶여 있어 불행 중 다행이었다.중증 환자들이 회복된 후, 원경릉은 택란과 함께 경성으로 돌아갔다.출발하기 전에 비둘기를 통해 다섯째에게 소식을 전하며 심리적 준비를 하도록 시간을 주었다. 이렇게 하면 다섯째가 택란을 보았을 때 마음을 가라앉혀 덜 화를 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택란은 아버지가 화를 내거나 슬퍼할까 봐 사실 마음속으로 몹시 두려웠다. 아버지가 자신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그녀또한 잘 알고 있었다.돌아가던 중 택란은 아버지에게 줄 선물을 사자고 제안했다. 원경릉은 딸의 강한 생존 본능에 웃음을 터뜨렸다. 딸이 아버지를 소중히 여기고 있었으니, 다섯째가 딸을 그렇게 아끼는 것이 헛된 일이 아님을 느꼈다.“너희 아버지께서는 특별한 취미가 없으시고, 그저 술 한잔하는 걸 좋아하시니까 좋은 술 몇 병 사 가는건 어떠냐?”그러자 원경릉이 먼저 제안했다.“좋습니다! 사요! 많이 사서 마차에 싣고 가겠습니다!”택란이 급히 대답하자 원경릉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다섯째가 아이들에게 그렇게 자상한데도 아이들이 그를 무서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물론 이는 두려움이 아니라 존경이고 사랑이지만 말이다.경성에서 우문호는 원경릉의 서신을 받자마자 열어보았다. 편지를 읽는 순간 그는 멍해졌다.“계란이가 약도성에 갔다니? 그게 어떻게 가능한 것이냐? 그렇게 얌전하던 딸아이가 몰래 약도성에 갔을 리가 없어.”더구나, 셋째와 넷째는

  • 명의 왕비   제3125화

    약도성의 건물 대부분이 무너져 백성들은 임시로 지은 오두막과 초가집에 머물게 되었는데, 폐허로 변한 도성은 눈에 보이는 곳마다 온통 엉망진창이었다. 원경릉은 마음속 깊이 안타까움을 느꼈다.택란의 뜻으로 중증 환자들은 모두 저택으로 옮겨졌다. 원경릉은 계란이의 결정이 매우 옳다고 생각했다. 중증 환자들은 그녀와 몇몇 의원이 책임지고 돌보았고, 나머지 의원은 경증 치료를 맡았다.택란은 엄마 곁에 머물며 환자를 돌보는 것을 도왔는데, 기본적인 의술을 알고 있어서 소독과 붕대 감는 일을 도왔다. 부상자들은 대부분 통증이 심해 참기 어려웠고, 진통제를 먹이거나 진통 주사를 놓았다. 택란도 주사를 놓을 수 있었는데, 어린 나이에 쉬지 않고 바쁜 모습을 보였다. 그런 그녀를 본 환자들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그들은 궁에서 자신들의 생사를 진정으로 걱정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 황후마저 직접 왔으니, 예전의 대립과 적대감은 유치한 웃음거리로 느껴졌다.저녁 무렵, 아이들이 엄마를 찾아왔지만, 이야기를 나눌 여유도 없이 서로 포옹한 뒤 다시 각자 사람들을 구하러 나섰다.백성 중 자발적으로 음식을 만들고 약을 끓이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저택 내 물자는 부족했으나 주변의 도움이 끊이질 않았다. 호명은 사람들을 조직해 식량과 의복을 나누어 주었다. 지금의 약도성엔 인간의 이기심이 한순간에 사라진 듯했다.황후가 직접 약도성에 온 덕분에 서북 지역의 신하들도 직접 의원과 물자를 이끌고 약도성에 와서 돕기 시작했다.약도성은 전례 없는 관심을 받았고, 이는 약도성 백성들이 다섯 도시 중 가장 빠르게 조정을 인정하게 된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사람들을 구하고 재난 이전의 상태로 빠르게 회복하는 데만 집중했다.재난이 발생한 지 반달이 지나면서 발견된 것은 모두 희생자뿐이었다. 인원을 파악한 후 한곳에 모아 장례를 치렀다.이번 지진으로 약도성은 5만여 명의 백성이 목숨을 잃었다. 이 숫자는 매우 끔찍했지만, 택란의 사전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