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릉은 정사에 대해 모르지만 수보의 말이 매우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바마마께서 일을 하시는 것은 확실히 보수적이였기에 부수가 안전하다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마치 우문군을 대하는 태도와도 같았다. 그가 어떻게 우문군이 황제의 자리에 맞지 않다는 것을 모를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는 장남이기 때문에 일으켜 세우기 힘든 재간을 가졌다 하더라도 자꾸 기회를 주어 우문군의 기염과 야망을 키웠다.수보는 조당의 정세에 대한 판단이 아주 잘 되어있다.그녀는 건곤전에서 아이들이 수업을 끝내고 돌아와 점심을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 한참을 만나지 않으니 아이들이 모두 좀 자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떡들은 어머니를 보고 매우 기뻐하며 자신의 공부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자신이 쓴 글을 원경릉에게 보여주었다. 만두가 특히 글자를 날아갈 듯이 썼고, 경단은 한 획 한 획 이어 쓴 곳이 없게 아주 단정하게 썼다.그는 어머니에게 앞으로 큰 장사를 해야 하고 거짓이 없는 장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문자를 반드시 또렷하게 써야 한다고 말했다.찰떡의 글씨를 매우 수려했지만 수려함 속에는 한 가닥 떠도는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마음대로 쓴 것을 알 수 있었고 변화무쌍했다. 그는 가장 부담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도 모르기 때문이다.원경릉은 처음에는 아이들이 입궁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궁에서 공부를 하니 부모님과 아이가 학습으로 인한 모순을 피면했고 모자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도 않아 정말 성과를 거저 얻는 것만 같았다.다섯째는 어서방에서 명원제와 거의 두 시진을 담론했다. 원경릉이 임신한 일을 말한 후 명원제는 매우 기뻐했다. 그러나 바로 다소 난감해졌다. 필경 부자 둘의 아이가 거의 동시에 태어나기 때문이다.사적인 일을 말했으니 당장의 큰일도 언급을 해야 한다.의료 개혁 이후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지금 한 가지 일을 어쩔 수 없이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그것은 바로 회강에 제방을 건
이리 나리가 무기를 연구 제작하는 일은 이미 시작되었다. 장소도 비교적 은밀한 곳으로 잘 선택되었다. 우문호는 소문이 날까 봐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심지어 원경릉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원경릉은 자연히 묻지 않고 원 할머니를 도와 전의감의 일을 조심스레 처리했다.할머니는 패기가 있는 사람이었기에 학원을 설립하는 것은 이미 행동 중에 있었다. 앞서 한동안 선전을 하고 조정의 정책까지 더해져, 이미 많은 학생들이 의술을 배우려 왔다.학생들은 공명을 따는 것 외에 출로가 하나 더 생겼으니 자연히 좋아했다.이날, 사식이는 원경릉을 청하여 함께 시장을 돌며 물건을 좀 사려 했다. 원경릉은 오랫동안 쌍둥이를 데리고 나가지 않은 것이 생각나 쌍둥이를 데리고 함께 나갔다.날씨는 아직 비교적 추웠고 설이 지난 거리라 그렇게 떠들썩하지는 않았다. 설 소비 후의 냉정기에 들어섰다 보니 청란 대가도 비교적 썰렁했다.사식이는 모처럼 한 번 나와 기분이 매우 좋았다. 그녀는 춥고 습한 날씨를 두려워하지 않고 즐겁게 쌍둥이에게 과편을 사주었다. 그녀도 과편을 들고 먹으며 예쁜 얼굴이 찬바람으로 인해 붉어졌다. 마치 예전에 원경릉의 곁을 따랐을 때의 그 계집애인 것처럼 어머니가 될 모습은 전혀 없었다.원경릉은 그녀처럼 그렇게 기뻐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줄곧 옆의 의관을 보고 있었고 보원당의 환자는 비교적 적었다. 그러나 출입을 하는 자들은 모두 옷차림이 괜찮았다. 혜평은 가격을 내렸지만 돈을 따로 받을 길이 있었다. 바로 이전처럼 고뿔 약 한 첩에도 모두 비싼 약재를 쓰는 것이다. 약이 비싸면 이윤이 높기 때문에 오래 지나다 보면 집안이 부유한 환자를 제외하고는 거의 아무도 오지 않는다.사식이는 금은방을 둘러보고 또 비단장을 둘러보며 물건을 골랐고 주인장에게 아랫사람을 시켜 댁으로 보내라 했다. 그녀들은 오늘 나오면서 시중드는 사람을 데리고 오지 않았고 두 여자가 두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한참을 돌아다니니 쌍둥이도 배가 고팠다. 사식이가 호기롭게 말했다."우리 밖에서
몇 가지 요리를 시켰고 쌍둥이들은 매우 맛있게 먹었다. 이곳의 요리사가 만든 요리는 비교적 달고 고기도 많이 있어 쌍둥이들이 아주 좋아했다. 원경릉도 적지 않게 먹었다. 이번 임신은 비교적 편안하고 거의 반응이 없어 입맛이 점점 커졌다. 먹으려면 먹고 마시려면 마시고, 다만 가끔 신 것이 먹고 싶었다.사식이는 하인을 불러 계산을 하려 했지만 하인이 들어와 웃으며 누군가 이미 계산을 했다고 알렸다.원경릉과 사식이는 순간 멍해졌다. 계산이 되었다니?원경릉이 물었다."대체 누가 우리를 위해 계산을 하였느냐?"하인이 답했다."방국공 부의 한 부이옵니다. 그 부인께서 아시는 분이라 했고 와서 방해를 하고 싶지 않아 그저 계산을 도와 했사옵니다."방국공 부의 부인이라 하면 아마도 방국공의 며느리일 것이다. 예전에 노부인을 치료할 때 알고 지냈으니 원경릉이 여기서 식사를 하는 것을 보고 계산을 해준 것 같았다. 원경릉은 남에게 신세를 질까 봐 말을 했다."그럼 그 부인을 만나러 가는 길을 좀 안내해 주시게.""예!" 하인이 허리를 굽혀 말했다.원경릉은 고개를 돌려 사식이에게 말했다."여기서 쌍둥이를 보고 있거라. 인차 다녀오마."사식이가 고개를 끄덕였다."예, 가십시오."환타가 일어서서 원경릉에게 다가갔다."어머니, 그럼 저도 가겠사옵니다."원경릉은 그의 작은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그러려무나."환타는 고개를 돌려 진지하게 칠성에게 말했다."넷째 이모를 잘 보호해!""그래!"칠성은 까만 눈동자를 깜박였다.사식이는 웃음을 터뜨렸다."어머, 칠성이가 나를 보호하는 것이냐? 그것참 너무 좋구나, 칠성아, 나중에 이모가 맛있는 것을 사주마."칠성은 그녀를 바라보았다."넷째 이모, 저는 이미 밥을 먹었사옵니다.""그럼 군것질을 사면 되지 않느냐!""좋아하지 않사옵니다.""어머, 좋아하지 않는다고? 그럼 방금 과편은 왜 먹은 것이냐?"칠성은 턱을 괴고 말했다."이모의 체면을 세워 드려야 하옵니다."사식이는 깔깔대며 웃었다
사랑방에는 그녀 혼자만 앉아 있었고 웬 노파가 옆에 서서 시중을 들고 있었다. 탁자 위에는 몇 가지 주문한 음식들이 있었지만 아무도 먹지 않은 듯했다.원경릉은 눈살을 찌푸렸다. 보아하니 혜평은 계속 사람을 명해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고, 그녀와 사식이가 이 요리점에 들어온 후 혜평도 온 것 같았다.혜평은 의자에 앉아 푸른색 비단옷을 입고 머리에는 차갑고 화려한 장신구를 달고 있었다. 표정은 싸늘했고 올라간 눈가는 매정과 증오로 가득 찼다."태자비, 앉으시오!"노파는 재빨리 문을 닫았고, 문을 닫고 난 뒤 일그러진 냉소를 지으며 손을 뻗어 환타를 잡으려 했다.그러자 원경릉은 차갑게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노여워했다."지금 무엇을 하는 것이냐?"그 노파의 닭발 같은 손은 다시 꼿꼿이 뻗어왔고 얼굴에는 이상하고 음침한 웃음이 가득했다."태자비, 공주께서는 황손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하옵니다. 그러니 쇤네가 황손을 데리고 한쪽에서 놀고 있겠사옵니다."원경릉은 그녀의 손에서 거센 바람이 끼워져 있는 것을 보고 무예를 아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다시 힘껏 뿌리쳤다. 비록 무예를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노파를 상대하기에는 충분했다.뿌리치는 순간 옷소매가 바로 노파의 얼굴을 쓸어 버렸고, 노파의 뺨을 한 대 때린 것과 같았다.노파는 원경릉도 무예를 할 줄은 생각지도 못해 잠시 멈칫했다.원경릉은 혜평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그래서 공주는 여기에서 저에게 손을 대려는 것이옵니까?"혜평도 그녀를 노려보았다."아마도!"그녀는 손을 흔들어 노파를 물러가게 하고 원경릉에게 말했다."앉아서 나와 얘기를 나누어 보게나. 자네와 나 사이의 원한을 분명히 말하면 좋겠지만 잘 말하지 못한다면 자네는 오늘 이곳을 나갈 수 없을 것이네.""저는 공주와 더는 할 말이 없사옵니다."원경릉은 소매 주머니에서 어음을 한 장 꺼내 탁자 위에 버리고 돌아서려 했다.문밖에서 갑자기 발자국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고, 문에 바른 문풍지를 통해 밖에 적어도 여서 일곱 명
혜평은 웃으며 말했다."자네에게 많은 돈을 주지 않을 것이네, 만 냥. 경중에 있는 자네의 모든 의원과 의관, 그리고 그 의사들의 계약까지 모두 나에게 팔게나. 자네와 자네 아들의 살 길을 바꾸는 것이니 이 장사는 아주 수지가 맞네, 태자비는 고려해 보게나."원경릉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만 냥이라니요? 공주는 대놓고 뺏으려는 것이옵니까? 그럼 고려할 필요가 없사옵니다, 손을 쓰시려면 얼마든지 사람을 불러들이십시오. 저의 의원을 가지려는 것은 불가하옵니다!"혜평 공주의 눈빛은 갑자기 날카로워졌다."보아하니 좋게 말해서는 듣지 않으려나 보구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수를 써야겠네."노파는 바로 문을 열었고, 문밖에서 여섯 명의 우람한 사내들이 칼을 들고 들어왔다. 그들의 얼굴에는 모두 포악한 기운이 있었고, 한 걸음씩 다가가 포위를 하려 했다.원경릉은 눈동자가 조여왔고 환타를 감싸고 두 걸음 물러섰지만 곧바로 장정들이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그들의 몸에는 살기가 여지없이 드러났고 혜평의 명령만 떨어지면 바로 손을 쓸 것만 같았다.원경릉의 손에는 무기가 없는 데다 임신을 한 상태여서 싸워서 밖으로 나가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그저 귀영위가 빨리 오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그러자 환타가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어마마마, 무서워하지 마십시오."그는 원경릉의 손에서 벗어나 혜평 공주를 향해 걸어갔다. 원경릉은 다급히 손을 뻗어 그를 잡으려 했지만 이내 장정에게 저지당했다.환타는 혜평 공부 앞에 다가가 작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공주마마, 부디 어마마마를 죽이지 마시옵소서."그의 애원에 혜평 공주는 흉악하게 웃으며 말했다."네가 네 어미에게 상황을 파악하라 알려주거라. 그러면 네 어미도, 너도 죽지 않아도 된다."환타는 입을 삐쭉 내밀고 난감한 듯 혜평 공주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작은 손을 내밀고 손바닥을 펴서 혜평의 앞에 놓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공주마마, 제 손에 무엇이 있는지 보십시오."혜평은 손바닥을 보았고 갑자기 눈
환타는 고개를 저었다."저는 단지 그녀를 한 번 찔렀을 뿐이옵니다. 제가 불을 지른 것은 정말 아니 옵니다.""네가 아니라고? 그럼 왜 이유 없이 불이 났단 말이냐?"원경릉은 방금 줄곧 주시하고 있었다. 그 노파의 손수건에서 갑자기 불이 나더니 그다음은 혜평의 머리카락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닿은 물건들에만 불이 났고, 다른 것은 일절 불에 붙지 않았다. 심지어 방안에 늘어진 장막도 타지 않았다."그건… 모르옵니다."환타가 부인했다.이 사랑방의 소란은 아무도 놀라게 하지 않은 것 같았다. 하인조차도 그 사랑방으로 가지 않았다. 지금 돌아보니 안에서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고, 혜평의 소리마저 없어졌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설마 불에 타 죽은 것은 아닌지 의심되었다."정말 네가 아니느냐?"원경릉은 믿을 수 없어서 다시 물었다.환타의 작은 손가락이 그녀의 손바닥에서 꼼지락대고 있었다."어머니, 저는 불장난을 좋아하지 않사옵니다.""그렇다면 칠성이인가?"원경릉은 그를 끌고 빠른 걸음으로 방을 향해 걸어갔다. 문을 밀자 칠성이와 사식이가 후식을 먹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사식이는 웃으며 말했다."어서 와서 이곳의 모과탕을 드셔보십시오, 정말 맛있사옵니다.""어머니, 정말 맛있사옵니다!"칠성이도 고개를 돌려 소리쳤고, 작은 볼에는 모과 가루가 묻었으며 입술 주변도 하얗게 변했다.원경릉은 칠성을 보고 또 환타를 보며 눈빛이 조금 멍해졌다."원 언니, 안색이 안 좋으십니다. 왜 그러십니까? 방부인께서 듣기 싫은 소리를 하신 것이옵니까?"사식이는 그제야 그녀의 안색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원경릉은 앉아서 사식이를 바라보았다."방부인이 아니라 혜평 공주다!"사식이는 갑자기 안색이 변했다."예? 혜평 공주라니요? 그녀가 아무 이유 없이 저희에게 계산을 해줘서 무엇한단 말이옵니까?""나를 이끌어 가려는 것이다. 그때 방 안에는 자객이 있었고 우리를 죽이려 했다."원경릉이 조용히 말했다.사식이는 벌떡 일어났다.
네 사람은 다 먹고 바로 요리점을 떠났다. 사식이는 사랑방 쪽에 가보고 싶었지만 환타가 계속 돌아가고 싶다고 하니 그녀도 갈 수밖에 없었다.집으로 돌아간 후 원경릉은 먼저 이 일을 탕양에게 알려주었고 탕양은 이 말을 듣고 얼굴이 굳어지더니 바로 집을 나가버렸다. 원경릉은 쌍둥이를 소월각으로 데려가 이 불을 누가 놓은 것인지 추궁했다.환타는 그가 아니라고 하고 칠성이는 전혀 모른다고 한다. 원경릉이 어떻게 달래든 그들은 모두 그들이 아니라고 했다.결국 환타는 그녀의 배를 가리키며 말했다."아마도 여동생일 것이옵니다."원경릉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어머니 뱃속에 여동생이 있다면, 여동생의 성격은 분명 온화할 것이다.""꼭 그렇지는 않사옵니다, 어머니. 여섯째 숙모의 성격은 정말 나쁘옵니다."환타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말했다.원경릉은 미색을 떠올리며 입가를 살짝 떨었다."네 여섯째 숙모는 예외다.""어머니, 만약 여동생이 장난이 심하고 난폭하다면 어떡하옵니까? 그래도 여동생을 원하시는 것이옵니까?"칠성이가 물었다.원경릉은 깊은 생각에 잠겼고 자신도 모르게 이미 쌍둥이로 인해 주의를 돌렸다.다섯째는 줄곧 딸을 원했다. 그는 딸이 모두 수려하고 귀엽다고 생각하는데, 만약 소란스러운 딸을 낳는다면 아마 바로 넋을 잃을 것이다.반나절이 지난 후 우문호는 다급이 집으로 돌아와 그녀가 무사한 것을 보고서야 안심하고 단번에 그녀를 품에 안았다."앞으로 나가면 사람을 반드시 데리고 가야 해. 앞으로 서일에게 너를 따르라고 할게, 지금 사식이도 임신을 했으니 너를 보호할 수 없어. 또 오늘 같은 일이 생긴다면 반드시 나를 놀래 죽게 만들 것이야."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됐어, 걱정하지 마. 기껏해 자주 나가지 않으면 그만이다."그는 그녀를 놓아주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너를 집에 가두면 옥에 가두는 것과 같지 않더냐? 나가야 할 일이면 나가야 하지만 반드시 누군가가 곁에서 보호해야 한단다.""이번에는 환타가 있어서 다행
목여 태감이 답했다."예, 그럼 소인이 아래 것들에게 입을 다물라 하겠사옵니다."명원제는 생각을 하다 고개를 저었다."아니네, 그냥 알려드리게나. 어차피 그를 속이지 못할 것이야!"건곤전 안에는 아무것도 묻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소식은 끊임없이 날아든다.명원제가 직접 가서 보고를 했고 태상황은 이 말을 들은 후 침묵했다."직예의 그 목숨들을 사람을 보내 조사해 보거나. 만약 사실이라면 혜평에게 시원하게 처단을 내리거라. 그리고 부마와 유국수는, 몇 년 동안 무고하다고 말할 수 없다. 특히 유국수는 부정행위가 있는지 조사를 하면 알 것이니, 조사를 할 바에는 철저히 하고 명백하게 처리하거라."명원제는 잠시 머뭇거렸다."아바마마, 부마가 삼백만 냥을 기부했사옵니다."그러자 태상황이 담담하게 말했다."북당의 율법에는 돈을 써서 죄를 없앤다는 것이 없다.""소자 알겠사옵니다. 아바마마, 너무 슬퍼하지는 마시옵소서."명원제는 작은 목소리로 애원했다.태상황은 그를 보며 눈빛이 어두워졌다."혜평이 그런 일을 할 때 과인이 슬퍼하지 않을지 생각지도 않았는데, 과인이 슬퍼할 필요가 있겠느냐? 가거라, 아무래도 네 여동생이니 어서 알아내서 그 아이에게도 시원한 결단을 내려주거라."명원제는 몸을 숙이고 물러났다.명원제가 떠난 후 떡들도 수업을 마치고 돌아왔다.내일은 그들이 한 달에 한 번 쉬고 삼일 동안 궁을 나가는 날이다. 그래서 만두도 저녁 수업을 하지 않고 아버지가 데리러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셋 다 태조부에게 먼저 엉겨 붙고 그의 슬하에 앉아 이야기하는 것에 익숙해졌다."이 아이들을 보게나. 어렸을 때는 이리도 순진무구하지만."태상황은 아이들의 귀여운 얼굴을 보고 주수보에게 말했다."어떻게 언젠가는 심보가 나빠질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할 수 있겠느냐?"주수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담뱃대에 담배를 넣어 건네주었다.태상황은 아무 말없이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다섯째는 늦게 궁으로 들어가 아이들을 데리러 왔다. 건곤전에 남아 식사를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