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나리가 무기를 연구 제작하는 일은 이미 시작되었다. 장소도 비교적 은밀한 곳으로 잘 선택되었다. 우문호는 소문이 날까 봐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심지어 원경릉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원경릉은 자연히 묻지 않고 원 할머니를 도와 전의감의 일을 조심스레 처리했다.할머니는 패기가 있는 사람이었기에 학원을 설립하는 것은 이미 행동 중에 있었다. 앞서 한동안 선전을 하고 조정의 정책까지 더해져, 이미 많은 학생들이 의술을 배우려 왔다.학생들은 공명을 따는 것 외에 출로가 하나 더 생겼으니 자연히 좋아했다.이날, 사식이는 원경릉을 청하여 함께 시장을 돌며 물건을 좀 사려 했다. 원경릉은 오랫동안 쌍둥이를 데리고 나가지 않은 것이 생각나 쌍둥이를 데리고 함께 나갔다.날씨는 아직 비교적 추웠고 설이 지난 거리라 그렇게 떠들썩하지는 않았다. 설 소비 후의 냉정기에 들어섰다 보니 청란 대가도 비교적 썰렁했다.사식이는 모처럼 한 번 나와 기분이 매우 좋았다. 그녀는 춥고 습한 날씨를 두려워하지 않고 즐겁게 쌍둥이에게 과편을 사주었다. 그녀도 과편을 들고 먹으며 예쁜 얼굴이 찬바람으로 인해 붉어졌다. 마치 예전에 원경릉의 곁을 따랐을 때의 그 계집애인 것처럼 어머니가 될 모습은 전혀 없었다.원경릉은 그녀처럼 그렇게 기뻐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줄곧 옆의 의관을 보고 있었고 보원당의 환자는 비교적 적었다. 그러나 출입을 하는 자들은 모두 옷차림이 괜찮았다. 혜평은 가격을 내렸지만 돈을 따로 받을 길이 있었다. 바로 이전처럼 고뿔 약 한 첩에도 모두 비싼 약재를 쓰는 것이다. 약이 비싸면 이윤이 높기 때문에 오래 지나다 보면 집안이 부유한 환자를 제외하고는 거의 아무도 오지 않는다.사식이는 금은방을 둘러보고 또 비단장을 둘러보며 물건을 골랐고 주인장에게 아랫사람을 시켜 댁으로 보내라 했다. 그녀들은 오늘 나오면서 시중드는 사람을 데리고 오지 않았고 두 여자가 두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한참을 돌아다니니 쌍둥이도 배가 고팠다. 사식이가 호기롭게 말했다."우리 밖에서
몇 가지 요리를 시켰고 쌍둥이들은 매우 맛있게 먹었다. 이곳의 요리사가 만든 요리는 비교적 달고 고기도 많이 있어 쌍둥이들이 아주 좋아했다. 원경릉도 적지 않게 먹었다. 이번 임신은 비교적 편안하고 거의 반응이 없어 입맛이 점점 커졌다. 먹으려면 먹고 마시려면 마시고, 다만 가끔 신 것이 먹고 싶었다.사식이는 하인을 불러 계산을 하려 했지만 하인이 들어와 웃으며 누군가 이미 계산을 했다고 알렸다.원경릉과 사식이는 순간 멍해졌다. 계산이 되었다니?원경릉이 물었다."대체 누가 우리를 위해 계산을 하였느냐?"하인이 답했다."방국공 부의 한 부이옵니다. 그 부인께서 아시는 분이라 했고 와서 방해를 하고 싶지 않아 그저 계산을 도와 했사옵니다."방국공 부의 부인이라 하면 아마도 방국공의 며느리일 것이다. 예전에 노부인을 치료할 때 알고 지냈으니 원경릉이 여기서 식사를 하는 것을 보고 계산을 해준 것 같았다. 원경릉은 남에게 신세를 질까 봐 말을 했다."그럼 그 부인을 만나러 가는 길을 좀 안내해 주시게.""예!" 하인이 허리를 굽혀 말했다.원경릉은 고개를 돌려 사식이에게 말했다."여기서 쌍둥이를 보고 있거라. 인차 다녀오마."사식이가 고개를 끄덕였다."예, 가십시오."환타가 일어서서 원경릉에게 다가갔다."어머니, 그럼 저도 가겠사옵니다."원경릉은 그의 작은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그러려무나."환타는 고개를 돌려 진지하게 칠성에게 말했다."넷째 이모를 잘 보호해!""그래!"칠성은 까만 눈동자를 깜박였다.사식이는 웃음을 터뜨렸다."어머, 칠성이가 나를 보호하는 것이냐? 그것참 너무 좋구나, 칠성아, 나중에 이모가 맛있는 것을 사주마."칠성은 그녀를 바라보았다."넷째 이모, 저는 이미 밥을 먹었사옵니다.""그럼 군것질을 사면 되지 않느냐!""좋아하지 않사옵니다.""어머, 좋아하지 않는다고? 그럼 방금 과편은 왜 먹은 것이냐?"칠성은 턱을 괴고 말했다."이모의 체면을 세워 드려야 하옵니다."사식이는 깔깔대며 웃었다
사랑방에는 그녀 혼자만 앉아 있었고 웬 노파가 옆에 서서 시중을 들고 있었다. 탁자 위에는 몇 가지 주문한 음식들이 있었지만 아무도 먹지 않은 듯했다.원경릉은 눈살을 찌푸렸다. 보아하니 혜평은 계속 사람을 명해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고, 그녀와 사식이가 이 요리점에 들어온 후 혜평도 온 것 같았다.혜평은 의자에 앉아 푸른색 비단옷을 입고 머리에는 차갑고 화려한 장신구를 달고 있었다. 표정은 싸늘했고 올라간 눈가는 매정과 증오로 가득 찼다."태자비, 앉으시오!"노파는 재빨리 문을 닫았고, 문을 닫고 난 뒤 일그러진 냉소를 지으며 손을 뻗어 환타를 잡으려 했다.그러자 원경릉은 차갑게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노여워했다."지금 무엇을 하는 것이냐?"그 노파의 닭발 같은 손은 다시 꼿꼿이 뻗어왔고 얼굴에는 이상하고 음침한 웃음이 가득했다."태자비, 공주께서는 황손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하옵니다. 그러니 쇤네가 황손을 데리고 한쪽에서 놀고 있겠사옵니다."원경릉은 그녀의 손에서 거센 바람이 끼워져 있는 것을 보고 무예를 아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다시 힘껏 뿌리쳤다. 비록 무예를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노파를 상대하기에는 충분했다.뿌리치는 순간 옷소매가 바로 노파의 얼굴을 쓸어 버렸고, 노파의 뺨을 한 대 때린 것과 같았다.노파는 원경릉도 무예를 할 줄은 생각지도 못해 잠시 멈칫했다.원경릉은 혜평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그래서 공주는 여기에서 저에게 손을 대려는 것이옵니까?"혜평도 그녀를 노려보았다."아마도!"그녀는 손을 흔들어 노파를 물러가게 하고 원경릉에게 말했다."앉아서 나와 얘기를 나누어 보게나. 자네와 나 사이의 원한을 분명히 말하면 좋겠지만 잘 말하지 못한다면 자네는 오늘 이곳을 나갈 수 없을 것이네.""저는 공주와 더는 할 말이 없사옵니다."원경릉은 소매 주머니에서 어음을 한 장 꺼내 탁자 위에 버리고 돌아서려 했다.문밖에서 갑자기 발자국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고, 문에 바른 문풍지를 통해 밖에 적어도 여서 일곱 명
혜평은 웃으며 말했다."자네에게 많은 돈을 주지 않을 것이네, 만 냥. 경중에 있는 자네의 모든 의원과 의관, 그리고 그 의사들의 계약까지 모두 나에게 팔게나. 자네와 자네 아들의 살 길을 바꾸는 것이니 이 장사는 아주 수지가 맞네, 태자비는 고려해 보게나."원경릉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만 냥이라니요? 공주는 대놓고 뺏으려는 것이옵니까? 그럼 고려할 필요가 없사옵니다, 손을 쓰시려면 얼마든지 사람을 불러들이십시오. 저의 의원을 가지려는 것은 불가하옵니다!"혜평 공주의 눈빛은 갑자기 날카로워졌다."보아하니 좋게 말해서는 듣지 않으려나 보구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수를 써야겠네."노파는 바로 문을 열었고, 문밖에서 여섯 명의 우람한 사내들이 칼을 들고 들어왔다. 그들의 얼굴에는 모두 포악한 기운이 있었고, 한 걸음씩 다가가 포위를 하려 했다.원경릉은 눈동자가 조여왔고 환타를 감싸고 두 걸음 물러섰지만 곧바로 장정들이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그들의 몸에는 살기가 여지없이 드러났고 혜평의 명령만 떨어지면 바로 손을 쓸 것만 같았다.원경릉의 손에는 무기가 없는 데다 임신을 한 상태여서 싸워서 밖으로 나가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그저 귀영위가 빨리 오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그러자 환타가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어마마마, 무서워하지 마십시오."그는 원경릉의 손에서 벗어나 혜평 공주를 향해 걸어갔다. 원경릉은 다급히 손을 뻗어 그를 잡으려 했지만 이내 장정에게 저지당했다.환타는 혜평 공부 앞에 다가가 작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공주마마, 부디 어마마마를 죽이지 마시옵소서."그의 애원에 혜평 공주는 흉악하게 웃으며 말했다."네가 네 어미에게 상황을 파악하라 알려주거라. 그러면 네 어미도, 너도 죽지 않아도 된다."환타는 입을 삐쭉 내밀고 난감한 듯 혜평 공주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작은 손을 내밀고 손바닥을 펴서 혜평의 앞에 놓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공주마마, 제 손에 무엇이 있는지 보십시오."혜평은 손바닥을 보았고 갑자기 눈
환타는 고개를 저었다."저는 단지 그녀를 한 번 찔렀을 뿐이옵니다. 제가 불을 지른 것은 정말 아니 옵니다.""네가 아니라고? 그럼 왜 이유 없이 불이 났단 말이냐?"원경릉은 방금 줄곧 주시하고 있었다. 그 노파의 손수건에서 갑자기 불이 나더니 그다음은 혜평의 머리카락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닿은 물건들에만 불이 났고, 다른 것은 일절 불에 붙지 않았다. 심지어 방안에 늘어진 장막도 타지 않았다."그건… 모르옵니다."환타가 부인했다.이 사랑방의 소란은 아무도 놀라게 하지 않은 것 같았다. 하인조차도 그 사랑방으로 가지 않았다. 지금 돌아보니 안에서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고, 혜평의 소리마저 없어졌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설마 불에 타 죽은 것은 아닌지 의심되었다."정말 네가 아니느냐?"원경릉은 믿을 수 없어서 다시 물었다.환타의 작은 손가락이 그녀의 손바닥에서 꼼지락대고 있었다."어머니, 저는 불장난을 좋아하지 않사옵니다.""그렇다면 칠성이인가?"원경릉은 그를 끌고 빠른 걸음으로 방을 향해 걸어갔다. 문을 밀자 칠성이와 사식이가 후식을 먹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사식이는 웃으며 말했다."어서 와서 이곳의 모과탕을 드셔보십시오, 정말 맛있사옵니다.""어머니, 정말 맛있사옵니다!"칠성이도 고개를 돌려 소리쳤고, 작은 볼에는 모과 가루가 묻었으며 입술 주변도 하얗게 변했다.원경릉은 칠성을 보고 또 환타를 보며 눈빛이 조금 멍해졌다."원 언니, 안색이 안 좋으십니다. 왜 그러십니까? 방부인께서 듣기 싫은 소리를 하신 것이옵니까?"사식이는 그제야 그녀의 안색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원경릉은 앉아서 사식이를 바라보았다."방부인이 아니라 혜평 공주다!"사식이는 갑자기 안색이 변했다."예? 혜평 공주라니요? 그녀가 아무 이유 없이 저희에게 계산을 해줘서 무엇한단 말이옵니까?""나를 이끌어 가려는 것이다. 그때 방 안에는 자객이 있었고 우리를 죽이려 했다."원경릉이 조용히 말했다.사식이는 벌떡 일어났다.
네 사람은 다 먹고 바로 요리점을 떠났다. 사식이는 사랑방 쪽에 가보고 싶었지만 환타가 계속 돌아가고 싶다고 하니 그녀도 갈 수밖에 없었다.집으로 돌아간 후 원경릉은 먼저 이 일을 탕양에게 알려주었고 탕양은 이 말을 듣고 얼굴이 굳어지더니 바로 집을 나가버렸다. 원경릉은 쌍둥이를 소월각으로 데려가 이 불을 누가 놓은 것인지 추궁했다.환타는 그가 아니라고 하고 칠성이는 전혀 모른다고 한다. 원경릉이 어떻게 달래든 그들은 모두 그들이 아니라고 했다.결국 환타는 그녀의 배를 가리키며 말했다."아마도 여동생일 것이옵니다."원경릉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어머니 뱃속에 여동생이 있다면, 여동생의 성격은 분명 온화할 것이다.""꼭 그렇지는 않사옵니다, 어머니. 여섯째 숙모의 성격은 정말 나쁘옵니다."환타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말했다.원경릉은 미색을 떠올리며 입가를 살짝 떨었다."네 여섯째 숙모는 예외다.""어머니, 만약 여동생이 장난이 심하고 난폭하다면 어떡하옵니까? 그래도 여동생을 원하시는 것이옵니까?"칠성이가 물었다.원경릉은 깊은 생각에 잠겼고 자신도 모르게 이미 쌍둥이로 인해 주의를 돌렸다.다섯째는 줄곧 딸을 원했다. 그는 딸이 모두 수려하고 귀엽다고 생각하는데, 만약 소란스러운 딸을 낳는다면 아마 바로 넋을 잃을 것이다.반나절이 지난 후 우문호는 다급이 집으로 돌아와 그녀가 무사한 것을 보고서야 안심하고 단번에 그녀를 품에 안았다."앞으로 나가면 사람을 반드시 데리고 가야 해. 앞으로 서일에게 너를 따르라고 할게, 지금 사식이도 임신을 했으니 너를 보호할 수 없어. 또 오늘 같은 일이 생긴다면 반드시 나를 놀래 죽게 만들 것이야."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됐어, 걱정하지 마. 기껏해 자주 나가지 않으면 그만이다."그는 그녀를 놓아주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너를 집에 가두면 옥에 가두는 것과 같지 않더냐? 나가야 할 일이면 나가야 하지만 반드시 누군가가 곁에서 보호해야 한단다.""이번에는 환타가 있어서 다행
목여 태감이 답했다."예, 그럼 소인이 아래 것들에게 입을 다물라 하겠사옵니다."명원제는 생각을 하다 고개를 저었다."아니네, 그냥 알려드리게나. 어차피 그를 속이지 못할 것이야!"건곤전 안에는 아무것도 묻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소식은 끊임없이 날아든다.명원제가 직접 가서 보고를 했고 태상황은 이 말을 들은 후 침묵했다."직예의 그 목숨들을 사람을 보내 조사해 보거나. 만약 사실이라면 혜평에게 시원하게 처단을 내리거라. 그리고 부마와 유국수는, 몇 년 동안 무고하다고 말할 수 없다. 특히 유국수는 부정행위가 있는지 조사를 하면 알 것이니, 조사를 할 바에는 철저히 하고 명백하게 처리하거라."명원제는 잠시 머뭇거렸다."아바마마, 부마가 삼백만 냥을 기부했사옵니다."그러자 태상황이 담담하게 말했다."북당의 율법에는 돈을 써서 죄를 없앤다는 것이 없다.""소자 알겠사옵니다. 아바마마, 너무 슬퍼하지는 마시옵소서."명원제는 작은 목소리로 애원했다.태상황은 그를 보며 눈빛이 어두워졌다."혜평이 그런 일을 할 때 과인이 슬퍼하지 않을지 생각지도 않았는데, 과인이 슬퍼할 필요가 있겠느냐? 가거라, 아무래도 네 여동생이니 어서 알아내서 그 아이에게도 시원한 결단을 내려주거라."명원제는 몸을 숙이고 물러났다.명원제가 떠난 후 떡들도 수업을 마치고 돌아왔다.내일은 그들이 한 달에 한 번 쉬고 삼일 동안 궁을 나가는 날이다. 그래서 만두도 저녁 수업을 하지 않고 아버지가 데리러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셋 다 태조부에게 먼저 엉겨 붙고 그의 슬하에 앉아 이야기하는 것에 익숙해졌다."이 아이들을 보게나. 어렸을 때는 이리도 순진무구하지만."태상황은 아이들의 귀여운 얼굴을 보고 주수보에게 말했다."어떻게 언젠가는 심보가 나빠질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할 수 있겠느냐?"주수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담뱃대에 담배를 넣어 건네주었다.태상황은 아무 말없이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다섯째는 늦게 궁으로 들어가 아이들을 데리러 왔다. 건곤전에 남아 식사를
떡들이 집으로 돌아오니 설랑을 데리고 온 집안을 마구 뛰어다니고 좌충우돌하며 아주 즐겁게 놀았기에 집안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원경릉은 정원에서 그들이 노는 것을 보며 우문호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연히 태상황의 기분에 가장 관심을 기울이자 우문호가 말했다."당연히 기분은 안 좋으시지만 원 선생을 탓하지 않을 테니 안심하구려.""그래, 나는 태상황께서 나를 탓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가 안타까울 뿐이네."원경릉이 가볍게 말했다.우문호는 멈칫했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녀의 수려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손자인 그도 이 점을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그가 탓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언제 그를 안타까워할 생각을 했을까?그는 원경릉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어르신이 당신을 이렇게 아끼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네."원경릉은 머리를 그의 어깨에 기대고 담담하게 말했다."몇 년 동안 태상황께서 나를 아끼고 지켜주지 않으셨다면 그렇게 잘 지내지 못했을테야."다섯째에게서 혜평이 불에 타 죽을 지경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그녀는 통쾌하기만 했다. 그러나 지금 태상황이 직면해야 할 처지를 생각하니 마음속으로 약간의 후회가 느껴진다.태상황은 마음속에 강산을 품고 있다. 모두들 태상황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분을 제쳐두면 그는 그저 노인일 뿐이기에 자녀들의 분쟁을 보며 마음 아파하고, 늙은 나이에 젊은 사람을 보내게 되면 괴로워했다.떡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놀다 뛰어왔다."어머니, 소자 배가 고픕니다!""모두들 궁에서 밥을 먹지 않았느냐? 또 배고픈 것이냐?"우문호가 말했다.원경릉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부드럽게 말했다."이렇게 미친 듯이 놀고 나니 틀림없이 배가 고플 것이다. 가자, 사람들에게 너희들이 먹을 것을 준비하라고 하자. 동생도 낮잠에서 깨어났으니 동생들과 함께 먹자."쌍둥이는 여전히 잠을 좋아한다. 낮과 밤을 막론하고 그들은 낮잠을 자기만 하면 저녁까지 잘 수 있다. 저녁에 일어나 밥을 먹고도
대오가 경성으로 돌아올 때 홍엽도 원숭이와 같이 돌아왔는데, 그도 풍도성에서 힘을 보탰다. 사실 홍엽이 안 가도 안풍 친왕이 모든 걸 다 준비해 둬서, 안풍 친왕 능력이면 안지여 정도 상대하기는 식은 죽 먹기였다.이리 나리 일행은 경성에 도착해, 우선 집으로 돌아가 공주와 천행이를 보고 가족이 함께 밥을 먹은 뒤 입궁해서 경과를 보고했다.사적인 원한은 한두 마디로, 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은 지금 받아야 할 벌을 받고 있으며 아직 죽이지 않았다고 했다남은 건 정사를 논하는 것이었다.“어머니와 같이 풍도성에서 보름 정도 지내며 기본적인 민심을 파악했는데, 천문 세가는 백성들 사이에서 아직 명망이 높아 보입니다. 풍도성 백성들은 사실 세금이 너무 많고 경제가 번영한 성과가 전부 안지여 수중에 떨어지는 구조로 되어 있어 안지여의 통치에 불만이 있었다고 합니다. 조정에서 풍도성을 접수한 것에 백성들 대부분은 찬성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천하태평이냐 하면 그럴 순 없는 것이, 일부는 성주가 자기들의 황제라 여기고, 조정이 풍도성을 접수한 것이 풍도성이 침략당했다고 여겨 나중에 약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부를 임명하실 때 신중하셔야 할 것입니다.”우문호가 말했다. “흠, 큰할아버지께서 천거한 사람이 있는데, 바로 박원이라네. 자네 생각은 어떤가?”그러자 이리 나리의 눈빛이 빛났다. “제 아버지가 추천한 사람이니 전 찬성입니다!”“아버지?” 우문호가 의아해하며 이리 나리를 쳐다봤다. ‘안풍 친왕비가 사부님이면 안풍 친왕은 사부의 남편 아닌가? 어떻게 아버지가 되지? 사부님의 배우자니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게 더 맞지 않나?’“흠, 안풍 친왕은 제 아버지십니다!” 이리 나리는 더 설명할 생각이 없는지 어쨌든 그렇다고 주장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한 번도 그를 아버지라 부른 적 없지만, 마음속에서만큼은 진정한 아버지였다.“하하하!” 우문호도 그저 웃으며 더는 묻지 않았다.이리 나리가 퇴청할 때 우문호가 이리 나리를 부르자 고개를 돌렸다. “무
“우선 박원이랑 소홍천 의사부터 물어보자. 억지로 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동안 그들이 날 많이 도와줬으니 전부 원하는 대로 하자고.” 우문호가 말했다.“그러자!” 원경릉이 일어서며 말했다. “오늘 저녁 애들 데리고 어머님께 가서 수라를 들려면 빨리움직여야 해. 꾸물대면 늦을거야.”그러자 우문호도 계란이를 안고 일어섰다. “그래, 우리 황조모한테 가서 맘마 먹자.”우문호가 나가서 부르자 아이들이 달려와, 같이 왁자지껄하게 수라를 들러 황태후 전으로 갔다.황태후는 원래 우문호에게 할 말이 있었지만, 식사 자리에 아이들이 있어서 기다렸다가 저녁을 다 먹은 뒤 우문호와 아이들이 나가서 놀고, 원경릉이 황태후와 얘기를 나눌 때 말을 꺼냈다.“천행이가 태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부마를 풍도성으로 보낼 수가 있지.. 공주가 얼마나 괴로웠을까.”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공주는 사정을 훤히 알고 있어서, 이리 나리께서 풍도성에 가는 걸 지지하셨는걸요.”“말은 그렇게 해도, 출산 후에 여자 곁엔 남편이 있어야 하는 법이야. 하지만 이것도 단지 우리 가족끼리 하는 얘기일 뿐이고, 조정 일을 내가 함부로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는 노릇이지.”황태후는 이리 나리가 풍도성으로 간 진정한 목적을 전혀 몰랐으며, 단순히 어지러운 형국을 정리하러 갔다고만 알았기 때문에 순수하게 공주를 아끼는 마음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어마마마, 걱정하지 마세요. 이리 나리는 이미 돌아오는 중이래요.” 원경릉이 위로하자 황태후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거 잘됐네!”온 가족이 별빛을 받으며 천천히 소월궁을 거닐었다.계란이는 아빠 품에서 잠이 들었고, 아이들은 놀다 지쳐서 아빠 엄마를 따라 천천히 걷고 있었으며, 목여 태감이 궁인 둘을 데리고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는 가운데, 궁 안은 인적이 드물어 밤이 되자 상당히 고요했다.“어마마마께서 공주를 아끼셔서, 이리 나리가 하필 이때 풍도성에 보냈냐고 하셨어.” 원경릉이 말했다.“날 원망하셨어?” 우문호는 품에 있는 아이가 깰
늑대파 사람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질질 끌고 나가는데, 소여쌍은 여전히 미친사람처럼 웃어대기만 했다.이리봉청은 그들이 끌려 나가는 것을 보자, 눈앞에 안지여가 자신을 데리고 소여쌍의 침대 앞으로 가서 소여쌍의 그 악랄한 말을 듣던 순간이 떠올랐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여리여리하고 아름답던 그녀가 이렇게 변해 버린 게 꿈처럼 느껴졌다.풍도성을 접수한 뒤 안풍 친왕은 관리들을 새롭게 임명했고, 더 이상 성주 같은 것을 두지 않고 조정과 이부에 적합한 인사를 선발해 풍도성 지부로 앉힐 것을 요청했다. 풍도성은 더 이상 이전의 독립 자치 지역이 아닌, 다른 주나 현과 마찬가지로 조정에 귀속되어 통일서 있게 다스리게 되었다.더불어 안풍 친왕은 별도로 서신을 써서 황제인 우문호에게 보냈는데, 풍도성을 추천하지만, 이건어디까지나 건의와 추천이니 황제가 생각하는 마땅한 사람이 있으면 안풍 친왕의 추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동시에 안지여의 잔당들이 계속 나타났다.안풍 친왕이 이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려오고, 호랑이와 눈 늑대, 회색 늑대까지 출동시킨 건 바로 모든 세력을 강화하고, 신속하게 진압해 풍도성을 조정에 복귀시키고 보름 만에 비적을 토벌하며 기본적인 숙청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박원은 잔당의 남은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안풍 친왕의 영패를 가지고 부근에 5천 명의 군사를 파견시켜 풍도성을 지켰다. 이리 나리는 자금을 지원해 천문 세가의 묘를 이장하였는데, 이전 무덤은 안지여가 고른 곳으로 폐허에 가까워, 그는 천문 세가 사람들이 그런 곳에서 안식을 취하기를 원하지 않았다.풍도성에 온지 거의 한 달가량 될 때쯤, 대군은 경성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돌아가기 전에 미색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보러 갔다가, 돼지우리에서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사는 것을 보고 그제야 비로소 맺혀 있던 한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미색은 이리 나리와 어머님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두 사람은 이미 안지여가 누군지 잊은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리봉청에게 있어 모든 건 지나가지 않았고, 36년 전 일은 여전히 어제 일 같이 느껴졌다.“어머니, 그를 어떻게 처분하시겠어요?” 이리 나리는 이리봉청의 마음을 넘겨짚을 수 없어 함께 걷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은 어떠니?” 이리봉청이 다시 되묻자 이리 나리가 원한에 사무친 눈빛으로 말했다. “제게 처분하라고 하면 전 그를 죽여 버릴 겁니다.”이리봉청은 알았다며 대답만 했다가, 다시 30분쯤 걷다가 정자에 앉아 을 때 말을 덧붙였다. “난 안 죽일 거야.”이리 나리가 약간 놀라서 물었다. “어머니, 또 마음이 약해지신 겁니까?”이리봉청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반대야. 그 인간을 죽이는 게 마음이 약해진 거지. 사실 며칠 동안 이전의 원한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 인간을 백번이라도 죽이겠지만, 난 그럴 수 없더구나. 아들아, 게다가 오늘 천문 세가 대문을 들어서는 그 순간, 더욱 마음을 굳혔단다.”이리봉청이 일어나 집안을 둘러봤다. 이곳은 그녀의 가족들이 살아 원래 온통 사람 소리로 가득한 곳이였다. 그들의 웃던 광경이 눈앞에 비치는가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에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천문 세가는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없는데 멸문지화를 당했고, 가엾게도 그 중엔 아이들이 많아서 제일 어린아이는 이제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었다.이리봉청의 얼굴에 눈물이 타고 흐르며 가슴이 미어졌다. “그자와 소여쌍을 밖에 내버리고 사람을 시켜 지켜보도록 해. 죽게 두지 말고 계속 살려둬. 36년은 더 살면서 이 세상의 고생을 모두 겪어야, 내 마음에 맺힌 한이 풀리고 억울한 망자들도 안식에 들지!”이리 나리는 온몸으로 그 마음이 느껴져, 어머니가 눈물 흘리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었다. “네, 전부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할게요.”안지여와 소여쌍은 버려졌다. 짧은 며칠 사이에 안지여는 의기양양하던 성주에서 시궁창 쥐로 변해, 사람들이
안지여는 풍도성 지하감옥에 갇혔다. 빛 한 줄기 없는 지하감옥에서 사방에 끝없는 어둠과 절망만이 안지여를 삼키고 있었다.훼천의 형벌은 12 시진 후면 사라져서, 앞으로 안지여는 그저 한 명의 폐인일 뿐이었다.안지여의 결사대가 성으로 공격해 들어오기 전에, 이리봉청은 오 선생을 찾아내 안지여가 저지른 모든 죄를 고백하게 하고 안풍 친왕이 친필로 받아 적었다. 안지여가 당시 천문 세가를 해친 경위를 소상히 써 내려간 뒤, 오 선생과 안풍 친왕의 직인을 찍고 인쇄해서 대중에게 공개했다.안지여의 죄악은 하늘을 찔러 백성들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안지여의 결사대의 옛 부하들이 본래 성을 공격해 들어가 안지여를 구출할 계획을 세워놓았으나, 안지여의 죄상이 공포된 뒤로 많은 사람들이 해산하였다. 유일하게 무대장군만이 수천 명을 데리고 성으로 쳐들어왔지만, 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가 이미 대비해둔 덕분에, 경성에서 굴러온 돌이 무대장군의 박힌 돌을 빼내는 전투를 벌였다.풍도성에 온 지 7일째, 안풍 친왕은 풍도성을 접수하고 성에 살던 사람을 쫓아내며 서민으로 강등시켰다.안지여와 소여쌍에 대한 처분은 이리봉청에게 넘겼다.안지여는 캄캄한 지하감옥에서 6일을 지내는 동안, 처음엔 침착한 척 가장했으나 사흘째가 되자 울부짖으며 악독한 저주의 말을 내뱉더니, 나흘째가 되자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며 참회했다.손발의 힘줄이 끊어진 안지여는 일어나 걸을 수도 없고 심지어 스스로 몫숨을 끊을 힘도 없었다.그 와중에 매일 누군가가 먹고 마시도록 해주고, 상처도 치료해 주어 살 수 있다는 부질없는 희망을 품게 했다.훼천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절망은 살아도 죽느니만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것으로, 온 마음으로 죽기를 바라지만 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가, 안간힘을 쓴 뒤 다시 절망에 빠지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사람을 한없이 죽였다 살렸다 괴롭힌다고 했다.결국 안지여를 죽일지 말지 여부는 이리봉청에게 달렸는데, 그녀는 안지여를 단번에 죽여 천문 세가
안지여의 이마에 파란 힘줄이 불끈불끈했으나 냉정을 가장했다. “내가 두려워할 줄 알았나 보지? 죽음도 두렵지 않은데 뭘 더 두려워하겠어?”“넌 두려울 것이야!” 이리봉청이 고개를 돌려 이리 나리를 보고 살짝 그의 팔을 잡았다. “내가 오는 길에 늑대파 사람이 그러던데, 천하에서 제일 잔혹한 형벌을 아는 사람이 늑대파에 있다고. 그게 사실인 것이냐?”이리 나리가 가볍게 답했다. “물론 사실이죠. 훼천이라고 합니다. 늑대골 출신이에요.”“안지여가 버틸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보고 싶구나.” 이리봉청이 말했다.이리 나리가 엄숙한 태도로 명을 내렸다. “훼천!”그러자 훼천이 급히 나왔다. “이리 나리, 분부하시지요!”이리 나리는 그가 짐짓 냉정한 척하고 있으나 눈빛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몸까지 부들부들 떠는 것이 아주 만족스러워 훼천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시작해!”안지여가 갑자기 큰 소리로 욕했다. “난 네 아버지거늘, 감히 나에게 손을 대다니, 천벌을 받아 마땅한 놈 같으니라고!”이리봉청이 이 말을 듣고 잠시 주저하는 눈빛으로 이리 나리를 바라봤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제 아버지는 오직 저를 키워주신 안풍 친왕뿐이십니다.”이리봉청이 살짝 안도했다. “저 인간이 단지 나만 해쳤으면 네 체면을 봐서 놔줬겠지만 천문 세가의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니 난 용서할 수 없구나.”“이리봉청, 너 언제 이렇게 악랄하게 변했어? 죽이려거든 그냥 죽여. 난 천문 세가 사람을 죽이긴 했어도 그들을 괴롭히진 않았어. 네가 날 죽이려거든 깨끗하게 단번에 죽여!”안지여가 크게 노해 몇 번 몸부림을 치다가 상처가 벌어지는 바람에 배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훼천이 가까이 다가가자, 눈에 두려움이 깊어졌는데, 늑대골 출신 훼천은 온몸에서 피비린내가 뿜어져 나와 안지여를 덜덜 떨게 했다.“이리율!” 안풍 친왕비는 시ㅈ가하기 전에 이리 나리를 불렀다. “내가 여기서 네 엄마와 같이 있을 테니 넌 먼저 나가 있거라!”이리 나리가 안풍 친왕비에게
안지여에게 구원 병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리 나리 일행이 성을 제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대오가 경성에서 출발하기 전에, 안풍 친왕비가 미리 사람을 풍도성으로 보내 각처, 특히 성 수비군과 군대에 잠입시켜, 음식에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독을 풀어, 오늘 중독 증상이 나타나도록 독의 분량을 조절했다.적어도 내일까지는 안지여를 도우러 올 사람은 없었다. 독성은 적어도 이틀이 지나야 깨끗해지기 때문에 이틀 동안 그들은 설사와 전신 무기력으로 성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아도 와서 도울 수 없었다.그리고 그들이 기력을 회복할 때쯤이면, 안지여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는 성을 통제하고, 안지여 부부를 제압해 두 사람을 줄로 묶고 지혈시켜 주었다.안지여는 요 몇 년 동안 자신이 상당히 대단하다고 여겼다. 이는 풍도성이 부유하기 때문으로, 돈으로 많은 사람을 살 수 있었으며, 여러 곳에서 추켜세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절하게 패배한 적이 없었던 이유는 진정한 적이 없기 때문으로, 주변의 떠돌이 비적은 작은 마을 규모로 너무 작아서 소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코 그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적이 너무 약해서였다.조정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는 제대로 훈련받은 적 없는 비적었기에 일격도 감당할 깜냥이 못됐다.이리 나리는 둘을 중정에 묶어 두었다. 온 바닥에 남은 음식과 깨진 기와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본 안지여는 마음속 깊이 분노가 일었다. 자신의 생일날, 그를 다치게 한 것이 바로 그의 친자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오늘 이렇게 많은 고수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런 결말을 맞다니 너무 불쾌했다. 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을 부축하고 안지여 부부 앞으로 가서, 그녀가 안지여 부부를 내려다보자, 그들은 낭패에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으로, 이리봉청은 분노하는 마음과 함께 서글픈 마음도 들었다. 그들을 죽이면 커다란 복수는 이뤄 천문 세가 망자의 원혼은 달랠 수 있었다.하지만 저들을 이렇게 쉽게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이리 나리가 검을 휘두르며 안지여를 겨누자, 안지여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후퇴했다.공자들은 돕고 싶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에게 바로 제압당했다. 안지여는 이리율 것으로 그들은 주변 사람을 제압하기만 할 뿐 옆에 서서 전투를 관전하고 있었다.이리율의 무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를 가르친 안풍 친왕 부부를 제외하고, 사실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이리율의 검법은 신속하고 맹렬해서 안지여는 상대하느라 쩔쩔매고 구석으로 몰리고 있었다. 성안의 호위들은 늑대 무리와 늑대파, 홍매문 사람들에게 막히는 바람에 안지여는 홀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버틸 수 있었다.하지만 30분을 못 가서 안지여는 질게 틀림없었다.놀란 나머지 계속 실성해 있던 소여쌍이 갑자기 이리봉청을 향해 바싹 마른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조르며 광적인 집착과 분노에 사로잡혀 성질을 부렸다. “멈춰, 다들 멈추라고. 안 그러면 내가 이년을 죽여버릴 것이니까!”소여쌍은 무공을 할 줄 알았지만 잘하지 못한 것이 어릴 때부터 계속 중병을 앓아 무공 연습에 소홀했고 성주 부인이 된 뒤로는 더욱 병기에 가까이할 일이 없었지만, 공력만큼은 아직 약간 있었다.소여쌍은 증오의 힘으로 이리봉청의 목을 졸랐는데, 소여쌍이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이리봉청의 목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안풍 친왕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서려 하자, 안풍 친왕비가 말리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뜻으로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참으라는 눈짓을 하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모두가 이리봉청이 제압당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손가락으로 뭔가를 쥐고 있어 소여쌍의 어깨 위를 휘감고 팔을 눌러 소여쌍이 머리를 돌리게 했다. 이리봉청 손에 쥔 것은 바늘로, 그대로 소여쌍의 오른쪽 눈을 찌르고 들어갔다.소여쌍이 절규하며 이리봉청을 놔주고 선혈이 흐르는 눈을 움켜쥔 채 비틀거리다 바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구르며 새된 소리를 지르는데, 원망과 저주의 말을 끊임없이 쏟아
풍도성 중정에는 안지여의 아들들과 사위가 그의 곁에 남았는데,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점점 공포에 질려가고 있었다.‘이 사람들, 아주 대단하구나!’안지여는 이리봉청을 보고 비록 조금 냉정해 보였지만, 여전히 놀라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갑자기 소여쌍이 큰 소리로 웃으며, 몸을 앞뒤로 흔들며 눈물을 찔끔거리더니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이리봉청을 가리키며 원망했다. “뜻밖에 네가 안 죽었단 말이지? 게다가 아들까지 있고. 참으로 황당하구나. 정말 너무 황당해. 원래 죽어야 했을 인간은 죽지 않고, 잘 살아야 할 사람은 36년간 괴로움을 당했어. 이리봉청 네가 날 비참하게 만들었으니 넌 이제 지옥에 떨어져야 해.”이리봉청은 소여쌍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했는데, 그녀 눈에는 지금 안지여만 들어왔다.안지여는 36년을 살아왔지만, 이리봉청에게 있어 36년은 마치 사라진 시간처럼 멸문지화의 원한이 어제 일 같았다.안지여도 이리봉청의 눈에서 분노와 악랄함을 보고, 처음으로 마음속에 두려움을 느꼈다.안지여는 억지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네 사람을 데리고 가. 지난 일을 묻지 않을 테니. 그렇지 않으면 풍도성에서 곧바로 10만 대군이 올 것으로, 살아서 도망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아.”이리봉청의 목소리가 낮게 잠겼다. “우리는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바로 네 성으로 쳐들어갈 수 있어. 넌 이미 졌어.”안지여가 웃었다. “졌다고? 그래?”안지여는 수하의 대장군이 믿음직해서, 그들을 당하게 놔줄 수도 있다고 여겼다. 대장군의 부대는 분명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을 것으로, 아마 지금쯤이면 궁수들이 이미 배치를 마치고 그들을 전부 쏴 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어머니, 저자와 말 섞으실 필요 없어요. 앉아서 지켜보시기만 하면 됩니다!”말을 마치고 의자를 올리더니 이리봉청을 부축해서 앉혔다.안지여가 이리 나리를 보는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