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365화

Author: 유애
저녁 식사는 사식이와 서일과 함께 먹었다. 서일은 줄곧 사식이에게 음식을 집어주었다. 그러나 모두 채소였고 사식이는 씩씩거리며 풀을 먹었다. 임신한 후 성질이 더욱 커졌지만 다행히 서일은 부인의 노예로 기꺼이 받아주었다.

"참, 그 산파는 그래도 먼저 사식이를 위해 찾아와야 해. 바로 전에 떡들을 조산한 그 사람."

우문호는 갑자기 말을 꺼내며 정색했다.

서일은 먹으면서 말했다.

"괜찮아요, 원 씨 저택 쪽에서 이미 물색해 놓았어요. 시간이 조금 지나면 집으로 가서 묵으려고요, 돌보기도 편하고."

"원씨 저택에서 찾은 거면 능력이 조금 있겠네."

우문호가 말했다.

사식이는 고개를 들어 말했다.

"저는 오히려 쓸데없이 긴장하는 것 같아요, 아직 한참이나 지나야 낳는데 이렇게 일찍 집으로 갈 필요가 있을까요?"

우문호는 담담하게 그녀를 한 번 보았다.

"부인이 아이를 낳는 게 아주 간단하다고 생각해? 만약 횡태라면 위험해."

원경릉은 우문호를 팔꿈치로 밀며 겁을 주지 말라고 했다.

우문호가 알아차리고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서일이 눈치도 없이 말을 시작했다.

"맞아요, 그래도 조심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선 부인처럼 한 시체가 두 목숨이나... 퉤퉤퉤!"

서일은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것을 알고 얼른 몇 번 침을 뱉고 계속해서 자신의 입을 때렸다.

사식이는 그릇을 내려놓고 의심스럽게 물었다.

"선부인? 어느 선부인? 왜? 왜 한 시체에 두 목숨이에요?"

서일은 이미 뱉은 말이라 주워 담을 수도 없다 생각했다. 그리고 사식에게 알려주지 않는다면 오늘 밤은 조용할 리가 없을 것이다. 그는 사식의 손을 잡고 말했다.

"바로 병부 운전부의 선대인 부인인데, 어젯밤에 아이를 낳다 아이가 횡태여서 낳기도 전산모를 잃었대. 큰 출혈이라 하더라고. 하지만 이런 의외의 사고는 태아가 횡태라는 것을 검사해 내지 못해서야, 만약 일찍 검사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거야, 그래서 조모께서 산파를 먼저 저택에 지내라 하는 것도 맞는 일이지."

사식이는 이 일을 듣고 갑자기 얼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명의 왕비   제 2366화

    두 쌍둥이 얼굴에 행복한 미소는 사라진 채 어찌할 바를 몰라 천천히 우문호의 곁으로 다가가 그의 옷자락을 잡고 조그마한 얼굴을 들어 올려 깊은 반성의 눈빛으로 말했다.“아버지, 미안해요!”우문호는 고개를 들고 싶었지만, 원경릉이 계속 고개를 숙이게 했다.바닥에 피가 뚝뚝 떨어지면서 작은 웅덩이를 이루었고 그중 두 방울이 두 쌍둥이의 손에 툭 떨어졌다.그는 두 쌍둥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괜찮아, 그냥 코피가 좀 난 건데 뭘?”환타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왜 피하지 않으셨어요?”우문호는 그들이 그 공을 받아 다시 차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힘을 다 쓰지 않아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아버지 머리통이 깨졌을지도 몰라요.”칠성이 뒤늦게야 입을 열었다.그러자 우문호가 박장대소하며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별거, 별거 아니야!”그는 최근 몇 년간 줄곧 아들에게 푸대접을 받아왔었다.그는 원경릉에게 두 쌍둥이와 놀아주라고 하고 본인은 청소하러 들어가려고 했다.원경릉도 따라가고 싶다고 했지만, 그는 단호하게 거절하고 홀로 집으로 쿵쾅거리며 들어갔다.하지만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것은 그가 찬 바람을 들이마시며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르는 소리뿐이었다.“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가 아니어도 우리가 지켜드릴게요!”칠성은 원경릉의 손을 꼭 잡고 위로했다.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두 아이를 꼭 끌어안고 말했다.“그래, 너희들이 엄마를 여러 번 지켜주긴 했지, 엄마는 너희를 믿는단다!”칠성이 손을 뻗어 원경릉의 이마를 문질러주면서 말했다.“어머니, 겁내지 마세요!”원경릉이 당황한 듯 말했다.“엄마 하나도 무섭지 않은데, 왜 엄마가 무서워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뭐가 무섭다고?”칠성이가 그녀를 바라보며 환한 웃음을 짓자 마치 용안처럼 검은 동공이 빛나듯 눈동자가 번쩍였다.그러자 그녀는 갑자기 뇌가 전류에 맞은 것처럼 아팠다. 그 고통이 순식간에 사라지긴 했지만 실제로 충격을 받은 것처럼 손끝이 마비된 듯한 느낌을

  • 명의 왕비   제 2367화

    얼마 전 떡들에게 머리에 빛이 아직 남아 있는지 물었더니 그들은 그렇다고 대답했는데 셋째를 임신한 후로 사라졌거나 약간 옅어진 게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자기 머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환타, 칠성아, 엄마 머리 좀 봐 봐. 빛나는 게 아직도 보여?”두 쌍둥이는 잠시 망설이더니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네, 보여요!”원경릉의 마음이 조금은 안심이 되었는데 빛이 남아 있다는 것은 당분간은 큰 위기가 없을 거라는 의미였다.소월각에 돌아온 우문호는 콧등에 약을 바르고 있었다.코가 약간 비틀려 있어 그는 스스로 바로잡아 주었다.우문호는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는데 원경릉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별일 아니라는 듯이 옅은 미소를 띄며 말했다.“두 쌍둥이가 그렇게 힘이 세다니, 놀랐어.”“걔네는 원체 보통 사람들과는 달라!”원경릉이 그에게 다가가서 부은 콧등을 살펴보며 물었다.“괜찮아?” 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무릎에 앉혀 그녀의 선한 눈매를 바라보며 말했다.“음, 괜찮아! 왜? 기분이 안 좋아?”원경릉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결국에는 임신 사실을 숨기기로 했다.“아니, 그냥 우리 떡들이 보고 싶어서.”우문호가 그녀에게 가볍게 키스하더니 입을 열었다.“며칠 뒤에 같이 입궐해서 한 번 보러 가도록 하자.”원경릉이 애써 미소를 지으며 그의 말에 응했다.“그래.”이틀이 지난 후 원경릉은 우문호와 함께 입궐했다.그녀가 생각하기에 떡들이 궁궐 생활이 매우 힘들어서 그녀를 보게 되면 다짜고짜 투정부터 부릴 거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그들은 차분했고 심지어 머리를 빙빙 돌리며 원경릉에게 시를 읊어 주기도 했다.원경릉은 우문호와 태상황이 담소를 나누는 틈을 타 만두를 데리고 산책에 나섰다.정자에 이르자 그녀가 만두에게 매우 진지하게 물었다.“네가 말해봐 봐, 엄마 머리에 있는 빛이 아직도 보여? 많이 옅어진 거 같지?”만두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조용히 그녀의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어머니, 이미 삼

  • 명의 왕비   제 2368화

    제 아무리 유능해도 결국은 어린아이에 불과했다.며칠 뒤 경호에서 나온 상자를 귀영위가 밤새 원경릉에게 전달했다.상자 속에는 녹음 펜 하나가 들어있었고 원경릉이 들어보니 주진이가 그녀에게 녹음해준 것이었다.한 시간 분량의 이 녹음은 현대 육체에 대해 말하고 있었는데 비정상적인 뇌파 방출로 인해 그녀의 몸을 해동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만약 해동에 성공하고 현대 육체로 살아날 수 있다면 고대와 현대를 연결하는 의식은 단절될 것이다. 즉 고대의 육체는 죽게 되고 현대의 육체가 살아난다는 뜻이었다.해동하지 않으면 현재의 비정상적인 상태에 따라 1년 후 뇌사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그 말인 즉 어느 쪽도 살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만약 그녀가 이에 동의하고 만두에게 답을 주면 즉시 항공우주 인공 냉동연구소에 육체를 보내 해동 준비를 시작하겠다고 했다.주진은 또 자신이 살았던 시대에도 성공한 사례가 많았다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끝으로 주진은 만약 해동에 실패하더라도 마지막 마법의 무기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측정 불가한 강한 의식을 가진 두 쌍둥이고 그들이 그녀의 의식과 뇌세포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이어 주진은 큰 위험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고 걱정하지 말고 평소와 같이 생활하고 나머지 일들은 모두 그녀에게 맡기면 된다고 했다. 왜냐하면 이것이 그녀가 지금 한창 연구 중인 일이고 그녀가 원경릉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주진의 말로 원경릉은 그제야 한시름 놓게 되었는데 셋째를 출산하기까지는 적어도 1년이라는 시간이 남았기 때문이었다.더욱이 주진은 근거 없는 위로는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녀는 주진을 믿었다.그녀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으면 그녀도 웬 만큼의 확신이 있다는 뜻이다. 아니면 주진은 함께 해결책을 찾자고 했을 것이다.예전에 한 번 돌아갔을 때 연구소에서 주진은 그녀에게 자신의 뇌파도를 보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녀가 보지 않게 되자 아마도 주진은 이 측면에 더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

  • 명의 왕비   제 2369화

    원경릉은 잠잠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일을 저질렀다. "누가 이런 짓을 꾸몄는데? 그동안 독고 사람들을 제거하지 않았어? 왜 아직도 경성 근처에서 활동하는 거야?"우문호가 생각하더니 말했다. "독고의 밀정은 거의 다 제거되었어. 그러나 독고와 북막의 진씨 집안이 결탁한 지 이미 오래되었던 터라 북막에 섞여 있던 사람들이 들어온 것 같아. 북막은 군을 주둔시키고 물러나지 않네. 때를 기다리고 있겠지. 소문을 퍼뜨려 백성이 조정에 대한 신뢰를 잃게 하려는 수작 같아, 걱정하지 마. 나도 방법이 있어."그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나는 싸우고 싶지 않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한다면 북당 군사들은 절대 물러서지 않아."원경릉은 그의 냉엄한 눈빛을 바라보며 자랑스러운 한편, 마음 한쪽이 아렸다."그런 생각은 하지 마. 황실의 큰 경사가 그런 헛소문에 휘둘리게 할 수 없잖아? 우린 황실의 새 생명을 기쁘게 맞이하는 거야." 우문호가 차가운 표정을 지우고 웃으며 말했다."새 생명이라..." 원경릉이 그를 바라보며 온화하게 말했다. "우리도 한몫 해야지."우문호의 눈빛이 따뜻해졌다. "그래. 사식이도 이젠 우리 집안 사람이고, 서일도 곧 아비가 되잖아. 그간 우리와 함께 한 햇수도 있는데 꼭 보답할 거야. 만약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를 위해 성은을 빌고, 사내놈이 태어나면 어릴 때부터 잘 가르쳐 큰일을 하게 해야지."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딸이면 어떤 성은을 바랄 건데?"우문호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태자비의 수양딸이 되는 거야,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그럼 당신은 그 아이의 의붓아버지고?" 원경릉은 그의 속셈을 모를 리 없었다. 원경릉은 바로 눈치챘다.우문호가 기침을 하며 말했다. "난 줄곧 열심히 살았어, 그러니 의붓아버지라고 못할까?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어쨌든 나중에 딸 아이는 우리와 함께 살게 될 거니, 우리 자식과 마찬가지야.""장난해? 서일이 그걸 원하겠어? 서일이 동의를 한다 해도

  • 명의 왕비   제 2370화

    "임신까지 다 한 마당에, 지금 때려서 어찌할 건데?" 원경릉이 쏘아붙였다.우문호는 자리에 벌떡 일어나 주변을 방황하며 중얼거렸다. "어쩌지? 낳아야 하는 건가?"원경릉이 목소리를 높였다. "싫다는 거야?""그게 아니라..." 우문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너무 갑작스럽게 찾아온 회임 소식에 그의 머릿속은 하얀 백지장이 되었다.그는 진정할 수 없었다.원경릉은 다가가 우문호를 껴안았다. 나지막이 말했다. "이러지 마, 다 잘 될 거야. 우린 새 생명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지."우문호가 그녀를 다시 껴안았다. 그는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괴로움을 느꼈다. 한 번은 사고라지만, 이렇게 또 다시 아이가 찾아오면 위기는 더 커질 것이다. 그걸 뻔히 알면서 조심하지 않은 자신을 자책했다.딸을 갖고 싶다고 말했지만, 신께서 그 소원을 정말 이뤄줄 줄은 몰랐다."이건 다른 사람은 가지지 못하는 행운이야." 원경릉이 말했다."우리를 찾아온 복이니 우리가 책임져야지. 이제 와서 아이를 포기할 수도 없잖아?" 원경릉은 그가 방금 했던 말이 신경 쓰였던 것 같다. "내가 잠시 당황해서 말실수한 거야." 우문호가 어색하게 웃으며 그녀를 품에서 놓아주었다. 그녀의 마른 얼굴이 신경이 쓰여 다시 통통하게 할 생각이었다.그는 당분간 회임 소식을 밖에 알리지 않기로 했다. 상관없는 유언비어로 황실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민심을 혼잡하게 만드는 일이다.소문이 소문을 낳는 법이다.하지만 원경릉은 이 사실을 할머니에게 알리는 수밖에 없었다. 아직 초기 임신 상태라 항상 몸 조심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다행히도 그녀의 맥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살은 빠졌지만, 원기는 충분했다.첫 번째 교육생은 곧 출사할 것이다.원은 우문호에게 경중에 관공서 의관을 몇 개 더 만들어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조정에서 다시 돈으로 의관을 기르고 백성은 최소의 약값만 감당하게 하자는 의견이다.우문호 역시 현재 개인 의관의 가격이 너무 높아서 많은 가난한 백성들이

  • 명의 왕비   제2371화

    이러한 행동은 자연스레 경중 백성들의 불만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의원에서는 현재 태자가 혜민서 진료를 증설하기 위해 약초를 통제하여 약방의 부분 약초들이 불충분해졌다고 책임을 조정과 태자에게 떠넘겼다.멀리 미래를 보았을 때, 이는 백성들에게 좋은 조치이다. 하지만 병에 걸린 백성들은 지금 병을 보지 못하니 당연히 소란을 피울 수 밖에 없다. 원래의 의약시장은 매우 안정적이었다. 비록 비싸더라도 병을 볼 수 있는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의원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하층 백성들이 아니다 보니 그들은 혜민서 진료를 개설하든 말든 개의치 않는다. 혜민서 진료는 비록 싸지만, 이전의 인식에 따르면 좋은 의사들은 모두 나와 의원을 개설하고 의술이 정교하지 못한 의사들만 남을 것이다. 그러니 넉넉한 사람들은 모두 혜민서에 가 줄을 서지 않을 것이다.물론 진정한 권력가들도 소란을 피우지 않는다. 그들은 경중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갖고 있기에 의원에서 하루 50명의 환자를 제한하더라도 그들에게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들이 사람을 파견해 청하기만 하면 반드시 의사를 집으로 청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소란을 피우는 것은 바로 중간 층의 백성이였다.그리고 사실은 일부 권력가들도 태자에게 불만을 품고 있었다. 탕양은 원경릉에게 성중 몇 개의 의원은 혜평 공주의 소유라 알려주었다. 혜평 공주는 과거 부중에서 태자가 관리해야 할 것은 관리하지 않고 관리하지 말아야 할 것을 관리한다 욕설을 퍼부었다.혜평 공주는 고 숙태비(肅太妃)의 딸로 내의원 전임 원판의 아들과 부부가 되었다. 부마도 내의원에 들어가려 했으나 부마가 된 후 궁중 어의에 임직할 수 없어 혜민서에서 의관(醫官)을 하였다. 그 후 공주는 아예 의원을 몇 군데 개설해 그에게 관리를 맡겼다.숙태비가 세상을 뜬 후부터 혜평 공주는 요 몇 년 동안 태상황의 환심을 사지 못했다. 태상황은 예전에 혜평이 너무 공리적이고 포악해 인심을 얻지 못한다고 말한 적 있다.하지만 너무 과하지만 않으면 태상황은 보통 얘

  • 명의 왕비   제2372화

    "쇤네... 쇤네가 어찌 감히 그러겠습니까!"기라는 우문호를 여러 해 동안 따라다녔고 초왕부의 시녀로서 태자비 또한 따라다녔다. 어느 집에서 그녀에게 체면을 조금 주지 않을까? 이런 대접을 받은 적 없는 터라 그녀는 억울하고 황송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태자비에게 도움을 청했다.고개를 돌리자 혜평 공주는 바로 명을 내렸다. "여봐라, 뺨을 때리거라!"그녀 뒤에 서있던 시녀들이 나섰고 두 사람은 동시에 기라에게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때리려 했다."잠깐만요!" 그때, 원경릉이 소리치며 혜평 공주를 바라보았는데, 눈빛은 매우 날카로웠다."저희 초왕부에는 자고로 이런 큰 예를 갖추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공주께서 이렇게 신경을 쓰시는 분인 줄도 몰랐습니다. 다만 시녀가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렀다하더라도 저희 초왕부 사람이니 공주께서 나서서 훈계하실 필요는 없습니다."혜평 공주의 그 말은 기라를 향해 하는 말이 아니라 그녀를 노리고 하는 것이다. 기라는 무고하게 상처를 입었다. 그녀의 두 손이 빨갛게 데인 것을 보고 원경릉은 마음속으로 화가 치솟아 기라에게 차갑게 말했다."이만 물러가거라! 기 상궁을 불러 공주께 차를 올리라 하거라!"기라는 눈물을 참으며 일어나 몸을 숙이고는 물러갔다.혜평 공주는 이 광경을 보자 눈살을 찌푸리며 포악한 기색을 드러내고 콧방귀를 뀌었다."아는 사람들이 보면 태자비가 아랫사람을 배려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초왕부에 규칙이 없다 생각할 거예요. 본 공주도 다 태자비를 위해서예요, 다른 사람들의 비난을 받지 않도록."원경릉의 얼굴에는 참기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공주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헌데 공주께서는 오늘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혜평 공주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태자비는 뭐가 그리 급하죠? 본 공주가 앉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차를 좀 마시고 얘기하면 안 될까요?"원경릉은 그녀를 참아주고 싶지 않았지만 오늘 탕양이 말한 의원에 관련된 얘기를 듣고, 그녀가 온 뜻을 알아보려 했다.기라는

  • 명의 왕비   제2373화

    혜평 공주는 화가 나 봉안이 더욱 야박해졌고 사식이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원경릉을 바라보며 말했다."본 공주가 찾아온 건 할 말이 있어서에요, 이런 잡스러운 사람들은 물러가게 하세요.""초왕부에는 잡스러운 사람이 없습니다!"원경릉이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혜평 공주는 얼굴을 치켜세우고 냉소를 지었다."그래요, 규칙이 없는 곳이니 나도 할 말이 있으면 직설적으로 할게요, 태자가 혜민서 진료를 증설하려는 거, 태자비의 뜻이죠?""전 조정의 일들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원경릉이 답하자 혜평 공주는 냉담하게 말했다."인정하지 않다니, 태자비가 무슨 학원인지를 차린 것을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까? 태자비는 엄청난 화를 일으켰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2~3년에 의사 한 명을 양성해 내다니, 8년, 10년 없이 어떻게 의사로 출사를 한단 말입니까? 만약 태자비의 학원에서 나온 의사가 돌팔이에게도 미치지 못해 치료를 하다 사람이라도 죽인다면, 태자비가 책임 지실 겁니까?"원경릉은 이곳에서 의학을 배우려면 어려서부터 스승의 곁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심지어 몇 년간 약을 캐고 말리며, 약을 지어 제련하고 그 외에 또 스승의 집에서 모든 일상생활을 모셔야 한다. 그 모든 과정을 다 끝내고 나이가 어느 정도 되고 나서야 의술을 가르칠 수 있다.하지만 학원의 학생들은 3년 동안 다른 것들을 하고 배울 필요가 없다. 유일하게 해야 하는 일이 바로 배우는 것이다. 지금 할머니께서 진료를 개설함에 따라 학생들도 번갈아 곁에서 따라다니며 증상을 판별하고 임상 경험을 늘이고 있다. 원경릉은 그녀의 학생들이 새로 가르쳐 낸 의사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라 확신했기에 혜평 공주의 말을 듣고는 그녀가 말했다."이 일들은 공주께서 걱정하실 일이 아닙니다, 혜민서 진료를 증설하는 것은 나라와 백성들에게 이로운 일이자 정사(政事)이니 저희 모두 간섭할 수 없습니다."온 뜻을 알고 나니 원경릉은 얼버무리기도 귀찮아져 일어났다."손님을 배웅하거라!""원경릉, 네가 감히

Latest chapter

  • 명의 왕비   제3135화

    원경릉은 추 할머니와 함께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뒤, 이리 나리를 몰래 끌고 나가 조용히 물었다.“왕비께 자녀가 있습니까?”그러자 이리 나리가 되물었다. “예이와 진이를 말하는 것이냐?”원경릉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네, 예이와 진이입니다. 그들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북당에는 없다. 하지만 스승님께서 이미 추 마마를 보러 오라고 하셨다는구나.”추 할머니와 왕비가 같은 세대 사람이였기 때문에 이리 나리는 항상 추 할머니를 마마라고 불렀다.“그들이 돌아온다니… 정말입니까?”원경릉은 순간 이유 모를 흥분을 느꼈다. 그들에게 자녀가 있다는 것을 몰랐을 때, 북당이 그들을 제대로 대우해 주지 않아,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한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그들에게 자녀가 있다는 말을 들으니 정말 기뻤다.“그래. 돌아올지 말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돌아올 것 같다고 생각한다. 사부님이 명을 내렸으니, 감히 거역하지 못할 것이다.”“한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아마 다섯째도 만나고 싶을 것입니다. 어찌 그들은 친왕과 왕비의 곁에서 지내지 않는 것입니까?”“상황을 대충 알고 있지 않느냐? 사부님께서 한때 황태자가 될 뻔하셨다. 그래서 그들은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무상황도 장인어른께서도 황위에서 물러나 다섯째가 황제가 되었다. 상황이 변했으니, 그들도 이제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혹시 그들이 너무 조심스러웠던 건 아닙니까? 굳이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될 것입니다.”원경릉이 답했다.이리 나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주 작은 위험이라도 있을 수 없다. 작은 일이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니 조정에 폐를 끼칠 수 있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동안 일이 참 많지 않았냐?”원경릉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라에 수많은 문제가 쌓여 있어 몇십 년 동안도 해결되지 않았으니, 굳이 더 많은 문제를 만들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자세히 생각하니, 북당이 그들에게 빚진 것이 참 많은

  • 명의 왕비   제3134화

    하지만 원경릉은 거절했다. 모두가 시중을 들지 않는데, 그녀만 시중을 데리고 오면 괜히 특별한 척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황후라는 신분도 숙왕부 사람들 눈에는 단지 어린아이처럼 보일 뿐이었다.그녀는 짐을 다 챙긴 후, 계란에게 아버지를 잘 돌보라고 당부하곤, 서일의 보호를 받으며 궁을 나섰다.그러자 사식이는 한숨을 쉬었다. 이제 막 궁에 왔는데, 원경릉이 다시 나가버리니 앞으로 심심한 나날을 보내야 할 자신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원경릉이 숙왕부에 도착했을 때, 이리 나리 부부도 추선을 방문하기 위해 와 있었다.이리 나리도 추선과 정이 깊은 사이었다. 공주는 원경릉에게 이리 나리가 어렸을 때부터 왕비가 키웠다고 말해 주었다. 처음에는 왕비가 아이를 키우는 법을 모르기에 대부분 추할머니가 그를 돌보았는데, 나중에 무예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도 추할머니 덕분에 엄한 왕비 곁에서 고생을 조금 덜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원경릉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군요. 왕비께서 아이를 낳지 않으셨으니, 아이를 키우는 게 익숙하지 않으셨겠지요.""듣자 하니, 왕비께서 아들과 딸을 한 명씩 낳으셨다고 하네. 열몇 살에 어디론가 보내셨다네.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리도 그들을 몇 번 보지 못했다고 하더군.""왕비께서 아이를 낳으셨다니요?"원경릉이 살짝 놀란듯 물었다."저는 아이를 데려다 키웠다고 들었습니다. 예전에 보친왕..."공주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아니네. 정말 아니네. 왕비께서 직접 낳으신 아들딸이네. 쌍둥이고, 나리보다 훨씬 나이가 많네.""그렇습니까?"원경릉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과거 왕비 부부가 은거하고 지낸 탓에 자녀를 보지 못한 것이 이해는 되었지만, 최근 몇 년간 그들은 경성에 머물러 있었고, 자녀들이 찾아왔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관계가 아무리 나빠도 몇 년 동안 부모를 찾아오지 않을 수는 없을 텐데. 혹시나 부모와 자식 간에 어떤 갈등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 되었다. "그렇네. 나리가

  • 명의 왕비   제3133화

    추선의 방에서 나온 원경릉은 청우헌으로 가서 세 거두와 이야기를 나누고 혈압까지 재주었다.그녀는 그들의 말에서 추선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추선으로, 왕비의 옛 시녀였다. 그러나 가장 힘든 시절에 추선은 왕비와 왕부를 떠나지 않았고, 줄곧 평남왕 우문극을 돌봐왔다고 했다.그리고 그 두 명의 첩인 운 마마와 몽 마마는 실제로 왕비의 첩이라고 했다. 대체 왜 왕비의 첩이 되었는지 명확히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두 사람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그녀들은 이미 왕비의 첩으로 불렸다.세 거두는 추선의 병세를 물었다. 원경릉이 악성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자 충격을 받았다.현대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그들은 ‘악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들의 얼굴에 한순간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아, 원경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왕비의 시녀라 하셨는데, 잘 아시는 것입니까?”무상황이 말했다.“숙왕부에서는 누구의 시녀인지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매미도 시녀를 그만두고, 모두와 함께 고생했다. 평생 혼인도 하지 않고.”“매미요?”“네가 말하는 추선이다.”원경릉은 웃음이 터질 뻔했다.추선의 이름을 매미로 부르는 것도 어찌 보면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추선이 큰 병에 걸렸다는 소식은 숙왕부 전체에 퍼졌고, 많은 사람이 원경릉에게 그녀의 병세를 물었다.원경릉은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이 그렇게 침통한 표정을 짓는 것도, 누군가를 이렇게 걱정하는 모습도 처음 보았다. 평소 그들은 늘 차가운 태도를 보였고, 유일하게 열정을 보일 때는 식사 시간뿐이었으니 말이다.그날, 원경릉은 숙왕부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숙왕부의 식사 방식은 한 사람이 큰 사발 하나씩 받는 것이었다. 이날 집안사람들은 음식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아, 남긴 음식이 가득했다.이런 일은 전례가 없었다.원경릉은 이로부터 추선이 그들 마음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게 되었다. 소요공에 따르면, 과거 추선은 적성루에서 음식을 배분하는 일을 맡았다고 했다. 고기를 얼마나 줄

  • 명의 왕비   제3132화

    “이전에 무슨 큰 병을 앓았습니까?”원경릉이 물었다.“폐결핵이었네. 의원을 불러 치료했지만, 몇 년 동안 건강이 계속 좋지 않았네.”왕비가 대답했다.“치료했던 의원의 능력이 뛰어났겠습니다. 누구였습니까?”“주진이요.”왕비가 말했다.주진의 이름을 들으니, 원경릉은 그녀가 왕비와 오랜 세월을 함께해온 자라는 것을 확신했다.원경릉은 초능력을 사용해 노파의 폐 상태를 감지했다. 결절과 섬유화가 있었고, 심지어 종양으로 의심되는 덩어리도 발견했다. 나이가 많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았고, 우선 약물을 통해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그저 악성이 아니길 바라며 기도할 뿐이었다.우선 링거를 놓고 산소를 공급하며, 스테로이드를 사용해 기관지를 확장해 그녀가 조금 더 편하게 호흡할 수 있도록 했다.약물을 사용하자 노파의 안색이 서서히 나아졌고, 호흡도 훨씬 수월해졌다.그러자 노파가 감사의 말을 전했다.“이렇게 숨을 쉬어본 게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치료가 진행되는 동안, 두 명의 나이 든 여성이 방을 드나들었다. 다들 원경릉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기에, 왕비가 그녀들을 소개해주었다.“모두 수년간 나와 함께해온 사람들이네.”그러고는 잠시 망설이더니 말을 덧붙였다.“내 첩들이네.”그러자 원경릉은 자신이 잘못 들은건 아닌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의 첩인지 아니면 왕의 첩인지 궁금했지만, 차마 질문하기엔 입이 쉽게 열어지지가 않았다.잠시 후, 원경릉이 침대에 누워 있는 환자를 가리키며 물었다.“그럼, 이분은요?”“날 처음 모신 사람이네. 이름은 추선이야. 수십 년 동안 대부분 평남왕부에서 평남왕을 돌보며 지냈네.”왕비가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원경릉은 이해했다. 그들은 정말 이곳에 정착하려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예전에 함께 지내던 사람들을 하나씩 데려와 함께 여생을 보내려는 것이었다.젊은 시절 함께 했던 사람들이니, 나이가 들어도 서로 곁에 머물고 싶어 했다.왕비는 원경릉과 함께 밖으로 나와 진지하게 말했다.“심각하다는 건

  • 명의 왕비   제3131화

    다섯째는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졌다.아이가 혼인을 올리지 않고 곁에 머무는 건 분명 기쁜 일이었고 효심이 있는 일이었지만 평생 결혼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외로울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만약 자기와 원경릉이 저세상으로 떠난다면, 그녀가 혼자 어떻게 지낼 수 있을까 싶었다.그렇다고 해서 혼사를 허락하자니, 세상에 과연 걸맞은 사내가 있을지 걱정되었다.택란을 그녀보다 못 한 사내에게 보내는 건 그녀에게 너무 큰 희생이다.다섯째가 갈등하는 것 같자 원경릉이 웃으며 그를 다독였다.“택란은 이제 여덟 살이네. 너무 앞서 생각하지 마오.”다섯째가 그녀를 흘깃 쳐다보며 말했다.“자네는 모르네. 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흘러가네. 벌써 여덟 살이니, 7년만 지나면 성인이 되오.”그는 시간이 조금만 천천히 흘렀으면 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두는 게 좋소. 너무 멀리 내다봐도 소용없네.”원경릉은 그의 손을 잡고 살며시 깍지를 꼈다.“아이도 운명과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오. 만약 언젠가 자네만큼 훌륭한 남자를 만난다면, 그와 혼사를 해도 나쁠 게 없지 않겠소?”“그런 남자는 있을 리 없소!”우문호는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이런 칭찬해도 우문호는 여전히 복잡해 보였기에, 원경릉은 자신이 그를 걱정하게 만든 것 같아 후회했다. 하지만 자신이 말하지 않아도 그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리 없었다.택란이 태어난 날부터 우문호에게는 새로운 적이 생겼다. 바로 택란과 혼인할 상대였다.그 적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몰랐지만, 그는 여전히 미워하고 있었다.더구나 금나라의 어린 황제가 혼사를 직접 언급했으니, 이제 그 적은 실체가 생겼고, 이에 따라 그는 한동안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었다.그 후 며칠간 택란은 매우 순진하고 착하게 행동했다. 아버지가 시간이 날 때마다 곁에 머물며 대화를 나누고, 놀고, 책을 읽고, 글씨를 쓰며 시간을 보냈다.어린 나이임에도 이미 아부하는 법을 터득해, 다섯째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어 더 이상 화낼 수 없게 했다.다

  • 명의 왕비   제3130화

    ”이제 화가 풀린 것이오?”원경릉이 웃으며 물었다.“화 풀렸네. 하지만 금나라의 어린 황제는 조심해야 하오. 어린 자식이, 정말 너무하오!”우문호는 선물을 하나 열었다. 안에는 알록달록한 도자기로 만든 정교한 인형이 있었는데, 머리카락까지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그는 미소를 멈출 수 없었다.“이 도자기 인형, 정말 우리 딸을 닮았구나. 예쁘오!”“내가 산 것이오!”원경릉이 질투라도 난듯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가 산 것이니 더 좋소. 아주 좋아!”우문호는 선물을 하나씩 열어보며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몇 개를 연 후에야 그는 약도성의 상황을 묻기 시작했다.원경릉은 자리에 앉아 약도성에서 있었던 상황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특히 택란이 약도성에서 보여준 대처 방법에 대해 상세히 말했다.그러자 우문호가 매우 놀라며 말했다.“택란이 지진을 예측하고 백성들을 대피시켰다니.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이오. 정말 대단하네. 원 선생, 난 택란이 약도성에서 놀기만 했을 줄 알았네. 몰래 이런 큰일을 해내다니.”“택란과 경단은 모두 자네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오. 자네가 걱정하지 않도록 말이네. 그래서 자네한테 말하지 않았던 거고. 이게 택란이 자네를 더 사랑한다는 이유요. 자네를 평생 아끼며 짐을 덜어주고 싶어 하오.”우문호는 그녀의 손을 놓고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원 선생,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소.”원경릉은 그의 팔을 감싸 안으며 웃으며 말했다.“그래, 우시오. 우리 큰 아기 울어도 괜찮네!”우문호는 답답한 표정으로 말했다.“자네가 날 ‘큰 아기’라고 부르니 눈물이 갑자기 멈추네요.”“그럼 울지 말고 어서 앉으시오. 약도성 백성들이 택란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말해주겠소.”원경릉이 그의 팔을 잡아 의자에 앉히고는, 약도성에서 한 달 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우문호는 그녀의 이야기에 몰입하며 감동하였다. 특히 약도성 백성들이 택란을 존경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는 믿기 어려워했

  • 명의 왕비   제3129화

    우문호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확 어두워지며 깜짝 놀랐다.“청혼? 누가 청혼을 한 것이오? 미친 것이오? 겨우 여덟 살인데! 대체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이런 짓을……”그는 너무 충격을 받아 분노가 치밀었다. 겨우 여덟 살인 딸을 누군가 눈독을 들이고, 심지어 청혼까지 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그는 그자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 반드시 혼쭐을 내겠다고 마음먹었다.원경릉이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이미 택란의 비밀을 다 털어놨으니, 이제 더 이상 나한테 화내면 안 되오.”“말하시오. 용서할 테니 더 말하시오!”우문호는 더 이상 원경릉에게 화를 낼 힘도 없었다.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심하게 화가 난 것도 아니었고, 복잡한 감정만이 뒤섞여 답답할 뿐이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런 감정들도 모두 사라지고, 이 터무니없는 사건이 더 중요해졌다.원경릉은 택란이 금나라에 가서 10만 냥을 얻은 전말을 설명했다. 특히 금나라의 어린 황제가 그녀에게 청혼했다는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고 전부 털어놓았다. 단 한 글자도 숨기지 않고 진실만 말했다.우문호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그건 너무 대담하잖소! 금나라에서 10만 냥을 빼앗았다니? 어찌 이야기가 이렇게 익숙한 것이오? 그래, 기화요! 어찌 스승이 이런 짓을 가르친 것이오? 그리고 그 금나라의 어린 황제는 이제 몇 살이오? 듣자 하니 겨우 열 살이라고……”“열셋이오. 금나라의 진국왕이 그의 권력을 누르려, 일부러 열 살이라고 소문낸 것이오.”우문호는 벌떡 일어나 뒷짐을 지고 방을 빙빙 돌며 어쩔줄 몰라했다. “열다섯이라도 안 되네! 금나라가 북당의 경성에서 얼마나 먼지 알고 있소? 아이가 그곳에 시집가면 1년에 한 번도 못 돌아올 것이네. 북당의 진국 공주를 부인으로 삼겠다니? 허망 된 꿈이요! 꿈!”“아이들의 농일 뿐이요.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안 되네.”원경릉이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농담이라도 안 되네. 황위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우리 귀한 딸을 부인으로 삼겠다니? 이런 녀석은 앞

  • 명의 왕비   제3128화

    목여 태감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우문호에게 말했다.“폐하, 공주를 너무 꾸짖지 마십시오. 공주께서는 단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한 것 뿐입니다. 큰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안왕과 위왕도 그곳에 있었고,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았잖습니까?”우문호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택란이 자네에게는 과자 한 조각을 주었지만, 나한테는 안 주더군.”택란은 그 말을 듣고 재빨리 과자 한 조각을 가져와 아버지의 입가에 가져다 대며 환심을 사려는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 드셔 보세요. 이건 그렇게 달지 않은 생강 과자인데, 정말 맛있습니다!”생강 과자의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딸의 귀엽고 앙증맞은 얼굴을 보니 어떻게 밀쳐낼 수 있겠는가? 화가 난 상태였지만 결국 한입 물었고 생강과 설탕의 맛이 입안에 퍼졌고, 딸의 사랑스러운 미소를 보니 얼굴에 굳었던 표정이 풀어졌다.“나도 먹고 싶은데.”원경릉이 가볍게 웃으며 그의 옆에 앉아 턱을 괴고 물었다.“다섯째야, 맛있느냐?”우문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무시했다. 그녀가 스스로 만든 규정을 어겼으니, 좋은 표정을 지을 마음이 없었다.원경릉이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택란아, 나한테도 한 조각 줘 보거라!”택란은 다시 과자 한 조각을 가져와 엄마의 입가에 가져다주며 더 큰 죄책감을 느꼈다. 이번엔 자신의 엄마까지 곤란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원경릉은 과자를 먹고 나서 웃으며 말했다.“정말 맛있구나. 다 먹었으니 나가서 좀 자거라. 돌아오는 길에 제대로 못 잤으니.”“예!”택란은 얌전히 대답하고 나머지 과자를 빨리 먹어 치운 뒤 아버지에게 다가가 그를 한 번 안아주었다.“아바마마, 저 먼저 자러 가겠습니다. 깨고 나면 다리 주물러 드릴게요!”우문호는 더 이상 화를 내지 않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그래, 어서 가거라.”택란은 목여 태감의 손을 잡고 방을 나섰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엄마를 한 번 돌아보며 아버지가 너무 오래 화를 내지 않기를 바랐다.원경릉은 문을 닫고 탁자 옆에

  • 명의 왕비   제3127화

    기다리고 기다리던 택란이 드디어 경성으로 돌아왔다. 우문호는 소월궁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옆에서 목여 태감이 계속해서 설득했다. 그는 공주가 아직 어리니,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 하며, 그저 택란이 다른 어린아이들이 저지를 수 있는 잘못을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목여 태감은 혹시라도 황제가 공주를 꾸짖을까 봐 걱정되어 공주를 감쌌다. 그의 약한 마음은 그런 걸 감당하지 못했다.마침내 택란과 원경릉이 도착했다.우문호는 작은딸이 원경릉의 뒤에 숨어 겁먹은 얼굴로 머리를 살짝 내밀고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원경릉이 딸의 손을 꽉 잡고 말했다.“가봐라, 아버지께서 기다리신다.”택란은 고개를 숙이고 아버지 앞으로 다가갔다. 우문호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자기 손을 그의 손 위에 올려놓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바마마, 저 돌아왔습니다.”그러자 우문호는 딸의 손을 잡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뿌리치지도 않았다.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보는 눈빛엔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약도성에 얼마나 있었느냐?”택란은 거짓말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솔직히 대답했다.“지난번 여름방학 때 집에 돌아온 후 바로 약도성으로 갔어요.”우문호는 큰 충격을 받았다.“모두가 알고 있었으면서, 나만 속였단 말이냐?”택란은 미안한 마음에 아버지를 껴안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안 그러겠습니다!”우문호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원경릉이 다가가 말했다.“아이가 자네 선물을 많이 샀소. 한번 보시게.”“필요 없소!”우문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딸을 뿌리칠 마음은 없지만, 그는 여전히 속았다는 사실에 너무 힘들었다.원경릉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텐데,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다. 서로 비밀이 없기로 약속했건만, 그 약속이 깨진 것 같아 화가 났다.원경릉은 그의 표정을 보고 더 걱정해야 할 사람이 자기라는 것을 깨달았다.오는 길 내내 택란만 걱정하며 우문호에게 딸을 변호해 주려 했지만, 정작 자신이 그를 속인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