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까지 다 한 마당에, 지금 때려서 어찌할 건데?" 원경릉이 쏘아붙였다.우문호는 자리에 벌떡 일어나 주변을 방황하며 중얼거렸다. "어쩌지? 낳아야 하는 건가?"원경릉이 목소리를 높였다. "싫다는 거야?""그게 아니라..." 우문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너무 갑작스럽게 찾아온 회임 소식에 그의 머릿속은 하얀 백지장이 되었다.그는 진정할 수 없었다.원경릉은 다가가 우문호를 껴안았다. 나지막이 말했다. "이러지 마, 다 잘 될 거야. 우린 새 생명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지."우문호가 그녀를 다시 껴안았다. 그는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괴로움을 느꼈다. 한 번은 사고라지만, 이렇게 또 다시 아이가 찾아오면 위기는 더 커질 것이다. 그걸 뻔히 알면서 조심하지 않은 자신을 자책했다.딸을 갖고 싶다고 말했지만, 신께서 그 소원을 정말 이뤄줄 줄은 몰랐다."이건 다른 사람은 가지지 못하는 행운이야." 원경릉이 말했다."우리를 찾아온 복이니 우리가 책임져야지. 이제 와서 아이를 포기할 수도 없잖아?" 원경릉은 그가 방금 했던 말이 신경 쓰였던 것 같다. "내가 잠시 당황해서 말실수한 거야." 우문호가 어색하게 웃으며 그녀를 품에서 놓아주었다. 그녀의 마른 얼굴이 신경이 쓰여 다시 통통하게 할 생각이었다.그는 당분간 회임 소식을 밖에 알리지 않기로 했다. 상관없는 유언비어로 황실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민심을 혼잡하게 만드는 일이다.소문이 소문을 낳는 법이다.하지만 원경릉은 이 사실을 할머니에게 알리는 수밖에 없었다. 아직 초기 임신 상태라 항상 몸 조심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다행히도 그녀의 맥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살은 빠졌지만, 원기는 충분했다.첫 번째 교육생은 곧 출사할 것이다.원은 우문호에게 경중에 관공서 의관을 몇 개 더 만들어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조정에서 다시 돈으로 의관을 기르고 백성은 최소의 약값만 감당하게 하자는 의견이다.우문호 역시 현재 개인 의관의 가격이 너무 높아서 많은 가난한 백성들이
이러한 행동은 자연스레 경중 백성들의 불만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의원에서는 현재 태자가 혜민서 진료를 증설하기 위해 약초를 통제하여 약방의 부분 약초들이 불충분해졌다고 책임을 조정과 태자에게 떠넘겼다.멀리 미래를 보았을 때, 이는 백성들에게 좋은 조치이다. 하지만 병에 걸린 백성들은 지금 병을 보지 못하니 당연히 소란을 피울 수 밖에 없다. 원래의 의약시장은 매우 안정적이었다. 비록 비싸더라도 병을 볼 수 있는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의원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하층 백성들이 아니다 보니 그들은 혜민서 진료를 개설하든 말든 개의치 않는다. 혜민서 진료는 비록 싸지만, 이전의 인식에 따르면 좋은 의사들은 모두 나와 의원을 개설하고 의술이 정교하지 못한 의사들만 남을 것이다. 그러니 넉넉한 사람들은 모두 혜민서에 가 줄을 서지 않을 것이다.물론 진정한 권력가들도 소란을 피우지 않는다. 그들은 경중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갖고 있기에 의원에서 하루 50명의 환자를 제한하더라도 그들에게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들이 사람을 파견해 청하기만 하면 반드시 의사를 집으로 청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소란을 피우는 것은 바로 중간 층의 백성이였다.그리고 사실은 일부 권력가들도 태자에게 불만을 품고 있었다. 탕양은 원경릉에게 성중 몇 개의 의원은 혜평 공주의 소유라 알려주었다. 혜평 공주는 과거 부중에서 태자가 관리해야 할 것은 관리하지 않고 관리하지 말아야 할 것을 관리한다 욕설을 퍼부었다.혜평 공주는 고 숙태비(肅太妃)의 딸로 내의원 전임 원판의 아들과 부부가 되었다. 부마도 내의원에 들어가려 했으나 부마가 된 후 궁중 어의에 임직할 수 없어 혜민서에서 의관(醫官)을 하였다. 그 후 공주는 아예 의원을 몇 군데 개설해 그에게 관리를 맡겼다.숙태비가 세상을 뜬 후부터 혜평 공주는 요 몇 년 동안 태상황의 환심을 사지 못했다. 태상황은 예전에 혜평이 너무 공리적이고 포악해 인심을 얻지 못한다고 말한 적 있다.하지만 너무 과하지만 않으면 태상황은 보통 얘
"쇤네... 쇤네가 어찌 감히 그러겠습니까!"기라는 우문호를 여러 해 동안 따라다녔고 초왕부의 시녀로서 태자비 또한 따라다녔다. 어느 집에서 그녀에게 체면을 조금 주지 않을까? 이런 대접을 받은 적 없는 터라 그녀는 억울하고 황송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태자비에게 도움을 청했다.고개를 돌리자 혜평 공주는 바로 명을 내렸다. "여봐라, 뺨을 때리거라!"그녀 뒤에 서있던 시녀들이 나섰고 두 사람은 동시에 기라에게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때리려 했다."잠깐만요!" 그때, 원경릉이 소리치며 혜평 공주를 바라보았는데, 눈빛은 매우 날카로웠다."저희 초왕부에는 자고로 이런 큰 예를 갖추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공주께서 이렇게 신경을 쓰시는 분인 줄도 몰랐습니다. 다만 시녀가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렀다하더라도 저희 초왕부 사람이니 공주께서 나서서 훈계하실 필요는 없습니다."혜평 공주의 그 말은 기라를 향해 하는 말이 아니라 그녀를 노리고 하는 것이다. 기라는 무고하게 상처를 입었다. 그녀의 두 손이 빨갛게 데인 것을 보고 원경릉은 마음속으로 화가 치솟아 기라에게 차갑게 말했다."이만 물러가거라! 기 상궁을 불러 공주께 차를 올리라 하거라!"기라는 눈물을 참으며 일어나 몸을 숙이고는 물러갔다.혜평 공주는 이 광경을 보자 눈살을 찌푸리며 포악한 기색을 드러내고 콧방귀를 뀌었다."아는 사람들이 보면 태자비가 아랫사람을 배려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초왕부에 규칙이 없다 생각할 거예요. 본 공주도 다 태자비를 위해서예요, 다른 사람들의 비난을 받지 않도록."원경릉의 얼굴에는 참기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공주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헌데 공주께서는 오늘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혜평 공주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태자비는 뭐가 그리 급하죠? 본 공주가 앉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차를 좀 마시고 얘기하면 안 될까요?"원경릉은 그녀를 참아주고 싶지 않았지만 오늘 탕양이 말한 의원에 관련된 얘기를 듣고, 그녀가 온 뜻을 알아보려 했다.기라는
혜평 공주는 화가 나 봉안이 더욱 야박해졌고 사식이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원경릉을 바라보며 말했다."본 공주가 찾아온 건 할 말이 있어서에요, 이런 잡스러운 사람들은 물러가게 하세요.""초왕부에는 잡스러운 사람이 없습니다!"원경릉이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혜평 공주는 얼굴을 치켜세우고 냉소를 지었다."그래요, 규칙이 없는 곳이니 나도 할 말이 있으면 직설적으로 할게요, 태자가 혜민서 진료를 증설하려는 거, 태자비의 뜻이죠?""전 조정의 일들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원경릉이 답하자 혜평 공주는 냉담하게 말했다."인정하지 않다니, 태자비가 무슨 학원인지를 차린 것을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까? 태자비는 엄청난 화를 일으켰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2~3년에 의사 한 명을 양성해 내다니, 8년, 10년 없이 어떻게 의사로 출사를 한단 말입니까? 만약 태자비의 학원에서 나온 의사가 돌팔이에게도 미치지 못해 치료를 하다 사람이라도 죽인다면, 태자비가 책임 지실 겁니까?"원경릉은 이곳에서 의학을 배우려면 어려서부터 스승의 곁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심지어 몇 년간 약을 캐고 말리며, 약을 지어 제련하고 그 외에 또 스승의 집에서 모든 일상생활을 모셔야 한다. 그 모든 과정을 다 끝내고 나이가 어느 정도 되고 나서야 의술을 가르칠 수 있다.하지만 학원의 학생들은 3년 동안 다른 것들을 하고 배울 필요가 없다. 유일하게 해야 하는 일이 바로 배우는 것이다. 지금 할머니께서 진료를 개설함에 따라 학생들도 번갈아 곁에서 따라다니며 증상을 판별하고 임상 경험을 늘이고 있다. 원경릉은 그녀의 학생들이 새로 가르쳐 낸 의사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라 확신했기에 혜평 공주의 말을 듣고는 그녀가 말했다."이 일들은 공주께서 걱정하실 일이 아닙니다, 혜민서 진료를 증설하는 것은 나라와 백성들에게 이로운 일이자 정사(政事)이니 저희 모두 간섭할 수 없습니다."온 뜻을 알고 나니 원경릉은 얼버무리기도 귀찮아져 일어났다."손님을 배웅하거라!""원경릉, 네가 감히
원경릉의 말을 듣고 기 상궁과 기라는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느지막이 우문호가 돌아오자 기 상궁은 먼저 그에게 이 일을 보고했다. 우문호는 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걱정하지 말라고 달래며 소월각으로 돌아갔다.원경릉이 안에서 쌍둥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그는 들어가자마자 쌍둥이를 안고 뽀뽀를 해준 다음에서야 유모에게 데리고 가라고 했다.그는 손을 뻗어 원경릉을 품으로 끌어안았다."혜평 고모가 다녀가셨어? 억울했지?"원경릉이 고개를 들었는데, 눈가에는 온화한 웃음기를 띠고 있었다."어떻게 나를 억울하게 할 수 있겠어? 기 상궁이 알려줬어?""응, 정말 너무해. 내일 고모에게 사람을 보내 말을 전할 거야, 만약 또 제멋대로 막아 나선다면 그때는 고모와 조카의 정을 생각하지 않을테니 탓하지 마시라고!"우문호는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원경릉도 동의했다. "조금 눈치를 주는 것도 좋지, 스스로 수렴할 줄 알기 바래야겠네.""앞으로 또 오면 바로 문 앞에서 막아. 들어와서 널 방해하게 하지 말고."우문호는 그녀의 손을 잡고 눈가에는 짙은 걱정이 가득했다.원경릉은 웃기 시작했다."나도 이렇게 분부를 내렸어, 건드리지 못하면 피하지도 못하겠어?"우문호가 거만하게 말했다."누가 건드릴 수 없대? 북당 전체를 봐도 네가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 부황과 황조부께서도 모두 너를 지지하시는데."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아마 궁으로 가 황조부를 찾으시진 못할 거야.""기껏해야 진국대공주님한테 가서 울며불며 하소연을 할 거야." 우문호가 담담히 말했다.우문호의 예상대로 혜평 공주는 초왕부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진국대공주댁으로 향했다.진국대공주는 요즘 두풍(頭風)이 발작하여, 그녀가 문안하러 온 줄로 알고 곁에 있는 상궁에게 조카딸이 그래도 효도를 한다고 말을 했다.진국대공주는 두통을 무릅쓰고 조카딸을 만나러 나왔지만 혜평 공주의 얼굴에 분노가 가득한 것을 보았다. 혜평 공주는 그녀는 보자마자 무릎을 꿇고 도
혜평 공주는 큰고모가 도와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원경릉을 도와 말을 꺼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는 화가 나 얼굴이 파랗게 질려 버렸지만 큰고모 앞에서 감히 너무 방자하게 굴지 못하고 애처롭게 몇 마디만 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큰고모도 절 업신여기나 봅니다. 그래요, 부마가 출세를 하지 못했고 아들들도 누구 한 명 조정에 들어가 관리가 되지 못했어요. 태자에게 부탁을 청해도 도와주지 않고. 사촌 오라버니와 조카들은 모두 태자가 안배를 해주었으니 큰고모께서도 자연스레 그들의 편을 들어 말씀하시겠죠."다시 말하면 그녀는 진국대공주가 원경릉을 돕는 이유가, 우문호가 사적으로 대공주의 자손들을 도와 관직을 안배해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진국대공주는 화로 인해 머리가 더욱 아파졌다. 하지만 그녀는 노하지 않고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정말 온통 헛소리구나, 너의 그 아들들은 문(文)도 안되고 무(武)도 안되는데 감히 태자를 난처하게 하며 관직을 바라고 있다고? 네가 말해보거라, 그들이 무슨 관직을 할 수 있는지!"혜평 공주의 얼굴에는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말을 그렇게 하시면 안 되죠, 누구도 태어나자마자 벼슬을 하는 건 아니잖습니까. 모두 단련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에게 단련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평생 못하는 것이죠."태상황을 봐서라도 대공주는 여전히 그녀에게 속마음을 터놓는 말들을 했다."정말 단련을 시키고 싶은 게냐? 네가 원한다면 외딴 주부에서 관리를 하거라, 약간의 성과가 있으면 태자가 그들을 도와주지 않겠냐? 게다가 관원이 승진을 하는 것은 네 조카 태자가 관리하는 것도 아니고, 네 조카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고모가 돼서는 보이지도 않는 게냐? 왜 태자를 신경 써주진 않고 이 관건적인 시각에 방해를 하는 것이야, 그럼 안되는 게 아니냐?"혜평 공주는 속으로 이런 말들을 듣고 싶어 하지 않았다."이런 말들까지는 하실 필요가 없으십니다.""필요하다, 네가 날 아직도 고모라 생각한다면, 더 이상 태자에게 폐를 끼치지 말거라. 더 이
진국대장공주와 침술진국대장공주는 자수 솜씨가 아주 훌륭했다. 어렸을 때부터 이미 강산만리도를 수놓아 경성의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원경릉이 말했다. "이제는 자수 놓지 마세요, 수를 놓더라도 쉬엄쉬엄 놓는 게 좋을 것 같아요."진국대장공주은 원경릉을 자애롭게 바라보며 말했다. "난 자수 밖에 할 줄 모르기에 다른 할 소일거리도 없습니다. 그대가 말한 노부인은 정말 재주가 뛰어나더군요. 존경스러워요, 자주 데리고 오세요."원경릉은 진국대장공주의 말에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노부인은 몇 년 간 의학원에서 학생을 양성하셨습니다. 침술도 가르치지요, 공주님의 경추에 아주 좋습니다. 괜찮으시면 학생에게 맡겨보시겠습니까?"만약 진국대장공주가 원한다면 학생들이 돌팔이 의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원경릉의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늙은 관사가 말했다. "태자비마마, 아니되옵니다. 공주님의 신체를 어찌 겨우 삼 년을 배운 의원따위 에게 맡길 수 있겠습니까?"원경릉도 자기의 말이 살짝 도를 넘었다고 여겼는지 겸연쩍게 말했다. "공주마마, 용서하십시오. 제가 그저 입에서 나오는 말을 했습니다, 결코 공주마마의 기분을 상하게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공주는 손을 살짝 누르며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그 학생들은 전부 노부인이 직접 가르친 것입니까?""노부인, 조 어의, 그리고 다른 스승님이 계십니다. 전부 각 주부에서 초청한 명의들이지요." 원경릉이 답했다.진국대장공주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이렇게 하시지요, 일부 수낭들의 목이 좋지 않는데 그 수낭들에게 침을 놓는 게 어떻습니까? 만약 효과가 있다면 내가 침을 맞겠습니다."원경릉이 크게 기뻐했다. "정말입니까? 좋습니다!"진국대장공주가 웃으며 말했다. "그대의 마음은 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밖에서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은 모두 혜평이 부추기고 있는 겁니다. 일부러 의학원의 의원들 실력이 좋지 않다고 소문을 내는 바람에 백성도 혜민서에 반감이 있지요. 만약 그 학생들이 치료
침을 맞다원 할머니는 학생들이 침을 놓을 때 옆에서 직접 지켜보았다. 침을 놓은 지 일주일이 지나고서부터 수낭들의 목이 확실히 좋아졌다. 진국대장공주도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외부에 새 의원의 의술로 두풍지병을 치료하겠다고 선언했다.그녀의 행동으로 사람들은 많은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모두 진국대장공주의 안위를 걱정했다. 궁중의 어의를 놔두고 어떻게 돌팔이 의원에게 치료를 맡긴다고 수군거렸다.두풍은 고질병이었다. 머리에 생긴 병으로 치료를 잘못하면 생명에 위협이 되었다.황실의 안식구들과 고명들은 이것이 원경릉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잇달아 원경릉을 비난하면서 진국대장공주를 말리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말하든, 진국대장공주는 이날 노부인의 외래 진료에 와서 진맥을 한 후에 침을 맞았다.진국대장공주를 데리러 온 식구들은 의원에게 끝없이 질문하거나 심지어는 진료를 방해하기도 했다.그러자 진국대장공주가 화를 내며 명령했다. "모두 물러나세요. 방해하지 말고 밖에서 기다리세요.""어마마마..." 진국대장공주의 며느리 최씨가 그녀를 말렸다. "조심하십시오, 어의가 침술에 훨씬 능한데, 어의를 불러 치료하는 것이 어떻습니까?""어찌 말이 그리도 많은 것이냐? 당장 나가라고 하지 않았더냐‘" 진국대장공주가 화를 내며 말하자 원경릉이 타일렀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의원들은 새내기이긴 하지만 침술이 아주 뛰어나 의학원에 있을 때부터 매일 연습에 매진했습니다. 문제가 생기지 않을 테니 안심하세요."최씨 부인은 원경릉을 원망했다. "그러다가 정말 뜻밖의 사고라도 생긴다면 이건 누가 책임집니까? 태자비 마마께서 저들을 그렇게 믿으면 직접 시침이라도 해보지 그러십니까?""내가 알아서 한다!" 진국대장공주가 노여워하며 그들에게 나가라고 손짓했다.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가 기다렸다. 백성들은 밖에 모여서 의원들이 침술에 능통한지 지켜보려 했다.진국대장공주는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의원 한 명이 앞으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