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을 맞다원 할머니는 학생들이 침을 놓을 때 옆에서 직접 지켜보았다. 침을 놓은 지 일주일이 지나고서부터 수낭들의 목이 확실히 좋아졌다. 진국대장공주도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외부에 새 의원의 의술로 두풍지병을 치료하겠다고 선언했다.그녀의 행동으로 사람들은 많은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모두 진국대장공주의 안위를 걱정했다. 궁중의 어의를 놔두고 어떻게 돌팔이 의원에게 치료를 맡긴다고 수군거렸다.두풍은 고질병이었다. 머리에 생긴 병으로 치료를 잘못하면 생명에 위협이 되었다.황실의 안식구들과 고명들은 이것이 원경릉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잇달아 원경릉을 비난하면서 진국대장공주를 말리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말하든, 진국대장공주는 이날 노부인의 외래 진료에 와서 진맥을 한 후에 침을 맞았다.진국대장공주를 데리러 온 식구들은 의원에게 끝없이 질문하거나 심지어는 진료를 방해하기도 했다.그러자 진국대장공주가 화를 내며 명령했다. "모두 물러나세요. 방해하지 말고 밖에서 기다리세요.""어마마마..." 진국대장공주의 며느리 최씨가 그녀를 말렸다. "조심하십시오, 어의가 침술에 훨씬 능한데, 어의를 불러 치료하는 것이 어떻습니까?""어찌 말이 그리도 많은 것이냐? 당장 나가라고 하지 않았더냐‘" 진국대장공주가 화를 내며 말하자 원경릉이 타일렀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의원들은 새내기이긴 하지만 침술이 아주 뛰어나 의학원에 있을 때부터 매일 연습에 매진했습니다. 문제가 생기지 않을 테니 안심하세요."최씨 부인은 원경릉을 원망했다. "그러다가 정말 뜻밖의 사고라도 생긴다면 이건 누가 책임집니까? 태자비 마마께서 저들을 그렇게 믿으면 직접 시침이라도 해보지 그러십니까?""내가 알아서 한다!" 진국대장공주가 노여워하며 그들에게 나가라고 손짓했다.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가 기다렸다. 백성들은 밖에 모여서 의원들이 침술에 능통한지 지켜보려 했다.진국대장공주는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의원 한 명이 앞으
지하의 화약 무기첫째 날 침을 맞은 후 진국대장공주의 통증이 약간 완화되었다. 그녀는 이튿날이 기대되었다.진국대장공주가 떠난 뒤, 몇 명의 의원들이 나와 예전처럼 질서정연하게 백성들의 병을 진찰하기 시작했다.표정은 특별하지도, 교만하지도 않았다.원경릉은 원 할머니와 몇 마디를 나눈 뒤 돌아갔다. 우문호는 다른 일로 바빴다. 그리고 병부창고를 둘러보다가 전에 보지 못했던 무기를 그림으로 그려 원경릉에게 보여주었다.원경릉은 그림을 보더니 이상함을 느꼈다. 전부 화약으로 만든 무기였다. "예전부터 화약을 응용했었어?""아니?" 우문호는 무장이었기에 수십 년 전의 일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십 년 동안은 화약을 응용하지 않았다."하지만 이 화총과 수류탄을 봐. 전부 살상 무기야. 물론 대주가 개발한 전차와 비교할 수 없겠지만. 대주의 전차는 화약 무기를 휴대할 수 있거든." 원경릉이 말했다.우문호가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이것들은 전부 병기보의 지하실에 있었어. 몇 년 동안 거기에 쌓여 있었지, 심지어 화약도 있었으니.. 하지만 지하실에 오랫동안 있었어. 습기가 가득해, 사용할 수 없는 무기다.""소요공이나 재상에게 예전에 화약으로 만든 무기가 있었는지 물어보는 게 어떠냐?" 원경릉이 우문호에게 물었다."예전부터 있었다면 우리는 지금 대주에 의존하지 않아도 돼. 거리가 멀어 운송하는 것도 불편했잖아." 비록 대주와 북당은 현재 우방국이지만, 나라와 나라 사이에는 영원한 평화가 없었다. 북당은 시종 자신의 군사력을 발전시키려 했다. 이건 우문호가 간절히 바라던 일이기도 했다.그는 진정정을 믿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진정정이 대주를 대표할 수는 없었다. 설령 대표를 하더라도, 그는 언젠가 수명을 다할 것이고, 그때가 되어서도 두 나라 여전히 우방국일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친구도 비슷해야 관계가 유지된다.우문호는 망설이지 않고 궁으로 들어가 3대 거두를 찾았다. 그는 병부 창고에 쌓여
기록되지 않은 역사우문호는 명원제를 찾아가 화약 무기에 대해 물었으나, 명원제는 아는 바가 없었다. 심지어 태상황도 그에게 이런 것을 말하지 않았기에 그는 이 얘기를 난생처음 듣는다고 했다.위태부에게 관련 기록이 있는지 물었으나, 역시나 화약 무기로 전쟁을 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 말하는 위태부의 모습으로 보아 일부 내막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그러나 태상황께서 분명 나에게 전쟁에서 한 번 사용했다고 하셨습니다. 아바마마, 지금 이 무기가 대주의 전차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겠지만 분명 큰 도움이 됩니다. 병부에서 무기 개발을 계속할 수 있게 유노하여주십시오, 소자 간청하옵니다." 우문호가 말하자 명원제는 약간 주저했다. "휘종신께서 이 병기를 금지한다는 엄령을 내렸으니 짐은 그것을 거역하지 않는 게 좋다고 여긴다."우문호가 다급히 말했다. "아바마마, 우리가 사들이는 대주의 전차도 살상력이 매우 큽니다. 이것또한 전쟁터에서 똑같이 쓰는 무기인데, 어째서 다른 사람에게 사는 것은 되고 스스로 개발할 수는 없다는 말이십니까? 휘종신 시절, 안풍친황이 변방을 지키고 있어 사방의 오랑캐들이 감히 침범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이 다릅니다.북막에서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그들의 야심을 막아야 할 때입니다."명원제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이 일을 황조부도 알고 있는 것이냐?""예, 반대도 찬성도 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명원제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짐도 이 일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구나."그 역시 휘종신의 유지를 거역하는 불효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우문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바마마, 이 일을 굳이 천하에 알릴 필요는 없습니다. 병부에서 조용히 연구하면 되옵니다. 연구한 뒤, 그것을 쓸지 쓰지 않을지는 나중에 토론할 문제지요."명원제가 말했다. "휘종신이 금지한 것은 북당이 호전 호전 상황에 빠지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일 것이다. 게다가 그의
유언비언정국 부인은 어두운 얼굴로 흥분해서 말했다. "더 있단 말입니까? 전부 소각하지 않았습니까?""지하실에 많지는 않지만, 어쨌든 소량은 있소이다." 우문호가 답하자 정국부인은 지팡이를 천천히 내려놓았다. 그리고 눈빛이 아득해지더니 흥분하며 말했다. "예전에 그 무기들은 확실히 전장에 사용되었습니다. 우리군 1만 명이 무려 적군 10만 명을 이겼지요. 쇤네도 운 좋게 그 전쟁에 참여하였습니다. 장관이었습니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광경이었지요. 만 명의 아군이 백만 군사의 진세를 펼쳤지요!""그럼 어째서 화약 무기가 금지되었던 것이오?" 원경릉이 물었다.정국 부인이 답했다. "그 전쟁으로 5만 명이나 죽고, 만 명이 포로로 되었지요. 전쟁터에는 피가 흐르고 시신이 산처럼 쌓였습니다. 승리하고 돌아온 우리를 문인들은 북당의 살인마 취급을 하며 비난을 받았습니다. 적군의 아녀자와 어린아이까지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마침 그해, 북당에는 수해가 심각했고 몇 개의 진들은 침수되는 재난이 찾아왔지요. 백성이 갈 곳을 잃고 떠돌아다녔고 문인들은 그것을 빌미로 무장들의 악랄한 살상으로 천재지변을 초래했다고 하더이다."원경릉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래, 황실에 회임한 분들이 여럿 있었지?"정국 부인이 놀라서 물었다. "태자비 마마께서 그걸 어찌 아십니까?"우문호와 원경릉이 서로 마주 보았다. 두 사람은 사실을 안 듯했다. 황실에 찾아온 회임 소식과 수해로 뿔뿔이 흩어진 백성들은 황실의 극악무도함을 암시하는 것이다. 지금처럼.누군가가 일부러 그때와 같은 소문을 퍼뜨리려고 하는 것이다.분명 부황께서도 이 일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휘종신의 뜻으로 후세의 제왕들은 이 일에 관해 언급할 수 없었고 그래서 화약 무기 제조도 반대했던 것이다. 그해 찾아온 수해의 화살이 황실로 향하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위태부가 아무런 기록이 없다고 말했을 때부터 무언가 이상하다고 여겼다."그 후, 이 일을 어떻게 무마했소?" 우문호가 물었다.
우문호의 앞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았다. 비록 자신의 북당에 이런 무기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 계속 연구할 수도 없다.그러나 그는 단념하지 않고 다음날 궁에 들어가 다시 부황을 만나 이 일을 상의했다.부자 두 사람은 단독으로 어서방에서 이 일을 의논했고 우문호가 말했다."부황, 소자는 부황이 민원이 다시 일어날까 봐 걱정하시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천외 비석의 일은 본디 누가 고의로 한 것입니다. 미색과 황귀비가 임신한 일을 빌어 크게 일을 만들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이 일은 왜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하필 소자가 병부에 가서야 발생했겠습니까, 그들이 우리가 이 무기를 다시 만들려고 하는 것을 방비하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북막인들은 손해를 보았으니 당연히 막을 테지만 우리도 그냥 이렇게 포기하는 겁니까? 왜 저희 북당의 군사력이 다른 나라에 얽매여야 합니까? 지금 손을 떼고 싸워봐도 저희가 질 지 모르는 일입니다, 만약 부황께서 걱정되신다면 소자가 명을 받들고 북막을 격퇴시키겠습니다."명원제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넌 황태자다, 어찌 전장에 나가겠다고 쉽게 말할 수 있느냐? 지금 나라는 다사다난한 시국이다, 수해가 심하고 경중은 또 너의 의제 개혁으로 인해 난리가 났으니 백성들 마음속에는 모두 원한이 차 있을 것이다. 먼저 경성의 일을 가라앉히고 나서 다시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경중의 일들은 따지고 보면 혜평 고모께서 저지른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만 지키려 하고 시야가 좁아 대국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황께서 고모와 얘기를 해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부황께서 나서주시면 소자도 많은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우문호가 말했다.명원제의 안색이 조금 불쾌해졌다."네 황고모를 어찌 그렇게 말하는 게냐? 짐은 원래 의서를 증설하는 것을 그다지 동의하지 않았다, 단지 네가 이 일에 몰두하니 너의 열정을 꺾고 싶지 않았지. 하지만 길게 보았을 때, 이건 나라와 백성을 이롭게 하는 좋은 일이 아니다
궁을 나서는 내내 그는 우울했다. 만약 이 무기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면 그는 마음 편히 자신을 설득하여 대주와 병기 전차를 구입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북당에 이미 있었고, 만들어진 게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기에 다시 연구 제작하여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조금도 어렵지 않다. 그는 먼저 기계부의 사람을 찾아 시험해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병부는 누군가가 주시를 하고 있으니 병부에서 무슨 동작이 있으면 분명 숨기지 못할 것이다. 개발을 하려면 사적으로 개발을 해야 한다.그는 잠시 곰곰이 생각 하다가 곧장 이리 댁으로 달려가 상황을 전했다. 이리 나리는 그의 말을 듣고 명원제와 같은 분석을 했다."장인어른의 말씀이 맞아요, 저희는 지금 확실히 그런 우려가 있어요. 하지만 태자가 한 말도 맞아요, 자신의 무기가 있으면 동맹국에 의지할 필요가 없고 지금 만든다 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개발이 필요할 때가 올 텐데, 그때 가서는 아마 맞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우문호는 눈 밑이 밝아졌다."당신도 동의하나요? 그럼 다행이네요."이리 나리는 앉아 있었는데, 그의 눈동자는 매우 맑고 투명했다."즐거워하시는 웃음이 아주 위험해 보이네요.""매부!"우문호는 정색하며 소리쳤다."국가의 흥망은 필부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당신은 황실의 사위에요, 관리가 될 생각 있나요?""장사 잘만 하고 있는데 지금와서 관리가 되고 싶진 않네요!"이리 나리는 산처럼 우직하게 말했다.우문호는 그가 쓸데없는 말을 했다 생각했기에 감탄의 기색이 역력했다."좋아요, 기개가 있군요. 그럼 당신이 이 주조관의 직책을 맡고 사적으로 사람들을 조직해 은밀한 곳을 찾아 개발을 시작하세요. 그리고 개발에 쓰이는 돈은 우리가 함께 부담해 부황을 위해 최선을 다합시다."이리 나리는 눈이 휘둥그레져졌다."돈 있어요?"우문호는 소매를 툭 털어 날리며 말했다."없죠, 내가 빌려올게요.""누구한테 빌려요? 그리고 뭐로 갚아요?"이리 나리는 그를 아래위로 살펴보았다. 그는 정말 이
이리 나리는 멍해졌다. 그가 본래부터 간사한 사람이라는 것을 왜 잊은 걸까? 그는 요즘이 되서야 겨우 성장했다.소원을 이룬 우문호는 집으로 돌아와 가벼운 발걸음으로 소월각을 향해 걸어갔다. 기라는 그에게 장자에서 장부를 보내와 태자비가 회계방에서 장부를 대조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우문호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지금 집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그는 정말 모른다. 원경릉이 계산을 하는 틈을 타 먼저 그녀에게서 알아내려 했다. 무기를 연구하는 돈을 모두 매부에게 내라고 하는 건 그도 마음속으로 타당하지 않다 생각되었다. 만약 부중에 여유가 있다면 일부분 낼 수 있다.생각 끝에 그는 직접 구기자차 한 잔을 우려 들고 회계방으로 갔는데, 탕양도 안에 있었다. 탕양이 먼저 한번 대조한 뒤, 다시 원경릉에게 넘겨 확인을 하게 했다. 장방은 한 묶음 정리를 해놓았고 3개월간 장부를 대조하지 않아 탁자 위에 한무더가 쌓여있었다."돌아왔어?"우문호가 들어오자 원경릉은 장부를 내려놓고 시큰해진 눈을 비비며 말했다."피곤하지? 어서 차 마셔!"우문호는 바로 구기자차를 주고 그녀의 뒤로 걸어가 어깨를 살살 주물렀다.탕양이 웃으며 말했다."전하, 이렇게 정성스러우신 걸로 보아 무슨 꿍꿍이가 있나 봅니다?"우문호는 그를 힐긋 쳐다보고 말했다."부인에게 잘해 주면 안 돼?""당연히 됩니다!"탕양은 보고 난 장부를 원경릉의 앞으로 넘기며 말했다."태자비께서 피곤하시면, 오늘은 이만 먼저 쉬시고 내일 계속하시지요."원경릉은 지금 오래 앉아 있을 수 없으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나머지는 내일 대조합시다.""예!"장방이 답했다.앉아서 장부를 뒤적거리며 열어 보던 우문호는 빽빽이 적힌 기록을 보고 바로 눈이 어지러워 닫고 물었다."올해 작황은 괜찮지?""응, 장자는 돈을 벌 수 있지만, 좋은 밭은 수확 전에 물에 잠겼어. 소작 세는 받을 수 없을 거야. 마침 당신과 상의하려 했는데, 사람을 보내 상황을 확인하고 정말 수확이
"응, 이리 나리와 일을 좀 하는데, 아마 돈을 좀 써야 할 것 같아.""장사할려고?"원경릉은 조금 의아해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우문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장사를 하는 건 아니고 그냥 꺼낸 거야, 다시 돌려받을 방법이 없거든. 아마 20만, 30만 냥이 필요할 것 같아."원경릉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그렇게나 많이? 장사를 하는 것도 아니면 대체 이렇게 많은 돈이 왜 필요한건데?"우문호는 결국 그녀에게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 "음... 그 병기 일 말이야, 부황께서 동의하지 않으셨어, 그리고 나도 병부 쪽에서 주조에 착수해서는 안 될것 같아서, 생각해 보다가 이리 나리랑 사적으로 처리하려고 해. 하지만 투입할 돈이 적진 않을것 같아, 영이가 조금 빌려주겠다고 약속은 했는데 그렇다고 그들 부부한테만 돈을 다 내라 할 수도 없는 것 같아서 우리도 조금 보태는건 어떨까 싶어."원경릉은 상황 설명을 듣고는 응했다."그래, 그럼 안배 잘 하고 돈이 필요할 때 꺼내줄게.""진짜? 20만에서 30만 냥인데 이렇게 허락한다고?"우문호는 원래 그녀가 그다지 찬성을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과거 용돈을 좀 더 가지려 해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원경릉은 깜짝 놀란 그의 표정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이것은 국가 대사인데 내가 어떻게 허락하지 않을 수 있겠어? 돈은 중요한 일에 쓰는 거고, 이게 바로 그 중요한 일이지.""당신은 정말 최고야!"우문호는 그녀의 얼굴에 힘껏 뽀뽀를 했다. 눈가에는 그윽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 이렇게 사리에 밝은 부인을 어디서 찾는단 말인가?두 사람은 손을 잡고 걸어 나갔다. 초왕부에서 지금 모든 사람들이 그녀가 임신을 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먹고 마시는 것은 그녀 스스로 조심하고 있다. 밖에서 유언비어가 돌고 있는데 그녀가 임신한 소식마저 전해지면 이번 풍파가 오랫동안 소란스러워질수도 있다."경호 쪽은 어떻게 됐어?"우문호가 물었다."요즘 조금 피곤해서 먼저 신경 쓰지 않았
원경릉은 추 할머니와 함께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뒤, 이리 나리를 몰래 끌고 나가 조용히 물었다.“왕비께 자녀가 있습니까?”그러자 이리 나리가 되물었다. “예이와 진이를 말하는 것이냐?”원경릉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네, 예이와 진이입니다. 그들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북당에는 없다. 하지만 스승님께서 이미 추 마마를 보러 오라고 하셨다는구나.”추 할머니와 왕비가 같은 세대 사람이였기 때문에 이리 나리는 항상 추 할머니를 마마라고 불렀다.“그들이 돌아온다니… 정말입니까?”원경릉은 순간 이유 모를 흥분을 느꼈다. 그들에게 자녀가 있다는 것을 몰랐을 때, 북당이 그들을 제대로 대우해 주지 않아,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한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그들에게 자녀가 있다는 말을 들으니 정말 기뻤다.“그래. 돌아올지 말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돌아올 것 같다고 생각한다. 사부님이 명을 내렸으니, 감히 거역하지 못할 것이다.”“한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아마 다섯째도 만나고 싶을 것입니다. 어찌 그들은 친왕과 왕비의 곁에서 지내지 않는 것입니까?”“상황을 대충 알고 있지 않느냐? 사부님께서 한때 황태자가 될 뻔하셨다. 그래서 그들은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무상황도 장인어른께서도 황위에서 물러나 다섯째가 황제가 되었다. 상황이 변했으니, 그들도 이제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혹시 그들이 너무 조심스러웠던 건 아닙니까? 굳이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될 것입니다.”원경릉이 답했다.이리 나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주 작은 위험이라도 있을 수 없다. 작은 일이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니 조정에 폐를 끼칠 수 있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동안 일이 참 많지 않았냐?”원경릉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라에 수많은 문제가 쌓여 있어 몇십 년 동안도 해결되지 않았으니, 굳이 더 많은 문제를 만들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자세히 생각하니, 북당이 그들에게 빚진 것이 참 많은
하지만 원경릉은 거절했다. 모두가 시중을 들지 않는데, 그녀만 시중을 데리고 오면 괜히 특별한 척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황후라는 신분도 숙왕부 사람들 눈에는 단지 어린아이처럼 보일 뿐이었다.그녀는 짐을 다 챙긴 후, 계란에게 아버지를 잘 돌보라고 당부하곤, 서일의 보호를 받으며 궁을 나섰다.그러자 사식이는 한숨을 쉬었다. 이제 막 궁에 왔는데, 원경릉이 다시 나가버리니 앞으로 심심한 나날을 보내야 할 자신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원경릉이 숙왕부에 도착했을 때, 이리 나리 부부도 추선을 방문하기 위해 와 있었다.이리 나리도 추선과 정이 깊은 사이었다. 공주는 원경릉에게 이리 나리가 어렸을 때부터 왕비가 키웠다고 말해 주었다. 처음에는 왕비가 아이를 키우는 법을 모르기에 대부분 추할머니가 그를 돌보았는데, 나중에 무예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도 추할머니 덕분에 엄한 왕비 곁에서 고생을 조금 덜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원경릉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군요. 왕비께서 아이를 낳지 않으셨으니, 아이를 키우는 게 익숙하지 않으셨겠지요.""듣자 하니, 왕비께서 아들과 딸을 한 명씩 낳으셨다고 하네. 열몇 살에 어디론가 보내셨다네.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리도 그들을 몇 번 보지 못했다고 하더군.""왕비께서 아이를 낳으셨다니요?"원경릉이 살짝 놀란듯 물었다."저는 아이를 데려다 키웠다고 들었습니다. 예전에 보친왕..."공주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아니네. 정말 아니네. 왕비께서 직접 낳으신 아들딸이네. 쌍둥이고, 나리보다 훨씬 나이가 많네.""그렇습니까?"원경릉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과거 왕비 부부가 은거하고 지낸 탓에 자녀를 보지 못한 것이 이해는 되었지만, 최근 몇 년간 그들은 경성에 머물러 있었고, 자녀들이 찾아왔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관계가 아무리 나빠도 몇 년 동안 부모를 찾아오지 않을 수는 없을 텐데. 혹시나 부모와 자식 간에 어떤 갈등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 되었다. "그렇네. 나리가
추선의 방에서 나온 원경릉은 청우헌으로 가서 세 거두와 이야기를 나누고 혈압까지 재주었다.그녀는 그들의 말에서 추선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추선으로, 왕비의 옛 시녀였다. 그러나 가장 힘든 시절에 추선은 왕비와 왕부를 떠나지 않았고, 줄곧 평남왕 우문극을 돌봐왔다고 했다.그리고 그 두 명의 첩인 운 마마와 몽 마마는 실제로 왕비의 첩이라고 했다. 대체 왜 왕비의 첩이 되었는지 명확히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두 사람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그녀들은 이미 왕비의 첩으로 불렸다.세 거두는 추선의 병세를 물었다. 원경릉이 악성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자 충격을 받았다.현대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그들은 ‘악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들의 얼굴에 한순간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아, 원경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왕비의 시녀라 하셨는데, 잘 아시는 것입니까?”무상황이 말했다.“숙왕부에서는 누구의 시녀인지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매미도 시녀를 그만두고, 모두와 함께 고생했다. 평생 혼인도 하지 않고.”“매미요?”“네가 말하는 추선이다.”원경릉은 웃음이 터질 뻔했다.추선의 이름을 매미로 부르는 것도 어찌 보면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추선이 큰 병에 걸렸다는 소식은 숙왕부 전체에 퍼졌고, 많은 사람이 원경릉에게 그녀의 병세를 물었다.원경릉은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이 그렇게 침통한 표정을 짓는 것도, 누군가를 이렇게 걱정하는 모습도 처음 보았다. 평소 그들은 늘 차가운 태도를 보였고, 유일하게 열정을 보일 때는 식사 시간뿐이었으니 말이다.그날, 원경릉은 숙왕부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숙왕부의 식사 방식은 한 사람이 큰 사발 하나씩 받는 것이었다. 이날 집안사람들은 음식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아, 남긴 음식이 가득했다.이런 일은 전례가 없었다.원경릉은 이로부터 추선이 그들 마음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게 되었다. 소요공에 따르면, 과거 추선은 적성루에서 음식을 배분하는 일을 맡았다고 했다. 고기를 얼마나 줄
“이전에 무슨 큰 병을 앓았습니까?”원경릉이 물었다.“폐결핵이었네. 의원을 불러 치료했지만, 몇 년 동안 건강이 계속 좋지 않았네.”왕비가 대답했다.“치료했던 의원의 능력이 뛰어났겠습니다. 누구였습니까?”“주진이요.”왕비가 말했다.주진의 이름을 들으니, 원경릉은 그녀가 왕비와 오랜 세월을 함께해온 자라는 것을 확신했다.원경릉은 초능력을 사용해 노파의 폐 상태를 감지했다. 결절과 섬유화가 있었고, 심지어 종양으로 의심되는 덩어리도 발견했다. 나이가 많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았고, 우선 약물을 통해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그저 악성이 아니길 바라며 기도할 뿐이었다.우선 링거를 놓고 산소를 공급하며, 스테로이드를 사용해 기관지를 확장해 그녀가 조금 더 편하게 호흡할 수 있도록 했다.약물을 사용하자 노파의 안색이 서서히 나아졌고, 호흡도 훨씬 수월해졌다.그러자 노파가 감사의 말을 전했다.“이렇게 숨을 쉬어본 게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치료가 진행되는 동안, 두 명의 나이 든 여성이 방을 드나들었다. 다들 원경릉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기에, 왕비가 그녀들을 소개해주었다.“모두 수년간 나와 함께해온 사람들이네.”그러고는 잠시 망설이더니 말을 덧붙였다.“내 첩들이네.”그러자 원경릉은 자신이 잘못 들은건 아닌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의 첩인지 아니면 왕의 첩인지 궁금했지만, 차마 질문하기엔 입이 쉽게 열어지지가 않았다.잠시 후, 원경릉이 침대에 누워 있는 환자를 가리키며 물었다.“그럼, 이분은요?”“날 처음 모신 사람이네. 이름은 추선이야. 수십 년 동안 대부분 평남왕부에서 평남왕을 돌보며 지냈네.”왕비가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원경릉은 이해했다. 그들은 정말 이곳에 정착하려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예전에 함께 지내던 사람들을 하나씩 데려와 함께 여생을 보내려는 것이었다.젊은 시절 함께 했던 사람들이니, 나이가 들어도 서로 곁에 머물고 싶어 했다.왕비는 원경릉과 함께 밖으로 나와 진지하게 말했다.“심각하다는 건
다섯째는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졌다.아이가 혼인을 올리지 않고 곁에 머무는 건 분명 기쁜 일이었고 효심이 있는 일이었지만 평생 결혼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외로울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만약 자기와 원경릉이 저세상으로 떠난다면, 그녀가 혼자 어떻게 지낼 수 있을까 싶었다.그렇다고 해서 혼사를 허락하자니, 세상에 과연 걸맞은 사내가 있을지 걱정되었다.택란을 그녀보다 못 한 사내에게 보내는 건 그녀에게 너무 큰 희생이다.다섯째가 갈등하는 것 같자 원경릉이 웃으며 그를 다독였다.“택란은 이제 여덟 살이네. 너무 앞서 생각하지 마오.”다섯째가 그녀를 흘깃 쳐다보며 말했다.“자네는 모르네. 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흘러가네. 벌써 여덟 살이니, 7년만 지나면 성인이 되오.”그는 시간이 조금만 천천히 흘렀으면 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두는 게 좋소. 너무 멀리 내다봐도 소용없네.”원경릉은 그의 손을 잡고 살며시 깍지를 꼈다.“아이도 운명과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오. 만약 언젠가 자네만큼 훌륭한 남자를 만난다면, 그와 혼사를 해도 나쁠 게 없지 않겠소?”“그런 남자는 있을 리 없소!”우문호는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이런 칭찬해도 우문호는 여전히 복잡해 보였기에, 원경릉은 자신이 그를 걱정하게 만든 것 같아 후회했다. 하지만 자신이 말하지 않아도 그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리 없었다.택란이 태어난 날부터 우문호에게는 새로운 적이 생겼다. 바로 택란과 혼인할 상대였다.그 적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몰랐지만, 그는 여전히 미워하고 있었다.더구나 금나라의 어린 황제가 혼사를 직접 언급했으니, 이제 그 적은 실체가 생겼고, 이에 따라 그는 한동안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었다.그 후 며칠간 택란은 매우 순진하고 착하게 행동했다. 아버지가 시간이 날 때마다 곁에 머물며 대화를 나누고, 놀고, 책을 읽고, 글씨를 쓰며 시간을 보냈다.어린 나이임에도 이미 아부하는 법을 터득해, 다섯째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어 더 이상 화낼 수 없게 했다.다
”이제 화가 풀린 것이오?”원경릉이 웃으며 물었다.“화 풀렸네. 하지만 금나라의 어린 황제는 조심해야 하오. 어린 자식이, 정말 너무하오!”우문호는 선물을 하나 열었다. 안에는 알록달록한 도자기로 만든 정교한 인형이 있었는데, 머리카락까지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그는 미소를 멈출 수 없었다.“이 도자기 인형, 정말 우리 딸을 닮았구나. 예쁘오!”“내가 산 것이오!”원경릉이 질투라도 난듯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가 산 것이니 더 좋소. 아주 좋아!”우문호는 선물을 하나씩 열어보며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몇 개를 연 후에야 그는 약도성의 상황을 묻기 시작했다.원경릉은 자리에 앉아 약도성에서 있었던 상황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특히 택란이 약도성에서 보여준 대처 방법에 대해 상세히 말했다.그러자 우문호가 매우 놀라며 말했다.“택란이 지진을 예측하고 백성들을 대피시켰다니.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이오. 정말 대단하네. 원 선생, 난 택란이 약도성에서 놀기만 했을 줄 알았네. 몰래 이런 큰일을 해내다니.”“택란과 경단은 모두 자네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오. 자네가 걱정하지 않도록 말이네. 그래서 자네한테 말하지 않았던 거고. 이게 택란이 자네를 더 사랑한다는 이유요. 자네를 평생 아끼며 짐을 덜어주고 싶어 하오.”우문호는 그녀의 손을 놓고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원 선생,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소.”원경릉은 그의 팔을 감싸 안으며 웃으며 말했다.“그래, 우시오. 우리 큰 아기 울어도 괜찮네!”우문호는 답답한 표정으로 말했다.“자네가 날 ‘큰 아기’라고 부르니 눈물이 갑자기 멈추네요.”“그럼 울지 말고 어서 앉으시오. 약도성 백성들이 택란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말해주겠소.”원경릉이 그의 팔을 잡아 의자에 앉히고는, 약도성에서 한 달 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우문호는 그녀의 이야기에 몰입하며 감동하였다. 특히 약도성 백성들이 택란을 존경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는 믿기 어려워했
우문호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확 어두워지며 깜짝 놀랐다.“청혼? 누가 청혼을 한 것이오? 미친 것이오? 겨우 여덟 살인데! 대체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이런 짓을……”그는 너무 충격을 받아 분노가 치밀었다. 겨우 여덟 살인 딸을 누군가 눈독을 들이고, 심지어 청혼까지 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그는 그자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 반드시 혼쭐을 내겠다고 마음먹었다.원경릉이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이미 택란의 비밀을 다 털어놨으니, 이제 더 이상 나한테 화내면 안 되오.”“말하시오. 용서할 테니 더 말하시오!”우문호는 더 이상 원경릉에게 화를 낼 힘도 없었다.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심하게 화가 난 것도 아니었고, 복잡한 감정만이 뒤섞여 답답할 뿐이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런 감정들도 모두 사라지고, 이 터무니없는 사건이 더 중요해졌다.원경릉은 택란이 금나라에 가서 10만 냥을 얻은 전말을 설명했다. 특히 금나라의 어린 황제가 그녀에게 청혼했다는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고 전부 털어놓았다. 단 한 글자도 숨기지 않고 진실만 말했다.우문호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그건 너무 대담하잖소! 금나라에서 10만 냥을 빼앗았다니? 어찌 이야기가 이렇게 익숙한 것이오? 그래, 기화요! 어찌 스승이 이런 짓을 가르친 것이오? 그리고 그 금나라의 어린 황제는 이제 몇 살이오? 듣자 하니 겨우 열 살이라고……”“열셋이오. 금나라의 진국왕이 그의 권력을 누르려, 일부러 열 살이라고 소문낸 것이오.”우문호는 벌떡 일어나 뒷짐을 지고 방을 빙빙 돌며 어쩔줄 몰라했다. “열다섯이라도 안 되네! 금나라가 북당의 경성에서 얼마나 먼지 알고 있소? 아이가 그곳에 시집가면 1년에 한 번도 못 돌아올 것이네. 북당의 진국 공주를 부인으로 삼겠다니? 허망 된 꿈이요! 꿈!”“아이들의 농일 뿐이요.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안 되네.”원경릉이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농담이라도 안 되네. 황위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우리 귀한 딸을 부인으로 삼겠다니? 이런 녀석은 앞
목여 태감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우문호에게 말했다.“폐하, 공주를 너무 꾸짖지 마십시오. 공주께서는 단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한 것 뿐입니다. 큰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안왕과 위왕도 그곳에 있었고,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았잖습니까?”우문호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택란이 자네에게는 과자 한 조각을 주었지만, 나한테는 안 주더군.”택란은 그 말을 듣고 재빨리 과자 한 조각을 가져와 아버지의 입가에 가져다 대며 환심을 사려는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 드셔 보세요. 이건 그렇게 달지 않은 생강 과자인데, 정말 맛있습니다!”생강 과자의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딸의 귀엽고 앙증맞은 얼굴을 보니 어떻게 밀쳐낼 수 있겠는가? 화가 난 상태였지만 결국 한입 물었고 생강과 설탕의 맛이 입안에 퍼졌고, 딸의 사랑스러운 미소를 보니 얼굴에 굳었던 표정이 풀어졌다.“나도 먹고 싶은데.”원경릉이 가볍게 웃으며 그의 옆에 앉아 턱을 괴고 물었다.“다섯째야, 맛있느냐?”우문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무시했다. 그녀가 스스로 만든 규정을 어겼으니, 좋은 표정을 지을 마음이 없었다.원경릉이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택란아, 나한테도 한 조각 줘 보거라!”택란은 다시 과자 한 조각을 가져와 엄마의 입가에 가져다주며 더 큰 죄책감을 느꼈다. 이번엔 자신의 엄마까지 곤란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원경릉은 과자를 먹고 나서 웃으며 말했다.“정말 맛있구나. 다 먹었으니 나가서 좀 자거라. 돌아오는 길에 제대로 못 잤으니.”“예!”택란은 얌전히 대답하고 나머지 과자를 빨리 먹어 치운 뒤 아버지에게 다가가 그를 한 번 안아주었다.“아바마마, 저 먼저 자러 가겠습니다. 깨고 나면 다리 주물러 드릴게요!”우문호는 더 이상 화를 내지 않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그래, 어서 가거라.”택란은 목여 태감의 손을 잡고 방을 나섰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엄마를 한 번 돌아보며 아버지가 너무 오래 화를 내지 않기를 바랐다.원경릉은 문을 닫고 탁자 옆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택란이 드디어 경성으로 돌아왔다. 우문호는 소월궁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옆에서 목여 태감이 계속해서 설득했다. 그는 공주가 아직 어리니,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 하며, 그저 택란이 다른 어린아이들이 저지를 수 있는 잘못을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목여 태감은 혹시라도 황제가 공주를 꾸짖을까 봐 걱정되어 공주를 감쌌다. 그의 약한 마음은 그런 걸 감당하지 못했다.마침내 택란과 원경릉이 도착했다.우문호는 작은딸이 원경릉의 뒤에 숨어 겁먹은 얼굴로 머리를 살짝 내밀고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원경릉이 딸의 손을 꽉 잡고 말했다.“가봐라, 아버지께서 기다리신다.”택란은 고개를 숙이고 아버지 앞으로 다가갔다. 우문호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자기 손을 그의 손 위에 올려놓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바마마, 저 돌아왔습니다.”그러자 우문호는 딸의 손을 잡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뿌리치지도 않았다.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보는 눈빛엔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약도성에 얼마나 있었느냐?”택란은 거짓말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솔직히 대답했다.“지난번 여름방학 때 집에 돌아온 후 바로 약도성으로 갔어요.”우문호는 큰 충격을 받았다.“모두가 알고 있었으면서, 나만 속였단 말이냐?”택란은 미안한 마음에 아버지를 껴안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안 그러겠습니다!”우문호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원경릉이 다가가 말했다.“아이가 자네 선물을 많이 샀소. 한번 보시게.”“필요 없소!”우문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딸을 뿌리칠 마음은 없지만, 그는 여전히 속았다는 사실에 너무 힘들었다.원경릉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텐데,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다. 서로 비밀이 없기로 약속했건만, 그 약속이 깨진 것 같아 화가 났다.원경릉은 그의 표정을 보고 더 걱정해야 할 사람이 자기라는 것을 깨달았다.오는 길 내내 택란만 걱정하며 우문호에게 딸을 변호해 주려 했지만, 정작 자신이 그를 속인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