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후의 안왕과 아라안왕부(安王府)!오늘밤 친왕들은 모두 궁중에서 진북후를 위해 개선의 피로를 푸는 연회를 하고 있다.안왕(安王)은 반쯤 취해서 돌아와 대문을 들어서자 마자 서재로 갔다.붉은 비단치마를 입은 여인이 서재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안왕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일어나 예를 취하는데, 얼굴 가득 미소가 번지며, “왕야, 돌아오셨습니까?”안왕이 문을 닫고 겉옷을 벗어 옷걸이에 걸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아라야, 어떤 상황이야?”아라라 불린 여자는 약간 근심이 서린 눈으로: “위왕비는 성벽에서 자진했으나 초왕비가 구해서 지금 정후부에 있습니다.”안왕이 자리에 앉으며 짙은 눈썹을 찡그리고, “초왕비가 구해?”“예, 계산 착오였습니다.” 아라가 말했다.안왕이 ‘흠’하더니: 그걸 것까진 아니고, 적어도 셋째는 이번 일로 철저하게 망가졌겠지, 최씨 집안의 지원을 잃으면 큰형도 셋째와 어울릴 필요 없고.”“예, 기왕은 위왕을 버릴 게 확실합니다.” 아라가 말했다.안왕이 옅은 냉소를 띠고, “큰형이 셋째를 버리는 걸로 끝나지 않고 아바마마도 셋째에게 벌을 내릴 게 틀림없어, 이것도 다 자업자득이지, 당초에 셋째가 큰형 편을 들 때부터 이럴 운명이었던 거야.”아라도 애석한듯: “그래요, 만약 위왕이 그때 황제 폐하 앞에서 기왕을 구명하지 않았으면, 호부가 도난 당한 일로 폐하께서 기왕의 죄를 다스렸을 텐데 말이죠. 위왕이 정에 호소하며 선처를 바라는 바람에 폐하께서 핏줄의 정에 이끌려 기왕을 풀어 주셨죠. 정말 아까운 큰 기회를 놓쳐버렸어요”안왕의 눈에 사악한 기운이 스치고 지나가며, “지금도 뭐 괜찮아, 최씨 집안 쪽에 사람을 시켜서 소문 좀 내. 고지는 큰형을 찾아갔다고, 그리고 고지를 죽여서 입을 막을 거라고, 쓸모가 없어졌으니까.”아라가 예를 취하며, “예!”조금 있다가 아라가 다시: “그런데, 왕야는 최씨 집안이 확실히 우리 쪽에 붙게 할 방법이 있으신 가요?”창으로 회오리 바람이 들어와 등불이 갑자기 흔들리고 안왕의 얼굴이 절반
위왕비를 살린 원경릉위왕비가 뛰어내리던 그 순간을 떠올리니, 원경릉은 또다시 심장이 오그라드는 기분이다.원경릉은 침대에서 잡다한 생각을 하는데 마음이 차분해지질 않는다.우문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원경릉은 얼른 두손으로 얼굴을 문지르고 따스하고 평화로운 미소를 만들어 낸 뒤 생기발랄한 척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우문호가 들어와서 얼른 앞으로 오더니 원경릉 표정을 훑어보고: “척하지 마라. 눈꺼풀도 못 들어올리면서.”원경릉이 얼굴에서 힘을 빼고 작게 내뱉듯이, “밥 먹었어?”“배 터지겠어, 셋째 형수는 정후부에 계셔?” 우문호가 앉아서 손가락으로 눈가에 근육을 풀어주었다.“응, 여기 계셔, 최씨 집안에서는 데려가고 싶다는데, 지금은 얘기 안 했어.” 원경릉이 말했다.우문호가: “상태가 심각해?”“심각해, 그런데 엄청 심각한 건 아니야.” 원경릉이 우문호의 손을 내리고 우문호에게, “진북후 봤어? 호 아가씨는 만났고?”우문호가: “호 아가씨는 데리고 입궁하지는 않았고, 진북후는 호공자(扈公子)를 데려 갔어, 보긴 봤지만 눈도 마주치지 못 했어.”“아마 그 사람이 왕야가 마음에 안 들었나 봐.” 원경릉이 위로했다.우문호가 풀이 죽은 얼굴로, “그럼 어쩔 수 없지, 나만큼 똑똑하고 잘생긴 사람이 눈에 안 찬다는 데 별 수 있나?”원경릉이 가볍게 우문호의 볼을 때리며, “너무 자만하지 말자, 잘 봐, 뒤에서 왕야를 유념해 두고 있을 걸, 아바마마께서 진북후의 딸을 왕야의 후궁으로 삼으려는 심산을 진북후가 틀림없이 아는데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을 리가 있겠어?”우문호가 웃으며: “진북후가 만약 살펴봤다면 나한테 사자처럼 흉폭한 아내가 있다는 걸 알아차렸을 거야. 딸이 시집와서 구박받는 게 두렵지 않았을까? 진북후가 딸을 엄청 사랑하거든.”원경릉이 시큰둥하게 마지못해서 웃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보고, “이 얘긴 그만해, 오늘 성루에 올라갔어?”“올라갔어.”“무엄하다!”“’목숨이 먼저’라는 다섯 글자를 알아줬으면 해.”“’위험’이란 두
위왕비의 속마음원경릉은 위왕비와 잠깐 얘기를 나누고 싶어 노부인에게: “약간의 검사와 문진을 좀 해야 하는데, 여러분들께서는 잠시 나가셔서 야식이라도 좀 드시고 오시는 게 어떨까요?”노부인은 사리에 밝은 사람으로 손녀 마음의 괴로움을 헤아릴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이 여기 있으면 감정을 표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집안 여자들도 쉽게 나갈 분위기가 아닌 것이, 위왕비가 또 목숨을 끊을까 걱정해서다. 하지만 초왕비가 있으니 우리 다 큰 바보손녀를 진정시켜 주겠지.노부인은 모든 집안사람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과연 그들이 나가자 위왕비 얼굴에 미소가 스르륵 꺼지고 눈빛이 어두워졌다.“전부 갔어요.” 원경릉이 작게 말했다.위왕비가 외로운 표정으로, “그러네요, 전부 갔네요.”위왕비가 눈을 들어 원경릉을 보고: “오늘 놀라게 해서 미안해요.”“진짜 놀랐어요, 뛰어내리면 안돼요.” 원경릉이 아주 낮은 소리로 말했다: “만약 정말 죽었으면, 오늘밤 만난 이 사람들이 얼마나 슬퍼했겠어요?”위왕비의 눈가에 물기가 맺히며, “요 며칠 머리속이 복잡해서 자신을 통제할 수가 없어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다 가도 또 할 수 있는 게 뭔지 모르겠어요.”원경릉이: “정서에 문제가 생긴 거예요, 그건 병이에요, 치료가 필요한. 여전히 같은 말을 하지만, 만약 제가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제가 치료하게 해주세요. 치료를 마친 뒤에는 오늘 같은 그런 일을 다시는 생각도 하지 않을 게 확실해요.” 위왕비가 한동안 침묵하다가: “성루에 있을 때, 당신 눈빛을 봤어요. 아주 따뜻했어요. 한줄기 불꽃이 내 마음속에 불붙기 시작해 돌아가고 싶었어요, 결코 당신을 실망시킬 생각은……”“알아요.” 원경릉이 얼른 말하고 위왕비의 손을 잡으며, “그래서 계속 말하잖아요. 당신은 특히 용감하고, 특히 이성적이라고.”“이성적이면 그런 짓을 하지 말아야죠.” 위왕비는 쓴 웃음을 지으며, “사실 고지를 죽이고 싶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고지를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였
우문호가 최대인에게 은밀하게 하는 부탁최대인 본인은 원래 돌아가는 게 맞고, 집안 식솔만 여기 남겨 두면 된다.하지만 딸이 당한 일을 생각하면 속이 분노로 활활 타오르고 가슴이 저미듯 아프다. 한사코 정후부에서 나가지 않는 것은 일단 나가면 사람을 죽일 같아 두렵기 때문이다.우문호는 사람을 위로하는 재주가 없어서: “최대인, 화를 참기 힘드시거든, 위왕부에 가서 위왕을 흠씬 두들겨 패셔도 됩니다.”최대인은 상처입은 야수처럼 숨을 몰아쉬며 차갑게: “위왕부에 가게 되면 사람을 죽이게 될까 두렵군요.”우문호가 탄식하며, “셋째를 죽여도 시원치 않지요, 이번에 셋째가 정말 너무 했습니다.”최대인이 우문호를 흘끔 보더니 입을 다물고, “송구합니다. 소신이 순간 분을 참지 못하고 헛소리를 지껄였습니다.”“아닙니다. 그래도 너무 심려 마십시오, 원선생이 따님 상황이 그래도 낙관적인 편이라고 했으니 좋아질 겁니다.”“원선생이라 하심은?” 최대인이 순간 누군지 몰라서,우문호가: “안사람이요.”최대인이 우문호를 보고, “이번에 초왕비마마께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조어의도 만약 응급조치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목숨을 보전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우문호가: “안사람이 일찍부터 이상하다 느끼고 오씨 어멈에게 셋째 형수를 잘 살피다가 거동이 수상하면 바로 알려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심각한 일이 터질 줄은 몰랐습니다.”최대인이 작은 목소리로: “소신은 성벽위에서 벌어진 일을 다른 사람에게 들었습니다. 왕비마마께서 어장으로 그 짐……위왕 전하를 때리고 적극적으로 돌아오라고 권하셨다고 하더군요, 왕비마마는 참으로 의협심과 충성의 표본입니다.”우문호가 쓴웃음을 지으며, “초왕비를 칭찬하실 거 없습니다. 좋아서 그렇게 하는 거거든요.”최대인이 예를 다하며, “진심입니다. 우리 최씨 집안은 초왕비마마께 이루 말할 수 없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왕비마마께서 필요하시면 우리 최씨 집안은 왕비마마를 위해 견마지로를 다할 것입니다.”우문호가 당황해서 얼른
나귀빈 꿈돌아오니 원경릉이 위왕에 대해 종알거리는 바람에 우문호는 맞장구를 치며 셋째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의 마음을 풀어준 뒤: “결국 그들 집안일이야, 너무 괴로워 하지 마. 아바마마께서 분명 셋째를 벌하실 테니까, 게다가 서일한테 들었는데 셋째가 고지 눈을 파냈다면서, 잘못을 알았음에 틀림없어.”원경릉이: “위왕이 잘못을 알면 뭐가 달라져? 도움되는 게 하나도 없네, 오히려 위왕이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위왕비한테 계속 미움받는 편이 낫지. 위왕의 집착에서 풀려날 수 있게.”우문호는 어떻게 원경릉을 설득할지 알 수 없었다. 행여 원경릉이 속이 답답해서 몸이라도 상할까 봐, 세 아이의 아빠 된 입장에서 우문호는 지금 자기 가정이 더 걱정됐다.최근에 일이 정말 많았구나.근심으로 초왕의 머리가 하얗게 셀 지경이다.“맞다, 나귀빈 안건은 어떻게 됐어?” 원경릉은 비로소 그 일이 생각났다.우문호가: “모르겠어, 재상이 묻지 말라고, 하지만 오늘 입궁할 때 목여태감이 하는 얘길 들어보니 아바마마께서 요 며칠 나귀빈 꿈을 꾸셨다고 해.”“어쩜 하필 그런 우연이?” 원경릉이 의아해 하며 물었다.우문호 여유만만하게 웃으며, “분명 우연이 아니겠지.” “우연이 아니라고?” 우문호의 음흉한 모습을 보니 뭔가 내막이 있다는 생각에, “말해, 어떻게 된 거야?”우문호가 귓가에 대고: “재상이 나한테 이 일에 관여하지 말라고 했지만 내가 자꾸 캐물으니까, 황조부 쪽부터 일에 착수할 생각이던데, 황조부가 맡으시면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제일 좋지. 만약 아바마마 본인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 조정에서 밀실에서 숯을 태우면 치명적이란 사실을 꺼낸 다면 아바마마는 자연스럽게 연상 하시겠지.”원경릉이 대충대충 듣고는, “그거랑 아바마마께서 꿈에 나귀빈을 본 게 무슨 상관인데?”우문호가 교활하게 웃으며, “궁에는 나인들에게 전해지는 궁중 괴담이 있거든, 나귀빈의 혼령이 나타나 억울함을 호소하더라는 괴담이 돌면 자연스럽게 아바마
권력을 되찾은 정후부 노마님“두 분 대인의 충성심과 정의감에 이 늙은이가 감동했습니다. 이리 오세요. 어서 두 분 대인께 음식을 올려라.” 노마님이 명령했다.서일과 사식이, 만아는 두 금군이 얌전하게 노마님을 따라가는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역시 노마님이셔, 덕망이 높으시네.”“누가 아니래? 노마님이 한마디가 우리 백마디보다 낫네.” 사식이가 탄복했다.이렇게 우문호는 정후부에서 해가 뜰때까지 자고 일어났다.아직 급할 거 없어요, 희상궁이 살금살금 들어와 금군이 사랑채에서 쉬고 있으니 왕야께서는 조금 더 있으셔도 된다고 전하고 갔다.우문호는 원경릉을 끌어 안고 한탄하며: “다른 집 부부는 한 이불 덮고 자는 게 당연한데 나는 도둑이나 다름없네.”원경릉이 상당히 호기심이 생겨서, “저 사람들은 어명이라고 하더니, 어떻게 할머니 말을 들을 수 있지?”우문호도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해결됐으니 그만이다.우문호가 갈 때 금군의 태도는 굉장히 우호적이어서 예전처럼 그렇게 딱딱한 얼굴이 아닐 뿐더러 우문호가 말에 오를 때 그 중 금군 하나가 와서 앉는 걸 도와 주기까지 해서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얼굴에 온화하고 자애로운 미소가 번져 있길래 우문호는 말을 달려 냅다 도망쳤다.너무 이상하다.정후부가 사실 그렇게 태평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정후가 문상을 간 이후 노마님이 권력을 되찾는데 성공하자 둘째 노마님과 난씨, 황씨가 연합전선을 꾸렸다.황씨는 사실 자기 시어머니와 편을 먹고 싶었지만 전에 원경릉을 구박하다가 시어머니에게 혼쭐나서 시어머니 편에 서 봤자 좋을 게 없을 것 같아 아예 둘째 노마님 줄에 서기로 했다. 적어도 나리가 둘째 노마님을 상당히 존중하니까 말이다.위왕비가 정후부에서 정양하는 것은 정서적으로도 이성적으로도 도리에 맞지 않다.거기에다 위왕비가 성문에서 사고를 쳤으니 황실에서 가만 둘리 없다. 지금 위왕비는 여기 있는데 폐하께서 죄를 물으시면 정후부가 어찌 재앙을 피할 수 있을까?둘째 노마님은 나리가 줄
명원제의 생각명원제는 최근 속이 아주 시커멓게 탔다.진북후 일만으로도 속이 타들어 가는데 셋째가 때맞춰 지금 분란을 일으켜 주시고, 그것도 모자라 나귀빈은 연속으로 며칠밤을 꿈에 나타나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아무리 한꺼번에 들이닥쳐도 할 일은 해야지 않겠는가?명원제가 위왕을 궁으로 불러 들였는데, 어서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목여태감은 알 수 없지만 위왕이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아 안에서 천둥 벼락 치는 소리가 한동안 들렸다.그리고 위왕이 나올 때 절뚝거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목여태감이 들어가자 명원제가 가서 위왕비를 문병하고 오라고 했다.목여태감이 위왕비에게 다녀와서 돌아와서 보고하길: “지금은 상처가 별 문제 없지만, 어의 말로 마침 초왕비마마가 긴급 처치를 제때 하지 않았으면 위왕비마마의 목숨은 건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목여태감이 한발 다가서며 작은 목소리로: “폐하, 소인이 알게 된 것으로 위왕비마마가 전에 낙태를 하셨는데 위왕 전하께서 약을 먹인 것이라고 합니다.”명원제가 얼굴이 까맣게 변하며 먹을 집어 들었으나 안타깝게도 불효막심한 아들놈은 가고 없었다.“위왕비가 무슨 말을 하더냐?” 명원제가 물었다.목여태감이: “위왕비마마는 단지 합의 이혼만 구하였습니다.”명원제가 한동안 망연자실하게 있다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셋째는 참으로 몹쓸 놈이군, 당초에 죽자사자 위왕비와 결혼하겠다고 해서, 좋다, 짐이 안군왕에게 미안했지만 안군왕의 며느리를 빼앗아 줬더니, 이제 와서 헌신짝처럼 위왕비를 버리다니.”목여태감이 묻길: “그럼 황제 폐하 생각으론 합의 이혼을……”명원제가 잠시 침묵하더니, 손에 든 먹을 내려 넣고 담담하게: “허락하도록 하자, 어미 된 자가 가장 아끼는 것이 아이인데 셋째는 자기자식까지 죽였으니 어찌 같이 살아갈 수 있겠느냐? 이미 위왕비의 인생을 몇 년이나 갉아먹었는데 일생까지 망칠 수야 없지. 냉정언에게 들어와 어지를 받아 적게 해라. 합의 이혼 후 그녀를 군주에 봉하고 군주의 예에 따라
나귀빈 사건을 다시 보다명원제가 웃으며, “자네가 주지와 말다툼할 게 뭐가 있어? 자네가 아무리 박학다식해도 주지를 당해낼 수 있을까?”“학식이 아니었습니다. 상식이었지요. 어제 날씨가 추워서 동자승에게 따듯하게 숯을 더 때라고 하니 글쎄 주지스님이 숯화로도 중독이 될 수 있다고 하지 뭡니까.”명원제가 웃으며, “숯화로가 중독을 시킨다고?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 누가 안에 독을 넣으면 중독 시킬 수도 있지 않은가?”냉정언이: “폐하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하지만 주지스님이 고집을 부리지 뭡니까. 좁은 방에 숯화로를 피워 두기만 하면 독을 타지 않아도 중독이 된다는 거예요. 문과 창문을 닫아서 공기흐름을 막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허나 신은 이 말을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숯화로로 난방을 한 역사가 유구한데 어째서 그동안 죽은 사람을 못 봤습니까?”“그렇지.” 명원제가 눈에 띄게 건성으로, “어째서 숯화로를 피운 사람이 죽은 걸 못 봤지? 일반 백성 집에 온돌이 되는 집이 어디 있어? 전부 화로에 의지해서 난방을 하지.”냉정언이: “소신도 그렇게 반박했습니다.”“그런데 주지가 뭐라고 하던가?” 명원제가 찻잔을 내려놓고 냉정언을 쳐다봤다.냉정언이 피식 웃으며, “강조하기 시작하더군요, 방이 좁아야 하고, 공기가 유입돼서 순환하면 안된다고. 일반 백성들 집은 대부분 대류 구멍이 있는데다 문도 꽉 닫히지 않고 아무리 잘 닫아도 나무문은 밀폐되지 않는다 더군요. 주지 스님 말로 궁 안에 태감 궁녀가 사는 곳에 숯화로를 피우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고 했어요. 왜냐면 방이 좁고 창문은 막혀 있는데다 철문이니 진정한 밀폐공간으로 바람이 통하지 않는다고요.”명원제의 안색이 변하며, “주지가 그렇게 말했단 말이냐?”냉정언이 웃으며: ”하오나 폐하 믿으시면 안됩니다. 그건 절대로 불가능하니까요.”명원제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했다.냉정언이 간 뒤 황제는 목여태감을 불러 들여 몇 마디 분부를 내렸다.목여태감이 듣고 당황해서, “사형수를 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