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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2-07-11 16:10:37
우문호의 마음이 요동쳤다. 죽어도 초왕비는 하지 않겠다니 기가 막혔다. 우문호는 주체할 수 없이 화가 났다. 그는 그녀의 뺨을 내리치며“일어나서 똑바로 말해!” 라고 말했다.

희상궁은 화가 나서 원경릉의 몸을 감쌌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것이오, 왕야! 어째 이렇게 모질게 변했소! 부부의 정은 고사하고 아무리 모르는 사람이라고해도 이렇게는 못하겠소! 초왕비를 꼴을 보시오. 한치의 동정심도 없습니까?”

우문호는 창백한 얼굴의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지만 그 눈빛에서 강한 의지와 고집이 보였다. 결국 그는 그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어 밖으로 나갔다.

측전 밖 회화나무 아래에 서서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을 보니 마음속에도 세찬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았다.

“초왕!”뒤에서 제왕비 주명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문호는 표정을 가다듬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툇마루 앞에 서 있었다. 치맛자락이 뒤로 길게 늘어져 있는 것이 선녀가 강림한 듯 기품 있어보였다.

그녀의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잠시 넋을 잃었다. 소꿉친구였던 그녀는 이미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자 우문호의 마음 한켠에는 말할 수 없는 아픔이 있었다. 주명취는 우문호의 어두운 눈빛을 보고 마음이 놓였다. 주명취는 그의 눈빛에서 그는 자신을 잊을 수 없다는 확신에 어딘가 의기양양한 기분도 들었다.

“지금 태상황의 병세가 호전되었고, 부황께서 당신을 대하는 태도도 바뀌셨으니, 제가 더 기쁩니다!” 그녀는 눈을 번뜩이며 우문호에게 말했다. 그는 대답이 없었다.

그녀는 조용히 우문호를 바라보았다. “괜찮으십니까?” 우문호는 눈꺼풀을 내리며 “좋을 게 뭐가 있습니까. 그냥 살아가는거죠”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주명취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죠. 좋을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냥 살아가는 거죠. 전 그저…… 제가 염려하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 입니다.”

우문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뭐가 두렵습니까?”주명취의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 아래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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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문호는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그는 냉랭한 얼굴로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황조부에게 무슨 약을 드린거야.”“심장마비나 호흡곤란에 쓰이는 약을 드렸습니다.”“누가 너에게 준거야?”“아무도 준 적이 없습니다. 모두 제것입니다.”“진실을 말하고 싶지 않은게 분명하군.” 우문호는 원경릉이 이럴거라는 것을 예상했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당신이야말로 내가 하는 말은 믿지 않는 군요.”우문호는 원경릉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어떻게 그런 약들이 원경릉에게 있다는 말인가. 그녀가 누군가에게서 약을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그럼 나에게 주사한 독약은 무엇이냐? 어찌하여 내 의식을 잃게하고, 몸도 가눌 수 없게 한거지?”“그건 독약이 아니라. 마취제입니다. 마치 자금탕과 비슷한 것 입니다.”그 말은 들은 우문호는 차갑게 말했다. “자금탕은 독약이야.”원경릉은 그를 보며 “그럼 당신이 전에 나에게 독약을 먹인거네요.”우문호가 고개를 살짝 돌리고 침묵했다. 원경릉은 그의 침묵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됐어요. 독약이든 약이든 나는 신경 쓰지 않아요. 정 제가 거슬린다면 그냥 죽이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 살아있는 한 제가 하는 일을 방해하지 마세요. 적어도 제가 태상황을 치료하는 동안은 왕야께서 너그럽게 이해해주길 바랍니다. 이전의 일들은 궁 밖을 나가면 차차 설명해드리겠습니다.”원경릉은 담담하게 말을 내뱉었다. “만약 황조부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너의 행동에 책임을 물을 것이야.”우문호는 원경릉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원경릉은 날카로운 말투로 “그럼 태상황의 건강이 좋아진다면, 그때는 제 공로를 인정해 주실 건가요?” 우문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좋아, 본왕은 공과 사가 분명하다.”그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탁자에 단약을 놓았다. “나중에 희상궁보고 먹여달라고 하거라.” 우문호는 뒤돌아 밖으로 나갔다.원경릉은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공과 사를 분명히 한다고? 퍽이나’그는 은혜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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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금단을 먹고 한시간 가량 잤을까. 깨어난 후 상처의 통증도 많이 줄고 고름도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일어나서 몇 걸음 걸어보았다. 확실히 통증이 줄었다는게 느껴졌다. 희상궁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 깨어난 원경릉을 발견했다. “왕비 일어나셨으면 밖에 나와 좀 걷는게 어떠시겠습니까. 자금단을 먹고는 움직이셔야 활력이 생깁니다.” 원경릉은 알겠다고 하고 밖으로 나갔다. “쇤네가 보필하겠습니다.”두 사람이 막 뜰을 지났을 때, 젊은 태감 한 명이 창백한 얼굴로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왕비님, 초왕님께서 서둘러 건곤전으로 오시라 합니다.”희상궁이 그를 붙잡고 물었다. “무슨일이길래 그리 서두르느냐.”“푸바오가 문창탑에서 떨어져 죽기 직전이라고 합니다. 태상황이 아시고 쓰러지셨습니다. 지금 궁안이 아주 난장판입니다.” 태감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희상궁은 깜짝 놀랐다. 태상황은 푸바오를 가족처럼 생각하니 푸바오가 죽게되거나 무슨일이 생긴다면 태상황님은 틀림없이 큰 상실감에 빠지실 것이 뻔했다. 희상궁이 고개를 돌려 원경릉 쪽을 보았다. 원경릉은 성하지 않은 몸을 이끌고, 이미 건곤전으로 향하고 있었다. 원경릉이 도착한 건곤전 안은 이미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황후와 주명취가 바닥에 앉아 있었고 우문호와 제왕은 침상 앞에 있었다. 어의의 손이 정신없이 태상황의 맥을 짚고 있었다. 명원제와 태후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원경릉은 빠르게 우문호 쪽으로 걸어가 고개를 숙여 우문호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그녀는 우문호의 눈을 한번 본 뒤 다시 어의 쪽으로 다가갔다. “어의님, 황조부님은 어떠십니까?” 원경릉이 침상으로 걸어가더니 베개 밑에서 설저환을 꺼내 태상황 혀 밑에 넣었다. 원경릉은 황후와 주명취를 등지고 있었기에 그들은 방금 원경릉이 무엇을 했는지 정확히 볼수 없었다. 하지만, 주명취는 끊임없이 의심의 눈초리로 원경릉을 주시했다. 사실 태상황은 별 일은 없었다. 단지 숨이 가빠져 호흡곤란에 빠졌을 뿐. 어의가 태상황에게 침을 놓자 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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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바오……”우문호는 말을 잇지 못했다.“살릴 수 있어!” 원경릉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녀가 우문호 쪽으로 천을 한장 던졌다. 이건 방금 전 우문호가 그녀의 상처를 닦던 것이었다. “내가 비장을 꿰매고 있을테니까 당신은 지혈을 해줘요. 태상황께서 푸바오를 얼마나 아끼시는지 알죠? 만약 푸바오가 죽는다면 태상황의 병세가 악화될지도 몰라요.” 우문호는 던져진 천을 주워들며 마스크를 쓴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가 마스크를 낀 모습은 참으로 어색했다. 마취, 제모, 절개, 원경릉은 능수능란한 모습으로 신속하게 비장을 찾아냈다. “피를 닦으라니까!” 멀뚱거리는 우문호에게 원경릉이 소리쳤다. 정신을 차린 우문호는 천으로 절개 부분 주위를 닦아냈다. 그의 손에서는 피 비린내가 진동했다. 우문호는 피를 닦으면서 생각했다. ‘이 여자는 이게 무섭지가 않은가?’여기 저기 튀는 피로 그녀의 얼굴, 이마, 눈썹 등 온통 피가 묻어있었다. “혈관이 터졌어요!” 원경릉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먼저 혈관을 봉합해야 해요.” 우문호는 자기도 모르게 천을 꺼내 그녀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주었다. 그녀의 미간에 뭉친 피자국이 마치 큰 반점처럼 요사스러웠다.“고마워요.” 원경릉은 고개를 숙인채 말했다. 그녀는 혈관을 핀셋으로 살짝 잡고 빠르게 바늘로 봉합을 시작했다. 혈관을 봉합했지만 비장 출혈은 멈추지 않았다. 원경릉의 마음이 급해졌다. “푸바오, 조금만 버텨. 넌 이겨낼 수 있어. 태상황님께서 기다리고 계신다!”우문호는 자신이 개 한마리 때문에 이렇게 조마조마 하고 있다는 것에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하면 푸바오가 아프지 않을까?” 우문호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마취제 투여했어!” 원경릉은 귀찮다는 듯 눈은 푸바오를 응시하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우문호는 문득 자신도 예전에 이렇게 마취를 당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문호는 한겹 한겹 푸바오의 살갗을 꿰매고 있는 그녀의 능수능란한 손을 보며 마음 속에 또 수많은 의문이 생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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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30화

    원경릉은 그의 표정에 담긴 의미를 알아차렸다. “당신을 모함하려는 거죠? 당신이 문창탑 위에 있었나요?”우문호는 대꾸도 하지 않고 천천히 앉아 푸바오의 가련한 모습을 보고 분노했다. “나를 모함하려고 했던 사람은 황조부를 해하고 나까지 쳐내려고 했네.” 라고 말하며 냉소를 띄었다. “태상황제가 살아 계시니 반드시 이 일에 대해 조사를 하실겁니다. 다만 제가 걱정이 되는 건 왕야께서 이 일에 관여했다고 생각하실거고 그렇게 된다면 태상황께서 실망하……”원경릉을 차마 마지막 말을 끝맺지 못했다. 그 말은 우문호가 다시는 태자 자리에 오를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말이었다. 우문호는 한동안 말 없이 골똘히 생각을 했다. 그의 낯선 모습에 원경릉은 그를 감히 건드리지도 못하였다. 이런 지저분한 사건에 그녀는 손톱만큼도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우문호가 관여된 자신도 빠져나갈 도리가 없었다. “문창탑에 당신 말고 또 누가 있었습니까?” 우문호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주명취!” 원경릉이 망설임 없이 내뱉었다. “그 입 다물라!” 우문호의 눈에는 분노가 일었다. “누가 너더러 함부로 입을 놀리라고 했느냐!” 원경릉은 그를 피해 푸바오 곁으로 자리를 옮겨 푸바오의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왕야 서둘러 태상황 곁에 가 계십시오. 태상황이 깨어나시면 분명 이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하라고 하실겁니다. 지금 가 계시는게 좋습니다.”우문호는 싸늘한 얼굴로 돌아섰다. 원경릉은 푸바오를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누군가가 푸바오를 해하려고 했다니. 원경릉은 머릿 속이 복잡했다. ‘푸바오가 안전하려면 태상황 곁에 있어야해’그녀는 푸바오를 이불에 싸서는 건곤전으로 향했다. 이번 일에 대해 태상황이 명을 내릴 것이다. 태상황은 푸바오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푸바오는 높은 곳을 두려워했고, 계단을 내려갈 때에도 다리를 떨었다. 이런 푸바오의 성격 상 문창탑 같이 높은 곳에는 올라갈리가 만무했다. 깨어난 태상황은 이 일에 대해 철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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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탑에서 떨어진 푸바오와 자금단“그러면 왕야께서 문창탑(文昌塔)을 떠나실 때 푸바오가 따라 나왔습니까?” 구사가 물었다.우문호는 고개를 저으며, “그땐 신경을 안 써서 모르겠네.”“너는 태생이 명민하고, 아바마마가 푸바오를 얼마나 아끼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인데, 정녕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명원제의 이 말은 정곡을 찔렀다. 옛날 우문호가 태상황의 환심을 사려고 강아지를 어르던 것을 기억하고 하는 말이다. 분위기가 일순간 얼어붙어 태후조차 당황할 정도였다.태후가 말하길: “됐다, 개 한 마리 때문에 자식에게 화풀이해서 무엇 하겠느냐, 다섯째가 데려갔다 치더라도 어쨌든 다섯째가 개를 던진 건 아니니 않느냐, 다섯째와 푸바오 사이도 아직 좋고 말이다.”태후는 명원제의 마음에 다른 생각이 싹 트고 있는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그저 명원제가 중요한 걸 예사로 처리하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고작 개 한 마리때문에 태상황의 비위를 맞추려고 취조를 하게 되면 이 많은 사람들 면전에서 다섯째의 체면이 뭐가 되겠는가?태후는 명원제가 말없이 얼굴빛이 어두운 것을 보고 태상황 쪽을 돌아보며: “태상황 폐하, 뭐라고 말 좀 해보세요. 푸바오가 죽었어요. 푸바오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지만, 친왕에게 벌이라도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태상황은 우문호를 보며, “네가 간 뒤에 또 누가 문창탑에 갔는냐?”우문호의 눈에 한 줄기 의심의 빛이 스쳤으나, “할바마마의 하문에 답하기로, 없었습니다.”원경릉은 안으로 들어오다 태상황의 질문과 우문호의 대답을 듣고, 문창탑에 다른 사람이 있었던 게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우문호가 지키려는 사람이다. 원경릉은 둘러보니 주명취는 황후의 곁에 서 있다. 손을 늘어뜨리고 서서 우문호가 답하는 것을 듣고 분명 눈꼬리를 움찔거렸다. 상선은 눈이 예리해서 원경릉이 이불을 안고 있는 것을 보고 그 이부자리가 푸바오의 것이며, 핏자국이 얼룩진 것이 심상치 않다고 여겼다. 초왕비는 또 무슨 일인가? 태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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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첫걸음을 내디뎌야 한다는 생각으로, 택란은 이에 관해 세게 명을 내렸다.성내 백성들은 택란이 이 도시의 성주이자 진국공주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에게 강한 적대감을 품고 있었다. 특히 그들은 택란이 낭산의 도적들을 토벌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여덟 살짜리 아이가 낭산 도적들을 전멸시켰다는 것을 누가 믿을까?이곳의 백성들은 평생 황실 사람을 본 적 없었다. 지금 이렇게 직접 마주하자, 감정이 폭발하여 약도성을 빼앗겼다는 이유로 황실에 대한 깊은 원망을 드러냈다.약도성에서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백성은 백여 명에 불과했고, 셈조차 모르는 이들도 많았다. 이렇게 폐쇄적인 환경에서 원망은 쉽게 극대화되었다.특히 금나라 사람들이 부추기자, 상황은 더욱 악화하였다.처음엔 택란도 외출을 하곤 했지만, 적대적인 감정이 격렬해지자 외출할 때마다 돌멩이가 날아왔다. 다행히 호명이 그녀의 안전을 염려해 경호를 강화하면서 크게 다치는 일은 피할 수 있었다.양두는 백성들과 다투며 분노를 터뜨렸습니다.“자네들이 원망해야 할 대상은 북막의 황실과 진가요! 그들이 전쟁을 일으키고 북당을 침략하려다 패배하는 바람에 약도성을 내놓은 것이오. 다들 그때 전쟁을 지지하지 않았소? 전쟁을 지지해 놓고 이제 와서 북당을 원망하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소!”양두는 기세가 등등했고 욕도 도리가 있어, 백성들을 순간 잠잠하게 했다. 하지만 이내 돌멩이가 그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고, 양두는 머리를 감싸며 도망쳐야 했다.이들은 이성적으로 도리를 따질 사람이 아니었다.호명은 상황을 이대로 둘 수 없다고 생각해, 택란에게 경성으로 돌아가길 권유했다. 하지만 택란은 단호히 거절했다. 첫걸음을 내딛지 않으면, 십 년이 지나도 변화는 없을 것이고, 약도성은 영원히 이 상태로 남을 것이다.호명은 사고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경호를 더욱 강화했다.그는 주 아가씨에게도 특별히 경계를 강화해

  • 명의 왕비   제3116화

    이리 나리는 소맷자락을 펄럭이며 말곁으로 걸어가 고삐를 단단히 잡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원경릉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사람이란 이래야 하는 법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삶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내 재산은 평생을 써도 남을 만큼 많으니 아끼며 살 필요 없다는 것이다.”그는 말 위로 자연스럽게 올라탄 뒤, 천천히 자리를 떠났다.원경릉은 그가 떠나가는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가 앞서 한 말은 그녀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지만, 뒤이어 한 말은 또 다른 의미로 그녀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저렇게 자랑하지 않으면 못 참는 걸까?랑문서가 정식으로 설립된 날, 삼대 거두는 길고 긴 폭죽을 보내왔다. 폭죽 소리는 십 리 밖까지 울려 퍼졌고, 이는 북당이 한 걸음 더 발전했음을 상징했다.수도에서 천 리 떨어진 약도성에서도 이날 폭죽 소리가 울려 퍼졌다.도성 중심에 새로 만들어진 상업 거리가 성대하게 시작을 알렸다. 이곳은 택란이 계획한 곳으로, 각종 장사를 한곳에 모아 거래를 규범화하고, 관아에서 관리하여 사기와 도둑질 같은 문제를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첫 번째 상업 거리라 비록 규모는 작지만, 이는 시작일 뿐, 앞으로 더 많은 곳을 만들 예정이다.같은 날, 또 다른 기념행사가 열렸다. 바로 도로 건설의 시작이었다. 간소한 의식을 치른 뒤, 도로 공사가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다른 성들과 비교하면 약도성은 광산 자원을 개발하지 않으면 발전을 이루기 어려웠다. 광산 개발을 위해서는 금나라와의 합의만 아니라, 산을 개척하고 도로를 건설하는 등의 기초 공사도 필요했다.조정에서 약도성에 특별히 자금을 지원하지 않았으므로, 모든 작업은 성에서 스스로 해내야 했다. 다행히 금나라에서 10만 냥을 확보했기에, 이를 공사에 사용할 수 있었다.한편, 택란은 계속 금나라의 상황을 꼬마 봉황을 통해 접하고 있었다.진국왕은 얼음에 맞은 후 죽지는 않았지만, 한쪽 다리가 불구가 되었다. 금나라의 어린 황제가 크게 화를 내며 자신의 지위를

  • 명의 왕비   제3115화

    주 어르신은 원경릉이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자, 한마디 더 덧붙였다.“세상 만물은 도법을 떠날 수 없다.”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주 어르신은 정말 학식이 깊으십니다!”“대충 추측한 것이다!”소요공이 손으로 부채질하며 원경릉에게 물었다.“또 진맥하러 온 것이냐? 어제 네 할머님도 다녀갔다.”“혈압과 혈당을 측정하기 위해, 손가락을 찌를 것입니다!”원경릉이 말했다.무상황은 손가락 찌른다는 말을 듣고, 재빨리 안쪽으로 도망치려 했다. 그는 얼마 전 혈당이 높다는 진단을 받았고, 며칠에 한 번씩 손가락을 찔러 혈당을 측정해야 했다. 손가락을 찌르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는가?원경릉은 그가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차분히 약상자를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어르신은 모범을 보이듯 먼저 혈압을 쟀고, 소요공도 뒤따라 검사했다.검사를 마친 두 사람은 무상황을 붙잡아 의자에 앉히고, 손가락을 원경릉 앞으로 내밀었다. 소요공이 말했다.“세게 찌르거라!”원경릉은 물론 세게 찌를 리 없다. 그녀가 부드럽게 처리했지만, 무상황은 여전히 분노에 찬 눈빛으로 소요공을 노려보았다.혈압과 혈당이 조금 높긴 했지만, 심각한 편은 아니라서 약을 먹을 필요는 없었다. 대신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했다.모든 검사를 마친 후, 원경릉은 랑문서 설립에 관해 이야기를 꺼냈다. 주 어르신은 중요한 일이니 곧바로 동의했고, 바로 이리 나리를 불러왔다.이리 나리는 이미 이런 노골적인 요구에 익숙해져 있었다.그는 과거 늑대파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평생에서 얻은 것이 많지만, 그 어떤 것도 공주보다 귀하지 않다. 만약 내 모든 것을 공주와 바꿀 수 있다면 기꺼이 바꾸겠다. 늑대파도 포함해서 말이다.”이 말에 늑대파 사람들은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며 그를 둘러싼 채 한바탕 두들겨 팼다. 이리 나리는 가까스로 틈에서 빠져나와 힘겹게 말했었다.“하지만 설랑은 제외다!”그는 결국 더 심하게 두들겨 맞았고, 거의 목숨을 잃을 뻔했다.그

  • 명의 왕비   제3114화

    사건의 진상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우문호는 종권을 보며 늑대파가 지금의 임무 외에도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예를 들어, 랑문서라는 기관을 설립해 각 주부의 큰 사건들을 전담 조사하도록 하는 것이다.특히 지역과 주부를 넘어서는 큰 사건들은 지역적 한계로 인해 조사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랑문서에 권한을 부여하여 형부나 대리사의 통제를 받지 않게 한다면, 일 처리가 훨씬 수월해지고 효율도 크게 향상될 것이다.우문호는 곧바로 논의를 시작했다. 물론 이일은 이리 나리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늑대파가 비록 그동안 조정의 일을 도맡아왔고 사실상 조정에 소속된 상태였지만, 공식적으로 관청을 설립하는 것은 늑대파가 이리 나리의 관할에서 완전히 벗어나 나라의 소속으로 자리 잡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논의 후 내각 대신들이 모두 찬성했지만, 우문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동안 이리 나리에게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 같아, 왠지 부끄럽구나.”냉정언이 대꾸했다.“그렇다면 이 일은 없던 걸로 하시지요.”우문호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건 안 된다. 부끄럽긴 하지만, 일은 해야 한다.”그는 냉정언을 보며 말했다.“다만, 내가 직접 나서긴 좀 그러니, 네가 이리 나리를 설득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냉정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저도 체면이 있는 사람입니다. 황후께 부탁드리면 어떻겠습니까? 그래도 사제 관계였으니 얘기가 통할 것입니다.”“원 선생은 체면이 없는 줄 알아? 안 된다. 원 선생도 이미 이리 나리에게 너무 많은 부탁을 했다. 네가 수보니, 네가 가야지.”냉정언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그렇다면 더 권위가 있는 수보를 찾는 것이 어떻습니까? 주 어르신은 어떤가요?”“좋다!”우문호가 바로 동의했다.냉정언이 말을 이었다.“그럼 황후께서 맥을 보러 가실 때, 주 어르신께 이 일을 말씀드리는 것이 좋겠습니다!”그는 이 말을 남기고 다급히 자리를 떠났다.우문호는 멍하니 있다가 바로 깨달았다.‘결국 또 원 선생이 나서게

  • 명의 왕비   제3113화

    사실 소금 사건은 겉보기엔 제왕 일행이 조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미색과 늑대파가 조사하고 있었다.미색은 이미 성공적으로 손영영과 접촉했다. 사실 손영영이 먼저 그녀를 찾아왔다.회왕은 자신의 계획이 실패했다는 것을 깨닫고 미색에게 해명하려 했지만, 미색은 아예 그를 만나지 않았다. 그래서 회왕은 답답함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원경릉은 이를 보고 속으로 웃음을 참지 못하며 생각했다.‘자기가 똑똑하다고 생각했겠지? 고생 좀 해봐야지.’그녀는 이 일을 다섯째에게 알렸고 다섯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여섯째는 호부를 관리하고 장부를 정리하는 데는 일등이오. 지금 그를 따라올 자가 없을 정도네. 하지만 사건을 조사하거나 연기, 책략을 필요한 일에는 서일 만도 못 하오. 그런 주제에 미남 계를 쓰고, 셜록 홈즈를 흉내 내다니. 그냥 고생 좀 하게 두시오. 우리가 나설 필요 없소.”원경릉이 웃음을 터트렸다.“셜록 홈즈까지 알고 있다니, 대단하오!”“뭐가 대단하오? 그곳에 몇 번이나 갔는데, 이런 새로운 이야기도 내가 모를 것 같소?”“셜록 홈즈는 새로운 이야기에 속하지 않소.”“나를 비웃으려는 것이오?”우문호가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원경릉은 그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미소 지었다.“알았소. 웃지 않겠네. 그나저나, 호랑이와 늑대도 출발했고, 사식이도 며칠 뒤에 궁으로 들어올 것이오.”“좋구먼. 이제 궁에 아이들이 있게 됐소. 사식이의 아이는 이제 몇 달이 되었네. 볼이 얼마나 말랑하고 귀여운지 아시오?”다섯째는 약간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아이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오? 그래서 서일에게 거처를 제공하려 한 것이오?”원경릉은 웃음을 터트렸다.“당연히 아이 때문이지. 서일한테서 뭘 바랄 수 있겠소? 서일은 도통 쓸모가 없소.”“그만하시오! 말을 좀 이쁘게 하시오. 서일을 그렇게 말하면 안 되네.”“서일을 하루라도 놀리지 않으면 입이 근질근질하오!”“독설가가 따로 없소!”원경릉은 비록 그를 타박했지만, 사실 그녀도 사

  • 명의 왕비   제3112화

    “경험한다니? 어디에 가서 경험하는 것이오?”다섯째는 뒤따라오던 호랑이와 늑대를 돌아보았다. 녀석들은 기운 없이 두 사람을 따라오고 있었다.“밖으로 나가는 건 좋지만, 아무도 따라가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소.”“아주 영리한 녀석들이라 괜찮소. 아니면 늑대파에 부탁해서 데리고 나가게 하는 게 어떻소? 석 달이든, 반년이든, 한해든 밖에서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소.”다섯째는 호랑이와 늑대를 부르더니 무릎을 꿇고 녀석들을 안아줬다. 그는 호랑이와 늑대의 털을 쓰다듬으며 원경릉을 올려다보며 말했다.“당신 말이 맞소. 이 녀석들을 계속 이 궁에 가두면 아프기라도 할 것 같소. 밖으로 나가 경험을 쌓게 해야 하오.”“좋소!”원경릉은 안도하며 웃었다. 드디어 녀석들을 주인들에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하지만 어디로 보내야 하오?”다섯째는 잠시 생각하다가 눈을 반짝이며 원경릉을 바라봤다.“음, 그냥 네 개의 성으로 보내서 녀석들의 주인과 만나게 하는 건 어떻소?”원경릉이 놀라서 물었다.“뭐요?”다섯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정녕 내가 아무것도 모를 줄 알았소?”원경릉은 그를 바라보며 너무 놀라서 뭐라 대답할 말을 잃었다.“내가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오?”다섯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밤바람이 두 사람의 옷자락을 흔들었다.“이번에 집에 갔을 때, 자네 오라버니 방에서 옛 검을 하나 봤소. 자세히 살펴보니, 그 검은 남유성에서 제작된 것이었고, 검 손잡이에 이름이 새겨져 있었소. 누구 이름일 것 같소?”원경릉은 그의 품에 기대며 미소 지었다.“경단?”“맞소. 그 녀석은 원래 사람의 환심을 잘 사오. 형님이 옛 검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일부러 만든 거요. 그 검 때문에 그들이 북쪽에 갔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후에 그들의 물건을 뒤지기 시작했소. 내가 또 뭘 알았는지 알고 있소? 아이들이 핸드폰을 가져갔고, 심지어 셀카도 찍었소.”원경릉의 심장이 잠시 멈춘 듯했다.

  • 명의 왕비   제3111화

    서일이 요리사들을 쫓아내자, 원경릉이 그를 수라간으로 불러들여 일을 도와달라고 했다. 원경릉이 물었다.“왜 궁에서 야간 근무를 하고 있느냐? 사식이가 승낙했느냐? 홀로 집에서 두 아이를 돌보느라 힘들지 않겠느냐?”둘째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도움이 많이 필요한 시기였다.서일이 답했다.“사식도 동의했습니다. 둘째가 태어나고 나니, 집안 지출이 꽤 늘었습니다. 야간 근무를 하면 봉급이 더 나오고, 후궁에서 근무하면 상을 받는 경우도 많아서 한해에 꽤 큰 수입을 받을 수 있습니다.”“그렇게 돈이 부족한 것이냐? 지금 너도 어엿한 조정 신하다!”원경릉은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서일의 상이라는 소리에 후궁에서 제대로 된 상을 줄 상전은 그녀뿐이었다. 이건 대놓고 그녀의 돈을 노리는 것 아닌가?“부족합니다. 지금 제 직책은 봉급도 적고 일도 적습니다. 낮에 힘들지 않으니, 밤에 더 일할 수 있습니다.”원경릉은 그가 직책을 옮긴 것을 떠올렸다. 지금 그는 병부에서 여유로운 직책을 맡고 있었다. 사식이가 임신했을 때, 그녀를 잘 돌보기 위해 직책을 옮겼었다.“걱정 말거라. 원가에서 아이들에게 부족한 게 없도록 지원해 줄 것이다.”“계속 사식이의 친정에 의존할 수는 없습니다. 어쨌든 아직 젊고 힘도 있으니, 더 일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폐하께서 시간이 지나면 궁에서 거처를 마련해 줄 것이라 하셨습니다. 그러면 사식이와 아이들을 데려와 잠시 함께 지낼 수도 있습니다.”그건 괜찮은 생각이었다. 궁 안에는 빈 전각이 많고, 다른 후궁도 없으니 사식이가 머물 전각 하나를 내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럼 사식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궁 안의 사람들이 아이들을 돌보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었다.궁궐의 규칙인 '외간 남자가 후궁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은 낡은 관습에 불과했다. 폐지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좋구나. 궁 안에 거처를 마련해서 가족이 들어와 살게 하는 것도 괜찮다. 그렇지 않소? 다섯째.”원경릉은 약한 불에서 끓인 우유를 접시에 부

  • 명의 왕비   제3110화

    다섯째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나랏일 때문이 아니오. 이번에 집에 갔을 때, 먹었던 다과가 아직도 잊히지 않소. 또 먹고 싶은데, 아쉽게도 궁중 요리사가 그것을 만들 줄 몰랐소.”원경릉이 물었다.“무슨 다과요?”“우리가 순덕 주루에서 먹었던 우유가 들어간 것 말이오.”“푸딩이오?”우문호가 흥분하며 말했다.“맞소. 푸딩! 참 맛있었소. 또 먹고 싶어 목여 태감을 시켜 수라간에 물으니, 모른다고 하오.”원경릉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푸딩은 그녀가 살던 시대의 디저트로 유명했으니, 이곳의 궁중 요리사들이 알 리가 없었다.“드시고 싶으면 내가 만들어 주겠소!”원경릉이 다정하게 말했다.“원 선생이 정말 만들 수 있소?”다섯째는 놀라움과 기쁨으로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물론이오. 다과를 많이 만들 줄 아는 건 아니지만, 푸딩은 만들 수 있소. 비슷한 다과에 생강이 들어간 푸딩도 있소. 나는 그게 더 맛있고, 몸에 좋다고 생각하오.”우문호의 눈빛에는 행복이 가득했다.“원 선생, 이런 재능이 있는지 전혀 몰랐소. 당신은 정말 보물 같은 사람이오!”원경릉은 그의 기쁨 어린 눈빛을 보며 자신이 남편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살짝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그를 위해 직접 요리를 해준 적 거의 없었다.“지금 당장 만들어 드리겠소. 궁중 수라간에 우유가 있을 것이오!”원경릉은 재빨리 젓가락을 내려놓고 행동에 나섰다.“좋소. 나도 같이 가겠소. 나도 배워서 원 선생에게 만들어 줄 것이오!”우문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수라간으로 향했다.황제와 황후가 직접 수라간에 들어서자, 수라간 요리사들은 깜짝 놀라 잔뜩 긴장한 채 서 있었다. 아무도 말을 꺼낼 엄두를 내지 못했고, 궁중 요리가 입맛에 맞지 않았나 걱정하기 시작했다.“다섯째, 작은 냄비를 찾아오시오!”원경릉이 우유를 들고나오며 그에게 말했다.“알았소!”“폐하, 저희가 하겠습니다!”궁중 요리사가 창백한 얼굴을 하고 다급히 다가와 외쳤다. 황제가 직접 나

  • 명의 왕비   제3109화

    생각을 마친 원경릉은 더 이상 여섯째에게 말하지 않고, 다시 초왕부로 돌아갔다. 원래 화가 나 있던 미색이 방에서 머리를 손질하며 기분 좋게 있는 것을 보았다.원경릉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미색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으며 연지를 내려놓고 긴장한듯 말했다."돌아가신 줄로 알았습니다."그 표정은 회왕부에 여섯째를 만나러 갔을 때와 너무 비슷했다.원경릉은 바로 미색에게 꿍꿍이가 있음을 확신해, 자리에 앉아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말해보시오. 무엇을 숨기고 있소?""없습니다. 너무 의심이 많으시군요!"미색이 웃으며 대답했다."웃지 마시오. 말할 것이오, 말 것이오? 말하지 않으면 여섯째를 성 밖으로 보내서, 고생하게 할 것이오!"미색은 눈살을 찌푸리며 억울한 말투로 답했다."어찌 숨길 수 없다는 말입니까? 대체 왜 그렇게 똑똑하십니까?""처음엔 나도 믿었소. 하지만 사건 때문이라는 여섯째의 말을 듣고 자네가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소. 알면서도 집을 떠났다면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오. 말하시오."미색이 자리에 앉아 웃으며 말했다."예. 숨길 수 없으니 그냥 바로 말하겠습니다. 하지만 제 일을 망쳐서는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훼천을 대막의 늑대파에 보낼 것입니다."원경릉은 그녀의 뒤통수를 살짝 때리며 웃었다."요 부인께서 자네를 탓할 것이오.""언니를 원망할 것입니다. 제 일을 망치셔선 안 됩니다.""알았으니, 어서 말하시오. 만약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막지 않겠소!"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미색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손영영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도강부에서 일할 때 몇 번 만난 적이 있었고, 몇 번 거래도 했습니다. 손영영은 15살부터 아버지를 도와 일을 했고, 늑대파에 정보를 묻기도 했습니다.""음? 그럼, 여섯째도 알고 있겠소.""물론입니다. 경성에 온 지 한 달 됐고, 여섯째도 일을 하느라 경성 안을 왔다 갔다 하니, 몰랐을 리가 없습니다.""여섯째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호감을 전달하고 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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