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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화

Penulis: 유애
우문호의 마음이 요동쳤다. 죽어도 초왕비는 하지 않겠다니 기가 막혔다. 우문호는 주체할 수 없이 화가 났다. 그는 그녀의 뺨을 내리치며“일어나서 똑바로 말해!” 라고 말했다.

희상궁은 화가 나서 원경릉의 몸을 감쌌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것이오, 왕야! 어째 이렇게 모질게 변했소! 부부의 정은 고사하고 아무리 모르는 사람이라고해도 이렇게는 못하겠소! 초왕비를 꼴을 보시오. 한치의 동정심도 없습니까?”

우문호는 창백한 얼굴의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지만 그 눈빛에서 강한 의지와 고집이 보였다. 결국 그는 그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어 밖으로 나갔다.

측전 밖 회화나무 아래에 서서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을 보니 마음속에도 세찬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았다.

“초왕!”뒤에서 제왕비 주명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문호는 표정을 가다듬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툇마루 앞에 서 있었다. 치맛자락이 뒤로 길게 늘어져 있는 것이 선녀가 강림한 듯 기품 있어보였다.

그녀의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잠시 넋을 잃었다. 소꿉친구였던 그녀는 이미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자 우문호의 마음 한켠에는 말할 수 없는 아픔이 있었다. 주명취는 우문호의 어두운 눈빛을 보고 마음이 놓였다. 주명취는 그의 눈빛에서 그는 자신을 잊을 수 없다는 확신에 어딘가 의기양양한 기분도 들었다.

“지금 태상황의 병세가 호전되었고, 부황께서 당신을 대하는 태도도 바뀌셨으니, 제가 더 기쁩니다!” 그녀는 눈을 번뜩이며 우문호에게 말했다. 그는 대답이 없었다.

그녀는 조용히 우문호를 바라보았다. “괜찮으십니까?” 우문호는 눈꺼풀을 내리며 “좋을 게 뭐가 있습니까. 그냥 살아가는거죠”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주명취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죠. 좋을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냥 살아가는 거죠. 전 그저…… 제가 염려하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 입니다.”

우문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뭐가 두렵습니까?”주명취의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 아래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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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27화

    우문호는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그는 냉랭한 얼굴로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황조부에게 무슨 약을 드린거야.”“심장마비나 호흡곤란에 쓰이는 약을 드렸습니다.”“누가 너에게 준거야?”“아무도 준 적이 없습니다. 모두 제것입니다.”“진실을 말하고 싶지 않은게 분명하군.” 우문호는 원경릉이 이럴거라는 것을 예상했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당신이야말로 내가 하는 말은 믿지 않는 군요.”우문호는 원경릉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어떻게 그런 약들이 원경릉에게 있다는 말인가. 그녀가 누군가에게서 약을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그럼 나에게 주사한 독약은 무엇이냐? 어찌하여 내 의식을 잃게하고, 몸도 가눌 수 없게 한거지?”“그건 독약이 아니라. 마취제입니다. 마치 자금탕과 비슷한 것 입니다.”그 말은 들은 우문호는 차갑게 말했다. “자금탕은 독약이야.”원경릉은 그를 보며 “그럼 당신이 전에 나에게 독약을 먹인거네요.”우문호가 고개를 살짝 돌리고 침묵했다. 원경릉은 그의 침묵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됐어요. 독약이든 약이든 나는 신경 쓰지 않아요. 정 제가 거슬린다면 그냥 죽이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 살아있는 한 제가 하는 일을 방해하지 마세요. 적어도 제가 태상황을 치료하는 동안은 왕야께서 너그럽게 이해해주길 바랍니다. 이전의 일들은 궁 밖을 나가면 차차 설명해드리겠습니다.”원경릉은 담담하게 말을 내뱉었다. “만약 황조부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너의 행동에 책임을 물을 것이야.”우문호는 원경릉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원경릉은 날카로운 말투로 “그럼 태상황의 건강이 좋아진다면, 그때는 제 공로를 인정해 주실 건가요?” 우문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좋아, 본왕은 공과 사가 분명하다.”그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탁자에 단약을 놓았다. “나중에 희상궁보고 먹여달라고 하거라.” 우문호는 뒤돌아 밖으로 나갔다.원경릉은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공과 사를 분명히 한다고? 퍽이나’그는 은혜는 나

  • 명의 왕비   제 28화

    자금단을 먹고 한시간 가량 잤을까. 깨어난 후 상처의 통증도 많이 줄고 고름도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일어나서 몇 걸음 걸어보았다. 확실히 통증이 줄었다는게 느껴졌다. 희상궁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 깨어난 원경릉을 발견했다. “왕비 일어나셨으면 밖에 나와 좀 걷는게 어떠시겠습니까. 자금단을 먹고는 움직이셔야 활력이 생깁니다.” 원경릉은 알겠다고 하고 밖으로 나갔다. “쇤네가 보필하겠습니다.”두 사람이 막 뜰을 지났을 때, 젊은 태감 한 명이 창백한 얼굴로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왕비님, 초왕님께서 서둘러 건곤전으로 오시라 합니다.”희상궁이 그를 붙잡고 물었다. “무슨일이길래 그리 서두르느냐.”“푸바오가 문창탑에서 떨어져 죽기 직전이라고 합니다. 태상황이 아시고 쓰러지셨습니다. 지금 궁안이 아주 난장판입니다.” 태감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희상궁은 깜짝 놀랐다. 태상황은 푸바오를 가족처럼 생각하니 푸바오가 죽게되거나 무슨일이 생긴다면 태상황님은 틀림없이 큰 상실감에 빠지실 것이 뻔했다. 희상궁이 고개를 돌려 원경릉 쪽을 보았다. 원경릉은 성하지 않은 몸을 이끌고, 이미 건곤전으로 향하고 있었다. 원경릉이 도착한 건곤전 안은 이미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황후와 주명취가 바닥에 앉아 있었고 우문호와 제왕은 침상 앞에 있었다. 어의의 손이 정신없이 태상황의 맥을 짚고 있었다. 명원제와 태후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원경릉은 빠르게 우문호 쪽으로 걸어가 고개를 숙여 우문호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그녀는 우문호의 눈을 한번 본 뒤 다시 어의 쪽으로 다가갔다. “어의님, 황조부님은 어떠십니까?” 원경릉이 침상으로 걸어가더니 베개 밑에서 설저환을 꺼내 태상황 혀 밑에 넣었다. 원경릉은 황후와 주명취를 등지고 있었기에 그들은 방금 원경릉이 무엇을 했는지 정확히 볼수 없었다. 하지만, 주명취는 끊임없이 의심의 눈초리로 원경릉을 주시했다. 사실 태상황은 별 일은 없었다. 단지 숨이 가빠져 호흡곤란에 빠졌을 뿐. 어의가 태상황에게 침을 놓자 태상

  • 명의 왕비   제 29화

    “푸바오……”우문호는 말을 잇지 못했다.“살릴 수 있어!” 원경릉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녀가 우문호 쪽으로 천을 한장 던졌다. 이건 방금 전 우문호가 그녀의 상처를 닦던 것이었다. “내가 비장을 꿰매고 있을테니까 당신은 지혈을 해줘요. 태상황께서 푸바오를 얼마나 아끼시는지 알죠? 만약 푸바오가 죽는다면 태상황의 병세가 악화될지도 몰라요.” 우문호는 던져진 천을 주워들며 마스크를 쓴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가 마스크를 낀 모습은 참으로 어색했다. 마취, 제모, 절개, 원경릉은 능수능란한 모습으로 신속하게 비장을 찾아냈다. “피를 닦으라니까!” 멀뚱거리는 우문호에게 원경릉이 소리쳤다. 정신을 차린 우문호는 천으로 절개 부분 주위를 닦아냈다. 그의 손에서는 피 비린내가 진동했다. 우문호는 피를 닦으면서 생각했다. ‘이 여자는 이게 무섭지가 않은가?’여기 저기 튀는 피로 그녀의 얼굴, 이마, 눈썹 등 온통 피가 묻어있었다. “혈관이 터졌어요!” 원경릉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먼저 혈관을 봉합해야 해요.” 우문호는 자기도 모르게 천을 꺼내 그녀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주었다. 그녀의 미간에 뭉친 피자국이 마치 큰 반점처럼 요사스러웠다.“고마워요.” 원경릉은 고개를 숙인채 말했다. 그녀는 혈관을 핀셋으로 살짝 잡고 빠르게 바늘로 봉합을 시작했다. 혈관을 봉합했지만 비장 출혈은 멈추지 않았다. 원경릉의 마음이 급해졌다. “푸바오, 조금만 버텨. 넌 이겨낼 수 있어. 태상황님께서 기다리고 계신다!”우문호는 자신이 개 한마리 때문에 이렇게 조마조마 하고 있다는 것에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하면 푸바오가 아프지 않을까?” 우문호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마취제 투여했어!” 원경릉은 귀찮다는 듯 눈은 푸바오를 응시하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우문호는 문득 자신도 예전에 이렇게 마취를 당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문호는 한겹 한겹 푸바오의 살갗을 꿰매고 있는 그녀의 능수능란한 손을 보며 마음 속에 또 수많은 의문이 생겼

  • 명의 왕비   제 30화

    원경릉은 그의 표정에 담긴 의미를 알아차렸다. “당신을 모함하려는 거죠? 당신이 문창탑 위에 있었나요?”우문호는 대꾸도 하지 않고 천천히 앉아 푸바오의 가련한 모습을 보고 분노했다. “나를 모함하려고 했던 사람은 황조부를 해하고 나까지 쳐내려고 했네.” 라고 말하며 냉소를 띄었다. “태상황제가 살아 계시니 반드시 이 일에 대해 조사를 하실겁니다. 다만 제가 걱정이 되는 건 왕야께서 이 일에 관여했다고 생각하실거고 그렇게 된다면 태상황께서 실망하……”원경릉을 차마 마지막 말을 끝맺지 못했다. 그 말은 우문호가 다시는 태자 자리에 오를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말이었다. 우문호는 한동안 말 없이 골똘히 생각을 했다. 그의 낯선 모습에 원경릉은 그를 감히 건드리지도 못하였다. 이런 지저분한 사건에 그녀는 손톱만큼도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우문호가 관여된 자신도 빠져나갈 도리가 없었다. “문창탑에 당신 말고 또 누가 있었습니까?” 우문호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주명취!” 원경릉이 망설임 없이 내뱉었다. “그 입 다물라!” 우문호의 눈에는 분노가 일었다. “누가 너더러 함부로 입을 놀리라고 했느냐!” 원경릉은 그를 피해 푸바오 곁으로 자리를 옮겨 푸바오의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왕야 서둘러 태상황 곁에 가 계십시오. 태상황이 깨어나시면 분명 이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하라고 하실겁니다. 지금 가 계시는게 좋습니다.”우문호는 싸늘한 얼굴로 돌아섰다. 원경릉은 푸바오를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누군가가 푸바오를 해하려고 했다니. 원경릉은 머릿 속이 복잡했다. ‘푸바오가 안전하려면 태상황 곁에 있어야해’그녀는 푸바오를 이불에 싸서는 건곤전으로 향했다. 이번 일에 대해 태상황이 명을 내릴 것이다. 태상황은 푸바오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푸바오는 높은 곳을 두려워했고, 계단을 내려갈 때에도 다리를 떨었다. 이런 푸바오의 성격 상 문창탑 같이 높은 곳에는 올라갈리가 만무했다. 깨어난 태상황은 이 일에 대해 철저하게

  • 명의 왕비   제 31화

    탑에서 떨어진 푸바오와 자금단“그러면 왕야께서 문창탑(文昌塔)을 떠나실 때 푸바오가 따라 나왔습니까?” 구사가 물었다.우문호는 고개를 저으며, “그땐 신경을 안 써서 모르겠네.”“너는 태생이 명민하고, 아바마마가 푸바오를 얼마나 아끼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인데, 정녕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명원제의 이 말은 정곡을 찔렀다. 옛날 우문호가 태상황의 환심을 사려고 강아지를 어르던 것을 기억하고 하는 말이다. 분위기가 일순간 얼어붙어 태후조차 당황할 정도였다.태후가 말하길: “됐다, 개 한 마리 때문에 자식에게 화풀이해서 무엇 하겠느냐, 다섯째가 데려갔다 치더라도 어쨌든 다섯째가 개를 던진 건 아니니 않느냐, 다섯째와 푸바오 사이도 아직 좋고 말이다.”태후는 명원제의 마음에 다른 생각이 싹 트고 있는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그저 명원제가 중요한 걸 예사로 처리하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고작 개 한 마리때문에 태상황의 비위를 맞추려고 취조를 하게 되면 이 많은 사람들 면전에서 다섯째의 체면이 뭐가 되겠는가?태후는 명원제가 말없이 얼굴빛이 어두운 것을 보고 태상황 쪽을 돌아보며: “태상황 폐하, 뭐라고 말 좀 해보세요. 푸바오가 죽었어요. 푸바오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지만, 친왕에게 벌이라도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태상황은 우문호를 보며, “네가 간 뒤에 또 누가 문창탑에 갔는냐?”우문호의 눈에 한 줄기 의심의 빛이 스쳤으나, “할바마마의 하문에 답하기로, 없었습니다.”원경릉은 안으로 들어오다 태상황의 질문과 우문호의 대답을 듣고, 문창탑에 다른 사람이 있었던 게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우문호가 지키려는 사람이다. 원경릉은 둘러보니 주명취는 황후의 곁에 서 있다. 손을 늘어뜨리고 서서 우문호가 답하는 것을 듣고 분명 눈꼬리를 움찔거렸다. 상선은 눈이 예리해서 원경릉이 이불을 안고 있는 것을 보고 그 이부자리가 푸바오의 것이며, 핏자국이 얼룩진 것이 심상치 않다고 여겼다. 초왕비는 또 무슨 일인가? 태상황

  • 명의 왕비   제 32화

    태상황과의 독대내전 사람은 전부 나가고 태상황이 상선을 마뜩찮게 쳐다본다. 어째 나무토막처럼 움직이지도 않나 그래? 즐기는 것도 없나?상선은 원망의 눈초리로 원경릉을 흘끔 쳐다봤다. 초왕비가 입궁한 이래 상선은 태상황 곁에 설자리가 없고 원경릉과 초왕이 푸다오를 살려내는 걸 지켜보고 있을 뿐이라니, 아니다, 푸념은 그만두자.상선이 문 밖을 지키는 궁인들을 내쫓자 내전은 일순간 조용해졌다.태상화은 원경릉을 위 아래로 훑어보더니 “푸바오 배에 있는 건 무엇이냐?”“….수…..수컷지네….인가봐요!” 원경릉이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대답했다.방금 전 다른 사람들은 푸다오의 배를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했는데, 그것이, 푸다오의 전신이 피투성이였기 때문이다.오직 진정을 푸다오를 사랑하는 주인만은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이실직고 하지 못하겠느냐? 다섯째를 데려다 문초를 해야 사실을 말할테냐?” 태상황이 엄하게 꾸짖는다.초왕을 문초하는 게 원경릉이랑 무슨 상관인가? 솔직히 문초가 아니라 아예 곤장을 그냥, 삼십대 때려주면 딱 통쾌할 텐데 말이다.하지만 태상황이 준엄한 눈빛 앞에서 감히 그렇게 말할 순 없었다. “푸다오는 비장이 파열되어, 배를 열어 꿰매야 했습니다, 여기 보시는 것처럼 지네 같은 자국은 봉합한 자리입니다.”태상황은 입을 다물고 도대체 이걸 어떻게 한 건지 묻고 싶지만 존엄한 체면상 물어보지도, 이런 치료 방식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는 말도 할 수 없었다.“자금단은 누가 먹었느냐?” 태상황이 물었다.원경릉은 “제가 먹었습니다.”“다섯째가 너한테 제법 하는구나.” 태상황은 고개를 끄덕였다.원경릉은 이 말에 동의할 수 없는 걸 이해해 주길 바란다. 걸핏하면 매질을 하고, 따귀를 갈겨 대는 게 제법 하는 거라고?“상처는 어쩌다 생긴 것이냐?” 태상황이 다시 물었다.이번엔 원경릉도 감히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어쩌다 넘어졌습니다.”“바른대로 입을 열지 않으면 매를 들 수 밖에, 아직 매가 모자란 모양이구나.” 태상황이 코웃음을 쳤

  • 명의 왕비   제 33화

    두 여자의 대결원경릉은 고개를 흔들며, “모르겠어요.”“잘 봐라, 마음을 최대한 차분하게 하고, 눈은 예리하게, 그러면 온갖 잡귀가 서서히 드러날 게다. 야심은 감출 수 없는 법이지, 보면 알게 될 게야. 과인이 이제서야 너에게 그들을 대처할 방법을 말해주는구나.”원경릉은 사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누가 사람이고 누가 귀신인줄 알면서 왜 손을 안 쓰세요?”“왜냐면 귀신은 한 번 없앨 때 완전히 뿌리까지 뽑지 않으면, 원래 사람이던 존재도 서서히 귀신으로 변하지, 야심이 인간의 본심을 집어 삼키는 거지. 하지만 과인이 이미 한 쪽 발을 관에 넣고 있는 몸이라 힘이 없구나, 그들은 전부 우문 집안의 사람이야, 과인의 후손이지. 하나를 죽일 때마다 상처가 하나씩 생기지.”태상황은 이 말을 마치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원경릉은 이 말이 뭔가 슬퍼졌다. 그는 조정의 태상황이란 최고 존엄의 위치면서도 자기 사람을 해치는 자조차 마음대로 처리할 수 없다니 안타깝다.“다섯째는 총명한 녀석인데, 눈이 멀었어!” 태상황은 운을 감고 또 중얼거렸다.원경릉은 태상황의 이불을 당겨 덮어주며, “주무세요.”태상황은 갑자기 눈을 떠 원경릉의 손목을 쥐고, “과인은 네 의술로 그 녀석이 눈을 뜰 수 있게 해 주길 원하네.”원경릉은 태상황의 애타는 눈빛을 보며, “마음의 눈이 멀은 걸요, 화타가 살아와도 못 고쳐요.”태상황은 다시 눈을 감는 게 그녀의 말에 동의하는 게 분명하다.잠시 후, 가볍게 코고는 소리가 들리더니 태상황이 잠이 들었다.푸바오는 깨어나 기지개를 켜더니 멍멍 짖는다.원경릉은 쪼그리고 앉아 푸바오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해줘, 누가 널 다치게 했어?”푸바오는 멍멍멍 3번 짖는데 그건 사람 이름이다, 원경릉은 알아 들었다.“잘 했어, 걱정하지마, 괜찮아, 그 여자는 너 못 괴롭혀.” 푸바오를 달랜다.푸바오는 원경릉의 손을 핥는데 극도로 의지하는 눈빛이다.얼마 있다가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자 상선이 밖에서 시립하고 있다.“할바마마께서

  • 명의 왕비   제 34화

    사자대면, 주명취의 간계하지만 원경릉은 차분하게 서있을 뿐 털끝만큼도 동요하는 기색이 없다, 심지어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다.주명취는 믿을 수 없어 계속 도발했다, “너 왜 그 사람이 나랑 이런 얘기를 했는지 알고 싶지 않아?”원경릉은 주명취의 팔목을 홱 낚아 채서 그녀를 안으로 끌고 들어가며, “알고 싶어, 하지만 넷이 앉아 얘기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원경릉은 우문호와 제왕이 안에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현재 이해하고 있는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제왕 부부가 우문호를 찾은 목적을 그도 알고 있다. 그래서 주명취가 문 앞에 서서 안에 안 들어가는 것이다.원경릉을 보아하니 지난 일을 들먹여 도발한 게 먹혀 든 모양이다. 다시는 궁에 남아 태상황에게 접근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 손 놔!” 주명취는 원경릉이 이렇게 나올 거라고 상상도 못하고 대경실색해 새끼 손가락에 달린 침으로 원경릉의 손목을 죽 그었다. 원경릉이 놀라 손을 놓게 할 심산이었다.원경릉은 어릴 때부터 집요한 성격으로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반드시 목숨을 걸고서라도 해내고야 말았다. 그대로 안으로 들어가는데 선혈이 뚝뚝 떨어지고 바닥엔 석류꽃처럼 핏자국이 생겼다.“초왕 전하, 제왕 전하!” 원경릉은 될 대로 되라지 하는 마음으로 예의 차릴 틈도 없이 바로 주명취를 끌어다 의자에 앉히고, 자신은 손수건을 상처에 묶으며 “제왕비께서 여러분께 하실 말씀이 있으시답니다.” 하는 말을 잊지 않았다.우문호는 원경릉이 주명취를 거칠게 대하는 것을 보고 얼굴빛이 흐려지며 “이게 무슨 짓이야?”주명취는 방금전까지 낭패한 기색이었지만, 앉고 나서 바로 얼굴색을 바꾸고 담담하게 원경릉을 바라보았다.주명취는 방금 원경릉이 한 말이 결코 좋은 뜻에서 한 것이 아니란 걸 알았지만 여기엔 초왕 혼자 있는 게 아니라 제왕도 같이 있다. 하지만 배운 사람이라면 규방에서의 남녀의 일을 입 밖에 낼 리 없다. 그런데 틀렸다. 원경릉은 손목을 감싸 쥐고 고개를 들어 초왕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방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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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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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 명의 왕비   제3368화

    냉정언이 물었다. "그렇다면 어찌 의원을 부르지 않은 것이냐?" 역 일꾼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돈이 없다고 하셔서 해열에 좋은 약초를 조금 달여주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방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의원을 부르고 진료하고 약을 짓는 데에는 모두 돈이 필요했지만, 역에서는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예산이 따로 없었다. "오계부의 부승이 상경하여 직무를 보고하러 왔는데, 돈도 지니지 않았다는 것이냐?" 냉정언이 놀라서 물었다. "나리께서 돈이 든 보따리를 도둑맞았다고 하셨습니다." "혼자 온 것이냐?" 냉정언이 물었다. "예. 관속이나 아전도 없이 혼자입니다." 경성과 꽤 멀리 떨어진 오계부의 부승이 그 먼 길을 수행 인원도 없이 홀로 와, 직무를 보고하는 것은 꽤 이상한 일이었다. 원경릉이 말했다. "내가 확인하겠소." "부인께서 의원이십니까?" "그렇다. 길을 안내하거라." 원경릉이 답했다. 역 일꾼은 별다른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북당에서는 여인이 의술을 익히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황후가 의학원을 세운 이후, 해마다 여인들이 입학하여 의술을 배우고 있었다. 우문호가 미색을 돌아보자, 미색이 바로 입을 열었다.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원경릉은 약상자를 챙겨 들고, 역 일꾼의 안내를 받아 한 객실로 향했는데, 문이 세게 잠겨져 있었다. 일꾼이 문을 두드렸다. "제 대인, 제 대인. 의원께서 오셨습니다. 문 좀 열어주십시오." 하지만 방은 일꾼의 부름에도 여전히 잠잠했다. 이내 기침 소리가 들려왔고, 한참 기침을 하다, 쇳소리 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마." 말이 끝나자, 침대에서 일어나 휘청거리며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 문이 열렸고, 솜으로 만든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린 채, 핏발이 선 눈만 드러낸 관리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피곤하고 지친 모습으로 문턱을 잡고 서 있었다. 그는 숨을 고른 뒤

  • 명의 왕비   제3367화

    이번 순행에 서일이 동참하면서 사식이도 함께 가게 되었다. 그러나 고된 여정에 아이를 데리고 다니기엔 무리가 있었다. 다행히 원가에서 사식이가 서일과 함께 순행에 나선다는 소식을 듣고, 원가는 서일 부부가 3년이든 5년이든 돌아오지 않더라도 아이를 잘 돌보겠다고 약속해주었다. 그 역시 아이들과 떠들썩하게 지내고 싶어 했던 터라 기뻤다.탕양도 순행에 참여했으나, 그의 부인은 맡은 직책이 있어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 미색 또한 당연히 회왕을 따라갈 예정이었으나, 오랜만의 외출인 만큼 아이를 데리고 간다면 재미가 없을 테니, 아이를 데리고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그녀의 시어머니인 태비도 흔쾌히 아이를 돌보겠다고 나섰다. 이제 아이도 다 컸으니 힘들게 돌볼 필요가 없어졌으니 말이다. 그렇게 모두가 신나게 순행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원경릉은 순행을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숙왕부의 노인들이 걱정되었다. 비록 삼대 거두는 여행을 떠난 상황이긴 하지만, 숙왕부에는 아직 흑영 어르신들이 계셨다. 그리고 안정을 찾은 추 할머니마저 지속해서 약을 복용해야만 했다. 온갖 걱정에 흽싸인 원경릉 때문에 오히려 원 할머니가 그 모습을 보고 성가시다고 느꼈는지, 진지하게 말했다. "그냥 편히 놀러 가면 되지, 뭘 그렇게 걱정하냐? 내가 있지 않느냐?"그 말에 원경릉은 할머니를 껴안으며 웃었다."맞아요. 제가 몸이 열 개라도 할머니는 못 이길 테니까요!"이 말은 틀리지 않았다. 원경릉이 비록 황후라고 해도, 숙방부에서의 위세가 그리 대단하지는 않았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을 때는 바로 주사기를 꺼낼 때 뿐이지만, 원 할머니는 달랐다. 그녀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눈빛 하나만으로 모든 사람을 제압할 수 있었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사이, 그녀의 성격이 점점 난폭해져서, 틈만 나면 사람을 끌고 가서 주사를 놓았다. 원 할머니가 손수 만든 약이 한가득 담긴, 원경릉의 약상자에는 없는 귀한 약들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 약들은 수토불복, 고

  • 명의 왕비   제3366화

    조사가 끝난 후, 목을 쳐야 할 자는 목을 치고, 옥에 보내야 할 자는 옥에 보냈다. 그리고 오씨가 챙긴 돈은 전부 피해자 가족들에게 배상되었다.우문호는 신하들 앞에서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했다. 그는 탐관오리를 금지하고 청렴을 장려하는 법을 내렸으며, 부정부패 전담 조사 관아를 설립해 전국을 조사하라 명했다. 부정부패를 근절해야 백성들이 잘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동시에 그는 신하들의 봉급 인상을 제안했다. "예전엔 나라가 가난해 관리들의 봉급이 적었지만, 이제는 나라도 번영하고 산업이 활성화되었으니 함께 잘 살아야 할 때다." 봉급을 높이면 부정부패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덧붙였다.조회가 끝난 후 우문호는 수보와 친왕들을 불러 오래 전부터 품어온 생각을 털어놓았다."과인은 순행하고자 하오!"나라가 태평하지만 황제의 관심이 미치지 못하는 곳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초왕과 태자 시절에는 백성들의 고통을 잘 알았지만, 지금은 점점 백성과 멀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직접 돌아다니며 백성들의 삶을 보고 싶었고, 공무를 핑계로 원 선생과 북당 전역을 둘러보고 싶었다.냉정언이 적극 찬성하며 말했다."상소문만으로는 진실을 알 수 없습니다. 은폐된 사실, 억울한 사건, 고통받는 백성들을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옳은 말이네." 우문호는 최근 냉정언의 말이 마음에 들었다.그러나 냉정언이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하지만 아직 각지에 위험한 도적들이 있습니다. 그러니 폐하의 안전을 위해 소신이 대신 가는 것이..."그러자 우문호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수보의 말도 일리 있지만, 참 뻔뻔하구먼!" 그러고는 어명이 적힌 서찰을 건네며 덧붙였다."함께 순행할 명단이니 반포하시게!"냉정언은 자기가 제외될 줄 알았으나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있는 것을 보고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소신도 갈 수 있습니까?""가시게. 국정에 큰일이 없으니 내각에서 처리할 수 있네. 새로 양성한 인재들의 능력을 시험해볼 기회이기도 하고.""상산명이

  • 명의 왕비   제3365화

    제3365화공주가 웃으며 말했다."그 도적이 내 손을 만지긴 했지만, 걱정하지 마시오. 부마께서 그의 손을 잘라버렸으니!”원경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싸늘한 눈빛을 내뿜는 이리 나리를 올려다보고는, 속으로 생각했다.'이리 나리의 성격으로는 공주를 잡아간 자의 손만 자른 것이 아니라 고깃덩이로 만들어도 모자랄 텐데…'"걱정하지 마시오. 그리고 어머님께서 아시면 걱정하실 테니, 이 일은 밖에 알리지 말아 주시오."공주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효성이 지극한 그녀는 시어머니가 예전에 많은 고생을 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정말 너무 놀랐소."원경릉은 공주의 혈압과 심박수를 확인했고, 다행히 이상은 없었다."부마께서 분명 나를 구하러 오실 것이라 알고 있었기에, 하나도 무섭지 않았소."공주는 고개를 들어 이리 나리를 바라보았고,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애정과 존경이 가득했다.평소 두 사람의 관계는 늘 이랬다. 그녀는 그를 존경했고, 그는 그녀를 아꼈다.하지만, 이번만큼은 이리 나리의 눈빛에 평소와 같은 다정함 대신 어둡고 진지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아!"공주가 갑자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안색이 곧바로 어두워진 이리 나리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검을 뽑아 들었다. 원경릉은 그의 모습을 보며, 공부보다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어쩌면 이리 나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공주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지막이 말했다."그저 손톱이 부러졌을 뿐입니다."그제서야 이리 나리는 천천히 검을 내리고 착잡한 눈빛을 지었다."아, 그런 것이었소."원경릉은 다시 공주를 자리에 앉히고 몇 마디 나눈 뒤, 이리 나리를 향해 말했다."잠깐 밖에서 이야기를 나누시지요."공주의 곁을 떠나기 싫은 이리 나리가 입을 열었다."할 말 있으면 이곳에서 하거라.""그저 몇 마디면 되니, 밖으로 가시지요."원경릉이 재차 권했다.이리 나리는 공주를 힐끔 보고는 말을 덧붙였다."그럼 여기서 기다리시오. 어디 가지 말고."공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얌전히 의

  • 명의 왕비   제3364화

    공주는 결국 비틀거리며 땅에 쓰러져버렸다. 하지만 다행히도 눈앞의 광경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비단 망토 하나가 날아와 그녀의 얼굴과 머리를 덮은 덕분에 그녀는 이 잔인한 장면을 보지 못했다.이내 그녀는 익숙한 품속에 안겼고, 그는 그녀의 얼굴에 묻은 피를 부드럽게 닦아주었다.공주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비단옷이 떨어지자,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이 드러났고, 얼굴에 묻었던 피는 이미 닦여 있었다.그녀가 상황을 제대로 보기도 전, 그는 비단으로 그녀의 눈을 가렸다."미색아!"이리 나리가 큰 소리로 외쳤다.그러자 미색이 곧바로 공중에서 날아와, 이리 나리의 손에서 공주의 손을 뺐다."가시지요!"혈전과 살육이 난무하는 가운데, 미색은 공주를 데리고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덕분에 공주는 그곳에서 벌어지는 잔인한 광경을 보지 못했다.물론 서방인 이리율의 싸늘하고 무서운 표정마저도 말이다. 오 씨는 곧바로 붙잡혔고, 그와 함께 있던 녹림의 도적들은 반항을 한 죄로 모두 살해되었다. 그들은 조용히 목숨을 잃었고, 대부분 검으로 한 번에 숨을 거두었다.오직 오 씨만, 이리율의 손에 넘겨졌다.한 손이 잘린 오 씨는 염라대왕과도 같은 이리율의 모습을 보고, 벌벌 떨며 무릎을 꿇었다."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하지만 이리율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훼천, 멸지, 오늘 너희의 검을 써야겠구나."그러자 두 자루의 검이 동시에 이리 나리에게 던져졌고, 이리 나리는 검을 받아 들자마자 바로 휘둘렀다. 검이 내뿜는 싸늘한 빛에 오 씨는 겁을 먹고 뒤로 기어갔다.검이 번쩍이자, 오 씨의 또 다른 손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고통 속에서 비명을 질렀고, 이리율은 아랑곳하지 않고 두 검을 동시에 휘둘러, 오 씨의 두 발을 깔끔하게 잘라냈다.오 씨는 비명을 지르다, 기절할 뻔했다.이리 나리는 여전히 두 검을 휘두르며, 오 씨의 가슴과 배를 찔렀다. 검은 그의 몸을 관통했고,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이리 나리는 훼천과 멸

  • 명의 왕비   제3363화

    한편, 낭당산에서 공사를 담당했던 오 씨는 도적 무리와 함께 술을 마시며, 앞으로의 계획을 함께 논의하고 있었다.오 씨는 난폭하고 독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기에, 도적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조정에서 산적들을 단속하기 시작하자, 바로 도망쳐 살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얌전히 지내겠다고 맹세하며 관아의 눈을 피해 살아남았지만 그의 잔인한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법에 맞지 않는 일들을 많이 해왔지만, 용케도 파장이 크지 않아, 관아의 눈에 띄지 않았다.그는 더 이상 남들처럼 일로 돈을 벌고 싶지 않았고, 큰돈을 벌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공주를 납치하였다."형님, 돈을 받고 정말 공주를 놓아줄 셈입니까?"술을 한참 마시다가 그의 부하가 물었다.오 씨는 묶여 있는 공주를 차가운 눈빛으로 힐끗 쳐다보고는 싸늘하게 말했다."먼저 데리고 다녀야지. 방서를 붙이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경성을 떠나자마자 죽여버릴 것이다!"공주는 몸도 묶여 있고 입도 막혔지만,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그녀는 몸부림치지도, 소란을 피우지도 않고 그저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이리 나리가 반드시 자신을 구하러 올 것임을 믿고 있었다.그녀는 이 일을 조금도 의심한 적이 없었다.공주는 애써 가냘파 보이려 노력했다. 연약한 척해야 도적들이 그녀를 해치려는 순간 반격할 수 있었다. 무예를 배웠으니, 도망칠 기회도 있을 것이지만 지금은 적의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있어야 했다.오 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며 큰 소리로 말했다."다들 오늘 술 한 잔 마시고, 내일부터 보초를 서야 하네. 이리율이라는 자는 아주 소식을 얻는 것에 능한 자이네. 아마 이틀이 지나면 이곳에 찾아올 것이니, 미리 함정을 설치하고, 그자의 부하들이 올라오지 못하게 만들어야 하네. 그래야 순순히 돈을 내놓을 것 아닌가? 우린 곧 떼돈 버는 거네."녹림의 도적들은 모두 일어나서 환호했다."오 대감 덕분에 우리가 돈도 벌고 좋소! 자, 마십시다!"술이 끊임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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