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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3화

Author: 유애
두 여자의 대결

원경릉은 고개를 흔들며, “모르겠어요.”

“잘 봐라, 마음을 최대한 차분하게 하고, 눈은 예리하게, 그러면 온갖 잡귀가 서서히 드러날 게다. 야심은 감출 수 없는 법이지, 보면 알게 될 게야. 과인이 이제서야 너에게 그들을 대처할 방법을 말해주는구나.”

원경릉은 사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누가 사람이고 누가 귀신인줄 알면서 왜 손을 안 쓰세요?”

“왜냐면 귀신은 한 번 없앨 때 완전히 뿌리까지 뽑지 않으면, 원래 사람이던 존재도 서서히 귀신으로 변하지, 야심이 인간의 본심을 집어 삼키는 거지. 하지만 과인이 이미 한 쪽 발을 관에 넣고 있는 몸이라 힘이 없구나, 그들은 전부 우문 집안의 사람이야, 과인의 후손이지. 하나를 죽일 때마다 상처가 하나씩 생기지.”

태상황은 이 말을 마치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원경릉은 이 말이 뭔가 슬퍼졌다. 그는 조정의 태상황이란 최고 존엄의 위치면서도 자기 사람을 해치는 자조차 마음대로 처리할 수 없다니 안타깝다.

“다섯째는 총명한 녀석인데, 눈이 멀었어!” 태상황은 운을 감고 또 중얼거렸다.

원경릉은 태상황의 이불을 당겨 덮어주며, “주무세요.”

태상황은 갑자기 눈을 떠 원경릉의 손목을 쥐고, “과인은 네 의술로 그 녀석이 눈을 뜰 수 있게 해 주길 원하네.”

원경릉은 태상황의 애타는 눈빛을 보며, “마음의 눈이 멀은 걸요, 화타가 살아와도 못 고쳐요.”

태상황은 다시 눈을 감는 게 그녀의 말에 동의하는 게 분명하다.

잠시 후, 가볍게 코고는 소리가 들리더니 태상황이 잠이 들었다.

푸바오는 깨어나 기지개를 켜더니 멍멍 짖는다.

원경릉은 쪼그리고 앉아 푸바오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해줘, 누가 널 다치게 했어?”

푸바오는 멍멍멍 3번 짖는데 그건 사람 이름이다, 원경릉은 알아 들었다.

“잘 했어, 걱정하지마, 괜찮아, 그 여자는 너 못 괴롭혀.” 푸바오를 달랜다.

푸바오는 원경릉의 손을 핥는데 극도로 의지하는 눈빛이다.

얼마 있다가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자 상선이 밖에서 시립하고 있다.

“할바마마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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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제제를 맞았으니, 곧 돌아갈 준비를 해야 했고, 그래도 빠질 수 없는 건 바로 쇼핑이었다. 요즘 우문호는 돌아가서 선물을 나눠줄 때마다 모두 감탄하는 모습에, 아주 열정적이게 쇼핑을 했다. 하지만 선물을 사기 전, 먼저 ‘파지옥’을 만나 식사를 해야 했다.칠성의 말에 따르면 그는 지금 학교 이사장이 되었고, 식당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칠성을 위해 그가 해준 일에 우문호는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그래서 파지옥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기 너머는 매우 시끄러웠다.“뭐? 식사? 지금 밥 먹을 시간이 어딨는가? 한 달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식사할 틈도 없네. 겨울 방학 때 오면 다시 보게나. 일요일 일정이 전부 꽉 찼네.”“그럼, 저녁은요? 야식 드시지요!”원경릉이 말했다.“야식? 나 같은 늙은이가 무슨 야식은. 자네도 의산데, 늙은이 건강에 야식이 안 좋은 거 몰라? 안 먹네, 안 먹어.”“예. 그럼, 고마운 마음을 담아 선물 하나...”“선물은 학교 정문에 두고 가, 퇴근할 때 가져갈 테니. 그럼 이만 끊으마. 솥에서 끓이는 요리가 다 타게 생겼어. 요즘 이 길쭉한 녀석들이 어찌나 많이 먹는지, 타면 모자를 거야. 그리고 곧 애들도 밥 먹으러 올 테니, 그만 끊으마.”뚝 하고 전화가 끊겼다.우문호는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그의 고함에 멍하니 말했다.“직접 요리를 하는 것이오? 요리도 할 줄 아시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요리하는 걸 꽤 즐기고 있소. 아이들도 그를 아주 좋아하니 소속감을 찾을 수 있을 것이오.”우문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취미가 있었다니.”“그동안 어르신들과 함께 지내긴 했지만, 어쨌든 혈연은 아니잖소. 게다가 지금 혼자 이곳에 남아 있으니, 친구가 있어도 마음 한구석의 외로움은 채울 수 없을 것이오.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다고 생각하니, 그것으로 충분하오.”원경릉은 선물을 학교 경비실에 맡겼고, 경비에게 파 이사장에게 전달해달라고 한 뒤 우문호와 함께 쇼핑하러 갔다.두 사람은 파지옥과의 저녁 약속이

  • 명의 왕비   제3334화

    회의가 끝난 후, 우문호와 원경릉은 각각 교장실로 초대되어, 교장 선생님과 자녀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아이에게는 문제가 없으니, 아이가 최선을 다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이제는 가정에서도 문제가 없도록 보장해야 했다. 대화를 나누고 나서야, 아이의 가정이 매우 화목하고 자녀의 학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오히려 긍정적인 자극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그제서야 학교 측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화진 고등학교와 성화 고등학교는 올해 이 두 아이에게 모든 것을 걸었다.회의가 끝난 후, 원경릉은 다섯째를 데리러 학교로 왔고,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다. 학교 근처에 마침 괜찮은 야식 가게가 있었지만, 조금 시끄러웠다.시끄러운 곳을 좋아하지 않는 원경릉과 우문호는 이런 곳에 잘 오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밤은 이런 북적거리는 분위기가 즐거운 기분에 아주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두 사람은 두 병의 맥주와 한 병의 탄산수를 주문하고, 건배했다. 기쁜 마음 외에, 더 중요한 것은 안도감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성과를 함께 한 즐거움과 성취감도 있었다.주량이 좋은 다섯째도 오늘 조금 취한 듯 보였다. 아름다운 아내와 자랑스러운 아들을 떠올리고, 북당의 안정과 발전을 생각하니, 그는 인생에 더 이상 아쉬운 것이 없다고 느꼈다.그는 억울하게 모함당하고, 민심을 잃고 모두의 웃음거리가 되었던 예전 일을 떠올렸다. 그는 평생을 그렇게 비참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원경릉이 나타나자마자 바뀌었다.“원 박사, 고맙소!”술기운이 오른 그가 원경릉의 손을 꼭 잡고 조용히 말했다.“어찌 갑자기 이리 예의를 차리는 것이오?”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오지 않았다면, 내 인생은 웃음거리가 되었을 것이오. 당신이 왔기에, 난 인생의 승자가 되었소...”그는 한숨을 쉬며 농담을 건넸다.“운율이 좀 있네.”“취한 것이오?”원경릉이 비어가는 술병을 보며 물었다.“괜찮소. 이 정도 술에 쓰러지진 않네. 난 그저 정

  • 명의 왕비   제3333화

    대강당의 회의가 끝난 후, 다들 다시 교실로 돌아갔고, 담임 선생님이 계속 말씀을 이었다.장 선생님은 먼저 학생들의 성적을 설명하며, 성적이 오른 학생들을 칭찬하고, 전반적으로 반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고3다운 분위기에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 장 선생님도 의욕이 넘쳐, 부모님을 열심히 격려하며 힘이 솟는 듯했다.그는 처음 학교에 임직할 때를 제외하고 지금처럼, 이렇게 희망을 느끼기는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말을 마친 후, 그는 학생들의 심리 건강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성적만큼 건강한 몸과 마음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아이들에게는 앞으로 다양한 가능성이 있으니, 공부가 유일한 선택은 아니었다. 부모 중 일부는, 이미 성화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장 선생님은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고, 그저 아이들의 심리 건강에 대해서만 계속해서 강조했다.그가 마지막으로 한 학생을 칭찬하고 싶다고 하자, 다들 우문황이라고 예상했다.역시나 장 선생님은 우문황 학생이 자발적으로 성적이 뒤처진 친구들에게 보충 수업을 해주었고, 그 결과, 친구들의 성적이 크게 향상되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해주었다. 많은 부모들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우문황 덕분에 보충 수업을 들은 아이의 학습 태도가 크게 변했기에, 장 선생님의 말에 부모들은 격하게 박수쳤다.칠성이가 이렇게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것을 보자, 우문호는 못내 눈시울을 붉혔다. 아이들이 보호받아야 할 정도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분야에서 독립적으로 잘 해낼 줄도 꿈에도 몰랐다. 늘 어린아이로만 생각해왔기에, 지금 상황이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게 느껴졌다.장 선생님은 이내 문 앞에 서 있던 우문황을 향해 손짓했다.“우문황, 이리 와 봐.”이건휘가 고개를 돌려 우문황을 끌고는 그를 교실 안으로 밀어 넣으며 소리쳤다.“여러분, 이분이 바로 우리 반 얼짱이자, 천재인 우문황입니다!“이미 많은 부모님이 대강당에서 우문황을 만난 적 있었다. 하지만 다

  • 명의 왕비   제3332화

    출석할 때, 장 선생님조차도 우문호가 우문황의 형이라고 생각했다.잘생긴 외모와 평범하지 않은 기품까지. 장 선생님은 역시나 천재가 나올만한 집안이라고 생각했고 형도 분명 뛰어난 학생일 것이라 생각했다."안녕하세요, 우문황의 형이신가요?"장 선생님이 다가가 묻자, 우문호는 잠시 멈칫하며 대답했다."저는 우문황의 아버지입니다... 그 쪽은 혹시 누구신지요?""오? 아버님이시군요? 정말 젊어 보이시네요. 저는 우문황 학생 담임입니다. 장 선생님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우문호는 급히 예를 올리려다, 다시 손을 내밀며 말했다."아, 선생님이시군요. 선생님,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장 선생님이 기뻐하며 손을 맞잡고 말했다."네, 반갑습니다!"장 선생님은 그를 다시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는 우문호의 기품에, 분명 보통 사람이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부유한 데다 예의도 바른 집안이라니, 정말 흔하지 않은 배경이다.첫 번째 일정은 대강당에서 진행되는 고3 전체 학부모 회의로, 먼저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이 있었다.장 선생님은 이미 출석을 마친 부모들을 대강당으로 안내했다. 우문황과 몇몇 학생들이 학부모들의 자리를 배정하는 것을 도와주었다.학부모 회의가 시작되기까지 15분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우문호가 자리에 앉아, 많은 부모가 다가와 교육에 관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다들 우문황같은 천재를 키운 데는 분명히 노하우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우문호는 이곳에서 이렇게 많은 칭찬을 받을 줄은 몰랐다. 아들 덕분에 영광스럽게 다른 학부모의 칭찬을 듣자, 그는 조금 쑥스러워했다."아이들의 공부는 늘 제 부인이 맡고 있습니다.""그렇군요? 오늘 왜 같이 안 오셨나요? 아이고, 연락처라도 추가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다른 아들의 학교에서도 학부모 회의가 있어서요.""아드님이 한 명이 아니었어요? 몇 학년이죠?""네, 고3이고, 쌍둥입니다. 그 아이도 화진 고등학교에서 1등을 했어요."우문호는 원경릉이 아닌 다른 여자 사람들과 이렇게 즐겁게 자

  • 명의 왕비   제3331화

    그들이 어서방에서 내기하고 있을 때, 우문호와 원경릉은 이미 창고에서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돌아갈 때 절대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원칙을 따르며, 이번에도 큰 가방과 작은 가방을 가득 챙겼다.마차는 천천히 도성을 떠났다. 마차의 속도는 가족들에게 다소 느린 편이었다. 경호에 도착하자마자, 밤새 현대로 돌아갔고, 밤이 되고 나서야 도착했다.황량한 산과 들판이라 해도, 편하게 차를 부를 수 있기에. 그들은 데리러 올 사람을 부르지도 않았다.집에 도착하자, 집안 어르신들이 모두 나와서 사위의 방문을 환영했다. 다들 정성스럽게 안부를 묻고, 따뜻한 차와 국을 대접했다. 모두가 딸에 대한 안쓰러움이 가득하긴 했지만, 사위가 힘들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라를 관리하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그러나 우문호는 효도까지 잘했다. 그는 장모님과 대화하고, 장인어른과 산책하며, 돌아가신 원경릉의 부모님을 대신해 지극히 효도했다.우문호는 처음 그들의 새집에 왔다. 새집은 집에서 칠성의 학교를 볼 수 있었고, 고층 건물에 통유리 창까지 있어 아래의 풍경을 모두 볼 수 있었다.이전의 집보다 훨씬 편안한 새집이 그는 매우 마음에 들었다. 심지어 한 채 사서 나중에 원경릉과 함께 와서 휴가를 보내고, 둘만의 세상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식사도 이곳에 와서 할 수 있게 근처에 사면 된다.이 생각을 원경릉에게 전하자, 원경릉도 바로 동의했다."그럼 전에 무상황께서 오셨을 때 샀던 집을 팔고, 부족한 금액을 채워, 이곳의 집을 사면 좋겠소. 미완공 상태로 사서, 우리가 직접 디자인하는 것이 좋겠소.""좋소. 무상황이 오면 이곳에서 지낼 수도 있지 않소."우문호가 기쁘게 말했다.어르신들은 다시 현대에 오고 싶어 했다. 그래서 우문호는 어르신들이 건장하실 때, 함께 이곳에서 한두 달 정도 머무를 기회를 만드려고 생각하고 있다. 몇 년 후에는 아마 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우문호는 행동파라, 집을 사고 싶다고 말하자마자, 바로 준비에 들어갔다

  • 명의 왕비   제3330화

    한편, 경중.아이들의 휴가가 끝날 무렵, 요부인의 상태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원경릉은 아이들과 함께 현대를 다녀오기로 했다.억제제도 맞아야 하고, 게다가 칠성의 학교에 곧 학부모 회의가 열릴 예정이었다. 비록 고3이라, 학부모 회의가 자주 열리긴 했지만, 첫 번째 회의이니 더욱 중요했다. 출발 전 아이들에게 회의 날짜를 물으니, 모두 10월 10일 저녁 7시로 일정이 겹쳤다.즉, 원경릉은 한 아이의 학교에만 갈 수 있었다. 원경릉은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콜라가 얌전하게 말했다."어마마마, 칠성의 학교로 가십시오. 저한테는 삼촌이 오시면 됩니다."어차피 다들 우수한 학생이고, 특별히 신경 쓸 문제가 없기에, 그냥 상황상 회의에 참여하는 것이라, 아이들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원경릉은 이 회의에 대해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아이들이 현대에서 학교 다닐 때, 그녀는 부모 회의에 자주 참석하지 않았었다. 고민하던 중, 우문호가 제안했다."그럼, 나도 함께 다녀오는 것이 어떻소? 며칠만 다녀오는 것이니, 문제없을 것이오. 각자 회의에 참석하면 되지 않소."그것은 좋은 아이디어였다."하지만 학부모 회의가 무엇이오?"우문호가 이해가 가지 않아 묻자, 칠성이 다급히 말했다."조회하시는 것처럼, 선생님께서 부모님과 학생들이 주의해야 할 사항을 말하고, 구호도 외치고,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열리는 것입니다.""그래, 내가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느냐?""아바마마께서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부모님들과 함께 아래에 앉아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셔야 합니다."다섯째는 멍하니 답했다."그럼, 역할을 바꾸어 내가 신하가 된 거구나. 그래, 말할 필요가 없으니, 쉬운 일이구나. 내가 다녀오마."우문호는 새로운 경험을 쌓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 부모 회의가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중요한 일이기에, 반드시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아이들은 아주 기뻐했다. 물론 삼촌이 가는 것도 괜찮지만, 부모님이 가는

  • 명의 왕비   제3329화

    아이가 드디어 요 부인의 곁으로 돌아왔다. 요 부인은 아이를 안을 수 없기에, 그저 아이를 옆에 두고 고개를 돌려서 볼 수밖에 없었다.“너무 훼천을 닮지 않았습니까?”미색이 감동한 듯 말했다. 부자의 닮은 모습에서 세습을 떠올린 느낌은 정말 신기했다.요 부인도 기쁜 마음에 중얼거렸다.“그래, 어떻게 이렇게 닮을 수 있지? 막 태어난 아인데, 눈썹, 눈, 코, 입 다 아버지랑 똑같구나. 너무 예쁘구나.”“욱!”미색이 토하는 척을 하자, 모두가 웃었다. 그 모습에 훼천은 못내 부끄러웠다. 그의 외모가 잘생겼다고는 할 수 없었고, 그저 남자다울 뿐이었다.원경릉은 진심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어쩌면 오직 다섯째만이 그녀가 요 부인의 임신과 출산 때문에 겪은 심리적 압박이 얼마나 컸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특히 약상자 안의 약을 보고 난 후, 그녀는 더욱 불안했고, 매일 요부인과 아이가 평안하길 기도했었다.다행히도, 모든 것이 그녀의 소망대로 이루어졌다.그녀는 약상자를 덮으면서 잠시 멈칫했다. 그녀의 능력이 약상자의 자율적 제어를 넘어선 것이 아닐까? 아니면 양여혜가 말한 것처럼, 약상자가 그녀의 마음을 조금 더 빠르게 알리는 것일까? 그렇다면 지금 그녀가 약상자를 넘어서게 된 것인가?그녀는 억제제가 효과를 잃어서 생긴 일인지 궁금했다.모두가 기쁜 표정으로 축하하는 모습을 보며, 원경릉은 이번에 돌아가서 양여혜에게 억제제의 투여량을 줄여달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특별한 능력을 갖추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 능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그녀는 점점 더 그 능력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었다.요 부인은 축하를 받으며 원경릉을 바라보았는데,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고맙네!”“고맙다는 말은 이미 많이 하셨으니, 더 안 하셔도 됩니다.”원경릉은 약상자를 내려놓고 그들과 함께 아이를 보았다. 제왕절개였기 때문에 원경릉은 오늘 밤 궁으로 가지 않고 요 부인 곁에 남아 그녀를 돌보기로 했다고 궁에 전했다.다섯

  • 명의 왕비   제3328화

    원경릉은 모든 걸 정리한 후에야 약상자에서 약병을 꺼내 훼천의 코앞에 뿌렸다.잠시 후, 훼천은 정신을 차리고 벌떡 일어나 당황한 듯 말했다."저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입니까? 요아는? 요아...!""낳았네!"원경릉이 아기를 안고 미소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훼천, 다시 한번 아버지가 된 걸 축하하네."훼천이 처음 아버지가 된 건, 요부인을 맞이했을 때였다.그는 아이를 보고 이내 코끝이 찡했지만, 안지는 않고 요부인의 곁을 계속 지키며, 그녀를 나직이 불렀다."요아, 요아...""아직 깨어나지 않았소. 조금 더 자게 두시게. 정말 힘들었고, 대단했네."원경릉이 말했다. 이 말은 단순한 감탄이 아니라 진심이었다.침대에 누워 8개월을 버텼고, 고령 임신으로 겪을 수 있는 모든 위험을 견뎌냈으며, 출산조차도 자연분만이 어려웠지만, 그녀는 끝까지 해냈다. 심지어 의료 상자의 예측까지 깨트릴 정도로 강인했다.훼천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데, 요부인의 코앞에 손을 가져가 호흡을 확인한 뒤에서야 안심했다.원경릉은 아기를 침대 옆에 내려놓았다. 아기는 한바탕 울고 난 뒤 다시 잠들었다.훼천은 아기를 바라보며 실감이 나지 않는 듯했다. 마치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정말 내 아이인가?'그는 손을 뻗어 포대기에 살짝 손끝을 대어 보았다. 그는 이렇게 여리고 부드러운 아이를, 자신의 거친 손으로 건드려 버릴까 봐 조심스러워했다."제 셋째 딸입니다."그는 원경릉을 바라보며 웃었지만, 눈가에는 알 수 없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원경릉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자네 말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네. 자네가 희열과 희성을 친딸처럼 생각해 준다니 기쁘네. 하지만 이 아이는... 아들이오.""아들?"훼천은 순간 멍해졌다."아들이요?"딸이 둘이나 있다 보니, 그는 자연스럽게 또 딸일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는 얌전하고 다정한 딸이 좋았다.하지만 아들이라 해도 상관없었다.그는 한 손으로 아이를 번쩍 안아 올렸는데, 너무 거칠게 안은 탓에 아기

  • 명의 왕비   제3327화

    훼천은 꼭 수술실에 따라 들어가겠다고 고집했다.훼천 때문에 원경릉은 다소 난감했다. 아내를 아끼는 훼천이 수술 도중 요부인의 배를 가르는 걸 본다면, 화가 나서 자신을 걷어차 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하지만, 그를 상대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수술실에 들어가 요부인을 수술대에 눕힌 후, 원경릉은 약상자를 뒤적이다가 물에 적신 종이를 한 장 꺼내 그에게 건넸다."늘 밖에서 지내다 보니 몸에 독이 있을 수도 있소. 칼을 쓰려면 주변 환경이 깨끗해야 하니, 이것으로 입과 코를 막고 깊이 숨을 들이마셔서 몸을 깨끗하게 해야 하오."훼천은 지금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말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종이를 입과 코에 대고 숨을 들이마시며 물었다."이건 무슨 재질의 손수건이오?""말하지 말고 어서 숨을 쉬시오!"원경릉이 재촉했다.훼천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몇 번 숨을 들이쉬고 나니, 눈앞이 흐릿해지는 느낌이 들었다."어... 좀 어지럽습니다…"그러더니 바로 그 자리에서 풀썩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이 모습을 본 요부인이 깜짝 놀라, 원경릉이 웃으며 안심시켰다."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수술에 방해되지 않도록, 그냥 잠시 재운 것입니다."요부인은 배가 아픈 와중에도 눈에는 안쓰러움이 가득했다."다들 내가 힘들다고 하지만, 사실 가장 힘든 건 저 사람이네. 밤새 잠도 못 자고 나만 지켜봤으니.""걱정되니까요."원경릉이 부드럽게 말했다. 이미 마취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시작할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잠깐 눈을 감았다 뜨면 아이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요부인은 오히려 더 이상 긴장하지 않는 듯 원경릉을 바라보며 말했다."기다리겠네.""한 가지 더 묻겠습니다. 앞으로 또 아이를 낳고 싶습니까?""아니, 이제는 싫네!"요부인은 지난 몇 달간의 고생이 떠올라 단호하게 말했다. 본인도 힘들었지만, 훼천이 함께 고생한 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더 이상 출산을 감당할 수 있는 몸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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