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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5화

Author: 유애
서원각에 원경릉과 우문호

원경릉이 이 상황을 전부 지켜보며, 어찌나 웃기던지 조금도 화가 나질 않았다.

미인이 한 마디가 자기의 천만 마디를 제압해 버리다니.

하지만 우문호의 타오르던 분노가 서서히 가라앉으며 결국 눈빛이 차분해지며 제왕에게 “너희 먼저 가거라.”

“응, 우리 먼저 갈게. 형도 화내지 마. 몹쓸 소리 들은 셈 치고.” 제왕은 우문호가 궁에서 왕비를 때리는 불상사가 일어날까 두려웠다. 만약 그 일이 아바미마에게 알려지는 날엔 수습하기 어렵다.

말을 마친 제왕은 주명취의 손을 끌고 나갔다.

주명취는 정말 피를 토할 심정이다. 지금 간다고? 해명이 아직 안 끝났는데?

주명취는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려 우문호를 바라보며 울먹이듯 “왕야께서 제 결백을 밝혀주세요.”

우문호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너희 먼저 가보거라.”

주명취는 확실히 보증 받지 못해 속이 답답하고 열불이 났지만 다시 연기를 할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제왕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주명취는 고개를 돌려 감히 원경릉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우문호는 고개를 돌려 손에 비녀를 꼭 쥐고 있는 원경릉을 바라봤다. 비녀가 풀어져 두 갈래로 늘어뜨려진 머리에 이마는 땀방울이 맺히고, 눈꼬리에 머리카락이 몇 가닥 붙어 봉황 같은 눈매가 드러난다.

“다가 오지마!” 원경릉은 비녀를 꼬나 쥐고 우문호를 노려보며 “사람 무시하지마, 난 너 하나도 안 무서워.”

원경릉은 우문호가 다시 손찌검을 하면 상대는 안되더라도 상처라도 입혀야 겠다고 이미 마음을 굳게 먹었다.

우문호는 원경릉에게 다가가 원경릉의 반격에 놀랐다. 그게 비녀로 우문호의 팔뚝을 찌른 것이다.

비녀가 꽂혔다.

그녀는 젖 먹던 힘을 다했다.

비녀가 꽂히니 그녀 자신도 놀랐다. 흉기로 사람을 다치게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선혈이 우문호의 흰 옷에서 흘러나와 번지더니 잠시후 손바닥만하게 핏자국이 생겼다.

놀라서 손발을 꼼짝도 못하는 원경릉을 보며 우문호는 푸바오를 치료할 때는 상처에 손을 넣어 능숙하게 봉합하던 사람이랑 지금 이 사람이 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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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3204화

    원경릉은 뒤에서 계산을 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대화를 듣고는 웃음을 터뜨렸다.그러고는 사식이가 정말 좋은 남자를 만난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서일이 비록 평범한 사람이긴 하지만, 그의 마음과 눈에는 오직 사식이만 있었다.그야말로 진실한 남편이다.물건을 산 뒤, 서일은 계속 계산기를 두드리며, 여기서 쓴 금액을 북당으로 돌아가 황후에게 얼마만큼의 금으로 바꿔 드려야 할지 열심히 계산했다.계산을 마친 후, 지갑형편이 다소 여유롭다고 느껴지자, 그는 귀걸이와 금팔찌까지 더 구매했다. 이곳의 디자인은 북당보다 훨씬 아름다웠다.한편, 금나라에서는 완안경천이 혼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이웃 나라 사신들도 연이어 축하해주기 위해 도착했다.택란은 냉명여와 주 아가씨를 데리고 량주로 갔는데, 그들이 량주성에 도착하자마자, 누군가가 경천 황제에게 보고했다."폐하, 초상화 속의 아가씨가 이미 도착하여 객사에 머물고 있습니다. 근처에서 감시 중이며, 가까이 다가가 방해하지는 않았습니다."경천 황제는 어서방에 앉아 이 보고를 들으며 눈매를 약간 올리고는, 온화하고 잘생긴 얼굴에 빛을 발했다. "그녀가 왔구나. 마침내 그녀가 왔다!""폐하, 바로 부를까요?""아니. 사람을 보내 그녀를 계속 감시하도록 하거라. 절대 그녀를 놓쳐서는 안 된다."경천 황제 또한 손끝이 떨릴 정도로 감격했다. 수많은 밤, 그는 초상화를 보며 멍하니 그녀가 살아있기를 바라고 또 바랬기 때문이다.그 초상화는 그가 직접 그린 것이었다. 원래 그는 서화에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화가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화가의 그림이 그녀와 닮지 않아, 직접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었다.그렇게 늘 마음속에 품고 있던 그녀를 자신의 그림으로 완성했다.그는 그녀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사람을 보내 북당에서 한 부녀를 데려왔다. 그 중 딸이 자신이 란이의 언니라고 주장했지만, 그녀의 얼굴은 택란과 닮은 점이 조금도 없었다. 심지어 분위기도 전혀 닮지 않았다.친자매가 어찌 조금도 비슷한 부분이 없다는

  • 명의 왕비   제3203화

    원경릉은 병실로 돌아간 뒤, 서일을 따로 불러내서 물었다.당시에는 상황이 급박했던 탓에 서일이 어떻게 그 약을 가져왔는지, 약상자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해 전혀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두 번째 약은 어디서 꺼낸 것이냐?"원경릉이 약상자를 열며 묻자, 서일이 약상자 두 번째 칸을 가리켰다."이쪽이였습니다. 그 당시 약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삿바늘에 뚜껑도 씌워져 있었습니다."원경릉은 약을 세 번째 칸에 넣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세 번째 칸은 자동으로 수축하는 구조여서, 사용하지 않는 약을 넣고 약상자를 닫는 순간 아래로 내려가게 되어 있었다.반면 두 번째 칸은 평소 사용하는 약으로 꽉 차 있어, 추가로 주사를 넣을 공간조차 없었다.게다가 약상자를 10년 넘게 사용해 온 그녀였기에, 약을 어디에 두는지 몸이 기억할 정도로 익숙했다. 그녀가 약을 잘못 넣었을 가능성은 없다는 뜻이다. 설령 잘못 넣었다 하더라도, 약상자는 위험성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기능이 있어, 그 약이 서일 앞에 나타날 리가 없었다.서일은 원경릉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 우문호의 병세가 다시 악화한 줄로 착각하며 구석에 쪼그려 앉아 얼굴을 감싸고 울기 시작했다. 그동안 참고 또 참아왔지만, 이제는 도저히 견딜수가 없었다. 그가 울기 시작하자, 원경릉이 깜짝 놀라 물었다."왜 그래? 설마 또 무슨 약이라도 먹인 것이냐?""아닙니다..."서일은 빨개진 눈에 머리도 헝클어진 채로 원경릉을 바라보며 처량하게 말했다."마마, 폐하께서 아직 낫지 않은 것입니까? 혹시 제가 폐하를 죽게 만든 것입니까?"원경릉은 웃음을 터뜨리며, 서일의 반응 속도가 정말로 느리다고 생각했다."그런 소리 하지 말거라. 그런 일 없다. 그저 사실을 알아보는 것뿐이니, 괜히 걱정하지 말거라. 다섯째도 아주 좋아졌다. 단지 조금 더 검사가 필요할 뿐이다."서일을 안심시키기 위해 그녀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서일은 우문호에게 가서 울며 모든 것을 털어놓았을 것이 뻔했다.

  • 명의 왕비   제3202화

    "다섯째가 예전에 물을 다스리는 술법을 아는 사람한테서 편지를 받은 적 있는데, 혹시 그 편지에 얼음 벌레가 묻어 있었던 건 아닐까요? 그 벌레가 다섯째 몸에 숨어있다가, 수영 후 뭔가에 물려서 생긴 미세한 상처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갔을 수도 있어요.""네, 충분히 가능한 추측이에요!""그리고 요즘 다섯째가 일이 너무 바빠 밤낮없이 일한 탓에 몸 상태도 좋지 않았어요. 면역력이 떨어지고, 폐렴에 비까지 맞아 고열이 났던 데다가, LR까지 잘못 사용했으니..."원경릉은 멈칫하다 약상자를 꺼내고는, 겹겹이 쌓인 약상자 안의 디자인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왜 그래요?"양여혜가 그녀가 멍하니 있는 걸 보고 물었다.원경릉은 폐 치료제를 꺼냈는데, 지금은 쓸 필요가 없는 약이라 다시 약을 넣고 상자를 닫았다. 그리고 다시 열어보니, 그 약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정말 이상하네요. 제 약상자는 제 통제 외에도 자율적으로 작동이 가능해요. 약을 꺼낸 후 사용하지 않거나, 약상자가 스스로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경우 맨 아래 칸으로 내려가요. 그리고 상자를 다시 열어서 직접 꺼내야만 나타나죠. 방금 그 약도 그랬는데, 예전에 제가 LR를 실험용 쥐에게 주사하려고 꺼냈다가 서일이 오는 바람에 약을 다시 넣었거든요? 그럼, 그 약은 원래대로라면 맨 아래 칸으로 내려갔어야 해요. 그런데 서일이 다섯째에게 주사할 때, LR를 바로 꺼냈는데, LR이 내려가지 않았어요."양여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약상자는 확실히 프로그램으로 제어되고 위험성이 높은 약은 자동으로 내려가는 방식이니, 쉽게 꺼낼 수 없어요. 그래서 우문호 씨를 데려와, 시위가 약을 주사했다고 했을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급한 상황이라 묻지 않았어요. 그런데 원경릉씨 말을 들으니, 더 신기하네요. 약상자가 이렇게 통제가 불가능하게 된 적이 있었나요?""아니요.""그렇다면 위험한 약은 직접 꺼내야 하거나 본인이 자리에 있어야만 보일 수 있는 거네요?"원경릉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 명의 왕비   제3201화

    밤늦게 연구소에 돌아오자마자 양여혜는 곧바로 원경릉을 사무실로 끌고 들어갔다.“오늘 저도 함께 바닷가에 갔었는데, 우문호 씨의 특별함을 알아차리셨나요?”“혹시… 파도를 통제할 수 있다는 걸 말하는 건가요?”원경릉은 단번에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챘다.“맞아요. 오늘 바람이 그렇게 세지 않아서 큰 파도가 일어날 리가 없어요. 게다가 파도가 일던 순간, 주변에 지나가는 배도 없었어요. 그러니까, 그 파도는 갑자기 생겨난 거예요!”원경릉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죠?”“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혹시 물을 다스리는 술법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요?”원경릉은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들어본 적 있어요.”하지만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라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이 힘은 유전자의 돌연변이에서 비롯된 겁니다. 이 능력은 물에 굉장히 민감해요. 마치 약이 병에 민감한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이 능력은 물과 독특한 자기장이 형성돼서, 이 힘을 쓸 때 공기가 진동하면서 물이 그 힘을 따라 움직이게 돼요. 우리 연구소에서도 한 전문가가 이것에 대해 연구한 적 있어요. 결과가 나왔는데, 한번 볼래요?”“좋아요, 보여주세요!”양여혜가 즉시 컴퓨터에서 관련 문서를 열어 보여주자, 원경릉은 자리에 앉아 마우스를 잡고 천천히 결론 보고서를 읽어나갔다. 잠시 후, 그녀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했다.“인간이 어떻게 이런 힘을 통제할 수 있는 거죠? 여기엔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네요. 단지 문제를 제기했을 뿐이고요.”양여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관찰 사례가 아직 부족하니까요.”원경릉은 그녀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졌다.“그럼, 혹시 제 남편을 연구하려는 건가요?”“LR 연구에 문제가 있으니, 그건 일단 신경 쓰지 말고. 당신 남편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보는 게 어때요?”원경릉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안 된다고 할 수 없겠네요. 제가 항상 그를 지켜보니깐요.”“사실 물을 다스리는 기술을 아는 사람은 몇몇 더 있어요. 도교의 수행자들

  • 명의 왕비   제3200화

    우문호는 바다 위를 질주하며 속도와 스릴을 만끽하고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바람이 약해 큰 파도가 일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아쉬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큰 파도 하나 오거라! 파도를 가르며 나아가고 싶구나!”반면, 서일은 조금 멀미가 나는 듯해 우문호의 말을 듣고 답답한 듯 말했다.“큰 파도는 오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소신은 무서울 따름입니다.”하지만 서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커다란 파도가 일렁이며 다가왔다! 우문호는 제트스키를 타며, 마치 어린아이처럼 신나서 소리쳤다.“가자!”제트스키가 파도를 넘어 멀리 떨어지자, 그가 흥분해하며 크게 외쳤다.“다시 한번! 또 오거라!”이내 또 파도가 일렁이며 다가왔고, 그는 파도를 향해 돌진했다. 제트스키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가 물에 떨어지자 우문호는 짜릿함을 만끽한듯 행복해했다.서일은 거의 기절할 지경이었다. 물에 빠져 죽을 것만 같은 느낌에 그는 몸을 덜덜 떨며 말했다.“폐하, 이제 돌아가시지요. 정말 겁이 나서 죽을 것 같습니다!”“겁쟁이 같으니라고!”우문호는 여전히 즐거운 표정으로 외쳤다.“조금만 더! 이번엔 연달아 파도가 오면 좋겠구나. 그래야 진짜 재밌다!”역시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다에서 연달아 거대한 파도가 밀려왔다. 우문호는 기쁨에 겨워 서일에게 말했다.“봐라, 온다, 온다! 단단히 잡아라. 물에 빠지면 널 구하지 않을 거다.”서일은 파도가 연달아 밀려오는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우문호를 꽉 끌어안으며 아미타불만 중얼거렸다. 자신이 잘못이 있다고 하여도 바다를 제일 싫어하기에, 바다에 빠져 죽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했다.해변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원경릉은 파도가 하나둘씩 우문호에게 몰려가는 것을 보고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아까까지만 해도 잔잔했는데, 왜 갑자기 파도가 치는 것이지?바람도 강하지 않은데 말이다.그녀는 걱정되는 마음에 우문호를 향해 소리쳤다.“그만 놀고 어서 돌아오시오!”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파도 소리에

  • 명의 왕비   제3199화

    양여혜는 급히 전문가 팀을 호출하고, 이전에 LR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사람들도 함께 불러 모았다.하지만 현재 데이터로는 아무런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고, 우문호가 계속해서 검사받아야 한다는 결론만 나왔다.그래서 원경릉은 우문호에게 문제없이 돌아갈 수 있도록 확실히 확인하자며, 이곳에 며칠 더 머물도록 설득했다. 우문호가 바로 동의하긴 했지만, 원경릉과 함께 밖에 나가 놀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도 어쩌다 이곳으로 왔으니,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고 싶어하는게 당연했다. 그리고 그는 적어도 부모님과 휘종제를 뵈러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원경릉은 연구소를 떠나면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했지만, 우문호가 그리 협조적이지 않자, 결국 양여혜와 상의해 하루만 외출하고 돌아와 검사를 계속 받기로 했다.양여혜가 말했다."그럼 가세요. 제가 멀리서 따라가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게요""수고 많으세요."원경릉이 답했다."어쩔 수 없죠. 그의 안전을 확실히 해야 하니까요."양여혜가 말했다.그녀는 잠시 멈칫하다, 원경릉을 위로했다."상태도 좋아 보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네, 괜찮을 거예요."원경릉도 최대한 낙관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양여혜는 그들에게 차를 준비해 준 후, 집에 있는 부모님을 잠시 들러서 보게 했다.원경릉의 부모님은 이미 퇴직했지만, 다시 병원으로 불려 가, 주 3일 진료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전만큼 바쁘지는 않았다.그들은 내년 계약이 끝난 후, 세계 여행을 떠날 계획이었다. 그리고 손자를 보기 위해 딸이 있는 곳으로 가서 한동안 지낼 생각이었다.사위와 딸이 돌아오자, 그들은 아주 기뻐하며 식사를 준비했다. 원경릉과 우문호가 바쁜 일정 속에서 시간을 낸 거라, 반나절만 들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그들은 마음이 아팠다."앞으로는 바빠도 이렇게 급히 돌아오지는 말거라. 식사도 편히 못 하고, 차라리 집에서 푹 쉬어. 우리가 후년에 찾아가마."우문호는 이미 그들을 자기 부모처럼 여겼고, 그들의 걱정스러운 마음을 느끼며 답했다."비록

  • 명의 왕비   제3198화

    원경릉은 결국 그를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이틀만 더 있지요. 혈액 검사를 한 번 더 해야 하고, 골수를 뽑아 상처도 아프지 않소?"“이미 다 나았네. 만져도 아무 느낌이 없소!”우문호는 당당하게 셔츠를 걷어 올려 상처를 보여줬다. 상처 위에는 아직 의료용 밴드가 붙어 있었기에, 원경릉은 될수록 물에 닿지 않게 그의 몸을 조심히 닦아주었다.“상처에 약을 발라야 하오.”원경릉이 말했다.그렇게 손을 뻗어 밴드를 찢었는데, 순간 화들짝 놀랐다. 상처가 거의 회복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어제 밴드 갈 때는 약간의 피가 고여 있었는데, 이렇게나 빨리 나았다니…?“이렇게나 빨리 나았습니까?”서일도 다가가서 살펴보며 매우 놀라워했다.우문호는 골수를 뽑고 나서, 상처가 아프다고 했는데, 서일은 그의 몸에 작은 구멍이 생긴 것을 보고 무서워했기 때문이다. “그래. 많이 나았다. 이번에 앓고 나니, 오히려 예전보다 정신이 더 맑아 졌다. 서일아, 내 머리 옆에 있던 흰머리도 사라지지 않았느냐?”우문호는 머리를 숙여서 서일이 볼 수 있게 했다.서일은 그의 머리카락을 자세히 살펴본 후, 그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흰머리뿐만 아니라, 눈가 주름도 없어졌습니다. 참 이상합니다. 폐하, 어찌 더 젊어진 것 같습니다. 아닙니까, 마마?”서일의 말을 들은 원경릉은 깜짝 놀라, 우문호를 자세히 살폈다. 그의 피부는 훨씬 더 맑아 졌다. 하지만 병을 앓고 나서 햇빛을 거의 보지 않아서 더욱 그런 것 같았다. 흰머리는 사실 뽑으면 그만이었다. 눈가 주름은 확실히 없어졌고, 피부의 탄력도 예전보다 훨씬 나아 보였다.예전에는 그가 30대 중반이었다고 느껴졌지만, 지금은 처음 그를 만났을 때처럼, 맑은 눈빛과 깔끔한 이목구비를 자랑하는 잘생긴 미남이었다.우문호는 거울을 보곤 갑자기 혼란스러워졌다. 그는 급히 원경릉을 끌어당겨 조용히 물었다.“혹시 휘종제처럼 그런 것을 한 것이오? 리프팅?”“무슨 소리요?”원경릉은 마음을 가라앉히며 웃음도 섞인 말을 했다.“어찌

  • 명의 왕비   제3197화

    다음 날 아침, 우문호는 골수 검사를 마친 후, 전신 검사를 진행했다.검사팀은 야근까지 하며 최대한 결과를 빨리 얻으려 노력했다.그동안 원경릉은 우문호가 걱정할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우문호는 어차피 건강을 회복했다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검사가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서일과 함께 겨룰 수 있을 정도로 몸을 회복했기에 더 이상 문제가 없다고 믿어 마음을 놓고 서일과 함께 패드로 드라마를 시청했다.결과가 나오자마자, 양여혜는 바로 원경릉을 불렀다.“골수의 유전자 검사 결과… 돌연변이가 발견됐어요. 외부 자극이 아닌, 자가 자연 돌연변이에요. 또한, 발가락에 있는 그 덩어리, 조직을 채취해 검사한 결과, 일종의 얼음 벌레와 비슷한 형태였어요. 이 얼음 벌레는 과거 사람 몸에서 발견된 적도 있어요.”“얼음 벌레? 그게 뭐죠?”원경릉은 조금 혼란스러웠다.“하지만 이전엔… 그 덩어리에서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나요?”“처음엔 발견되지 않았죠. 하지만 주진 씨가 조직을 채취해 검사를 해보니, 그 얼음 벌레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어요. 생명력이 굉장히 강하고 벌레라고는 하지만 사실 세균이죠. 이 얼음 벌레가 어떻게 번식하는지, 혹은 이 얼음 벌레가 그의 혈액 생성 기능에 영향을 주어 혈소판 수치를 낮추었는지는 아직 모르고,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해요. 그래서 우리는 이 얼음 벌레 세균을 배양해서 더 나은 발견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어요. 그 후에가 되서야 어떻게 억제하는지, 죽일 수 있을지 알게 될 거예요.”“이 얼음 벌레는 얼음 속에서 사는 건가요? 하지만 그가 물린 곳은 호수였잖아요.”“아니요, 이 얼음 벌레는 처음 발견된 곳은 얼음 속이었지만, 여러 곳에서 살거나 휴면 상태로 있을 수 있어요. 사람의 몸에 들어가는 기회를 엿보죠. 예를 들어 손으로 얼음 벌레를 만지거나, 작은 상처로 침투할 수 있죠. 하지만 이 얼음 벌레에 대한 많은 정보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어요. 우리는 이 분야의 전문가와 이미 연락을 취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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