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2674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우문호가 말했다. “사시는데 불편한 부분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옮겨도 돼요.”

황귀비는 이게 우문호의 효심인 것을 잘 알았기에 뿌듯한 표정으로 우문호를 바라봤다. “그럴 필요 없어. 어마마마는 여기가 좋다. 신경 쓰지 말고 가서 일이나 잘 보고 오려무나!”

“알겠습니다!” 우문호가 대답했다.

우문호가 안에서 황귀비와 잠시 얘기를 나누고 어서방으로 가면서 원경릉에게 장문전에 남아서 황귀비와 얘기를 나누기로 했다.

반면 황귀비의 안정되고 평온한 나날에 비해 명원제는 기분이 썩 좋지 못했다. 부자 지간에 전에 황귀비 일로 의견이 맞지 않았던 적이 있긴 했지만 결국 싸움은 일어나지 않아서 불쾌했던 기분도 다 사라졌다.

명원제는 태자에게 일찍 갔다 와서 태자비의 출산을 놓치지 말라고 했다.

“알겠습니다. 아바마마께서도 몸 건강하세요.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아 보이십니다.” 우문호가 걱정하자 명원제가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짐이 보위에 오른 뒤로 네 황조부가 늘 등 뒤에서 지시를 해주셨는데, 지금 태상황 폐하께서 궁에 안 계시는 것에 짐이 아직 적응이 안되는구나. 짐이 전에 사람을 보내 회강 일에 대한 지시를 구할 때도, 아예 듣지도 않으시고 앞으로 다시는 묻지 말라고 하시더군.”

“그건 황조부께서 아바마마를 완전히 신임하신다는 뜻입니다!” 우문호가 위로했다.

“신임인지 실망인지 짐은 아직 구분이 안된다. 허나 짐은 태상황 폐하를 실망시켜 드릴 수 없지. 넌 출장 가서 이 일을 합당하게 잘 해결하고 오너라, 북당의 농경이 계속 크게 발전하지 못했던 것은 매년 천재지변이 끝이 없었기 때문인데 물을 다스릴 수 있다면 농경 발전을 촉진할 수 있으니 이는 향후 몇 년간 지극히 중요한 사안이 될 거야.” 명원제가 말했다.

우문호가 답했다. “소신 알겠습니다. 반드시 잘 해내겠습니다.”

명원제가 우문호를 보고 안도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짐은 네가 할 수 있다는 걸 안다. 가거라, 어서 가봐!”

우문호가 일어나 인사를 올렸다. “소신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어서방에서 나와 목여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명의 왕비   제 2675화

    희열은 일찌감치 철이 들어서 괜찮았지만, 요부인은 희성이가 걱정이었다.희성이 복도에 앉아 요부인 다리를 베고 눕자 갈팡질팡한 불안한 마음이 느껴졌다. 희성이가 요부인의 손목을 잡고 간절하게 물어봤다. “엄마는 훼천 삼촌한테 시집가서 아기 낳으면, 그때는 희성이 필요없겠죠?”요 부인은 가슴이 저릿해져 희성이를 끌어 안았다. “이 바보야, 엄마한테 네가 어떻게 필요가 없겠어? 무슨 일이 있어도 너희들은 엄마의 사랑이고 보물이야.”희성이가 소심한 말투로 다시 물었다. “그럼 훼천 삼촌은 우리한테 잘해줄까요?”요 부인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만약 너희한테 제대로 못해준다면 엄마는 시집 안 가!”“엄마, 시집 안 가면 안돼요. 황조부께서 성지를 내리셨잖아요.” 희성이가 볼 멘 소리로 말하자 요 부인이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희성이가 싫으면 엄마가 네 황조부에게 가서 직접 얘기할거야. 이 혼사는 굳이 안 해도 돼.”희성이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전 엄마가 혼인했으면 좋겠어요. 언니 말이 맞아요. 우리가 나중에 다 시집가면 엄마 혼자 외롭잖아요. 그럴 때 훼천 삼촌이 곁에 있으면 우리도 안심이에요.”요 부인이 희성이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생각할 필요 없어. 난 외롭지 않아. 정화군주를 도와서 애들을 돌보고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너희들이 원하지 않으면 엄마도 억지로 혼일 할 필요 없어.”희성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입을 열였다. “희성이는 원해요. 훼천 삼촌이 엄마한테 잘 하잖아요. 다섯째 숙모가 그러는데 이 세상에 훼천 삼촌보다 엄마한테 더 잘하는 사람 없데요.”담장 저편에 훼천이 담벼락에 귀를 대고 듣다가 세 모녀가 주고받는 얘기를 듣고 안심하더니 살금살금 자리를 떴다.이렇게 혼사가 결정되었다.전에 요 부인이 원경릉을 위해 신생아 옷을 준비해 준 것처럼, 이번에는 원경릉이 요 부인의 혼수를 준비할 차례였기에 미색에게 혼사를 얘기하자, 혼수는 자고로 돈이 제일 중요하다며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문제

  • 명의 왕비   제 2676화

    그러자 우문령의 얼굴이 발그레해지더니 순식간에 귀까지 다 빨개졌다. “뭘.... 그렇게 대 놓고 묻고 그래요?”말이 필요 있나. 우문령의 반응을 보니 이미 합방을 끝낸 분위기였다. 미색이 우문령 한 번 보고 원경릉 한 번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나리 다 컸네, 남자가 다 됐어!”원경릉이 실소를 터트렸다. “그러게, 우리 사부님 다 컸어요!”사람들의 장난에 우문령은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했다. “그만 좀 하세요! 지금은 훼천의 혼례식을 논하는 중이잖아요. 여자 쪽은 인원이 어느 정도예요? 예물은 어느 정도 할 거죠? 이런 것도 다 정해야 해요.”“우리가 어떻게 해? 그런 건 요 부인께 물어보면 돼. ” 미색이 우문령에게 말로는 이리 나리가 얼른 합방을 해서 아이를 낳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막상 이리 나리가 정말 합방했다는 말을 들으니 https://help.naver.com/support/alias/search/contents/contents01.naver허탈한 마음이 드는 것이 어쩔 수 없었다. 하늘에서 귀양 온 신선같은 사람도 결은 보통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우문령은 낙담했다. “요 부인께 가서 물어보면 이 일에 대해서는 전혀 상대도 안 하실 거예요. 그래서 하는 수없이 올케들을 찾아온 거예요.” “요 부인은 아마 이런 허례허식은 다 안 하려고 들 걸, 요 부인 친정은 가봤어?” 미색이 물었다.“요 부인은 친정에 대해서 아예 묻지도 못하게 해요. 합의 이혼을 한 뒤로 친정에 돌아가지 않아서 이 일은 친정이 나서면 안 된다고 그러더라고요.” 우문령이 말했다.한편, 원경릉은 요 부인이 이해가 됐다. 일단 이번 혼사에 요 부인의 친정이 발을 담그는 날에는 언젠가 지엽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대가집은 따지는 법도가 많고, 훼천이 비록 후작으로 봉해졌다고는 해도 늑대골 출신에 늑대파에서 일해왔었다. 늑대파 사람들은 세세한 걸 따지지 않는 사람들로 법도에 묶이지 않아 혼례를 치를 때 법도를 따지는 대가집과 오히려 마찰이 생길

  • 명의 왕비   제 2677화

    경성은 다시 평온한 일상을 회복했다.비록 초왕부는 북적북적했으나 우문호와 서일이 집에 없으니 원경릉은 영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날씨는 제법 쌀쌀해졌기에 부쩍 큰 아이들은 지식에 목말라했다. 원경릉은 탕양을 시켜 아이들에게 보라고 책을 한 무더기 안겨줬다.탕양은 원경릉에게 아이들을 국자감으로 보내든지, 아니면 태학 박사를 불러 수업을 듣게 하든지 해야하지 않겠나며 의견을 제시했다.원경릉도 그렇게 느꼈기에 탕양에게 냉정언을 찾아가 상의해보라고 했다.냉정언이 얘기를 듣고 껄껄 웃었다. “다른 사람 찾을 게 뭐가 있나? 내가 가면 될 것을!”문무를 겸비한 냉정언이 떡들의 선생님을 담당한다면 이보다 더 안성맞춤은 없었다.하지만 원경릉은 냉정언이 지금 상당히 바쁜 것을 알고 있기에 혹시라도 정무를 처리하는 데 지장을 줄까봐 걱정했으나 냉정언은 밤에 한 시간 왔다가는 것은 상관없다고 했다.그 말에 원경릉은 기분이 좋아져 떡들에게 얘기하자 떡들도 몹시 기뻐했다.그때 명원제가 이 얘기를 듣고 원경릉에게 사람을 보내 십황자를 초왕부로 보낼 테니 떡들과 함께 공부를 시키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사실 십황자가 공부를 하고 싶으면 궁의 서당에서도 충분하지만 명원제가 굳이 보내려는 이유는 그날 만두와 십황자가 얘기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만두가 십황자를 잘 다룰 수 있으니 십황자가 만두를 따르게 하면 공부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하지만 이건 말이 상의지 명령이나 다름없으므로 원경릉은 알겠다고 했다. “호비 마마께서 동의하시면 며느리는 이견 없습니다.”그리고 원경릉은 호비가 반대해 주길 바랬다. 십황자가 초왕부로 오면 앞으로 십황자를 관리하는 책임이 원경릉에게 떨어질 것이고 아바마마께서 십황자를 심하게 편애하므로, 안된다고 말하기도 혼을 내기도 어려울 게 뻔했다.그리고 그들이 같이 공부해서 떡들이 십황자보다 출중하게 되면 아바마마는 아마도 원경릉이 온 마음 다해 돌보고 지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것임이 틀림 없었다.하지만 호비는 찬성하다 못해 원경릉을 불

  • 명의 왕비   제 2678화

    “그래, 잘못을 알았으면 됐어!” 원경릉이 부드럽게 토닥여 주었다. “그럼 앞으로 초왕부에서 탕 대인과 냉 대인께 도리를 잘 배우고 익히자. 앞으로는 쉽게 잘못을 범하지 않으면 아바마마와 어마마마도 여전히 예전처럼 널 귀여워 하실 거야.”십황자는 목이 메였다. “저 진짜 나쁜 아이가 되지 않을 거예요.”원경릉이 십황자의 눈물을 닦아 주며 조그맣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 자기 말을 기억했다가 앞으로 나쁜 짓하지 말고 다시는 제멋대로 굴지 말자.”“알았어요!” 십황자가 엉엉 울며 답했다.원경릉이 십황자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울지 마. 초왕부에 도착했는데도 또 울면 만두랑 애들이 놀릴 거야.”십황자는 얼른 눈물을 닦고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했다.초왕부에 도착해 십황자는 만두와 애들을 보고 좋아서 같이 노느라, 방금 마차에서 울었던 건 완전히 잊었다. 건망증은 아이들 고유의 특성으로 슬픔도 다를 게 없었다.한편, 손왕은 늦은 시간에 몰래 초왕부에 들렀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탕양이 보이자, “우리 아내 여기 없나?”라고 하며 사방을 두리번 거렸다. 탕양이 의심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손 왕비 마마는 오늘 안 오셨는데요. 왕야, 손 왕비 마마를 찾으십니까?”손왕이 그제야 안도하더니 허리를 꽂꽂이 세웠다. “태자비는? 태자비를 찾아왔다네.”“태자비 마마는 계십니다. 들어가서 조금만 기다리시면 제가 바로 말씀 올리겠습니다.”원경릉이 막 십황자를 자리 잡아 준 뒤로, 탕양에게 손왕이 왔다는 말을 듣고 마음 속에 미묘한 의심이 들었다. “손왕 전하께서? 무슨 일로 오셨대?”“모르겠습니다. 조심스럽게 들어오시더니 제일 먼저 손 왕비 마마께서 계신지부터 물으셨어요.” 탕양이 답했다.“그럼 아마 관아에서 바로 오셔서 아직 집에도 가지 않으신 것 같은데. 둘째 형님이 여기 계시다고 생각하시는 걸 보니… 됐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내가 직접 가서 볼게.”손왕은 본관에서 원경릉을 기다리다가 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얼른 탕양에게 다른 사람이 들어오지

  • 명의 왕비   제 2679화

    원경릉이 청진기를 내려놓고, “아주버님, 혹시 위가 안 좋으신가요?”“위는 문제 없다. 소화는 잘 돼!” 손왕이 절박한 눈으로 원경릉을 보더니 참지 못하고 물었다. “제수씨, 문제를 찾아냈어?”원경릉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어디가 불편하신지 말씀을 하셔야지 알 수 있어요.”손왕이 실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됐어, 이렇게 아프다 죽으면 그만이지, 뭐.”말을 마치고 벌떡 일어나더니 돌아섰다.그러자 원경릉이 다급하게 불러 세웠다. “아주버님, 도대체 어디가 불편하신 거예요? 저희 사이에말씀하지 못하실 게 뭐가 있어요?”“말 안해, 안 한다고. 짚어내지도 못하는데 내가 어떻게 말해?” 그러고는 울적한 표정으로 터덜터덜 밖으로 나갔다.손왕은 올 때도 의심스러웠는데 갈 때는 더 의심스러웠다. 원경릉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손왕이나가는 것을 바라보기만 했다. 탕양도 밖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야의 행동을 봐서는 중병에 걸리신 것 같지는 않습니다.”“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 내일 손 왕비에게 물어봐야겠구나!” 원경릉의 머릿속에는 온통 물음표로 가득찼다.“하지만 왕야께서 방금 오셨을 때 손 왕비 마마께서 여기 계신지 부터 먼저 물으셨던 것으로 보아 손 왕비 마마께서도 모르실 것 같습니다.”원경릉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 상황이 너무 싫었다. “정말 너무 이상해. 어디가 불편하시냐고 물어도 말씀도 없으시고, 그저 맥을 짚어보라고만 하질 않으시나. 내가 정말 신의라도 되는 줄 아시는 건가?”그러자 탕양이 잠시 생각해보더니 물었다. “그게.... 혹시 은밀한 곳이 불편하신 건 아닐까요?”원경릉이 뜨아했다. 방금 손왕의 거동을 돌이켜보니 그럴 가능성이 충분했다.하지만 만약 거기가 불편하면 손 왕비가 분명 알 것이다.다음 날, 원경릉은 손왕이 있는 확실한 시간대에 사람을 시켜 손 왕비를 편청으로 오라고 했다. “둘째 아주버님이 어제 밤에 오셨어요. 저한테 병을 좀 봐달라며 불편하다고만 하

  • 명의 왕비   제 2680화

    그러자 손 왕비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답했다. “정상 비정상이 어디 있어? 오래된 부부한테.”그러고는 한참 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건 왜 물어? 그이가 혹시 뭐라고 했어?”원경릉이 웃으며 답했다. “절 찾아오셔서 병을 봐달라고 하시는데 죽어도 자기가 어디가 불편한지 말씀을 안 하시니… 제가 그냥 넘겨짚어 본 거예요. 자기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낫고 싶은 신체의 질병이 뭘까하고요.”손 왕비가 곤혹스러워했다. “치료 하고 못하고가 뭐가 중요해? 오랜 세월 내내 그랬는데, 나아져봤자 바람밖에 더 피워? 역시 치료하지 않는 게 더 낫겠어. 내버려 둬!”원경릉은 전에 손 왕비에게 둘째 아주버님께서 계속 후궁을 맞아들이지 않는 이유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남자의 그 기능이 좀 약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한동안 그래왔는데 갑자기 왜 치료할 생각을 하셨는지 의문이 들었다. 혹시 마음에 드는 여자라도 생긴걸까?전에는 관공서에 근무하지 않았기에 만나는 사람도 적었고, 그저 식도락만 알았지, 지금은 몸매나 건강을 중시하는 게 어쩌면 정말 그 문제 때문일지도 몰랐다.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원경릉만의 추측으로 손 왕비에게는 따로 얘기하지 않고 그저 가서 어디가 불편한지 여쭤봐 달라고만 했다. 그래야 조기에 치료할 수 있으니 말이다.하지만 그 후로 손 왕비는 며칠 간 소식이 없었고 손왕도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원경릉도 그 일을 자연스럽게 잊어 버렸다.그런데 며칠 지나서 탕양을 통해 홍려시의 관원 하나가 집에서 목을 메고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원경릉이 대경실색해서 왜 자살을 했는지부터 재빨리 물었지만, 탕양이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경조부에서 지금 조사 중이에요.”“그 관원이 홍려시에서는 어떤 직위를 맡고 있었지?” “소경으로, 3품 벼슬입니다. 그래서 경조부에서도 이렇게 중시하고 있고 황제 폐하께서도 성지를 내려, 경조부에서 철저히 조사하고 홍려시 쪽에도 조사에 협조하고 하셨답니다.”3품 관리가 아무 이유없이 집에

  • 명의 왕비   제 2681화

    이때, 탕양이 제왕을 찾아가 물어보기도 전에 손왕이 허겁지겁 원경릉을 찾아왔다.결국 마침내 사실대로 실토했고, 자신이 그 병에 걸린 것 같다며 원경릉에게 얼른 처방을 해 달라고 했다.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왜 이제서야 사실대로 말하냐며 화를 냈다. 속으론 열이 받지만 그를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지금 어떤 증상이 있으세요?”“없어, 아직 별 증상은 없어!” 원경릉의 질시와 분노의 눈빛을 받은 손왕은 고개를 푹 숙였다.원경릉이 손왕을 노려보며 다시 물었따. “그럼 왜 그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시는 건데요? 죽은 소경과 같이 잤던 여자와 아주버님이 관계를 하신 거잖아요? 어떻게 그럴.... 아니, 관기에게 옮았으면 한 두사람이 아닐 텐데, 왜 단 두 사람 뿐이죠?”손왕이 고개를 들고 사실대로 얘기했다. “난 그 여자들이랑 잔 적 없어. 단지 오소경이랑 같이 청루에서 목욕을 했을 뿐이야. 그 병에 대해서 어의에게 물어보니 같이 목욕을 하면 옮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기분이 확 풀리며 다소 차분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 그 여자들이랑 관계 없어요? 그냥 오소경이랑 목욕만 한 거예요?”“제수씨를 찾아 온 그 날이 바로 오소경이 나한테 그 병에 걸렸다고 얘기한 날이야. 그제서야 같이 몇 번이나 목욕한 게 생각났지 뭐야! 목욕으로 그 병이 전염될 수 있다길래 바로 제수씨를 찾아온거고. 제수씨가 맥을 짚으면 병을 옮았는지 여부를 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제 오소경이 죽고… 이 병은.... 휴, 요 며칠 몸이 영 좋지 않은 게 뭔가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예방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설명을 하다가 갑자기 원경릉에게 당부했다. “이 얘기 절대로 아내한테는 말하면 안돼. 아내는 죽는다고 막 울거야!”원경릉이 답했다. “말 안해요. 그럼 지금은 아무 증상도 없고, 앓고 있는지 확실한 것도 아니고요.단지 목욕만 같이 했을 뿐인 거잖아요. 수건을 같이 쓴 게 아니면… 설마 그랬어요?”손왕의 안색이 하얗게 질리더니 잠시 후

  • 명의 왕비   제 2682화

    이 병에 걸린 사람들 대부분은 몰래 치료하거나,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때는 아무하고나 계속관계를 한다. 이런 병이 세상에 나도는 날엔 북당은 완전 망할 것이고, 우문호는 아마 펄쩍펄쩍 날뛰고도 남을 것이다.사실 예전부터 관리들도 정리가 필요했다. 주 재상이 물러난 지금까지 내우외환의 여파로 관리를 선발하는 데 소홀했기에 이제 전쟁에서 승리해 시국이 평화로우니 사치와 낭비 풍조가 점점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사치와 낭비의 풍조는 한번 성행하기 시작하면 바로 잡기 위해 뼈를 깎는 아픔을 겪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이다. 탕양이 원경릉에게 말했다. “관기는 대부분 죄를 지은 집안의 여자들 중 예쁘장한 사람들로, 관기들을 총괄하는 교방에 들어가면 기적에 오르게 됩니다. 한번 기적에 오르면 황제 폐하의 사면이 없는 한 속량이 안됩니다. 또한 북당의 율례에 따라 관리는 민간이 개설한 기루에 가면 안 되며 단지 관비가 있는 교방의 기방만 출입할 수 있고 기방의 수익도 국고에 귀속됩니다. 조정이 이에 대해 과도한 통제도 하지 않지요.”“그렇다면 조정이 정기적으로 그녀들의 신체를 검사하는 기구가 없다는 말인가?”“예. 보통 없습니다. 교방에서 자체적으로 그녀들의 신체를 검사하는 사람을 따로 두긴 하는데, 병에 걸린 것이 발각되면 노역하는 곳으로 보내져서 다시는 손님의 시중을 들지 못합니다.”“병이 발견됐을 때는 이미 전염이 시작됐겠지.” 원경릉이 미간을 찡그렸다.“그럼 방법이 없어요. 병에 걸린 사람은 기방의 여자로 좌교방(左教坊)은 노래를 담당하고, 우교방춤을 담당하는데 오직 기방만 손님의 시중을 듭니다. 물론 실제로는 이렇게 엄격하게 나눠지지 않아서 대인들의 눈에 들기만 하면 제 아무리 좌우 교방의 관기라 할지라도 가능하지요. 반드시 기방의 관기만 시중을 들 수 있다고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이 병에 걸린 사람이 반드시 기방에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원경릉은 이 분야에 대해 느낀 바가 크지만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단번에 변화시킬

최신 챕터

  • 명의 왕비   제 3038화

    “우선 박원이랑 소홍천 의사부터 물어보자. 억지로 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동안 그들이 날 많이 도와줬으니 전부 원하는 대로 하자고.” 우문호가 말했다.“그러자!” 원경릉이 일어서며 말했다. “오늘 저녁 애들 데리고 어머님께 가서 수라를 들려면 빨리움직여야 해. 꾸물대면 늦을거야.”그러자 우문호도 계란이를 안고 일어섰다. “그래, 우리 황조모한테 가서 맘마 먹자.”우문호가 나가서 부르자 아이들이 달려와, 같이 왁자지껄하게 수라를 들러 황태후 전으로 갔다.황태후는 원래 우문호에게 할 말이 있었지만, 식사 자리에 아이들이 있어서 기다렸다가 저녁을 다 먹은 뒤 우문호와 아이들이 나가서 놀고, 원경릉이 황태후와 얘기를 나눌 때 말을 꺼냈다.“천행이가 태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부마를 풍도성으로 보낼 수가 있지.. 공주가 얼마나 괴로웠을까.”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공주는 사정을 훤히 알고 있어서, 이리 나리께서 풍도성에 가는 걸 지지하셨는걸요.”“말은 그렇게 해도, 출산 후에 여자 곁엔 남편이 있어야 하는 법이야. 하지만 이것도 단지 우리 가족끼리 하는 얘기일 뿐이고, 조정 일을 내가 함부로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는 노릇이지.”황태후는 이리 나리가 풍도성으로 간 진정한 목적을 전혀 몰랐으며, 단순히 어지러운 형국을 정리하러 갔다고만 알았기 때문에 순수하게 공주를 아끼는 마음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어마마마, 걱정하지 마세요. 이리 나리는 이미 돌아오는 중이래요.” 원경릉이 위로하자 황태후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거 잘됐네!”온 가족이 별빛을 받으며 천천히 소월궁을 거닐었다.계란이는 아빠 품에서 잠이 들었고, 아이들은 놀다 지쳐서 아빠 엄마를 따라 천천히 걷고 있었으며, 목여 태감이 궁인 둘을 데리고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는 가운데, 궁 안은 인적이 드물어 밤이 되자 상당히 고요했다.“어마마마께서 공주를 아끼셔서, 이리 나리가 하필 이때 풍도성에 보냈냐고 하셨어.” 원경릉이 말했다.“날 원망하셨어?” 우문호는 품에 있는 아이가 깰

  • 명의 왕비   제 3037화

    늑대파 사람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질질 끌고 나가는데, 소여쌍은 여전히 미친사람처럼 웃어대기만 했다.이리봉청은 그들이 끌려 나가는 것을 보자, 눈앞에 안지여가 자신을 데리고 소여쌍의 침대 앞으로 가서 소여쌍의 그 악랄한 말을 듣던 순간이 떠올랐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여리여리하고 아름답던 그녀가 이렇게 변해 버린 게 꿈처럼 느껴졌다.풍도성을 접수한 뒤 안풍 친왕은 관리들을 새롭게 임명했고, 더 이상 성주 같은 것을 두지 않고 조정과 이부에 적합한 인사를 선발해 풍도성 지부로 앉힐 것을 요청했다. 풍도성은 더 이상 이전의 독립 자치 지역이 아닌, 다른 주나 현과 마찬가지로 조정에 귀속되어 통일서 있게 다스리게 되었다.더불어 안풍 친왕은 별도로 서신을 써서 황제인 우문호에게 보냈는데, 풍도성을 추천하지만, 이건어디까지나 건의와 추천이니 황제가 생각하는 마땅한 사람이 있으면 안풍 친왕의 추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동시에 안지여의 잔당들이 계속 나타났다.안풍 친왕이 이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려오고, 호랑이와 눈 늑대, 회색 늑대까지 출동시킨 건 바로 모든 세력을 강화하고, 신속하게 진압해 풍도성을 조정에 복귀시키고 보름 만에 비적을 토벌하며 기본적인 숙청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박원은 잔당의 남은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안풍 친왕의 영패를 가지고 부근에 5천 명의 군사를 파견시켜 풍도성을 지켰다. 이리 나리는 자금을 지원해 천문 세가의 묘를 이장하였는데, 이전 무덤은 안지여가 고른 곳으로 폐허에 가까워, 그는 천문 세가 사람들이 그런 곳에서 안식을 취하기를 원하지 않았다.풍도성에 온지 거의 한 달가량 될 때쯤, 대군은 경성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돌아가기 전에 미색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보러 갔다가, 돼지우리에서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사는 것을 보고 그제야 비로소 맺혀 있던 한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미색은 이리 나리와 어머님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두 사람은 이미 안지여가 누군지 잊은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 명의 왕비   제 3036화

    이리봉청에게 있어 모든 건 지나가지 않았고, 36년 전 일은 여전히 어제 일 같이 느껴졌다.“어머니, 그를 어떻게 처분하시겠어요?” 이리 나리는 이리봉청의 마음을 넘겨짚을 수 없어 함께 걷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은 어떠니?” 이리봉청이 다시 되묻자 이리 나리가 원한에 사무친 눈빛으로 말했다. “제게 처분하라고 하면 전 그를 죽여 버릴 겁니다.”이리봉청은 알았다며 대답만 했다가, 다시 30분쯤 걷다가 정자에 앉아 을 때 말을 덧붙였다. “난 안 죽일 거야.”이리 나리가 약간 놀라서 물었다. “어머니, 또 마음이 약해지신 겁니까?”이리봉청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반대야. 그 인간을 죽이는 게 마음이 약해진 거지. 사실 며칠 동안 이전의 원한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 인간을 백번이라도 죽이겠지만, 난 그럴 수 없더구나. 아들아, 게다가 오늘 천문 세가 대문을 들어서는 그 순간, 더욱 마음을 굳혔단다.”이리봉청이 일어나 집안을 둘러봤다. 이곳은 그녀의 가족들이 살아 원래 온통 사람 소리로 가득한 곳이였다. 그들의 웃던 광경이 눈앞에 비치는가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에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천문 세가는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없는데 멸문지화를 당했고, 가엾게도 그 중엔 아이들이 많아서 제일 어린아이는 이제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었다.이리봉청의 얼굴에 눈물이 타고 흐르며 가슴이 미어졌다. “그자와 소여쌍을 밖에 내버리고 사람을 시켜 지켜보도록 해. 죽게 두지 말고 계속 살려둬. 36년은 더 살면서 이 세상의 고생을 모두 겪어야, 내 마음에 맺힌 한이 풀리고 억울한 망자들도 안식에 들지!”이리 나리는 온몸으로 그 마음이 느껴져, 어머니가 눈물 흘리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었다. “네, 전부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할게요.”안지여와 소여쌍은 버려졌다. 짧은 며칠 사이에 안지여는 의기양양하던 성주에서 시궁창 쥐로 변해, 사람들이

  • 명의 왕비   제 3035화

    안지여는 풍도성 지하감옥에 갇혔다. 빛 한 줄기 없는 지하감옥에서 사방에 끝없는 어둠과 절망만이 안지여를 삼키고 있었다.훼천의 형벌은 12 시진 후면 사라져서, 앞으로 안지여는 그저 한 명의 폐인일 뿐이었다.안지여의 결사대가 성으로 공격해 들어오기 전에, 이리봉청은 오 선생을 찾아내 안지여가 저지른 모든 죄를 고백하게 하고 안풍 친왕이 친필로 받아 적었다. 안지여가 당시 천문 세가를 해친 경위를 소상히 써 내려간 뒤, 오 선생과 안풍 친왕의 직인을 찍고 인쇄해서 대중에게 공개했다.안지여의 죄악은 하늘을 찔러 백성들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안지여의 결사대의 옛 부하들이 본래 성을 공격해 들어가 안지여를 구출할 계획을 세워놓았으나, 안지여의 죄상이 공포된 뒤로 많은 사람들이 해산하였다. 유일하게 무대장군만이 수천 명을 데리고 성으로 쳐들어왔지만, 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가 이미 대비해둔 덕분에, 경성에서 굴러온 돌이 무대장군의 박힌 돌을 빼내는 전투를 벌였다.풍도성에 온 지 7일째, 안풍 친왕은 풍도성을 접수하고 성에 살던 사람을 쫓아내며 서민으로 강등시켰다.안지여와 소여쌍에 대한 처분은 이리봉청에게 넘겼다.안지여는 캄캄한 지하감옥에서 6일을 지내는 동안, 처음엔 침착한 척 가장했으나 사흘째가 되자 울부짖으며 악독한 저주의 말을 내뱉더니, 나흘째가 되자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며 참회했다.손발의 힘줄이 끊어진 안지여는 일어나 걸을 수도 없고 심지어 스스로 몫숨을 끊을 힘도 없었다.그 와중에 매일 누군가가 먹고 마시도록 해주고, 상처도 치료해 주어 살 수 있다는 부질없는 희망을 품게 했다.훼천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절망은 살아도 죽느니만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것으로, 온 마음으로 죽기를 바라지만 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가, 안간힘을 쓴 뒤 다시 절망에 빠지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사람을 한없이 죽였다 살렸다 괴롭힌다고 했다.결국 안지여를 죽일지 말지 여부는 이리봉청에게 달렸는데, 그녀는 안지여를 단번에 죽여 천문 세가

  • 명의 왕비   제 3034화

    안지여의 이마에 파란 힘줄이 불끈불끈했으나 냉정을 가장했다. “내가 두려워할 줄 알았나 보지? 죽음도 두렵지 않은데 뭘 더 두려워하겠어?”“넌 두려울 것이야!” 이리봉청이 고개를 돌려 이리 나리를 보고 살짝 그의 팔을 잡았다. “내가 오는 길에 늑대파 사람이 그러던데, 천하에서 제일 잔혹한 형벌을 아는 사람이 늑대파에 있다고. 그게 사실인 것이냐?”이리 나리가 가볍게 답했다. “물론 사실이죠. 훼천이라고 합니다. 늑대골 출신이에요.”“안지여가 버틸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보고 싶구나.” 이리봉청이 말했다.이리 나리가 엄숙한 태도로 명을 내렸다. “훼천!”그러자 훼천이 급히 나왔다. “이리 나리, 분부하시지요!”이리 나리는 그가 짐짓 냉정한 척하고 있으나 눈빛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몸까지 부들부들 떠는 것이 아주 만족스러워 훼천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시작해!”안지여가 갑자기 큰 소리로 욕했다. “난 네 아버지거늘, 감히 나에게 손을 대다니, 천벌을 받아 마땅한 놈 같으니라고!”이리봉청이 이 말을 듣고 잠시 주저하는 눈빛으로 이리 나리를 바라봤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제 아버지는 오직 저를 키워주신 안풍 친왕뿐이십니다.”이리봉청이 살짝 안도했다. “저 인간이 단지 나만 해쳤으면 네 체면을 봐서 놔줬겠지만 천문 세가의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니 난 용서할 수 없구나.”“이리봉청, 너 언제 이렇게 악랄하게 변했어? 죽이려거든 그냥 죽여. 난 천문 세가 사람을 죽이긴 했어도 그들을 괴롭히진 않았어. 네가 날 죽이려거든 깨끗하게 단번에 죽여!”안지여가 크게 노해 몇 번 몸부림을 치다가 상처가 벌어지는 바람에 배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훼천이 가까이 다가가자, 눈에 두려움이 깊어졌는데, 늑대골 출신 훼천은 온몸에서 피비린내가 뿜어져 나와 안지여를 덜덜 떨게 했다.“이리율!” 안풍 친왕비는 시ㅈ가하기 전에 이리 나리를 불렀다. “내가 여기서 네 엄마와 같이 있을 테니 넌 먼저 나가 있거라!”이리 나리가 안풍 친왕비에게

  • 명의 왕비   제 3033화

    안지여에게 구원 병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리 나리 일행이 성을 제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대오가 경성에서 출발하기 전에, 안풍 친왕비가 미리 사람을 풍도성으로 보내 각처, 특히 성 수비군과 군대에 잠입시켜, 음식에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독을 풀어, 오늘 중독 증상이 나타나도록 독의 분량을 조절했다.적어도 내일까지는 안지여를 도우러 올 사람은 없었다. 독성은 적어도 이틀이 지나야 깨끗해지기 때문에 이틀 동안 그들은 설사와 전신 무기력으로 성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아도 와서 도울 수 없었다.그리고 그들이 기력을 회복할 때쯤이면, 안지여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는 성을 통제하고, 안지여 부부를 제압해 두 사람을 줄로 묶고 지혈시켜 주었다.안지여는 요 몇 년 동안 자신이 상당히 대단하다고 여겼다. 이는 풍도성이 부유하기 때문으로, 돈으로 많은 사람을 살 수 있었으며, 여러 곳에서 추켜세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절하게 패배한 적이 없었던 이유는 진정한 적이 없기 때문으로, 주변의 떠돌이 비적은 작은 마을 규모로 너무 작아서 소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코 그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적이 너무 약해서였다.조정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는 제대로 훈련받은 적 없는 비적었기에 일격도 감당할 깜냥이 못됐다.이리 나리는 둘을 중정에 묶어 두었다. 온 바닥에 남은 음식과 깨진 기와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본 안지여는 마음속 깊이 분노가 일었다. 자신의 생일날, 그를 다치게 한 것이 바로 그의 친자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오늘 이렇게 많은 고수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런 결말을 맞다니 너무 불쾌했다. 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을 부축하고 안지여 부부 앞으로 가서, 그녀가 안지여 부부를 내려다보자, 그들은 낭패에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으로, 이리봉청은 분노하는 마음과 함께 서글픈 마음도 들었다. 그들을 죽이면 커다란 복수는 이뤄 천문 세가 망자의 원혼은 달랠 수 있었다.하지만 저들을 이렇게 쉽게

  • 명의 왕비   제 3032화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이리 나리가 검을 휘두르며 안지여를 겨누자, 안지여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후퇴했다.공자들은 돕고 싶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에게 바로 제압당했다. 안지여는 이리율 것으로 그들은 주변 사람을 제압하기만 할 뿐 옆에 서서 전투를 관전하고 있었다.이리율의 무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를 가르친 안풍 친왕 부부를 제외하고, 사실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이리율의 검법은 신속하고 맹렬해서 안지여는 상대하느라 쩔쩔매고 구석으로 몰리고 있었다. 성안의 호위들은 늑대 무리와 늑대파, 홍매문 사람들에게 막히는 바람에 안지여는 홀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버틸 수 있었다.하지만 30분을 못 가서 안지여는 질게 틀림없었다.놀란 나머지 계속 실성해 있던 소여쌍이 갑자기 이리봉청을 향해 바싹 마른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조르며 광적인 집착과 분노에 사로잡혀 성질을 부렸다. “멈춰, 다들 멈추라고. 안 그러면 내가 이년을 죽여버릴 것이니까!”소여쌍은 무공을 할 줄 알았지만 잘하지 못한 것이 어릴 때부터 계속 중병을 앓아 무공 연습에 소홀했고 성주 부인이 된 뒤로는 더욱 병기에 가까이할 일이 없었지만, 공력만큼은 아직 약간 있었다.소여쌍은 증오의 힘으로 이리봉청의 목을 졸랐는데, 소여쌍이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이리봉청의 목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안풍 친왕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서려 하자, 안풍 친왕비가 말리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뜻으로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참으라는 눈짓을 하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모두가 이리봉청이 제압당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손가락으로 뭔가를 쥐고 있어 소여쌍의 어깨 위를 휘감고 팔을 눌러 소여쌍이 머리를 돌리게 했다. 이리봉청 손에 쥔 것은 바늘로, 그대로 소여쌍의 오른쪽 눈을 찌르고 들어갔다.소여쌍이 절규하며 이리봉청을 놔주고 선혈이 흐르는 눈을 움켜쥔 채 비틀거리다 바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구르며 새된 소리를 지르는데, 원망과 저주의 말을 끊임없이 쏟아

  • 명의 왕비   제 3031화

    풍도성 중정에는 안지여의 아들들과 사위가 그의 곁에 남았는데,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점점 공포에 질려가고 있었다.‘이 사람들, 아주 대단하구나!’안지여는 이리봉청을 보고 비록 조금 냉정해 보였지만, 여전히 놀라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갑자기 소여쌍이 큰 소리로 웃으며, 몸을 앞뒤로 흔들며 눈물을 찔끔거리더니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이리봉청을 가리키며 원망했다. “뜻밖에 네가 안 죽었단 말이지? 게다가 아들까지 있고. 참으로 황당하구나. 정말 너무 황당해. 원래 죽어야 했을 인간은 죽지 않고, 잘 살아야 할 사람은 36년간 괴로움을 당했어. 이리봉청 네가 날 비참하게 만들었으니 넌 이제 지옥에 떨어져야 해.”이리봉청은 소여쌍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했는데, 그녀 눈에는 지금 안지여만 들어왔다.안지여는 36년을 살아왔지만, 이리봉청에게 있어 36년은 마치 사라진 시간처럼 멸문지화의 원한이 어제 일 같았다.안지여도 이리봉청의 눈에서 분노와 악랄함을 보고, 처음으로 마음속에 두려움을 느꼈다.안지여는 억지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네 사람을 데리고 가. 지난 일을 묻지 않을 테니. 그렇지 않으면 풍도성에서 곧바로 10만 대군이 올 것으로, 살아서 도망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아.”이리봉청의 목소리가 낮게 잠겼다. “우리는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바로 네 성으로 쳐들어갈 수 있어. 넌 이미 졌어.”안지여가 웃었다. “졌다고? 그래?”안지여는 수하의 대장군이 믿음직해서, 그들을 당하게 놔줄 수도 있다고 여겼다. 대장군의 부대는 분명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을 것으로, 아마 지금쯤이면 궁수들이 이미 배치를 마치고 그들을 전부 쏴 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어머니, 저자와 말 섞으실 필요 없어요. 앉아서 지켜보시기만 하면 됩니다!”말을 마치고 의자를 올리더니 이리봉청을 부축해서 앉혔다.안지여가 이리 나리를 보는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 명의 왕비   제 3030화

    안지여가 퍼뜩 눈을 돌려 이리 나리를 보았다.‘이리봉청이 저자를 아들이라고 불렀다는 건러니까?이리 나리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찬찬히 훑어보더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안 성주와 좀 오래된 원한을 따져야 하는데, 관련되기 싫으신 분은 자리를 피해 주시지요!”그때 한 사람이 검을 짚고 일어나 호통을 쳤다. “넌 도대체 어떤 놈이냐? 무슨 자격으로 자리를 피해라 마라야? 안 성주를 귀찮게 할 생각이면 일단 나부터 통과해 보시지!”그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장검을 뽑아 파죽지세로 이리 나리를 향해 휘둘렀다.이리 나리는 손을 살짝 움직여 손바닥으로 칼자루를 밀자, 검이 날아가며 그 사람의 귀를 베어 한 줄기 피가 공중에 뿌려지더니, 방금까지 기고만장하던 자가 비명을 지르고 귀는 바닥에 떨어졌다.검이 다시 이리 나리 수중으로 정확히 돌아왔다.이 모든 게 3초 안에 벌어진 일이었다.“회선검?” 검법을 아는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외쳤다.현장은, 숨소리마저도 들리지 않았다.회선검은 검마의 검법으로, 그렇다는 건 저 사람이 검마의 계승자?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무리에서 검마를 찾았다. 과연 두 손으로 검을 안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도 차가운 안광이 느껴졌다.과연 진짜 검마구나, 사람들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검마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리 나리를 흘끔 보더니 속으로 의아해했다. ‘이 자식, 언제 내 비장의 검법을 배운 거야?’이리 나리의 검 끝에선 아직 선혈이 떨어지는데, 여전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말했다. “이 아수라장에 끼고 싶은 거라면, 제가 무례하다고 원망할 생각 마세요.”“무엄하도다!” 안지여가 몹시 놀랐다가 천천히 정신을 차리고 눈을 치켜뜨며 이리 나리를 노려봤다. “너는 내가 누구인 줄 아느냐? 내가 네 아버지다!”이리 나리가 코웃음을 쳤다!안지여의 몇몇 아들이 달려 나와 소리쳤다. “아버지, 저희가 지켜드리겠습니다.”안풍 친왕이 젓가락을 던지고 일어나 차갑게 명을 내렸다

DMCA.com Protection Status